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최대한 책 사는 돈을 아끼고 있다. 예전 집에선 책 꽂을 책장을 더 들여놓을 수가 없다는 이유였지만, 지금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이다. 알라딘에서 사는 책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참고서와 문제집. 한참 그런 돈이 들 시기이니 나는 참고 또 참는다. 앞으로 내 책을 살 수 있는 여유 있는 시기가 되려면 눈이 너무 나빠져 돋보기를 써야만 하는 나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우울해 지기도 했지만. 그런 게 인생이려니 하고 미련을 툴툴 털어 버리는 중이다. 

혹여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첫 월급을 타 내복이라도 사다 줄 수 있는 처지가 된다면, 난 내복 대신 책을 사달라고 할 것이다. 그때까지 나의 눈이 건강하다면. 건강은 내가 지켜야지.



 결코(!) 내가 읽으려고 구입한 책이 아니다. 미적분 배우고 있는, 선행도 하나 없이 맨 땅에 헤딩하다 정말 지하 굴 파고 들어가 버리려고 하는 고2 딸을 위해 준비했지만, 지하 굴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해서 아직 권해주고 있지 못하다. 

미적분 배우던 그 옛날 시절에 무슨 생각으로 공부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말 기계처럼 재미없게 했던 듯 하다. 고3이 되어 수학은 나와는 인연이 없어 하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을 때 이런 책이라도 있었으면 내 인생은 좀 달라졌을까? 싶다. 

방학때 잠시 머리 식힐 겸 읽어보라고 해야지. 둘째 녀석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이건 첫째 녀석꺼다. 싫어하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류의 책도 내 취향은 아니니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의 친구가 추천해 줬다고 했다. 니 인생에는 도움이 될거라며. 이런 류의 책을 굳이 사서 보지 않는 나지만, 큰 녀석을 잘 파악한 그 친구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했기에 기꺼이 읽어 보라고 구입.

이 중에 <상호성의 원리>라는 부분에서 생각하는 바가 있었나본데, 참으로 지극히 단순명료한 아이에게는 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기술이 필요한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 열어 다가가며 오해와 밀고 당김 없이 편안한 관계가 유지된다면....그건 너무 이상적인가? 





이것 역시 백만년만에 온 옆지기의 책 관련 문자때문에 구입. 내가 읽었으나 절대 나를 위해 내가 구입한 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

여하튼 소식 듣고 예전부터 망설이던 것을 덥석, 기분에 들떠 구입했다. 나에게는 조금 낯선 언어들이지만 상을 받았으면 상 받은 이유가 있겠지 하며...







 














과학을 좋아하는 중고생들이라면 누구나 읽는다는(이런 것도 일종의 학습 경쟁인 것 같다) 필독서란다. 과학쌤의 추천이라며 이 엄청 두껍고 재미 없어 보이는 것을 밤마다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는다. 어느 날은 천문학이 매력적이라며 몇 시간씩 카메라로 별을 찍으러 나가고, 어느 날은 화학이 괜찮다 했다가 어느 날은 물리. 과학을 좋아하긴 하는데...현실적으로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과학보다는 수학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하니 그걸 받아들이기 힘든 둘째 녀석은 앞으로 또 어떤 방향으로 진로를 틀게 될까. 아니면 과연 현실을 받아들이고 과연 수학에 매진할 것인가! 꺄아!
















다시 큰 녀석.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아이가 최근에 읽은 책. 남들보다는 늦게 눈을 떠 쉽고 가벼운 책부터 시작한다더니, 흥미는 있지만 그래도 어려운게 더 많단다. 갈 길이 멀다. 이 세대는 꿈을 물어볼 수 없는 시대를 살 것이라고, 누군가 절망적인 말을 하더라. 우리 세대는 성공을 위해 공부했지만, 이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공부한다고.

과연 꿈이라는 것을 지지해주고, 열심히만 하면 이룰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을것인가. 이미 그 시대는 아닌데, 아이들은 학교에서 부모에게서 그런 논리를 강요받는다. 그리고 혼란스럽겠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은, 미래는 이게 아닌데. 

그래도, 이제 막 '질병'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큰 녀석의 이 기특한 '생각'을 응원해 주고 싶다. 무슨 꿈을 꾸던 그 자체로 예쁜거니까. 살아 숨쉰다는 증거니까.


 뭐지. 큰 녀석을 위해 필요할 것이라며 추천 받은...사전은 내가 유용하게 써서 정작 아이는 활용을 그다지 못하고 있고, 두번째 책은 아예 열어 보지도 않는다. '도덕'에 알레르기. '사회'와 '윤리', '철학'은 듣기만 해도 졸립다며 거부한다. 필요할 것 같은데 나도 아직이다. 

'도덕적 인간'에는 관심이 없지만 '나쁜 사회'는 궁금하다.









그리고는 온통 '완자' '쎈' '에이급' '수능특강' 'EBS 기출' 등등등등등....참고서와 문제집으로 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만큼. 그 많은 공부를 해 내는 아이들이 안쓰러울 만큼. 그러면서도 자기 입으로 공부 좀 하게 참고서 사 달라면 신나서 또 즉시 주문하는 엄마. 안쓰러움과 기특함, 현실에 대한 불만과 순응 사이에서 매일 왔다갔다 한다. 


분명 참고서 말고는 산 책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할 거리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 책들 함께 읽고 이야깃거리 삼아 우리 아이들과 말 한마디라도 더 해 봐야겠다. 잘 살려고 바빠졌지만, 되려 바빠서 잘 살 수 없는 삶이 되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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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6-1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맘님 오랜만이에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않죠ㅜㅜ
내복대신 책 좋아요~^^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6-06-14 14:26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잘 지내셨죠?^^
아이들이 클수록 몸은 조금 편해지지만, 정신과 돈주머니는 어려워지네요 ㅎㅎ
그런데도 책 사고 싶으니 엄마가 철이 덜 들은건가요?^^
딴 선물은 다 별로인데 책 선물은 좋더라구요. 아이들이 나중에 사주려나 싶긴 하지만요^^

희망찬샘 2016-06-14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득의 심리학 참 좋더라고요.^^
공부는 아이들이 하는데 왜 이렇게 엄마가 흔들리는 걸까요? 차라리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 ㅜㅜ
아이들이 한창 중요한 시기를 달리고 있군요. 파이팅입니다. ^^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6-06-14 14:27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안녕하세요?^^
설득의 심리학 제가 꼼꼼히 안 읽어봤지만, 책 안 좋아하는 딸이 나름 재미있다고 하는거 보니 다시 제대로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는....정말이지 제가 대신 수능도 보고 학교 시험도 봐주고 싶어요. 요새 아이들 참 힘드네요. 그래도 힘들어 하지 않고 해맑게 학교 다니는 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예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6-1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맘님, 와락, 쪽쪽쪽쪽~

코알라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드는 비용이 장난 아니예요.
저도 요즘 허리띠 졸라매는 중이랍니다. ㅋ

시냇가에 심은 나무 2016-06-14 14:29   좋아요 0 | URL
와!!!! 마고님이다~~~너무 오랜만이죠?^^ 잘 지내시죠?
제가 정신줄 놓고 지내니 이렇게 오랜만에 인사하네요^^
아니 근데, 코알라도 고등학생.....
저랑 마고님은 안 늙는데 왜 아이들만 나이를 먹죠? 이상하네요 ㅎㅎ
마고님이 허리띠를 졸라매신다니...정말 이 세상의 고등 엄마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