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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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8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이서수.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이렇다.
한국소설 어떤 걸 읽을지 고민하는 이웃에게 수상작품집 같은 걸 읽고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아보세요, 조언하고는 뭐여 정작 나는 너무 오래 새 작가들을 안 찾아 나섰다 고였다 싶었다.
문득 작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읽은 친구가 이서수 소설을 보니 내 소설 생각이 났다 어쩌구 그래서 그땐 잊고 있었는데 그게 이서수가 맞았나? 친구에게 다시 물으니 몰라, 기억 안 나, 다 까먹었어, 친구는 이제 공부하느라 책을 하나도 읽지 않는 놀라운 삶을 산다.
2021 수상집을 보려다가 대상 작품을 포함한 이서수의 새 소설집을 전자책으로 미리 질러버렸다. 그러고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한 번도 안 읽은 작가 휙 질러버리고 읽는 내내 후회하는 거 아닐까. 정작 소개해놓고 잊어버린 친구새끼를 욕하는 건 아닐까.

다른 친구에게 켄트 하루프의 소설 설명을 했더니, 몇 줄 듣기만 해도 뭔 소설 말하는지 알겠네, 해서 내가 설명을 잘해서 그래, 했다. 정말 그 소설이 맞나 걱정되서 구글에 켄트 하루프를 쳤더니, ‘밤에 우리 영혼은’이 이서수의 인생책으로 소개된 페이지가 보였다. 이서수의 인생책이래, 했더니 이 친구는 이서수를 안 읽었다고 해서 더 불안해졌다. 나는 위대한 한 걸음을 외로이 내딛어야 하는가…

전자도서관을 뒤지다가 2022수상집을 찾았는데, 여기 이서수가 작년 대상 수상자 지위로 자선작 내놓은 것도 있고, 수상작가들 보니 모르는 작가 아는 작가 골고루여서 한 번 보기로 했다.

결론은, 나는 읽지 않고도 내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은 작가를 찾았고 ㅋㅋㅋ 수상작품집 읽으면서 제일 마음에 든 건 올해 수상작이 아니라 마지막에 실린 작년 수상작가의 소설이었다. 밑줄을 얼마나 벅벅 쳐놨는지. 소설집 재밌겠다!!! 아이 신난다!!!! 그런데 나보다 만배는 잘 쓰는데 너는 왜 내 생각을 했니? 그리고 잊어버렸다고???이새끼가…

-김멜라, ‘제 꿈 꾸세요’
21년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읽고 더는 최신 신예작가들 작품을 안 찾아 읽었었다. 거기서 김멜라의 소설은 아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다뤘던 것 같다. 기억 잘 안 나… 여성과 여성의 사랑,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고독사를 다뤘다. 첨예한 지금의 문제들 잘 가져다가 쓰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사람 얄밉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죽은 뒤에 내 시체가 썩기 전에 나를 찾아줄 사람 꿈에 나타나려고 길잡이 따라 죽은 이가 나서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데, 그런 내린 눈처럼 보송보송한 이야기도 뭐 필요는 하겠지. 나는 필요 없어!!!!!!! ㅋㅋㅋㅋㅋㅋ
김멜라의 자선작으로 실린 ’메께라 께라‘는 더 동화였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엄마가 동생 낳는 사이 제주도에 있는 할아버지 사는 오름에서 노인들하고 신나게 놀다 집에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었다. 소설이랑 작가랑 동일시하는 거 제일 바보짓인거 알면서도 작가 이름도 특이하니 뭐 재일한국인 작가라도 되는가? 아님 제주 출신? 하고 프로필 검색했다가 에에이 서울출생 본명은 김은영이래...하고 그냥 일본 좋아하나 보다 작가들은 일본 여행 하는 소설을 참 많이들 쓴다 나는 오키나와 밖에 안 가봤다구…

-김지연 ‘포기’
김지연 소설도 젊작에서 보고 그땐 너무 별로네...했는데 돈 떼먹고 도망간 전남친 때문에 힘든 사촌형제 지켜보고 양꼬치 먹는 이야기는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다. 조금 더 읽어 볼만 할란가…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 소설가는 할머니 나오는 소설에 재미들었냐...싶게 이번 소설에는 애들 맡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거부한 앵무새 맡는 할머니가 나왔다. 그래도 비교적 젊은 작가들 중에선 제일 할머니 소설 잘 씀…. ㅋㅋㅋㅋㅋ진짜 할머니 되면 완전 할머니 소설 장인되겠음…

-위수정 ‘아무도’
아 이건...내가 뭘 읽은 거지… 다른 남자 좋다고 별거 하고 나와서 정작 좋아하는 남자는 쌩까고 혼자 살게 된 여자는 자기 아빠랑 밥먹고 달리기 하고 혼자, 별거 중인 남자랑 아이스크림 먹는다. 우린 별로 맞지 않겠군요.

이주혜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팬데믹 시대에 관해 소설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박상영 소설까지는 그럭저럭 읽었는데, 이 소설 속 갈등과 다친 마음, 그러니까 우리 끼리 아자아자 하던 언니들이 코로나 옮기면서 틀어지는 이야기는 비장한 이야기인데도 나는 자꾸 희극적으로 읽혔다. 미안해… 각자가 겪은 팬데믹은 너무 다르고, 계층화 되어 있고, 감염시기에 따라 너무너무 다르다. 나는 진짜 늦게 걸려가지고, 게다가 직장 안 나가던 시절이라 격리 시설도 나라에서 막 전화로 체크하는 것도 전혀 부재인 때를 보내고 집에서 그냥 타이레놀 먹고 처박혀 있었어서… 그래서 팬데믹에 대해 쓰는 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주혜 작가님 단편소설은...우린 정말 맞지 않아 유감입니다…

정한아 ‘지난밤 내 꿈에’
한센인의 후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갑자기 떨어진 월 오백만원의 무노동 소득.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많이 흥미로웠고 외할머니와 엄마와 딸의 관계를 미묘하게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나오는 같은 이름의 두 아이 이름이 내가 딸에게 지어준 이름이라 히히, 역시 많이들 픽하는 이름이로군, 홍상수보다 내가 먼저였어...하고 괜히 흐뭇했음...

