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미니스트인가 - 100년후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 일제강점기 새로읽기 2
나혜석 지음 / 가갸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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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 나혜석.

제목은 묶은 이들이 붙인 것이고, 여덟 개의 산문이 묶인 책이다. 역사 만화책 보다가 나혜석이 나온 부분에 꽂힌 무렵 전자책으로 작가의 소설집도 사고, 이 책도 샀다. 오디오북으로 윤석화가 읽어주는 나혜석의 ‘경희’도 들었다.

시대를 앞서 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래한 시대는 그 앞서 간 사람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사람을 포용할 만큼 달라졌는가?
아이를 가지고 낳고 조리하고 키우는 동안 겪는 고통을 넘는 굴욕과 수치와 자괴감은 여전하다.
개성적이고 남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뒤에서 혹은 앞에서 손가락질하고 입에 올리고 그런 사람은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혐오하는 것도 여전하다.
성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정조의 관념, 이제 정조라는 말은 잘 쓰이지도 않고 조금이나마 변한 인식도 있겠지만 이성과 관계를 많이 맺는 남자에게는 부러움과 매력과 능력을 부각하고 여자에게는 헤프고 걸레 같고, 그런 비난과 동시에 나도 한 번 안 될까 하고 들이대는 이중적인 태도도 여전하다.

1920-30년대에 배우고 다른 세상을 접하고 예술하던 여성이 가정과 배우자와 시댁에 얽매여 고충을 겪던 모습은 100년이 지났어도 다른 여성들의 삶 속에서 반복되고 재현된다. 이혼 뒤에 독신의 나은 점, 불행하면서도 행복하다고 부르짖는 글은 요즘의 비혼주의자가 늘어나면서 나오는 이야기랑도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각, 해명, 선언, 의지와 다짐이 꾹꾹 담겨 있는데, 글에 드러나지 않고 연표 아래 칸에 말년에 양로원에 들어가고 시설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사실은 슬프다. 그림을 그려 상을 받고 자기 주장을 지면에 글로 발표하고 홀로 서는 삶을 꾸려가고자 했지만, 그 10년 가까운 연표의 공백 동안 작가가 겪은 녹록치 않은 현실은 어땠을까 상상이 가지만 상상하기가 싫다. 자식을 잃고, 사랑을 잃고, 사회에서 배척 당하고, 자신의 삶이라는 배경 때문에 그림은 팔리지 않고,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정신을 놓고, 길을 떠돌고, 그리고…
인형의 집을 나간 노라는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을 자주 접하는데,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주게, 하는 나혜석이 지은 노래 가사가 이 책에도 실려 있는데,
막상 나혜석은 자식과 경제적 곤궁 앞에 최린과의 일을 두고 오해다,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 매달렸지만 김우영은 이미 다른 여자를 얻고 나혜석에게 돈 한 푼 주지 않고 아이 넷도 시댁에서 끼고 있고 (나중에 신문 기사에서 본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친모가 남자랑 바람나서 나간 걸로 되어 있고 지워진 사람이 되어 나혜석의 자녀들은 노년까지 친모가 누군지 숨기고 살았다고 한다) 결국 시댁과 주변인과 남편의 배척으로 가정 밖으로 내몰린 것처럼 읽혔다. 그렇다고 파리에서 애정을 주고 받던 최린이 받아줬던 것도 아니라, 나혜석은 최린에게 정조유린에 대한 배상 소송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삶이 꼬여도 참 지랄같이 꼬이고 마냥 슬픈데 어쨌거나 그녀의 글을 읽고 그녀의 삶에 대해 찾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삶의 불행이라는 건 개인 만의 문제나 책임이나 운과 우연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와 제도와 통념과 주변 사람들의 인식과 그를 바탕으로 한 행동이 뒤섞여 나타난다. 항상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안과 공포와 자책으로 사는 나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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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07-26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프다 ㅠㅠ 슬픕니다 ㅠㅠ 그때나 저때나 달라진 게 그닥 많지 않게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유열님

반유행열반인 2020-07-26 11:42   좋아요 1 | URL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나마 비슷한? 생각과 마음과 처지의 사람들이 어딘가 모여 슬픕니다 슬프다 할 수단이 늘어난 게 위안일까요. 이런 책도 읽을 수 있고.

