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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이 고단한 삶이 끝나게 될지...


오늘 내가 뱉은 말 중에 하루 종일 곱씹고 있는 말이다.

여전히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40이 되고 50이 되면 한결 가벼워질거라 생각하고 그 날을 기대했는데,

삶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배가 되어 짓누르고 있다고.


아직 20대 초반, 학점을 관리한다, 과제를 한다, 조모임이 많다, 알바를 구해야 한다며 종종 대는 학생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부끄러웠다. 고뇌하는 삶이 고단한 삶이 부끄러운건 분명 아닐텐데 난 그들 앞에서 부끄러웠다. 그들의 푸르릇함에 살짝 눈물도 났다.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이건 내 삶일 뿐이라고.



 '남도의 해변가 모퉁이 밭'에서 시작된 그의 햇덩이는 평생 그를 따라 다니기도 이끌기도 하며 그의 운명 같은 방랑을 주도한다.

그가 찾는 소리의 실체는 사실은 누이의 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숨을 쥐고 있는 것 같은 그 햇덩이, 애증의 햇덩이인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마음으로 느끼고 담아 본다. 

몇 가지 단어로는 절대 표현되지 않는 그들의 길.


그 방랑과 갈구의 세월이 한스러울 법도 하건만 두 남매는 그저 그것이 원래 그런 것인냥 받아들이고, 그렇게 나고 든다.





난 통 운명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그 단어에 갇힐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이 소리꾼들의 지난한 삶이 그들의 '운명'이라면 그들은 그렇게 학이 되고 그렇게 나무가 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소리로 찾아가던 그 방 안에서도, 진즉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떠나던 때도, 그것은 그들의 운명인 것이다.


"오라비에게 나를 찾게 하지 마시오.

전 이제 이 선학동 하늘에 떠도는 한 마리 학으로 여기 그냥 남겠다 하시오...

그게 그 여자가 내게 남긴 마지막 당부였소.

그리고 그 여잔 아닌게아니라 한 마리 학으로 하늘로 날아올라간 듯

그날 밤 홀연 종적을 감춰갔고 말이오..."


끊는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고 주어진 삶이라면,

애써 끊으려 하지 말고 찾아 나서야 한다.

내 머리 위에도 불타고 있는 그 햇덩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면 숨으려 하지 말자.

땀을 흘리면 흘리는대로, 눈이 부시면 부시는대로,

이끄는대로 발을 떼고, 찾아지는대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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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바쁘게 사는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지내는 중이다. 어쨌든 외견상 투잡을 뛰고 있고 두 아이들 라이드에 살림까지. 많은 일을 하면 그만큼 생각과 에너지가 분산이 되고, 그 말은 결국...깊이와 긍정적 자발성이 어느 정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내가 그렇게 살아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많은 학업과 과제를 주면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리란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난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100% 자발적으로 바쁜데도 이렇게 버거운데...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전 과목 상대평가 등급제에 짓눌려 필기 시험이면 필기시험 - 진짜 싫어하는 사회 과목과 한국사 과목도 점수가 안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수고를 해야 하고 수행평가면 수행평가 -리코더불기, 가창시험, 피아노반주, 도장파기, 고무판화, 농구공 넣기, 오래 달리기, 줄넘기 이단 뛰기, 박물관 탐방하기, 유적지 탐방하기, 직업 체험하기 이후에 각종 보고서 등등등-을 잘(!) 해내야 하고 거기다 성스럽게도 봉사활동까지 시간 맞춰 완벽하게 채워넣어야 한다. 애초에 '해야 한다'는 당위도 개인의 자율에 맡겨진 것이니 힘들면 안하면 되지 않냐, 남들이 yes 할 때 난 no 할 수 있어야 한다 식의 논리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 버리는 사회는, 결국엔 모두 한 곳으로 뛰어가게 만들어 놓고 그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 꼴이다.


여하튼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바쁘면, 그 깊이는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 되어 버린다는거다. 그리고 난 그게 못견디겠다. 어쩐지 남의 삶을 사는 것 같이 겉도는 것이. 그러니까 이 과제 조금, 저 과제 조금씩 나눠 생각하고 큰 문제 없이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 없고 얄팍한건지 요새 아주 많이 깨닫고 있다.


