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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전들
- 저스틴 토레스
- 16,920원 (10%↓
940) - 2025-10-20
: 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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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 (#저스틴토레스 씀 #열린책들 출판)을 펼치기 까지 내가 알고있는 것은 퀴어queer 소설이라는 것 뿐이었다.
펼치니 나를 맞이하는 것은 무언가로 검게 그어져 대부분이 지워진 문서였다. 실존하는 <성적 변종들>이라는 연구서다. 실존 연구서를 바탕으로 한 <암전들>은 떠돌이들이 살아가는 사막 한가운데의 공간 <팰리스> 그곳에서 살고있는 후안 게이를 이 이야기의 화자인 ’내‘가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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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어린 소년을 뜻하는 스페인어 네네nene로 표현될 뿐. 나는 후안의 비참한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존엄성을 보고싶어 한다. 자신의 말로가 이렇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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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후안은 숨을 거두고, 네네에게 온통 검은 줄이 그어진 <성적 변종들>을 건내며 검은 줄로 지워진 곳을 되찾으라며, 그리고 잰 게이를 찾아보라는 유지를 남긴다. 그렇게 네네는 ‘암전된’보고서와 ‘암전된’한사람의이름, ‘암전된’역사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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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변종들>이라는 연구서가 실존하듯, 잰 게이라는 인물도 실존했던 인물이다. 1930년대 퀴어 연구가이면서 본인도 레즈비언이었던 잰 게이는 수백명의 동성애자들을 연구했다. 그 연구가 바로 <성적 변종들>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때는 여성작가가 쓴 책은 아무리 잘쓰여져도 사장되던 시절이라 이 연구도 빛을 보려면 ‘권위있는 남성 의사’의 이름으로 출판되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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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신의 연구가 세상의 빛을 보길 바라며 사회제도에게 양도했지만 그의 연구는 본질을 잃어버린다.
당연히 잰 게이라는 그의 이름은 지워졌고, 동성애자들의 말들은 권위 있는 의사들의 병리학적 진단으로 점철되었고, 동성애라는 욕망은 질병을 넘어 장애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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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중간에 삽입된 빛바랜 듯 흐릿한 누드사진도 연구에 응한 동성애자들의 모습이다. <성적 변종들>에 실렸던 사진들이나 위의 저런 ‘진단’과 함께라면 혐오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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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계속 등장하는 검게 암전된 연구서를 지워지지 않고 남은 부분들을 읽으면 그럴싸한 시구처럼 보인다. 암전 후 남겨진 것들과 네네가 되살리려 애쓰는 암전된 부분들이 합쳐져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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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암전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구서의 암전된 부분일까, 남은 부분일까. 어떤 쪽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자신의 입장이 될 것이다. 사실 암전된 부분을 살려내려 하지만 그 내용들이 100%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는 이 불친절한 텍스트는 사이사이의 빈틈과 연구서의 암전된 부분들로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추리물을 읽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추리물처럼 완벽한 해결은 없다. 또다른 물음표를 피워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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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병으로, 장애로 퀴어를 대하고 있는 이 연구서가 매우 불편했다. 명징하게 한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그 뒤에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질문에는 느낌표나 방점을 찍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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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뒤 따지지 않고 퀴어라는 것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앞뒤’를 생각해볼 계기를 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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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눈부시게 발전한 아름답고 살기 좋은 이 세상에 암전된, 즉 잊혀지고 일부러 덮어버린 부분들이 분명 있다. 세상의 진실은, 세상이 발전에 눈이 멀어 놓치고 외면하고 잊어버린 중요한 것들은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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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들>은 암전된 것들, 공백에서 상상에 의존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실제 세계에서도 빛이 차마 닿지 못한 어두운 곳에서부터 깨달아야할 진실이 있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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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보다 인식을, 무조건적 혐오보다는 물음표를, 외면보다 응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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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 세상에 암전된 것들이 조금이라도 더 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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