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가 언제나 선의로 보답받는다고 굳게믿는 사람처럼 아무한테나 방글방글 웃으며 말을 걸었고 늘 싹싹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대했다. 로사의성격이 그렇지 않았다면 할리는 지금처럼 로사와 친구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나기는커녕 바로 맞은편 가게에 개업한 네일살롱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것이다.
- P17
익숙한 짜증이었다. 참을성이 바닥날 때마다 자신을 포함해 모든 걸 망쳐버리고 싶은 자해와 가해가 뒤섞인 미숙한 마음.
- P31
당분간은 가능한 한 낯선 방향으로 갈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 P51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미연은 왜 같은 삶을 반복해야 하지. 그 수치와 모욕의 시간을 다시금 겪어야 한다니 끔찍하다, 끔찍해.
라고 중얼거렸다.
- P62
친절하고 다정한 말투였다. 나는 더 이상 친절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나를 잘 아는 것처럼 대하는 사람도 믿고 싶지 않다. 믿음을 믿음으로 돌려주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 P109
"나랑 우리 오빠를 만나서 좋아진 건가?"
"글쎄?"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글쎄라고 말을 흐려서 조금 놀랐다. 경은 언니는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어? 아닌가?
싶으면 어느새 찰싹 붙어 팔짱을 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늘 옆에 있어주었다는 것이다.
-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