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참을 수 없는  (반유행열반인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I chose not to choose life. I chose somethin’ else.</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5 Aug 2026 00:24:43 +0900</lastBuildDate><image><title>반유행열반인</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21671142540374.jpeg</url><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반유행열반인</description></image><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사랑한 남자들. - [도둑 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30508</link><pubDate>Mon, 03 Aug 2026 19: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305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846&TPaperId=174305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1/6/coveroff/893746184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846&TPaperId=174305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둑 일기</a><br/>장 주네 지음, 박형섭 옮김 / 민음사 / 2008년 08월<br/></td></tr></table><br/>-20260803 저자: 장 주네.<br><br><br> 제목만 보고 기대를 너무 했나 보다.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에 도둑을 집어 넣은 이 남자는 무작위로 과거를 회상하며 두서없이 거쳐온 장소들과 남자들에 대한 썰을 풀었다. 그 모든 걸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딱히 재미있지도 않았고, 추한데 자꾸 보게 되는 그런 종류도 아니었고, 미감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전에 읽은 ‘길 위에서’와 ‘폭력적인 삶’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넓은 지역을 떠돌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쓰는 남자는 앞의 책을, 사랑을 갈망하는 가난한 남자는 뒤의 책을 닮아 있었다. 세 가지 책의 공통점은 아저씨들이 썼고 민음사 세계명작 시리즈이며 두꺼운데다 매우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br><br> 화자는 남자에 미친 새끼이다. (그가 생각하는) 강력한 남성성을 지닌 사람에게-그가 범죄자이든 경찰이든- 금세 사랑에 빠진다. 다만 그 넓은 사랑은 남성에 한정이라서, 그의 이야기에 여성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자기가 사랑한 남자가 착취하며 사는 성매매 여성 정도가 가끔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인류애 같으면서도 반쪽 짜리이다. <br><br> 도둑질, 강도짓, 성매수자 쫓아가 협박해서 돈 털기, 살인, 사회에서 말하는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런 삶의 형태를 성스러운 것으로 표현하고, 심지어 신성모독으로 보일 만한 생각도 하는 인물들과 화자를 보며 어떤 감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덤덤했다. 이거 이미 이백 몇 년 전에 사드가 하던 짓이잖아. 걔는 귀족이었다만 감옥 가고, 성적 스캔들 일으키고, 나중에 사회운동(혁명)도 하고, 뭐 그런 비슷한 점들이 보였다. 나는 너무 매운 걸 많이 먹어서 이제 웬만한 건 암시롱 안 혀. <br><br> 어려서 이십 년 가까이 살던 셋집에는 도둑이 여러 번 들었다. 부모가 금은방 하다보니 왠만한 건 가게 금고에 있었지만, 외국에서 노동하던 삼촌들이 사다 준 향수병들, 코니카 카메라, 수집한 외국 잔돈, 나와 동생이 모으던 저금통 같은 게 사라졌다. 뭔가 없어진 것도 안타깝지만 집이 그야말로 이것저것 빼내던져 난장판이 된 모습이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다. 신발을 신고 들어와서 밥상에 쭈그리고 앉아 발자국과 청바지의 엉덩이 자국을 고스란히 남긴 도둑, 현관 유리를 부수고 문을 따고 들어온 도둑, 지하실과 연결된 뒷문을 열고 들어온 도둑... 누군가의 침범은 내가 사는 곳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집안에도 이미 위험요소(=아빠)가 있긴 했지만… <br> 부모의 가게에도 여럿이 와서 손님인 척 정신을 빼놓고 그 사이 진열장을 열어 물건을 빼가거나, 앉아서 잠시 밥 먹는 중에 소리없이 들어와 귀걸이 진열대를 통째로 들고 달아난 도둑들이 있었다. 나와 내 동생의 동갑내기이던 옆집 자매도 자잘한 물건이나 돈을 우리집에서 꺼내가고, 자매 중 동생은 내 동생의 열쇠를 훔쳐 빈집을 열고 들어오다 다행히 엄마가 집안에 있었어서 잡았던 적도 있다. 도둑 이야기하면 다들 이렇게 뭔가 털려 본 경험이 있을까… 아니면 내가 열악한 동네 살아서, 아니면 운이 없어서 그렇게 도둑을 많이 겪은 건가 잘 모르겠다. <br> <br> 이 책 제목은 ‘도둑 일기’이지만 사실 ‘도둑의 사랑(들)’에 더 가까웠다. 물건 훔치고 교도소에서 지내는게 일상인 화자는 정작 좋아하는 상대로부터 마음은 제대로 못 훔쳤다. 오히려 홀따닥 사랑에 빠져 상대도 정말 날 좋아할까, 얘를 배신할까 말까, 애태우며 내내 주체성이나 주의력을 도둑맞은 모습이었다. 뭐 하고 싶은 대로 하다 그 이야기들을 도둑이 싸 놓은 똥처럼 글로 남겨놓고 갔으니, 그리고 변태 문인들이 칭송도 해 이름도 남겨줬으니 스스로는 살만한 삶이었을 것 같다. 다만 고통이나 절망의 정서는 의도적으로 숨긴 것인지, 정말 그런 감정을 강렬하게 느끼지 않은 것인지 글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이미 문인이 되고서 회고하듯 과거 이야기와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 쓰다보니 그렇게 설탕가루 뿌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성애 사랑들을 이렇게 나열해 놓았다면 정신 사납고 진부하고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고 할 것 같아서 갑자기 소수자성에 샘이 나기도 하는 이상한 정신이 되는 독서였다.<br><br>+밑줄 긋기<br>-나는 너무나 무거운 슬픔을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일생을 계속 그렇게 떠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방랑은 단순히 나의 생애를 장식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104, 책 내내 장은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곳곳을 떠돈다.)<br><br>-독자들은 분명 이 책에 실망할 것이다. (145, 진작 알았으면 됐어.)<br><br>-그의 부드러움은 저절로 얽히고 수축되며, 또 여러 겹으로 포개져 하나의 무서운 용수철로 변할 것이다.<br> “형이 나를 버리면 난 미칠 거야.”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야말로 깡패 중에 가장 난폭한 깡패가 될 거야.” (209, 누구나 사랑을 잃으면 가장 난폭한 깡패가 되지.)<br><br>-그래서 나는 그가 나의 남창 경험을 알고, 그것을 인정해 주기를 요구했다. 그가 가장 비열한 나의 절도 행위들을 상세하게 알고, 그 때문에 그 자신이 심적 고통을 겪고, 또 그런 행위들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의 출신, 나의 비역질, 나의 비겁한 행동, 허옇고 엉큼한 얼굴의 늙은 도둑년을 어머니로 갖기 원하는 나의 괴상한 상상력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구걸하러 다닐 때의 태도, 거지들이나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말하자면 거지들에게 일상적으로 통하는 , 거짓으로 변조한 탁한 음성, 남색가를 유혹하기 위해 꾸며 낸 교묘한 수단들, 히스테릭한 남창으로서의 거동, 미모의 젊은이들을 상대할 때의 부끄러움, 그들 중 한 젊은이가 대담하게 나의 사랑을 거역하던 장면, 어떤 깡패가 내게 은총을 베풀던 장면, 프랑스 영사관 직원이 내 모습을 보고 코를 막던 장면, 유럽 각지를 떠돌면서 누더기를 걸치고 허기와 모욕과 피로와 추악한 사랑 놀이로 계속 되던 끝없는 여행….... 이 모든 것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239-240, 뤼시엥이 알길 바라는 것이 동시에 독자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 같다. 여태 읽은 이 책 내용은 이 문단 하나로 요약 가능하다. 누더기와 비참함에 미사여구를 더덕더덕 붙였다 정도)<br><br>-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이 책의 근본 주제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관련이 있다. 그 관련성이 언제나 명백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에 대한 취향 사이에는 어떤 밀접하고 상호적인 교류가 있음을 인정한다. (245, 본인 한정 아닐까...혐오 멈춰)<br><br>-나 역시 모든 종류의 방탕한 삶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절망한 자의 자유로움과 단순한 멋을 가지고 있다. 나의 용기는 모든 인습적인 삶의 존재 이유를 저버리고 새로운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 발견은 서서히 이루어졌다. (250-251, 따르고 싶진 않은 방향이지만 자기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멋져…)<br><br>-그는 도덕에 관한 이야기를 건넸다. 모든 행위를 미적 관점으로만 보고 있던 나로서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덕주의자들은 나의 행동을 악의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들의 선의는 나의 악의와 충돌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어떤 행동들은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보여 줘도, 나는 단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노래를 통해 그 행동들이 아름다운 것인지 혹은 우아한 것인지 판단할 것이다. 오직 나만이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나를 정해진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없다. (277-278, 삶을 극단의 예술로 살면 이렇게 될 수도…)<br><br>-나는 이 세계와 대립하고 있다. 이 세계는 나를 구속하고 재단하면서 상처를 주고 날카로운 각을 내세운다. 그것은 내가 오려 낸 형태보다 더 날카롭고 더 잔혹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아름답고 더 찬란한 존재가 된다.<br>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위가 완성될 때까지 그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그것의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그 끝은 아름다워야 한다. 어떤 행동이 추잡하게 보이는 것은 그것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310-311, 완성의 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1/6/cover150/893746184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1067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소립자가 궁금해? - [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27432</link><pubDate>Sat, 01 Aug 2026 22: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274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8199&TPaperId=174274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273/40/coveroff/897291819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8199&TPaperId=174274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a><br/>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01월<br/></td></tr></table><br/>-20260801 저자: 수지 시히.<br><br> 겨울 경주 여행 때, KTX 신경주역에서 경주 시내로 들어서는 버스 바깥 풍경에 ‘양성자 가속기’란 글자가 새겨진 건물이 보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방폐장 설치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양성자 가속기 연구소를 그곳에 설치했다고 했다. 원자의 구성 물질 중에 양성자가 있다 정도만 알았지, 그걸 가속해서 뭐 어디다 쓰는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크지 않았다. <br><br> 같은 번역가의 수학에 관한 책을 읽다 포기하고, 새로 펼친 과학책,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이란 제목만 봤을 때는 화학 관련 책일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물리학, 그것도 입자물리학이라고… 차례에서 뭔 트론트론 하는 가속기들과, 광양자니 힉스 보손이니 하는 이름들이 등장했고, 난 연속으로 이과빔 맞은 문과멍충이가 되나 싶어 조금 심란했다. <br><br> 걱정한 것에 비해 이 책은 읽기가 아주 까다롭진 않았고, 그동안 봐 온 과학사 책들처럼 더 작고 더 파악하기 힘든 입자를 찾아 분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제법 재미있었다. 읽고 나니 화학, 물리학 이런 것 배우는 학생들이나 거기 관심있는 아무나 볼 만한 좋은 내용의 책이었다. 다만 도무지 유혹적이지 않은 표지 디자인과 서체는 조금 아쉬웠는데, 친구들과 ‘까치가 까치한다’표현할 정도로 책의 매력도를 올려주지 못하는 겉모양새였다.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를 보고 소설 아니고 과학책이라고 착각하고 펼쳐 본 사람이 (만약) 있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br><br> 엑스선에서 시작해서, 빛은 입자야, 원자는 더 쪼갤 수 있어, 쪼갠 걸 더 쪼갤 수 있어, 전압 왕창 올려서 가속기를 만들게 돈 줘, 그럼 뭐가 있나 계속 깨볼게, 이런 걸 찾아내기 위해 긴 시간, 때로는 일생을 바친 과학자들이 참 많이 등장했다. 위인전 같은 데서는 유명 과학자 이름만 툭, 한 명 던져주니 그 위업을 마치 한 사람이 달성한 것 같지만, 이 책은 입자에 관한 많은 발견이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시간과 고생과 삽질과 돈과 지능이 합쳐져 이룬 일인 걸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도 모두가 협력하면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낙관을 담은 저자의 연설을 요약해 담아 놓았다. <br><br> 그렇지. 혼자 되는 일은 없다. 저 높은 건물들도, 내가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는 모바일기기와 인공지능들도, 여러가지 과학사적 발견을 알려준 이 책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이뤄서 내게 닿은 것들이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뭐든 혼자 해결하고 싶고 최소한으로만 사람을 만나고 싶다. 우린 이걸 우울증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알고 싶고 찾고 싶은 집념에 의기투합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들은 이 책에 적혀 있지만, 거기 가는 과정에서 실패하고 그렇지만 그 실패로도 발견의 밑바탕에 도움을 줬을 책에 안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자꾸 실패만 해도, 그게 다 무용하다고 징징대지는 말아야겠다. 물방울 모여 바다를 이루고, 모래 흙 돌 모여 큰 산을 이루듯 나도 인간이란 바다와 산을 이루는 습기이고 먼지이니까. <br><br>+밑줄 긋기<br>-리모컨에는 이진수 신호를 비가시광선(적외선)형태로 보내는 LED(발광 다이오드)가 들어 있다. 우리가 단추를 누르면 광자가 리모컨에서 튀어나와 에어컨에 장착된 검출용 광 다이오드를 때리며-밀리컨의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이 광자는 운동 에너지를 부여하여 전자를 풀어준다. 광 다이오드는 반도체라는 물질이 두 개의 층으로 접합된 것이다. 이 접합부는 전기가 한쪽 방향으로 더 수월하게 흐르도록 함으로써 광 다이오드에 빛이 쬐이면 전기가 흐르도록 한다. 에어컨은 이진수 패턴을 해석하여 우리의 명령을 따름으로써 받아들인 전기신호에 반응한다.(78-79, 며칠 전 작은 어린이가 어떻게 리모콘이 작동되는지 물었는데 이걸로 설명 될까…)<br><br>-1932년 입자 가속기가 원자를 쪼개는 데에 성공한 그해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기본 입자의 목록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전자와 그 반물질인 양전자,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발견되었다. 이 입자들은 모두 나눌 수 없다고 생각되었으나,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양성자와 중성자에도 내부 구조가 있음이 밝혀진다. 빛의 입자인 광자가 도입되었고, 불과 4년 뒤에는 전자와 양전자의 무거운 사촌인 양성 뮤온과 음성 뮤온이 발견되었다. (153, 지난 이야기를 간단히 한 번 정리해 주심)<br><br>-중성미자는 호기심에 이끌린 연구가 현실에 응용된 사례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고전적 사례이다. 전자기력을 통해서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날쌘돌이 전자나 강력을 통해서 원자핵과 상호작용하는 중성자와 달리 전하가 없고 질량도 거의 없는. 중성미자는 감지될락 말락 하는 연기같은 입자로, 거의 아무것과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실험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발견이 어떤 쓰임새를 가지게 될 지가 늘 명백한 것은 아니다. (251, 거대한 규모의 검출기 실험으로 겨우 찾은 중성미자가 아직은 쓸모를 못 찾았음을 당당히 인정… 나중에 새로운 닉네임 쓰게 되면 중성미자라고 해야지.)<br><br>-입자물리학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는 했지만 입실론은 밑바닥에서 단순성이 드러나고 있음을 확증했다. 그것은 자연에 유쾌한 대칭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이론이었다. 존재하는 것은 6개의 렙톤(전자, 뮤온, 타우, 그리고 이들의 중성미자)과 6개의 쿼크(위, 아래, 기묘, 맵시, 바닥, 꼭대기)였다. (290, 이 부분을 그림 하나로 그려둔 게 생각나 어린이 책 ‘처음 읽는 양자물리학’을 찾아보니 입자들에 대한 표기는 조금 다르지만 하여간에 있었다. 생긴 건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제목부터 어린이 책이 아닌 걸로…나중에 이것도 읽어보기로 했다.)<br><br>-하지만 물리학자들은 도박보다는 공짜 음료를 들고 테이블 주위에 모여 종이와 펜으로 스케치나 계산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쪽을 좋아했다. 그들은 승리가 보장된 유일한 도박 수를 (사전 모의 없이) 집단적으로 선택했다. 그것은 도박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호텔은 그 주에 최악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학술대회가 호텔에 얼마나 큰 재앙이었던지 대회가 끝날 무렵 라스베이거스 시는 물리학회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은 내가 보증할 수 있다. (304, 잭팟 도파민을 이기는 물리학 도파민…)<br><br>-표준모형이 믿기 힘든 성공을 거두기는 했어도 우리의 방정식은 중력을 나머지 모든 힘과 조화시키지 못한다. 우리는 우주가 하나인지, 우리가 이른바 “다중우주”에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고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왜 반물질이 아니라 물질에 둘러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우주에 스며 있는 암흑물질의 성질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338, 뭘 아는지도 아직 잘 모르지만,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br><br>-하지만 X선 촬영은 말할 것도 없고 방사성 연대 측정, 무선 리모컨, 전자 현미경, 뮤오그래피, 가속질량 분석법, 반도체 제조, PET촬영, 물질 구조 분석, 백신 개발, 입자 요법, 핵개발 감시, 방사선 요법, MRI촬영, 그리고 뜻밖에도 월드와이드웹까지 수많은 분야가 입자물리학과 가속기물리학으로부터 탄생하거나 막대한 도움을 받았다. (384, 역자 후기에서 이 책 속 발견이 기여한 사례들을 정리해주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273/40/cover150/897291819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2734068</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꿈꾸기 싫은 내가 남이 꾼 꿈 휘젓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3319</link><pubDate>Sun, 26 Jul 2026 21: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331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1818&TPaperId=174133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80/coveroff/898281181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733473&TPaperId=174133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55/91/coveroff/k52273347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20260726 저자:박상륭.<br><br><br> ‘산해기’를 읽다 말고 전집의 앞부분을 펼쳤다. 마침 내가 좋아하고 또 슬퍼하는 ‘죽음의 한 연구‘의 큰 사건, 곡진한 여성 수도부 한 명이 몹쓸 촛불중 때문에 죽고, 그 죽음을 오래도록 애도하는 육조의 모습을 한동안 좇아 읽었다. 그러고나서 다시 산해기를 읽으니 그동안 읽은 장편 소설들의 씨앗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박상륭의 세계관은 제법 일관성 있고 또 끝없이 변주되고 있었다. <br> 그래서 읽던 중간에 같이 펴놓고 보라고 일부러 따로 떼어 놓은 주석책을 아주 오랜만에 폈다. 편집자의 말과 연보를 보았다. 아마 박상륭 전집 사고 금세 봤을 건데 또 처음 읽는 것 같았다. 산해기가 언제쯤 나온 책인가, 궁금했는데 정작 그건 안 들여다봤다. <br> 한 책을 보는 중이면 거기에 충실하자, 주의라서 책 아닌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아니면 아예 치워버리고 다른 책을 보지, 하던 나였다. 전집 덕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는지도 모른 채 찾는, 아마도 ‘박상륭 읽기’를 하고 있다. <br><br> 산문집이라고 해서 펼쳤는데, 이 글 속 목소리도 직접 저자가 나선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장편소설과 차이점을 크게 못 느꼈다. 공주를 납치하는 에켄드리아 독룡, 산해경의 이상한 동물처럼 이상한 인간들이 사는 이상한 세상을 떠도는 자라투스트라 등의 입을 빌려 세계에 대해 나름대로의 설명을 하려고 한다. 이원론은 그렇게나 싫은지, 늘 3개의 우주, 색, 삼각관계, 그렇게 셋을 위한 왈츠는 아니고 넋두리 같은 걸 독자 들으라고 잔뜩 적어놨다. 그리고 어딜 가든 열여섯 아름답고 무서운 소녀의 이미지가 따라온다. 주석도 안 보고 신화도 성경도 힌두교도 불교도 잘 모르는 나는 그냥 저자가 풀어놓은대로 말장난을 즐기며 따라가기는 따라갔다. 오랜만에 박상륭체를 읽으니 반가운 친구 내지 은사님을 만난 기분이었다. <br><br> 읽었다고는 해도 뭐 하나 설명해 봐, 하면 아는 게 없고, 이거 읽었지, 하고 말 나눌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책들이 있다. 고독한 읽기이지만, 나무 위 상자에 갇히고, 지하 굴속에 산 채로 묻히고, 발이 붓도록 계속 떠돌아야 하는 이야기 속 인물들만큼은 조금도 못 미치니, 엄살을 떨 수도 없다. 그저 박상륭 전집에서 ‘륭’(칠조어론)에 이어 ‘상‘(장편소설과 산문집)을 다 봤다, 이제 ’박‘(단편소설집)만 남았다, 자랑 아닌 자랑, 미련맞음의 전시, 연꽃 아닌 개망초 위의 보석(돼지 목에 진주, 소 귀에 경 읽기) 말고 내놓을 게 별로 없다. 단편까지 전집 다 읽고 나면, ’죽음의 한 연구‘를 한 번 더 볼까, 아주 나아아아아아중에, 생각을 하는데 ’칠조어론‘은 다시 보라 하면 살려주세요, 할 것 같다. 이렇게 저자가 꾼 악몽인지 길몽인지 계시몽인지 모를 꿈을 더듬더듬 짚어가는 중이다. <br><br><br>+밑줄 긋기<br>-한 삶(지바)이, 육신에 억류되기. 육신은, 헤쳐나가기에 그중 어려운(고) 바다(해)-그 한 바닷물은 죽음, 그 간단 없는 흐름은 노쇠, 풍랑은 병, 삶(지바)은 한 조각의 조그만 조각배, 를 뒤집어엎으려 덤비는 상어며 고래 떼는, 만족을 모르는 욕망, 마라, 이 궂디궂은 밤, 방위도, 그 거리의 멀고 가까움도 모르는, 피안을 향해 유정은 항해에 나섰으되, 차안 객줏집에 내걸린 흐린 등불 몇 개밖에, 세상은 왼통 어두움뿐이며, 쉼 없는 흐름뿐이며, 풍랑뿐이며, 배고픈 상어 떼며, 아으, 차안 객줏집에 내걸린 홍등 몇 개, (2620, 삶은 고해. 매번 반복되는 괴로움의 바다, 나에게는 한 번 뿐인.)<br><br>-하으 그러고 보니, ‘물질주의’가 일어난 날, 동시적으로, 공자가 이해하고 있는 그 ‘그림자’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말이군입지. 조직이라든, 말입지, 제도라든, 말입지, 율법이라든, 말입지, 모든 자유스러운 정신을 억압하는, 끊어낼 수 없는 줄, 심지어는 운명보다도 더 강인한 줄-그런즉슨 아으 무정부주의 만세?(2644, ‘그림자를 판 사나이’도 있는데 이야기 속 웅공자는 그림자를 없애려고 온갖 애를 써도 실패한다.)<br><br>-어쩌면, 귀의 독후감 같은 것이라고나 일렀으면 싶은, 그런 비슷한 얘기를 하려는 것인데, 그럼에도, 귀를 말하려 하며, 대략이라도, (귀에 관해) 밝힌 건 밝혀두고 넘어가야, 귀의 독후감이, 귀의 문맹자가 엮어내는, 같잖은 소리만은 아니라는, 그런 변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후감’이란, 알다시피, ‘독서’를 전문 업으로 삼지 않은, 일반적 독자들의 어떤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이르는 것이기도 하여서, 열의 독자가 있다면, 열의 독후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수긍할 만하다 할 것인데, 독후감이란 그러니, 독자의 사견, 편견, 심지어는 맹안에 의존해 있음도, 쉽게 부정할 수도 있는 얘기는 아니다 할 것이다. 