2020-07-26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6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폴리아모리 에세이
홍승은 지음 / 낮은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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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홍승은.
책표지를 감싼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지나가던 직장동료들이 무슨 책 봐요? 뭐 봐? 하고 물어봤다. 불온서적입니다... 뭔데? 뭔데? 불온한 데다 야한 책입니다. 더 친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니까 뭐야 우린 이미 절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하길래 절교당할까 봐 이러는 거에요. 봐주세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냈다.
나중에 또 물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폴리아모리, 다자연애에 관한 에세이였어요. 여성과 남성 간의 일대일 독점 관계라는 통념의 사랑에서 벗어나 사랑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하면 뭐야, 너 이런 데 관심 있었어? 너도 그러고 싶니? 하고 물어올 것 같아서 불온하고 야한 책이라고 둘러댔습니다만.
이 책은 불온하지도 야하지도 않습니다. 저자는 쓰리썸이 판타지이지만 이 책이 나올 때까지는 아직까지 실행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스포일러)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남들은 남자라고 자꾸 고정하고 지시하지만 논바이너리 퀴어로 자기 성을 특정하지 않은 사람 하나, 셋이서 폴리아모리로 자기 성정체성 일부를 발견하고 그런 발견을 실제 삶과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첫부분을 읽을 때는 약간 뭉클했다. 굉장히 비슷한 인물과 상황에 관해 이러한 삶을 잠시 꿈꾸었으나 결국 좌절하고 다 망하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이들의 삶에 대해 듣는 건, 뭐랄까 인터스텔라 같았다. 나는 해일이 덮쳐오는 행성을 택해 물에 잠겨 익사하고 끝났는데. 이들은 가르강튀아를 거쳐 세 번째 행성에서 (아직까지는) 살아남아 오순도순하고 있는 평행 우주의 어떤 가능성이었다. 
폴리아모리는 성소수자의 한 가지로 읽히고, 이들은 커밍아웃하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진행형, 이라는 말이 생생하지만 어차피 모든 사랑은 연애는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끝나는 건데, 나중에 어쩌려고, 하는 누군가의 말들은 조금 우습기도 하다. 
감동과 충격은 딱 앞부분까지이고, 남은 부분은 현실과, 편견과의 싸움의 서사이다. 다른 삶에 관대하지 못한 이들은 왜 이리 많은지. 관대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혐오를 굳이 표출해 남의 삶을 평가하고 바꾸려드는 모습은,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무얼까 싶었다.
작가는 나름대로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을 쓰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런 생활’로 퉁칠 삶이 아니도록 섬세하고 세세하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글쓰기 자체가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겪었을 혼란과 힘든 시간이 마구 이입이 되는데(난 왜...), 그런 거 다 잘 버티고 조정하고 우리는 안착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이것조차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내 삶을 옳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증명해야 하는 사람의 안간힘. 왜 증명해야 하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다면 그런 안간힘조차 필요 없을텐데. 
중간에 나온 인터뷰 부분은, 악플러들이 심했지만 우주의 대응하는 어조가 좋게 들리지는 않았다. 시작은 악플러들이 먼저 했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태도가 논리적인 걸 가장하는 감정적인 모습이라 (악플 단 사람들에 대해 단정하는 농담 같은 어조) 오히려 안타까웠다. 저자에게는 그런 모습도 나름 힘이 되고 든든할 것 같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이런 대응이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하긴, 어차피 설득될리도 없는, 변할 가망성이 없는 돌 던지는 놈들에게 좋게 말한다고 해서 가닿지도 않을 것 같다. 그냥 똑같이 욕이나 해주고 기분 나쁘게 해주는 게 유일한 타격일까. 으으 모르겠다. 인터뷰 부분은 읽을 수록 괜히 슬펐다. 
아니,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빵 터졌다. 우주라는 사람 재치가 맘에 들어서 앞에서 너 왜 그래...하는 마음이 쑥 들어갔다 ㅋㅋㅋㅋ그리고 셋이 엄청 다정해 보여서 좋은 장면.

(못생긴 애들끼리 모였다는 악플에 대한 대응 장면)
-우주: 제 와꾸가 빻은 걸 어떻게 하겠어요. 미감의 차이인데.(웃음) 이건 뭐, 제가 판단하긴 그러니까 승은 씨가 변호해 줄 문제인 것 같아요. 와꾸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수긍합니다. 와꾸가 빻을 수도 있죠 뭐.
-승은: 나는 우주랑 지민, 외모 보고 처음에 관심 가졌는데? 지금도 그런데?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우주 지민: 위험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
-지민: 그런 신화와도 연결된 것 같아요. 일대일 연애를 하면, 거기서 모든 게 충족된다는. 상대는 내 모든 욕구를 충족하는 존재로 그려지고요. 사실 우리는 연애 관계 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의존을 하고 만족감을 얻잖아요. 그런데 애인이 둘이 되는 순간, 두 애인이 다 부족하고 모자라서 양으로 채운다는 식의 비난은 명백하게 일대일 관계에 대한 신화다.
발췌는 이것만 하고 안 할란다 ㅋㅋㅋ

책 후반부에 승은의 불화가 심했던 어릴 적 가족 이야기와 다시 재혼한 엄마 아빠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만 봐도 아, 너희는 정말, 블랙홀을 맴도는 세 번째 행성에 살고 있구나 싶었다. 불운과 불행과 불화가 화해로 변화로 나아가는 관계는 매우 드물고 그런 상황 자체가 행운이 아닐까 싶어서 슬펐다.

