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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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0 엘리에저 스턴버그.
이 책의 영어 제목은 NeuroLogic이다. 제목이 ‘신경논리(학)’하고 붙어 있었으면 내가 이 책을 봤겠어. 알라딘 전자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2월부터 줄을 섰는데 여태 기회가 안 왔다. 그러다가 자치구 전자도서관에 신간으로 입고가 딱 되서 예약해서 금세 받았다. 그런데 이번 주중에는 너무 바빴다. 책 볼 틈도 없었다. 반납일이 다 되어서 토요일 자정 가까이까지 부지런히 읽었다. 
영어 원제랑 동떨어지는 낚시성 제목들도 많은데,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책의 내용을 제법 적절하게 담으면서 나를 꼬실 정도로 잘 지은 한국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무척 흥미로운 주제와 사례를 담고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나중에 다시 사서 보고 싶다.

우리가 인식하고 감각하는 세상이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뇌의 가공을 거친 결과라는 것은 올리버 색스의 ‘환각’, 최낙언의 ‘감각 환각 착각’에서 알게 되었다. 이미 올리버 색스의 책들에서 만난 병례들이 자주 등장해 반가웠다. 

책의 앞쪽에 뇌지도 그림이 제시된 게 좋았다. 원작 부록에 있던 그림이라고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물론 늘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수시로 나오는 이마엽, 이마앞엽겉질 정도는 어디에 있나 시각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되었다. 

챕터별로 질문을 던지며 뇌 일부 기능이 손상되거나 정상 작동하지 않는 독특한 사례를 제시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다. 저자가 의사로서 진찰한 사례와 환자와 나눈 대화는 더욱 생생하게 읽혔다.

 
1장 |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가?
지각, 꿈, 외부세계의 창조
꿈을 예언, 예지 같은 신비로운 능력으로 보던 시대도 있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섞여 만들어진 산출물인 걸 알게 되었다.(이 책에서도 한 번 더 설명해준다.)
혀 차는 소리를 내서 주변에 일으키는 반향으로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가 신기했다. 저자가 박쥐의 반향정위와 비교하기도 했다. 다양한 감각은 서로 교차하고 영향을 주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교차점과 다른 감각을 동원해 시각의 부재를 보완하는 동안 (예를 들면 츳츳 소리를 내고 들을 때) 시각정보를 처리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분이 작동한다고 한다. 
꿈에 관해서는, 일곱 살 이후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은 이전 시각 기억으로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는 꿈을 꿀 수 있지만 진짜 시각 이미지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의 꿈은 다소 다르다는 게 (뭔가 보는 듯 하더라도 반향정위를 인식하는 것과 유사할 것이라는 게)저자의 주장이다. 

2장 | 좀비도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있는가?
습관, 자기통제, 자동행동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고 운전하면서 다른 일까지 하는 사례를 들고 있는데, 나는 면허가 없으므로 비슷한 자동행동으로 설거지를 생각했다.
식사 후 조금 있다가 설거지통을 보면 말끔하게 비어있다. 신난다-누가 설거지를 했어! 응 그게 나야… 나는 내가 설거지한 것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무아의 상태로 뭘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딴 생각을 하거나 명상하듯 알파파를 뿜어대며 거품 묻은 수세미로 그릇을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헹궈서 정리대에 차곡차곡 쌓는다. 
저자는 이런 행동이 습관 체계가 형성되고 무의식을 통해 일이 처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의식적 행동을 하는 동안 의식을 집중하는 다른 행동과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고 한다. 
케네스 파크스가 몽유병으로 의심되는 상태에서 장인 장모를 살해한 사건은 정말 끔찍했다. 가끔 두려워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나쁜 일을 벌이는 상상을 했다. 졸피뎀계 수면제를 먹고 저녁 내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린 경험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자유의지에 기반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사람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범죄자를 엄청 미워하지만, 의지 밖 의식 밖 행동의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와 범죄자 마인드…)