이 얘기는 그런 의미에서, ‘귀의 독후감’이라 이른 것이다. (2650, 귀를 읽기 전 미리, 독후감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지, 그러니 내가 오독해도 뭐라하지 마러, 이렇게 밑밥부터 깔고 시작한다.)<br><br>-자아란, 자기를 흘겨보는 눈을, 둘씩이나, 셋씩이나, 다섯씩이나 되게, 너무 많이, 그리고 크게 해 갖고 있는 것이 탈이다. 아니면, 저렇게나 광활한 우주를 내어다보려하며, 눈을 너무 적게, 그리고 작게 해 갖고 있게 된 것이 탈이다. (2674,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br><br>-나나니(말벌)(2692, 둘은 완전 다른 벌 종류인데 나나니 나올 때마다 계속 말벌이 괄호로 따라다니는 게 저자의 주석인지 편집자의 주석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르다.)<br><br>-그리고도 어쩌면, 모든 영혼들의 무게를 달아보러 오시는 이는, 따로 어디 밖에서 오는 자이기보다는, 유정들 각자가, 자기들의 영혼의 값을 매기는 자들이나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유정들 각자가, 자신들에 대하여 최후의 대심판관이 아니겠는가 하는데 말씀입지요,…...(2728, 구원은 셀프)<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55/91/cover150/k5227334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455918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이 책에서 재인용했다.) - [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1155</link><pubDate>Sat, 25 Jul 2026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11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2495X&TPaperId=174111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4801/22/coveroff/s52253396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2495X&TPaperId=174111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a><br/>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5월<br/></td></tr></table><br/>-20260725 저자:대니얼 리버먼<br><br><br> 진화에 관한 책을 꽤 읽었다. 그런 뒤로 일상 속 많은 일들의 이유를 진화의 관점으로 추측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유를 찾고 완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므로 진화에 대한 연구는 그런 내게 재미있고 훌륭한 도구가 된다. 최근에는 진화심리학 책을 몇 권 보다가 이번에 진화생물학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여태 읽은 진화 책들 대부분 생물학적 접근이긴 했다. <br> ‘인류의 진화‘(재미있게 읽었음)나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힘겹게 읽어왔으나 전 세계 온갖 곳의 유적지에 대한 벽돌책을 읽는 효용을 점점 잃고 놓고 있음)에서는 주로 고인류학, 고대사학(위의 책 저자중 하나는 선사시대라는 말을 싫어했다)의 관점에서 인간이 지금 모습까지 오는 여정을 일부 설명하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을 추정해보려는 노력은 이렇게나 여러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br><br> 이번에 읽은 ‘우리 몸 연대기’는 초반부에는 유인원이나 고인류와 현생 인류의 비교를 한다. 중반부에서는 수렵채집인과 현대의 우리를 극명하게 가른 사건인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우리 몸에 준 영향을 (발전과 문명화에 대한 찬사는 너무 많으므로) 주로 안 좋은 쪽에서 분석한다. 책의 후반부는 ‘불일치 질환’, ‘역진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 인류가 많이 앓는 질환의 대표 사례들(비만, 당뇨, 골다공증, 근시 등)이 발생한 원인을 나름대로 추정해보고, 저자나 다른 연구자들이 제시한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br><br> 저자의 설명은 친절하고 자세했기 때문에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분량이 주석 제외 500여쪽 정도로 많아서 오래 읽었다.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독서 같은) 것이 신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설명하는 글을 한참 앉아서 보았다. 그러다가 일어서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나는 그동안 골똘하고 가만하게 앉아 있는 걸 너무 많이 했구나, 그래서 혈전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br><br> 한 번 아픈 덕에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책에서 낮은 수치를 우려하는 HDL같은 건 정상 수치를 뛰어 넘어 치솟고, 내장비만레벨2단계로 체지방은 대부분 걷어내 버렸고, 스스로 인간 마운자로라고 할 정도로 식욕은 낮아졌고, 연료 공급의 의무감에서 수렵채집인과 유사하게 과일, 고기, 견과류로 이뤄진 끼니를 하루 한 번 이상 챙겨 먹고, 많이 걷고 계단을 선호하고,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라서 그냥 잘 하고 있네, 정도를 확인하는 정도의 효용이 있었다.<br><br> 내가 하고 있다고 남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달고 기름진 것이 맛있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편안한 게 좋다.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진화와 유전자는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환경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는 예방과 환경 변화보다는 이미 일어나버린 불행의 보완책 정도로 뭔가를 소비하게 하거나,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데 조금 더 기울이고 있는 것을 저자는 우려한다. 교육의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어린이들을 보호하듯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부드러운 개입 같은 것도 주장한다. 흠, 저자도 사람들이 자유를 잃고 건강을 강요하는 순간 폭동이 발생해서 그 건강수용소 체제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하긴 했다. 나에게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건강보다 현재의 즐거움이 중요할 수도 있다. 수렵채집인이 건강했던 건 그런 맛있고 재미있는 걸 누리지도 알지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면서 적응했던 것이니까. 지금 인류는 그렇게 걱정하던 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약물을 개발해서 엄청나게 맞아대고 있다. 다른 질환들도 어떻게 해결해 갈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다. 2013년에 나온 책이라 스마트폰의 위력 같은 건 진화적 관점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화면에서 눈을 못 뗀 채 걸어가는 사람들 보면 저러다 사고 나지 않나 싶은데, 또 알아서 주위를 살피고는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안 하고 걷는 인류가 선택될지, 끝없이 사용하면서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게 적응으로 기본값이 될지, 또 어떤 질환이 등장할지, 이건 내가 죽고도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br><br>+밑줄 긋기<br>-앞서 말했듯이 잘 익은 과일을 구할 수 없을 때 유인원은 잎, 줄기, 풀, 심지어 나무껍질까지 먹는다. 예비 식량을 먹느냐 못 먹느냐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서, 이것들을 먹도록 돕는 적응은 강력한 자연선택을 받는다. (88, 사람이 별 걸 다 먹는 걸 설명하는데 참고가 될 사실)<br><br>-만약 침팬지가 먹는 과일에 영양성분표가 붙어 있다면, 섬유소 함량은 매우 높고 녹말과 단백질 양은 중간이며 지방 함량은 낮다고 적혀 있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다시피, 침팬지의 예비 식량(잎, 속줄기, 씨, 풀)들은 이보다 섬유소 함량이 훨씬 더 높고 녹말과 열량이 더 적다. 하지만 땅 밑 저장 기관들은 많은 야생 과일들보다 녹말이 더 많고 칼로리가 더 높으며, 대신 섬유소 함량은 약 절반이다. (91, 우리가 먹는 것들의 종류와 특성을 돌아보게 했다.)<br><br>-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어느 시점에 우리 조상들은 다른 영장류보다 많은 양의 지방을 비축하기 위한 여러 중요한 적응들을 진화시켰다.(177, 지금은 과거의 선택된 적응-지방 축적-을 벗어나기 위한 온갖 식품과 약품이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br><br>-또한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어깨가 덜 근육질이고, 허리가 약간 더 굽었으며, 몸통이 덜 술통 모양이고, 발꿈치뼈가 더 짧다. (200-201, 깨알 같은 비교. 쓸데 없어 보이는 동시에 유용해보이는 정보)<br><br>-열은 몸이 감염과 싸우는 것을 돕고, 관절통과 근육통은 나쁜 달리기 자세 같은 해로운 습관을 그만 두게 하며, 메스꺼움과 설사는 해충이나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한다. (241, 증상은 괴롭지만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원인을 해결해야 해.)<br><br>-그 자체로는 병이 아니라 할지라도 비만은 예전에는 드물던 자극, 바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얻는 것에서 비롯된다. (351, too much love will kill you, in the end.)<br><br>-빠르게 소화되는 포도당이 많이 든 음식은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더 빨리 허기지게 만든다. 단백질과 지방에서 열량을 주로 섭취하는 사람은 당과 녹말 식품에서 주로 열량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더 오랜 시간 배가 고프지 않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덜 가공된 식품이 허기를 덜 느끼게 하는 것은 그러한 음식이 위에 더 오래 머물면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70, 여러 번 인슐린과 혈당 지수에 대해 들어왔는데 여기서 한 번 더 자세하게 정리해 준다.)<br><br>-익숙해지는 것이 우리의 습성이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의문을 품으면 매우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으레 자신의 행동이나 환경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445, 두 번째 문장 비이성적인 내 얘기...책에 마지막 문장 끝은 ‘않다.’로 탈자되어 있다.)<br><br>-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이 아니듯이, 우리 몸도 가능한 모든 몸 중에서 최선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몸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몸을 즐기고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 몸의 과거는 더 적합한 자의 생존이라는 과정이 만들었지만, 그 몸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511, 이 부분이 내 눈에는 꽤나 낙관적으로 보였는데, 바로 뒷부분에서 저자는 안이한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볼테르의 선언을 오마주해서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 책을 끝맺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4801/22/cover150/s52253396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8012222</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그 영화를 안 봤다면 안 읽었을 소설2. - [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00253</link><pubDate>Sun, 19 Jul 2026 17: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002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155&TPaperId=174002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96/66/coveroff/89546091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155&TPaperId=174002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a><br/>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br/></td></tr></table><br/>-20260719  저자: 엘프리데 옐리네크.<br><br> 내 사람은 아픈 걸 싫어한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것도 질색한다. 그게 인간의 디폴트 값인가? 폭력이 대물림된 가정에서 자라나면 그런 것마저 헷갈린다. <br> 나는 일부러 아프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른 감각에서는 극도로 예민한데, 고통에는 둔감한 편이다. 몸의 이상은 감지했는데 덤덤한 태도를 보여서 진단이 늦어진 적도 있다. 배가 아픈데 참을만 하다고 했더니 의원에서 장염약을 지어주었다. 그날 저녁 응급실에서 CT를 찍어보니 충수돌기염이었다. 발목 인대가 파열된 걸 모르고 참고 걸어간 의원에서는 몇 번 눌러보고는 발목 염좌로 가볍게 진단했다. 두 달 후에 조금 더 큰 병원에서 MRI찍어보고나서야 인대가 끊어진 것을 알았다. <br> <br> 폭력과 학대를 겪은 사람 중 많은 수는 사랑, 지배, 굴종이 뒤섞여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랑의 범위를 넓히고 넓히다보면, 모두가 사랑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소설 속 두 인물은 각자 사랑이라 이름 붙인 게 너무도 어긋나서 마음이든 몸이든 좀 많이 망가진다. <br><br> 심한 압력, 구속, 집착, 폭력으로 자신을 양육(사육)한 어머니에 대해, 에리카는 분리되고 싶은 욕구와 얼른 다시 함께 하고픈 마음이 혼란스럽게 교차한다. 그런 성향은 겨우 상호작용을 하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도 상대가 고통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은 욕망과,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에리카의 이중적 심정으로 이어진다. <br><br> 에리카가 긴 편지에 목록처럼 열거한 행위들에 충격을 받은 클레머의 전환은 조금 과장되었다 싶었다. 너무 자신만만한 나르시시스트였던 클레머는 에리카를 가벼운 연애 상대로 삼고자 했다. 원체 여성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긴 했지만,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자신에게 요구한 것들이 터무니없어서 분노로 반쯤 미쳐 공격적이 되고 결국 에리카에게 해를 입힌다. 여자를 패고 강간하고 그 이전에도 자신이 지은 틀 속에 여자를 우겨넣으려 했던 클래머가 엄청 나쁜 놈은 맞는데, 후반부의 폭력성을 드러내려고 너무 순식간에 인물 하나를 망쳐 놓았다 싶었다. 원래 좀 그런 놈인데 백지 같은 놈이 그런 거에도 영향을 받았다, 하기엔 인간이 그렇게 얄팍하진 않은 것 같다. <br> 1983년도에 이 책이 나올 무렵 사회가 지금보다는 더 보수적이었다면 그런 특수한(?) 성애표현에 대해 논란이 있었을 법하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온갖 괴상한 성벽을 맞춰주는 음란물들이 검색어나 해쉬태그로 간단하게 접속된다. 그래서 현대의 독자들은 그 부분에서 저 정도로 왜? 하고 무감해질 것 같다. 그게 아니라 하면 나란 인간이 사드를 너무 읽었나 보다. 사드는 타격도 주고 단련도 주었음이 입증되었다. <br><br> 아주 어릴 때, 유대인이 나오는 ‘피아니스트’와 헷갈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를 봤다. 그때는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액이 묻은 휴지를 집어 올려 냄새를 맡고, 자기 몸을 면도날로 상처 내거나 칼로 찌르는 장면 정도만 기억에 남았다. 소설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긴 하지만, 또 확인하기 싫기도 하다. 더럽게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기억이 슬쩍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마저 이중적이 되게 하는 이 서사...<br><br> 장황하고 반복적인 서술, 심리와 장면에 대한 비유, 그런게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장식인가 싶다. 한 상황에 대한 표현의 밀도가 제법 높고 집요해서 그렇게 생각했다. 제목에 피아노 들어가고 레슨 받거나 연주회 연습하는 장면도 제법 등장하는데 쓰다보니 피아노 얘기는 하나도 안했다. 피아노는 두 사람이 이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가르침과 배움, 위계관계, 이런 것들이 연애 감정과 뒤얽히게 되니 비극이 되었다. 나는 비극과 고통 받는 인물이 나오는 서사를 선호하긴 하는데 남들은 충격받는다는, 뒤표지와 띠지의 호들갑에 비해 소설을 너무 덤덤하게 읽어버려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br><br>+밑줄 긋기<br>-국가와 가정에서 만장일치로 공인된 이 어머니라는 지위는 종교재판장의 심문권과 총살집행자의 명령권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6, 처음부터 세다. 패드립의 기미가 느껴진다. 기대대로 에리카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뭉텅이로 머리카락을 뽑아 놓는다.)<br><br>-에리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한 번도 무엇인가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비에 젖은 마분지 조각처럼 무감각하다. (96, 슬픈 세 문장이었다.)<br><br>-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늙어가는 육체의 감옥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녀는 이 쇠창살들을 줄칼로 잘라내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99, 휘어지는 창살이면 좋을 텐데.)<br><br>-그녀의 취미는 자신의 몸을 자르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스스로를 자신에게 완전히 내맡기고 있는 셈인데, 다른 사람에게 내맡겨진 것보다는 어쨌든 이편이 훨씬 나은 법이다. 자신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자기 손의 감각에 따르면 되니까 말이다. (110, 자르지 마…)<br><br>-죽는 건 돈은 안 들지만, 삶을 지불해야 되고, 모든 것은 하나의 끝이 있지만 소시지만은 양쪽 끝이 있다고 말하면서 남을 잘 돕는 이 도축업자는 요란하게 웃는다. (122, 아버지이자 남편을 요양원에 데려다 놓고 온 모녀에게조차 유쾌한 푸줏간 주인)<br><br>-세련하다: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다. (124, ‘세련시키고’란 표현이 있어 찾아보니 동사도 있긴 했다.)<br><br>-그러나 더이상 매를 들기를 꺼리기는 하지만 에리카의 어머니는 거머리처럼 균을 감염시키면서 우엉뿌리처럼 에리카에게 달라붙어 있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골수를 빨아들인다. (125, 악!)<br><br>-그렇지만 그가 남자라는 점은 에리카가 그보다 십 년 연상이라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다. 게다가 여성의 가치는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지적 능력이 뛰어날수록 떨어진다. (203,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데서 초점 화자가 장면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듯도 하고, 전지적시점인 것도 같은데 이게 발터 클레머의 생각(아마도 이게 맞음)인지 작가의 생각인지 구분 안 되게 쓴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96/66/cover150/89546091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6668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그 영화를 안 봤다면 안 읽었을 소설. - [폭력적인 삶]</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97106</link><pubDate>Fri, 17 Jul 2026 17: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971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532&TPaperId=173971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47/12/coveroff/893746253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532&TPaperId=173971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폭력적인 삶</a><br/>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07월<br/></td></tr></table><br/>-20260717 저자: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br><br><br> 이제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똥 먹은 입술로 이마에 키스를 하자 입술 자국이 남았던 것만 자국처럼 남았다. ‘소돔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를 두 번 읽고, 악명 높은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까지 보고, 이제 파솔리니의 ’폭력적인 삶‘까지 읽었으니 이런 완전체가 어디 있나, 있으면 나랑 친구하자. <br><br> 거의 500쪽 가까이 되는 소설에는 빈민가 사람들의 지긋지긋한 생활과 비행과 죽음이 반복된다. 중심 화자인 톰마소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친구들이 노는 데에 잘 끼지도 못하고, 돈 벌려고 동성애자들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친구들과 차량 강도짓을 하고, 싸우던 사람 배에 칼침을 놓고 감옥에서 2년 살고 나오고, 창녀를 깨물고 핸드백을 빼앗아 돈을 챙기고, 여자친구 이레네를 교제 강간 시도하다 잘 안 되니까 여자 탓을 하며 뺨을 때리기도 한다. 일말의 연민을 품기에도 글러먹은 놈이었다. <br><br> 결핵에 걸려 요양병원에 수용되었다가 간호사와 환자들의 파업, 단체 행동에 휘말려 병원을 나온 뒤 공산당에 가입하고, 수재로 판자집이 모두 물과 진창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소방 대원들을 대신해 고립된 여자를 구한 정도가 그나마 톰마소가 공동체에 공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여마저 자신의 어떤 신념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가 부탁하는 데에 떠밀려서, 어쩌다보니, 가오잡다가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남의 생명을 구한 대가로 톰마소는 폐결핵이 악화되어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잘 가, 톰마소.‘(494) 하는 마무리는 작가가 톰마소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건지, 인사하는 게 본인인지 주변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br><br> 우중충한 책을 꾸역꾸역 읽었다. 진흙 구정물 같은 로마 인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1959년에 발표한 이 소설이 별 감흥도 없고, 소재만큼 지겹고, 공감하거나 애착이 가는 인간이 하나도 안 나온다고 하면 나는 인민의 적인가. 젊을 때까지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정말 밑바닥 가난함과 희망 없음을 겪거나 직접 마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살로, 소돔의 120일’ 감독이 소설도 썼대, 하는 이야기를 안 들었다면 이 책을 안 봤을 것이다.<br><br> 감독의 죽음도 톰마소처럼 어처구니 없고 급작스러웠다. 책에서는 그 이유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영화를 찍고 얼마 되지 않아 그와 관계 깊던 소년들 중 하나가 작가를 죽였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다.(이 구절에 대해 AI는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으므로 논란이 있다, 정도로 고치라고 한다. 어쩌냐 이미 죽어서 상황을 말해 줄 수 없는 걸.) 어떻게 살았냐가 더 중하겠지만 어떻게 죽었냐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판단하는데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모든 이야기의 끝은 누구든 하나 이상 죽음, 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의 마지막이 어떨지 조금 궁금하지만 내가 내 끝을 알고 적어둘 방법은 없다. <br><br>+밑줄 긋기<br>-그들은 모두 형편없는 족속들이었다. 누가 그에게 좌파가 돼라 우파가 돼라, 이쪽이다 저쪽이다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유 시민이고 무정부주의자다. 그것으로 됐다. (222, 톰마소가 그런 사람이라는데. 나도 저렇게 찌질해보이면 안 되는데,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기웃대는 저 인간을 보면서 문득 걱정이 되는 것이다. 저런 톰마소도 이레네랑 성당에서 결혼하려고 자유기독당에 가입하려다가 병원 투쟁에 얽힌 뒤 공산당에 가입한다.)<br><br>-톰마소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는 쓰레기와 진창과 배설물 들이 주변에 널려 있고 양철과 방수포로 지붕을 덮은 판잣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드디어 지금 벽이 아름답게 칠해져 있고 계단에는 완벽하게 마무리된 난간이 쳐져 있는 호화롭기까지 한 건물에 살게 된 것이다. (272, 나는 벽지에 곰팡이 안 피는 집 살게 된 때가 좋았다.)