게다가 예전엔 이렇게 바쁘면 저절로 몸무게가 줄어드는 즐거움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내 바쁜 일상만큼 등과 겨드랑이 팔뚝에 바쁘게 붙는 살들은 정말이지 내다 버리고 싶다. 이게 바로 나이 드는건가 싶으니 한편으론 조급해 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서글프다.


** 어제는 그나마 숨통이 틔일 만한 일들이 두 가지 있었다. 

마지막 단풍 구경이라도 한 듯, 오며 가며 기차 타고 지나치는 산등성이 하나하나, 강 굽이 굽이 이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기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쪼개 책에 코 파묻고 서울까지 갔었는데 어제는 그러고 싶지 않을만큼 아련하게 보기 좋았다. 큰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저 멀리 산등성이까지 눈에 담고 나니 조금, 아주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역시 날 살리는 건 나무와 하늘과 바람.


** 또 하나의 즐거움은 드.디.어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른 일이다. 

어쩌면 우리 동네엔 영영 들어오지 못할 곳이라 점점 늘어나는 전국의 중고서점이 남의 집 일인 것마냥 약간 무관심하기도 했고, 가보고 싶다 가보고 싶다 노래를 부르면 그 마음이 왠지 더 커져 서운함이 될 것 같아 그냥 마음 한 켠에 밀어 두었던 곳.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알라딘 대학로점. 아름답게 남은 첫사랑을 길 한 복판에서 마주친 것처럼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설레임.


생각했던 대로 아담했고 따뜻했다. 게다가 그 때 마침 생각나던 책 한 권이 딱 거기 있었다. 또한 계산대에서 들은 말은 오랜만에 설레임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느 누구도 이 말에 설레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말이지만 나에겐 그랬다.

"알라딘 회원이세요?"......

알라딘이라 특별했겠지. 평소에 그렇게 알라딘 예찬자도 아니었으면서 갑자기 다시 애정이 샘 솟는 느낌이랄까.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내 마음을 점원도 눈치 챘을까? 마치 알라딘 회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 것처럼ㅋㅋ


아마도 오랜만에 서재에 글을 쓰게 한 가장 큰 원인이지 싶다. 오랜만에 기분 전환!


** 자, 이제 이번 주말에 읽어 내야 할 책의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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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이삿짐 18박스를 싸서 보내고,

드라마 미생을 몰아 보고나니, 

얼른 가버리라 했던 2014년이 그새 가버렸고,

정신 차려보니 2015년이 시작되었다. 휴...


이제야 노트북 앞에 앉아 뭔가를 끄적거릴 수 있다. 친구 집에 놀러가고 없는 둘째 녀석의 부재도 오랜만의 한가함을 더한다. 여행 중 진작에 구입한 2015년 다이어리를 이삿짐에 넣어 보낸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쌓아둔 책 더미에서 발견. 3일이나 지나서 열어보니 2014년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게 배려된 걸 이제 알았다. 이런.


매년 연례행사처럼 구입하는 다이어리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의 적절한 규격과 포맷을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주간으로 구분 되어 있으되, 메모할 자리가 최대한으로 배려되어 있는 페이지가 나에겐 딱 맞다. 매일 일기를 쓰는건 나의 로망이자 이상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몇 년동안 데일리 다이어리를 구입해 보고나서야 깨달았다. 무겁고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기엔 맞지 않으면서도 책상에 놓고만 쓰기엔 뭔가 아쉬운. 그렇다고 용도에 맞는 작은 스케줄러를 따로 쓰기엔 게으른 사람이다. 그렇게 철저하게 뭔가를 해야 할 일도 딱히 없고 말이다. 계획을 세우는 일 보다는 하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메모가 더 맞다.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할 때에는 작은 포스트잇 하나면 충분하다. 더 어렸을 때의 나와는 반대가 되었다.


계획을 세워도 그대로 진행되는 일이 많지 않은 환경에 너무 오래 있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이 때론 비웃음 받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환경. 아마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도, 그걸 제대로 실행하지도, 좋은 결과를 잘 보지도 못해서였는지 모르겠다......고 자위해 보지만 그건 아니었던 것 같고, 계획 없는걸 더 즐기며, 일이 좀 빵꾸나도 스물스물 잘 넘어가고, 틀에 지워진 일상을 못견뎌 하는, 그러면서도 그 덕에 잘 나가는 사람들과 너무 오래 있었다. 상대적으로 계획적이고 반복되는 일상을 사랑하는 나는, 고지식하고 틀에 박혀있으며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게 정말 오랫동안 날 힘들게 했었다. 계획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것에 맞춰 일을 확장시키고 구축하는 것이 더 체질에 맞는 사람이었으니 그렇지 못한 사람, 그렇지 못한 환경에 적응하려니 처음엔 많이 화가 났다. 지금은 반은 포기, 반은 인정 상태.