아무튼, 온갖 더러운 감정과 비난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 제목과 저자를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감동하고 먹먹하고 그런 거 잘 모르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주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점.
누군가 나와 어떤 관계이든 그 사람을 소유하고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릴 것. (연인 뿐 아니라 가족, 친구, 직장동료, 다 마찬가지)
항상 나의 소중한 사람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려고 애써야 한다.
우리는 끊임 없이 변화하고 관계 또한 영원하다는 환상을 버려야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가 살았습니다가 되더라도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관계는 흐르고 그래서 함께 하는 지금이 더 소중하니까. 잘 하자.

유독 이별노래를 많이 틀어주는 카페에서 어떤 가사가 귀에 잡혔다. 난 너를 지울 수 있을까. 우린 남이 될 수 있을까. 잘 하지 못하고 못했던 나는 we loved, 하는 노래에 또 찔찔거렸다.
BOL4, 20 Years Of Age(볼빨간사춘기, 스무살) _ We Loved(남이 될 수 있을까)
https://youtu.be/Z1pGxkXyD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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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20-07-23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별 다섯 개 주신 겁니까? 읽고 싶어지게시리.....

반유행열반인 2020-07-23 22:02   좋아요 2 | URL
일단 근래 본 것 중에 가장 무시무시하게 삶을 갈아 넣은 책이라 별이라도 넣어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수연 2020-07-23 22:14   좋아요 1 | URL
구입합니다_ 근데 추천하신 노래는 처음 들어보았다는~

반유행열반인 2020-07-23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카페에서 가사만 듣고 집 가서 검색하고서 알았어요 ㅋㅋㅋ사춘간볼빨기ㅋㅋㅋㅋㅋㅋ

바다그리기 2020-07-24 0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이 다섯개! (장수 돌침대 아님 주의) 아직 별 다섯개 줄만큼 온 마음을 다 준 책이 없는 저로선, 다섯개의 별을 받은 이 책도 너무 궁금하네요. 짧지않은 데다 감정의 깊이까지 만만치 않은 독서감상을 이렇게 부지런히 올리시는 것도요. ㅜㅜ 이렇게 또 저의 느림과 야박함(실물도 아닌 별따위에)을 반성하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7-24 07:36   좋아요 1 | URL
별은 돈이 들지 않잖아요 ㅎㅎ작가의 가정사나 연애사에 나름 울림을 느낀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싶습니다. 이 분들 기사나 책 소개에 악플 무섭게 다는 사람도 많으니 역시 받아들이는 지점은 다 다르구나 싶구요. 느림과 야박함이 다 뭐에요 다정하게 리뷰 잘 쓰시면서 ㅎㅎㅎ좋은 책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추풍오장원 2020-07-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자를 좋아하니 세명의 애인과 살고 싶군요 ㅎㅎ
두명은 너무 적지 않을까요?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7-24 11:31   좋아요 0 | URL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인의 성적 취향은 공개적인 댓글에 굳이 안 밝혀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2020-07-24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4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4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0-07-29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는 데 ㅋㅋㅋ 저 홍승은작가님 오래전 부터 팬이예요. 그런데 안간힘이라니 ㅠ 벌써 애잔해진다...

반유행열반인 2020-07-29 12:54   좋아요 1 | URL
여러 사랑 누리는 만큼 책임과 노력은 몇 배 되겠지요. 사랑몰까...

공쟝쟝 2020-07-29 21:21   좋아요 1 | URL
사랑 .. 제가 안해봐소 모루겠어욤.. 인간말고 다른 거는 사랑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7-29 21:52   좋아요 1 | URL
저는 인간 사랑하기도 벅차서...동물들아 식물들아 지구야 덜 사랑해서 미안 ㅠㅠ인간놈이 잘못함...
 

며칠 전 문자를 받았다. 시절과 기분을 환불해준다고 절차를 알려왔다. 마지막으로 본 누군가에게 이 책을 넘겨서 내게는 이제 없다. 받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똥을 받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건네던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이 참 좋았거든. 지금도 좋아하는 마음의 일부는 유효하다.
오늘도 연달아 두 개 문자를 받았다. 여름, 스피드와 2020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전자책 환불 건이었다. 적립금 얼마를 돌려 받는 대신 책은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환불 신청 안 하면 그대로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냥 두기로 했다.
전량 회수, 환불된 소설책. 들어본 적 없는데 또 있었나? 안희정과 박원순이 지은이인 책들 아직 알라딘에 판매중인 거 알고 있어?
김봉곤이 다른 이의 글을 무단도용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의 개인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한 점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회수와 절판은 잘 모르겠다.
지워내고 도려내면 나아지고 해결될 거라 생각한 문제들이 있었다. 나같은 경우는 결국 그렇지 못했다.
며칠 전에 겁나 두들겨 패놓고 연달아 날아온 환불해줄게 책을 내놓아라, 하는 문자 앞에서 질척거리는 나라는 새끼의 마음. 봉곤아 사랑했다. 아직 사랑한다...다친 사람들한테 최선을 다해 사죄하고 복붙 안 해도 충분히 잘 쓰니까 지워지면 안 될 지워지는 사람들 이야기 다시 잘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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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7-23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김봉곤이 쓴 소설엔 아무 관심이 없지만,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인 판금처분도 아니고(그런거라면 차라리 참작해줄 만 하기라도 하죠) 출판사 스스로 꼬리내리듯 판매를 중단하는 행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앞으로 책 쓰는 사람은 완전한 무균상태같은 책만 써야 하나요? 그런 세상은 지옥입니다. 말뿐인 올바름이 지배한 지옥이지요..

