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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림서옥
  • 모브 사이코 100 : 1
  • One (원)
  • 4,050원 (10%220)
  • 2014-10-30
  • : 3,879

이 책은 '자칭 영능력자 레이겐 아라타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레이겐은 이 책의 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 통칭 '모브'의 스승이다. 레이겐은 악령 퇴치 사업을 하고 있으나 본인은 전혀 초능력이 없다는 게 함정. 사기로 벌어 먹던 그에게 '모브'가 찾아와 상담을 하다가 발견한 진짜 모브의 초능력! 레이겐은 시급 2,800원에 그를 이용하기 위해 설득한다. 결국 레이겐을 스승으로 모시고 생활하는 진짜 초능력자 중 2 모브의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다.

 

이 만화의 매력은 반전이라고 할까? 조금 옮기자면 이런 식이다.

 

레이겐: 요즘 어깨가 무겁다고? 저주 받은 겁니다. 어깨 결림이나 요통의 90%는 저주 때문이죠.

 

상담자: 뭐요...저주?! 저주받을 만한 일이 없는데?!

 

레이겐: 원망 한 번 안 받고 살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잘~생각해 보세요. 요 반년 안에 누군가와 싸운 적 있죠?

 

상담자: 없는데요...

 

레이겐: 본인에게는 가벼운 입씨름 이었을지 몰라도. 앙심을 품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담자: 가벼운 입씨름도 한 적 없는데요.

 

레이겐: 입씨름이라기보다 견해차 정도의 사소한....

 

상담자: 없는데요.

 

레이겐: ....그거군요. 직장 거래처나 상사, 부하에게 저주받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이나 고객을 상대할 때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죠. 그 상대방이 앙심을 품고 저주를 한 겁니다. 혹시 직업이 뭔지?

 

상담자: 없는데요.

 

레이겐은 계속 '저주'라는 쪽으로 껴 맞추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하지만 결국 모든 질문이 막힌다. 레이겐은 인터넷만 하는 이 남성이 야동으로 인한 저주를 받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거부하는 상담자에게 저주를 치료한다며 어깨 마사지를 해준다. 그때까지 거부하던 상담자는 레이겐의 마사지 솜씨에  황홀해 하며 저주가 풀렸다며 사무실을 떠난다.

 

뭐 대략 이런 내용들이 재미나게 이어진다.

 

오랜만에 미친듯이 낄낄 웃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고시원 생활 8개월 째, 생각만큼 나가지 않는 공부 진도, 같은 책을 읽고 또 읽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하나도 기억 나지 않는 백지 같은 나의 뇌.

 

나 역시 레이겐 식의 대화를 자신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한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배가 고프다. 배가 불러야 뇌가 돈다며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간다. 배가 부르면 졸리니까 건강을 위해서라도 주변을 산책하기로 한다. 산책을 한 후 고시원에 올라오면 피곤함이 몰려온다. 피곤함은 공부의 적이기 때문에 잠시 잠을 청한다. 일어나면 벌써 점심. 급한 마음에 담배를 피고, 노트북 앞에 앉아 인강을 튼다. 조금 듣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하루의 소식이 궁금해 뉴스를 본다.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다가 배가 고파진다. 다시 식사, 산책, 잠 그렇게 저녁까지 반복. 그리고 다시 아침 해를 맞이한다.

 

악령이 내 몸에 들어왔나...

 

고시원은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오로지 공부만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직장의 인간관계를 피해, 하루 하루 적은 돈을 벌기 위해 소비되는 나 자신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이 곳으로 들어왔다.

 

살면서 나만을 위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하루 종일 나와 대화하고, 내가 할 목표를 정하고, 홀로 지낸다. 그러다 보니 나란 녀석이 어떤 사람인가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난 책을 좀 좋아하는 편이라 공부를 제법 잘 할 줄 알았다. 직장을 다닐 때는 항상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돈만 안 벌고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이었다. 정작 그렇게 공부만 할 수 있게 되었는 데 공부를 못하고 있는 이 현실.

 

난 레이겐처럼 오로지 합리화, 합리화만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일까?

 

모브는 스승 레이겐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자신이 이대로 사는 게 좋냐고 말이다. 너무 빈둥거리며 산다고 말이다.

 

그러자 레이겐은 인생에서 가장 빈둥거리 좋은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빈둥거리는 네가 인생의 승리자다 라는 격려를 한다.

 

모브의 두려움 난 그것을 이해한다. 이렇게 생활해서 되겠냐는 것이다.

 

고시원을 들어올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고 위해서 들어왔다. 더 이상 바닥의 인생으로 살지 않으리라! 이 곳에서 나의 신분을 세탁한다! 그런 굳은 결의로 왔다.

 

모은 모든 돈을 가지고 왔다. 아무런 결과 없이 돌아간다면 난 있을 곳이 없다. 언제나 막다른 길에 와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스스로 막다른 길을 만들어 와 본적은 없다.

 

조급한 마음과 다르게 평온한 뇌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음처럼 왜 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왜 책의 한장이 지구를 들어올리는 것 만큼 힘든 것일까? 무엇이 나에게 빠져 있는 것일까?