이서수 ‘연희동의 밤’
3년 전에 연희 문학 창작촌에 들어가 있던 친구가 김초엽도 있다길래 몰래 딱밤이나 때려주고 도망치라고 했었다. 그 친구는 이번 여름에도 같은 곳에 들어가 망한 사랑에 대해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돈이 없어 먼 곳의 사람을 만날 비행기값이 없어 헤어지는 마음이 어떤 일인지 짐작도 못할 일인데 그 소설이 완성되면 읽고 짐작해 봐야겠다. 그리고 가장 해피엔딩은 그 소설이 어디 창작기금이든 문학상이든 타가지고 상금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다시 외국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되는 일이 아닐지…
친구가 연희동 있던 시절에 나는 신촌의 문화센터에 소설 강좌를 수강한다고 다녀서-강사인 소설가 선생님은 친구가 대학 다닐 때 배웠던 선생님인데 잘 가르치신다고 해서 굳이 찾아갔던 거였다. - 하여간에 저녁 늦은 강의 전까지 비는 시간에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신촌 인근을 돌아다녔었다. 그러니까 나는 연희동에 지내는 친구를 만나긴 했지만 연희동은 못 가봤다. 이서수가 소설로 끌고 다녀서 대신 다녀봤다. 신촌이랑 별 다를 거 없네… 그렇지만 이 친구는 정작 이서수를 안 읽었대고 나는 이제 읽었고 또 읽을 것이다. 결국 걱정은 괜한 것이었고 이 수상집 안 읽고 바로 단편집 읽어도 됐겠다 ㅋㅋㅋㅋ건진게 많이 없다 ㅋㅋㅋ여러분 이서수 같이 읽읍시다ㅋㅋㅋㅋ


+밑줄 긋기
-내가 꿈을 포기한 날, 이 세상이 어떤 풍경이었는지 남겨두려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언니가 썼던 각본에도 저 따위 대사가 많았다. 그러니 한 번도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없지. 언니의 각본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더라면 비웃음을 사는 것으로도 모자라 짤방 이미지로 숱하게 소비되었을 것이다. 나는 언니의 감성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언니를 보며 인간의 오만 가지 감정을 단 두 가지로 정리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고 싶은 마음.

-선생님은 왜 하필 술집에서 글을 쓰세요? 안 시끄러우세요?
난 시끄러워야 글이 더 잘 써져.
저는 그런 사람 미워요.
뜬금없는 말에 은단 씨와 나의 눈이 동시에 커다래졌다. 시끄러운 곳에서 글을 잘 쓰는 것이 왜 미움받을 일이지.

-언니가 으깨어 놓은 두부가 우리의 으깨어진 꿈 같았다. 언니의 으깨어진 사랑 같았다. 언니의 으깨어진 각본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재미없는 각본을 쓸 수가 있지. 나는 지금도 그게 가장 큰 의문이지만, 언니에게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나는 언니를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했으니까.

-노래가 끝나자 언니가 말했다.
이 노래를 들으니까 내가 시대의 등불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언니의 말에 웃지 않았다. 시대의 등불이라니……. 나는 언니를 마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제 그 등불은 꺼졌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알았어. 나도 족쇄를 찰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에서 20세기의 전쟁이 반복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21세기에 져서 꿈을 버린다. 둘 중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믿기 힘든 두 가지 일이 우리의 발밑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나는 내가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모두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직 한 가지만 떠올랐다. 나는 나를 착취해서 부자가 될 것이다.
(이서수, ‘연희동의 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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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9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9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9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3-08-11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는 김멜라 작품만 읽어봤네요.젊작상에도 수록되어 있었거든요.저는 귀여운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열반인님은 역시 별로셨군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4:32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어린아이 화자인 소설들도 곧잘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꺼리게 되는 화자나 호칭이 있습니다. 너는- 하는 제가 너인칭이라고 하는 소설이랑, 동물 의인화한 화자, 다 늙은 작가가 어린이 화자 흉내내는데 그게 정교하지 못할 때 (정교해도 뭔가 어느 순간 빈정 상할 때 ㅋㅋㅋ),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 초점화자로 진행할 때,(반대로 내가 그렇게 쓴 거도 누가 보면 이상하다 할건데 ㅋㅋㅋ) 점점 까다로워 지는가 봅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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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5 김금희. 재독.


아이들 방학이라 그런지 별로 재미없는(사실 잘 모르는) 컨텐츠들만 가득하던 OTT목록에 제법 아는 영화들이 생겼다. 나흘 전에 아쿠아리움에 가서 흰돌고래 보고 온 것 말고는, 매일 점심 먹고 하드 하나씩 물려주는 것 말고는 여름방학이라고 특별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마련해주는 데 게을렀다. 나는 내 산수문제를 풀고, 내 책을 보고, 아이들은 저들대로 알아서 논다. 그나마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야 영화나 보자” 하고서 어제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봤다. 나는 다섯 번도 넘게 본 영화라 나도 모르게 자꾸 다음 대사를 스포일러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인터스텔라‘를 보았다. 이건 세 번 밖에 안 봐서 내가 다음 장면을 예상하는게 내 상상력인지 기억력인지 헷갈려서 이러이러는 건가? 하고 말하면 곁의 사람이 아이들 눈치를 보며 스포잖아, 점잖게 나무랐다.

자꾸 봤던 영화나 드라마만 보고, 옛날 노래만 듣고, 최신의 생생하고 더 재미있다는 컨텐츠들을 피해다니는 건 노화와 보수화의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책은 희고 검은 글자들 뿐이라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탁 덮거나 쉴 수 있으니 안 봤던 걸 겁없이 본다. 그런데 어느 날은 뭔가 지쳐있었고 (그냥 산수를 못해서 또 빡이 침. 킬러문제도 아니고 그냥 곱셈공식인데 너무 오래 걸려서…) 그러다가 김금희 소설을 떠올렸다. 김금희 소설 뭐 읽을까요? 하는 두 번의 질문에 재잘재잘 하다가, 아, 나 정말 김금희 좋아하는 거 맞냐 왜 기억도 안 나고 최근엔 읽은 거도 없는데...하다가 이미 읽었던 짧은 소설집이랑, 단편 소설집을 하나씩 가져다 가까이 꽂아 두었다.

짧은 소설집을 먼저 보았는데, 힘아리가 없을 땐 정말로 크게 데미지 없이 고만고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게 겨우 일주일도 안 된 무렵이었더라. 삼분의 일 읽고 쉬면서 다른 책 보고, 또 삼 분의 일 보다 조금 안 되게 읽고 다른 책 또 보고, 오늘 삼 분의 일 보다는 좀 많이 남았던데 인터스텔라 보고 나서 중국냉면 밀키트로 다같이 점심 먹고 나서 뚝딱 읽었다.

음. 소설이 짧은 분량이라서 아주아주 여러 개가 실려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편하게 편안하게 읽히네, 하나하나 대추야자 집어먹는 거 같네...하던 게 아, 너무 짧아서 임팩트가 없어서 기억에 남는게 없네… 재미가 줄어든 걸 보면 다 읽을 무렵에는 내가 회복이 많이 된 모양이었다.

