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얼마 전 <무인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를 읽었다.
눈시울을 붉히면서 읽었는데 이 소설도 그런 종류다.
전작은 죽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무인역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죽기 전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종착역까지 간다.
“누군가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하면”이란 조건이 붙는다.
이 간절함은 이전 소설에도 마찬가지 조건이었지만 다른 조건에서 차이가 난다.
이번에도 나에게 이런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면 현재는 없다.
종착역에서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또 하나 필수 조건이 있다.
상대방도 간절하게 만나기를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작이 노을 열차였다며 이번에는 추억 열차다.
무인역 슨자역이 죽은 사람을 만날 장소라면 종점 가케가와역은 죽기 전에 만날 장소다.
역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라는 설정이다.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이 전설을 믿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러 간 두 소녀다.
물론 이 소녀들은 실패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들이 바라는 것만큼 상대방도 바라야 하는데 그 연예인이 그들을 알지도 못한다.
이런 추억은 사실과 상관없이 빛나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현실에서 전설은 또 다른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가 바로 상황과 입장을 다양하게 풀어낸 것이다.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이야기 편수가 적다.
모두 네 명이 나오는데 종착역에서 보여주는 행동이 모두 같지 않다.
첫 번째 소녀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그리워한다.
두 번째는 갑작스럽게 이별 통보를 하고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 이야기다.
세 번째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 때문에 늘 타인과 거리를 두는 20대 여성 이야기다.
마지막은 아내는 명탐정, 남편은 조수 왓슨 같은 역할극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만나길 두려워하고,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들은 가족과 갈등을 빚고, 오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두려워한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서로가 간절하게 만나길 바란 이들은 그 소원을 이룬다.
각각의 사연들을 읽다 보면 현실적 고민과 갈등 등이 자주 보인다.
엄마와 딸의 입장 차이와 오해, 자신을 떠난 연인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
자신의 우울증 원인을 자신에게 찾는 실수, 부부의 연대가 주는 사랑과 그리움.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횟수 제한도 없다.
첫 이야기에서는 할머니를 여러 번 만나 그리움을 해소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 소녀처럼 여러 번 만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그 한 번의 기회에 자신을 깨닫고 돌아서기도 한다.
그리고 각 주인공들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과 교차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연작 드라마로 만든다면 재밌는 설정이 되지 않을까?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눈물샘이 터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어느 상황에서 감정이 이입되면서 눈시울이 붉혀진다.
억지스럽지 않은 상황과 현실적인 설정이 판타지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슨자역과 가케가와역이 왜 그런 곳이 되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 두 역에 등장하는 두 역무원은 서로를 알고 있을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니토 씨 사연이 나오지만 부족하다.
실제 이 도시와 철도역이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있다면 한 번 가보고 싶다.
오래 전 멍 때리면서 전철을 타고 다녔던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앞으로 한동안 이 작가의 소설은 계속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