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폴 오스터의 '환상과 어둠' 컬렉션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답게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은 최근 좀 읽어 본 것 같아 이번 작품들은 어떨지 더욱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컬렉션은 『환상의 책』과 『어둠 속의 남자』라는 두 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먼저 『환상의 책』을 읽어보았다.
작품 속 주인공은 데이비드 짐머라는 한 대학교수이다. 그는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비극적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의 심정이 이해도 되는데 그렇게 상실감에 빠진 데이비드를 다시 웃게 하는 이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헥터 만이라는 배우이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헥터의 코미디 연기가 그를 웃게 한 셈이다. 박장대소를 한 것도 아닌 웃음이지만 그 순간이 데이비드에게 비치는 파급력은 실로 엄청났던 것인데 상실감에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살아가던 그가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탄 같은 순간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비드는 헥터라는 배우이자 감독이였던 인물에 궁금증을 느끼고 그에 대해 알아보게 되지만 아주 짧게 활동한 그는 이후로 종적이 모호한 상태이고 결국 그의 흔적을 본격적으로 찾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연구서까지 쓰기에 이른다.
폴 오스터의 작품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책이나 글을 쓰는 설정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하다.
그런 데이비드에게 어느 날 헥터의 아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프리다라는 여성이 편지를 보내게 되고 이 편지를 통해서 데이비드는 그토록 흔적을 쫓던 헥터의 근황을 알게 됨과 동시에 헥터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제의까지 받으면서 기대하게 되지만 왠일인지 프리다에게 보낸 답장 이후 더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데....
작품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 상실감에서 벗어난 주인공 데이비드가 그 이유가 된 존재를 찾고 이후 예상치 못한 서신을 주고 받으며 결국엔 헥터라는 인물과 만나게 되고 이후 그가 짧은 시간 활동할 수 밖에 없었던 비밀을 알게 된다.
데이비드가 헥터의 흔적을 쫓는 과정이 살짝 미스터리 같은 느낌도 들면서 이후 밝혀지는 데이비드와 헥터의 삶이 묘하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어 흥미로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