읽을 수록 뭔가 김금희 모양 얼음틀, 델리만쥬틀, 같은 게 있고 거기에 국물(?) 뚝딱 붓고 얼리거나 구워서 뚝딱 찍혀나온 결과물을 하나씩 뽑아 먹는 느낌이었다. 그 틀 만드는 건 공장에서 뚝딱 안 되고 장인이 한땀한땀 조각칼로 파가지고 특제로 만든 건 알겠는데, 또 그런 걸 연속으로 읽다보면 거기 양념이고 소스고 바른 건 조금 씩 다른 거를 알겠지만 또 그냥 그렇게 뭔가 틀을 간파한 사람이 이런 거 백 개도 쓸 수 있다!!하고 찍어내는 느낌도 들었다. 엽편 말고 전에 새로 나온 단편들 읽을 때도 같은 기분을 느꼈었다. 장인 같기도 하지만 매너리즘 같을 때도 가끔 있는 것이지…

한국소설은 단편은 원고지 70-100매 분량으로, 장편은 한 권 짜리는 책 한 권 찍어낼 정도의, 그러니까 단편이 적게는 다섯 개에서 일곱 개 정도 한 권에 묶이니까, 원고지 350매에서 500매 안짝으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라는 게 뭐 그렇게 딱 분량 정해 놓고 휙 튀어나오는 건 아닐 텐데 아무래도 이게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규격이 그대로 정형화되어서 굳어진 건가 싶다. 그러니까 한국소설은 매니아층 있는 SF나 무협, 판타지 이런 것처럼 한 갈래의 장르처럼 보이고, 시조나 하이쿠처럼 뭔가 협의된 격식 마저(최소한의 분량이나, 서사가 흘러가는 방식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있는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엽편은 거기에서는 좀 벗어나 있어 한 두 개 볼 때까지는 신선함도, 좀 덜 부담되는 느낌도 있는데, 짤막한 소설들이 넘칠 만큼 묶여 있어서 읽다보니 왜 다 고만고만해...하던 게 오헨리! 오헨리 소설 모음집 기분이었다.

단편소설은 그래도 몸에 인이 박혔는지 익숙해졌는지 책 한 권에 담긴 대여섯일곱 편을 읽고 나서 독후감 쓰면 한동안 이야기나 인물이 남는 기분이 드는데, 엽편은 2년 반 만에 읽는데 다 너무 생소했다. 느낌은 남았는데 인물도 서사도 다 새로 읽는 것 같은 거다… 이게 이득인지 아쉬운 일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분량 때문에 인물에 대한 정보량이 너무 적어서 피상적으로 인물과 만났다가 완전 친해지기 전에 이야기가 금세 끝나버려서 그런 것 같다.

엄마에게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권해드렸더니 급 관심을 가지시고는 연달아 두 번을 읽었다고 하셨다. 나는 그것도 참 신기해서 ㅋㅋㅋ뭔 소설도 모범생 시험공부하듯 보시네… 봤던 거 또 보는 건 영화랑 드라마로 족하니까, 인생이 생각보다 짧으니까, 야 임마 너 아직 이것도 안 읽었냐, 하는 새 소설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으니 옆에 꽂아둔 ’너무 한낮의 연애‘는 슬며시 원래 자리로 가서 쉬라고 한다. ㅋㅋㅋㅋ 거 그 근처에’관촌수필‘은 봤던 거긴 한데 20년 됐으니까 안 본 거나 다름 없어서 (왠지 나 보는 수능에 다시 나올 거 같아서) 이건 봐주기로 하고... 앞으로는 안 본 거 보자 안 본 거 ㅋㅋㅋㅋ


+밑줄 긋기-이번 밑줄들은 2년 전 독서와 거의 안 겹쳐서 좋았다.

-회사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간신히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햄버거 가게에서 에그머핀 세트를 시켰다. 연이어 이틀만 먹어도 질리는 맛이었지만 그래도 그것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머릿속을 커피로 깨우며 하는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백지에 가까운 다이어리에 특별할 것 없는 일정을 적어보거나 이제는 사이가 소원해진 사람들의 SNS계정에 들어가 댓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해보는 것. 비 구경을 하거나 보도블록 사이로 난 풀잎들에 괜히 시선을 두는 것. 사실상 앞으로 낮 동안 선미가 해야 할 업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었는데, 왜 그런 무용한 것들을 할 때만 서울에서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41, ’그의 에그머핀 2분의1‘중)

-나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득문득 하는 생각, 대체 지하철의 이 빈 공간들이 어떻게 지상의 압력을 견디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빈 공간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지상이 빈 공간을 견디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견디고 있어야 이 도시라는 일상의 세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각별히 애정한, 마음을 준 누군가 우리 일상에서 빠져나갔을 때, 남은 고통이 상대와 유리된 오로지 내 것이 되면서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상대 역시 견뎌야 완전한 이별이 가능한 것처럼. (77-78, ’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중)

-“나는 사랑에는 그런 무한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영건이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연애에 동의했고 나는 귀가 솔깃했다.
“야, 근데 생각하면 한심하지. 내가 뭐라고 걔 인생을 그렇게 걱정해. 쓸모없고 안 돌아오지.”
“안 돌아오니까 좋지. 주는 족족 돌아오면 정 없잖아.”
(119)

-늘 있는 좌석버스의 난폭 운전 속에 그렇게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의 머리카락이나 소매나 어깨가 스칠 때면 나는 이런 계절을 보내면 보낼수록 언젠가는 이 순간의 기억들을 물리적 통증에 가까운 아픔을 각오하지 않고는 도저히 지울 수 없으리라 서늘하게 예감하기도 했다.
(124, ‘영건이가 온다’, 중. 몇 년 전에는 바로 이 다음 부분에 밑줄을 쳐 옮겨 놓았었다. 다시 읽다 보니 이 소설은 진짜 다 밑줄 벅벅 긋고 싶게 좋은 부분이 많았다. 보아를 그렇게 좋아한 적 없지만 보아를 좋아하는 남자애를 좋아한 적은 있어서 더 예사롭지 않게 읽힌 탓인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꼭 그렇지 않아? 이렇게 겨울을 견디는 동안에는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의 경계에 놓인 것 같아.” (209, ‘오직 그 소년과 소녀만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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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05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 영화나 보자”가 왤케 웃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 무슨 친구한테 말씀하신줄 ㅋㅋㅋㅋ 유열님 친구같은 엄마일거같다 맞나요?

