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요즘 한국 sf 소설을 이끄는 많은 작가들,, 특히 여성작가들의 인기가 대단한 듯한데요. 천선란 작가를 비롯해서 김초엽 작가와 청예 작가 등등 모두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과 작가 이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먼저 한국 sf를 개척하고 이끌었던 작가를 떠올리는 분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로 30여 년째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듀나 작가.. 저 역시나 다양한 작품으로 만나봤던 작가였고, 너무나도 인상이 깊었던 작품들이었기에 다섯 손가락 안에 넣곤 한답니다. 바로 그런 그녀의 새로운 소설집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당연히 손 번쩍 들고 만나봤답니다.

우린, 그러니까 나는 너희들이 다 성장한 어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어. 너희들이 얼음 공을 만들려고 우주를 가로질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진짜로 믿으라는 거야?
p.33 / 그깟 공놀이
어떻게 이런 설정이 가능한 거죠?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거죠?? 외계 우주선과 교전 중에 파괴되면서 안드로이드로 백업된 단 한 명의 승무원, 라리사 진. 그녀가 만난 외계인 튜바는 행성의 물을 얼음공을 만드는 놀이에 빠져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지구의 물을 얼음공으로 만들겠다며 점점 다가오는 중이랍니다.
인간인지 기계인지.. 왜 지구인들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하는지.. 혼란의 주인공은 이들 외계인, 튜바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요. 그리고 이들의 물리칠 방법도 알게 되는데요. 하지만,, 과연 지구의 수천 명의 인간과 인공지능 시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음악에 이어 예술과 자연을 이해하기 시작한 튜바들의 다음은 무엇일까요? 완벽한 열린 결말인 이야기였지만, 수많은 가능성 때문에 더욱더 놀라웠던 sf 단편소설이었는데요. 너무 재미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
이상한 세상으로 파견을 간 주인공. 그녀는 고려 공화국 요원이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놀라운 이야기 <거북과 용과 새>에서 들려주는 새로운 인연과 경험,, 그런데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너무 독특합니다. 편지 같으면서도 보고서 같은 구조 덕분에 의심보다는 진실로 읽게 되네요. 또 다른 이야기 <항상성>에서는 국가를 다스리는 의원들은 AI라고 하는데요. 스스로에 대한 기본권은 토의할 수 없는 AI 의원들,, 그런데 이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독립적인 인격체인가요? 그 밖에도 많은 이야기들, 새로운 시선들, 놀라운 매력들이 가득이네요.

읽다 보니 듀나 작가의 sf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를 조금 더 알겠더라고요. 조금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아니,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변주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만 바꾸면 지금 이 시대에 벌어지는 일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답니다. 인간의 삶을 파고드는 과학, 누군가를 해하고 이익을 취하려는 이기심, 새로운 존재와 개념을 이해하고 판단해야만 하는 새로운 세상..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찌 보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조금은 비틀어진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녀의 파란 캐리어 안에 무엇이 들어있나 궁금합니다. 그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놀라운 이야기들이 아직도 수없이 담겨있을 듯했거든요.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어졌답니다. 아직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들이겠지만요. 그녀의 눈과 머리와 손을 거쳐야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겠지만 말이죠. 기다릴 수가 없네요. 다음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