반유행열반인 2020-07-23 15:30   좋아요 4 | URL
소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어쨌거나 예전에는 친밀했고 사랑했던 사람들과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는 상황을 알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일이 이루어진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글쟁이들이 자기 인생 팔아 먹는 게 하루 이틀 아니고, SNS통해 이슈화 되기 전에는 소설 속 화자인 봉곤이, 곤이의 감정과 심리와 애정사에 집중해서 보았지, 그 주변 인물에 대해 어떤 품평하거나 판단하거나 그 사람이 실존인물일 거라는 걸(막연히 추측이야 했겠지만) 막 강하게 의식하면서 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일 터지고 문제 되는 소설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조차 2차 가해라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논란이 된 배경을 지워내면 여전히 지난 사랑 앞에 급한 일 다 내던지는 누군가와, ‘그런 생활’을 하는 누군가의 삶이 생각보다 별 거 아니고, 이성애자나 다른 형태 사랑 하는 사람이나 별 차이 없이 일상을 살고, 평범한 대화로 일상을 공유하고, 가족과 갈등을 겪고, 그래도 사랑하고, 뭐 그런 걸 보여주는 데는 대화체나 메시지를 쓰는 게 가능한 형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겪은 부분을 쓸 때 날 것 그대로의 원전을 가져올 때는 최소한 양해를 구하고 작가의 말이나 소설 맨 뒤에 인용에 대한 것을 명시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게 제가 보아온 방식이었습니다. 그러한 양해와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붙여다 쓰는 대신 최대한 가공하면서도 분위기를 살리는 쪽으로 갔어야 맞다고 봅니다.
카톡 대화는 수정본 2,3차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 뒤늦게 알려진 페이스북 메시지는 원문 자체가 굉장히 문학적이었고 그게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원작자와 그 친구들이 저작권 요구할 정도로) 작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웃팅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당사자가 느끼는 바와 독자가 읽을 때의 느낌은 다를 수도 있겠다 짐작만 할 뿐입니다. 독자로서는 적어도 누군가를 특정하거나 유추하거나 구글링하거나 해서 알고 싶거나 알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냥 수많은 옛 사랑 중 누군가에 적당히 다른 사랑들을 섞었거니 하는 정도지...
무균지옥까지는 아니어도 실존 인물을 다룰 때 고민할 지점은 충분히 시사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말이 길었네요...

syo 2020-07-24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절과 기분 아직 안 읽었는데, 책장에 꽂혀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가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봉곤아 봉곤아 아이고 봉곤아.....

반유행열반인 2020-07-24 12:42   좋아요 1 | URL
버리지 말고 나줘요 레어템임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7-29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반님 긴 댓글 잘 읽었어여..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반님의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하게 됩니다. 전 김초엽작가님이 이 사건에다 소설의 가치가 한사람의 삶보다 중요하지는 않다고 코멘트 한걸 읽고 그 말이 마음에 남앗어요. 문학, 예술, 대의(?) 위한답시고 스스럼 없이 착취당하거나 절취당하곤 하던 ‘아무개 한사람의 삶’을 작품보다 중요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웠고, 그런 윤리가 일부이긴 하지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살짝 감동스러웠어요. 그런 맥락에서 봉곤찡.. 사건은 좀 상징적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조금더 섬세해지는 것 같아서 전 좋았다는 얘깁니다. 별개로 저는 김봉곤 작가님의 소설이 너무 삶과 찰싹 붙어보여서 좀 뷰담(?)스러워 했던 독자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다음 소설은 보고 싶어요. 잘 반성하고 잘 극복하셨으면. 주저리주저리~댓글 달고가욤 호호

반유행열반인 2020-07-29 21:50   좋아요 1 | URL
저는 오히려 SF작가인 김초엽이라 상대적으로 저런(주변 팔아먹는)일에 자유로워 목소리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 뿔나기도 했어요. 물론 침묵하는 다수가 쓰는 사람으로서 봉곤이가 한 과오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래서 침묵한 거 같기도 하지만....여하간에 속시끄럽고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깊은 생각 긴 댓글 감사해요 쟝쟝님.

공쟝쟝 2020-07-29 21:59   좋아요 1 | URL
ㅎ작가들이 제살주변 팔아먹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괴앵장히 멀리간거 같은데 전 김기덕이 생각났거렁요..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랄까요.. 더하기 또 에... 암튼 고런 맥락에서 만드는 과정에 대한 윤리를 따지는 현상은 좋은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07-30 06:43   좋아요 0 | URL
저는 표현 막히는 걸 더 걱정하는 쪽이라 나 같은 새끼는 뭐 쓰면 안 될 거 같기도 함....
 