3장 | 상상만으로도 운동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가?
운동 통제, 학습, 심상 시뮬레이션의 힘
거울뉴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운동도 안 하다보니 내가 아무리 심상 훈련을 해 봤자 근육이 저절로 생기는 일은 없겠지만 ㅋㅋ그래도 이미지트레이닝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유령통증이라고 들었던, 절단 환자의 부재한 신체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가려움의 이야기가 여기에서도 나왔다. 부재한 신체 대신 거울로 반대편 몸을 비추고 허공에 다리가 있는 양 긁어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신기했다. 우리 뇌의 상상력과 모방, 공감능력은 때때로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4장 |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 감정, 자기중심적인 뇌
남들이 보기에는 거짓말이지만 본인은 거짓말인지도 모르고 하는 말짓기증이 인상 깊었다.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요구하는 우리의 뇌는 무엇이든 가져다 붙여서라도 부재와 의문을 해소하려고 한다.
수많은 이야기들도 그런 경향이 만들어낸 결과물 같다. 영화 라쇼몽도 생각났다. 모든 해석은 결국 자기중심성을 벗어날 수 없고 나 또한 나에게 유리한 진실만 말하고 적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억과 기록의 취약성. 진실이라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그런데도 그거 붙들고  뭔가를 알아내겠다고 기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란. 
그나마도 기억을 뒷받침할 글도 사진도 사람도 물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면, 그래서 모든 게 쉽게 잊혀진다면, 일어났던 일조차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5장 | 왜 사람들은 외계인 납치설을 믿는가?
초자연적 경험담과 기이한 믿음이 생겨나는 이유
수면마비, 뇌 혈류의 일시적 차단으로 보는 환각 등을 사람들이 스스로 납득할 만한,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외계인 납치설은 미국인들의 공유 장르라는 사실도...알게 되었다. 
같은 수업 듣는 분이 쓴 소설 중에 과거 학대 경험으로 인해 해리성 장애-기억을 잃고 야간에 시력이 저하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한 화자는 천사를 만나서 시각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초자연 현상 동호회에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이 책을 보고 그런 상상력을 발휘하신 걸까, 아니라면 이 책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6장 | 조현병 환자에게 환청이 들리는 이유는?
언어, 환각, 자아/비자아의 구분
조현병에 대한 이 챕터는 특히나 관심있게 읽었다. 아빠가 25년 전에 조현병 발작을 해서 망상적 사고를 보이다 입원하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있었고, 그 이야기를 지난 주 과제로 써 냈다. 다 쓴 후에 이 책을 읽긴 했지만, 조현병 환자가 듣는 환청, 자기 의지가 아닌데 남에 의해 생각이 심어졌다고 생각하는 등의 증상의 이유를 짚어낸 부분이 뭔가 크게 도움이 됐다. 혼잣말을 타인의 목소리로 지각하는 일, 자기가 한 생각조차 자기 생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청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전기물고기가 자기가 곧 전기신호를 내보낼 것이다-하고 의식한 뒤 전기신호를 방출하는 식으로 다른 동물의 신호와 자기가 내보낸 신호를 구분하는 수반 방출계라는 기능에 연결지어 설명한다. 
내가 나라는 감각, 나와 남을 구분하는 감각, 나의 말 나의 생각과 남의 말 남의 생각을 구분하는 일조차 당연한 게 아니고 그게 뒤틀리고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 

7장 | 최면 살인은 가능한가?
주의집중, 영향, 잠재의식 메시지의 힘
저자는 직접 영향을 주려고 시도하는 최면의 힘은 강하다고 보지만, 서브리미널이니 하면서 몰래 심어놓는 메시지의 영향은 크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가 구매를 촉진하는 부분은 잠재의식을 건드리는 것보다 대놓고 최면 걸듯 세뇌하는 쪽이 더 강력할 수도 있다는...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파이트클럽에서 영화 필름 사이마다 타일러 더든이 포르노 장면 끼워넣던 생각이 난다. ㅋㅋㅋ 은근하게 던지던 말들이 나에게 어떤 감정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기분 나쁘지 않게) 투덜거리던 날들도. 
정신적 손상 없이 정상 사고가 가능한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살인을 유도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 최면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살인 급의 강력하고 파괴적인 명령을 받으면 최면을 통해 강력한 집중력을 가졌던 사람조차 의식적으로 되돌아보고 억제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까 최면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자기 암시가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레드썬.

8장 | 다중인격은 똑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한다?
인격, 트라우마, 자기방어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자아를 가지고 심지어 그 자아들의 시력조차 다른 사람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학대의 경험. 되게 슬픈 이야기였다.
다중인격에 관한 건 주로 영화에서 독특한 인물과 그로 인한 사건을 다룰 때 등장한다. 뇌와 인식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아란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자아는 뇌의 어느 부분에 있을까 하는 의문에 닿아 있었다. (저자 말대로라면 어느 부분이 아니라 뇌 도처에 있고 뇌가 작용하고 기능하는 동안 만들어지고 변하는 게 자아이고 정체성인 듯…)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 우리의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에 무의식은 그 정체성을 위협하고 구멍이 나는 부분을 메우려고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 왔고, 그런 기능들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사고와 인식부터, 일상이 깨어지고 망가져서 원래 하던대로 사고와 인식을 하기 어려울 때 그 틈을 메꾸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와 다 흥미롭대. 그런데 진짜 읽고 있으면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연구결과가 가지는 설명력,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과정조차 대단해 보였다. 

