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박주선님의 서재
  • 0시의 새
  • 윤신우
  • 15,300원 (10%850)
  • 2025-10-20
  • : 880
나에겐 초침의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는 듯한 소설이었다.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두 여자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과 그 둘에게 나타난 다른 차원의 기묘한 존재들. 비가 오면 흐릿해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의 접면에서 흐름을 장악하려는 자들과 흐름을 지키려는 자들 사이, 그 흐름을 거스르기 위한 인간의 이야기가 빠르게 질주한다.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시작과 끝, 유와 무, 의식과 무의식, 예감과 직감, 우연과 필연, 지와 무지, 진화와 소멸, 꿈과 그 꿈속의 꿈까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세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은 내용이다. (누군가와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내용들! 생각할 거리가 많아 두 번 읽었다.)

고차원의 존재들은 인간을 완벽하지 않다며 책 속 여백에 비유한다. 확실히 글자보다는 존재감도, 의미나 가치의 무게도 덜한 부수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그 사이에서 돌연변이가 생겨난다. 그리고 그 돌연변이로 인해 세상은 진화와 소멸의 경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다. 그때 11시에 있던 시곗바늘은 12시로도, 0시로도 갈 수 있다.

진화와 시간에 대한 비유들에 이마를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는 대체 왜 한낱 인간을 택했을까, 란 고민을 해본다면 완벽하지 않기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존재라서가 아닐까. 아무 접점도 없던 율과 수지가 이 흐름에 휩쓸린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낭만은 여백에서 탄생한다고 말하는 이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에 홀렸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어릴 적 컵에 맺힌 물방울을 통해 ’어떤‘ 존재를 마주한 율은 그 후로 꿈을 잃었다. 잠에 들면 그저 ’무無‘의 세계였다. 어느 날 율은 자는 중 죽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후로 잠까지 잃게 된다.

수지는 기묘한 일을 연달아 겪는 하루를 보낸다. 동거 중인 남자친구와 함께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잠에 들고 눈을 뜬 아침, 수지는 눈앞의 시곗바늘이 빠른 속도로 한 바퀴 빙 돌아가는 기이한 일을 보곤 옆에서 자고 있을 남자친구 도준을 깨운다. 하지만 도준은 죽어 있었다.

두 여자, 율과 수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그 분노의 근원을 알 수 없다.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새알 모양의 돌이 주어진다. 그들은 일단 이 알인지 돌인지도 모르는 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