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는 못해도 책 구매는 꾸준한 나날. 월초가 되어 알라딘 직배송으로 어린이용책 dot to dot이랑 스티커북도 사고, 직배송 중고로 진화 관련책도 샀다. 


 회원 개인 판매 물품 중에 팔백작님께 홍보 당해 눈독들이고 있던 ‘세레나데’를 5000원에 팔고 있는 걸 찾았다. 아니, 나름 신간 아닌가? 이거저거 요거저거 신나게 담아서 출간 1-2년 밖에 안 된 제법 신간들을 3만3천원에 7권… 너무 아름다운 구매다!

 


 스터디카페 다녀와서 신나게 책 택배 상자를 열었는데…열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박스 틈새로 보이는 책은 내가 살만한 제목이 아니었다. 덤을 주신 건가… 그러나 모두다 생소한 책들…깨끗하지만 제목부터 처음 접하는 책들…


 책 상자 열면서 그렇구나…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구나… 인생 한 방 있는 걸까 궁금하다 그렇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

 판매자님과 연락을 취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역시나 엉뚱한 소설책 만화책만 받으신 다른 구매자분이 계신 걸 확인했다. 우연히도 둘다 7권의 책을 주문해서 책 배송이 반대로 간 모양이었다. 

 제 책들은 거기 잘 있군요…

 다시 반품 과정 거치지 않고 구매자끼리 서로 보내주고 판매자님이 보상하시는 걸로 합의가 되어서 다행이지만… (아니 이거 알라딘이 알면 안 되는가?) 저녁 시간은 택배 까고, 연락하고, 다시 포장하고, 택배 예약하다가 밤중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거의 20년을 샀어도 책 잘못 보낸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희소한 경우인 것을 보면… 참 잘했어요 알라딘. 중고 구매의 고충? 재미? 이변? 세상은 넓고 다양한 책이 존재한다는 것도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두 사람에게 같은 편지 적어 보냈다가 겉과 속의 이름 틀려서 날벼락 떨어진 흘러간 옛 가요도 생각났다. (왜? ㅋㅋㅋㅋㅋ) 같이 듣고 가시죠. 쿨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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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4-06 0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두 사람한테 편지와 다른 걸 보내기도 하는데, 보내고 나서 편지 바뀐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다행하게도 그런 일은 없었어요 거의 마지막에 한번 더 보기는 하는데, 그걸 안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걱정했어요

책이 바뀌어서 오다니... 그런 일은 어쩌다 한번 일어나겠지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4-04-06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런 식은 처음 겪어서 당황했는데 일단 잘 해결되길 빌고 있어요. 저도 애기 때는 종이 손편지 많이 썼는데 아직도 손글씨 편지 쓰시는 희선님 편지 받는 분은 다정함을 오롯이 느끼시겠습니다.

잠자냥 2024-04-06 0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보통 영화에서는 저러다 사랑이 싹트고……🤔

공쟝쟝 2024-04-06 11:06   좋아요 1 | URL
떼잉…. 몹쓸… 총상 입은 밤하늘과 급박하게 돈버는 부자 사이에는 한 톨의
불꽃이 일지 않는다…

공쟝쟝 2024-04-06 11:08   좋아요 1 | URL
하지만 공쟝쟝은 저 책탑에서… 상당한 위험을 발견하고 마는데…

반유행열반인 2024-04-06 11:36   좋아요 1 | URL
이 경우엔 책 바뀐 사람이 상대인지 판매자가 상대인지
헷갈립니다…둘다?!
공쟝쟝님 그렇죠 푸코가 있더라구요…

공쟝쟝 2024-04-06 11: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ㅋㅋㅋㅋㅋ 푸코죠 ㅋㅋㅋㅋㅋ 투자…와… 푸코적 저항 ㅋㅋㅋ (그만햇) 저는 저 사람과라면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책 목록의 아이러니를…. 알고 싶다…

반유행열반인 2024-04-06 11:41   좋아요 1 | URL
그래도 책 읽는(?)파는(?)분들이라 순순하게 교환해, 미안해, 잘 이루어졌습니다. 다른 물건 같으면 아 됐고 나는 반품신청할란다 알아서 바꿔다 똑바로 내놔라 할 거 같은데 말이죠…

공쟝쟝 2024-04-06 11:46   좋아요 1 | URL
사랑이 싹트지 않아 다행입니다. 제가 이토록 쉬운 여자라는 걸 사람들이 알면안되는데… 댓글 배려브럿네 ㅋㅋㅋ 주말 잘보내요 반반님!

반유행열반인 2024-04-06 11:49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도 주말 잘 보내시길!!

Falstaff 2024-04-06 0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레나데 5천원, 심봤다!!!

반유행열반인 2024-04-06 11:38   좋아요 0 | URL
심봤다! 외치고 배송비 무료지점까지 살뜰하게 긁어 모았는데…뜯고보니 미셸 푸코랑 톨스토이가 유일하게 아는 이름이지 뭡니까…

새파랑 2024-04-06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왠지 극과 극의 책탑이군요... 재미있는 상황은 열반인님에게만 생김!