<br><br>-그들은 담배 연기에 찌든 더러운 옷가지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모두 총 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410, 알고 싶지 않은 냄새)<br><br>-전에도 별거 없었다. 오막살이 몇 채, 녹슨 지붕 몇 개, 누더기 조금이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부서지고 흙탕물에 휩쓸려 강으로 떠내려갔다. (481, 돌아가신 할머니댁도 내가 어릴 때 수해로 침수된 적이 있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747/12/cover150/893746253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7127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우리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 [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86336</link><pubDate>Sat, 11 Jul 2026 21: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863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632647&TPaperId=173863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790/60/coveroff/k8426326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632647&TPaperId=173863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a><br/>빌 헤이스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0년 09월<br/></td></tr></table><br/>-20260711 저자: 빌 헤이스.<br><br><br> 스스럼없이 모여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걸 한다. 치킨과 함께 술을 마시든, 음악을 틀어놓고 땀에 푹 절어 운동을 하든,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든. <br> 아픈 사람의 동선이 낱낱이 밝혀지는 일은 없다. 집에서 나왔다고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다. 감히 코인노래방이나 헬스장에 갔다고, 정말 미쳤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br> 미어터지는 지하철,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각자의 세상에 빠져 있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다.<br>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양이 집안 곳곳에 처박혀 있다. 초기에 나온 줄서서 사던 마스크들은 이걸 결국 쓰게 될까 싶게 모양도 안 예쁘고 숨도 더 답답하고 너무 커서 효과가 있을까 싶은데도 못 버리고 가지고 있다.<br> 다들 손을 덜 씻는 것 같다. 손세정제를 일부러 쓰는 사람도 잘 없다. 문고리나 난간을 매일 소독제 묻은 직물로 문지르는 사람도 아마도 없다. <br>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아이들은 하루 이틀 정도 쉬고 열이 떨어지면 다음 날 조금 안 좋은 컨디션으로 등교를 한다. 마스크를 쓰는 아이도 있고 안 쓰고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축구와 농구를 하고, 서로 들러붙어 장난을 친다. <br><br> 대부분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없었던 날들을 잊은 것 같다. 그런 일이 없던 것처럼 일상을 누리고 살아간다. 불안과 공포는 모두 휘발되었다. 어떤 것들은 잊어야 살아진다. 바이러스는 도처에 가지가지가 있다. 무뎌지고 무던해진다. 코로나19 감염으로 가까운 사람을 잃었거나 일자리를 잃었거나 건강을 해친 사람들은 남들보다는 더 그때를 떠올릴 수는 있겠다.<br><br> 그때의 나는. 불안과 무력감, 때론 공포. 그렇지만 인구밀도가 순식간에 낮아진 도시를 거니는 편안함이 공존했다. 가족 중 한 명이 확진이라는 연락을 받는 순간, 부랴부랴 짐을 싸서 독서실을 나오던 생각이 난다. 나중에 걸린 독감이 더 아팠던 것 같긴 하지만, 코로나19도 지독하게 아팠다. 왜인지 골반과 엉치뼈가 제일 아팠다. 냄새를 덜 맡게 된 건 예민한 나에게는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걸렸구나, 마침내. 이미 대유행 3년차에 접어들던 때라 백신도 마스크도 큰 소용 없이 한 번쯤은 걸리고야 마는 병이려니 했다. <br><br> 십수년 전 이야기 떠올리듯 꺼낸 기억들이지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읽는 빌 헤이스의 책은 6년 전 코로나19 시대의 뉴욕을 기록한 책이다. 빌은 사람과 차로 붐비던 뉴욕의 거리가 몇 달 만에 텅 빈 모습을 전후 사진으로 대조하듯 찍어 놓았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글로 쓰던 빌은 처음에는 답답했을 것 같다. 그러나 텅 빈 도시를 돌며 아직 있던 자리에 남아 나름대로 고안한 방식으로 책과 음식을 파는 사람들, 운동하는 군인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사람과 멀찍이나마 만나고, 문 닫은 곳곳을 사진과 글로 남겨 놓았다. <br><br> 비슷한 일이 생기면 다들 조금은 더 침착할 수 있을까.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도 혐오와 탓하기는 남아 있겠다. 걸린 그들과 걸리지 않은 우리, 말 안 듣는 그들과 규칙을 준수하는 우리로 사람 사이를 긋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모두에게 같은 펜데믹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폭락했던 주식을 주워 담아 늘어난 유동성과 함께 부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굴뚝의 연기로 사라졌다. 빌은 최대한 다정한 도시 사람들을 추려 담아 놓았지만, 나는 겁에 질려 아무나 미워하던 사람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br><br>+밑줄 긋기<br>-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쓰는 거야-지적으로, 창조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도록-지금 이 시대에 사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서. (31, 빌에게 올리버가 건넨 말.)<br><br>-우울증에 대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항은 우울증을 ‘하나의 우울함’으로, 마치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인 것으로 다루지 말라는 것이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어쩌면 평생-에 걸쳐 형성된 많은 부분들-비탄, 트라우마, 학대, 고립, 거부, 억울함, 돈 걱정, 경력 후퇴 등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두드러지는 단 한 부분에라도 초점을 맞출 수 있고 그걸 분리해낼 수 있다면-그래서 그 안에 들어 있던 진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그동안 지고 있던 짐은 현저히 가벼워진다. (54, 이 년 반 째 한 주에 한 번 상담을 받다가 코로나로 인해 줌 상담을 받게 된 빌의 말.)<br><br>-그리고 이 강요된 고독과 고요 속에서, 너는 때때로 네 생애의 어떤 순간들을 돌이켜보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말해진 것들과 말하지 않은 것들, 행해진 것들과 행하지 않은 것들, 표현된 사랑과 표현되지 않은 사랑, 네가 받은 그 모든 감사한 일들, 네가 느낀 그 모든 감사함. (88, 외로움과 고요가 공존하던 시절. 불안과 두려움도.)<br><br>-“안녕.”<br>“안녕.”<br>“당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중인 것 같아.”<br>“아냐, 안 잃어버렸어. 난 여기 있어.” 내가 말한다. (118)<br><br>-이 도시는 너무나 밀도가 높고, 너무나 긴장되어 있고, 너무나 촘촘하고, 너무나 스트레스가 심하고, 너무나 더럽고, 너무나 다양하고, 외부와의 접촉면이 너무나 거칠고, 다들 자신의 감정을 너무나 투명하게 드러내서, 이따금씩 낯선 사람의 도움을 얻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154, 내가 사는 곳이 뉴욕인 줄 몰랐다.)<br><br> -“해봐. 내 나이가 되면 내가 한 일 때문에 후회하진 않아. 안 한 것들 때문에 하게 되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범죄자야.”<br> 나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br> “그 말 기억할게요. 늙은 범죄자.” (200-201, 나이 차 많은 게이 커플의 다정한 대화.)<br><br>-이 망할 놈의 산 너머에는 과연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204, 이 독후감의 전반부를 참조하세요 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790/60/cover150/k8426326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01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살던 흔적 묻히기. -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7518</link><pubDate>Mon, 06 Jul 2026 21: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75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1952&TPaperId=173775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25/coveroff/895460195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1952&TPaperId=173775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a><br/>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06월<br/></td></tr></table><br/>-20260706 저자:박완서.<br><br><br> 박완서 단편소설집 3권은 1979년부터 1983년까지의 발표작을 모아 놓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의 작가가 그린 소묘에는 그보다 젊은 30대 언저리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가 읽기에 퍽 재미있었다. 경제 성장기의 부유층들의 속물성이 자주 나오고, 일하는 여성은 자립에 대한 자부심을, 대부분 가정에 종속된 여성들은 공허와 지겨움과 알 수 없는 불안과 바깥 세상에 대한 끌림을 보여준다. 중년의 글이다 보니 늙음도 화두가 되었는지, 불쌍하거나 지독스러운 할머니들도 많이 나온다. 남자 화자가 나오는 소설도 제법 있었는데, 과거에 스쳐간 인물의 죽음 근처를 지켜보는 이야기가 여럿이었다.  <br><br> 에스엔에스에는 그 사람의 가장 즐거운 순간, 이색적인 먹거리, 차려입고 한껏 꾸민 모습이 양지에 드러난다. 반대로 온갖 시궁창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음지 방송이라고 망가진 자신의 삶과 밑바닥까지 떨어진 존엄성을 보여주며 관심과 돈을 받는다. 지금 삶들을 바라볼 구멍은 그렇게 극단적인 것들이 많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처럼 그 중간 어딘가에서 행복을 의심하고 번민하는 이야기는 역시 문학뿐일까, 그런데 최근 한국 문학을 잘 안 보게 되어서 나는 이 시대도 잘 못 알아보겠다. 그냥 어딜가도 들리고 보이는 건 에이아이요. 이야이야오.<br><br> 에이아이 역량 강화 연수라는 걸 필수 참여라고 해서 참석했다. 젊고 부지런한 강사 선생님은 게으르고, 새로운게 벌써부터 두렵고, 귀찮은 나같은 인간한테 세상에는 당신이 모르는 이런 도구들로 성능 좋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고 알려주었다. 신기한 것도 있고, 벌써 써먹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잘 모르던 게 대부분이었다. 도구는 알았으니 써 먹기는 내 몫일텐데, 누구 말대로 나이 들면 머리가 굳고 유연성이 떨어지고 그야말로 꼰대가 되어서 새로운 게 어렵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제 더는 어리지가 않다.<br><br> 뜬금없는 여러 어린 아이들이 사탕, 볼펜, 키링과 위로 편지 겸 반성문 같은 걸 줄줄이 들고 와서 당황했다. 아이들은 고맙고 착한 말을 꾹꾹 눌러 담아 주었지만, 선생님이 최근에 당한 일을 알아요, 하고 언뜻 비치는 편지글을 읽고는 섬뜩했다. 소문이야 날 수 있는 거지만 상황과 순서가 다르게, 또 사안을 다룬 이들 외에는 자세히 알 수 없을 일들을 아이들이 꺼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수업을 들어간 반 아이들이 뭔가 나를 측은하게 보고 원래는 까불던 애들도 행동을 삼가고 시험이 막 끝났는데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누구냐. 누가 동네 사람들-하고 다니냐...<br> 당혹감과 불편함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바깥의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지 짐작만 할 뿐, 그들의 프레임도 음모도 나는 알 수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일이 일어나고 그래도 그 공간에서 적당히 버티며 살아야 한다. <br><br> 이렇게 소설은 아니지만 적당히 나 사는 꼴을 독후감에도 묻혀 놓고, 책 안 본 날은 잡잡글도 쓰고, 그렇게 남기는 것 말고는 더 할 바를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게 그런게 아니었다, 할 수도 있고, 그런 일이 있었지 할 수도 있겠다. 저런 걸 썼구나, 하고 흐뭇할 때도 있는데 저게 뭐야 왜 저랬대 이러고 으으으 하면서 덮어버리는 글도 있다. 나의 나중 독자인 나에게 오늘은 이 정도만 남긴다. 기분이 좋은 하루는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갔단다.<br><br>+밑줄 긋기<br> 감기 기운만 있어 봬도, 노인네가 옷을 얇게 입으시니까 그렇죠. 화장실만 자주 들락거려도, 노인네가 과식을 하시니까 그렇죠. 질긴 거나 단단한 걸 먹으려 해도, 노인네가 그걸 어떻게 잡수시려고 그래요. 이런 식으로 그 여자는 모든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나하나 간섭받으면서 늙은 여자로 만들어졌다.<br> 그러다가 젊은 여자는 아이를 낳았다. 늙은 여자에게 손자가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32, ‘황혼’ 중. 아 이거 불효새끼 나인데, 거울 치료인가…)<br><br>-먹는 것이라면 쓴맛이라도 맛이 있어야 하고 썩는 내라도 냄새가 나야 한다. 그러니까 무미무취한 것은 먹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맛은 먹는 게 아닌 걸 먹는 맛이다. (40)<br><br>-고려장 이야기는 곧 그 시대의 늙은이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같은 거였다. (49)<br><br>-그러나 늙은 여자는 지금 정말 불쌍한 건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니라 자기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임을 깨닫는다.(51)<br><br>-혼자 살 수 있는데도 같이 살고 싶은 남자를 만남으로써 결혼은 비로소 아름다운 선택이 되는 것이지 혼자 살 수가 없어 먹여살려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결혼이란 여자에게 있어서 막다른 골목밖에 더 되겠느냐는 게 후남이의 생각이었다. (96,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3’ 중. 3대에 걸친 연작소설의 마지막이었다.)<br><br>-후남이는 거듭한 고배로 의식은 더욱 명료해져 눈 아래 거대한 도시, 그 갈피갈피에 여자 길들이기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가 공룡처럼 징그럽게 도사리고 있음까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99, 직장 내 커플의 혼인 후 여성의 퇴사를 종용하며 부부를 진주, 속초로 찢어 발령낸 나쁜 회사가 있었다. 저렇게 지켜내려는 일자리를 나는 왜 온마음으로 밀어내고 있나…어쩌다 이렇게 됐을까.)<br><br>-그는 예측할 수 없는 변덕으로 개인을 씹었다 삼켰다 뱉었다 하는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무력에 대해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br>(…) 어떤 좋은 한때가 전 생애를 덮을 만큼 부풀어오르고, 재차 그것들끼리 결합해서 더 큰 간판이 되고 싶어하는 그 끈덕진 힘은 무엇일까. 배우성씨는 사람들마다의 좋은 한때에 대한 더러운 집착과 집단이란 것의 터무니없는 허구에 대해 이를 갈아붙이고 싶은 건 시늉뿐 어쩔 수 없다는 엄살쪽으로 편안히 기울고 있었다.<br>(157-158, ‘천변풍경’ 중. 왕년에 잘나갔다는 노인들이 모인 백수회란 단체에 뜬금 없이 가입된 배교수의 생각이다. 나이듦은 못마땅하던 것들에 하나씩 체념하는 건가 싶다.)<br><br>-남을 감쪽같이 속이려다가 탄로가 나면 무안하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려다가 탄로가 났을 때처럼 구원의 여지가 전혀 없이 무안하진 않을 것 같았다. (178, ‘천변풍경’ 중. ‘천’의 한자가 내(개울)가 아닌 샘(약수터)이었다는 걸 다 읽고서 알았다.)<br><br>-그러나 그 여자는 이 새로운 발견에 철저하게 무관심하려 들었다. 관심이 미구에 사랑이나 미움, 동정, 실망, 분노 등 불필요한 정서를 유발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387, ‘무서운 아이들’ 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25/cover150/895460195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2554</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소설은 디테일이지. - [어둠 속의 웃음소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3612</link><pubDate>Sat, 04 Jul 2026 17: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361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1164&TPaperId=173736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10/18/coveroff/89546411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1164&TPaperId=1737361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둠 속의 웃음소리</a><br/>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05월<br/></td></tr></table><br/>-20260704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br><br><br> 서사는 뻔하다. 한 부유한 남자가 어린 여자에 미쳐 부인과 딸을 버려두고 떠났다가 시각을 잃고 목숨까지 잃는다. 한 문장으로 스포일러 끝. <br><br> 주요 인물<br> 여자에 미친 남자: 알비누스<br> 어린 여자: 마르고트<br> 어린 여자의 전/현 애인 겸 알비누스 친구인 화가: 렉스<br> 여자에 미친 남자의 가족들: 부인 엘리자베스, 가엾은 딸  이르마, 처남 파울<br><br> 그렇지만 나보코프 선생에게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문장을 차곡차곡 쌓고, 나중에 쓸 복선 거리도 던져 놓고, 잠시 등장하는 인물이라도 캐릭터를 갖춰 준다. 끝은 대부분 비극이지만, 그 순간조차 읽는 사람을 웃게 만들려고(해학이든 조소든 냉소든) 밑밥을 열심히 깔아놓는다. <br><br> 나보코프의 소설 속 인물은 대부분 어리석어서 죽거나 망한다. 그리고 렉스나 마르고트처럼 더 사악한 인간들은 유유히 장면을 빠져나간다. 그래도 이 소설에서 모두 나쁜 인간만 나오는 건 아니다. 눈먼 매형을 구렁텅이에서 끄집어 내는 파울과 패가망신에 눈까지 잃은 전남편을 집에 들여주는 엘리자베스가 있다. 그렇게 다시 살아갈 수도 있었던 알비누스는 너무도 어리석었다. 눈이 안 보이는데도 마르고트를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알비누스는 자기 죽을 곳으로, 원래 집으로 제 발로 찾아간다. <br><br> 어떻게 줄여도 이야기가 후져진다. 나보코프 소설들은 소재만 들으면 그게 뭐야, 하지만 읽어봐야 작가가 열심히 가꾼 구조물을, 길을, 미로를 겪을 수 있다. 최초 발표 당시 제목은 카메라 옵스쿠라, 바늘구멍 사진기였다. 조그만 구멍을 뚫어주고 어둠 상자를 거쳐 거꾸로 된 장면을 보여준다. 뜻을 알고 보면(안 찾아보면 몰라서 탈이지) 이전 제목이 어둠 속의 웃음소리 보다는 나은 것 같다. <br><br> 아주 오랜만에 네 사람 분의 이불을 빨고 말렸다. 먼지망에 걸린 이부자리 먼지는 평소(회색)와 달리 하얬다. 이불 위로 침구 노즐로 청소기를 돌리면 다른 떄보다 훨씬 곱고 입자가 미세한 먼지가 먼지통에 쌓인다. 아마도 사람과 이불의 구성 물질이던 애들이 서로 비비대다 떨어져 나왔을 것이다. 나는 그걸 그냥 쓰레기봉투에 쏟아 버린다. 어디엔가 그런 먼지들을 모아서 소조를 빚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소설쓰기도 비슷한 것 같다. 먼지야, 하고 망각으로 떨어버리든가, 미친놈처럼 조물딱대다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 모양을 갖춰놓든가. 오늘의 나는 쓰레기봉투 쪽이다. <br><br>+밑줄 긋기<br>-마지막으로 결혼 직전에 베를린에서 못생긴 얼굴에 여위고 따분한 여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토요일 밤이면 찾아와 자신의 과거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늘 염병할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 뒤 그의 품에서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자신이 아는 유일한 프랑스어 구절, “그게 인생이죠C‘est la vie˝로 마무리를 하곤 했다. (15, 여기서 긁혀서 알비누스-안 좋은 연애운 열거 중- 개새끼네 하면 내가 진 거야?)<br><br>-그녀는 손이 빠른 편이라 두 달이 지나자 열두 개의 방에서 그의 과거의 삶은 완전히 죽었다. (115, 화장실3개라 치고, 주방, 식사실, 거실, 응접실, 이렇게 쳐도 방이 다섯 개는 되는 구나...알비누스 엄청 부자였군.)<br><br>-어쩌면 그에게서 유일하게 진짜인 것은 예술, 과학, 정서의 영역에서 창조된 모든 것은 대체로 영리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타고난 믿음이었는지도 모른다. (174, 그 영역만일까요. 나는 사회 자체가 속임수 같다.)<br><br>-그녀를 죽일 수는 있지만, 그녀와 헤어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21, 아이고…알비누스야 넌 엘리자베스한테 총 맞아도 할 말 없다.)<br><br>-어둠 속에는 빛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꾸불꾸불한 길은 기어다니는 더러운 생물이 사람 피부에 남기는 자취처럼 그의 안에 타올랐다.(272)]]></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10/18/cover150/89546411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101864</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탈연애 앤 더 시티. -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62632</link><pubDate>Mon, 29 Jun 2026 19: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626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905357&TPaperId=173626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1/coveroff/898790535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905357&TPaperId=173626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a><br/>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br/></td></tr></table><br/>-20260629 저자: 배수아.<br><br><br> 쿠팡 구독 한 달 하고 해지해서 오늘이 쿠팡 플레이를 볼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특별휴가(그런 걸 받았다)가 끝나가는 오후, 시즌5의 후반부와 시즌6을 아직 다 보지 못했다. 2배속으로 시즌6 초반부까지 달려왔을 때, 어후 갑자기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가 지겨워졌다. <br><br> 조금 읽다 만 책을 펼쳤다. 내가 비교적 최근에 나온 배수아 작가의 책에서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면, 조금 더 옛날로 가 보면 알아들을 말이 조금 있을까 했다. 이 소설은 2000년도에 나왔다. 26년이란 시간은 어마무시하다. 영원히 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못하므로, 요즘의 연애 없고 혼인 안 한 젊은이들의 삶은 짐작도 못하겠다.<br><br> 이 책과 보던 드라마의 시기가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그런지, 뉴욕의 네 친구들과 한국 대도시의 다섯 친구들의 모임이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만 뉴욕 친구들은 연애도, 섹스도, 직업에서의 성공도, 밤에 나가서 신나게 노는 것도 갈망한다. 한국 친구들은 함께 모이기는 하지만 다른 친구가 없을 때는 험담도 하고, 스스로 혼인하지 않음을 선택했는데 막상 먼저 결혼 발표를 한 친구 앞에서는 네가 손해 보는 거다, 말하면서 은근한 질투를 느낀다. <br><br> 1인칭 화자인 유경은 자신의 원가족을 혐오한다. 그나마 사촌인 금성과 마음을 트고 지낸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다닐 때까지 사귄 교진(오빠의 과외 선생이었음)을 우연히 마주치고는 또다시 보고 싶어 한다. 직장상사인 유부남 아저씨 길이란 인물과 술김에 자긴 했지만, 그에게 관심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막상 길이 유경에게 자신의 파트너가 되라고 강요할 때는 거절한다. 욕 박고 차단, 직장이라 그런 게 안 되나? 요즘 같으면 거절 이후에도 계속 들이대는 것은 직장내 성폭력, 괴롭힘, 스토킹 이런 게 되지 않나. 한 두 번 얽었다고 마치 자기 소유물인양 집착하고 거절당하자 얼굴에 물을 뿌려대고 화를 내는 길 아저씨 새끼가 정말 징그러웠다. 그런데 유경은 자신은 탈연애주의니까, 같이 자는데 지장 없고 연애 감정 느낄 필요도 없는 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린다. <br> 내가 뭘 본 걸까. 주체성의 결론이 왜 그렇게 가는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는 그저 속물성을 가진 인간상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br><br> 사랑이란 현상도 관념도 믿지 않고, 사람에게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애초에 기대를 걸지 않고, 딜도를 선물하는 사촌에게 섹스하자는 말도 하고, 그래도 잘 남자는 필요하니까 연애 없이 끌리는 남자랑 하긴 할래, 그러는 화자의 모습이 뭐랄까...