반유행열반인 2023-08-06 13:49   좋아요 2 | URL
그건 저 말고 저희 어린이들에게 물어야 ㅋㅋㅋ(그냥 동네 일진 같다고 할지도요)

미미 2023-08-05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포잖아, 점잖게 나무랐다‘요ㅋㅋㅋㅋ가족들 모습이 그려져요

반유행열반인 2023-08-06 13:50   좋아요 2 | URL
사실 나무랐다기에도 약한 어조라 워워- 하는 정도요 ㅋㅋㅋ

새파랑 2023-08-06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김금희 작가님은 이 책으로 처음 접헸었습니다 ㅋ

오헨리 소설모읍집이랑 비슷한 느낌도 있긴 하네요. 역시 김금희=열반인님~!!

반유행열반인 2023-08-06 13:50   좋아요 2 | URL
등호는 적절하지 않은데요? ㅋㅋㅋ김금희 숨은 모질이 찌질이 팬 정도로요 ㅋㅋㅋ
 
[eBook] 누의 자리 트리플 18
이주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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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4 이주혜.


제목 붙인 이 문장은 내 것은 아니고, 오래 전 알던 어떤 아이의 미니홈피 이름이었던가 그 아이의 메신저 상태표시글이었던가 그랬다. 나는 이 문장으로 후렴 삼은 노래를 만들려다 실패하고, 이런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도 중도에 그만 두었다. 그런데 이주혜 작가의 단편 소설을 읽다 보니 아주 비슷한, 거의 같은 문장을 읽었다. 늦은 사람이 땡. 늦게 태어나고 늦게 쓰는 것은 죄이다. 땡탈락. 그렇다고 삐져서 그런 건 아니고 ㅋㅋㅋ하여간에 이 소설집은 나랑 맞지 않았다. 악성독후감이 이어질 예정이니 멘탈을 지키실 관계자는 자리를 피해주세요...

오롯이 예닐곱 단편소설 모은 책이 아닌 건 왠지 최선 아닌 차선작들만 모을 것 같다. 트리플 시리즈 첫번째로 읽은 박서련 책이 아주 많이 별로였는데, 이 책도 그래서 걱정했는데, 차라리 그래서 그렇다고, 세 편만 모은 책이라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우연히도 트리플 읽은 두 작가를 처음 만난게 다 장편소설이었고, 모두 괜찮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단편은 다 나랑 안 맞네? 별로네? 장편보다 좀 못 썼네? 싶었다.

한 권으로 긴 이야기 묶고, 한 권 굵은 책 옮겨내고 그러던 작가들이라 스케일이 늘 큰 건지, 단편에 너무 많은 것들을 욱여 넣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 따라가는 내내 좀 안 맞는 옷 입고 허부적대는 느낌이 들었다.

그놈의(아니 그년의) 너인칭이 너무 많이 나와 거슬렸다. 소설 세 편이 다 너, 너, 하는데 와, 나 너인칭 진짜 싫어하는 구나, 이번에 알았다.

여기 등장하는 사랑에 나는 외계인과 외계인의 사랑을 보듯 한순간도 공명하지 못했다. 영화 ‘캐롤’의 원작이 소설 ‘소금의 값’이라는데 나는 둘다 보지 않을 듯하다. 나는 왜 여자를 살면서 여자가 이렇게 낯설까. 나에게는 여자가 많이 어렵다. 사실 사람은 사랑은 원래 다 어렵지...


+밑줄 긋기
-아니, 누는 다시 태어나지 말자.

-톳, 도톳, 탓.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누의 자리’ 중)


-하이스미스가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를 떠올렸다면 그것은 소설 속 캐롤과 테레즈의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이겠지요. 만약 「마태복음」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거라면 고통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금은 짜야 한다. 그게 소금의 값이고 소금의 대가이다. 캐롤과 테레즈의 입을 빌리면 이런 말이 되겠지요. 이 사랑은 고통이다. 그게 이 사랑의 값이고 대가이다. 소금은 짜서 소금이고 이 사랑은 고통이지만 끝내 사랑이다.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거야, 그렇지 않아?
(‘소금의 맛’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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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8-04 2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전 페이퍼 제 맘찍이 누의 자리였거든요. (니가 관계자니?) 악성 독후감이어도 좋아요. 고맙습니다. 이주혜 작가의 <그 고양이~> 어떠셨어요? 재밌게 봤거든요. (박서련 장편도 알려주시고요..) 왜케 다 주서먹으려고 하냐고 뭐라 하기 없기.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52   좋아요 3 | URL
아..저는 읽으면서 나는 안 맞아..했는데 유수님은 잘 읽으셨겠다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자두’만 봤구요 이주혜 작가님 당분간(혹은 영원히?) 쉴 것 같습니다. 이 기세면 저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도 못보는 거 아닌가 싶고... 박서련은 ‘채공녀 강주룡’ 봤는데 그게 데뷰작인가 그런데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단편은 몇 개 보니 아...안 되겠다... 너는 마음에 구멍이 너무 많은데 그게 나닮아서 버겁구나 (그리고 기대만큼 못 쓰는 구나 미안 메롱) 나는 더 못 쓰면서 성에 안 차면 이렇게 악플이나 달고 나새끼도 나다... ㅋㅋㅋㅋ맘찍 막 까서 죄송합니다...그래도 유수님은 소중합니다...(소중한데 대접이 이따위야...나쁜 반새끼)

유수 2023-08-04 21:57   좋아요 2 | URL
아 저도 누의자리 아직 안 읽었는데 이전 페이퍼 뭐부터 볼까 하셔서 그거 궁금한 마음에 투표한 거 말씀이에요. 저는 자두 아직이에요. 사는 놓고. 제 맘찍은 그 고양이에 있는데 반님이랑 갈리려나. 죄송해 마세요~ 전혀전혀~ (말줄임표 언젠가부터 비꼼의 냄새를 줄줄 흘리는데 제 톤은 그렇지 않다는 거! 손사래톤😅😅)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59   좋아요 2 | URL
유수님 하여간에 (집에서는 모르겠고 알바 아니고) 나한테는 넘 착혀 ㅋㅋㅋ 자두는 좋았어요. 엄청 좋았어서 나한테 에이드리언 리치까지 팔았는데 단편은 제가 좀 원래 기준선을 너무 높게 잡고 이놈 이년 떼끼 더 잘 써라 막 그럽니다...(뭔데 니가 뭔데...ㅋㅋㅋ) 근데 진짜 유수님은 누의 자리 좋아할 거 같은데?? 끌리면 포기하지 마시고(얇아서 금세 봄) 꼭! 빌려보세요 희망도서 신청해서 보고 그때 사세요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8-04 22:09   좋아요 3 | URL
제가 지금 보는 책에서 사드 나와서 멀고도 익숙한 기분으로 텍스트 따라가고 있음ㅋㅋ 딴길로 새는 거 무슨 일…
아무튼 저는 누의 자리 바로 못 읽을 거 같지만 왜 제가 좋아할 거 같다고 하시는지 매우 궁금함.. 이걸 잘 숙성시켜놓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2:30   좋아요 3 | URL
뭔가 사드 하면 내가 같이 연상될 걸 생각하니 이거 좋아해야 되나 으으으...사드는 진짜 갑툭튀 안 끼는데가 없어 생각보다 그래서 읽으니까 흠 난 봤지 끄덕끄덕 하는데 그게 좋은 일 같지가 않고...
이주혜 작가님이 엄청 감정선 타면서 적어둔 문장도 많고 불쑥불쑥 모성 억압 그러면서도 여성들끼리 위안 주고 받고 그런 거 안 빼먹고 다 넣으셨더라구요. 학원 강사도 나오고 학교 선생도 나오고 애 키우다 고생도 하고 뜨개질도 하고 리스도 만들고 뭐 그렇슴... 저는 그게 단편에는 너무 무리하게 많다 무겁다 그런 기분이긴 했는데 그런 거 소소하고 섬세하게 끼워주면 뭐 하나라도 걸려서 울림 얻는 독자들도 많겠다 싶었어요. 유수님은 나보다는 더 섬세하고 깊숙한 눈이니까 그런거 더 잘 볼 거 같음 ㅋㅋㅋㅋㅋ