반유행열반인 2024-04-06 11:39   좋아요 1 | URL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책들이라 당황했습니다ㅎㅎㅎ 상황은 재미있는데 택배 박스가 테이프 칭칭 감긴 걸 뜯다 훼손되서 다시 포장할 때 애 먹어서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아요.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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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프리모 레비.



 시작은 예쁜 담요였을지도 모른다. 올리버 색스가 자기 나이와 같은 원자 번호의 원소로 이루어진 기념품을 모으는 장면을 읽고 흥미를 느꼈을지도. 이젠 정확한 내 나이를 모르겠다. 이트륨, 지르코늄, 니오븀 셋 중 하나인데, 셋다 내구도가 좋다고 한다. 다른 금속에 섞어 강화시켜주거나, 산화물을 치과 치료에 쓴다. 확실히 살아온 중에 몸도 마음도 제일 튼튼한 시절이긴 하다. 


 

 막연하게 물리나 화학 공부를 더 해 보고 싶었다. 그럼 수학도 왠지 같이 해야 할 것 같고. 과학이든 수학이든 고교 수준부터 보자, 그럼 아예 수능을 볼까? 하다가 그해부터 약대가 다시 수능으로 입학생을 뽑는 걸 알게 되었다. 화학, 화학이다! 하고 EBS 화학 강의를 몇 개 보다 보름만에 접었다. 진리의 생지(생명과학+지구과학)! 입시에 성공하면 나는 주로 화학을 공부하게 될텐데, 화학을 배우려면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으로 대학 문을 뚫어야 하는 묘한 상황… 작년에 조금 쉬는 김에 물리 해 볼까...하면서 내신 강의를 석달 정도 2/3쯤 듣다가 다시 생명과학으로 돌아왔다. ㅋㅋㅋ반도체까지 배우긴 했는데 역시…물리야 만나서 반가웠고 시험으론 만나지 말자…



 책 쟁이는 비중이 문학과 교양과학책이 거의 반반 비등비등한, 뼈문과지만 이과로 개조되길 열망하는 나새끼는, 그래서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라는 책이 오래도록 궁금했다. 무슨 책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내가 읽으면 좋아할 것 같았다. 막상 중고로 책을 마련하고 나니 어, 과학책인 줄 알았는데 소설이야? 작가가 과학자 아니야? 소설가야? 아 둘다야? 읽지도 않고 그냥 어리둥절하면서 꽂아놨다. 그러고나서도 프리모 레비 책만 보이면 막 주워모아서 다섯 권이나 꽂아 놨다. 읽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오래 읽지 않았다. 읽게 된다면 주기율표가 제일 먼저겠지. 



 해가 바뀌고서 책을 펼쳤고, 거의 석 달에 걸쳐 읽었다. 책은 깜짝 놀랄 정도로 흥미로웠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좋았다. 그런데도 책을 매일 읽지는 못하는 딱한 날이 이어졌다. 강제수용소 생활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하여간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나날이다. 공부를 많이 못한 날은 공부도 안 하는 게 책은 무슨! 공부 많이 한 날은 상으로 읽자, 하지만 이미 피곤해져서 그냥 쓰러져 잤다. 졸음을 참고 열한시 열두시 언저리에 원소 한 꼭지씩 읽는 날은 운이 좋았다. 그리고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컵받침에 쏟은 설탕 알갱이 한 알 한 알 집어먹어서 즐거운 건지 설탕은 원래 맛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그랬다. 



 철의 이미지와 잘 맞는 산 타는 강인한 산드로(산에 올라가서 산드로? 미안…)의 이야기가 강렬했다. 읽어나갈수록 강렬함과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자꾸 갱신되었다. 폐기물에서 니켈 추출하려고 광산에서 일하던 시절 레비가 쓴 환상동화들도 좀 어이없지만 재미있었다. 야, 거대한 납 맥 찾았으니 이제 자손을 퍼뜨리자! 수은 판 돈으로 내 부인한테 껄떡대는 놈한테 소개시켜줄 여자를 데려왔는데 그냥 이 여자, 나랑 살자! 이런 원시적인 빻은 이야기가 왜 재미있어…

 인으로 당뇨 치료하려는 무의미한 실험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의미있었던, 좋아하는 직장 동료 겸 동창생 여자친구 붙잡지 못하는 이야기, 포로로 잡힌 중에 곧 다시 풀려나 흐르는 강에서 사금 캘 것을 자랑하는 다른 죄수를 보고 부러워하는 이야기, 왠 고객이 고객 상담하자고 갔더니 지루하게 생존담 썰 풀면서 패전 독일 병사들이 준 우라늄이라고 보내준 걸 분석한 이야기, 감광지의 완두콩 얼룩의 비밀, 결함있는 니스 원료와 바나듐 때문에 재회하게 된 수용소의 독일군 학자, 마지막은 탄소 순환을 온갖 비유 버무려 아름답고 비장하게 마무리해서 오 사기다… 화학자가 글도 잘 써… 생존도 잘 해… 남의 이야기도 잘 듣고 잘 주워다 잘 모아놨다 했다. 