뇌에 대해 알아가는 건 나라는 개체, 인간이라는 종, 사회라는 그물, 거기에서 생겨나는 이야기에 대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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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심신단련 - 이슬아 산문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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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이슬아.

이슬아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이웃이 인용한 짧은 글만 보다가 전자도서관에 올라왔길래 빌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가가 출판사를 시작하며 분투하는 사연은 알고 있었다. 기억을 짜냈더니 그 무렵 자주 회자되는 걸 보면서 작가 SNS에 들어가서 트럭으로 책을 나르고, 계단을 오르고, 뭐 그런 사연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에세이는 잘 안 읽던 사람인데, 그래도 어쩌다보니 전보다는 자주 본다. 누군가의 일상과 삶을 코앞에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이걸 왜 보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책과 글이라도 한 줄 이상은 건질 게 있으니, 배울 만한 삶의 태도 같은 게 있으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보려 한다.
이 책에서 건진 점은, 글로 먹고 사는 노동자의 삶, 독립 1인 출판사 대표의 생활, 연애든 우정이든 가족관계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삶, 사이좋게 사는구나, 자존감이 높구나, 뭐 그런 감상 등등.
전자책 맨 뒷장 책 정보는 작가가 낸 서평집 정보가 잘못 들어가 있었다. 알고 있나요...

-에필로그에서 밑줄.
‘우리는 서로를 놓치고 나서도 서로에게서 배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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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수국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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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이 커피가 배달되었는데, 이미 해도 저물고 두 잔의 커피를 마신 뒤라 아껴두었다.
아침에 냉동크림파이 신제품 나온 걸 에어후라이에 돌렸는데 맛있었다. 와, 막 크림 들어있어. 해동 안 해도 되고. 대기업의 기술력인가. 그 동안 쓰던 냉동생지는 녹이고 발효시키느라 오래 방치했어야 하는데 편했다. 냉동인 채로 돌려도 바삭바삭바삭한 겹겹이 막 살아나고...
갑자기 왜 파이 홍보냐...대기업 첩자 아님...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 몇 개 안 들었다. 

블렌드 수국을 드립해서 파이와 함께 마셨다. 원두가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가 섞여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아직 자기만의 방도 조금 남았고 마트에서 사온 콜럼비아 원두도 남았는데 또 개봉해버렸다. 요즘은 몸과 마음이 바빠서 평일에는 드립 내릴 엄두를 못 낸다. 
커피 봉투 열었을 때 냄새는 내가 좋아하는 냄새인데 내릴 때는 별 향이 안 났다. 마실 때도 향이 진한 커피는 아니다.
맛은 신맛이 산뜻하고 깔끔하다. 다 마시고 나면 근데 왜 입 안이 화-한 느낌이지. 에전에도 알라딘 커피 중에 그런 거 있던 거 같다. 페퍼민트차 같이 화 한 뒷맛. 깔끔하고 나쁘지 않다. 여름에 어울려서 한 번 마셔볼 만 했다. 다음부터는 다시 싱글 원두....(아님 또 신상 블렌딩 나오면 낚여서 사겠지...)

수국은 꽃이 파래서 신기하다. 파란 꽃 하면 예전에 스머프 시리즈에서 스머페티가 파란 장미를 가지고 싶어 흰 장미에 자기 피부색을 쏟는 마법을 (가가멜한테였나) 위탁했다가 스머페티의 피부가 하얘지고 벌이 꼬여서 고생하는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흰 수국도 있지. 
수국 수국 자꾸 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이름이다. 그런데 수국은 독이 있어서 못 먹는다고 한다. 독 있는 꽃 이름을 커피에 붙인 건 특이하다.
수국 수국 수국 누가 수근대는 거 같고 설국 짝퉁 물 속의 나라 같고 막 뒤에다 꼴통 붙여줘야 될 것 같고 수고한 사람한테 한 잔 내려줘야 할 거 같고 그런데 집에 드립커피 마시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 수고한/할 나놈한테나 내려 먹여야겠다. 