안타까웠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결정에 대해서는 그 이유든 뭐든 그럴 수 있지, 했는데 연애로 규정짓는 행위도 안 하겠어, 하는 건 뭐 본인의 선택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삶과 사람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래도 수의사가 되겠다고 공부 열심히 하는 건 대단하긴 했다. 2000년도에는 회사 다니면서 야간 대학 편입해서 수의사 되는 게 가능했던 시대였던가… 암튼 모두가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유경아, 사랑을 믿어봐, 라고 할 자신은 없었다. <br><br> 책이 나오던 시기에는 미성년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언니 오빠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길은 없다. 소설에 그런 흔적이 남아 있을까, 싶었지만 사람 사는 거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제목이 궁금하게 해서 읽게 되었는데, 그 제목이 소설 속 문장으로 놓인 부분은 감흥이 없었다. 심지어 지겹다면서 “그와 관계를 갖기로 마음을 정리했어.”하고 다짐까지 하는 걸 보면서 그냥 어질어질했다. 배수아 책은 이거 말고도 더 사 둔 게 있는 것 같은데 어쩌지.<br><br>+밑줄 긋기<br>-조직이란 잘 체계화된 폭력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결혼을 하지 않으면 섹스를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가족수당을 타지 못하며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하나도 없을 말년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채 느끼지 못하는 극심한 폭력이다. <br> 사람들은 남자/여자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 일한다. (71,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의 결혼관은 이렇다고 한다. 이 중 첫문장만 마음에 든다.)<br><br>-그 아이는 원래 노동이란 걸 혐오했다. 노동이란 파출부나 가난한 집 딸이나 그리고 가끔은 엄마 같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노동은 손에 굳은살이 배기게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다닐 시간이 없게 만들고 스트레스 때문에 히스테리가 되기 쉽다.(…) 미경은 내가 알기로 한 번도 직업을 가진 적이 없다.  (119, 노동 혐오는 너무 나갔지만, 노동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br><br>-나는 내 자신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 유경, 이겨내라, 이겨내! 세상 사람들의 온갖 달콤한 혓바닥에 속아서 자신을 내주지 마라. 기억하라. 너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너뿐이다. 모든 관계는 허울이다. 기댈 생각은 하지 마라.(129, 곁에 아무도 없었다면 나도 저렇게 마음 먹었을 것이다. 주체성에 대한 집착.)<br><br>-기억 아득한 젊은 날 나는 그를 사모했다. 지금껏 내가 경험한 또 다른 가장 고독한 것이었다. (131, 어제 읽은 책도 사랑하면 고독하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br><br>-그러나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정형화된 역사에 익숙해져서 다른 형태의 진술을 해석하지 못한다. 아니 다른 형태의 진술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 역시 교진과 나에 대해서 지금 말하게 되었을 때 그 우화의 정형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말이란 도처에 함정이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는 길은 단지 침묵뿐이다. (135, 나도 틀에 박힌 독후감 말고 다른 걸 써 봐야 하는 걸까.)<br><br>-지금 잘생기고 돈 많은 미혼 남자를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별 볼일 없고 지지부진한 노예 상태로 사는 것이 결혼이지만, 그래도 자연도 하는데 내가 한 번의 경험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172)<br><br>-나는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행운이나 성공도 없지만 치명적인 파국이나 불이익을 겪지 않고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 그 대신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는 거다. (188, 이정도면 엄청 낙관주의 같은데)<br><br>-지금 당장 나에게도 꿈이 있다. 탈한국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프라이드도 아니다. 바로 웨이터가 서 있는 저 문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다.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있는 척하는 계급의 그런 사람이. 상대편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드름과 자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라는 오만한 관용으로 뭉친 사람이.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헤게모니의 승자가 된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아주 쿨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br>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하고. (207-208, 빌드업이 길었는데 한 마디 해주는 게 너무 약했다… 자본주의의 발기 부전 돼지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았나.)<br><br>-(…)생각이 앞으로 나가지 않을 때는 무한급수와 확률 분포 같은 문제를 풀었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으면 인생의 추상적인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218-219, 작가의 말 중, 오우 진심이신가요? 저에게는 적어도 수학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논리적 해석이 안 되는 걸까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1/cover150/89879053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0164</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거의 모든 다른 사랑. - [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60728</link><pubDate>Sun, 28 Jun 2026 22: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6072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7855&TPaperId=1736072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8/22/coveroff/895707785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077855&TPaperId=1736072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a><br/>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br/></td></tr></table><br/>-20260628 읽다 중단. 저자:박수현<br><br> ㅎ은 댓글을 주고 받다 우연히 이어진 어느 시절의 친구였다. 내 독후감에 형광펜을 긋듯 마음에 닿는 구절을 짚어주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이런 허접한 글에서 무언가를 건져가는 게 고맙고, 부끄럽고, 신기했다.<br> 그 무렵 내가 쓴 단편소설을 봐 주는 친구가 둘 있었다. ㅎ는 세 번째 독자가 되어 주었다. 조금 더 다듬으면 좋게 될 거라고 주로 칭찬을 많이 해줬다. 댓글로 말장난을 하며 서로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나눠 가졌다.<br> 아직 나는 ㅎ의 동생 이름이 기억난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ㅎ을 실제로 본 날도.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만나서 멕시칸 음식을 먹었다. 커피도 마셨다. 살던 집앞에 같이 가보기도 했다. ㅎ이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어떤 예술인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열정을 보였을 때 나는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ㅎ를 보았다. <br> ㅎ은 내 풀어진 신발끈을 묶어주려고 했다. 나는 정색을 하며 아직 신발끈 묶어준 남자 한 명 없는데, 여자한테 맡기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br> ㅎ과 나는 개천변을 따라 걸었다. 지하철 역까지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들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ㅎ의 얼굴도 하루 만에 장기 기억에 남기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그날의 분위기, 방문했던 장소들,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댓글들 정도가 ㅎ의 흔적이다. 나는 공부를 한답시고 독서와 독후감에 소홀했고, ㅎ도 어느 순간 방문이 뜸해지다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br><br> ‘서가의 연인들’은 ㅎ이 언젠가 읽는 중이라고 언급해서 마련해 둔 책이었다. 소설들을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론에 맞추어 해석하고 있었다. 첫 꼭지가 ‘백년의 고독’이라, 내가 여러 번 읽는 책은 흔치 않은데, 내 인생책 중 하나를 저자는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했다. <br> 일단 프롤로그에서부터 막혔다. 문장의 장식이 내가 소화할 수준이 아니었다. 격하고 감정적이랄까. 그리고 ‘백년의 고독’ 속 사랑에 대한 관점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그런데 난 반댈세, 근친상간의 맥락을 쏙 빼놓고 두 사람의 사랑을 전투와 공격성으로 눙칠 수 있는가? <br> 그리고 소설을 읽은 나는 등장인물들과 가계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그나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펼친다면 인물이나 서사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대체 누구네 무슨 얘기냐 하고 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남은 부분 중에 내가 읽은 소설을 다룬 글들만 골라 보기로 했다. 역시나 다회독한 인생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두 가지만 남았다. <br>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이었던(지금은 소설을 사랑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변주곡 같은 구성이 일품인 이 소설을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랑과 질투만 쏙 빼와서 줄거리를 소개하는 게 그야말로 이 서사를 뻔하게 전달하는 듯해서 탐탁치 않았다. 사비나를 ‘토마시의 분신’이라 일컫는 것도 놀랄 만한 해석이었다. 둘은 모노아모리가 아니라는 것 말고는 향하는 방향도, 사랑하는 방식도 정말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br> ‘채식주의자’를 다룬 부분은 그 징글징글한 형부의 관점에서 욕망도 사랑에 포함시키며, 영혜와 인혜보다는 형부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룬다. 이렇게 읽는 게 참신한 시각일 수도 있지만, 시각에다가 작품을 끼워 맞춘 듯보였다. 일단 그 형부의 역겨운 욕망에 이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라캉까지 들이미는 게 별로다 못해 충격이었다.<br><br> 부제에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 책이 다루는 사랑의 범위는 독점적 이성애로 아주 좁았다. 그 사랑에 관한 틀마저 매우 주관적으로 여겨졌다. 모든 관계를 그런 틀에다가 맞추어 설명하고 해석하다 보니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굳이 꾸역꾸역 읽지 않고 놓아주기로 했다.<br><br> 목차에 읽은 책이 겨우 세 권. 세상에 책은 너무도 많고 내가 본 건 티끌 수준도 안 된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렇게나 저자와 독해의 방식이 어긋나 본 적은 처음이었다. 사실 책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모두의 독서는 저마다의 오독이고, 책은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br> <br> ㅎ이 나와 내 글을 아껴준 만큼 나는 되돌려주지 못했었다. 심지어 ㅎ이 인상깊게 읽었던 책마저 몇 년 만에 읽고는 까 까 까 안 봐를 시전하고 있다. ㅎ와 나는 서로를 오독해서 어느 시절 이야기를 나눴고, 그때는 옛날이 되었다. 나는 또다른 친구들과 또다른 오독을 나누며 살아간다. 지금의 내가 만약 ㅎ이 내 앞에 신발끈이 풀린 채 있다면, ‘도와줄까요?’ 묻고 고개를 끄덕이면 신발을 묶어줄 것 같다. 내가 받은 관심과 칭찬도 어떤 사랑이었을텐데. 그걸 받기만 하고 우리는 멀어졌다. 그렇지만 가끔 나는 ㅎ를 생각한다. <br><br>+밑줄 긋기<br>-결핍을 발견하면서, 그는 이전에 몰랐던 제 고독을 깨닫는다. 나는 이토록 헛헛한 못난이, 빈 곳 투성이었구나. 사랑에 빠지기 전에 그럭저럭 온전해 보였던 그는 갈망과 결핍을 겪은 이후 치명적으로 부족해진다. 구멍이 뚫린다. 불구가 된다. (28, 어떤 사랑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서 선뜻 공감이 안 간다...는 나는 이 방향으로 흐른 건 ‘망한 사랑’이 아닐까 싶다.)<br><br>-지금 이 순간 닥치는 행복은 ‘원래 없어야 하는 것’인 데다 ‘예상을 벗어난 낯선 것’이므로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다.(34, 대체 얼마나 불행한 삶만 이어왔길래…)<br><br>-오죽하면 롤랑 바르트는 “여자는 칩거자, 남자는 사냥꾼, 나그네이다. 여자는 충실하며(그녀는 기다린다), 남자는 나돌아 다닌다(항해를 하거나 바람을 피운다).”라고 말했겠는가. (192-193, 뒤에서 상투적 정황이라고 가리키긴 하지만, 여자 남자를 저렇게 단정해 둘로 나눈 말을 인용한 게 맞나 싶었다. 심지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끼워 맞추기에도, 사비나나 프란츠 같은 주요 등장인물을 보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br><br>-이와 반대로 여성은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어도 단 한 명의 아이만 낳는다.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2, 진화심리학을 빌려와서 이와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다수와의 성관계를 통해 가장 강한 유전자를 얻으려는 전략-내용을 읽은 적이 없어서 이 단정적인 말에 빼애액 하고 말았다.)<br><br>-알몸이란 타인에 관한 지식의 마지막 보루다. 사람들은 알몸을 보면 그를 다 알았다고 생각한다.(206, 사람들은, 에서 나는 빼 줄래? 아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8/22/cover150/895707785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78226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책들에게 희망을. - [책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59397</link><pubDate>Sun, 28 Jun 2026 09: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593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207325&TPaperId=173593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1/19/coveroff/899420732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4207325&TPaperId=173593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책섬</a><br/>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 / 2014년 02월<br/></td></tr></table><br/>-20260628 저자: 김한민.<br><br><br><br> 이 책은 어쩌다가 내게 왔고 내 책꽂이에서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렸다. 나이 든 저자와 눈이 안 보이는 어린 독자가 삽질을 하면서 책을 만들어 놓고 하염 없이 읽어주길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낚시 비슷하다.<br><br> 그림책 같기도 시집 같기도 한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몇 달 전에 아이에게 읽어준 ‘꽃들에게 희망을’이 생각났다. 책 말고도 한참 고민하고 부딪힌 문제와 씨름하고 공들여 만든 걸 남들이 발견해주길, 하고 바라게 되는 일은 많은 것 같다. <br><br> 한 번 시작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긴 어렵고, 마무리 지을 만큼 나아가기도 쉽지 않다. 애초에 뭘 쓸지 찾기도 떠오르기도 녹록치 않다. 그냥 어느 날 이거 써야지, 하고 파박 찾아오길 기다리는 거지. <br> 책은 아니지만 아무말이나 쓰고 싶어서, 난 책섬들을 떠도는 여행자가 되었고, 다음에 같은 책섬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은 안 될 여행일기 같은 걸 계속 만들고 있다. 놀러 가서 사진을 듬뿍 찍어오는 사람들처럼, 그런데 누가 보면 좋고 아니더라도 나중의 내가 아, 거기 갔었지, 그런 곳이고 그런 느낌이었군, 하고 떠오를 정도만 남겨두면 충분하다. <br><br><br> +밑줄 긋기<br>-책은 오솔길 <br> 문장 나무 사이로 난 <br> 오솔길을 걷다 보면,<br><br> 걸려 넘어지는 문장이 있어.<br><br> 그 문장 앞에서 넌 작아지지. (81, 그렇게 걸리는 문장들은 일단 주섬주섬 모아 놓는다.)<br><br>-이 결투는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br><br> 쓰지 말 이유는 수만 가진데,<br> 써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98-99, 쓰기는 왜 쓰는지를 찾아가는 여정 아닐까)<br><br>-책은 만든 사람 게 아니니까.(134-135)]]></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1/19/cover150/899420732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911962</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이름부터 너무했어... - [분례기 - 창비장편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58899</link><pubDate>Sat, 27 Jun 2026 22: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588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318&TPaperId=173588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38/coveroff/8936433318_1.gif"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3318&TPaperId=173588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분례기 - 창비장편소설</a><br/>방영웅 지음 / 창비 / 1997년 07월<br/></td></tr></table><br/>-20260627 저자: 방영웅.<br><br><br> 어려서 텔레비전에서 ‘분례기’ 드라마를 봤던 것이 아직도 생각난다. 아이들 볼만한 수위는 아니었다. 그래도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고, 나무 하러 간 분례가 강간 당하고, 노름쟁이 남편에게 폭행 당하고, 미쳐버려 옥화처럼 보퉁이를 든 채 어딘가로 떠나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책으로 다시 읽어보니 그때 드라마를 꼼꼼하게 다 봤던 모양이다. 찾아보니 드라마가 방영된 시기가 1992년, 국민학교 2학년때인데 그 어린애가 보기엔 좀 충격이었을 것 같다. <br> 1997년에 창비에서 나온 초판을 중고로 샀는데 책이 때도 타고 세게 찍힌 자국도 있고 책장 사이에서 정체 불명의 터럭도 나왔다. 그런데 이야기 결이랑 책 모양새랑 어울렸다. 이야기 속 남자들은 죄 개보다 못한 새끼들이고 여자들은 다양하게 고생을 하다가 죽거나 미쳤다. <br> 슬프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하고 허구래도 이런 삶을 산 여자들이 있었대면 미치고 팔짝 뛰겠고 그런데 문장은 또 예쁘게 잘 깎아놔서 재미있었다. 똥 위에서 태어나 평생 똥례라 불리며 살아갈수록 점점 불행으로 흘러드는 삶인데, 그걸 보고 재미있으니 좀 미안하다. 책을 읽으면서 30년도 더 전에 본 드라마가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건 이야기의 힘이겠다. <br><br>+밑줄 긋기<br>-도대체 저것들은 무슨 새일까? 섬삼새, 콩새, 고지새, 방울새, 장박새, 되새, 멧새, 촉새, 무당새, 쑥새…...? (28, 나도 늘 새 이름이 궁금한데 생김새 분간을 잘 못하겠다.)<br><br>-찔레는 똥례에게 말한다.<br> 얘, 뭘 죽니. 죽지 마. <br> 찔레가 이렇게 속삭이자 그 주위에 있던 솜나무, 얼레지, 인동, 으름, 놋동이, 때죽나무, 오리나무, 청미래, 가막살나무, 세잎양지, 개서나무, 매자나무, 층층나무, 대사초, 고로쇠나무 등이 덩달아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br> 찔레 말이 옳어. 죽긴 왜 죽니, 이팔청춘에…(120, 나무 이름은 익어도 나무의 모습이 어떤지 떠올릴 줄 모른다. 새도 나무도 잘 모르고, 모른다고만 하고 게으르다.)<br><br>-“지난 겨울에 졌던 꽃이 지금 또다시 폈잖어. 그러니께…”<br> 똥례는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차린다. (122, 연쇄 강간범 용팔이가 똥례한테 건넨 말인데 그냥 확 용팔이놈은 가새바위에서 떠밀어버리고 싶다.)<br><br>-“돈 있다고 그런 디다 쓰면 어떡해유. 그러니께 우리가 이렇게 못산다 말유.”(170, 우동 사 먹고 밥집에서 옷 갈아입고 시집 가라는 걸 분례는 굳이 상엿집 안에서 갈아입고 가겠다고 한다. 남들 눈에 띌 새라 몰래 n번째 부인 되러 가는 길이 서러운 줄도 모른다.)<br><br>-봄이 되어 그런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 아니 답답하다. 방안은 똥이 가득 찬 똥독 같은 생각이 들고 누가 똥바가지로 똥독 속에 든 자신을 꾹 누르는 것 같다. (197, 평생 똥이라 불려온 여자가 기분마저 똥통 빠진 것 같다니 슬프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38/cover150/8936433318_1.gif</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9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지능은 움직임이다. - [천 개의 뇌 - 뇌의 새로운 이해 그리고 인류와 기계 지능의 미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53190</link><pubDate>Wed, 24 Jun 2026 2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531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837412&TPaperId=173531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379/27/coveroff/k0428374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837412&TPaperId=173531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천 개의 뇌 - 뇌의 새로운 이해 그리고 인류와 기계 지능의 미래</a><br/>제프 호킨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이데아 / 2022년 05월<br/></td></tr></table><br/>-20260624 저자: 제프 호킨스.<br><br><br> 책을 쓴 사람은 신경과학자이면서 컴퓨터 공학자이다. 뇌에 대해 뭔가를 알고 싶다면 1부로 족하다. 2부의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은 책이 나온 2021년에조차 유효했을지 의문이다. 한계가 많고 범용성이 떨어진다며 그 발전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AI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학습을 잘하고 문제해결능력도 우수해졌다. 3부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주로 저자의 자유로운 상상이다. 책 초반의 뇌 이론마저 저자가 속한 연구팀의 가설이 대부분이고 이게 검증되고 통설이 된 것 같지는 않다. <br><br> 내가 이 책을 잘 못 알아들으면서도 읽고, 이 글에 여러 단어를 동원하고 자판을 눌러 글자가 새겨지는데에는,  뇌의 움직임과 뇌의 명령을 받은 몸의 움직임과 세상을 지각하는 뇌의 감각과 과거의 지식 같은게 마구 동원되었을 것이다. 뇌의 작용을 다른 신체활동과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부위들의 움직임의 모임, 새로운 틀 짓기 같은 것으로(내가 제대로 봤다면) 표현한 게 흥미로웠다. 나머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그런 기대는 확률이 낮은, 이런 상상들은 그닥 내 뇌가 움직이는데 도움이 못됐다. 뇌에 관해 꼭 읽어보라거나 많은 걸 알려준다고는 못 하겠다. 그냥 이런 의견도 이런 상상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읽히는, 그러나 앞머리 이론 설명 덕에 결코 만만하게 쉽게 읽히지는 않는 책이었다.   <br><br>+밑줄 긋기<br>-만약 우주가 존재했다가 사라졌는데, 그것을 아는 뇌가 하나도 없었다면, 우주는 실제로 존재한 것일까?(33) <br>만약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우리는 그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348, 책의 시작과 마무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지능이란 무엇인지 저자의 생각을 전개한다.)<br><br>-이것을 나타내는 용어가 바로 감각-운동 학습이다. 