 본문도 좋은데 말미에는 필립 로스가 토리노의 레비 집 찾아가서 대담한 내용을 정리해 놨다. 나도 질 수 없지! 문돌이 파워! 하고 인터뷰 도입부부터 겁나 힘준 게 느껴져서 이거 읽는 재미도 좋았다. 필립 로스는 질문 던지는 거 보니까 참 좋은 독자였다… 레비는 로스랑 이야기 나누면서 내 책을 이렇게 열심히 제대로 읽은 사람이랑 말하니까 좋다 히히 했을 것 같다. 그치만 지금은 두 할배 다 이 세상에 없구나…


 나와 주변을 이루는 수많은 물질들 대부분에 앞선 사람들이 열심히 이름을 붙여 두었다. 분자 구조식이랑 특성이랑 다 잘 분석해서 요렇게 조렇게 활용할 방법도 찾아 두었다. 새로운 걸 발견하거나 만들기는 커녕, 남들이 이미 그렇게 정리해둔 물질 중 아주 일부를 시험 기간 앞두고 이름과 화학식과 특성을 나타내는 숫자들과 구조 등등을 달달 잠시 외우다 잊어버리고 말겠지. 나한테 그걸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말이다. 하고자 하는 것, 하게 될 것은 명확하고 그걸 하겠다고 해야 할 수단도 분명하니까, 해야지. 그때 되면 모아둔 남은 레비의 책도 내킬 때마다 술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뭐 화학 공부 안 하게 되어도 책은 읽을 수 있겠네… 


 알라딘 사은품으로 모셔둔 주기율표 북램프는 왜 이렇게 불빛이 흐릿하고 약하고 표면도 희끄무레하냐...거의 4-5년 만에 그 이유를 알았다. 양면을 덮은 보호 필름을 하나도 떼지 않아서 그랬다. 필름을 벗겨내자 빛도 음각된 주기율표도 아주 또렷하게 방안을 비추었다. 인간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나트륨 넣을 자리에 칼륨 넣고 펑 터지고 난리 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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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29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 화학 수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 인간은 다양합니다! ㅋㅋㅋㅋ 레비의 이 책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궁금해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03-29 20:56   좋아요 1 | URL
그게 딱 2년 반 전 나새끼의 바람이었고…지금은 아닙니다…안 하고 싶어요…공부 1도 안 한 영어 역사만 1등급, 시간 조금 들인 국어도 1등급인데 대부분의 시간 쏟아 붓는 수학 과학은 내내 3,4등급 ㅋㅋㅋㅋ 저는 역시나 뼈문과였던 것입니다… 레비 다른 책은 읽으셨군요. 저한테는 아주 좋았습니다.

새파랑 2024-03-30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과학탐구 물리 했었는데 ㅋㅋ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물리 화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던데,
대단하십니다 ㅋㅋ

근데 주기율표 북램프 사은품은 갖고 싶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03-30 11:01   좋아요 1 | URL
4-5년 전 사은품이었는데 램프 사진보고 은근히 물욕 올리시는 분이 있네요 ㅋㅋㅋ알라딘은 주기율표 굿즈 시리즈 재출시를 고려해주십시오 ㅋㅋㅋ안경수건처럼 헐랭하게 만들지 말고 이쁘게 ㅋㅋㅋ

2024-04-05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5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르물 독서 경험이 없어서 이런 묘사 익숙하지 않다…사진 뭐야…나쁜 아저씨다!

 닭날개인데 음란 마귀 소환하는 만듦새…본문은 더 가관… 더 놀라운 건 이 책 요리책? 레시피북? 그렇습니다..

 3월 콜렉션 끝, 했는데 알라딘이 적립금 선물 줘서 감사히…이전 구매에 품절났던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랑 ‘하우투리드 사드’(뭘 하우투야…네 권 봤음 다 봤는데 또 볼 거냐), 만화 ’중국인 이야기‘ 합본을 개인 판매자에게 샀다. 그리고 싸 모으고만 있는 제프리 유제니디스 ‘결혼이라는 소설’도 주문했는데 아직 안 옴… 안 읽고 안 사는 한 해를 기원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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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08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눌렀지만... 저 사진에 좋아요 누른 건 아닙니다~!!

