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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체 2부 : 암흑의 숲
  • 류츠신
  • 22,500원 (10%1,250)
  • 2022-02-15
  • : 8,70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류츠신의 『삼체』는 아름다운 문장인 동시에 기막힌 스토리 그 자체다. 이 책은 대부분의 독자가 지닌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를 품고 있으면서, 인간 정서에 깊이 와 닿는 글을 선보이기도 한다. 좋은 책을 깊게 파고들며 읽을 줄 아는 독자일수록 이 책의 매력을 파내고 또 파낼 수 있겠다. 2권에서는 지구 문명보다 훨씬 막강한 위력을 가진 삼체 문명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인류는 멸종되지 않고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대비를 한다. 삼체가 지구의 인류와 타협을 할지 태양계에 진입해서 바로 공격을 시작할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이미 지구에 사는 인류를 '벌레'로 지칭하며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UN본부에서는 새롭게 '면벽자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면벽자는 삼체에 대항하여 전 인류를 구원할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자를 말한다. 삼체 문명이 보낸 양성자인 '지자(知子)'도 그 계획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삼체 문명은 과학과 기술이 말도 못하게 뛰어나지만 그에 비해서 감성적인 부분은 생존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거의 말살하다시피 한다. 그들에게는 사랑이나 정(情)이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삼체인은 개인이 하는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그대로 노출이 되기 때문에 기만이나 전략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인간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리뷰에서 이 책의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줄줄 읊기만 해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로 이야기가 신기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이가 과학적 지식이 높은가, 낮은가, 하는 점은 이 책을 읽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면벽자로 선발된 네 명의 인물 중에 핵심 인물로 남을 '그'가 어떤 지혜로써 삼체에 맞서는지 알게 되는 순간 독자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삼체의 함대와 벌일 최후의 전쟁에 대비하면서 오랜 세월 어떤 일들을 겪게 되는지 그 경로를 차근차근 따라가 보는 일도 참으로 즐겁다. 


  『삼체』를 읽을 때 기억해야 할 점은 과학 기술이 더 많이 앞섰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전쟁에서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체가 보낸 탐측기(함대가 아니라 고작 탐측기가 말이다)인 '물방울'이 지구의 연합 함대를 소수만 남기고 모조리 파괴했을 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닌데도 글을 읽는 동안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지구인의 앞날은 그야말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그 모든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 탄식조차 쉽사리 입에서 튀어나올 리가 없다. 


  어서 빨리 3권도 읽고 싶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아름다운 문장이 또 나를 맞이해 줄 것만 같다. 1권에 이어서 2권을 읽는 동안에도 지루함이나 책에 대한 실망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좋은 책을 더욱 깊게 파고 들며 읽을 줄 아는 힘이 내게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티끌 만큼의 희망이 있다면 그건 결코 완전한 끝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안타깝게 희생 당한 생명들은 끝을 맛봐야 했지만 인류는 계속 생존과 문명의 발전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삼체』속 지구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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