유수 2023-08-04 22:37   좋아요 2 | URL
내 취향(의 테두리)을 무섭게 파악해 매달아두셨넼ㅋㅋ 두들겨 맞는 기분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픈데 나쁘진 않다.. 될대로 되라 싶….
사드랑 반님을 묶어서 연상하진 않아요. 절대 읽지마라고 훠이훠이하신 게 연상되면 몰라도 ㅋㅋ 가르치길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셨지만 참 잘 가르치실 거 같다는 제 짐작은 더 확고해집니다 후후

자목련 2023-08-08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주혜의 책이라 반갑게 구매하고 읽었는데 리뷰는 아직 쓰지 못했어요. 어쩌면 쓰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열반 님의 리뷰도 저와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왠지 안도를 하는 ㅎㅎ
<자두>는 진짜 좋죠?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도 참 좋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08-08 09:54   좋아요 0 | URL
저는 자두만 보고 이 책을 보고 이번에 다른 수상집에서 단편 한 편 더 보고서 아...단편은 뭔가 늘 아쉽구나 싶었어요. 자두는 참 좋았습니다 ㅎㅎㅎ리뷰 쓰시게 되면 저보다 더 세심하게 제가 못 본 것 담겨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됩니다.
 

이거 한 번 해 보고 싶었다ㅋㅋㅋ 식자가 생각보다 어렵군요...
(원작:맛의 달인 38권 ‘라면전쟁’)

+무슨 책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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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 2023-08-04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왜 찔리죠? ㅋㅋㅌㅋ읽고 싶은 페이퍼 쓰면서 출판사 소개 복붙한적 있는 사람 나야나..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7:29   좋아요 3 | URL
셋째야 어서 오고... ㅋㅋㅋㅋㅋㅋ그래도 제공 받은 도서 광고는 아닐 거잖아요ㅎㅎㅎ

우끼 2023-08-04 17:30   좋아요 2 | URL
음.. 제공받은 것은 읽고.. 씁니다.. 읽으려고 제공받은 것이라..

Yeagene 2023-08-04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거 열반인님이 만드신 거에요?어떻게?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8:11   좋아요 3 | URL
사진퍼다 하얀색 펜슬로 원래 대사 샤샤샥 지우고 아이패드 이미지 편집 메뉴에서 텍스트 넣기 하고 다른 메모앱에 적은 대사 복붙해서요??? ㅋㅋㅋㅋ피씨 시절에도 비트맵으로 공연 왕피씨(홍보포스터) 만들고 그랬습니다 포토샵 할 줄 모름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8:12   좋아요 4 | URL
그런데 저거 대사만 갈아주는 패러디 생성 웹페이지 누가 이미 만든 거 뒤늦게 발견했어요 ㅋㅋ내가 한 식자가 더 예쁨 ㅋㅋㅋㅋ

미미 2023-08-04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3권 쓰셔야겠는데요? ㅋㅋㅋ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할 때 출판사 책소개 복붙하면 잘 받아줘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8:15   좋아요 4 | URL
아아...그런 용도도 가능하군요 ㅋㅋㅋ그건 관료제용 문서(?)지만 독후감은 우리 아트하게 써야죠ㅋㅋㅋㅋ

우끼 2023-08-04 18: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미미님도!!! 저도 그래요 !!!ㅋㅋㅋㅋ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시엔 출판사 책소개가 좋더라구요

미미 2023-08-04 19:01   좋아요 2 | URL
오 우끼님 찌찌뽕요!!ㅋㅋㅋㅋㅋ 저 맨날 퇴짜 맞다가 그렇게 한 뒤로 쭉 되더라구요. >.<

Falstaff 2023-08-04 2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여기 알라딘에서는 도저히 댓글 달기 힘드네요. ㅋㅋㅋ
정말 이런 만화가 있는 줄 알았음.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38   좋아요 4 | URL
왜요 왜 댓글 못 다셔요? 저렇게 아리송하게 달면 막 다른 사람들이 야 너 저 백작님이랑 무슨 관계야!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정말 저런 만화가 있는데 원작에선 저 삼총사가 각각 라멘의 면, 수프, 고명 전문가에요... 어느 분야든 세 가지 악습(?) 악행(?) 모아다 빈 칸 바꾸고 000의 개노답 삼형제-이러는 밈(인터넷 놀이)이 한 십년 전부터 유행입니다 ㅋㅋㅋ제가 너무 늦게 따라 함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39   좋아요 4 | URL
아 저희는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이웃 관계입니다 여러분....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8-04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열반인님 정교한 수학적 두뇌에, 이런 창의성까지!!! 전 아까 폰으로 열반인님 이 포스팅 보았을 때는, 세 컷만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해를 못하고 있었는데 ㅋㅋㅋ완전 빵 터집니다. 노답 ㅋㅋㅋ이럴수가!!! 너무 재밌잖아요 ㅎ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1:55   좋아요 2 | URL
얄님...정교한 수학적 두뇌란 대체...저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시면 곤란해요 ㅋㅋㅋ이것도 창의성으로 쳐주신다면 뭐 그거만 받겠습니다. 만들면서 헤헷 독후감 구경좀 했다 하는 사람은 공감하거나 아 저거 나 까는거냐...(아니에요 아닙니다) 하고 찔리겠지? 하면서 저거 만드느라 인생을 낭비하는 반새끼...