헐....(로스트) 치킨 먹기 싫어져요. ㅠㅠ 넘해ㅠㅠㅠ

메뉴판에 에로치킨 있을 듯;; -_-

반유행열반인 2024-03-08 17:02   좋아요 1 | URL
이 책 목차가 없네(스포 방지인가…) 뒤적뒤적해보니 에로치킨은 없구요,

사정 없이 농락당한 치킨
툭 불거진 체리 햇닭
엑스트라버진 닭가슴살
멈추지 마세요 치킨
알싸하게 매 맞은 치킨

… 잠자냥님 이쪽 장르로는 정보량이 점잖으신 것으로…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아 저건 챕터명이고 음식 이름은 다 따로 있더라구요. 저녁은 치킨인가?!?!

잠자냥 2024-03-08 17:22   좋아요 2 | URL
라딘 서재에서 별명 중 하나가 변자냥이긴 한데… mbti도 edps(라고 합디다만) 음식으로 장난 치는 건 안 됩니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3-08 21:5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사진도 음식도 고퀄이라 장난 아니고 진심인 거 같아서 더 이상한 책입니다…아무래도 읽을 거 같다 이건…

얄라알라 2024-03-10 12:09   좋아요 1 | URL
변자냥이라니^^;;; 우리 잠자냥님...하긴 요 닉넴이 어떤 초성과도 은근 잘 배합됩니다.

새파랑 2024-03-08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왜 음란마귀인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잠자냥 2024-03-08 17:37   좋아요 4 | URL
오늘치 알코올 부족이라 그렇읍니다~!!

새파랑 2024-03-08 17:39   좋아요 3 | URL
제가 너무 순진(?)한거 같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03-08 21: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새파랑님 어색한 연기??

Falstaff 2024-03-08 21:50   좋아요 2 | URL
고우영 삼국지에서 도원결의 장면을 보면 염소를 통으로 잡아 사진처럼 자빠뜨려 놓습니다. 이때 장비가 염소한테 말하지요. ˝짜샤, 가랭이 오무려.˝
ㅋㅋㅋㅋ 새파랑 님, 은근히 순진하셔요. 아니, 노골적으로 순진하신가?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3-08 21:58   좋아요 2 | URL
아니 굳이 저따위로 결박해서 날개 끝을 상향시켜야 했는지…저는 닭날개 제일 좋아하긴 한데…새파랑님 채식주의자이신가 봅니다.
저도 고우영 삼국지 봤는데 유비 사팔이랑 장비 수염은 기억나는데 염소는 기억이 안 나네요 ㅋㅋㅋ 숫염소 였나보다…

새파랑 2024-03-08 23:10   좋아요 2 | URL
저 진짜 잘 모르겠습니다.....

뭐 사진이 약간 거부감이 들긴 합니다 ㅋㅋ

제가 치킨은 순살만 시켜서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3-10 18:34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소바바 순살 치킨 한 마리 값에 몇 봉다리씩 시켜서 어린이들 주구장창 그거만 해주네요 ㅋㅋㅋㅋ

stella.K 2024-03-08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좋아하는 닭 가지고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그런데 이 책은 또 언제 나와서 절판까지...?
사진 끝내주네요. 밧줄로 꽁꽁 단단이 묵는 저 놀라운 저 신공. ㅋㅋ
그래도 나올 때는 반응이 꽤 괜찮았나 봅니다.
글치 않아도 어제 통닭과 양념 후라이드를 먹었는데 앞으로 먹을 때마다
이 책이 생각 날지도 모르겠네요.ㅋ
내용은 어떤가요?

얄라알라 2024-03-10 12:08   좋아요 2 | URL
절판 ㅋㅋㅋ어쩜 좋아요^^;;;;

반유행열반인 2024-03-10 18:31   좋아요 1 | URL
스텔라 케이님께서 궁금하다셔서 조금 봤는데 닭이 여주인공, 요리사 칼잡이 아저씨가 막 느끼하게 녹여버리는 묘사하다가 메뉴 딱 소개 그런 구성입니다 ㅋㅋㅋ 오래 전 책이라 대상화 성애화 그런 게 거슬리지만 로맨스 소설 장르들 뭐 여전히 그럴 것이고 그걸 음식으로 비트니까 웃기구나 하고 보는 정도입니다. ㅋㅋㅋ

dollC 2024-03-09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닭도 닭인데, 닭가슴보다 아자씨 가슴에 눈이 가는 건 왜죠? 이 책 범상치않군요ㅋㅋㅋㅋ 변태의 진심에 가슴이 웅장해지네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3-10 18:32   좋아요 1 | URL
저도 표지 닭사진만 보고 샀다가 딱 펼치니 저런 비현실적인 가슴팍이 나와서 이 책 나만 알 수 없겠구나 ㅋㅋ하고 올렸네요. 그냥 당시 그레이 인기에 업혀간 책 같습니다. 적당히 재치있고 적당히 빻고 뭐 그런 ㅋㅋㅋ

얄라알라 2024-03-10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저 열반인님 서재 들어오자 마자 입이 떠어억!~~~ 벌어지는데 게다가 제목이 [50가지 그림자?] ㅋㅋㅋ뿜고 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3-10 18:34   좋아요 0 | URL
중고 오천원짜리 도서로 다양한 닭요리 레시피와 얼굴 모를 아자씨 몸사진(…)과 패러디 야설(?)까지 골고루 얻었네요 ㅋㅋㅋ

