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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킬로스의 향연
  •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 18,000원 (10%1,000)
  • 2001-06-15
  • : 2,287

러시아 혁명의 역사와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마르크스를 수없이 접했다. 앞서 말한 부류의 책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모든 원인을 마르크스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만 봐도 그렇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과 민주화의 탄압이 일상이었던 시대에서도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공산주의자' 일명 빨갱이로 잡혀가거나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이때도 역시 모든 것의 원흉을 마르크스에게도 돌렸다. 그의 책만 읽어도 잡혀갈 뻔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꽤 오래전부터 마르크스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가 쓴 '공산당 선언'이나 '자본론' 등등을 읽어도 되었지만 뭔가 색다른 것을 알고 싶었다. 그의 옹호자나 비판자에 의해 평소에 본인이 좋아하던 붉은 색의 페인트칠이 삶의 전반에 덧칠해진,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닌 '정말 솔직한' 마르크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물론 정말 100% 사실로 쓰인 책은 없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 진실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프랜시스 윈'이 쓴 '마르크스 평전'이다.


프랜시스 윈은 영국의 유명 잡지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다. 

윈은 이색적이게도 다른 저서를 별로 쓰지 않은 듯하다. 책날개에 나와 있는 설명란에도 그렇다 할 자세한 약력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인데, 별로 없는 그의 저서에서 '마르크스 평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나름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 읽어 본 소감으로는 괜찮은 책이다.

'가디언'지나 '인디펜던트지'에서 평했던 것처럼 이 책은 정말로 '인간' 마르크스를 다루고 있다. 즉, 마르크스를 향해 불필요한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를 둘러싼 비방과 증오에는 실제 증거를 통한 진상규명과 신랄한 비웃음을 날리고, 신화적이고 우상화하는 시선에는 똑같이 증거나 행적을 들이밀며 마르크스가 단순히 하나의 이론을 남긴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책의 전반이 마르크스와 그의 조력자 엥겔스의 행적과 편지들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주변인들의 기록도 한몫을 하는데 다른 평전이나 관련 책들이 복잡한 이론이나 마르크스의 사상을 물고 늘어지는 반면,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도중에도 그의 사상이 나오긴 하는데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준이다. 덤으로 저자의 재치있는 풍자와 마르크스 특유의 비판적 사고력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또 인상 깊었던 점은 마르크스의 삶과 이론의 전반이 입체적이었다는 것이다.

철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 한 이론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아마 마르크스일 것이다. 동시에 그런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것도 마르크스일 것이다. 

엥겔스와의 편지, 그의 아내 예니와 딸들이 알려주는 마르크스, 그리고 '자본론'을 쓰는 고된 과정 등등과 함께 전체적인 마르크스의 삶은 그가 주장했던 이론대로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갔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평생을 혁명을 위해 싸운 '괴팍한 도깨비'였던 마르크스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비정상적이게 보일지라도 그의 타고난 본성에는 정상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자기 성정에 맞게 성실하게 투쟁하며 산 것이다.


이렇듯 만약 마르크스의 전반적인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나 조금이라도 쉽게 그를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읽어도 좋은 책이니 한 번쯤 도전해 봤으면 한다. 

마르크스는 이미 추상적인 관념론은 뜨거운 공기일 뿐이며, 역사의 기관차는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힘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P110
그의 악덕은 동시에 미덕이기도 하며, 역설과 도치, 대조법과 교차대구법에 중독된 정신의 표현이다. 때로는 이런 변증법적인 열정이 공허한 수사를 낳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놀랍고 독창적인 통찰을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다. 마르크스는 어떤 것도 당연시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을 뒤집어보았다. 사회자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 P87
마르크스는 정부와 그 반대자들을 동시에 적으로 만든 뒤, 곧 그 자신의 의논 상대들과도 반목하게 되었다. - P67
의외 내의 언론 자유 옹호자들은 전체적으로 그들이 옹호하는 자유와 아무런 현실적 관계가 없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를 생사가 걸린 요구로 체득했던 적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머리의 문제이며, 거기에서 심장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중략) 의외의 이른바 자유주의자들은 언론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동안에도 부족한 것 없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P67
지지자들이 사자는 말똥풍뎅이와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충언할 때마다 마르크스는 유토피아적인 협잡꾼들을 무자비하게 폭로하는 것이야말로 혁명적 의무라고 대답하곤 했다.
"우리의 임무는 공개된 적들보다 자칭 친구들이라고 하는 자들에 대해 엄한 비판을 하는 것이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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