Falstaff 2023-08-04 22: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나 더 있습니다.
저도 이 분류에 자유롭지는 않습니다만... 이름난 작가의 책에, 이름값 하나 보고 별점 팍팍 주는 거요!
또 있습니다!
읽지 않았으면서도, 앞으로 이 책 읽을 예정이다, 이거 읽을 거 공지한다, 하는 거 말입죠. 근데 뭐? 뭐가 어떤데? 왜 여기서 광고질이야, 흑흑흑, 제가 성격이 모나서 좀 삐딱한 거 같아요. 흑흑흑......

우끼 2023-08-04 22:12   좋아요 3 | URL
둘 다 좋습니다~~ 백작님 뜻대로 하시죠!!!

반유행열반인 2023-08-04 22:26   좋아요 3 | URL
그거는 알라딘이가 책 어떻게든 팔아먹을라고 읽을거에요 기능을 쳐 발라놔가지고 또 사람 맴이 있으면 한 번 눌러보고 싶은 거잖아요... 그거 저장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저도 눌러서 목록만 저장하고 읽을 거여용 하는 포스팅 올라가면 샥 지우는 편인데 그냥 신경 안 쓰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ㅋㅋㅋ
별점 팍팍에는 아 나도 ㅈ빠지게 읽었으니 니들도 고생해봐라, 하는 뻥카심도 좀 있어서 그거는 별점은 저는 거의 책 선택에 참고하지를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골백작님 안 삐딱해요 그냥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쓰시느라 인생 피곤하시겠다(나도 그런데!) 함 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8-05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둘째 셋째는 해당없지만..


첫째에서 많이 찔립니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6 13:49   좋아요 2 | URL
왜 찔리셔요 새파랑님 감상도 늘 녹여주시잖아요 ㅋㅋㅋ

은오 2023-08-08 0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유열님이랑 이웃분들 리뷰가 소중하지

반유행열반인 2023-08-08 07:56   좋아요 1 | URL
이런 거도 보러와 하면 와서 보고 웃어주시는 은오님 소중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230802 어슐러 K. 르귄.



이 책은 2016년 알라딘 중고로 3500원 주고 샀다. 그 무렵의 알라딘은 직배송 중고책이 지금보다 많이 쌌다. 그보다 몇 달 전 ‘바람의 열두 방향’을 3000원에 주고 산 뒤 읽지도 않고 어슐러 르귄의 책 한 권을 더 마련한 것이었고, 다음 해에 ‘어스시의 마법사’는 4600원 주고 샀으니, 뭔가, 중고책 인플레이션이 느껴지는 거래 역사가 아닌지.
어쨌거나 배스킨라빈스 싱글레귤러 하나 먹을 돈으로 며칠 간 SF명작 고전을 만났으니 감사할 일이 아닐까...오 책 살 당시에는 싱글킹이 3500원이었다고 하니 그만큼 더 이득이 아닌가… 아닌가? 자꾸만 원화로 가치를 따지며 가성비에 기뻐하는 저렴한 욕망아. SF를 읽고 외계 탐험을 하면 뭐하냐 여전히 벌레 같이 하찮은 지구인아.

SF를 읽는 일은 늘 쉽지는 않았다. 그게 또 아예 안 읽은 건 아닌데 ㅋㅋㅋ몇 년 전에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독후감 써서 리뷰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었다. 작가가 직접 심사하는데 뽑혀서 더 신남 ㅋㅋㅋ비겁하게 딸래미를 우주선 엔지니어로 만들어 명왕성보다 더 먼 에리스 근처까지 보내는 설정의 독후감이었다. 나중에 애한테 물어보니 우주 가기 싫다고 그래서 미안…
사실 어디까지 SF라고 일컫는지도 잘 모르겠다. 사이언스 픽션이어 판타지여… 섹스판타지 줄임말 아니어쒀? 죄송… 굳이 사이언스 안 붙여도 판타지라 자주 불리는, 현재나 과거 역사에 기반한 지구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장르는 그리 많이 보지도 않았고 봐도 늘 처음에 세계관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반지의 제왕도 영화만 보고 소설로는 안 봤어...호빗만 봤어...해리포터는 한 권도 안 봤어…

어둠의 왼손이란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오래도록 궁금했다. 궁금하면서도 여태 안 펴본 것도 신통하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지만. 우리는 완벽한 대칭은 아니라도 거의 대칭에 가깝게 많은 부분을 두 개씩 달고 난 존재라 세상을 이해하기에도 이원론이 가장 편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치,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늘 그렇진 않더라도 그럴 때가 있다.

소설의 배경은 외계의 머나먼 행성 겨울, 게센. 그곳에 지구 출신 겐리 아이가 머물고 있다. 지구의 역사로 서기 얼마쯤 되는 때인지 알 길이 없다. 아이가 ‘마음의 언어’라는,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걸 쓰는 것을 보면, 또한 인류가 사는 수많은 행성이 흩어져있고 우주선으로 광속의 여정을 거쳐 외계로 나아가는 게 가능한 걸 보면, 이야기 속 지구인과 게센인의 거리보다도 현재의 지구인과 이야기 속 지구인 사이의 거리가 훨씬 아득해 보인다.

게센 행성은 우리가 겪는 중인, 그리고 아이가 떠나오던 무렵의 지구보다도 훨씬 추운 기후이고, 인류와 거의 가까운 종족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양성의 상태로 머물다가 캐머라는 특정 시기, 일종의 발정기가 오면 하나의 성으로 고정이 되고, 캐머 상태인 게센인과 접촉하는 상대방은 반대의 성이 되어 서로 결합하게 된다. 게센인 누구나 아이를 잉태하거나 잉태를 돕는 성이 양편 자유자재로 될 수 있다. 이 파격적인 상태를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사회 구조나 가족 형태, 또한 거기에 비추어 우리의 이성애를 돌아보는 데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페미니즘 소설로도 많이 인용되는 모양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의 논거로 활용되고 회자되고 영감을 주는지는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짐작도 잘 못하겠다.