+조금 전에 한 잔 더 진하게 내려 마셔보고 알게된 것
-물 많이 넣고 연하게 +식으면 산미 강함
-물 조금 넣고 진하면 신맛 덜하고 카라멜?카카오?암튼 단맛이 강하게 남
취향대로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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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6-14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국은 원래 흰색인데 땅의 질에 따라서 꽃색깔이 변한대요. 땅이 산성이면 파란색, 알칼리면 붉은색. 신기하죠. 유기농 리트머스꽃인듯.
얼마전에 읽은 나무 이름사전에서본 수국은 수구화라는 한자어에서 나온 이름인데, 수놓을 수. 공 구.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둥근 꽃. 뭐 이런 뜻.
그래도 국수는 먹고싶네요. ^____^

반유행열반인 2020-06-14 12:10   좋아요 0 | URL
우와아 무님 덕에 많이 배우네요. 그래서 꽃 주변에 명반 묻는다고 하는 거였군요. 수구화에 받침 ㄱ은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제 이름 끝글자 받침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할래요. 수국 ㄱ 너 가져 난 하나 더 있어 하고ㅎㅎㅎ
 
[eBook]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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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3 김보통.

간밤 꿈에 반가운 목소리로 걸려온 전화에 나는 꿈속에서 조차 현실에서 하던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시간을 헤아리고, 현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상대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랬던가, 하는 허탈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이게 꿈이구나, 했다.
마음이 쓰고 그런데 뭘 먹는다고 풀리는 사람도 아니고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날들이니 제목만 보고 달달한 거 골라 읽었다.
저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만화가인 줄도 몰랐네. 그런데 겸손한 거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썼다. 내가 못 가 본 나라에도 많이 다녀왔다.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 먹고 만들 줄도 알고 디저트를 소재로 칼럼도 잔뜩 써서 이 책을 냈다. 그냥저냥 좋은 말들이 많았다.

아침에는 스콘을 구워 드립커피랑 먹었다. 이것도 디저트인가. 마지막 마카롱을 사러간지 20일이 넘었다. 봄에는 단 과자에 재난지원금 아동돌봄수당 전부 탕진하며 다녔는데 살만 찌고 단맛에 질려 당분간은 쳐다보기 싫다. 지난 주에는 가족의 생일이라 치즈케익을 사다 다같이 나누어 먹었다. 이번주 가족이 회사에서 받아온 벌꿀 카스테라는 애기들이 너무 좋아해서 난 딱 반 조각 밖에 먹지 못했다. 휴가 끝나고 출근하면서 크로아상 구운지도 오래다. 오랜만에 출근해서 이틀 간은 커피 한 잔 조차 타 먹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그렇게 정신 없이 일하고, 수업을 들으러 가고, 그런 사이에 순식간에 이런저런 일이 정신도 못 차리는 틈에 일어나고
맞이한 주말은 보통 주말과 하나도 다른 게 없었다. 떡볶이를 만들어서 가족들을 먹였다. 오후에 디카페인 커피에 하겐다즈 카라멜 크륌브륄레 모찌??여하튼 비싼 아이스크림을 퐁당 빠뜨려 마셨다. 단맛이 주는 위로는 아주아주 짧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밑줄 긋기
베이글
“무기력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상대는 웃었다. 안도의 웃음일 수도 있고, 허탈한 웃음일 수도 있다. 왠지 너무 성의 없는 것 같아 덧붙였다.

  “그럴 때마다 저는 작은 성취를 이루는 것을 반복합니다”라고 답했다. 예를 들면 베이글을 만드는 것처럼.

다시 말하지만, 무기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한 방에 이 괴로운 감정을 잊게 해줄 해결책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당장의 무기력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탓에 반전을 바라며 더 크고 강한 성취를 원한다. 하지만 큰 성취는 그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 많은 경우 더 크고 강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엔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뭣도 못하는 인간’으로 여기는 지경이 되는 것이겠지.
   
  그러니 베이글을 만들어 보시길. 삐뚤빼뚤 꽃을 그려보고, 턱없이 짧은 목도리를 짜보시길. 놀이터 철봉에 매달리고, 색종이로 거북이를 접어 보시길. 작은 성공의 연속에서 성장을 확신하시길. 사소한 실패를 겪으며 좌절에 둔감해지시길. 별것 없는 성취를 반복하며 승리를 체험하시길. 그런 나날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무기력을 등에 지고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신념이 생길지 모르니.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올린다’는 말로, 의역하자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그때는 어원 같은 것은 몰랐으나, 그때의 티라미수는 여러 의미로 나를 구원해주었다. 솔직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미사보다도 더 감동적인 맛이었다.

아마레티
“하지만 우리가 망하는 건,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지 우리 탓이 아니에요. 미디어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 싱글싱글 웃으며 노력해서 성공했다 말하지만 마이크를 쥐여줘야 하는 건, 망한 사람들, 실패한 사람들이에요. 정말 망한 건, 평범한 노력으로는 살기 힘든 우리 사회예요.”