라로 2024-04-14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넘,,, 뭐라고 해야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근데 근육이 필요한 거죠?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4-04-14 18:58   좋아요 0 | URL
조금 읽다보니 지루하고 진부해서 놔두고 있어요 ㅎㅎㅎ근육은 우리 몸(?)에 필요한 거죠 ㅋㅋㅋ요즘에 프로틴 음료 열심히 챙겨먹고 아령 쪼끄만거도 들고 체력증진에 심쓰는 중입니다 ㅋㅋㅋ라로님도 건강 챙겨가며 공부하셔요!!!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데 그렇다고 공부도 많이 못하는 나날이 2월 초부터 3월 초까지 이어졌다. 마음은 초조와 체념을 오가다 그냥 다들 이렇게 살지, 중학교 들어가는 아이 이거저거 사고 학원도 알아보고 어린이들 데리고 짧은 여행도 가고 쓰던 가전 당근에 팔고 새 물건을 집에 들이고 청소와 정리 정돈을 하고 그런데 쓰는 시간도 있는 거지, 그게 유기체의 대부분의 일이지, 한다. 공부하기 싫으면 운동을 했더니 세상에 살이 빠졌다. 아파서 55킬로 최고 몸무게 찍었던 게 몇 달 몇 주 사이 48킬로 언저리로 안착했다. 야 이게 맞냐 왜 빠졌어 하고 기계식 저울과 디지털 저울 두 개 놓고 왔다갔다 맨날 재 본다. 12월 중순에 72센티미터였던 허리가 66센티가 되어 내장비만이 해소되었다. 그래 건강이 최고. 건강해졌으면 이제 공부하자… (공부 잘 안 해서 건강해진 건가…)


 한 달 한 권 읽지도 못하는 걸 자꾸 책만 사 모은다니까 친구는 그게 다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랬구나… 여러분 댁내 책장의 소장품들은 불안의 소산입니까… 월초에 카드 할인 리셋되니까 그러고도 샀다. 막 샀다. 

 

 

 원래 궁금했던 건 이 책이었다. 그레이 시리즈는 뭔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데서 변죽 울리는 것만 보고 책이든 영화든 본 적 없는데, 패러디는 좋아하니까. 저기 닭을 너무 꽉 맨 게 아닐까요… 이 책을 저렴하게 팔고 있는 판매자님이 계셔서 이거랑 나머지는 과학책만 종류별로 잔뜩, 주문했다. 그런데… 치킨책이 품절이었다. 어차피 당장 사도 언제 읽을지 모르니… 그래서 나는 과학책만 잔뜩 받아 들게 되었고… 

 알라딘 우주점 여기저기에서 (중학생 되었는데도 후속 시리즈가 궁금하다는 큰어린이 요청으로) 전천당 시리즈를 그러모으면서 마침 신간 해제되어 풀린 소설책도 사 모으고 알라딘 직배송도 뭔가 시키고(한 번 주문에 최소 세 판매처 섞어 사는 편…품절나면 적립금 쿠폰 꼬이고 복잡함)… 그래서 3월의 콜렉션은 이렇게 완성됩니다. 



 뭐에 홀렸는지 치킨 판매자 판매 페이지에서 우주, 화학, 기원, 물리, 천체물리, 그리고 우주점에서 메타 과학이라 해야 하나 그냥 노승영 번역가가 옮겼길래 사 봤고,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주로 팔백작님에게 영업당한 아고타 크리스토프, 동남아시아 엘리트였나, 이건 헝가리 작가랬나 (근데 사탄탱고 소개페이지엔 빨간색인데 내건 왜 까매? 겉지 어쨌어 알라딘?!!)  뭐 그런저런 소설책들도 사 모았다. 

 과학 좋아하지만 잘 모르고 잘 못하는 문돌이의 열망과 그래도 놓지 못한 문학에 대한 미련이 적절히 조합된 구매리스트입니다…



 아…‘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샀는데 엄마께 먼저 보시라고 드렸다. 엄마는 지금 쓰던 소설이 비슷한 구성과 스토리였어서 읽고서 시무룩한 듯 하셨다. 어제 함께 병원에를 가면서 대기가 길면 읽는다고 들고 가셨다가 생각보다 진행이 휙휙 되서 꺼내보지도 못하고 도로 들고 오셨다. 


 꽤 오래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저녁식사로는 고기류도 못 드시던 엄마… 그런데도 건강검진 가셔요, 위내시경 하고 위염약 꼭 지어 드셔요, 노래를 불러도(노래만 부르는 불효새끼 니가 모시고 가야지…) 말만 가야지, 하던 엄마가 드디어 병원 검진에 다녀오셨다. 만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이 있긴 하지만 위 쪽은 괜찮다는 말에 안도하시던 엄마, 막상 검진 병원에 위염약 지으러 갔더니 내과 선생님이 담낭에 담석이 많이 있다고 밤중에 자주 아프고 소화 못하는 건 그 탓이라고 큰 병원 가서 수술하는 거 말고는 다른 치료책은 없는 질환이라고 듣고 오셨다. 

