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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책방
  •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로셀라 포스토리노
  • 15,120원 (10%840)
  • 2019-12-20
  • : 1,50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이 책을 본 사람은 주인공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연민을 느낄 것이다. 그녀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보통 사람이었다. 나도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면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해석한 내용을 써보려 한다.


 주인공 로자는 2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는 독일인이다. 그녀는 나치가 아니다. 하지만 강압에 의해 히틀러를 위해 일하게 된다. 맡은 일은 히틀러의 음식을 먼저 먹는 것. 히틀러는 독살을 걱정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로자의 남편은 전쟁에 나갔다. 그리고 실종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이후 로자는 친위대 장교 치글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로자와 대비되는 인물은 엘프리데다. 엘프리데 역시 그녀와 함께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한다. 로자와 엘프리데는 상반된 행동들을 한다.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건 레니가 강간을 당했을 때이다.


 로자는 레니가 원하지 않으니 그 일을 덮어두자고 한다. 엘프리데는 레니는 어리다고 자신이 대신해서 그 일을 상관에게 고발하겠다고 한다. 


 로자는 수동적이다. 자신이 선택하기보다는 남에게 선택을 맡긴다. 신념보다는 생존본능이 앞선다. 우리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자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로자는 우연히 치글러의 서류를 보고 엘프리데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치글러가 엘프리데를 도와줄 것이라 믿고 엘프리데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 결국 엘프리데는 수용소로 끌려간다.


 로자는 적군이 다가오자 치글러에 도움으로 몰래 기차를 얻어 타고 마을을 탈출한다. 그녀는 남편의 부모님을 뒤로한 채 떠난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대부분 혼자서라도 사는 길을 택하겠지만, 엘프리데는 혼자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부모님들의 곁을 지키지 않았을까 싶다. 


 엘프리데는 생존본능보다 신념이 앞서는 인물이다. 그녀 또한 살고 싶고 두렵다.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틀키면 안된다. 최대한 조심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엘프리데는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선다. 남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자신의 피를 보는 것보다 남의 피를 보는 것이 더 참기 힘들다.


나는 내 피를 보지 않으려고 엘프리데의 검붉은 피를 바라봤었다. 다른 사람 피를 보는 건 괜찮아? 엘프리데가 내게 물었었다. -p402 


 소설의 첫 부분,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로자는 채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피를 보는 것이 힘들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엘프리데의 피를 바라봤다. 대부분의 사람 역시 그렇다. 남의 고통보다 자신의 고통이 두렵고 크게 느껴진다. 


 저자는 주인공으로 평범한 사람인 로자를 선택했다. 그녀 주위에 신념을 선택한 엘프리데를 놓았다. 그리고 히틀러의 암살을 시도했다 실패한 슈타우펜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겁한 사람은 살아남았고 용기를 낸 사람은 죽었다. 


 로자는 전쟁 후 남편과 재회하지만 이혼한다.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남편에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 실종 후의 외도. 남편의 부모님을 놓고 혼자 탈출한 이야기. 엘프리데를 구하지 못한 이야기. 로자에게 그것은 죄책감으로 남았다. 살아남았지만 그녀는 재혼하지 않고 혼자 늙어갔다. 남편은 재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이 대비도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평범한 사람의 죄책감을 통해 전후 독일의 집단적 죄의식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나는 예전에는 비겁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일단 살고 난 다음에 후회를 하든 속죄를 하든 해야 한다 생각했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삼국지>를 봐서 그런가, 비겁하고 구차하게 살아남느니 갈 때 멋지게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로망이지 막상 현실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 요즘은 그게 가장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인 내가 나이들면서 점점 변해가나보다. 엘프리데가 너무 멋있었다. 마지막까지 당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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