“여러분. 우리 아무렇게나 살아, 아무거나 됩시다. 

바클라바
번잡스러운 인파 사이로 커플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상하지. 막상 나는 성희롱 당하고, 설거지하고, 빈 병이나 팔면서 여행했지만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때면 좋은 기억만 가졌으면 했다. 슬픈 일 없이, 아프지 않고 돌아가길 바랐다.

도넛
중요한 건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거나, 선택한 것의 결과를 미리 짐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는 도넛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마다 다른 맛의 도넛일 뿐, 어떤 맛이 더 우월한가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섭취한 칼로리만큼 살아내면 된다. 다소 고통스럽겠지만 도넛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당근케이크
케이크에 당근을 넣다니. 누가 그런 악의적 발상을 한 것일까. 아마 처음으로 해삼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사람과 동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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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6-14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익힌 당근 골라내는 사람인데. 당근케잌에 들어간 당근은 조아해요. 해삼을 좋아해서 그론가..

반유행열반인 2020-06-14 12:19   좋아요 0 | URL
저도 당근케익 좋아요 ㅎㅎㅎ해삼은 그냥저냥...익힌 당근 골라내신다니 왜 귀여워요 ㅋㅋㅋ
 
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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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스쥔(史军).

식물책, 나무책을 좋아해서 괜찮아보이면 마구 빌리는데 식탁, 들어가니 조금 망설여졌다. 지난해 읽은 식용식물 몇 가지 다룬 책이 내실이 없었어서...그래도 이번엔 중국 저자야! 식물학자래! 두께가 조금 있었는데 잘 썼고 재미있었다. 이번 식물책 겸 먹보책은 성공이야.

여유적적하고 식물에 대해 잘 알고 먹는 데도 일가견이 있어 나이 지긋한 으르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80년대생이라고 했다!! 내 또래라니. 검색해서 저자 웨이보에 갔는데 음. 공부 잘 하게 생긴 학자의 SNS에는 예쁜 꽃 사진이 가득했다. 중국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식물 사진만 봐도 힐링되는 기분. https://www.weibo.com/sjorchid 음 오늘은 수박이랑 망고 사진이 올라왔다. ㅋㅋㅋ

중국땅이 워낙 넓고 기후대도 다양하다보니 우리가 접하지 못한 채소 과일류도 있고 또 제법 근접한 지역이다보니 우리랑 겹치는 식재료도 많다. 식물의 이름을 우리가 친숙한 말 대신 중국어식 표기를 그대로 둔 게 많았다. 예를 들면 키위를 미후도, 토란을 우두, 캐슈넛을 요과, 꿋꿋하게 이렇게 적어놨다. 그래서 읽다보면 생소하고 헷갈리기도 한데, 잠깐씩 한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랑 컬러 도감을 같이 첨부해놔서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었다.
저자가 글솜씨도 좋고 개그 코드가 나랑 맞아서 읽다보면 피식하는 부분이 많았다. 여러 성분과 특징, 몸에 기능하거나 맛을 느끼는 과학적 원리, 식물 내 포함된 인체에 위험한 성분 같은 걸 소개하는데 친절하고 자세해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런 거 보면 분명 과학책인데, 막 자기가 먹부림 부리다 망한 얘기나 실망한 얘기, 식물이나 풍광과 분위기에 젖어 적어 놓은 부분은 되게 감성터진다. 문돌이 뺨싸대기치는 이과생들이 너무 많아...문돌이도 좀 먹고 살게 살살해 줘…

중국도 우리처럼 뭐 먹으면 몸에 좋대! 하고 열풍 부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엄마가 호두 주면서 이거 많이 먹어, 머리 좋아진대! 하는 건 중국도 똑같아서 웃겼다. 그런데 그런 소문-몸에 좋다 혹은 해롭다-에 대해 저자는 항상 근거 없어, 맹신하지 마, 너무 많이 처 먹으니 문제지. 적당히 조금씩 즐겁게 먹으면 괜찮아. 하고 땡 친다. 이건 한국의 최낙언 선생이랑 완전 똑같았다. 그래서 더욱 친숙했다.

