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을 이런 구성으로?^^
기진맥진 2025/09/09 19:02
기진맥진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진실한 동물도감
- 최형선
- 15,120원 (10%↓
840) - 2025-09-10
: 8,855
출판계의 고민을 내가 알 리가 없지만 조금 짐작 가는 바는 있다. 이미 너무 많은 책이 세상에 나와서? 웬만한 책은 이미 다 있어서? 웬만해서는 독자들이 눈도 꿈쩍 안해서? 특히 아동출판계의 호황은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독자 인구 자체도 절벽이니.........
‘그래서 혹시 아이디어 싸움이 된 것인가?’ 이런 책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셨으면 이런 컨셉이 나왔을까? 물론 나야 감탄스럽고 좋다. 재미있고 내용도 좋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다만 저자님들과 편집자님들이 참 고충이 많으시겠다는 생각에 몸둘 바를 모를 뿐.... 어쨌든 그리하여 오늘도 새로운 기획의 책 한 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제목은 동물도감. 위에서도 말했듯이 동물도감이야 뭐 이미 나온 것만 해도 차고 넘치지. 이 책의 특징은 그 앞에 붙어있는 ‘진실한’에 있다. ‘진실한’ 동물도감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
이 책에는 25종의 동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의 입에 잘 오르내리는 동물들이다. 특히 우리나라 말에는 동물에 빗댄 관용표현들이 많이 있다. 그 비유에 활용된 동물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진실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말만 들어도 벌써 흥미롭겠지? 동물을 좋아하는 어린이,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설명해주기를 즐기는 어린이 등등 다양한 어린이들이 고루 좋아할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또 한가지 장점은 유머가 넘친다는 점인데, 첫 장에 나오는 ‘선서’부터가 그러하다.
“우리는
숨김과 보탬 없이
인간에게 진실만을
전할 것을 맹세합니다.
진실한 동물 일동”
그림작가님도 동물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동작과 표정 등으로 유머를 잘 살리고 있다.
구성 또한 흥미롭다. 각 동물별로 6쪽 정도의 지면을 할애했고, 그중 첫 쪽은 도입 만화, 2~4쪽의 본문, 마지막 한쪽은 ‘○○능력 테스트’라고 하여 그 동물에 대한 특징을 재미있는 테스트 질문으로 구성해 놓았다. 4컷 만화 형식이라 부담 없고, 쉬어가는 페이지라고 해도 될 만하다. 대신 가운데 들어가는 본문 내용은 매우 충실하다. 내가 무식한 탓도 있겠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다 아는 내용은 아니다. 이와 같이 완급을 조절하며 독서를 지속할 수 있게 되어있는 구성이 매우 탁월하다.
이 책의 키워드는 동물을 빼면 ‘진실’이라고 할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첨언한다면 ‘속설에 담겨있는 진실’이라고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심코 쓰는 말에 동물을 빗댄 표현이 많고, 그 표현은 속설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금붕어는 기억력이 짧다’ 거나 ‘캥거루는 자식을 품고 산다’ 같은 것이다. 그것들을 과학적으로 파헤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속설은 상당히 사실에 가까운 것도 있었고,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도 있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이런 것을 구분하며 보는 재미가 클 것 같다. 먼저 사실과 다른 것들을 예로 들자면,
- 악어의 눈물 : 악어의 눈물은 감정과는 상관없다. 그니까 속이는 눈물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 금붕어 기억력 : 금붕어 머리는 그렇게 나쁘지 않단다. 난 진짜 나쁜 줄 알았는데.^^
- 까치집 : 까치집은 엉망이 아니래. 매우 공들여 정교하게 짓는다고 함.
- 기러기 아빠 : 기러기는 일부일처에다 가족에 매우 충실한 동물이다. 그러니까 홀로 있다는 이미지보다는 가족을 지킨다는 이미지로 쓰이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점차 용례가 변환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하면 동물의 생태에 딱 맞게 매우 잘 사용되고 있는 비유도 있다. 예를 들면 개미지옥이라든지, ‘게눈 감추듯’이라는 표현, 야행성인 ‘올빼미처럼 생활한다’는 표현 등등, 이렇게 사실과 찰떡인 비유부터 약간의 오해가 들어간 표현, 해당 동물이 들으면 펄쩍 뛸 표현까지 다양한 동물 비유들의 진실을 말하는 책이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컨셉이 많이 들어간 책은 그것에 몰두하다가 내용이 쪼그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내용에 최대한 충실한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학급문고로도 좋고, 특히 가정 소장용으로 많이 권하고 싶다. 심심할 때마다 한 꼭지씩 읽으면서 자녀와 신기함을 나누거나, 최소한 자녀가 읽고 “이렇더래~~~!!” 하면서 떠드는 수다를 호응하며 들어줄 수 있는 부모라면, 본전은 충분히 뽑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용수준 면에서는 중학년에 적당해 보이지만 고학년에도 시시한 내용은 아니고, 저학년도 흥미만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 전학년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어른이 봐도 안될건 없고^^) 만약 내가 수업에 활용한다면 동물도감이지만 국어시간에 관용표현 수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워워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