 오…담석증 듣는 순간 오직 한 사람이 떠올랐고(먼저 수술 받으신 분), 그 분의 현재 식사량과 건강상태를 생각하며 나는 그냥 조금 안심했다. 당장은 힘들고 아프고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수술 후에 건강히 잘 지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나를 많이 안 좋아하시는 분이지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늘 위안과 도움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요즘 전공의 파업이 심각한 때라 가까운 3차 시립 병원 외래 예약은 해놨지만 수술이 잡힐지 걱정이었다. 외과 수술 가능한 근처 2차 종합병원도 염두에 두고 어제 엄마랑 병원에 다녀왔다. 다른 대학병원들 진료 감당 안 되는 걸 공립 시립 병원이랑 군병원이 다 감당한다, 뭐 그런 기사 본 후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병원은 여유로웠고 작년 내가 입원 치료 받던 시절보다도 훨씬 사람이 적어서 대기 없이 휙휙, 외래도 예약 시간 삼십분 전엔가 갔는데 환자 없어서 미리 진료 다 봐주심… 의사 선생님은 담석 크기 개수 상관 없이 증상이 오래되고 심하면 담낭절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요즘 고생 많으신데 수술이 잡힐 수 있나요…했더니 마침 잡힌 수술 환자가 기한을 미뤄버려서 내일 모레 가능하다고…그래서 일사천리로 다음 날 입원하고 씨티 찍기로… 귀가 전에 입원 전 검사 미리 하고 가기로… 여기저기 1,2,3층 돌면서 이런 검사실 입원 행정 관련 빙빙 돌고 나왔는데도 병원 체류 시간이 채 두 시간이 안 되었다. 아마도 환자들이 알아서 중증 질환이나 수술할 정도가 아니면 3차 병원은 안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대 증원 이슈 보면 양가 감정이 든다. 나야 당장 올해 수능 볼 놈이니 잘하는 애들 의대 슉슉 빠지면 약대 가긴 좀 수월하냐…했더니 친구가 아니 오히려 증원 보고 유입인원이 더 많아지면 경쟁률 높아져서 더 힘들지도… 했고 뭐든 늘리긴 해야 한다면 조금씩 단계적으로 해야지 한 방에 쾅 몇천 땡땡 말만 하면 그게 되냐 반발도 심하고 대학들 학생 수용하는 거도 한계가 있을 건데 저눔들 관련자 중에 올해 입시생 자녀 분명 있지 그러니 저렇게 한 방에 쾅 하지 어이없는 놈들…싶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토마시처럼 저놈의 정책 대의명분 선거전략 몰아부침으로 삶이 흔들리는 의사들도 있겠네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하여간에 의사 선생님들 환자들 다들 힘내시길…


 아침부터 주절주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 사진과 잡담이나 올리는 나새끼는…아침부터 오후 입원 준비랑 가기 전 집안일 이거저거 챙기고 가시려는 엄마의 부산함 옆에 갈피를 못 잡는 불안함 때문일지도… 열심히 검색해서 이런저런 예상 상황 전해주고 작년 같은 병원 입원했을 때 필요했던 것 겪은 것 전해드리면서 괜찮을 거야, 그런데 좀 아프대, 오락가락 위로와 불안을 같이 전하고 있는 나새끼 불효새끼 모지란 나새끼 곁에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머물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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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07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닭 너무 야하지 않아요?
닭이 저렇게까지 야할 필요가 있을까...?

사탄탱고는 까망&빨강 두 커버 랜덤으로 판매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빨강이 받았읍죠. ㅋㅋㅋㅋㅋ 사탄은 역시 빨강이 진리.

담석증 그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제가 아는 그분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입원했을 때도 그 수술 받으신 분들은(물론 주로 젊은 처자들이었지만) 혼자 들어와서 혼자 셀프 처리하고 혼자 나가더라고요. 너무 걱정마십시오~!!


