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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코의 모험 - 미시마 유키오, 정수윤 역, 알에이치코리아(2024)

나쓰코의 모험

줄거리
이야기는 아름다운 외모로 끊임없는 구애를 받는 주인공 나쓰코가 돌연 수도원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된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수도원이 있는 하코다테로 가는 도중,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츠요시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을 보자마자 나쓰코는 첫눈에 이 사람이 지금까지 만나온 남자들과 다름을 느낀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열에 매료된다. 도시에서 정열을 쏟을 만한 대상을 찾지 못한 나쓰코는 츠요시를 만나 곰을 쫓는 모험에 동행한다. 츠요시는 이 모험에서 죽음도 각오하며, 나쓰코 역시 그를 따라 험난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늑한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 당시 대다수 여성은 이러한 결혼생활을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였지만, 나쓰코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원하는 삶을 개척한다. 결혼은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지만,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에서 벗어나 어떤 위험을 마주할지 모를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일은 그녀에게 일탈이자 흥분으로 가득 찬 모험이었을 것이다.

페이지
p.12
그 말에 나쓰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남자도 이런 생각뿐인가. 꽃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감옥에 나를 가두는 게 이상인가. 삼사십 년이라고? 끔찍하네. 삼사십 년 살면 천장널에 박힌 옹이구멍 개수까지 외고 다닐 지경이겠어. 추억이라는 고치 속에 갇혀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겠지. 종종 둘이 산책한다. 차분한 목소리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갈지 논의한다. 이 남자는 40년이 흘러도 여전히 상냥한 남편이리라. 아아, 참을 수 없는 일이야.

p.18
나쓰코는 저들 남자 한 사람 한 사람과 함께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았지만 조금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가정적이고 살뜰한 아내가 되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행주로 상을 닦는 모습이나, 화려한 사교계 부인이 되어 무도회를 주최하는 모습 등등, 가능한 상상을 다 해보아도 하나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공상이었다.
‘아아, 누구와 함께해도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어. 남자들은 입만 열면 시대가 틀렸다느니 사회가 문제라느니 말이 많지만, 자기 눈 속에 정열이 없다는 게 제일 나쁘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어….’

p.26
수도원….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다른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아오지만 나쓰코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다는 그 사실이 신선하고 자극적이라 모험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꼈다. 일단 한번 떠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대단한 모험이다. 조금이라도 위험을 감지하면 손쉽게 물러서곤 하던 어린애 같은 연애는 이제 충분하다. 아직 다분히 소녀다운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나쓰코는 자신이 어떤 남자의 소유도 되지 않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일이 세상 남자들을 향한 호된 반격이자 복수라고 생각했다.

p.303
아름답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청년의 눈 속에 정열은 흔적도 없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눈의 반짝임이다. 아침저녁 통근 전차 속에서, 퇴근길 긴자 주변에서, 어디서든 쓸어 담을 만큼 널려 있는 청년의 눈이다. 젊어서 빛난다. 그것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저 큰곰자리 별처럼 빛나던 반짝임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쓰코는 줄기차게 생각했다.
‘그래, 곰을 쓰러뜨렸기 때문이구나. 곰을 쓰러뜨린 뒤로 이 사람은 그 반짝임을 상실했구나.‘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고전소설/문학선

기록
2025.11.20(木) (1판 1쇄)

까.

한 줄
모험이 필요해!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확장
골든 카무이 - 노다 사토루(2014)
먹방 만화라고 오해받지만 아이누 문화에 대한 정보는 아마 이 만화가 최고다

양을 쫓는 모험 - 무라카미 하루키, 신태영 역, 문학사상(2021)
p.316
이렇게 두 편의 모험소설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전혀 다른 목적을 좇고 있지만, 결국은 모험이 가진 같은 본질을 꿰뚫고 있으며, 그렇기에 일본 내에서는 《양을 쫓는 모험》이 새로 쓴 《나쓰코의 모험》이라는 말까지 거론되고 있다. 《나쓰코의 모험》은 복수라는 형태로 이상이 살아 있지만, 《양을 쫓는 모험》은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불가능함을 밝혀내는 모험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두 작품 사이에 놓인 30년의 세월 동안 벌어진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모험소설을 새로 쓴 셈이다. 그리고 우리는 두 모험소설의 타임라인에 흩뿌려진 문체의 향연을 즐기며 시대라는 변화의 물결을 맛보게 된다.
문학의 지식이 짧아서 해설이 달려있으면 매번 고맙다. 개정판도 나왔고 읽어봐야겠다.

저자 - 三島由紀夫(1925-1970)

원서 - 夏子の冒険(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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