그럼에도 제 버릇 남 못준다고, 그리 많지 않은 이삿짐을 싸면서도 여전한 내 버릇들로 며칠 몰두해 있었다. 미리 박스를 받아 최대한 공간을 아껴 가면서 차곡차곡, 메모해 가며 낑낑대다가 결국 어깨에 담이 걸렸는지 영 목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약간 화가 나려는 것을 다스리고 거슬리는 조금의 공간을 너그럽게 허용하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 조그만 공간 하나 더 채워서 뭣에 쓰려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던 방법은 하나. 

두 달 후에 이 짐을 받고 푸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갑자기 열심히 짐을 싸는 내가 좀 한심스러워 보였다고나 할까. 해외 이사를 한 번 해 본터라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두 달을 창고에서 부둣가로, 컨테이너로, 다시 창고로...를 반복하며 눅눅하고 찌그러져 있는 박스들을 거실 한 구석에 쌓아두고 하나씩 풀다 보면, 내가 이런 짐들을 도대체 왜 가져왔는지 의아스럽다. 도대체 이 낡아 빠진 방석은 왜 들고 왔는지, 펼쳐 보면 기름때 묻어 있는 식탁보도, 구멍나기 직전인 낡은 운동화도...


갑자기 온 집안은 다시 거대한 짐 창고로 변하고 난 다시 새롭게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아...생각만해도 끔찍한 일. 싸는 것도 힘들지만 풀어서 정리하는 것도 고역이다. 집이 궁궐처럼 넓고 구석구석 수납공간이라도 많으면 다행이지만, 작고 오래된 집에 살면서 짐을 들인다는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걸 알기에 이번엔 예상보다도 더 적은 짐을 쌌고,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만 넣는다고 했지만, 짐을 받고 풀 때 어떤 기분일지 또 조금 예상이 된다.


그 기분을 예상하며 과감하게 안 입는 옷, 안 쓸 것들은 정리해 버리고 간소하게 간소하게를 되뇌여서 싼 짐인데...그래도 열여덟 박스다. 이사업체 사장님은 우리처럼 짐 없는 집도 없다며 좀 아쉬운 표정이신데 (아무래도 돈이 안되니) 내 눈엔 저것도 많다. 저것들을 다 짊어지고 사는게 인생이라니! 그걸 옮기는데 돈까지 쓰다니! 


두 달후의 아수라장은 잠시 잊고,

어찌되었건 지금은 지금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있다. 집이 휑하니 너무 좋다. 어질러질 이유도 별로 없고 필요한 것들도 눈에 쏙 들어온다. 계획 세울 건더기도 없으니 더 좋다. 읽을 책도 별로 없다는 것 하나는 참으로 아쉽지만 그것도 좀 훈련이 필요하니 참을만 한 일이다. 2015년에 버려야 할 것 중 하나에는 책 욕심도 들어가니까 한 달 정도 훈련해 두는 것도 좋겠다. 한 달 후, 그 어떤 살림보다도 더 많은 책들로 채워진 집에 다시 들어가면 이 훈련도 끝.


아, 처음에 쓰려고 했던건 <미생>에 관한 건데, 그 생각들로 가득차 페이퍼를 열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회사생활이 그리워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회사원이 꿈인 우리 아들은 드라마를 보며 꽤 심각한 눈치였다. 회사 2년 다니면 엄청나게 늙어버리겠다고 한마디 하더니 자신의 꿈을 다시 점검하는 것 같다. '남의 돈 벌기가 쉽냐!' 고 꼰대 같은 소리를 얹었다.


그럼에도 난 그 회사가 다시 그리워졌다. 그랬다. 