아무튼 유털 님은 공부 안 해서 건강해지신 것 같군요.
한국 최대 불안소유자 잠자냥 올림-


반유행열반인 2024-03-07 11:37   좋아요 2 | URL
저 책 치킨으로 야설 썼다 그런 느낌이더라구요? ㅋㅋㅋ 걱정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검정색을 좋아해서 나름 레어를 받은 기분…서왕모랑도 깔맞춤이고…
왜 저한테는 털로 놀리기로 컨셉 잡으셨어요…진짜 털이랑 인연이 많이 없는데(주번에 대머리도 잘 없지만 털복싱이도 없어…) 당황스럽네… 다른 거로 놀려주세요 차라리 사드 타령이 낫네(저 어제 적립금 받은거로 하우투리드 사드 중고 삼…이거랑 치킨책 같이 파는 사람 찾음…이걸로 놀려 그냥)
불안쟁이들이 꼼꼼 까칠하더라구요. 그런 거 치고는 알라딘에선 사교적이고 친화적이십니다 ㅋㅋㅋ누추한 이곳까지 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이 2024-03-07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겁나 웃었네, 유열님 좋은 하루 보내삼

반유행열반인 2024-03-07 12:07   좋아요 0 | URL
와 ㅋㅋ어디가 웃긴 포인트인지 궁금한데 말씀 안 해주셔도 웃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저도 수이님 페이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우리엄마 이혼하고서 한 오백배는 더 잘 살고 있다는 사족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4-03-07 11: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안의 책(구매) 군요 ㅋ 저는 불안 보다는 습관성(?)인거 같습니다 ㅎㅎ
어제도 그냥 불안해서 교보 산책 했습니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3-07 12:07   좋아요 3 | URL
여기가 한 불안 한다는 사람들 모이는 알라딘입니까?! 그래도 술푸는 것보다는 서점 산책이 여러모로(지갑에는 빼고) 이로워 보입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4-03-07 12:33   좋아요 3 | URL
습관성 음주 술파랑 불안해서 책샀다 취중고백

새파랑 2024-03-07 12:50   좋아요 1 | URL
음주하고 다음날
‘그 돈이면 책이 몇권인데...‘ 하는 후회를 가끔 합니다...

잠자냥 2024-03-07 12:5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술파랑 님은 돈으로 환산하는군요?
전 술 마시면 저녁 시간이 길어져서 이 시간이면 책을 몇 권 읽는데... 라고 후회하곤 합니다. ㅋㅋㅋㅋ
하지만 술은 못 끊고.....*먼산*

2024-03-0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7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7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등대지기 2024-03-08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량과 몸맘의 건강이 반비례하지 않나요?! 수험생이라 공감의 눈물이ㅠ 안풀리면 사고 사고 그렇게 플래티넘 유지하고(...) 우주점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4-03-08 16:52   좋아요 1 | URL
등대지기님도 공부 중이시군요… 저는 작년 서재의 달인인가 뭔가 되서 안 사도 한해 플래티넘인데도 알아서 실적 채우는 중(…) 공부해서 광명 찾읍시다 ㅋㅋㅋㅋ화이팅!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레오니 비쇼프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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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레오니 비쇼프.

몇 달 전 청소년회관에서 한 주 한 번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엄마는 연필 소묘 단계를 마친 모양이다. 이제 색연필 그림에 들어간다고 선생님이 권해준 제품을 구해달라고 하셨다. 72색 전문가용 유성색연필은 거의 10만원이나 하는 제품이었지만, 그 정도 비용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림 수업이 있는 날 엄마는 유독 설레고 들떠 보인다. 스케치북과 연필이 담긴 에코백을 메고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두 시간 그림을 그린 뒤엔 같은 시설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돌아오신다. 주말에는 또 같은 시설의 피아노 레슨에 다녀오신다. 방에서는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소설을 고치시는 것 같다. 그래, 저게 삶이지. 노년에라도 하고 싶은 것 실컷 하시며 꽃길만 걸으세요.

쿠팡에 낮에 주문한 색연필은 그날 밤중에 도착했다. 빠르고 신기한 세상이 되었다. 어제 주문한 책이 늦어도 다음 날이면 오고, 낮에 주문한 책이 밤에 오는 날도 있다. 그렇게나 빨리 받은 책 중에 색연필로 그린 만화라서 더 관심이 갔다.

만화책을 읽기 전, 이전에 읽은 ‘미친 사랑의 서’를 다시 뒤적여 만난 아나이스 닌의 이야기는, 만화를 다 읽고 보니 만화에서 다룬 시기 이후의 또다른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닌은 미국 대륙의 동편과 서편에 남편 하나씩을 두고 대륙을 횡단하며 중혼생활을 한다. 원래 남편한테는 죽을 때까지 숨기고, 두번째 남편한테는 처음에는 나이랑 이전 혼인 사실까지 숨기고 온통 거짓말을 하며 대륙 양편을 오가다 지쳤는지, 야 나 사실 결혼했어, 한다. 그런데 두번째 남편놈도 특이해서 오히려 좋아~ 상관 없잖아~하고 그녀가 암으로 죽을 때까지 간호도 해주고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 와… 그 부지런함과 에너지는 참 놀랄만 하군요…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 씨(주인공 이름임) 인물을 구상했을 때 왠지 아나이스 닌의 생애를 참고했을 것도 같다. 그렇게나 특이해 보이는 삶도 이전의 역사와 창작물을 뒤적뒤적해보면 그저 복제품이거나 약간의 변주를 더 한 정도일 때가 많다. 나도 부지런한 사람입니다만… 하여간에 부지런들 하시네...