[eBook]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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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0 홍승은.

내가 좀체 안 읽던 책인 글쓰기책+에세이책=글쓰기에 관한 에세이책을 읽는다. 굴곡 많은 독서 인생. 나는 언제까지 읽는 사람으로 살까.
나는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왜 쓰냐고 물으면 답할 말이 없다. 다른 사람과 닿기 위해서라는 따뜻한 말이나, 상처의 치유,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나라는 사람, 이런 이유를 대는 사람들을 보면 그럴 듯한데다 신기한데 나도나도! 할 만한 이유는 남들 입에서 찾지 못했다.
나는 그저 말하기 위해 말하고 쓰기 위해서 쓰는 것 같아요. 쓰기는 듣는 이 없는 곳에서 늘어놓는 긴 수다 같은 것. 심심해서요. 외로워서요. 힝힝힝.
그러다보니 마냥 읽고 쓴다고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모진 말도 아무렇게나 쓰고, 그냥 나는 이렇게나 못난이야 힝힝힝 하는 것만 확인한다.

홍승은 작가를 처음 본 건 책이 아니고 기사문이였다. 폴리아모리의 삶을 사는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 현실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니, 사이좋게 살고 있다니!! 그러나 역시나 꿈같은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작가가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란 책을 낸 것을 알았다. 그 책을 궁금해하다보니 어, 전자책 중에 작가 책 쟁여둔 거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찾아보니 글쓰기 책이였다.

집필 노동자의 삶. 산문 또는 에세이, 칼럼이라 불리는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 나는 작가라고 하면 소설가, 시인만 알고 있었는데 에세이를 읽으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의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일기작가도 있어…
많이 읽고, 많이 돌아보고, 또 많이 쓰고, 그러다 좌절도 하고 성장도 하는 쓰는 사람의 이야기와 삶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좋았다. 이거 읽다 말고 결국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사버렸잖아…

밑줄을 어찌나 많이 쳤는지....

+밑줄 긋기

-언제나 긍정적이고 행복하기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상처와 슬픔, 절망을 말하기는 어렵다. 말하는 순간, 자신이 불행한 존재로만 보일까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글은 존재를 고정하지 않는다. 상처와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글을 쓰고 나면, 그다음을 살아갈 힘을 갖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특히 입 없이 몸만 있었던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는 ‘여성은 성기가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권리 선언과도 같다. 지금도 소수자의 말하기는 계속되고 있다. 더는 상처받은 사람이 침묵하는 일이 없도록, 나도 목소리들 사이에서 말을 보탠다.

-소용돌이 속에서 휘청거리는 사람에게 감정을 배제하고 쓰라는 말은 쉬워서 잔인하다. 문장에 감정이 뒤섞일 때는 강박적으로 거리를 두기보단 쏟아지는 글을 가만히 풀어내며 감정 역시 풀어지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았다. 몇 번을 혼자 곱씹으면서 쓰고 나면, 그 일과 나 사이에 거리가 생겨 비로소 다르게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한가,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글은 아닌가,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가 들어갔는가’와 같은 큰 줄기와 ‘주어와 동사가 연결되는가, 접속사와 조사·관용어가 과하진 않은가, 급하게 마무리 맺진 않았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쓰기의 법칙을 공유했다. 이후에는 각자가 꾸준히 쓰는 만큼 글은 늘었다.

-우리는 쉽게 판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으니 지금은 판단을 유보한 채 상대의 글에 감응하며 글을 읽자고. 내가 더 감응할 수 있도록 상대가 어떤 부분을 보충해줬으면 좋겠는지 조심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하자고. 이러한 자세는 누군가의 글과 삶을 존중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익히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한다. 인터넷 댓글 문화가 그렇듯 글의 흠결을 잡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고, ‘깔’거리는 어느 글에서도 찾을 수 있으니까.

-나르시시즘에 빠진 글은 위험하지만,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기 뽕’보다 과한 ‘자기부정’이 글쓰기에 더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는 어릴 때부터 자기부정과 자기혐오를 배우니까.

-어떤 글은 존재의 목을 조르고, 어떤 글은 존재를 자유롭게 한다. 편견을 재생산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나를 나로 살게 하는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침묵은 욕망의 그림자였다. 나는 욕망과 함께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 침묵만이 나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믿음이 그토록 쉽게 나를 배신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피해를 어떻게 언어화할 수 있을까. 가해자를 지목하는 방식이 아닌 구조를 짚는 글은 어떻게 가능할까. 내 경험을 피해 서사의 전형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그는 데이트와 이벤트에 능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원하는 낭만적인 사랑 각본에 생각하고 글 쓰는 애인의 자리는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가 생각하는 ‘여자 친구’의 자질에는 불편하고 위험한 생각하기, 라는 항목은 없었다.