내일부터 당장 꿀 같은 휴가를 끝내고 신년회를 시작으로 복귀하는 직장인들은 정말 괴롭겠지만, 난 그 곳이 잠깐 그리워졌다. 매일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출근하던 그 새벽도, 밤을 꼴딱 새고 뜨는 해를 보며 마시던 자판기 커피도, PT에서 열나 깨지고 까만 비닐봉지에 덜렁 덜렁 들고 오던 야근용 김밥 한 줄도, 멋지고 쿨하고 싶은 디자이너였는데 공장에서 박싱하다 구멍난 그 장갑들도...치사하고 더러워서 당장 그만 둘거야를 입에 달고 다니던 우리 동기들도, 되도 않는 조언으로 더 열받게 하던 내 선임 주임도, 서류 집어 던지고 인신공격하던 과장님도(응? 정말?)...


뭐 그렇다는 얘기다. 잠깐 그리워지고 잠깐 상념에 빠지고, 잠깐 그 때 그 시간들로...

여러모로 누군가에겐 저 드라마도 부러운, 그리운, 환타지다. 실제로도 환타지로 끝났으니 우리 모두에게 너나 할것 없이 누구에게 환타지인거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살아내자. 내 길은 누구도 가 본 길이 아닐테니 비교하지 말고 움츠러들지 말고......라고 쓰지만 한동안은 좀 그리울 것 같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Gordian knot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면 풀기 어려운 상황을 뜻해.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프리기아라는 나라에 고르디우스라는 왕이 있었어. 그는 자기가 몰던 수레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굉장히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 놓았어. 그러고는 "장차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대. 그 뒤로 여러 사람이 매듭을 풀려고 했지만 너무 복잡해서 풀지 못했지.

먼 훗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왕이 프리기아에 이르렀을 때였어. 그는 이 예언을 듣고 매듭을 단칼에 끊어 버렸지. 예언대로 알렉산드로스 왕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영토를 정복했고 대왕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됐어.

이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있을 때 알렉산드로스처럼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면 손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널리 알려졌어.

그런데 잠깐! 과연 그의 방법이 적절한 것이었을까?...p.17


 지금 나에게 남은 두 권의 책 중 한 권에 나오는 단어다. 

장그래도 흔들었던 판, 나라고 못 흔들소냐! 해 보지만, 혹은 그 매듭 나도 나만의 방식대로 푼다! 해 보지만 판을 흔든다는 것도, 매듭을 푼다는 것도 환타지라는 걸 너무 많이 알아챘나. 김이 빠진다.

알렉산드로스 왕이라고 별 수 있나. 논리와 지식의 문제를 힘으로, 어찌되었든 풀어낸 결과만을 가지고서는 오래 갈 수 없으니까. 그럼 고지식한 일관성이 필요한걸까. 그것도 모르겠다. 어짜피 정답은 없다는게 더 속 편한 대답이다.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대답도 된다.





배수진을 치다


-배수진이란 물을 등지고 적군을 맞아 싸울 준비를 한다는 뜻이야. 이런 상태로 싸우다가 지면 도망갈 길이 없어 꼼짝없이 죽게 되겠지. 그러면 어차피 도망갈 곳이 없는 만큼 병사들은 죽기 살기로 싸워서 이기려 들 거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잖아...p.123


왜 오늘은 이런 단어들만 눈에 들어올까.

이 책을 읽었으면...하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단어들을 체감하게 되는 날이 올 터인데, 나는 그 삶과 경험을 기대해야 하는건지, 피해갔으면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엄마 마음으로서는 사회에 나가 승승장구 편안하면서도 인생의 깊이까지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봉창 두들기는 기대란 말인가. 몇 번의 배수진을 치고, 때론 사생결단으로 달려들고, 때론 굴욕적인 마지노선을 정해 패배의 쓴 고통을 맛보기도 하는 그런 삶을 살아내도 배울까 말까 한 인생의 깊이를. 편안하게 행복하게 풍족하게 살면서 배울 수 있을까? 분명 아니란걸 알면서도 내 아이에게만은 기대해 보는 마음. 모순이다.


아이가 맞닥뜨릴 세상의 민낯을 훤히 보면서도 편하고 풍족하게 살기를 기대하는 모순.

회사 생활이 싫고 남의 돈 버는 게 싫어 벗어났으면서도 시간이 지나 그리워하는 모순.

짐 많으면 가볍게 살지 못한다면서 또 잔뜩 짐을 꾸려 보내는 모순.


2015년 또 이렇게 무게 잡으며 시작한다. 뒤늦게.