다시 말해, 뇌는 우리가 움직일 때 우리의 감각 입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함으로써 세계모형을 배운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이유는 집 안에서 우리가 이 방 저 방으로 돌아다니는 순서와 달리 노래의 음정 순서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에 존재하는 것 중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66-67)<br><br>-가지돌기 극파는 먼쪽 가지돌기에서 서로 인접한 시냅스 집단이 동시에 입력을 받을 때 일어나며, 이것은 그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 패턴을 알아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동 패턴을 감지하면 가지돌기 극파가 발생하는데, 이 극파는 세포체의 전압을 높이면서 신경세포를 예측 상태로 돌입하게 한다. 이제 신경세포는 극파를 발화할준비가 되었다. (80, 신피질의 90퍼센트의 시냅스들은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되 충분히 자극하지는 못하는 가지돌기 극파를 통해 뇌가(사람이?) 예측을 하게 만든다.)<br><br>-정상적인 시각은 정적인 과정이 아니라 활동적인 감각-운동 과정이다. (141)<br><br>-어떤 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수천 개의 피질 기둥에 분산되어 있다. (149)<br><br>-신피질은 모형을 배우는 일을 멈추는 법이 없다. 주의를 옮길 때마다 어떤 것의 모형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된다. 모형이 일시적이건 오래 지속되는 것이건 학습 과정은 동일하다. (159, 뭔가 배움 종류마다 뇌 쓰임이 다를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은 감각-운동 영역과 계속 생성되는 틀에 관해 이야기한다.) <br><br> -지능 기계가 우리보다 더 빠르고 깊게 생각하고,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감지하고,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을 가는 날이 오면, 우리가 무엇을 배우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231)<br><br>-하지만 대다수 분야에서는 학습 속도가 세계와 물리적으로 상호 작용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제한된다. 따라서 기계가 갑자기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지능 폭발은 일어날 수 없다. (237,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br><br>-초인적 지능 기계는 모든 종류의 비행기를 능숙하게 조종하고, 모든 종류의 기계를 다루고,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또 세계 각국의 언어를 다 말하고, 전 세계 모든 문화의 역사를 알고, 모든 도시의 건축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이 집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의 목록은 너무나도 길기 때문에, 어떤 기계도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237, 모두 까지는 아니라도 아주 다양하게는 가능한 범용 인공지능의 세계가 왔습니다 선생님…)<br><br>-나는 지능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후손의 가능성을 고려하라고 했고, 이 후손이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후손과 똑같이 가치 있는 존재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346, 인류의 유전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시도)<br><br> 책의 구성<br>-1부-신피질이 작용하는 방식, 세계 모형을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br>-2부-오늘날(2021년 이전)의 AI는 진정한 지능이 있지 않다는 주장<br>-3부-지능과 뇌 이론을 바탕으로 보는 인간의 조건]]></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379/27/cover150/k0428374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3792720</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두루 쑤시고 다니고 내내 읽고 쓰던 사람. - [완역 이옥전집 3 : 벌레들의 괴롭힘에 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47319</link><pubDate>Sun, 21 Jun 2026 19: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473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2768&TPaperId=173473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6/40/coveroff/89586227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2768&TPaperId=173473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완역 이옥전집 3 : 벌레들의 괴롭힘에 대하여</a><br/>이옥 지음,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9년 03월<br/></td></tr></table><br/>-20260621 저자: 이옥.<br><br> 천천히 읽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올해 안에 이옥 전집을 다 읽고 말았다. 3권은 ‘백운필’이란 책과 ‘연경’이란 책이 함께 묶여 있다.<br><br> ‘백운필’ 구성은 1,2,3,4가 아니고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이렇게 종류마다 넘버링을 12개 해 놨다. 새, 물고기, 짐승, 벌레, 꽃, 곡식, 과일, 채소, 나무, 풀 이렇게 큰 주제 아래 소소한 자연물 하나씩을 글제로 짧은 짓기를 해 놓았다. 다 써 놓은 걸 그렇게 엮은 건지, 일부러 박물지처럼 그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막 빼어나고 엄청 재미있고 그런 건 없고 약간 소소한 팁과 지식(대부분 중국 고서들이 출처인데 검증할 도리는 없음), 누구네 그거 있다더라, 어디서 주워다 들은 효능, 잡다한 종류가 많은데 내가 다 알진 못해, 하는 나열이 많았다.<br> 정 쓸 게 없으면 이 책 목차 따라 자연물에 대해 잡글을 써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br> <br> 벼슬은 못했어도, 이옥 집안은 땅과 집이 있고 부리는 사람도 있어 그럭저럭 잘 살았다. 곡식밭, 채마밭을 종더러 일구게 해서 잘 키운 무가 배보다 시원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양반 사대부 왕족 귀족 아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듣고, 동식물 이야기도 하나하나 경험하거나 고서와 대조하면서 당시 삶을 글로 박제해 놓았다. 너무 관심사가 두루 많아 한 가지만 파는 전문가는 못되었다. 역사 교과서에 한 줄 실리지는 못했지만, 이쯤되면 이옥도 실학자 기질이 있지 않았나 싶다. <br><br> 그래서 동물 부분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들 위주라 좀 약하고, 꽃, 과일 이야기는 그보다는 나은데, 채소 이야기는 아주 신나서 적어둔 느낌이다. 오이 반찬 먹는다고 가난뱅이라고 누가 비웃으니 (아마도 긁혔을 것 같은데 초연한 척) 고서에서 본 부추 반찬 세 가지를 들먹이며 온갖 오이 반찬 먹는 내가 부자다, 하는 게 허세라도 자존감이 세 보여서 좋았다. 나도 시골 출신이라 그런가 채소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br><br> 나무 부분에서 이옥은 시골 살며 심은 나무 종류와 그루 수까지 깨알같이 적어놨다. 이건 그냥 본인이 심심파적으로 헤아려봤나 싶게 누구를 위한 글인지 모르겠지만, 나무들을 세세한 종류별로 나누고, 차이를 구별하고, 고서 이름과 대조하고, 이러니 나무도 사랑했을 것이다. 바닷가에 절로 자란 해송을 사람들이 땔감으로 써서 까까머리, 벌거숭이 산이되자, 시골 사람들이 나무지키미로 결성한 결사대에 ‘장청사’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었다. 장청사의 규칙과 벌은 제법 엄격해서 진지한 모임이었구나 싶다.<br> <br> ‘연경’은 담배대백과 같이 재배법, 잎관리법, 불붙이기, 피우는 법, 도구, 담배 매너까지 다 나온 책이다. 세세하게 가르치는 듯 설명한 건 가상하나 하필 그게 몸에 안 좋은 담배야. 이 책이 이옥의 글 중 조금 늦게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시중에 별로 안 돌아다니고 안 읽혔으면 흡연자 늘리는 과오는 덜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담배잎 재배 과정을 자세히 읽게 된 나는 그냥 신기하다. <br><br> 이렇게 전집 3권까지 이옥 읽기를 마쳤다. 4권은 원문, 5권은 저본 영인-원판을 사진 찍은 듯 그대로 올리는 것이라 하니 한문학 연구자 아니면 일부러 찾아볼 일이 없을 것 같다. 시대상이나 작가의 사상이 드러나는 글들이 많았다. 다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글을 독특하게 잘 쓰던 선비였다. 정조가 너무 에프엠이라 급제해도 떨어뜨리고, 과거도 못 보게 하고, 살아있는 동안은 벼슬에 미련이 없지 않았겠다. 그렇게 한가한 덕분에, 글을 이리저리 굴리며 살다간 사람 덕분에, 읽을 거리들이 남았다. <br><br>+밑줄 긋기<br>-매양 인가에 들어가 알록달록한 비둘기들이 지붕 꼭대기에 줄 지어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문득 주인의 품위가 열 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후생들이 경계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66, 지금 우리 곁의 비둘기는 이미 이백여년 전 조상들이 집에서 키우다 방생한 놈들이었나 보다. 무늬 따라 비싼 애들도 있었대…)<br><br>-새 중에서 조그만 것으로 참새보다 더 작은 것이 없지만, 마작 이외에도 더 작으면서 조금씩 모습이 다른 것들이 또한 많다. 혹 작으면서 조금 푸른 것, 조금 누른 것, 조금 붉은 것, 조금 검은 것들이 있으니 그 이름을 분별할 수가 없는데, 시골 사람들은 ‘박새’니, ‘피죽새’니, ‘굴뚝새’니, ‘면화작’으로 일컬으며 구별하기도 한다. 가장 작은 것을 ‘수사자’라 하니, 곧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이다. 그러므로 속담에 따라가지 못할 것을 억지로 흉내 내는 것을 두고 ”뱁새가 황새의 걸음 따라가려 한다“고 말한다. (89, ‘참새’ 전문. 옥이 아저씨는 조그만 새들 이름을 잘몰라 뭉뚱그려 참새, 해버렸는데 시골 사람들이 더 분류를 잘했다. 나도 작은 새이름을 죄 알면 좋겠다. ‘한반도의 새’ 도감을 열심히 봐야겠어...)<br><br>-경기와 호서의 까마귀는 모두 큰 부리에 새카만 빛을 띠고 있는데, 영남과 호남은 모두 갈까마귀이다. 내가 일찍이 영남에서 보니 그 무리가 몇 천마리인지 알 수 없는데, 날면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고, 내려앉으면 산 하나가 오통 새까맣게 된다. 그곳 사람들은 밤이면 죽림 가운데서 이들을 잡는데, 먹으면 또한 맛이 좋다고 한다. (92, ‘까마귀’ 전문. !!!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조상들은 까마귀도 먹었다. 우리 동네랑 남쪽 동네 까마귀가 다른 종류인 것도 처음 알았다.)<br><br>-물고기가 오래도록 올라오지 않으면 긴 목을 늘이고 조심스레 작은 발걸음을 옮기며 엿보다가 요행히 물고기를 만나면 쫓아가서 쪼는데, 날갯죽지는 춤추는 듯 발걸음은 넘어질 듯하여 그 모습이 마치 미친 것처럼 보인다. 또 사방을 둘러보며 살피다가 다가오는 동류를 부리로 쳐서 좇아낸다. <br> 대개 물고기의 처지에서 살펴보면 닭, 오리, 솔개, 까마귀와 진실로 다른 것이 없다. 아! 모습은 한가롭고 깨끗함을 취하고, 이름은 고상하고 우아함을 구하지만, 이익을 보고는 홀연 거꾸러지고 정신을 못 차리니, 세상에서 가장 험한 것은 욕심이요, 막기 어려운 것은 이익인 것이다. 사군자들도 오히려 지조를 잃고 타락을 하고 마는데, 하물며 새에 있어서랴!<br>(94, ‘갈매기와 해오라기’ 중. 방죽의 갑문을 지키며 학꽁치를 잡아 먹는 갈매기, 한가롭고 우아한 새라고 글의 문을 열더니 묘사된 바로는 별로 우아하진 않다. 그리고 나도 덩달아 지조를 잃고 타락했다는 기분이 든다.)<br><br>-작년 봄, 나무하는 아이가 우연히 여우 새끼 한 마리를 산에서 잡아 묶어 왔기에, 나는 빨리 때려죽이라고 하였다. 한 마리를 잡으면 한 마리를 죽이고, 천 마리를 잡으면 천 마리를 죽여야 하니, 잡는 대로 죽여야 하는 것은 오직 여우이다. (155, 시체 파먹는게 싫어서 여우를 혐오하는 옥이 씨. ‘여우와 나’ 라는 책을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지실까…)<br><br>-어지 알겠는가, 보지 못하고 심지 못한 것 중에 또 얼마나 어떠한 괴기한 모양이 있을 것인가?(219, 꽃의 모양을 논하던 중에. 궁금증도 많고 겸손함도 갖췄다. 내가 다 알지, 하지는 않고 늘 여지를 둔다.)<br><br>-대저 나의 집이 서울과의 거리가 불과 백이십 리인데, 매양 채소와 과실 등속을 비교해보면 늘 한 달쯤 늦게 이루어지니, 사람 노력의 부지런함과 게으름 탓만이 아니요, 또한 지기가 미약한가, 왕성한가에 달린 문제이다. 식물이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랴. (222, 환경의 영향을 강조하는 옥이 씨)<br><br>-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가령 집 뒤의 대나무가 큰 것이었다면 대그릇을 만들고 부챗살을 붙일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의 것이었다면 피리에 구멍을 내고 지팡이로 잘라 쓸 수가 있을 것이고, 작은 것이었다면 그래도 붓에 꽂고 담배통에 이을 만한 것이니, 장차 도끼로 베임을 당할 날이 이르렀을 것이다. 어지 능히 푸르게 우거지고 빽뺵하여, 도리어 책상을 맑게 하고 거문고와 서책에 어울림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가? 그렇다면 대의 무성함은 그것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니, 쓸모가 없다는 것은 도리어 쓸모가 있는 것보다 낫다 하겠다. (227-228, 문장의 무성함은 쓸데없는 글에서 나올 수도 있겠다. 이옥은 동물보다는 식물에 대한 글을 더 잘 쓰고 또 더 잘 아는 것 같다. 이 말에 화답하듯 다음 글에서는 원래 게을러서 꽃 잘 못 돌보다가 노년이 되면서 꽃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br><br>-장준(감의 종류)은 매우 높고 홈은 자못 선명한데, 그 껍질은 두꺼워 떡으로 만들어 먹는다. (264, 감 껍질로 감껍질 버무리 같은 떡을 만든다는 걸 처음 알았다.)<br><br>-내 성질이 씨를 삼키지 못해 비록 앵두의 작은 씨라 하더라도, 씨를 삼켜 내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일찍이 앵두를 얻으면 그것을 잘게 부수어 베로 싼 뒤, 비틀어 즙을 내어 마셨다. 그 색은 담홍색으로 매우 예뻤다. 또 청포도를 얻으면 그 방법에 따라 즙을 냈는데, 그 빛깔 역시 옅은 초록색으로 예뻤다. 앵두에 비교하면 더 맑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278, ‘앵두즙과 청포도즙’ 전문. 씨 못삼켜서 즙내달라고 징징대는 애기 같은 영감님. 뭔가 주스 광고 같아서 퍼왔다. 깨작깨작 쓸 때는 이걸 이백몇 년 후 어떤 애가 베끼고 앉았을 거라는 생각 못했겠지.)<br><br>-이는 개를 잡아 찢어 벽사하면서 갱헌(종묘의 제례에 쓰던 삶은 개고기)의 예를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잘못이다. (282, 복숭아만 제사에 안 쓰는 걸 지적하는데 종묘제례에 개고기 쓰는 TMI까지 알게 되었다.)<br><br>-혹시 과일에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술배처럼 따로 과일배가 있는 것인가?(…) 나는 본디 과일에 벽이 없어서, 먹으면 또한 좋지만 많이 보면 쉽게 염증을 느낀다. (288, 저때도 술배 타령한 게 웃긴데 과일 앉은 자리에서 몇십 몇백 개 먹는 사람들 이야기 전하면서 디저트 배는 따로 있나 하는 것 같다. 실제로 잔뜩 먹은 사람도 디저트를 보는 순간 배가 꿀렁 하면서 자리를 만든다는 글을 어디서-아마도 찰스 스펜스-  본 것 같다. 그리고 마무리로 난 안 그래, 하는 게 또 새침하다. 다른 글에서는 ‘나는 천성이 산나물을 좋아해서 보게 되면 반드시 포식을 하고 만다.’하고 객점에서 산나물 반찬에 밥 몇 그릇 뚝딱-심지어 귀한 건어물과 바구어-먹은 이야기가 있다. 이옥은 과일은 그냥저냥 좋아했고 산나물은 무척 좋아했구나...)<br><br>-이 때문에 홍초, 만두, 청과, 송병, 생해, 침채는 그 근원을 궁구하면 모두 동성에서 전한 것이다. (291, 음식 사치하는 먼저 망한다고 옷 사치가 낫다고 뒤에 덧붙인다. 이 부분은 주석이 거의 없어 각각 음식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엄청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나열한 듯하다. 침채는 김치를 말하는 것 같다.)<br><br>-내 집에 작은 채마밭이 있는데, 마루 앞에 바로 면해 있다. 아이종 하나가 거기에 부지런히 힘을 기울이면 밥반찬으로 나물을 마련하는 데 이바지 할 수 있다. 그 심은 것으로는 파, 마늘, 부추, 무, 배추, 겨자, 아욱, 방아, 해바라기, 상추, 시금치, 오이 등이다. 이 채소들은 절여 먹을 수 있고, 국을 끓여 먹을 수 있고, 데쳐 먹을 수 있고, 생으로 먹을 수 있고, 해물이나 고기에 넣어 먹을 수 있고, 즙을 내어 먹을 수 있고, 약용으로 쓸 수도 있다. (294, 나열한 채소 뒤에 호박, 박, 미나리, 가지 고추도 있다고 추가로 자랑한다. 그러고는 주자가 안 부럽다, 이렇게 마무리하는 패기. 주자가 채소 13종에 대해 오언절구로 시를 지은 것은 주석 덕에 알게 되었다.)<br><br>-산가지는(…)생으로는 먹을 수 없다. 물가지는 굴젓에 섞으면 생으로 먹어도 아주 맛이 좋다. (296, 날 가지에 굴젓이라니 참신한 레시피… 지금은 그 물가지라는 게 남아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할머니가 키운 가지는 나물 무쳐도 맛잇었는데, 시장의 가지는 다 맛없다.)<br><br>-내가 들은바, 철원에 나이 팔십 세가 된 노부인이 있는데 천성이 고추를 좋아하여, 떡과 밥을 먹는 이외에는 모두 고추를 뿌려 붉은색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맛을 본다고 한다. 한 해 동안 먹은 것을 합해보면 백여 말에 달할 정도라 한다. (308, 외래종이지만 두루 심기는 고추와 호박에 관한 글에서. 팔십 살 넘었다는 저 할머니는 ‘세상에 이런 일이’나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해서 “할머니, 고추는 적당히 드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하는 멘트로 끝날 것 같은 에피소드의 인물이었다.)<br><br>-서울에 있을 때를 회상해보매, 매양 술집에 들어가서 연거푸 서너 잔의 술을 마시고 손으로 시렁 위의 붉은 고추를 집어서 가운데를 찢어 씨를 빼내고 장에 찍어 씹어 먹으면 주모가 반드시 흠칫 놀라며 두려워하였다. 남양에 살게 되어서는 가루를 내어 양념장을 만들어 회와 함께 먹는데, 또한 누런 겨자즙보다 나았다.  (310, 이옥 선생의 맵부심, 고추 사랑. 마지막 양념은 초장에 회 찍어 먹는 느낌인데 식초는 아직 안 섞었나 보다.)<br><br>-매년 여름 시골집에서 마늘을 먹은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입을 한 번 열자마자 역한 냄새가 방에 가득하여 곁에 있는 사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니, 암내나 방귀보다 심하다.(…)비록 연꽃 향으로 입 안 가득 채우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어찌 불결한한결기운으로 도처에 냄새를 풍길 수 있겠는가? 깊은 병에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먹지 않은 일이다.  (319, 어우 마늘 냄새, 불결해!를 여기서 시전하는 옥이 씨ㅋㅋㅋ 18, 19세기의 이옥은 마늘 고추 팍팍 넣고 빨갛게 무친 배추 김치는 못 먹어봤지 싶다. 배추 글에서도 종류만 나오고 용도를 논하지 않는다. 그런데 겨자랑 생강(심지어 생생강 깨물어 먹음…)은 많이 먹고 좋아한다고 자랑하는데 걔들도 냄새나!!!!)<br><br>-매년 한여름 단비가 처음 지나가면 상추잎이 매우 실해져 마치 푸른 비단 치마처럼 된다. 큰 동이의 물에 오랫동안 담갔다 정갈하게 씻어내고, 이어 반의 물로 두 손을 깨끗이 씻는다. 왼손을 크게 벌려 승로반처럼 만들고, 오른손으로 두텁고 큰 상추를 골라 두 장을 뒤집어 손바닥에 펴놓는다. 이제 흰밥을 취해 큰 숟가락으로 퍼서 거위 알처럼 둥글게 만들어 상추 위에 올려놓되, 그 윗부분을 조금 평평하게 만든 다음, 다시 젓가락으로 얇게 뜬 송어회를 집어 황개장에 담갔다가 밥 위에 얹는다. 여기에 미나리와 시금치를 많지도 적지도 않게 더하여 송어회와 어울리게 한다. 또 가는 파와 향이 나는 갓 서너 줄기를 집어 회와 나물에 눌러 얹고, 곧 새로 볶아낸 붉은 고추장을 조금 바른다.<br>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상추잎 양쪽을 말아 단단히 오므리는데 마치 연밥처럼 둥글게 한다. 이제 입을 크게 벌려 잇몸은 드러나고 입술은 활처럼 되게 하고, 오른손으로 쌈을 입으로 밀어 넣으며 왼손으로는 오른손을 받친다. 마치 성이 난 큰 소가 섶과 꼴을 지고 사립문으로 돌진하다 문지도리에 걸려 멈추는 것과 같다. 눈은 부릅뜬 것이 화가 난 듯하고, 뺨은 볼록한 것이 종기가 생긴 듯하고, 입술은 꼭 다문 것이 꿰맨 듯하고, 이는 신이 난 것이 무언가를 쪼개는 듯하다. 이런 모양으로 느긋하게 씹다가 천천히 삼키면 달고 상큼하고 진실로 맛이 있어 더 바랄 것이 없다. 처음 쌈을 씹을 때에는 옆사람이 우스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야 된다. 만일 조심하지 않고 한번 크게 웃게 되면 흰 밥알이 튀고 푸른 상추잎이 주위에 흩뿌려져, 반드시 다 뱉어내고 나서야 그치게 될 것이다. (…)나는 상추를 유달리 좋아하여, 때때로 이 방법대로 쌈을 싸 먹곤 한다. (324-325, 유독 공들여 묘사한 이옥의 상추쌈 싸먹는 법이 이 책의 백미였다. 뒤에 나 상추 좋아해, 덧붙이는 게 불필요할 정도로 생생한 먹는 법이었다.)<br><br>-이제 우리말의 호칭대로 나누어보면 ‘떡갈나무’라는 것은 잎이 넓고 껍질이 두꺼우며, 도토리는 깍지가 있어 둘러 싸고 있다. 이것이 이아에서 말한 역나무이다. ‘소리참나무’라는 것은 잎도 조금 작고 열매도 또한 작은데, 이것이 각나무이다. ‘참나무’라는 것은 잎은 밤나무 같고, 열매는 조두라고 하여 매우 크다. 이것이 작나무이다. (332, 중국 책에 나온 생물 이름과 우리 말이나 방언을 그대로 음차해서 한자로 쓴 것을 연결해주곤 한다. 차마 한글은 못 써도 떡갈나무를 ‘덕가을목’이런 식으로 소리를 옮긴게 재미있다.)<br><br>-그런데 오행(성정과 형체는 있지만 지각은 없는 것 다섯 가지) 가운데 오직 나무만은 지각이 있는 것에 가장 가까우니,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은 나고 죽는 것과 같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거나 고요해지는 것은 가고 멈추는 것과 같으며, 종자를 서로 전하는 것은 자손을 잇는 것과  과다. (350, 나무를 베는 것을 살생의 유라 하니, 역시나 이옥은 나무를 매우 사랑했군.)<br><br>-남초, 연초, 담파고, 담박귀(378-380, 모두 담배를 이르던 말. 어찌나 정성스레 담뱃잎을 키우는지, 백운필에 담배 글 하나가 있는데, “연경”이라는 담배 백과사전 같은 걸 아예 따로 만들어서 이 전집에도 실려있다. 비교적 최근에 발굴된 책이라고 한다.) <br><br>-”(…)아! 낳는 것은 하늘에 있으나 영화롭게 하는 것은 인간에 달려 있다. 하늘은 사심이 없기에 그 조화가 균일하지만 인간이 널리 베풀지 못하므로 소원함도 있고, 친함도 있는 것이다. 하늘이 이미 낳아주었는데, 또한 어찌 사람이 영화롭게 하고 그렇지 않게 한다고 원망하겠는가? 나는 비록 느낀 바가 있지만 풀은 무정한 것이니, 그것이 소의 목구멍을 채우는 것을 보매 나비의 향기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과 다름이 있겠는가?“ (385-386, ‘꽃의 귀천’이라 이름 붙인 글인데 수능 공부할 때 지문으로 봤던 글이어서 오, 읽어봤네, 했다.) <br><br>-여기서 옛사람이 만물에 대하여 진실로 기록할 만한 좋은 점이 한 가지라도 있으면, 그 물건이 보잘것없다고 해서 버려두지 않고, 그 숨겨진 것을 수집, 열거하고, 그 속에 포함된 것을 밝게 드러내면서,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후대에 가르침을 주지 않음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온갖 미물이라도 보잘것없고 초라한 것들을 밝게 드러내어 천하 후세의 사람들과 그 쓰임을 공유한 것이다. 그 뜻이 어찌 일시적인 붓장난에 불과하겠는가?(395, 이옥의 글/책에 대한 생각이 압축되어 있다.)<br><br>-강한 맛이 너무 센 것은 말린 대추 살점을 썰어 뒤섞으면 좋다. 혹 연잎을 썰어서 섞기도 하고, 혹 향가루를 휘저어 태우면 맛이 좋다. (416, 조선시대에도 가향담배가 있었어...대추향 연잎향)]]></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6/40/cover150/89586227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6406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삶의 흔적은 적어야 남는다. - [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45442</link><pubDate>Sat, 20 Jun 2026 17: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4544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638506&TPaperId=1734544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07/95/coveroff/k6226385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638506&TPaperId=1734544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a><br/>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03월<br/></td></tr></table><br/>-20260620 저자: 빌 헤이스.<br><br><br><br> 책을 다 읽고 앞표지를 다시 보고 나서야 알았다. 무슨 무늬이겠거니 했던 그림은, 얼굴과 목 사이의 근육과 혈관, 신경 같은 것들이 그려진 해부도였다.  <br> 저자는 해부학 실습실에 자주 드나들었다. 거기에 나를 자신과 시신 옆에 앉혀 놓았다. 나는 인체 구조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이게 뭐고 저게 뭔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열성적으로 떠드는 저자가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해서 계속 자리를 지켰다.<br><br> 빌 헤이스는 ‘인썸니악 시티’라는 책으로 먼저 만났다. 그 자신도 작가이지만,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연인이었다는 게 더 유명한 사람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 뒷표지에도 그 사실을 계속 언급해 놓았다. 하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려면 무슨 일이든 해야겠지.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빌은 누구누구의 연인으로만 불리기에는 꽤 아까운 작가였다.<br><br> 해부학 교과서 ‘그레이 아나토미’의 그레이에 관한 전기가 하나도 없는 걸 알게 된 빌은 집요하게 그의 흔적을 추적한다. 해부학 실습실에서 도서관으로, 미국에서 런던으로, 또 희망봉으로 (인도는 안 간다) 그의 (올리버를 만나기 전 사별한) 연인 스티브와 함께 가서 열심히 뒤지고 다닌다. 그러던 중 그레이 아나토미의 삽화를 그린 헨리 반다이크 카터의 존재를 알게 된다. 별 기록을 남기지 않은 헨리 그레이보다는 훨씬 풍부하게 써 놓은 카터의 일기장을 꼼꼼히 훑으며 당시 상황을 짐작하려고 애쓴다.<br><br> 그래서 어느 부분은 약간 ‘빌 헤이스가 헨리 카터의 일기장을 읽고 남긴 감상문’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뭐 일기 읽고 독후감 쓸 수도 있지. 