그러니까 만화랑 책이랑 둘이 내용이 많이 겹치지 않아서 좋았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일기를 더 많이 쓴 사람이 사랑하고, 더 많이 더 더 많이 사랑하려고 애쓰는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다정하고 은행가 일 하면서 돈도 잘 벌어오지만 아나이스 닌의 예술에 관한 열망을 채워주지는 못하는 휴고, 재미있고 글 잘 쓰고 말도 몸도 잘 통하지만 돈 없고 현실 감각 없는(머리숱도 없는) 헨리, 거기에다 정신분석상담사, 친아버지(…), 또다른 상담사(...이새끼들 직업 윤리 어디다 버림), 결말에는 또다른 사랑들이 줄줄이 기다리는 듯한 암시로 내가 미리 알게된 중혼까지는 안 나오지만, 하여간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서 행복했니, 아나이스?

일기작가라 할 만큼, 시시콜콜 자기 이야기와 속내를 일기장에 잔뜩 남겨놔서 후대 사람들은 그거 보고 만화책도 만들고 산문집의 가십거리로도 만들고 우리는 그걸 보고 재미있어 하거나 욕하거나 별일이네, 한다. 나도 어느 시절까지는 일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가끔 내 일기를 펼쳐보면 세상 재밌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좀처럼 쓰지 않게 되었다. 행복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아. 그런 생각도 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독후감이나 리뷰 같은 게 사실상 일기처럼 되었지만 남이 볼 수 있는 글은 내가 제법 날것으로 쓰는 편이긴 해도 자기검열이 늘 조금은 기본값이 되는 것 같다. 그것 말고 혼자 쓰는 글이 없어진 건… 조금은 살만해진 걸까? 나는 그냥 많이 남기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 일기든 소설이든 열심히 쓸 때는 뭔가를 체험하면 그 순간 나중에 쓸 궁리를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 순간을 산다. 이미 죽은 많은 이들이 남긴 자기들 이야기 읽으면서 나는 재미있긴 한데 나는 그렇게 파헤쳐지고 분석되고 평가되고 싶진 않구나 이젠.

+만화 속 헨리 밀러. 그림만 봐도 개못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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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24 1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못생김 정도 만화 헨리>>>>>>>>> 실제 헨리>>>>>>>>> 말 대가리

반유행열반인 2024-02-24 12:06   좋아요 1 | URL
만화 진짜 무자비하더라구요 ㅋㅋㅋ딱 봐도 저 정도면 아나이스닌이 얼굴 안 본대도 지장있는 정도 아닐까 싶은 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4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화 헨리 가슴팍 털 묘사 뭔가요… 왜 세밀화이고 난리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4-02-24 12:07   좋아요 2 | URL
색연필이라 칼라 가슴털….

잠자냥 2024-02-24 16:07   좋아요 2 | URL
이분, 가슴털 보신 적 있네 있어….

반유행열반인 2024-02-24 16:08   좋아요 2 | URL
아뇨…진짜 없는 거 같네요…저는 파악이 쉽지 않은 종족이랍니다…(넘겨짚으시면 왠만하면 다 아니요 할 걸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2-24 16:09   좋아요 1 | URL
아 근데 이분, 이 작가님이었던 거 같아서 갑자기 숙연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4-02-29 23:02   좋아요 2 | URL
ㅎㅎ잠자냥님은..^^:; 가슴팍을 보셨어 ㅎㅎ 열반인님은 색연필로 그린 걸 보시면 아시는 군요^^

그림이라고는 초등학교 졸업 후 안 그려보니 저는 색칠 뭘로 한지 모르겠네요 ^^;
닌의 콧대를 붉은 기운으로 칠한 게 예뻐요^^

등대지기 2024-02-24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좋아라니 두번째 남편 귀하네요🥹🥹 하긴 여자도 두집살림 참는 사람 많았는데 남자도 그런 사람이 있긴 했겠구나 싶네요 ㅎㅎㅎ 덕분에 미친 사랑의 서 질렀습니다 두근두근

반유행열반인 2024-02-24 12:46   좋아요 2 | URL
악 ㅋㅋㅋㅋ부디 즐거운 시간 되시길… 번역 제목 너무 세게 지른 거 아냐? 했는데 읽다보면 또 적절하다 싶어요… 첫째 남편도 착해빠져가지고 닌이 뭐 한다면 그래그래 오구오구 해가지고 애가 버릇이 나빠져…는 아닌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가 ㅋㅋㅋ

잠자냥 2024-03-06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털 그림 이달의 당선작 축하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3-06 19:17   좋아요 0 | URL
와우 리뷰 열 개씩 쓴 달에도 내내 못 받다가 만화책 딸롱 하나 읽고 써서 이걸 받네요...털자냥님 덕분입니다...

잠자냥 2024-03-06 20:14   좋아요 1 | URL
털에 조예가 깊으셨기 때문입니다~!!

2024-03-06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06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