새해에 버려야 할 것이 또 하나 생겼네. 무게잡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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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1-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 하여금,, 반성을 하게 되는 격조 있는 글이셔요 ㅎㅎ;;;
그나저나,,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리의 디자인을 아는 경지는 어떤 경지일까요? 역시 다이어리를 오래도록 써본 사람들이 깨지면서 얻은 노하우겠지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5-01-06 13:29   좋아요 0 | URL
icaru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반성을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매일 매일 반성하며 사는게 인생인 것 같아요.
그렇게 돌아보고 다시 한걸음 나아가고...

다이어리는...국민학교(여기서 나이가...ㅋㅋ) 때부터 매년 의례 구입하는 행사라서요. 경지는 아니구요, 여전히 잘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기록의 경지까지는 가지 못해요. 그냥 매년 이렇게 족적을 남길 뿐이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새해엔 웃을 일이 많은 세상이었음 좋겠어요~

아이리시스 2015-01-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맘님. 해피뉴이얼^^ 새해 인사는 역시 새해 지나고 정신 좀 차려서 해야 진짜죠. 진정성 돋고..
닷새 만에 마음 먹은, 마음 먹지도 못한 계획과 다짐들까지 안드로메다로..( ˝) 이젠 거창한 계획을 거의 안 세우지만 그래도 또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많으니 다이어리가 필요한데.. 알라딘에서 하나 받은 다이어리는 진작 엄마 가계부로.. 엄마손에.. 저는 책을 살 예정이 없는데 말이죠..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셔도 우린 다른 곳에 있지만, 갑자기 가버리신 이후로 우리 거리가 너무 멀었어요. 참 <미생> 몰아보는 가족이 그려져서 괜스레 웃음이 나왔어요. 아직 마지막 두 개를 못 봤는데.. 그게 뭐라고 참.. 연말과 연초는 늘 마음이 정신없이 바쁜 것 같아요.

다시 한번더 해피뉴이얼~^^
언젠가 현맘님이랑 MoMa 가는 꿈, 잠시 꿔봤어요. 영화처럼. 드라마처럼이요. :)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5-01-07 05:19   좋아요 0 | URL
그거 멋진 꿈인데요? 그리고 아이리시스님이랑 같이 간다니...상상만 해도 즐거운걸요! 같이 가서 고흐 그림을 볼 수 있을까요? ^^ 이제 앞으로 뉴욕 갈 일 없을 것 같아서 좀 아쉬워요. 그래서 저도 아이리시스님과 함께 가는 MOMA를 꿈꾸겠어요ㅋ

다이어리...그거 알라딘꺼 괜찮아요? 겉에는 참 괜찮아 보이던데...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알라딘 다이어리를 썼을꺼예요. 아마도. 거창한 계획 안세우더라도 우리에게 다이어리는 꼭 필요해요!


transient-guest 2015-01-07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심리에는 과거를 회상할 때 좋은 쪽으로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으로 들었단 사회심리학개론에서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간 시간, 젊음 이런게 그리운 것 같아요, 저는. 글을 참 잘 쓰시는 님같은 분을 볼 때마다 제 서재가 부끄러워집니다.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5-01-07 07:33   좋아요 0 | URL
종종 님의 서재에 가서 글 잘 읽고 있어요. 이렇게 먼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힘들고 어려웠던 것들도 좋은 쪽으로 기억하려는 습성이라니...인간은 꽤 긍정적인 존재네요^^ 말씀하신대로 그런 것도 같네요. 직장생활 못해먹겠다!며 때려친 사람의 기억이 이렇다니 말예요 ㅎㅎ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칭찬에는 몸둘바를....;;

세실 2015-01-07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어나자마자 북플 기웃거리다 댓글 남깁니다^^ 요즘 살짝 직장생활의 무미 건조함에 지루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4년했고 13년 남았네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ㅎ저도 가지 않은 길을 꿈 꾸네요.
다이어리는 작년까지는 까다롭게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올해는 알라딘 다이어리를 씁니다. 보랏빛 표지도 좋구, 속지도 맘에 드네요. 올해는 저두 좀더 심플하게 살려고 합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5-01-07 07:36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일찍 일어나시는군요^^ 전 이상하게 북플에서 글도 보고 댓글도 종종 다는데 댓글에 대한 답은 꼭 컴퓨터로 달게 되더라구요. 아직도 북풀은 뭔가 어색해요 ㅎㅎ

근데...직장생활을 24년....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렇게 하실 수 있다니, 잘은 모르겠지만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되네요. 물론 가지 않은 길을 꿈꾸는건 누구나의 일이지만 그렇게 직장생활을 꾸준히 하셨다는게, 특히 아이들을 키우면서요, 정말 박수 받을 일이라고 생각되요.