빌 헤이스는 문서 더미에만 집요하게 매달린 게 아니라, 관련된 장소에도 열심히 찾아간다. 그 추적 과정을 적어 이 책을 남겼다.<br><br> 해부학 책 이름으로만 강렬하게 남았을 뿐, 헨리 그레이의 일생(짧기도 했다)은 우리에게 그다지 전해지는 게 없다. 새로운 판본에 삽화가 이름이 생략되어 있는 탓에 또 다른 헨리는 이름마저 잊힐 뻔 했다. 그러나 카터는 자신을 알아차릴 누군가를 기다린 것처럼 이것저것 기록을 남겨놔서, 거의 200년 이후의 내게도 자신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해 주었다. <br><br> 나를 비롯한 우리 대부분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 남긴 주절거림은 좀 더 오래 남겠지. 당장 과거의 내 글도 현재의 나에게 가끔 눈에 띄어 작은 즐거움을 준다.(자가발전) 카터의 일기처럼 너무 성찰문 같거나 교훈적이거나 자기비하를 잔뜩 남기고 싶진 않은데 말이야. 동명의 소설, 페데리코 안다아시의 ‘해부학자’를 읽고 실망을 많이 해서 이 책으로 치유받자, 했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즐거운 독서였다. 미래의 내가 조금 더 재미있을 수 있도록 이것저것 남겨두고 싶다. <br><br>+밑줄 긋기<br>-지식에는 끝이 없으므로, 가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오. (115, 브로디 박사님의 연설 마무리.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나는 참 지성인이 될 수 없어서 징징)<br><br>-일기는 자기 자신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의인화하게 된다. 하루의 삶이 아무리 생경해도, 일기장은 모든 단어와 모든 고통(또는 즐거움)을 흡수하며, 텅 빈 페이지들은 더 많은 고백을 유도한다. 금박을 입히고 가죽으로 장정된 일기장이 됐든, 노트북에 설치된 단순한 일기장 파일이 됐든, 일기장을 파괴한다는 것은 점점 더 가당치 않은 생각이 된다. 그건 자기 몸에서 살점을 베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br>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의 진실은 ‘지금 일기장에 써놓으면, 당신의 희망 중 일부가 훗날 언젠가 읽히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낯간지러워도, 당신은 ‘특별한 누군가’를 위해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는 ’완벽한 독자‘로서, 당신의 문장을 폭풍 흡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바로 당신의 미래 자아인 것이다. (128, 일기장 파괴의 이점은 과거 망각 정도이겠다.)<br><br>-사람은 표면상으로만 사람이다. 피부를 벗기고 해부하면, 순식간에 기계장치가 된다. (159, 폴 발레리의 글이라는데, 시인의 말 같지 않다. ‘사람 껍질을 입은 우리들/장막을 걷어내면/그 안의 톱니와 나사들’이래야 할 것 같음.)<br><br>-“오늘은 일기 쓸 거리가 별로 없다.” 카터는 1855년 11월 25일 일기에 무덤덤하게 적는다. “그레이는 학생들을 위해 &lt;&lt;해부학 편람&gt;&gt;을 편찬할 예정인데, 그 책에 들어갈 삽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좋은 생각이다.” (이 책은 나중에 &lt;&lt;그레이 아나토미&gt;&gt;로 유명해질 책이지만, 그건 까마득히 먼 훗날의 이야기다. 현 시점에서 카터는 이 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며, 이 프로젝트에서 단순한 화가로 활동하지는 않을 거라고 여운을 남긴다. 그와 그레이는 대등한 공동 작업자로 해부를 함께 진행하게 될 것이다. (204, 알려진 저자인 헨리 그레이 뿐 아니라, 동료 해부학자이자 의사였던 헨리 반다이크 카터가 삽화 대부분을 그리고 공동 저자로 참여했음을 추적하는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읽기 시작하면 주인공이 그레이가 아니라 카터라는 걸 금세 알게 된다.)<br><br>-niche니치: 나만의 틈새시장, 나에게 꼭 맞는 독보적인 영역(238, 그대로 니치, 라고 번역되어 있어서 뜻을 찾아보았다.)<br><br>-“나는 해부가 좋아요, 그것도 아주 많이.” 다른 해부학 수업(약대생이나 물리치료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부학)에서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곧 의사가 될 의대생들은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그들은 인체-풍성함, 복잡함, 섬뜩함, 그리고 아름다움의 집합체-의 속삭임과 노랫소리를 독특하고 강렬한 방식으로 듣는다. (244, 빌은 세 학과를 대상으로 한 세 가지 수업에 차례로 참관하면서 학생들의 특성까지 분류한다. 의대생한테 혈관 이름 알려주는 부분은 약간 으스대는 것 같이 보인다.)<br><br>-문득 두 젊은이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지식에 뭔가가 부족함을 깨닫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자기가 뭔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258, 마지막 문장의 답이 제일 어렵다.)<br><br>-나는 이 시간에 실습실에 머무는 걸 좋아한다. 어린 시절 미치도록 좋아했던 도서관의 고요 속으로 나를 데려가주는 느낌이다. (267, 평범한 대사이지만, 해부학 실습실에 시신을 앞에 두고 혼자인 사람이 느끼는 마음치고는 독특하다.)<br><br>-“일별, 시간별로 낱낱이 해부해보면, 나의 인생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의 연속이었다.(…)신은 숨어 있고, 나는 예수를 알지 못한다.(…) 나는 아무런 계획이나 목적 없이 나태함 외로움 침울함 단절감 무력감에 휩싸여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했다.”(284, 해부학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조차 때때로 이런 자아 붕괴에 놓인다.)<br><br>-‘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은 한때 누가 이 마룻바닥 위를 걸어 갔었는지 알까?’(294, 전에 비슷한 생각으로 지금 사람들이 디딘 자리 중에 누군가 죽었던 곳은 얼마나 많을까? 했었다.)<br><br>-”그의 손길이 닿았던 것은 모두 모닥불이 되었을 거예요.“(324, 그레이는 천연두에 걸려 삼십 대에 죽었다. 전염성 질환이라 그의 비말이 닿은 유품은 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자와 키스(그레이 연구자)는 추정한다.)<br><br>-카터는 작은 것에 집중하고, 사물을 분석하고, 정신적으로 해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능력은 자아 성찰 과정에서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 그를 ‘정밀한 해부학 화가’와 ‘천부적인 연구자’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335, 왠지 이 부분에서 저자는 ‘나도 그렇다.’ 하고 쓰고 싶었을 것 같다.)<br><br>-“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또는 임무)을 수행하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내게는 이 좌우명이 늘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342, 저렇게 기분 좋아질 사람이면 대체로 행복했을 것 같은데 카터는 별로 안 그랬다.)<br><br>-과거는 현재나 미래와 분리되지 않고 본래 있었던 자리(또는 머무를 것으로 의도됐던 장소)에 머물러 있지만, 간혹 서둘러 지나가거나 뒤늦게 죽마고우처럼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도 괄시받지 않아. 오래된 생각이나 사실을 제거하거나 바꾸려고 노력할 때까지, 우리는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어. (344, 카터 아닌 동생 조의 말. 알 수 없지.)<br><br>-그러나 그 많은 시신들 사이에서, 정작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체와 죽음은 각기 배우는 곳이 다르다. 인체는 해부학 시간에 시신을 해부하며 배우는 거지만, 죽음이란 사망-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이별-을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359,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게 다행인 걸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07/95/cover150/k6226385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5079549</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니가 사는 그집. - [내 말 좀 들어봐]</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38702</link><pubDate>Tue, 16 Jun 2026 20: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387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06025&TPaperId=173387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7/66/coveroff/893290602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06025&TPaperId=173387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말 좀 들어봐</a><br/>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08월<br/></td></tr></table><br/>-20260616 저자: 줄리언 반스.<br><br><br><br> 책의 말미를 거의 앞두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책 뒤편으로 갔다. 옮긴이의 말이 있었고, 친절하게도 줄거리를 써 놨다. 그렇게 뒷마무리를 스포일러 당한 후에 마저 읽었다. 결말을 모르고 읽었어도 그렇게 흥미롭진 않았을 것 같다. <br><br> 오랜 친구이지만 성격이나 삶의 모습이 너무도 다른 스튜어트, 올리버, 그리고 스튜어트의 여자친구였다가 부인이 된 질리언, 결혼식날 질리언에게 반해버린 올리버, 엄청 꼬셔대는 올리버에게 넘어가 버린 질리언, 두번째 결혼식, 올리버가 두 커플을 지켜보고 지분대던 시절처럼 그 주위를 맴도는 스튜어트.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퇴마해버리고 어딘가로 떠나는 가족.<br><br> 이게 다였다. 세 인물이 화자로 왔다갔다 하면서 방백처럼 독자에게 말을 거는 형식은 그렇게 정신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별로 재미는 없었다. 일단 말마다 프랑스어 섞어 써서 빡치게 만드는 올리버를 가르치는 학생 성희롱이나 하고 남의 부인 빼앗고도 전원에서 유유적적하게 그려 놓아서 완전 나쁜놈의 전형처럼 미워하게 만들어놨다. 질리언은 그렇게 입체적인 인물도 아니고 이 남자 저 남자 쉽게 빠지고 쉽게 갈아타고 그런 마당에 뭔 지혜로운 포샤처럼 잔재주를 쓴다. 스튜어트는 올리버가 워낙 나쁘게 말해대니까 좀 불쌍하다 싶은데 작가가 혹여 독자들이 얘한테 이입할까 봐 좋은 놈 아니게 하려고 이혼 후 성매매 순례 다니는 놈으로 망쳐놨다. 좀 어거지였다.<br><br> 있으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이지만, 결혼-이혼-또 결혼 이 사이를 어물쩡 얼렁뚱땅 제일 갈등 심할 구간을 적당히 비벼서 지나간다. 작가는 그저 위치가 뒤바뀐 두 남자가 거울처럼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것 같다. 하여간에 개빻은 남자들이랑 똑똑한 척 하는 멍청한 여자가 나오고 막 엄청 재미있는 척 재치있는 척 하는데 작위적이란 생각만 들었다. 차라리 두 번 결혼해서 둘다 같이 살았던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 씨 같으면 깜찍한 구석이라도 있지… 일처일부제와 독점적 이성애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구식책은 새롭게 읽히는 게 없다… <br><br> 책 앞표지로 가서 언제 나온 책인지 보니까 1991년도라고 한다… 이제 줄리언 반스 선생은 소설 안 쓴다고 했댔나?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연애의 기억’, 산문집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이거는 읽었던 것마저 잊어버림)은 아주 오래된 책들은 아니라 그냥저냥 읽을만 했다. 그런데 내 또래 때 쓴 소설은 영 후졌네요… 그동안 적당히 즐거웠어요. 또 만나지 않아도 건강히 잘 사세요. <br><br><br>+밑줄 긋기<br>-&lt;스튜어트&gt;는 계속 중도 노선을 대표하는 ‘그들의’가 제일 좋다고 주장했다. (15, 에브리원이나 썸원을 데어라는 대명사로 받는 거 나름 선구적이었는데 소설의 다른 인물들은 반대했다. 퀴어들이 대신 받아들였다.)<br><br>-세상 사람 중 반은 자신감이 있는 것 같지만, 나머지 반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쪽 반에서 저쪽 반으로 건너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자신감이 있으려면 먼저 자신만만해야 한다. 그건 악순환이다. (36, 악순환이지.)<br><br>-인생을 사는 데 문제는, 이미 때가 늦은 뒤라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는 거야.(55, 나도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 상태를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한다.)<br><br>-그녀는 변할 것이지만, 다른 어떤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모습의 자기 자신으로 바뀔 것이다. 난 그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 (76, 찐사랑이네)<br><br>-사람들은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 연민에 빠져 혼자 앉아 있어선 안 된다고.<br> 인생에서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고, 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인식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결정해서, 그걸 목표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난 생각해. (80, 다른 건 다 해 봤는데 아직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뭔지는 못 찾았다.)<br><br>-그래서 난 다음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스튜어트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올리버와 사랑에 빠진것 같다는 사실.(181, 질리언은 진부하게 올리버의 꼬임에 넘어가고 선언까지 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구질구질했는데 남은 페이지는 얼마나 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7/66/cover150/893290602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76603</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가고 싶은 곳은 많이 없는데 걷고 싶은 곳은 늘 있다. - [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33045</link><pubDate>Sat, 13 Jun 2026 22: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330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837253&TPaperId=173330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62/23/coveroff/k4628372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837253&TPaperId=173330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a><br/>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06월<br/></td></tr></table><br/>-20260613 저자: 셰인 오마라.<br><br><br> 책의 후반부를 읽을 무렵 깨달았다. 뇌과학, 도시생태, 사회학, 진화, 질병 예방 다 끌어다가 걷기의 효용을 두루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도 오늘 하루 그냥 집에만 있었다. 움직이는 게 낫겠지, 하고 오랜만에 실내자전거를 30분쯤 탔다. 저녁은 굽네치킨 고추바사삭과 치즈볼을 먹었다. 그러고서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었다.<br><br> 곁의 사람이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해는 8시 다 되어서 지는데 7시 반쯤 되었다. 피곤해서 망설이다 같이 가기로 했다. <br> <br> 우리의 걷기는 사뭇 다르다. 나는 빠르게, 넓은 보폭으로 걷는 걸 좋아한다. 곁의 사람은 땀이 나는게 싫어서 느릿느릿 보폭도 좁게 걷는다. 나는 걸으면서 전화기를 들여다보지 않지만, 곁의 사람의 전화기는 물아일체 수준이다. 나는 낯선 골목, 사람 적은 시간의 대로, 숲길 걷기를 좋아한다. 곁의 사람의 걷는 목적은 어떤 곳에 다다르는 것이다. 주로 마트나 빵집 같은 곳을 둘러보며 구경하길 좋아한다. 하나만 골라, 하면 나는 마냥 걷기를 고르겠지만, 곁의 사람은 빵과 과자와 아이스크림(세 개 잖아!)을 택할 것이다. <br><br> 길을 나서자마자 학교 아이들을 마주쳤다. 서로 못 본 체 했지만 알았을 것이다. 평소에도 빛나는 행색은 아니지만 오늘은 뻗친 머리 가릴 버킷햇에다 원피스 대충 골라 입고 나왔는데 창피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나를 속상하게 한 적이 많은 터라 불편했다. <br><br> 직장을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최대의 장점을 고르라면 그렇게 적당히 걸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것. 단점은 너무 많아서 생략한다. 아니, 아까처럼 아이들을 동네에서, 오가는 길에서 자주 마주친다. 일부러 내게 어디어디 사시잖아요? 하고 떠보듯 대놓고 말하는 아이에게 태연한 척 그래, 하면서 불쾌함을 삼킨다. <br><br> 그래서 그렇게 아쉬운 시작을 지나 지하철 역이 있는 대로를 향하고, 그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시장과 먹거리 골목이 있어 적당히 둘러보았다. 결국 발길이 머문 건 처음 가보는 빵집. 멜론빵과 대파베이컨패스츄리? 대충 그런 걸 샀다. 그러고나서 다시 건너에 있는 마트에 갔다. 사람이 사는데 무엇을 그리 많이 사는가. 복작복작했다. 과자 코너에서 신제품이 보이자 곁의 사람이 신나했고 나는 부지런히 장바구니에 새로운 스낵들을 담았다. 라면 코너를 주의깊게 보았지만 새로운 건 없어서 넘어갔다. 식자재보다는 주로 냉동, 가공식품류들, 유제품과 마실 거리를 구경하고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고 나왔다. 빵값은 8천 얼마, 과자값은 9천 얼마, 운전도 안 하고 인터넷 장보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이라 그렇게 장보기 나들이도 가볍다. 에코백과 그물백에 과자봉지랑 빵을 적당히 나눠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볍게 나갔다 생각했는데 5434보라고 한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걸었다. 그런데도 무릎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참 자전거를 먼저 탔구나. 어제는 병원에 가는 날이라 진료 시간을 기다리며 오늘보다 만걸음은 더 걸었었다. 이틀간 누적된 피로도 있겠다. <br><br> 걷기를 즐기는 내게 그래서, 걷기의 효용을 이렇게 저렇게 외쳐대는 책은 딱히 쓸모도, 재미도 없었다. 걷기 싫은 사람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 와 역시 걷기가 좋은 거구나, 하고 설득되서 벌떡 일어나 나설지는 잘 모르겠다. 걷는 거 좋은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몰라서 안 걷는 사람이 있을까?<br><br> 혼자 오붓한 것도 좋지만,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며 둘이 걷는 길이 재미있다. 이런저런 걸 보고 아무말이나 하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손은 잡아도 안 잡아도 좋다. 날씨가 좋으면 좋아서, 궂으면 궂어서 걷기 좋다. 그걸 알면, 같이 걷자, 할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저절로 걷게 될 것이다.<br><br> 걷는 사람은 많이들 쓴다. 많이들 읽는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다. 걸으면서 감각하는 세상을, 생각을 지금 이 순간의 나만 알기엔 아쉬운가 보다. <br><br> 걷는 걸 좋아하게 된 지 8년차쯤 되었다. 별로 길지 않은가 싶다가 어느새 길어져 있었다. 세상 길은 무수하고 가닥가닥 연결도 잘 되어 있어서 한 번 밟고 갈 곳이 넘친다. 지루할 새가 없다. 다만 노동자는 하루의 긴 시간을 실내에 갇혀 계단을 오르내리고 복도를 오고간다. 실내보다는 실외 걷기가 뇌 활성화에 더 좋다고, 당연한 사실 같은데 이 책은 실험으로 증명된 걸 알려준다. 나는 내 뇌가 더 움직이길, 두 다리가 노곤하도록 마냥 움직이길 바란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이 없는데 걷고 싶은 곳은 늘 있다. 굳이 안 읽고 그 시간에 걸었으면 더 좋았겠다. <br><br><br>+밑줄 긋기<br>-인간의 가까운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침팬지들은 손과 발을 함께 사용하여 걷는 중간 단계의 직립보행을 한다. 이 변형된 형태는 ‘너클 워킹Knuckle Walking(손가락 관절 보행)‘이라 불리는데 특별히 효율적인 이동 방법은 아니다.(곁의 사람과 지난 번 걷기 때 이족보행에 대해, 영장류의 보행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 저자는 인간의 걷기와 다른 동물들의 두 다리 사용에 제법 굵게 선을 긋는다. 난 이런 걸 보면 인간우월주의라고 외치고 싶어지고…)<br><br>-최근 유엔은 향후 30년 이내로 세계 인구가 2.9억 명으로 증가하고 22세기가 되기 이전에 3억 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2050년이 오기 전에 인구의 80~90퍼센트 이상이 도심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이건 오자 같아서 옮겨 왔다. 세계 인구가 아니라 도시 거주 총 인구라고 해도 숫자가 맞지 않다.)<br><br>-일반적으로 도시 규모가 클수록, 또 경제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특히 경제 성장이 더 높을수록 해당 도시 거주자들은 더 빨리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걷기는 평등하지 않을 수도…)<br><br>-결과적으로 노력을 관리하는 뇌 체제와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을 예측하는 뇌 체제는 매우 밀접하게 연동한다. 들이는 노력이 클수록 그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은 보상이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느리게, 많은 보상이 있는 경우 더 빠르게 걸어간다. 이는 도시에서 흔한 풍경이다.(내게 걷기는 뭔가 많은 걸 보상하나 보다. 누구보다 빠르게-)<br><br>-나아가 뇌는 노력과 보상의 균형을 통해 노력은 최소화하고 보상은 최대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나태함과 노력의 균형을 이루는 뇌의 진화된 반응으로 이해하면 된다.(인류 조상들의 움직임도 지금보다 딱히 더 많지 않았다고, 대신 덜 먹었다고 한다.)<br><br>-사용하지 않는 근육의 부피는 빠르고 쉽게 줄어든다. 더 나아가 근육량의 손실은 지속적으로 평생 새로운 뇌세포를 생산하는 뇌의 영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근육이 손실됨에 따라 뇌의 기능도 악화된다. 이와 함께 성격, 감정과 뇌 구조 자체에 유해한 변화도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자가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의 일종인 놀라운 자체 수정 메커니즘이 있는데, 이는 바로 운동이다.(뇌근육 손실은 생각을 잘 못했다… 걸으면 뇌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건데, 동시에 읽는 중인 ‘천 개의 뇌’에서도 뇌의 작용을 움직임으로, 움직임과 연관지어 설명한다.)<br><br>-뇌는 사고, 기억, 문제 해결, 기획, 기분 조절 등 기타 다른 다양한 일들을 돕는 목적을 갖는다. 규칙적인 리듬과 속도로 걷는다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얘기다.(그런데 걷기가 수학하는 뇌까지 살려주진 못한다…)<br><br>-걷기를 통해 건강상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적정한 거리를 높은 속도로 걸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4, 5회씩 최소 30분간 대략 시속 5~5.5 킬로미터를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오, 유일하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팁을 준 부분이다.)<br><br>-우리는 ‘네트워크 중심의‘ 관점에서 뇌가 어떻게 특정 기능을 돕는지 관찰하며, 더 이상 개별 영역을 언어, 시각, 촉각, 움직임 등과 같은 특정 기능만을 위한 곳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뇌의 다른 영역들 간 상호작용의 패턴이 학습과 기억 그리고 언어와 시각, 청각의 기능을 돕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천 개의 뇌’라는 책에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br><br>-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연령층과 성별에 무관하게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자연에 노출되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개인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과 교육 수준, 종교의 유무, 결혼의 유무, 봉사활동, 외적 매력과 같은 요인들에 못지않게 높다는 것이다.<br>개인의 소득 수준이나 외적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나가서 산책을 하는 것은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다. 자연환경에서 하는 활동이 행복과 웰빙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증되었기에 비록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자연이 유일하게 도심 속 공원일지라도 규칙적으로, 또 습관적으로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걷기는 평등하다. 평등해야 한다. 자연으로 돌아가! 했는데 내가 누가 싫어서 안 가냐! 했던 게 얼마전인 것 같은데...무슨 독후감에서였지…‘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이었다...)