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돌로미티, 코카서스 3국(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EBC, 키나발루산, 카즈흐스탄 톈산산맥, 우즈베키스탄 톈산산맥 등 저자는 퇴직 후인 2023년 초부터 해외 트레킹을 돌아다니며 기록한 글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하지만 온전히 몰입하며 읽기엔 필력 부족을 탓해야겠다. 수많은 에피소드도 이야기로 발전되지 못하고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에 치우쳐서 무엇을 했었다는 것 정도에 불과한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개 글이 짧다. 남은 건 결국 사진밖에 없고 독자에게 브리핑하듯 본인이 겪은 일에 대한 기록뿐이다. 압도적인 대자연의 풍광 속을 걸으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나 스스로 느낀 바가 많을 텐데 글이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래서 읽다 보면 계속 겉돌고 사실 위주의 기록만 따라가게 되어 아쉬웠다.
독자가 경험하지 못했던 지역을 트레킹 하며 소개해 준 것은 좋았다. 아니 평생 가보지도 못할 곳일 수도 있다. 시간만 있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긴 트레킹 일정을 버텨줄 체력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까지 갖춰야 가능하다. 코스가 편하고 대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해외 트레킹 한곳만 제대로 걸어도 소원이 없겠다. 마음이 여유롭고 근심 걱정이 없으면 절로 몸과 정신이 행복해지는 것처럼 저자가 밟았던 그 땅을 가보고 싶었다. 우쉬굴리나 소라피스 호수, 콜사이 호수, 라가주오이에 펼쳐진 들꽃 언덕은 마치 꿈결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트레킹을 걷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대자연 앞에서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가슴이 벅차오르다 못해 오길 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사진에 담긴 풍광을 보면 더더욱 그런 기분이다.
우린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상상 속으로 그려왔던 일들이 현실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굳이 해외 트레킹이 어렵다면 저자 말마따나 국내 명산을 위주로 걷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해외 트레킹에 비해 큰 비용이 들지 않을뿐더러 멋진 자연 경관을 가진 곳도 제법 많다. 저자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나이를 먹기 보다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살아있는 나를 온몸으로 느낀다고 한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성취감을 맛보는 것은 인생을 멋지게 사는 방법 중에 하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루지 말고 하나씩 도전해 보면서 자연과 함께 할 때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퇴직 후 제법 많은 나이임에도 해외 트레킹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