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역, 엘릭시르(2013)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Why didn‘t she ask EBA?) (고전부 시리즈 2)
줄거리
에너지 절약주의자 오레키 호타로. 고등학교 1학년인 그는 없어질지도 모르는 동아리를 지켜 달라는 누나의 특명을 받고 학교 특별 활동 동아리 ‘고전부’에 입부한다. 어느 날, 그는 비디오카메라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아 폐탄광촌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을 그린 영화를 보게 된다. 허무하게도 결말이 없었던 영화가 끝나고 무리한 작업으로 쓰러진 각본가를 대신해 영화의 결말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페이지
p.13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아래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늘은 한 사람에게 두 가지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이들 경구가 타당하다면, 하늘의 기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사람 한 명의 가치가 지역에 따라 다른 현재의 상황은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둘러대 봤자 부정할 길 없거니와, 두 가지를 넘어 한 손으로 다 꼽지도 못할 만큼 여러 재능을 가진 인간도 분명히 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천재의 활약을 지켜보며 부러워하거나 시샘하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실은 어떤 재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하여간 허무한 일이다.
p.65
아까 한 말을 한 번 더 하자면, 필요한 기술을 갖지 못한 인간은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없어.˝
p.118
읽어 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읽고 나서 거부한 모양이다. 하루하루를 추리 소설풍으로 바꿔 놓는 아가씨가 추리 소설이 불편하다고? 꽤나 역설적이다. 비즈니스 소설이 싫은 비즈니스맨 같은 걸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닐 것도 같다.
p.179
아닌 게 아니라 미디어에서 ‘미스터리‘라는 말을 쓸 때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서체로 씌어 있을 때가 많다. 추리 소설은 기본적으로 유혈 참사를 보여 주는 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피투성이 서체는 추리 소설만을 의도하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타당할 것이다.
p.198
그때 이리스는 나지막이 말했다. 늘 두르고 있던 여제의 옷을 무심코 벗은 것처럼. 내게 한 말은 아니겠지만…… 그 말은 내 귀에 이렇게 들렸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자각해야 해. 안 그러면…… 보고 있는 쪽이 바보 같아져.”
목을 넘어가는 찬물이 선뜩했다.
나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리스는 큰 소리로 몇 번이고 거듭해서 이렇게 주장한다. 내 자기 평가는 틀렸다고. 그러고 보면 그렇게 말한 사람은 이리스만이 아니다. 사토시도, 지탄다도, 하다못해 이바라조차 비슷한 말을 내게 한 적이 있다. 나는 그들보다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을까.
p.206
“말 안 했던가? 난 후쿠베 사토시한테 재능이 없다는 걸 안다고. 예컨대 나는 홈지스트를 동경하지만, 그게 될 순 없거든. 난 심원한 지식의 미궁을 빠짐없이 탐험하겠다는 기개가 결정적으로 부족해. 마야카가 홈스에 관심을 가지면, 내 장담하는데 석 달 만에 날 앞지를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이런저런 장르의 문간에 서서 잠깐 들여다보고 팸플릿에 도장을 찍으며 다니는 거야. 일인자는 될 수 없어.”
p.256
˝전 탐정이 아니었습니다. 추리 작가였던 게 아닌가요?˝
pp.265-266
사토시가 자신은 홈지스트가 될 능력이 없다고 했을 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옳을까. 어느 쪽이든 별 의미는 없다. 되면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안 된 것이다. 그냥 그뿐이다.
p.276
L : 아, 어째 좀 부끄럽네요
L : 웃지 마세요
L : 실은 저도
L :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싫거든요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5.11.15(土) (1판 4쇄)
이
다.
2016.08.04(木) (1판 4쇄)
이
다.
한 줄
주연 오레키 호타로, 각본 이리스 후유미
오탈자 (1판 4쇄)
못 찾음
확장
독 초콜릿 사건 - 앤서니 버클리, 이동윤 역, 그림 이한나, 엘릭시르(2015)
p.277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여러분께. 이미 아실지도 모르지만 본 작품은 버클리의 『독 초콜릿 사건』에 대한 애정과 경의를 담아 썼습니다.
pp.280-281
물론 두 작품 다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독 초콜릿 사건』에 원형을 두고 있다. 고전부 시리즈의 1편 『빙과』도 이 고전 추리 소설에서 형식을 빌려 왔다. 또,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난기이겠지만, 소설 내에서 지탄다가 위스키 봉봉을 먹고 취해 버리는 장면에서도 『독 초콜릿 사건』과의 연결점을 보여 준다. 한 여자가 남편이 클럽에서 다른 사람에게 받아 온 위스키 봉봉을 먹고 죽는다. 확실한 동기도, 범인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을 두고 여섯 명의 추리 클럽 회원들은 각자의 해결법을 제시한다. 한 사람의 의견은 다른 이의 추론에 따라 반박되고, 새로운 진실이 연이어 등장한다. 여러 증거를 모아 과학적 귀납이나 직감, 심리적 연역, 역사적 수사법에 따라 다양한 각도의 범인이 제시되면서 추리 클럽 회원들은 다양한 각도의 설명을 모색한다. 즉,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소설은 기존의 범죄 퍼즐과는 달리, 미스터리를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사건이 아니라 사건 바깥에서 구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을 당시에는 참신하게 제기했던 작품이었다. ‘고전부‘ 시리즈의 추리는 대부분 이렇게 미스터리 바깥에서 사건 안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 본인도 『북 재팬』에 실린 인터뷰에서 앤서니 버클리 콕스가 ‘미스터리의 틀 안에서 다양한 놀이를 시험한 작가‘로서 그의 ‘고전부‘나 ‘소시민‘ 시리즈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고전부 회원들은 사건을 직접 해결한다기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정합성을 판단하는 안락의자 탐정으로서 연역과 귀납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탐정영화 - 아비코 다케마루 저자, 권일영 역, 포레(2012)
p.280
또 독 초콜릿 취향 + 영상으로 아비코 다케마루 씨의 『탐정영화』(권일영 옮김, 포레, 2012)라는 선례가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꼭 읽어 보시길.
(여담이지만, 아비코 다케마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 자신의 작품이 언급된 것이 불쾌하다고 밝혔다.)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愚者のエンドロール(2002)
원서 - 愚者のエンドロール(2002)
원서 - 愚者のエンドロール(한정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