주인공 이름 때문에 게센인들이 아이 씨, 하고 호명할 때 욕하는 줄 알고 처음엔 자꾸 깜짝깜짝 놀랐고 (ㅋㅋㅋ내가 번역한다면 그냥 아이 님 할래… ), 게센의 복잡한 정치 구조와 지구인은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속내와 상호작용 의례 속에 아이가 누굴 믿고 안 믿을지 처음에 헤맬 때 좀 답답하기도 했다. 아니 툭 까놓고 처음부터 에스트라벤이 제일 호의적이고 도와주려고 이런 저런 힌트를 직언은 아니지만 막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게 나한테는 보이는데 아이 놈은 나 쟤 안 믿음, 이러고 고구마를 퍼먹였다. 정작 그러던 놈이 원래 머물던 카르하이드의 적국인 오르고린 건너가서는 자신을 환대하는 것의 의도에 관해 거의 의심 없이 거기 놈들 막 따라다님…
나같이 판타지 세계관에 유연하지 못한 놈은 자꾸만 실존 세계에서 가장 유사한 정부 형태를 두 나라에 대입해보고 있었다. 아이를 시베리아 수용소 같은데 유형 시켜버리는, 증명서 검사와 감시가 일상이고 언론 통제가 일어나는, 겉보기엔 멀쩡하고 말끔해보여도 속은 엉망진창인 오르고린은 딱 봐도 냉전 시대의 공산 국가가 모델 같았다. 카르하이드는 관습과 전통과 예의범절과 환대로 유지되는 전통 사회? 느슨한 자유주의 국가지만 공동체의 체면 차리기가 개인을 어느 정도 얽매고 있고 개인도 자발적으로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뭐 딱히 그런 자유와 공동체적 구속이 공존했던 세계는 언제든 존재했던 것 같지는 않다. 아이가 자신이 홀로 게센에 내려온 이유를 설명할 때 묘사하는 헤센(지구를 포함하는 여러 행성의 인류 공동체) 사회를 볼 때에도, 지금 내가 겪고 살고 있는 사회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어서, 아 올까 과연 공동체라는 것이 개인이나 다른 공동체를 억압하지 않는 그런 미래가 정말 올까? 뭐 그거야 말로 제일 사이언스 픽션인가 소사이어티 픽션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고 또 힘든 부분은 아이와 에스트라벤이 함께 영하 50도 언저리에 육박하는 고브린 빙하 지대를 수십일에 걸쳐 건너가는 이야기였다. 극한에 내몰려 생존하는 동시에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 둘이 아니었다면 절대 살아서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협력이란 무엇인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되는 사람, 우정이나 사랑 같은 이름표 붙이기에도 뭔가 부족한 어떤 감정과 관계, 또 서로 다른 외계인이라는 인지만으로도 멀어지는 간극, 그와중에 뒤지게 춥고 지독한 설원 빙원은 왜 아름답고 화산은 왜 끓어오르고… 르귄 선생님은 야 거 인류끼리 섹스 안 해도 서로 교감하고 돕고 살 수 있어, 하고 싶으셨는지. 그, 저, 아바타에서 나비족이랑 주인공이랑 어디까지 갔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고…하여간에 박고 박히는데 인류는 너무 골몰해서 상상력이 빈곤해지는 거야….죄송합니다 나란 인류…

같은 목표점에 닿기 위해 힘을 합치고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장면장면들은 충분히 뭉클하게 그려졌지만, 결국 어떤 대의를 위해 누군가 희생되고 사라지는 일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건들이라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그냥 좀 더 같이 살아서 머리 쥐어짜서 어떻게 안 되었던 것이냐… 누군가의 죽음이 계기가 되고 퍼즐이 맞춰지고 숭고한 희생 어쩌고 하는 거 되게 짜증나고 싫다. 그냥 그건 살아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들 구미와 목적에 맞게 짜맞추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흘러가는 일. 죽은 사람은 그냥 죽었을 뿐. 그게 명예로운지 개죽음인지는 살아남은 이들의 명명과 평가에 달려 있다. 으으으으. 그럴 땐 내가 산 자인 게 좀 싫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죽자 그냥. 저런 노래 부르던 사람들이 저 세 가지에 가장 집착하면서 죽었다. 쳇.

한 권이라는 이야기가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을 테지만 이 안에서 르귄 선생은 화자도 아이와 에스트라벤을 왔다갔다 하고, 게센의 전설, 에스트라벤의 일기장, 다양한 형식 실험을 했다. 외계 행성계를 가정하면서 공전, 자전주기도 조금 다르게 설정하고, 연월일 시간 체계도 우리와 사뭇달랐다. 그걸 막 다 이해하면서 보기는 버거워서 그냥 아 그렇구나…13월이네… 원일점 근일점 그거 지구과학에서 배운 거네… 하여간에 여기 계절은 혹독하고 거기 맞게 진화는 또 다른 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구나… 너무 추워서 공기 중을 날아다니는 생물도 없구나, 곤충은??? 모기 없어서 좋겠다...그런데 포유류도 조류도 없고 온리 어류만 있는데 인류만 덩그러니 하면 외롭겠다...나 어제 아쿠아리움 갔는데 거기도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다 있던 걸… 극지방도 물 속에 물고기 말고도 여러 가지 살 수 있는데 르귄 선생님은 생물학은 좀 잘 모르셨나 보다 아쉽네 동물하고 교감 없고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하는 모습 못 본 게센인들이라 상시 양성의 존재에 대해 낯설어하는 설정이라는 게 좀 많이 어거지 같은 건...내가 아직 이원론 제대로 못 벗어나 그렇겠죠?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 남은 시대에는 막 유성생식 안 하는 동물님들 넘쳐났겠죠? 인류가 캐머 정도가 아니라 무성생식 가능한 시대가 오면 또 우리 진화 향방이 많이 달라지겠죠? 지렁이도 달팽이도 우리는 모두 친구-할 수 있겠죠??

힘들게 읽은 책이라 잡설이 너무 길었습니다...독후감 쓰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이제 끗끗.


+밑줄 긋기
-반역자로 불린다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것임을 나는 새삼 깨달았다. 남을 반역자라 부르기는 쉽지만 자기가 그 처지가 되는 것은 너무도 괴로운 일이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궁지에 몰아넣고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하는 이름. 이미 반쯤은 그 이름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107)

-그래서 그들의 실험에서 강간하고 싶은 남성의 욕구와 강간당하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영원히 제거하려 한 것은 아닐까? (134, -와-의 뒷문장 저거 궁금하다...번역 오류가 아니라 실제 저런 표현했다면… 아니 시발 양성 생물체에서 저런 욕구라는 게 실존합니까? SF라 해도, 헤인인이 지구인하고 같은 존재 아니라고 가정해도 막나가는 표현이네… 진심 궁금해져서 구글에도 네이버에도 ‘강간당하고 싶은 여성의 욕구’라고 책 문장 그대로 적었는데 그에 관한 검색 결과가 의외로 존재해서 하… 뭐 그것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답변을 정성스럽게 적어 놓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신기한 인터넷 세상! 신기한 이 세상…)

-나는 카르하이드인이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부모가 아이를 야단치는 정도만 보았을 뿐 아이들에 대한 부드러운 태도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분명 그들의 태도는 매우 심오하고 효과적이며 무소유적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모성적’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른 점이 바로 그 무소유의 태도일 것이다. 모성과 부성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보호하고 도와주려는 부모의 본성이 반드시 성과 관련된 특징은 아닐 것이다. (138)