<br><br>-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나무, 삼림지대의 개울, 바위와 같은 자연에서도 영혼을 찾을 수 있다는 고대 범신론적 자연 숭배에서 대지의 어머니와 신들을 숭배하는 종교 그리고 오늘날의 ‘가이아‘와 같은 여신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를 스스로 제어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러브록 씨의 가이아 이론은 의외로 다른 과학 책에도 자주 등장해서 ‘태양을 먹다’였나? 하여간에 이만큼 반복되면 간단히 적어놓고 기억해줘야겠네 싶었다.)<br><br><br>-시끄럽고 한눈에 봐도 술에 취한 듯한 두 명의 남자들도 홀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나는 대각선 방향으로 걷고 있었고, 한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응시했고 더 빠르게 걷기 시작하더니, 왼쪽 어깨를 뒤로 살짝 움직였다. 거리가 아주 가까워졌을 때, 나는 그가 내 왼쪽 어깨를 있는 힘껏 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부딪치려는 순간 나는 내 왼쪽 어깨를 그로부터 멀리 돌렸고, 예상대로 그는 그의 어깨로 나를 치려는 시도를 했지만 내 어깨는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는 한 바퀴 빙 돌더니 어색한 모습으로 넘어졌다. 이것은 그의 뇌가 예측한 것이 아니었고, 그가 예상한 결과가 아니었다.(어깨빵 당할 뻔 한 걸 피했다-이 한 문장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꼼꼼하게 기억했다가 적어 놓았다. 작가의 성질을 긁으면 다들 이렇게 박제될 것이다…)<br><br>-그런데 꿈을 꾸는 것의 문제는 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걷기를 통해 꿈의 특성인 시간적 의미의 상실 그리고 몽상, 서로 다른 기억과 생각의 자유로운 연상을 경험할 수 있다. 척수의 패턴 발생기에 의해 걷는 속도가 규정되고, 규칙적인 걷기 리듬에 빠져들어 시간을 덜 의식하게 되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사고의 문이 열린다.(꿈과 걷기 중 저자는 글쓰기에 더 유리한 걷기의 손을 들어준다.)<br><br>-우리의 시간에 대한 인식은 시계처럼 정확하거나 일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단위는 실제 시간의 단위와 다르다. 이 경우 즐거움이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인간은 흔히 당시 기분에 따라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또는 길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손을 뜨거운 난로에 올려놓고 있으면 일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아가씨와 앉아있으면 한 시간이 일분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대성 원리다.˝(‘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제목 말고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유한을 걱정하면서도 또 영원을 믿게 된다’고 독후감에 써 놓았다.)<br><br>-보다 자유로운 창의적 인지 상태를 장려하고 싶다면, 근로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화면에서 떨어져 움직이라고 해야 한다. 움직임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고, 이전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고 교류할 수 있는 실내•외 공간이 있는 사무 공간과 건물이 장려되어야 하며,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영감을 쉽게 기록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근무하면서 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고, 지원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산책을 좋아하지만, 직장 안에서는 사람 마주치는 게 힘들어서 걸을 틈이 있어도 앉아서 보낸다. 그래서 늘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br><br>-오랜 기간의 심사숙고, 준비와 아이디어 개발, 새로운 문제의 적극적인 구축과 공식화, 장기간의 사고를 통한 다양한 답안에 대한 검증 그리고 걷기가 있었다.(수학자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덕을 걷기에게도 돌리는 저자)<br><br>-수학은 때로 낯설고 매일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현대의 물리학과 컴퓨터 게이밍, 애니메이션, 그래픽 그리고 심지어 전자 칫솔의 디자인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대부분 그걸 모르고 이를 닦지요.)<br><br>-그러나 몽상은 적어도 이 개념의 일반적인 정의에 따른다면 단순히 게으름이나 시간의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정신 관리의 관점에서는 매우 필수적인 행동으로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합하고 자신의 사회적 생활에 대해 질문하고 대규모의 개인적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 만약 몽상이 게으름이라면 이는 매우 독특하고 적극적인 형태의 게으름이다. 행동으로는 조용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활동적인 상태인 것이다.(아침 시간에 멍때리는 아이들 보면 뭐라도 하라고 말은 했지만, 그렇게 명상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 그대로 말해도 될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선다.)<br><br>-정부는 시위행진이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이나 부상에 대한 위험 또는 재산에 손실이 있지 않는 이상 지나친 통제는 금지되어야 한다. 정의 사회를 완벽하게 마비 상태로 만들도록 설계한 시위가 아닌 이상,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변화를 일으킬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걷기가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긍정과 믿음. 오늘 퀴어퍼레이드가 있었다고 한다. 퍼레이드는 걷는 거지? 그 주변에 기독교 단체가 무대를 설치하고 한 자리에 모여 주여, 하는 영상을 라이브로 보았다. 왜 본 거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562/23/cover150/k4628372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562237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어떻게 수학을 사랑할 수 있을까? - [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삶의 해를 구하는 공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23774</link><pubDate>Mon, 08 Jun 2026 18: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237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930545&TPaperId=173237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89/22/coveroff/k91293054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930545&TPaperId=173237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떻게 수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삶의 해를 구하는 공부</a><br/>카를 지크문트 지음, 노승영 옮김 / 윌북 / 2024년 05월<br/></td></tr></table><br/>-20260608 저자:카를 지그문트.<br><br><br><br> 원제는 이성의 왈츠 쯤 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상대의 발을 밟고 동작을 잊고 박자를 놓쳤다. <br> 무척 어려웠다는 뜻이다. 특히 4장 논리학의 무수한 기호들로 표현된 명제와 결론을 말로 설명해주는 건 책을 포기할 생각이 들게 했다. 읽어도 아무 말도 모르겠는 부분… 마지막 장에서는 예시 폭탄으로 수학의 쾌감을 전하고자 애쓰시지만 거기가 더 힘들었고요...<br> 그러니까 책 뒷표지의 ‘명쾌하고 술술 읽히며 매혹적이다.’에서 술술 읽히며는 빼 주세요.<br><br> 수학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3년 간 안 되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을 뿐이다. 통찰과 즐거움이 조금이라도 따랐으면 좋았겠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시간은 유한하고 다른 할 것이 있으니까 수학에 오랜 세월 바칠 게 아니라면, 잠시 두고 쓸 수단이라면, 나는 다른 도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br><br> 그런데도 미련은 오래 남아 수학, 과학에 대한 책을 가끔 펼친다. 재치있게 쓰려고 애쓴 티는 난다. 쉽게 쓰려고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쉬움은 상대적인 거니까 아마도 나한테 쉬운 수학 교양서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진작 안 덮고 (일부 아니고 다수 페이지는 훌훌 넘기기도 했다. 읽어도 몰라…) 읽은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br><br><br>+밑줄 긋기<br>-민중에 의한 지배를 수백 년째 경험한 오늘날 우리는 예전만큼 낙관하지 못한자. ‘백과전서’ 저자들에게 민주주의는 아득한 지평선에 걸린 지복의 약속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차악에 불과하다. 칼 포퍼에 따르면 민주주의 선거는 무엇보다 혼란과 유혈을 최소화하면서 나쁜 정부를 몰아내는 방법이다. 투표가 언제나 ‘옳은’결정을 낳는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결정이 다음 선거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87)<br><br>-파스칼은 신을 믿기가 매우 힘든 사람들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불운한 이들이 적어도 노력은 해야 한다고 말한다. (311-312, 저자가 뒤에서 세뇌라고 한다…ㅋ)<br><br> -그러므로 ‘이면, 그리고 그런 경우에만if and only if‘은 ’이면if‘을 특별히 강조하는 표현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을 나타낸다. “...이라는 것은 명백하다”는 “이것은 당신이 직접 풀어야 한다”라는 뜻이며 “그것은 쉽게 알 수 있다”는 세세하게 검증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일반인에게 무척 거슬리는 것으로는 ’자명하다trivial‘의 남발이 있다. (423, 농담반 진담반)<br><br>-수학은 끈기를 가르친다. 겸손도 가르친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457, 그래서 포기도 가르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989/22/cover150/k91293054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989224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이무기와 호랑이. - [완역 이옥전집 2 :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20225</link><pubDate>Sat, 06 Jun 2026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202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275X&TPaperId=173202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6/40/coveroff/895862275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2275X&TPaperId=173202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완역 이옥전집 2 :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a><br/>이옥 지음,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9년 03월<br/></td></tr></table><br/>-20260606 저자:이옥.<br><br> 책의 제목을 보고 작은어린이가 ”왜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지?“ 했다. 읽어 놓고도 기억이 안 나서 그 부분을 다시 보았다.<br> 그물 하나로 고기잡이를 생업 삼던 어부가 호랑이와 이무기의 방해로 겨우 그들을 물리쳤지만, 이런 시련이면 하늘이 나보고 고기 잡지 말라는 거야, 그물 찢고 굶어 죽자, 했다는 거다. <br> 이옥은 성균관 생활도 했고, 과거 급제도 몇 번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뽑아 놔도 정조가 볼 때마다 에헤이, 이딴 잡스러운 문체, 걔 군대 보내(충군), 하고 지방으로 내쫓겼다. 사면복권이 되긴 했는데, 그러면 다시 과거 응시 가능하도록 본인이 서류를 내는 절차가 있었는데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안 내서 결국 벼슬길 근처도 못 갔다. <br> 그물 찢은 어부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br><br> 왕한테 내침 받은 걸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옥의 글이 담긴 책 네 권째(중복된 글 많음) 읽다보니, 그의 삶이 불행했다 단정할 수도 없겠다. 글쓰기가 좋아서, 내키는 대로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썼고, 왕한테 혼나면서도 그냥 제 글투가 이렇게 생겨 먹은 걸, 하면서 계속 썼다. 여기저기서 재미있는 이야기 들으면 적었다. 담배도 뻐끔뻐끔 피워가며 국순전 비슷하게 담배 의인화 한 글도 썼고, 아예 담배에 대한 책도 따로 하나 썼는데 전집3권에 실려 있어서 아직 안 읽었다. 생전에는 자기가 전을 쓴 류광억처럼 양심 팔아 글을 돈으로 바꾸지는 못했겠지만, 지금도 널리 읽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백 몇 년 지나서도 읽는 사람이 있다. 아, 살아있을 때도 김려란 친구가 후히 읽어주고, 이옥이 죽은 후에도 그 원고 챙겨서 필사해서 여러 권의 책으로 내주기도 했다. 독자란 그렇게 한 명만 꾸준히 있어도 만족할 일 같다.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독자가 되어도 좋다.<br><br> 그러니까 글쓰기는 살아생전에 뭔 덕 보겠다고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쓰는 게 재밌고, 자기 거 읽는 게 재밌으면 쓰는 거다. 딱히 할 일 없고 한가하면, 그런데 그 한가함이 불안한 사람들은 또 쓰는 거다. 흰 바탕을 빽빽하게 검은 글자로 가린다. 누가 읽어주면 좋은 거고 아니어도 그만이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죽어버린 쓴 이는 절대 모르겠지만 미래의 사람들이 발견하고 읽고나서 하하호호 하는 거다. <br> <br> 하하호호하면서 적당히 읽고 적당히 쓰면서 살 수 있는 삶이면,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면 조금 만족해도 되지 않겠니? 그렇게 읽고 쓸 에너지를 마련해주는 돈벌이를 조금 덜 미워해도 되지 않겠니? 이옥처럼 밭에 오이며 담배며 이거저거 키워 적당히 먹고 살 정도의 땅 있는 양반이면 조금 더 자유롭겠지만, 도시의 현대인은 자기 몸뚱이를 밭뙈기려니 하고 그럭저럭 삶을 꾸려 나가렴. <br><br>+밑줄 긋기<br>-내가 볼 때에는 그 모습이 해산하고 갓 일어난 것 같고, 목욕하고 빗질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사내에게 매 맞고 버림을 받아 울면서 대충 머리를 추슬러 놓은 것 같았다. (87, 미감 심하게 섬세한, 외모품평 오지는 이옥 선생. 영남 젊은 아낙들의 머리 모양-생채계- 흉보는 글마저 남겼다.)<br><br>-요컨대, 종이는 흔한데 글씨는 귀한 까닭이다. (112, 입춘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계속 춘첩을 써달라고 해서 사흘 낮밤 몇 백 폭을 썼다 한다. 웹소설 작가 조르는 독자들 줄선 느낌이다..)<br><br>-천재지하에 이목을 괴롭히는 음란한 소리를 하는 자는 그 죄가 진실로 큰 것이다. 어찌 저 거짓말로써 거짓말을 불려 스스로를 짐짓 망언하는 부류로 만들어 다만 남의 한 번 웃음을 더하는 것과 같단 말인가? 그러나 떡갈나무 판에 새기고 닥나무로 만든 흰 종이에 찍으니, 두 나무 또한 원통할 일이다. (132, ‘언문소설’ 중. 나무야 미안해의 원조. 그나저나 픽션 안 좋아하셨던 옥이씨. 본인 글은 팩션이라 봐주는 거냐.)<br><br>-사람들이 말하기를, “폭포가 거쳐 오는 길에 옛날에는 돌부리가 있어서 마치 기름장수가 기름을 쏟아 붓는 것 같았다. 폭포 물이 멀리 날아가 더욱 기이하였는데, 주민들이 감사와 고을 원이 놀러 오는 것을 괴롭게 여겨 그것을 쪼아 무너뜨렸다”고 한다. 지금도 쪼은 흔적과 다녀간 사람들의 이름이 있다. 슬프다, 벼슬아치가 명승지에 누를 끼치는 것이 많다. (159, ‘폭포 구경’ 중. 예나 지금이나 높은 사람들은 있던 돌부리도, 산도 막 없애고 사람들을 귀찮게 한다.)<br><br> -세상에 그대가 없다고 하여 손실될 바 없고, 그대에게 세상이 없어서 또한 욕될 바가 없다. 그러니 그대는 그대의 뜻을 행하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따를 것이다. 그대가 돌아가지 않으면 누가 돌아갈 것인가? (207, ‘매미의 권고’ 중. 자호 ‘매암’이 매미소리 같다며 얼른 집에 가! 하는 소리로 듣고 있다.)<br><br>-한 번 휘두르면 술에 취한 듯하고, 두 번 휘두르면 병든 듯하고, 세 번 휘두르면 비로소 고요해진다.<br>(222, ’파리채에 새긴 글‘ 중. 이옥의 파리 잡기 삼단계)<br><br>-천하가 버글거리며 온통 이끗을 위하여 오고 이끗을 위하여 간다. 세상이 이를 숭상함이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끗을 위하여 사는 사람은 반드시 이끗 때문에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이를 말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이끗을 위하여 죽기까지 한다. (350, ‘류광억 전‘ 중. 문제집에 가끔 나오던 과거 대리 시험 봐주던 류광억 이야기가 재밌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끗, 이재에만 몰두하는 삶이 많다. 나도 점점 그러는 거 같아서 싫으네.)<br><br>-“내가 너희들에게 이 풍류 소년을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일에 당해서 진실로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뜻을 세우면 규중의 처자라도 오히려 감동시킬 수 있거늘, 하물며 문장이나 과거야 왜 안 되겠느냐?”하셨다. (362, ‘심생 전’ 중. 이것도 문제집에서 많이 보던 이야기였다. 특이한 게 욕먹을까 봐 그랬는지 기이한 연애담 뒤에 사실 이건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이렇게 돌려막는 게 잔망스러웠다. 과거급제보다는 그래도 연애가 더 쉬울 것 같은데…)<br><br>-그러므로 그 사람에 가탁하여 장차 시가 될 적에, 물 흐르듯이 귀와 눈을 따라 들어가 단전 위에서 머물다가 줄줄 잇달아 입과 손끝으로 따라 나오는 것으로, 그 사람의 주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석가모니가 우연히 공작의 입을 통해서 뱃속에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공작의 꽁무니로 다시 나온 것과 같다. (405, 그렇다면 소설은 소설의 신이, 독후감은 독후감의 신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렷다)<br><br>-그 마음이 간질간질하여 마치 천 마리, 백 마리의 이가 간에서 두루 달리는 것과 같다. 나는 또한 오장육부를 다 기울여 이 이들을 쏟아내 놓은 뒤에야 그만둘 수 밖에 없다. (415, 왜 쓰냐건 웃지요)<br><br>-한가함은 진실로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중략)<br> 다만 한가함을 해소하는 데 소용이 된다면 또한 반나절의 도움은 될 것이다. (447-448, ‘김신사혼기제사’ 중. 공부도 안 되고 한가해 죽겠어서 3일 만에 쓴 희곡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재미로 봐라, 한다. 글 안 쓰면 병나는 병에 걸린 옥이 아저씨)<br><br>-임장: 한성부 공문에, 오부 안의 각 동네 늙은 도령을 책으로 엮어 보고케 하고, 관가에서 혼례를 도와 며칠 내로 혼인을 이루어준다 하였소. 좋구나 좋아. 늙은 도령 장가갈 시절이니 좋은 술 한 잔으로 나에게 대접하지 않을 수 없겠소. (457, 스물여덟 늙은 도령이 혼인 못한다고 한탄하는 중에 국가에서 중매해 줌. 시장이 아니라 나라에서 공영화 중매 서비스를 운영하면...다 망하려나. 전과 같은 건 잘 걸러줄 듯. 완전 픽션인지 알았더니, 정조실록에 비슷한 공공서비스 기사가 남아있다고 한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6/40/cover150/895862275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6405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제대로 된 쉼이 뭔지 알고 싶었는데. -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 피로 사회를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15056</link><pubDate>Wed, 03 Jun 2026 17: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1505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532929&TPaperId=173150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781/37/coveroff/k3325329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532929&TPaperId=1731505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 피로 사회를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a><br/>이시형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03월<br/></td></tr></table><br/>-20260603 저자:이시형<br><br><br> 휴일인데 알람을 안 꺼놔서 평일 일어나는 시간대로 깼다. 오늘 쉬는 날인 걸 기뻐하기 보다 먼저 든 생각은 ‘내일은 이 알람 듣고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군…’<br><br> 친구의 몹시 슬픈 일도 있었고, 중병은 아니지만 가족이 1일 입원해 수술을 받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이달 겨우 3일차인데도 몇 주를 흘려보낸 기분이다.<br><br> 한달을 달리던 글쓰기도 이런저런 상황 앞에 내려놓고, 글쓴다고 독서 습관도 내려놓고, 나는 내 여가 시간에 무엇을 채워야 하지? 하고 골몰했다.<br><br> 오전에는 가족의 퇴원을 맞이하러 갔다. 걸어 귀가하기로 했는데, 더우니까 뭔 코코넛커피스무디 이런 걸 사 마셨다. 궁금함에 카페인 부담스러우면서도 이걸 먹는데, 너무 달고, 맛있지도 않고, 검색해보니 700키로칼로리가 넘고 당분도 거의 60~90그램… 1/3을 남겨서 버렸다. <br> 때로는 그렇게 남았을 때 버리는 게 맞다.<br><br> 이런 나날이라 이런 제목의 책이 끌렸나보다. 책을 읽으며 쉬어야지, 하면서 쉬어도 피곤한 이유가 궁금했나 보다. <br><br> 이 책은 뇌 피로라는 상태를 설명하고, 그것이 일어나는 원인과 그것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를 정리해 놨다.<br><br> 들어둬서 나쁜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다 보고 나서는 이걸 왜 봤지...싶었다.<br><br> 지금 내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맞지 않는 직업을 버티는 것이다. 그외에는 뭐 건강이고 운동이고 취미고 인간관계고 가정사고 쏘쏘, 별일 없이 산다. 저자는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라고 한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사람 중에 부정적이 되라는 사람은 내가 본 중에는 하나도 없다.  다 같은 말을 하는 거 보면 긍정과 명랑과 감사 같은게 행복에 닿는데 도움이 되긴 하나보다. <br><br> 그렇지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안전하지 않다 느끼고, 굴욕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긍정적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밤마다 대부분 열한시도 안 되서 자고, 여섯시 사십분까지 약 기운으로 잘 자고, 책에서 먹으면 피로에 좋다는 닭가슴살도 매일 먹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대개의 시간은 잘 지낸다. 그냥 난 돈을 포기하든가 멘탈을 포기하든가 두 가지 밖에는 답이 없다. 생각을 바꾸고 자연으로 산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85살 전문직 80권 넘게 책 쓴 사람은 가능한 선택지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안 가고 싶어 안 가냐!<br><br> 그래도 뭐 그냥 이렇게 행복회로 돌리면서 열심히 즐겁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길…<br><br> +밑줄 긋기<br>-영양학적으로도 피로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나 약품보다 오히려 우리가 즐겨 먹는 닭 가슴살에 다량 함유된 성분이 뇌의 피로에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퍽퍽 살을 오래오래 씹으며 식사라기보다 연료 공급이라는 생각을 매일 하는 나는 나도 모르게 피로회복제를 먹고 있었다.)<br><br><br>-게다가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중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그야말로 매일이 전쟁이라 뇌 피로가 극심했다.(아 그래서 내가?)<br><br><br>-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근본 치료를 해야 한다. 뇌 피로는 결국 자율신경, 특히 교감신경을 혹사하면서 일어나는 피로이기 때문이다.(건강검진 하면 늘 교감신경과활성화가 나온다.)<br><br>-위급 상황이 종료되면 긴급 반응도 끝나지만, 어떤 사람은 계속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당시의 긴급 반응이 또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 부른다.(지피티한테 나도 피티에스디 아니냐?했더니 그냥 상시 과각성 상태라 그렇다고 한다. 얘도 전문가는 아니니 뭐…)<br><br> -문제는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br>이럴 때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 가치를 찾는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내가 모르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뇌의 피로를 덜 수 있다.