책읽다가 충격받은 사실-키위(중국 이름 미후도)는 원산지가 중국(야생)이고 현재 중국이 생산량 1위 국가다. 레드키위도 중국 야생에서 건져낸 종이다. 백년 전 쯤 중국 놀러간 교사가 키위 씨앗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가져가서 뉴질랜드 사람들이 열심히 키워서 1960?70년도 쯤 자기들 국조의 키위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한다.
그랬어?!!! 냉장고의 골드키위야 말을 해 보렴. 너네 조상이 중국이란다. 어쩐지 우리 조상도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도망왔다는데 그래서 내가 키위가 좋았던 것이냐. (정작 옛날 중국인들은 미후도 안 먹고 관상수로 씀)



-밑줄긋기
피스타치오처럼 딱딱한 흰 껍질을 깨물어 알맹이 부분의 얇디얇은 ‘땅콩껍질’을 문질러 깨끗하게 벗겨내면 라임빛 은행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맛이 은행의 훌륭한 명성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바삭하지도 않고 맛이 시원하거나 좋지도 않았다. 쫀득함과 딱딱함의 중간 정도 식감으로 마치 하루 정도 지난 찹쌀 경단 같았다. 물론 맛은 경단처럼 단순하지 않고 살짝 쓴 맛이 느껴졌다. 

부티르산butyric acid, 카프로산caproic acid, 메틸 N-뷰티레이트methyl butyrate, 메틸 헥산오에이트methyl hexanoate 등이 혼합된 이 냄새는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다. 바나나를 장거리 운송할 때 나는 희한한 악취와 상당히 비슷한데, 이는 지방산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유기산의 고린내다.

  우리한테는 기분 나쁜 냄새지만 붉은가슴다람쥐Rubrisciurus rubriventer, 캐롤라이나 회색다람쥐Sciurus carolinensis, 흰코사향고양이Paguma larvata 등에게는 식사를 알리는 신호인 모양이다. 은행 종자 안에는 전분, 단백질, 지방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100그램당 전분 68그램, 단백질 13그램, 지방 3그램이 들어 있다. 영양가가 이리도 풍부한데 어찌 동물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겠는가.

은행에 들어 있는 시안화수소산hydrocyanic acid 함량은 100그램당 무려 830마이크로그램에 달한다. 게다가 깅골산 등 화학물질은 은행을 상대하기 힘든 종자로 만들었다. 백과의 고장으로 유명한 저장성浙江省 창싱현長興縣 인민병원 기록에 따르면, 은행에 중독된 사례가 허다하다. 1세 미만의 영아는 은행 10알을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고, 3~7세 아동은 30~40알을 먹으면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부드럽지 않고 오히려 살기殺氣를 숨기고 있다.

인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모든 세포가 정상적으로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화학 물질 사이에 전자를 전달하는 게 호흡 작용의 본질인데, 시안화물이 이런 전자 이동을 가로막는 데 선수다. 시안화물이 세포에 침입하면 전자 전달계를 마비시키는데, 이는 세포의 에너지 공장 스위치를 내린 거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세포의 생명 활동이 갑자기 멈춰버려 몸 전체가 붕괴된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각종 야생 식물의 신기한 건강 및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흘려 듣기 바란다. 야생 식물을 먹고 병을 치료한 사례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야생 식물에 함유된 약용 성분이라도, 반드시 정제해 의사의 지도 하에 사용해야 안전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유효한 식물 화학물질이라고 해도 정상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콜히친이 정상세포를 많이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약을 건강보조식품처럼 먹는 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어쩌면 위험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유독성 식물들이 춥고 배고플 때 인류의 식단에 들어왔지만, 생사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목숨을 보전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먹을거리가 풍부할 때는 굳이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이 있는 음식에 도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간파균에서 나는 진한 견과류 향은 이웃들을 자주 끌어들이는데, 식감이 쫄깃해서 잘못하면 혀를 씹을 위험이 있다.
ㅋㅋㅋㅋ

익숙하지 않거나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버섯은 안 먹는 게 상책이다.

  버섯을 먹고 안 먹고는 순전히 좋아하는 마음에 달려 있다.

어느 한 음식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건 결코 이성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는 어떤 음식이 만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상대적으로 음식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고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늘 여러 가지 선택에 직면한다. 우리는 그 선택 덕분에 쾌감을 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먹고 안 먹고는 균형에 관한 문제다. 음식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기 손에 있는 선택권을 잘 선용하며, 쉽게 믿거나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아야 먹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생칠이 최종적으로 형성하는 칠막漆膜은 바로 이 페놀들이 결합해서 생긴 결과다. 이 과정은 오늘날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과정과 거의 똑같다. 단, 플라스틱 생산에는 촉매제가 들어가야 하지만, 생칠은 자체적으로 라카아제laccase라는 촉매제를 가지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망고도 옻나무과 식물이라는 걸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망고에도 우루시올이 미량 들어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켜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열대과일의 왕인 망고를 좋아해도 민감한 체질인 사람들은 망고를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내 주위에 한 친구는 망고를 볼 때마다 흥분해서 막 먹는데, 매번 입과 볼이 퉁퉁 붓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곤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망고를 먹기 위해서라면 그런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 옻나무에 피부가 직접 닿는 것만큼 망고 알레르기 증상이 심각하지는 않다.