-그러고 보면 죄 많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꼭 나쁜 일은 아닌 듯했다. 방화범인 할아버지는 연기 냄새를 맡는 기가 막힌 코를 후손에게 물려준 것이다. (192)

-이곳에 여러 해 동안 수용된 죄수들은 이 화학적 거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순응하는 듯했다. 그들은 거세된 수송아지처럼 성의 특징이 없었다. 그리고 천사처럼 부끄러움도 욕망도 없었다. 그러나 부끄러움도 욕망도 없다면 이미 인간이 아닌 것이다. (231-232)

-“아니, 당신은 그랬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게센에서 당신을 믿는 사람은 오직 나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믿기를 거부했던 한 사람도 바로 나였습니다.”
”미안합니다, 에스트라벤.“ (256)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고 언제나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용의주도함이 바로 그가 나를 돕기 위해 내던진 그의 비범한 정치적 이력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또한 나에 대한 신뢰와 나의 임무에 대한 헌신의 깊이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이 행성에 왔을 때, 그는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행성 겨울엔 그 외엔 아무도 없었다. (261)

-친구. 달의 주기가 바뀌면 어떤 친구든 연인으로 바뀔 수 있는 곳에서 친구란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남성으로 한정되어 있으므로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세렘 하스의 친구도 아니고 이 종족 누구의 친구도 아니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그들 그리고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그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때가 오면 손만 닿아도 변태를 하는, 마치 요람에서 아이를 바꿔치듯 변하는 그들은 나의 육친도 친구도 아니다. 우리 사이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273)

-북쪽 사면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계곡 아래쪽 모레인까지 눈이 수북이 덮여 있었다. 우리는 바퀴를 빼서 썰매에 싣고 활주부의 덮개를 벗긴 다음 스키를 신고 출발했다. 밑으로, 북쪽을 향해, 저 광막한 침묵의 눈 속으로. 그리하여 검은빛과 흰빛의 거대한 글씨로 대륙을 가로질러 ‘죽음’이라고 쓰인 침묵의 얼음과 불의 황야를 향해.
썰매는 깃털처럼 가벼웠고, 우리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281)

-빛은 어둠의 왼손
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
둘은 하나, 삶과 죽음은
케머 연인처럼
함께 누워 있다
마주 잡은 두 손처럼
목적과 과정처럼 (298, 토르메의 노래)

-우리는 길을 걸을 때나 식사 도중에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입 안으로 들어와 이와 목구멍과 허파를 칼로 에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을 꼭 다물고 코로 숨을 쉬어야만 했다. 공기가 영하 4,50도 이하일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온도가 그보다 더 내려갈 때는 숨은 내쉬자마자 얼어붙고 코마저 꽁꽁 얼어 막혀 버리기 때문에, 질식하지 않도록 허파를 베이는 고통을 참고 입으로 숨을 헐떡거려야 했다.
어떤 때는 우리가 내쉬는 숨이 얼어붙으면서 바삭바삭 소리가 나기도 했는데, 멀리서 불꽃이 튀는 듯한, 수정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였다. 숨을 쉴 때마다 코에서는 조그만 눈태풍이 불었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 고브린 빙원은 얼어 버린 연못의 수면처럼 평평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곳은 태풍치는 바다가 갑자기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불규칙한 얼음턱이 수백 킬로미터나 펼쳐져 있었다.
(310-311, 더위의 한가운데에서 극한의 추위와 추운 풍경에 대한 묘사를 본다. 존나춥다- 할 것을 읽는 이가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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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03 0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작 작품은 읽지도 못했는데 <~~의 말>로 어슐러 K. 르 귄을 먼저 접해서 이미 좀 필터가 눈에 덮여있어요.열반인님께서 왜 ˝리뷰쓰기 어려운 작품˝이라 하셨는지 읽으면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네요^^

열반인님 초엽 작가님께 인정받으신 실력자!! 멋진 뽐뿌(이 때 써도 되는 말이죠? 뽐뿌요^^ ?)

반유행열반인 2023-08-03 07:37   좋아요 1 | URL
뽐뿌는 펌프질? ㅋㅋㅋ지름욕구에 바람넣는 거 말하는 밈 같은 건데요 ㅋㅋㅋ 르귄 대담집? 산문집? 보셨으니 얄님께서는 소설 더 잘 읽어내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 정작 초엽 작가님이 다른 잘 쓴 이웃 안 뽑아 준 거 보고 저는 삐져서 초엽이 나 이제 더 안 본다!! 이러고 정말 안 보는 중이었네요 ㅋㅋㅋ

난티나무 2023-08-03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4 저도 궁금해지네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3-08-03 07:38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최용준 번역가가 다시 옮긴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기회되면 거기서는 어떻게 옮겼나 확인해 보려구요. 저는 옛날책을 갖춘 바람에 그냥 읽었는데 엄청 나쁜 문장은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 아 새 번역본 볼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어요 ㅋㅋ

Yeagene 2023-08-0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자체가 그렇지만 sf는 어떻게 쓰는지 놀라워요.아는 것도 많고 상상력도 풍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8-03 18:52   좋아요 1 | URL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거니까 지배욕구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게 잘 할 것 같아요 ㅎㅎㅎㅎ

은오 2023-08-03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열님은 독후감의신입니다..

은오 2023-08-03 22:52   좋아요 2 | URL
아니 장인..

은오 2023-08-03 22:52   좋아요 2 | URL
아니 독후감아티스트..

반유행열반인 2023-08-04 08:39   좋아요 2 | URL
다정한 은오님 무한 감사 드리지만…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ㅋㅋㅋ
은오님 얼굴만(아닌가 남의 얼굴인가) 셋 연속 뚕뚕뚕 외치고 있으니 거…노답삼형제 짤이 생각나 버린 걸 사과드립니다 ㅋㅋㅋ(뭔가 은혜를 웬수로 갚는 악성 독후가머)

반유행열반인 2023-08-04 08:40   좋아요 2 | URL
아 근데 신에서 장인 아티스트로 조금씩 강등되는게 포인트 같기도??? 읽다보니 그 정돈 아니네 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8-04 14:05   좋아요 2 | URL
아잌ㅋㅋㅋㅋ 처음부터 큰그림그리고 반대순서로 달았어야했는데 😫

우끼 2023-08-04 18: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강등…ㅋㅋㅋㅋㅋㅋㅋㅋ(말없이 웃음만 남기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4 19:44   좋아요 1 | URL
우끼님 ㅋ이 몇 개야 말 많은데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