-‘부디 제가 쓰는 글이 오해 없이 전달되게 해주세요. 자극적인 소재로만 읽히지 않게 해주세요. 경험을 섣부르게 일반화하는 글을 안 쓰게 해주세요. 제 글이 다른 존재를 소외하지 않게 해주세요. 복잡한 현실을 뭉개지 않게 해주세요.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저에게 부지런함을 더해주세요.’ 

-‘자, 모든 건 먼지가 됩니다. 잔뜩 굳은 어깨에 힘을 푸세요. 지금 우리가 쓰는 글은 언젠가 먼지가 되고 세상에는 수많은 먼지 같은 말들이 떠다니다가 가라앉을 거예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해요. 나를 망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다른 말로, 나를 망칠 권리는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 굳이 지금 그 권리를 써야겠습니까?’

-나는 글의 고유성과 힘은 문장력 이전에 서사와 질문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내가 통과해 온 시간을 말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기에 내 이야기를 쓸 때 글은 가장 고유해진다.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다른 존재의 불행 위를 걸어가는 것이라고.

-자신으로 인해 슬픔을 가져야 했던 사람이 있었음을 잊지 않는 이들에게 우리는 기대를 건다.

-남에게는 평범한 존재가 내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평범한 존재는 나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특별해진다.

-쓰는 사람은 ‘특별하게 관계 맺는 사람’과 같은 말 아닐까. 누군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일, 관성적인 질문이 아닌 다른 질문을 던지는 일, 애정 어린 관심을 갖는 일. 존재를 다각도로 볼 수 있을 때, 글에도 숨이 붙는다. 아마도 내 애정의 크기만큼.

-빈 곳을 메우는 사람. 말해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

-내 표현이 누구에게 향하는지, 누구의 얼굴을 지우는지, 그 표현으로 누가 사회적 공간에서 밀려나는지 살펴야 한다. 

-내가 모르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은 기꺼이 상처받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내 세계가 타자가 경험하는 폭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 느끼는 정직한 절망에서부터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삭제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솔직함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 없고 진실함’이다. 어떤 작가가 거짓 하나 없이 진실만을 쓸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더불어 과연 객관적인 진실이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오래 묵혀둔 비밀이 타인의 솔직함 앞에서 비밀이 아니게 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쩌면 솔직함이란 각자가 가진 경험을 불러내는 용기의 도미노가 아닐까 싶다.

-유독 마무리하기 힘든 글 앞에서는 잠깐 멈추는 게 좋다. 급하면 익숙한 길로 빠지니까. 한 가지 이정표만 기억하면 된다. 익숙한 방법으로 쉽게 닫지 말고, 차라리 마침표를 열어두자고.

-어떤 글을 읽을지에 대한 선택은 앞으로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글을 쓸 것인가로 연결되는 글의 서문과도 같다.

-글에 드러난 글쓴이의 생각이나 삶의 태도가 어떤지, 나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지 살피고 나누기. 공감하거나 감동하거나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상황이나 관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나누기.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 문단, 사유 나누기.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전달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보충되면 좋을지 이야기하기. 한 명의 발언이 길어지면 정해진 시간에 모든 사람이 골고루 의견을 나누기 어려우므로 발언 시간을 조절하기.

-글이 쉽게 쓰일 때면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을 찾아 읽는다. 특히 마지막 〈작가의 말〉에 실린 진심을 되새긴다. “내 마음이라고, 내 자유랍시고 쓴 글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웠다. 어떤 글도, 어떤 예술도 사람보다 앞설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닌 어떤 무디고 어리석은 점으로 인해 사람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겁이 났다. 나쁜 어른, 나쁜 작가가 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쉽게 말고 어렵게, 편하게 말고 불편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은영 작가님 며칠 전 독후감 죄송해요...잉잉잉)

-간결하되 이 글을 통해 무슨 말을 할지 드러내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이면 좋다. 인상적인 대화로 글을 시작하는 방식도 몰입에 도움이 된다. 

-“언니 괜찮아요. 우리는 어차피 다 망하는걸요.”

-“지치지 말고 힘내지 말아요.”

-나는 어쩌다가 태어났고 정신 차리니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놓인 시대와 상황에 반응하면서 그때그때 살아가면 되는 거였다.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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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 2020-07-21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문장이 많은 책이라니, 읽지않을 수가 없겠네요. ‘사회적 약자에겐 자기 뽕보다 과한 자기부정이 글쓰기에 더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문장이,
객관화라는 이름으로 끊임 없이 자기 부정을 해온 제겐 특히 아프게 다가옵니다. 좋은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언제 다 읽을까요? 또 한권을 추가 해주시니 감사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7-20 22:16   좋아요 1 | URL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시길 기원해요 ㅎㅎㅎ그런데 또 남이 좋다던 책이 의외로 안 좋기도 하고 그렇다는 ㅋㅋㅋ