외국 나와 있으니까 알라딘 사은품들을 도통 못 받고 지나갔어요. 그게 제일 아쉽네요. 특히 다이어리요!!ㅎㅎ
 


오늘 크리스마스 예배중엔 내전 중인 콩고에서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와 있는 한 흑인 청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는 내전으로 인해 어렸을 때 부모를 다 잃고, 동생들과도 뿔뿔이 흩어져 어렵게 지내다가 올 해 난민 자격으로 제 3국을 거쳐 입국했다고 한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간호사를 꿈꾸며 공부를 시작했고 자신과 같은 처치의 난민들을 돕고 있다고 했다. 선한 인상의 이 청년을 보며 우리의 크리스마스가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가장 소외된 곳, 가장 더럽고 천한 곳에서 태어나 내내 그런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했던 예수는 정작 자신의 생일에 어디에 있고 싶어할까? 번쩍거리는 조명 가득 달아 놓고 화려한 예배당, 성가대가 부르는 웅장한 크리스마스 성가가 흐르는 곳에 있고 싶어하지 않을 듯 하다. 연중 최대의 세일 기간에 정신없이 쇼핑하는 무리들 가운데 있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이 땅에서의 일은 기존의 가치관을 깨고 아픈 사람들과 죄의 문제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과 뭔가 부족하여 외면 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웠던 것이니, 지금 다시 이 곳에 있는다 해도 여전히 그는 본인의 생일에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


누구는 개독교라 욕하고 누구는 목사나 교회 이름만 나와도 침을 뱉는다. 

2000년 전의 예수는 잘못된 신앙의 모습과 싸웠고, 압제 당하는 곳에 자유를,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를 주기 위해 사랑과 섬김을 실천함으로 욕을 먹었다. 그의 제자들은 그 가르침대로 살다가 거리에서 돌을 맞고 결국 순교했다. 그 때 그들이 욕을 먹었던 것은 사랑하며 섬겼고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기득권자들과 권력자에 의해 핍박 받았지만 반대로 수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반대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예수의 가르침을 묵묵히 따라가며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지만 잘못된 사회를 바꾸기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다. 12명의 제자들이 세상을 대항해 했던 일을, 지금은 수백만의 신앙인들이 있음에도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욕을 먹는 이유는 교회가 너무 부자가 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번영을 위해 신앙을 이용하며, 예수의 가르침과 상관없이 탐욕과 이기로 삶과 분리된 신앙인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칭찬과 비호를 받는 대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곁을 떠나가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주는 본질적인 의미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여러 이유들로 인해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나도 역시 예수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지 못하고 나 편한대로 살면서 교회가 점점 잘못되어 가는데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뭔가 용기와 결단과 실천이 더욱 필요한 때다. 1년을 돌아보며 내년을 준비하며 여러 생각할 거리들이 연말을 묵직하게 만든다. 


**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다는 딸과 함께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었다. 사람이 벅적대는 쇼핑몰에 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고, 소박하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다. 나처럼 요리하는 걸 질색하는 사람에겐 삼시세끼 밥 먹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간식거리까지 만든다는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헥헥.



집 앞 공원에서 줏어온 솔방울에 은색 스프레이도 뿌려 보고, 여기저기서 얻은 소품들로 잠시 분위기를 내본다. 하나씩 손질하는 시간, 크리스마스의 원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이 날이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는 날이 되려면 난 무엇을 나누어야 할지 돌아보게 된다.


절망 속에서 아파하는 사람은 위로를, 실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평안과 문제 해결을,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은 사랑과 기쁨을 받는 날이 되기를...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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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2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급하신 무리들에 몇몇에 속해 있었네요~~~님의 글을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읽어봅니다,,,반성과 함께....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2 23:50   좋아요 0 | URL
아롬모리님~~저도 마찬가지예요. 저 반성하는 의미로 쓴거예요^^ 근데 제가 넘 심각했죠?ㅎㅎ