  이 밖에도 고급 견과인 캐슈Anacardium occidentale도 옻나무과 일원이다. 우리가 이 견과를 먹을 때에는 독이 든 껍질이 벗겨져 있는 상태라 다행이지만, 캐슈의 속살에는 여전히 세 가지 단백질(Anao 1, 2, 3)을 포함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어 있다. 따라서 캐슈는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여전히 악몽이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과학자들이 캐슈 알레르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아황산나트륨으로 캐슈를 처리하면 알레르겐을 상당부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캐슈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파인애플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과일이다. 파인애플에 들어 있는 브로멜라인bromelain 때문이다. 파인애플을 먹기 전에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먹으면 이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질산염이나 암모늄 자체에는 독성이 전혀 없다. 따라서 질산염과 접촉해서 중독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질산염의 동생인 아질산염은 다루기 쉬운 대상이 아니다. 아질산염은 헤모글로빈을 강점해 산소 부족으로 사람을 죽게 만든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아질산염이 아민amine 물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질산염이 인체 내에서 아질산염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은 질산염은 소화기관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는데, 이 질산염들은 침샘으로 보내진다. 타액이 분비되면서 질산염은 또 구강으로 들어간다. 구강에 있는 수많은 세균들은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환원시킨다. 알고 보면 문제는 인체가 자초했던 것이다! 대다수 질산염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새롭게 순환을 시작하는데, 일부는 체외로 배출된다. 이때 본분을 지키지 않는 아질산염은 소란을 피울 궁리를 한다. 만약 위장의 산성酸性에 문제가 생기면 아질산염은 아민과 쉽게 결합해 강력한 발암물질로 변신한다. 질산염과 아질산염의 가장 두렵고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량의 아질산염은 구강 미생물 환경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이다. 아질산염이 있기 때문에 유해한 혐기성 세균이 말썽을 일으키지 못한다. 또, 많은 아질산염은 일산화질소로 환원된다. 이 물질은 인체가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에 있는 물종은 본래 인류를 위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모든 물자가 제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게 만드는 방법이야말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1904년 어느 뉴질랜드 교사가 후베이湖北성의 한 교회에서 선교 중인 여동생을 만나러 중국에 왔다. 그런데 이 교사의 이름이 미후도의 운명과 단단히 묶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녀의 이름은 바로 이사벨Mary Isabel Fraser이었다. 그해 이사벨은 델리시오사의 종자 한 봉지를 뉴질랜드로 가져갔다. 그녀가 가져간 종자는 미후도 세 그루로 자라 순조롭게 개화하고 열매를 맺었다. 이 세 그루가 현대의 미후도 산업을 일으킬 줄이야! 현재 전 세계 키위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품종인 헤이워드Hayward가 바로 이 델리시오사 세 그루의 후손이다.

황금색 과육의 미후도는 인류의 심미적 본능에 확실히 더 부합했다. ‘햇살을 담은 과육’이라는 광고 문구도 대중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이것이 델리시오사의 신품종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미후도, 즉 키넨시스chinensis라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골드키위는 품종이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에서 육종한 금도金桃이고, 다른 하나는 뉴질랜드에서 재배한 제스프리골드Hort16A다. 전자는 중국과학원 우한武漢식물원이 장시성江西省 우닝현武寧縣에서 발견한 키넨시스 야생 우수 식주를 발전시킨 것이고, 후자는 뉴질랜드가 중국에서 인종한 키넨시스의 잡종후대filial generation다. 제스프리골드가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된 1998년부터 계산하면, 골드키위는 불과 십여 년 만에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했는데, 이는 과일색에 대한 인류의 선호도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다. 고무적인 것은 노란색 과육인 키넨시스 경쟁이 더 이상 뉴질랜드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후도의 원산지인 중국도 마침내 치열한 세계 시장 경쟁에서 저력을 갖추게 되었다.

  금빛 과육을 자랑하는 품종 말고도 붉은색 과육을 가진 키넨시스 역시 최근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홍양紅陽과 초홍楚紅 두 가지가 대표적인 품종인데, 안토시아니딘이 풍부해서 과심果心 부위에 가까운 과육이 화려한 붉은색을 띤다. 처음 레드키위를 먹었을 때 나는 외국에서 수입한 고급 과일을 먹었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레드키위 품종이 전부 중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이라는 걸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양배추 군단이 중국에 전해진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양배추 방면군의 세력은 이미 막강하다. 꽃양배추, 브로콜리,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콜라비 등은 모두 양배추의 다양한 변종에 불과하며 우리가 먹는 부위와 형태만 다를 뿐이다.

