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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다
- 김솔 외
- 14,400원 (10%↓
800) - 2025-10-20
: 1,720
여러사람이 하나의 단어에 대해 글을 쓴다면 비슷할까 다양할까? 아마 글을 직업으로 할만큼 재주가 있고 고뇌와 같은 사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같은 단어를 주제로 한 글이 맞는지 글 속에서 그 단어를 찾으려 애써야할 정도로 독창적인 글을 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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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실력이 상당한 사람들이 한 단어로 만든 전혀 다른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책이 바로 ‘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 두번째 이야기 #묻다 (#열린책들 출판 #김솔 #김홍 #박지영 #오한기 #윤해서 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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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궁금증의 시작이기도 한 이 단어 하나가 각각의 이야기를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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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 작가의 #고도를묻다 는 신구, 박근형 꽃할배의 연기로 더욱 유명해진 사뮈엘 베케트 원작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재해석 했다. 고도가 사람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함이 얼마나 될까 싶은 원작에서 그래서 고도가 대체 누군데? 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면, <고도를 묻다>에서는 고도를 궁금해 하는 것을 넘어선다. “우리가 모두 고도인데 누굴 기다린다는거야?”라는 등장인물의 대사처럼(희극 형식으로 되어있다)생각 없이 마냥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맞는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하고있는지를 고도가 누구인가보다 더 중요하고 원초적인 물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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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 작가의 <드래곤 세탁소>는 제목부터 물음표를 던진다.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던 친구가 말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약속장소인 둘이 만나던 카페는 세탁소가 되어있었고 그곳으로 오다 정서는 사고로 사망했다. 그날부터 시작된 유나의 불면증. 유나는 불면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선이 약속장소에 뒤늦게 왔을지도 모른다며 세탁소로 향한다. 세탁소 아주머니에게 커피를 얻어마시다 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정서가 자신에게 하려고 한말이 무엇인지만 스스로에게 묻던 유나는 또 다른 질문들을 하며 살아간다. 함몰되었던 물음들을 ‘묻어’두고 또 다른 질문들을 ‘묻는’것이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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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작가의 #개와꿀 은 우리가 언제부터, 왜 생겨났는도 잘 모르면서 꾸준히 써온 ‘개꿀’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가 잘 된 것, 또는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기대치 못한 이득을 본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전 개꿀‘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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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문화 속에도 개복숭아 처럼 무언가의 열화된 것, 원래의 것보다 좀 떨어지는 것에다가 ’개‘를 붙인다.
’개꿀‘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누군가의 행동을 얕잡아 보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실제로 무언가 잘 되었음을 고백했을 때 ’완전 개꿀이네‘라고 상대방이 반응하면 마냥 기분이 좋지 않으니 무언가 부정적 뜻이 들어가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야기 중 지적장애를 가진 수경이 ‘개꿀’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급격히 변화함과 동시에 선을 긋는 사회가 ‘주제에 맞는 일과 분수에 맞는 자리‘를 알아보라며 무시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자리를 내어주지않는 운좋게 멀쩡히 태어난 것뿐임에도 다수라는 이유로 특권을 누리려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느낄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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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작가의 #방과후교실 은 <묻다>에 수록된 책 중 가장 위트가 담겨있다. 딸의 숙제인 공포 동화 만들기를 대신 해주는 소설가 아빠의 입장에서는 마냥 위트있는 상황은 아닌듯 하지만 말이다. 가볍게 해도 될 일에 죽자살자 부담을 느끼며 프로다운 완벽을 기하다 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가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을, 아빠와 같은 작가를 꿈꿀 수도 있었을 순간을 날려버린다.
그 순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분명히 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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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품 윤해서 작가의 #조건 은 읽는데 가장 많은 심력이 들어갔다. 무엇하나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없는, ‘묻다’라는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매순간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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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묻다>라는 단어로 시작된 이야기들을 각자의 물음을 던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중에 어떤 물음이 와닿았는지는 우리들 개인마다 다르다. 그 물음을 시작으로 우리만의 물음을 끊임없이 피워나가는 삶을 살면 좋겠다.
<묻다>는 동사이니. 우리도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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