달걀부인 2014-12-2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쿠키 위에 눈결정체 같은거 어떻게 만드나요? 넘 이뽀서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2 23:54   좋아요 0 | URL
달걀부인님~~저거 저희 딸이 그린거예요 ㅎㅎ 아이싱(icing)이라고 컵케익이나 쿠키 위에 장식하는 일종의 설탕물인데요 물감처럼 짜서 쓸 수 있답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 굳더라구요...딸이 그런걸 좋아해요.
제가 한 일은 재료구입과 반죽 정도예요 ㅎㅎ

sonnie 2014-12-24 23:41   좋아요 0 | URL
아이싱이라고 많이 들어봤네요..아이싱이 설탕을 굳힌거 맞죠?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5 02:47   좋아요 0 | URL
solsolmom님! 아마도 맞을거에요^^ 저도 그닥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른답니다 ;;

cyrus 2014-12-22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크리스마스는 커플을 위한 기념일이 되었어요. 소외된 사람들이 받아야 할 사랑의 선물이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확인하는 상품이 된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쿠기가 맛있어 보입니다. 쿠키 위에 있는 하얀 크림(?)이 어떤 맛일지 궁금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2 23:5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하긴 크리스마스에 호텔이나 모텔이 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아요 ㅎㅎ
쿠키 위 하얀 크림은요 그냥 설탕 맛이예요. 부드러운 크림이라기 보다는 설탕과자맛?^^ cyrus님도 하나 드리고 싶네요~ 크리스마스에 즐겁게 보내세요^^

달걀부인 2014-12-2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그렇군요..이렇게 촌스러워서야... 제과점 쿠키보다 훨씬 더 예쁘다고 따님께 꼭 전해주세요. ^^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3 00:03   좋아요 0 | URL
저도 딸이 알려줘서 안거예요 ㅎㅎ 미국은 워낙 베이킹 재료가 다양하고 많더라구요^^ 저처럼 게으른 사람에겐 별로 필요가 없지만요~~요리 좋아하시나봐요!

달걀부인 2014-12-2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요리는....오..노! 미쿡이신가요? 저는 중국요.. 해외에 계신분들이 꾸준히 책 읽으시는거보면.ㅡ대단하단 생각들어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3 00:15   좋아요 0 | URL
와!!! 중국이시구나. 해외에서 살기 어렵지 않으세요? 사실 전 잠깐 나와있는거라 곧 귀국해요^^ 다른 나라에서 열심히 사시는 분들 참 존경스러워요^^

2014-12-2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3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3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4 0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nnie 2014-12-24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장식이 너무 예쁘네요..쿠키도 너무 예뻐요.. 즐거운 성탄절 맞이하세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5 02:49   좋아요 0 | URL
solsolmom님! 감사해요. 즐거운 성탄 보내세요^^ 자주 뵈요^^

세실 2014-12-26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키도, 크리스마스 소품들도 참 예뻐요~~~~
외국 생활하시는 분들이 훨씬 여유로워 보이세요^^ 현맘님 포함해서요!
저도 성당 다니는데 다른 사람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작은 기적이 일어나겠지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6 14:44   좋아요 0 | URL
이곳은 사실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같은 때라서요, 주변에 보니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기분들을 많이 내더라구요. 또 집 안팍을 장식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관련 소품이나 물건들이 참 많고 다양하고 저렴해요.
그러다보니 저 같은 방문자도 잠시 기분을 낼 수 밖에 없답니다^^
세실님도 신앙생활 하시는군요. 말씀처럼 그런 기적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연말 연시 즐겁게 보내세요^^

2015-01-01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4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뜰 테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태양은 아니다.


탈레반의 테러로 인해 친구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던 학생에게는...

혹은 그 탈레반 테러리스트 들에게는?

왜곡된 신앙으로 타인의 목숨을 앗아간 시드니의 인질 테러범에게는...

혹은 그 테러범에게 목숨을 빼앗긴 세 아이의 엄마에게는?

무고한 수백 명의 딸을, 아들을, 가족을 바닷속에 묻은 유가족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남긴 이 땅에서 이 땅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 세상에서 어디 하루 이틀 일이겠냐마는...

매일 아침 뉴스를 보지 말까 하다가도 보지 않고 모르는 척, 괜찮은 척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기엔 아직 내 마음과 몸이 불편하다. 불편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하지만 외면하며 잘 사는 척 스스로를 속이는 것보다는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모색하는 편이 더 낫다. 좋고 싫으냐보다는 옳고 그르냐에 따라 재미없게 사는게 나란 사람이라 그런가. 나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 비루한 인생이지만 편하게만 살고 싶지는 않다.