 

모브는 자신의 초능력이 쓸데 없다고 생각한다. 초능력이 공부를 잘하게 해 주지도 않고, 달리기를 잘 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기껏 해봐야 악령 퇴치 조수로 일하며 시급 2,800원을 벌 뿐이기 때문이다.

 

모브 같은 초능력은 아니더라도, 난 이런 능력은 있으면 좋겠다. 고시식당 식권을 두 배로 늘어나게 하는 능력, 내 눈 앞에 있는 햇반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이 곳에서 식사는 고시식당이란 곳에서 한다. 대학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8 곳 정도 고시식당이 있다. 아마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한끼 가격은 3,800원이다. 하지만 퀄리티가 남 다르다.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제공이 되며 식권은 한 끼씩 한 장을 쓴다. 식사는 식판으로 한다. 밥은  흑미, 백미 두 종류가 제공되며 양 껏 푸면 된다. 아침은 토스트와 햄, 달걀 후라이까지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세끼 모두 반찬은 고기류 반찬 2종, 기타 나물류 및 김치 등 8종이 있다. 국과 샐러드도 무료 제공이며, 식혜와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있다. 저 가격에 이 정도의 식단이라니, 전국 최고의 식당이다.

 

푸짐한 식단과 다르게, 먹는 사람들은 외롭다. 밥과 반찬들은 짝을 이루며 있어도, 여기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짝이 없다. 혼자 이어폰을 들으며 밥을 먹거나, 식당 맞은 편에 걸린 티비를 보며 밥을 먹는다. 여기서는 둘이 와서 밥을 먹으면 더 이상해 보인다. 먹는 사람들은 40대 아저씨들, 20~30대 남녀 고시생들 등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혼자와서 먹는 것은 공통이다.

 

그러고 보니 이 곳에서 그 친구와도 밥을 먹었다. 파마한 부스스한 머리에, 얼굴은 달걀형, 눈은 양쪽이 좀 쳐져서 순한 인상을 준다. 그 친구는 학원에서 알게 되었다.

 

학원에서는 누군가에게 말을 안 거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홀로 뒤에 앉아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1차 시험이 언제냐고, 그런 당연한 질문을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기에 의아해 해서 쳐다 보았다. 이 친구는 진짜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모처럼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나는 항상 친절하다. 설명해 주고 그 때부터 담배도 같이 피며 여러가지 소소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변호사, 어머니는 가정주부 셨다. 그리고 sky대 중에서 k대 법학과를 이 친구는 졸업했다. 좋은 학벌, 좋은 부모님 부러운 환경이었다.

 

식사도 여러 번하며 대화를 했다. 대화를 하며 느낀 점은 뭔가에 압박을 느끼고 있는 듯한 이 친구의 모습이었다. 부모님은 이 시험을 공부하는 것에 불만이라고 했다. 로스쿨을 가는 게 낫지 왜 이 시험을 공부하냐고 말이다. 사실 나도 의아했다. 굳이 노무사 시험을 왜 볼려고 하는 지 말이다.

 

그 친구는 자신을 그렇게까지 법 전공으로 하는 공부를 하기에는 싫다고 했다. 노무사 자격증을 따서 기업에 취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중에 공부하는 나에게 이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할 얘기가 있으니 꼭 만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늦은 밤인데 전화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절박한 듯 해서 그를 만나러 갔다.

 

어느 정도 술을 먹은 듯한 그를 데리고 근처 술집에 들어갔다. 그가 술이 너무 심하게 마셨다면 집에 돌려 보내야 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그의 상태를 지켜 보았다. 술을 마시긴 했지만 취한 듯한 모습은 아니고, 말도 잘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도 하고, 창 밖을 보기도 하고 불안해 보였다. 그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무언가 나에게 얘기하고 싶은 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의 표정, 입의 움직임 말을 할까 말까 하는 움직임 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 하라고 했다. 나를 이 시간에 부른 건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나 역시 고민이 많다. 그러니 걱정말고 얘기를 해라. 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고민을 하는 듯 하던 그는 나에게 얘기를 했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쉬지 않고 말했다. 자신을 쫓는 사람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러는 지, 여기를 오는 내내 감시를 당하는 것 같아 불안했다는 등 계속 말했다. 마치 그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 본적이 없고 처음인 것 처럼 말이다.

 

처음 시작부터 느낌이 안 좋았기에, 난 별로 대꾸를 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이야기 자체는 믿을 수 없는 황당함이지만, 논리적 구조과 이야기의 연결은 흠 잡을데 없이 훌륭했다. 내용 자체의 황담함만 없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할 구조였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그의 눈이었다. 뭔가에 사로 잡힌 듯이, 충혈되고 집중하는 듯한 그 눈빛.

 

얘기를 마치고, 집에 가기 너무 불안하다는 그를 택시를 태워서 보냈다. 지금 집에 갈 수 없다고 완강히 거절하는 그를 소리를 지르며 안심시켜 보냈다.

 

고시원에 올라와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담배를 폈다. 마음 속에서 두려운 감정이 솟구쳐 올라 왔다. 그것은 내가 소화할 수 없는 듯한 두려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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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지침 이어서 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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