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행인이 오다가다
  • 원근법 배우는 시간
  • 송진권
  • 9,000원 (10%500)
  • 2022-10-24
  • : 318

창비시선 483권이다.

이 시집을 옆에 둔 지도 몇 개월이 되었다.

늘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 잠깐 시간이 나서 읽었다.

시인도 처음 만나는데 충청도 사투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최근 내가 읽은 시집에서 이런 사투리가 많은 것은 처음 만났다.

시집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백석의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 생각을 가장 깊게 한 것은 <두부>일 것이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이 쉼표 없이 표현되는데 그 과정과 소년의 감정이 가슴에 와 닿았다.


첫 시 <장대 들고 따라와>는 어린 시절 추억을 환기한다.

“이렇게 기다란 장대를 높이 들고 가면 /  장대 끝에 우리를 데려갈 새가 날아와 앉는대요”

이 시어 속에 담긴 순수했던 소년의 마음이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웃지만 소리가 없고 눈에 그득 눈물이 맺힌 신발이 놓여 있지 않은 여인에게 나는 세상에서 지니고 온 노래를 풀어놓는다”( <너무 많은 어머니들> 부분)

이 시를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릅니다”(<원근법 배우는 시간> 부분)이 솔직한 감정이다.


<음덕>을 읽을 때 답답한 아버지의 행동이 “나야 그 덕으로 여적 잘 사는 거 같지”에 공감한다.

농사 짓는 논을 보고 “물 가둔 논마다 월인천강 월인천강” (<나의 월인천강지곡> 부분) 이라 노래 부른다.

<장인어른의 필체>에서 같은 마을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낚시 갈 때 짐보따리와 가족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는 풍경 또한 추억의 한 장면이다.

<장날 1>은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고, <장날 2>는 장날에 볼 수 있는 온갖 것들의 기록이다.

이 두 시가 드라마와 다큐처럼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만원짜리를 꺼내놓으면 지금도 공손히 구십도 인사를 하며 두 손으로 받으신다”(<미복이용원> 일부)

늙은 이발사의 이 행동이 왠지 부담스럽지만 센 손아귀의 힘은 느껴보고 싶다.


읽으면서 계속 검색했던 단어가 ‘지프니’다.

인터넷 검색에는 계속 필리핀의 탈 것만 나온다.

혹시나 해서 다 읽은 후 해설에 훑으면서 그 사투리를 알게 되었다.

‘지프내’라고 하고 한자로는 ‘심천’이라고 한다.

‘지프니’는 첫 부임한 여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려갔다가 교장에게 혼난 곳이다.

이 선생님에게 이곳이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었던 것은 결혼 때문이었다.

옛날 대부분의 여성들은 결혼과 더불어 직장을 그만두었던 것이 떠오른다.

“한쪽 손을 프레스기에 바치고 돌아온 아들과 / 젊어 혼자 된 환갑 가까운 큰딸”이 일하는 <새마을꺽방앗간>

노령화된 마을의 풍경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쯧쯧 / 시절은 매화남게 발그레 매화꽃 한두점 버는 봄이것다”(<야묘도추(野猫盜雛) 부분)

이 시를 보면서 옛날 변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공/우/탑>을 읽다 보면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우골탑’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아들 하나 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 당시 최고의 재산이었던 소를 팔았던 그 시절.

“오늘 어린 딸의 밑을 닦아주며”(<밑이 위로 갔던 때> 부분)에서 내 아이가 떠올랐다.

부쩍 자란 아이가 보는 세계가 이 시 속의 세계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느낀다.

읽는 내내 잘 가공된 사투리와 오랜만에 마주한 단어 ‘하이타이’, ‘다라이’ 등이 괜히 반가웠다.

잔잔한 슬픔과 그리움이 느껴졌고, 이 시인의 다른 시집도 읽고 싶어졌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