사온 브로콜리를 금방 다 먹지 않으면 윗부분의 초록색 꽃봉오리가 작은 노란색 꽃으로 변하는데, 유채꽃과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다. 양배추가 유채꽃의 조상이기 때문이다. 

TRPM8 수용체에는 그것의 신분을 나타내는 ‘CMR1cold and menthol receptor 1’이란 별칭도 있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CMR1의 주된 기능은 차가운 온도 자극과 멘톨의 자극을 받아들여 유기체에 차가운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고추가 우리에게 아릿한 느낌을 주는 것도 고추가 온도를 높여서가 아니라,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 상응하는 신경수용체를 자극해서 뜨거운 물에 데인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힘든 환경에서 자란 식물들이 광고에서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대상이 되었다. 보통 이런 구실을 댄다. “생각해 봐. 그렇게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았으니 그만큼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겠어? 먹으면 당연히 몸에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능력은 없다. (단호)

현대인의 문제는 너무 적게 먹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먹는 데 있다. 우리는 어떤 신기한 음식을 통해서 과식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를 바 없다. 빙초든 일중화든 우리 음식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음식을 다양하게 먹는 것만이 영양 공급과 신체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금씩 골고루 먹으렴)

맛있는 향신료의 이름들을 들으니 순간 달도 커다란 화이트 초콜릿처럼 느껴진다. 말하는 바에 의하면, 매년 중추절中秋節을 보내고 나면 월계수 잎 하나가 지구에 떨어지는데, 마노瑪瑙 같은 그 잎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다만 그걸 주운 사람이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누군가가 그 잎을 주웠다면, 그 잎은 고기 삶을 때 들어갈까 아니면 디저트 안에 들어갈까?

고기를 삶을 때 솥 하나에 월계수 잎 하나만 넣어도 충분하다. 너무 욕심을 부렸다가는 고깃국이 월계수국이 되고 만다. 내가 직접 겪어봐서 잘 안다.
ㅋㅋㅋㅋ

충채冲菜, 개채芥菜 종자(겨자씨), 산규山葵, 랄근辣根 등에서 알싸한 맛이 나는 건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라는 화학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에는 특수한 개말芥末 향이 있다. 거의 모든 십자화과 식물에는 이 물질이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배추, 무, 양배추, 브로콜리에도 이런 매운 맛이 있다. 이 특수한 향은 사실 해충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냄새를 견디면서까지 범죄를 저지르려는 곤충들은 거의 없지만, 이런 위협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특이한 동물들도 물론 있긴 있다. 심지어 이런 자극적인 맛에 빠지기도 하는데, 인류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잘게 자르지만 않으면 이 채소들은 자극적인 향을 풍기지 않고 온순하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이 화학 무기들이 글리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동물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에만 이에 상응하는 효소가 작용하는데, 이때 글리코시놀레이트가 분해되어 이소티오시아네이트를 방출하면서 코를 찌르는 물질로 변신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식물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내게 식물 사진을 보내서 대마가 맞는지 물어보는 네티즌들이 가끔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진 속 주인공은 피마자蓖麻子나 추규 같은 식물들이었다. 나는 질문자가 건넨 감사 인사에 뭔가 불만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말에는 “어째서 나는 대마를 만나지 못하는 거야!”라는 속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야이 예비 대마사범들...근데 왜 나도 어째서 나는! 하냐...

요과는 껍질이 없는 단순한 견과가 아니다. 따라서 다음에 요과를 먹을 때는 독이 있는 단단한 껍질, 그걸 벗겨내기 위해 애쓰던 노동자, 그리고 요과를 받치고 있는 ‘대형 사과’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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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6-07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는데요?? 식물책은 재밌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반유행열반인 2020-06-08 03:08   좋아요 0 | URL
재미도 있고 유익했어요. 저 아저씨 웨이보에 (한자 잘 모르지만 제가 읽기로) 식물인스쥔. 하고 적혀있는데 식물인간 말장난 한 듯 싶어 웃기다가 저렇게 이름 앞에 뭘 붙일만큼 한 부분에 정통한 게 나도 있나 싶어 곰곰 생각해봤지만...그냥 반유행열반인 말고는 이룬 것도 내밀 것도 없네요. ㅎㅎㅎ syo님은 독서인syo 붙여도 안 부끄러울 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