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그리고기억해
#빅터D_O_산토스_글
#안나포를라티_그림
#신수진_옮김
#초록귤
이런 책은 혼자 실컷 울 수 있는 공간이 있을 때 읽어야 한다.
가슴 속에서 수많은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회한과 슬픔과 기쁨과 감사가 뒤섞인 감정을
누군가를 향해 보내게 되는 그런 책을 만나면 한동안 먹먹하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읽고 나니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가다가도
이런 책이나 이야기, 영상등을 만나면 문득문득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내겐 그 대상이 우리 엄마다.
다섯 살 때부터 혼자서 가장의 짐을 짊어진 우리 엄마.
손가락 마디가 다 휘어 곧은 손가락이 없었다.
명절 즈음 새벽에 드르륵 재봉틀 소리에 깨어보면
솜씨 좋은 엄마는 한복을 만드시느라 분주하셨다.
읍내 한복집에서 일감을 받아 곱게 한복을 지어 갖다주는 알바를 하신거다.
작은 시골 학교였지만 공부를 제법 잘해 받아온 상장들은 상자에 모아주셨고
소풍 때는 겉절이에 어묵조림까지 맛있게 만들어 선생님 도시락까지 싸주셨다.
첫아이를 낳고 우리집으로 오셔서 산후조리를 해주셨다.(그땐 산후조리원이 없었음)
반짝반짝 청소에, 아이 목욕에, 식사 준비까지 2주간을...
그 후로도 늘 엄마의 도움과 지원은 넘치도록 끊이질 않았고
손자 손녀들도 외할머니를 사랑했다.
무뚝뚝하셔서 살가운 말씀을 자주 하시는 성격이 아니지만
딸이 승진했다고 동네 잔치하라며 백만원을 기부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엄마가 무척 좋아하셨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에 엄마는 계시지 않는다.
그래도 내 기억 속에 하나하나 새겨진 엄마를 향한 기억들은 이렇게 또렷하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어 더 그립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우리가 엄마를 기억하며 얘기한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의 클레어가 치매로 기억을 잃은 할머니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찾아가듯,
삶의 여정 가운데 보여 주신 헌신과 사랑을 기억하며 엄마를 돌보는 아빠처럼,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함께 하는 한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모습은 언제나 빛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