syo 2020-07-24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반유행열반인 2020-07-24 12:43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존경심마저 들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7-29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님 저 좋아한다고요. 발견 하셨구나!! 흐흐 (기쁨) 뭐랄까 진짜 착한데 진짜 급진적인(?) 글들이지 않나요? 은유 작가님 한테서 글 배웠다고 어디서 읽엇는데 개인적으로는 은유작가님보다 더 잘쓰시는 거 같아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7-30 06:50   좋아요 1 | URL
오오 그랬군요 제게도 은유작가님보다 더 잘 맞는 글이었어요 래디컬한 건 저랑 비슷한데 착한 건 제 열 배 되는 글 ㅋㅋㅋ난 또 으둠을 맡을게...쟝쟝님께 몰아받는 좋아요 왜 이리 큰 기쁨인가 ㅋㅋㅋㅋ

공쟝쟝 2020-07-30 07:50   좋아요 1 | URL
으둠의 반반🙊흡 넘 조앜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7-30 09:37   좋아요 1 | URL
저는 (실물은 몰라도 글은 넘나) 쾌활한 쟝쟝님이 넘넘 좋아요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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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6월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한 편 빼고 나머지는 다 7월에 읽었으니 이제 이달 여섯 권째 읽은 소설이야! 만세! 쓸데 없는 숫자를 부풀린다. 마음을 부풀려야 쓸모가 없으니 기왕 쓸모 없는 것 중에 덜 해로운 걸로.

-김희선, 해변의 묘지
이전에 같은 작가의 축구공 나오는 소설을 읽고 두번째 읽었는데 전에 것보다는 나았고 음 그런데 또 기억나는 게 딱히 없다. 대탈출 중인 난민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있던 것도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디를 가도 바이러스가 기승이고 이제는 국경을 닫아 걸 의료적 명분마저 갖춘 나라들 앞에서 절망하고 있을 사람들을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이제는, 조국이 엉망이어도 정말, 갈 데가 없겠구나.

-장강명 -현수동 빵집 삼국지
장강명의 단편집에서 읽고 두 번째 읽었다. 삼국지까지 붙이기에는 극적이지 않다 싶은 사건이지만 또 현실적인 갈등이었다. 자영업자의 먹고사니즘 앞에 실종되는 인간성 같은 것. 집 가까운 데 맛있는 빵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마트에서 파는 크로아상 찰빵 냉동생지, 대기업이 내놓은 간편 크림파이 스콘 같은 걸 에어프라이어에서 돌려 먹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상황을 겪는 현수동 사람들에게는 삼국지 정도가 아니라 (거대기업의) 외계침공 수준이 아닐까 싶다.

-장은진 -울어본다
냉장고 끌어안고 몸을 냉기에 맡기고 하는 소설을 어쩌다보니 두 편 비슷한 시기에 읽는데 둘다 그저 그랬다. 지하철 출근길에서만 만나던 연인 이야기는 조금 흥미로웠다. 헤어지자는 이유에 못 생겨서, 애교도 없고...하는 말을 들으면 진짜 멘탈 개박살 날 것 같다 ㅎㅎㅎㅎㅎㅎ

-정용준 -사라지는 것들
이웃과 선릉산책 가지고 정릉산책인 줄, 호호호 하다가, 떠떠떠, 떠 하는 소설 보고 폭풍오열에 그래도 스위트하잖아- 소리 나누고 나서 결국 정용준 소설책을 세 권이나 집에 들였다. (물론 중고) 그 중 단편집 하나만 보고 킵해놨는데, 이 소설 읽고 나니까 아 다시 봐야지 싶었다. 뭔 군더더기가 없어. 그러면서도 뭔가 속답답하고 울컥하는 걸 잘 쓴다. 강화도 가고 싶다. 맞은 편 앉은 직장 동료였나, 지난 주에 강화도 가고 싶다, 했는데 이 소설에 강화도가 나왔다. 동료는 바다 보고 싶다, 고도 했다. 바다 가고 싶다, 하던 말이 또 생각나 괜히 울컥했다. 요즘은 툭하면 울컥울컥. 주둥이 찢어놓은 우유팩마냥 툭 치면 자꾸 넘침.