내일의 태양...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 것은 어제 읽은 한 기사 때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75년 전 개봉당시 인종차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첫 시사회 장소는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란타 시였는데 그곳은 인종차별이 극대화되어 심했던 곳이라, 극 중 출연했던 흑인 배우들의 시사회 참석을 애틀란타 시장이 나서서 금지하고, 감독에게 압박을 가해 홍보 활동마저 방해했다는 사실이 최근 발견된 감독의 자료에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1940년 흑인 여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은 해티 맥대니얼 역시 첫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이런 이유로 이 영화의 엄청난 흥행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단다.


이렇게 잘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는 영화의 이면에도 고통받는 자들의 외로운 싸움이 있었다는 것. 화려한 자본주의의 이면에는 언제나 억압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린다. '내일의 태양'은 타라의 넓은 대지 위에서 다시 일어서던 스칼렛에게도, 그녀의 흑인 몸종에게도, 이념없이 싸우던 수많은 군인들에게도 동일해야 할테고, 이 화려한 자본주의의 현대에서도 마찬가지일텐데 매일 뜨는 태양 아래 참 많은 차별과 억압이 있다.


**

어쨌든 그 기사로 인해 다시 생각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 작품은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하다. 영화보다는 책으로 먼저 접했고 감동 역시 영화보다 책이 훨씬 더 진했다.


**

처음 스칼렛을 만났던 때의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삶이 고달팠고 어른인간들의 이기적인 관계에 상처받아 있었고 그 와중에 전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심지어 내 생각을 제대로 피력하는 방법조차 몰랐던 사춘기때의 나는 스칼렛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사 하나 하나에 울고 웃었었다. 그 두꺼운 책을 (그때는 두 권으로 나눠져 있었다) 얼마나 많이 반복해서 읽었는지 잘 때도 깨어 있을 때에도 그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교과서 밑에 책을 깔고 보다가 선생님께 걸렸던 기억도...(다행히 문학을 사랑하시는 국어 쌤이라 간단한 눈흘김으로 끝나긴 했지만)


매일 반복해서 지나간 일들에 갇혀 어쩔 줄 몰라하던 나는, 철없어 보이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결국 자신의 삶에 경의를 표하던 스칼렛이 얼마나 대단해 보였는지 모른다. 그녀의 인생이 나의 인생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잠에 들고 깼었다.


이듬해인가 서울의 한 극장에서 대대적으로 재개봉을 했었다. 책에서 느낀 그 느낌 그대로는 역시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집이었다는 그런 웃지 못할 추억도 있다.


그때는 인종차별이니 부당함이니 역사의식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폭풍 같은 현실과 거센 풍랑과도 같은 인생을 헤쳐 나가는 한 사람의 여자에 꽂혀 있었다.그때의 난 스칼렛이 기대하던 '내일의 태양'이 나에게도 뜰 것이며 언젠가는 그 태양 아래서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정말이지 굳게 믿었다. 정말이지 언젠가는...


오늘도 맞이하고 내일도 맞이할 그 태양 아래 난 그 믿음만큼 살아내고 있는걸까? 갑자기 내일의 태양이 뜨지 않을 수도 있는데 (갑자기 내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은 해 보지도 않고 당연히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 다시 희망을 가져보자, 라며 살고 있다. 오늘의 희망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의 태양 아래선 가벼운 희망의 말만 하고 있는 듯하다.


내일은 알아서 뜨겠지, 내일은 알아서 좋아질거야, 언젠가는...

쉽게 뱉어내는 희망의 말 속에 나는 언제나 내 책임도 내일로 미루고 있는건 아닐까? 좀 더 어른이 되어야겠다. 나이와 겉모양만 어른이 아니라. 희망의 말로 내 삶을 그저 흘러가게 두지 않고, 오늘 뜬 오늘의 태양에게 미안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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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4-12-2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탈레반이고 테러고 다른 나라 문제로 마음 아플 겨를이 없다 진짜.
이 나라는 어떻게 되고 있는건가. 깃발 들고 행진할 대학생들이라도 있었던 그때가 더 나은거야 뭐야. 먹고 살기 점점 더 힘들게 만들어 돈 에 눈 먼 사람들로 만들어 놓더니 나라 꼴은 유치찬란하게 돌아가도 심각하지 않구나. 난 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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