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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새장
이경혜 지음 / 글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 있고 싶어한다. 곁에 두고 매일 보고, 매일 눈을 마주치며, 매일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 사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그 모든 것들은 '나'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어찌되었든, '나'의 기준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보통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랑'이란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랑의 다른 이름은 '배려'일지도 모르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 '배려'가 내 맘에 맞지 않고, 내 사랑을 멀리해야 할 일이 생기게 되는 불청객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마네킹이 아니고서야,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이 합일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홀로 외롭게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던 보잘것 없던 새장. 낡고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외로왔지만, 어느날 자신의 품에서 하룻밤 묶어가게 된 작은 방울새 한 마리를 사랑하게 된다. 그 함께함에 너무 좋아 나무의 전령에게 부탁을 하여 특별한 능력을 받게 되고, 그 새가 머무는 동안엔 최상의 조건과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새장이 된다.
새 역시 그런 새장이 가여워서인지 그곳에 머무르게 되지만, 새가 떠나는 즉시, 그 모든 능력이 사라지고 새장은 다시 혼자가 되기에, 새는 자물쇠가 채워져 날아갈 수도 없는 그 새장에 머무르게 된다. 하지만 '새'는 '날아야'하는 존재이다. 날고 싶은 존재도 아니고, 날기를 원하는 존재도 아니고, 그냥 그 존재 자체가 날아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병이 들 수 밖에...
새장은 결국 진정한 사랑은 새를 놓아주어 날아가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픈 마음으로 새를 놓아준다. 훨훨 날 수 있게 된 새가 회복된 것은 자연의 순리...반면, 새장은 그 화려했던 능력은 다 잃어버린 채, 다시 그 전에 외롭고 쓸쓸하고 보잘것 없는 낡은 새장이 되어 다시 그 고독의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다시 새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능력이 있어 황금색으로 번쩍거리고, 지렁이를 무한정으로 제공하며 특급호텔 같은 편안함이 없을 때, 그때가 아니라 정말 낡고 보잘것 없는 그런 때에 새는 찾아온다. 희망을 안고. 새장은 다시는 자물쇠를 잠그는 일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새를 머무르게 한다. 자신도 애써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지 않고도, 사랑하는 새를 자유롭게 하면서도 서로 사랑할 수 있고, 평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겠지...
자연스럽지 못한 것, 자기 자신이 아닌 것, 상대를 배려치 않는 것, 그런 것들은 '사랑'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관계일 때에 더 성숙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