-최은영 -일 년
나는 몇 달 전 비공식으로 이웃들끼리 조잘대던 김금희VS최은영 에서 소수파로 김금희 손을 들어주던 사람인데, 이번 소설 읽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최은영 안 좋아하나 봐...그래놓고 작가의 단편소설집 두 권은 또 다 챙겨봤다.
소설 앞부분 읽을 때는 문장이 되게 거슬렸다. 오, 거슬리다가 맞나 싶어 사전 찾아보니 이 말 되게 센 말이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문장이 술술 읽히지 않고 자꾸 걸리고 막혔다. 반복되는 군더더기 단어, 문장 위치나 순서도 아 나라면 이렇게 안 할 건데 왜, 이러면서. 퇴고가 좀 덜 된 글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내 주제에 누구 문장을 탓해 ㅋㅋㅋ독후감 조차 이따위로 쓰면서 감히 최은영님을 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읽기 힘들었던 게 중심화자를 내내 ‘그녀’로 지칭하다보니 다희와의 일화를 소개할 때 그녀가 다희인가, 하고 처음에는 자꾸 헷갈렸다. 그러다가 계속 불편함을 느꼈고, 꾸역꾸역 참고 읽다보니 이건 정말 작가가 뭔가 작정하고 의도를 가지고 이름을 쓰는 대신 ’그녀’라고 썼구나 싶었다. 마지막 문장에서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었다.’ 하길래 역시 일부러 그녀를 고집했군요, 했지만 문제는 일부러 그런 이유를 멍청한 독자 새끼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내가 살아진다, 사라진다, 했던 걸 작가가 소설에 써버려서 음, 이것조차 상당히 진부한 표현이었군 하고 버려버렸다.
그래도 이 소설에서는 밑줄 칠 말 찾음.
+밑줄 긋기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늙었다, 왜! 이…...씨발년아.
‘그녀’의 외할머니가 소심한 마음에도 손녀딸을 지키려고 내뱉은 말이 이 소설에서 제일 강렬했다. 웃으면 안 되는 맥락인데 웃기면서도 슬펐다. 그런 애틋한 관계를 가져 본 기억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는 감정이기도 하다. 가희와 그녀의 관계도 그렇다. 최은영 소설에 나오는 사람 사이의 그 찐득 진득 막 눈물 찡한 이어짐과 멀어짐과 애틋함 같은 걸 나는 잘 모르겠어서 막 거부감이 든다. 그걸 공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질투심이 들고 내가 잘못 자라온 것만 같아서 심통도 부린다. 핏. 쳇.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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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 2020-07-19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감상에 흥칫뿡이라니 신선한데요?
저는 님께서 거부감이 든다고 하신 그런 애틋함같은 감정들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쩐지 님의 질투에 괜히 으쓱해진달까 그러네요.^^ 최은영 작가의 작품은 저도 호불호가 약간 있지만 최근 읽었던 ‘쇼코의 미소‘ 속 단편들이 정말 좋아서 계속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같은 책을 나와 다르게 느끼는 감정들을 찬찬히 듣고 알아가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선한 즐거움이란 걸 요즘 이웃님들 글에서 배웁니다. (오늘은 님께 가장 많이 배우네요. ㅎㅎ) 님 덕분에 읽고싶은 책 목록이 확 늘었어요. 숙제 감사해요~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4:52   좋아요 1 | URL
쇼코의 미소가 좋으셨으면 내게 무해한 당신은 더 좋고 더 잘 썼어요 ㅋㅋㅋ 흥칫뿡

바다그리기 2020-07-19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었는데 제겐 쇼코의 미소가 더 취저였나봐요. 흥칫뿡에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네요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5:17   좋아요 1 | URL
역시나 취향은 다양하고 ㅋㅋㅋ심통은 안 부리고 댓글 오늘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인사만 남길게요 ㅎㅎㅎㅎ

무식쟁이 2020-07-19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김금희=최은영 :-p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5:39   좋아요 0 | URL
황희정승 같은 너도 옳고 너도 옳다 인지 둘다 고만고만 별로여 인지 궁금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세상을 이분법하려다 삼분법 했거든요. 따른데 쓴 댓글 복붙 하면....”이쯤 되면 세상은 최은영을 좋아하고 선함을 믿는 무리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뉜다...하는 이분법 아 아니지 최은영이 누군지도 모르는 자...로 천하 삼국지 하려는 욕심이 생깁니다....저는 그렇지 않은 자 ㅋㅋㅋㅋㅋㅋㅋ”

수연 2020-07-19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의외로 평화로운.....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7-19 16:02   좋아요 0 | URL
수연님 막 싸움 구경 하러 온 거 같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7-29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최은영 최은영 최은영!!!!! (왜때문에ㅜ김금희 작가님과 자꾸 매치되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은영 작가님 저에겐 우주최고임.. 뭐 그렇다고요(쭈글)

반유행열반인 2020-07-30 06:48   좋아요 1 | URL
최은영 작가님 자꾸 건드려서 죄송합니다...중학생 때도 자꾸 에쵸티 까다 왕따 당한 전력이 있는데도 ㅋㅋㅋㅋ둘이 매치 시작한 건 s모 이웃(최은영은 손오공 김금희는 베지터 막 이러고 ㅋㅋㅋ)도 있고 알라딘에서도 예전에 그런 기획한 적 있음
정작 우리말고는 최은영도 아나운서인 줄 알고 김금희 하면 이금희 잘못 말한 줄 아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입죠 ㅋㅋㅋ

공쟝쟝 2020-07-30 07:51   좋아요 1 | URL
문체나 구성 스토리? 이런건 모르고 최은영님 소설은 저를 막 찌름... 온몸 듀들겨 맞으면서 읽는 기분..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