(아무리 찾아봐도 이젠 돈 벌기 위해서, 말고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게 내 직업이다. 굴욕감과 무력감을 대가로 돈을 받고 있구나 싶은 게 일상이다.)<br><br>-과로로 죽는 건 인간뿐이다. 깊은 만족감과 충만함을 주는 일일수록 보다 절제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좋다고 너무 꽂히면 과로사 한대…)<br><br>-<br>	•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며, 그때까지는 휴식이나 일을 중단하는 일이 없다<br>	• ﻿••실패하는 경우를 미리 가정하는 등 굳이 생각 안 해도 될 일까지 세세하게 생각한다<br>	•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br>이처럼 생각만으로 지치는 상태를 ‘사고 피로‘라 부른다. 외부의 자극에 더해 스스로 뇌 피로를 만드는 것이다 (저거 세 개 다 나라서 움찔)<br><br>-밤 11시 전 취침<br>6시 전 기상 점심 후 낮잠 20분(얘들아 일찍 자자 재미는 내려놓고...그런데 낮잠 20분은 정말 은퇴한 노인들이나 가능한 게 아닐지...나도 주말에는 가끔 책보다가 짧은 낮잠 잘 때가 있긴 하다.)<br><br><br>-따라서 어쩌다 늦게 자더라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 수면 주기가 원래대로 빨리 회복될 수 있다.(그러니까 휴일 아침 알람도 잘 한 거네)<br><br><br>-뇌에서 지속적으로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항피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하루 200mg의 이미다졸펩타이드를 최소 2주간 섭취해야 한다. 이는 하루에 닭 가슴살 반쪽 분량만 섭취하면 충분한 양이다.(피로 회복엔 닭가스(ㅁ살))<br><br><br>-하루 30가지 이상의 음식을 먹고, 한입에 30회 씹고, 한 끼에 30분 걸려 먹자.(점심 식사가 30분 걸리긴 한다. 뻑뻑한 닭가슴살 꾸역꾸역 방울토마토 포도 피칸 한 알 한 알)<br><br>-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쑥스럽지만, 나는 글을 한 꼭지씩 쓰고 나면 혹은 쓰는 중에도 ˝난 천재야” 하고 곧잘 혼잣말을 한다. 그러면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글이 더 잘 써진다. 긍정적인 혼잣말은 무의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뻔뻔함도 건강의 비결일 듯)<br><br><br>-뇌에 정보를 입력할 때는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최저한의 것만 정리해서 기억하려 노력하자. 그리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효율적으로 정보를 끄집어내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자.(모르는 게 약인데 에이아이 생기고서는 오히려 더 파고들게 되지 않았나 정보 넘침. 최소한의 노력이란 게 뭘까 잘 모르면서 깝치란 소린가)<br><br>-감정이 폭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참다 못해 폭발하는 경우고, 둘째는 그래야 내 진심이 강하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다.<br>그러나 어느 경우든 나만 손해다. 첫째 경우라면 그 인격의 문제다. 사람들은 그를 무시할 것이다. 둘째 경우라면 진심이 전달되기는커녕 상대방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다.(요즘 너무 많이 겪어서 부끄럽다. 사회 생활 힘들다.)<br><br>-몸을 꾸준히 움직이자. 앉고 일어서는 일상의 작은 움직임에도 자율신경은 반응한다. (앉아, 일어서, 라도)<br><br>-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할 때는 30분마다 일어섰다 다시 앉자.(뽀모도로라도 써야 할듯)<br><br>-대책은 단 하나, 도심을 떠나 산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단 하나의 대책이 90퍼센트의 한국인에겐 소용이 없으니 다 그냥 계속 그러고 살아라 느낌)<br><br>-아무리 일이 바빠도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천천히‘ 하고 되뇌어야 한다.<br>그 순간 어지럽던 세상이 바로 보인다.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좁혀졌던 시야가 넓어지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눈앞의 일에만 매달려 허둥대면 심신도 문제지만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하는 당신에게는 아무 생각도 떠오를 수 없다.(천천히 천천히)<br><br>-˝아침 태양빛을 받으며 연인의 손을 잡고 30분만 걸어라.˝<br>이 한 문장 안에 햇볕과 걷기 운동, 그루밍, 스킨십 등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 3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 있다.(엄청 이상적인 삶이다. ‘아침’, ‘연인’, ‘30분’, 저걸 다 채우며 살고 있다면 누구든 부럽다.)<br><br><br>-우리는 감동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좋은 기분이 뇌의 피로를 줄여준다. 한마디로 감동은 뇌 피로 회복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감동의 순간, 교감신경 흥분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편안한 부교감신경 우위가 연출된다.(좋은 시간을 공상과 회상으로 소환하는 능력은 행복해지는 방법 같긴 하다. 그게 쉽진 않다…)<br><br>-만약 당신이 감동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면 참으로 따분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다. 우울증에나 안 걸렸으면 다행이다. 매사에 빈정거리고 비평적인 사람은 감동 불감증 환자다. 부정적인 성격부터 고쳐야 감동 인생을 살 수 있다.(감동이 없고 재미도 없는 당신은 애송이라고 갑자기 후드려팬다.)<br><br>-정신노동자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게 더 힘들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이들에게는 오히려 적당한 일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휴식이다. 가령 정원 일이나 방 정리, 청소도 괜찮다. 너무 머리를 쓰거나 힘이 드는 일만 아니면 된다. 신경 쓰지 않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하는 일이면 그만이다.(청소나 정리 같은 걸 자주 해야겠다.)<br><br><br>‘-밝고 떳떳한 가치관이 우리의 건강을, 뇌를 지킨다.‘(공익광고협회)<br><br>-반대로 사회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자칫 건강뿐만 아니라 인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삶. 그래도 살아지는 삶이면 그게 건강하지 않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3781/37/cover150/k33253292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7813783</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내 숙제는 다 했단다. - [화가 났어요 -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어린이 '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05567</link><pubDate>Sat, 30 May 2026 11: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055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794640&TPaperId=173055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68/9/coveroff/89747946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794640&TPaperId=173055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화가 났어요 - 틱낫한 스님이 추천한 어린이 '화'</a><br/>게일 실버 지음, 문태준 옮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04월<br/></td></tr></table><br/>-20260530 게일 실버 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br><br> 작은 어린이 학교에서 독후감 써 오라고 대출해 준 책이었다. 숙제하게 이걸 읽으라고 했더니 책속 얀처럼 블록 쌓기 놀이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모드가 되었다. 거실에서 신나게 주절거리며 혼자 놀고 있다.<br><br> 그래서 내가 먼저 읽기로 했다. 문태준 시인이 번역했다고 하니까 더 궁금했다.<br><br> 요즘 마리오 게임을 하는 작은 어린이는 보스전을 하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나서 끄라고 하면 아직 저장을 못했어요!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운다. 악당을 물리치려다 잘 안 되어도 운다. 그러다가 또 익숙해지니 감정 기복이 좀 줄었다.<br><br> 작은어린이는 얀처럼 밥을 먹으라고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이것만 하고요, 지금 보고 있는 이 영상만 보고요, 한다.어른들은 어른들 기준으로 밥이 식는다, 어서 앉아서 먹어라 이러고 다그친다. <br><br> 따지고 보면 나도 내 할일 하다가 밥먹어라 해도 꾸무적거리긴 한다. 내가 먹고 싶을 때 내가 먹고 싶은 걸 적당히 먹는다. 스스로 차려먹을 나이가 되면 알아서 먹어라 해야지만, 지금은 남이 차려주는 밥을 먹는 나이이니 먹으랄 때 먹고 치우는 게 맞긴 하다. <br><br>화가 옆에 있다 생각하고 심호흡을 하라는 건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불안 상태에서는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붙들 생각을 해서 벗어날 텐데, 화가 나면 그렇게 차분해지기 위한 노력을 순간 붙잡을 여유가 있긴 할까, 일단 멈춤이 제일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br><br> 현대 의학 덕분인지 별탈 없는 인생인지 요즘은 화를 내거나 불안한 느낌을 거의 받지 않았다. 슬프고 빡치고 속상한 일이 있기도 했는데, 여전히 내가 일하는 공간이 불편한데, 그래도 시간아 가라, 하면 그 순간들도 지나간다. <br><br> 슬픔도 기쁨도 화도 지나치지 말라고 가르치는 책인데, 또 생각해 보면 왜 지나치면 안 돼? 싶기도 하다. 왜 고통스러우면 안 돼? 왜 불행하면 안 돼? 마음의 평안과 행복에 가까운 상태를 위해 잔잔해지라고 하는 거겠지만 잔파도 말고도 큰 해일이 자주 뒤흔드는 삶도 있단 말이다.  화를 다스리라는 말을 보니 왠지 더 화가 날 것 같은, 굳이 일부러 평온을 깨는 심보이다.<br><br> 어쨌거나 작은 어린이를 자리에 앉히고 이 책을 읽게 해야 하는데, 어린이는 자신이 심은 해바라기와 방울토마토가 우와 진짜 많이 자랐다 하고 베란다에서 신나하고 있다. 어린이의 숙제는 늘 어미아비의 숙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br><br>+밑줄 긋기<br>-나는 낯선 사람이 아니야. 어떤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너에게서 뛰쳐나오는 너의 한 부분이야. 네가 화를 낼 때마다 나는 바로 이렇게 네 곁에 있어. 내가 가까이 있으면 네가 무서워한다는 것도 잘 알아. 나는 널 울게 할 수도 있고, 네가 물건을 부수게 만들 수도 있어. 게다가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어.  (21)]]></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68/9/cover150/89747946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68094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자연도 퀴어도 흐릿했다. - [자연은 퀴어하다 -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98464</link><pubDate>Tue, 26 May 2026 19: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984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780&TPaperId=172984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99/29/coveroff/k12213778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780&TPaperId=172984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연은 퀴어하다 -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a><br/>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6년 04월<br/></td></tr></table><br/>-20260526 저자: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br><br><br> 얼마 전 까마귀가 비둘기를 낚아채 가는 장면을 보았다. 날지 못하는 비둘기는 이미 많이 다친 것처럼 보였다. 겨우겨우 도로 중앙분리대 사이에 서서 인도로 걸어가려고 시도했지만 잘 안 되었다. 길 양옆 가로수에 까마귀가 한 마리씩, 두 마리가 번갈아 차가 오면 다시 원래 자리로 갔다가 또다시 비둘기를 공격하러 도로로 내려왔다. 어느 순간, 한 까마귀가 입에 뭔가를 물고 날아올랐고, 다른 까마귀는 그 뒤를 따랐다. 까마귀는 다시 오지 않았다. 까마귀가 청소 동물인 건 알았지만 이번엔 좀 성질이 급했다. 아직 숨이 붙은 비둘기를 잡아가는 장면이 충격이었다. <br><br> 같이 지켜보던 곁의 사람과 까마귀는 그럼 까마귀 사체도 먹을까? 하고 궁금해했다. 검색해보니 까마귀 장례식이란 게 있다고 했다. 죽은 까마귀를 산 까마귀들이 둘러싸고 한참을 있는다고 했다. <br><br> 생물학자이자 균류학자인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까마귀 장례식 이야기가 나와서 약간 반가웠다. <br><br> 제목에 끌려 고른 책이다. 자연도 나오고 퀴어도 나온다. 원제는 Forest Euphoria, 숲의 희열 정도겠다. 그런데 둘다 센 제목이지만 글은 그냥 평범한 에세이나 일기장으로 읽혔다. 중간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과 균류 묘사도 나오지만, 저자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에 대한 수사로만 읽혔다. 이전에 그리 좋지 못하게 읽었던 퀴어 작가의 에세이가 생각났다. 비슷했다.<br><br> 그래도 도움되는 한 구절은 찾았다. 시간에 대한 감각이 나오는 부분인데 저자와 다르게 짧고 소중한 시간이 아닌, 곧 흘러갈 시간이라는 마음이 남았다.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 있더라도 이게 계속되지는 않을 것을, 지나가고 변화할 것을 알았다. <br><br> 균류와 버섯에 관한 이야기가 기대만큼 많이 나오지 않았다. 퀴어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연의 다양성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여러 번 사용한 용어이지만, 그냥 선언 내지 두루뭉술하게 갖다 붙인 느낌이었다. 양면에서 다 새로운 앎이나 느낌을 주지 못했다. <br><br> 나는 하루 대부분이 자연과 멀다. 가장 가까운 자연은 매일 마주치는 비둘기와 까치, 까마귀, 인공조성된 가로수와 조경수 정도이다. 그마저도 늘 실내에 갇혀 시간을 보내느라 짧게 본다. 걸어 오가는 출퇴근 시간이 그나마 위안의 시간이다. 서울의 숲과 산은 사람이 너무 많다. 단 몇 분도 혼자 오롯이 산을 즐기기 어렵다. 혼자서 10분 만이라도 아무도 없는 야외에 있어봤으면 좋겠다. <br><br>+밑줄 긋기<br>-물과 식물에 대해 죄를 저지르고(비록 잔가지 하나를 꺾었을지언정) 속죄하지 않으면 이승을 하직했을 때 세상 모든 식물의 정령이 그의 앞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천국에 들여보내면 안 된다고 아우성친다. (25-26)<br><br>-종을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은 존경과 칭송의 행위다.(98)<br><br>-까마귀와 도래까마귀는 장례를 치른다. 죽은 까마귀 주위로 모여들어 서로에게 열성적으로 이야기한다. 몇몇은 작대기나 반짝거리는 물건 같은 제물을 사체에 올린다. (125)<br><br>-“여긴 숨을 데가 없어!” 그가 물었다. “무엇으로부터 숨으려고?” 내가 대답했다. “모든 것으로부터!”(179)<br><br>-궁극적 특권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으면서도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고 자신을 물질적으로 지탱할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계가 더워지고 오염되면서, 숨을 곳이 끊임없이 파괴되면서 보이지 않을 공간은 점점 상류층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180, 내가 원하는 게 이런 거 였나 보다. 상류층이 되어야 하는가…)<br><br>-10년은 가늠할 수 없는 기간이다. <br> 45분은 금세 지나간다. (242, 이것이 오늘의 위로)<br><br>-“균류는 따돌림받는 식물로 치부된다. 요란한 복장으로 길가에서 구걸하는 거지처럼 그들은 관심을 사려 하지만 조금도 얻지 못한다.”(253, 균류학자 배닝의 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99/29/cover150/k12213778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992924</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저녁은 템페에 카레를 부어 먹었다. - [태양을 먹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91874</link><pubDate>Fri, 22 May 2026 19: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918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4923&TPaperId=172918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20/73/coveroff/896262492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4923&TPaperId=172918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태양을 먹다</a><br/>올리버 몰턴 지음, 김홍표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04월<br/></td></tr></table><br/>-20260522 (저자:올리버 몰턴)<br><br><br> 콩, 향신료, 양파, 당근, 수많은 먹을 것들을 식물이 준다.<br><br> 단백질 음료도 한 잔 마셨다. <br> 우유 단백질이지만, 젖소가 풀을 뜯어먹은 덕에 내 몸의 구성 성분이 될 수 있었다.<br><br> 엽록체가 있었으면 좋겠다.<br> 내 피부는 내가 좋아하는 초록이 될 것이다.<br> 아침에 동쪽 뜨는 해를 향해 걸으며 출근한다. <br> 오후에 서쪽 지는 해를 향하며 집에 온다.<br> 아마 출근하지 않아도 나는 물과 햇빛과 광물질 조금이면 든든하게 살아갈 것이다.<br> 그리고 산소를 배설하겠지. 아휴 깔끔한 인생.<br><br> 그렇게 단순하게 광합성을 생각해 왔는데, 생각보다 단순하지가 않았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산소와 전분이 되는 과정이 슝- 하고 일어나는게 아니라 수많은 화학물질로의 변형과 효소와 분자 수준의 변화와 광자의 일 같은 게 개입되어 있었다. <br> <br> 사실 그런 건 읽어도 잘 모르겠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br> 캘빈/벤슨 회로는 생명이나 광합성이나 햇볕 다룬 책에서 계속 나왔는데, 루비스코 단백질 효소도 이름 예쁜 게 자꾸 나오는데, 뭐하는 애들인지는 까먹고 이름만 남았다. <br><br> <br> 지구 생태계가 변해서 식물이 살 만한 세상이 되어 지금처럼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조류나 식물들이 열심히 살려고 애쓴 덕분에 대기의 산소량과 이산화탄소량과 온도가 변하고 그들이 속한 계의 성질이 달라지기도 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br><br> 식물과 조류는 우리가 살기 좋을 만큼의 산소 농도와 온도를 만들어 줬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 전 죽은 식물과 미생물에 갇힌 이산화탄소와 그 친구들을 펑펑 내보내서 스스로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br><br>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꽤 낙천적이었다. 연구 개발에 투자 열심히 하면 핵폭탄 만든 것처럼 기후 재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과학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보였다. 그렇게 무언가 믿을 수 있는 게 있어야 낙관도 가능한 것 같다.<br><br> 지구가 너무 더워지면 우리는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생명체들이 또 지구를 차지하고 살 것이다. 어떤 식물들은 사라지겠지만, 또 어떤 식물들은 뜨거운 지구가 좋아서 하늘 높이 쭉쭉 뻗어 나갈 것이다. <br><br> 그러니까 같은 종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뭐든 덜 쓰고 덜 내보내고 하는 게 좋겠지. 아니면 미래 세대야 미안해, 그치만 미래는 없어, 하고 인류는 진화에서 도태되겠다.<br><br><br>+밑줄 긋기<br>-체계는 가역적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는 어떤 실재의 정수를 보는 좋은 방법은 뒤집어 생각해 본다거나 위아래를 바꿔 보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95, 나도 말장난 같은 걸로 내 아이들을 이렇게 기르고 있지만…)<br><br>-그(식물영양학자 아르논)는 또한 지구적 차원에서 원소의 순환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산화탄소, 물, 암모니아 등 원소가 식물과 동물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 이 성분들은 분해와 부패를 거친 화학적 과정의 최종 산물이다. 셀 수도 없는 모든 생명체들이 죽은 뒤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따라서 죽음, 즉 현재 세대의 완전한 분해는 새로운 생명체의 근원이다.”(101)<br><br>-말년에 아르논은 ‘유기농 식물’이라는 상품 개념을 비웃곤 했다. 유기 생명체이지만 아르논이 보기에 식물을 키우고 유지하는 성분은 비료에서 나왔든 화학 공장에서 나왔든 무기화합물이라고 강조했다. (102, 화학 공부하신 분들에게 늘 듣는 말...마케팅과 화학의 충돌)<br><br>-그(미첼)는 막에 끼어 있는 시토크롬이 기질에 있는 수소 이온을 틸라코이드 내막으로 보낸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틸라코이드 내부에 든 수소 이온의 농도가 외부보다 높아진다. 여기에서도 열역학 제2법칙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열역학 법칙에 따라 한 공간에 농축된 이온은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막에 박힌 관문을 따라 틸라코이드 탑에 쌓인 수소 이온이 다시 기질의 열린 공간으로 빠져나갈 때 이온의 열망으로 표현되는, 일을 할 수 있는 활동 전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온이 관문을 통과해 빠져나갈 때 에너지를 내놓는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관문은 ADP를 ATP로 전환한다. 물이 아래로 흐를 때 물레방아가 물리적인 힘을 내듯이 막에 박힌 관문 단백질은 수소 이온이 흐를 때 화학적 에너지를 내놓는다. (116-117, 이 책에서도 다른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처럼, 막과 양쪽의 차이가 만드는 흐름, 에너지가 나온다.)<br><br>-L, M단백질은 비슷한 꼴이었고 대칭적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막의 평면을 따라 측면에서 보면 피곤한 두 자매가 서로의 어깨에 고개를 처박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발목과 발은 막의 한쪽으로 삐져나와 있다. 뒷머리는 막의 반대쪽을 향한다. 한쪽 끝에서 막을 내려다보면 이들은 마치 보디빌더가 팔 근육을 보여줄 때처럼 손을 엇갈려 잡고 악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전자를 방출하는 특별한 엽록소 쌍은 마주 잡은 손아귀에 자리잡고 있다. (164, 반응센터 내 발견 단백질을 일반인에게 설명하기 위한 분투가 느껴진다.)<br><br>-이제 남세균은 먹잇감으로 삼켜진 존재가 아니라 진핵세포 내부에서 과일을 수확할 수 있는 과수원이 되었다.<br> 진핵세포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일은 없었다. 자신의 몸에서 음식물이 생산된다면 굳이 스낵을 사러 멀리 갈 필요도 없다.(246, 나도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br><br>-숙주의/핵/안에/유전적으로 많은 것을 빼앗긴 상태를 노예화라고 흔히 간주한다. 하지만 단순한 삶을 살기로 작정한 엽록체가 극단적 긴축 정책을 벌여 고달픈 삶의 근심을 줄일 수 있었다고 의인화하기도 한다. 잃어버리긴 했지만 핵 안에 편입된 엽록체 유전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단백질로 변역된후 다시 엽록체로 운반된다. 그러므로 엽록체는 유전자를 유지하는 데 걱정할 필요가 크게 줄어든다. (247, 단순해지는 게 행복일지도 몰라.)<br><br>-식물은 동물처럼 주변으로 돌진하거나 심장을 펌프질하고 날개를 퍼덕이거나 팔다리에 신경 자극을 가할 에너지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근육의 조밀함을 피하고 잎의 느슨함을 선택했다. 그들의 삶은 풍광을 가로질러 앞뒤로 움직이는 동선을 그리지 못한다. 대신 그들은 싹과 둥치와 가지에 기록을 남길 뿐이다. 동물이 행동하듯 식물은 형태를 가진다. 그들의 역사가 그 형태에 상세히 기록된다. (272, 식물 입장-이것도 의인화에 불과하겠지만-에서 생각을 못해 봤었다.)<br><br>-모든 것이 봄날의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루비스코 단백질만큼이나 어렵게 만들어진 향기가 공기 중을 배회하고 있다. (317, 효소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br><br>-마틴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게 철이 가득한 몇 척의 배를 줘. 그러면 빙하기를 가져올게.”(…) (왓슨의) 이 실험에서 뉴질랜드 남쪽 바다에 몇 톤의 철을 떨어뜨리자 위성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했다. (339, 내게 돈이 가득한 몇 척의 배를 줘. 그러면 잘 살게.)<br><br>-산책처럼 혹은 이야기처럼 생명을 만들었던 지구는 끝을 향해 간다. 바다가 다운스를 잉태했듯 우리도 먼 미래에 찾아올 모든 것의 죽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에 형상을 부여했다. (356, 우리는 아무래도 세상의 죽음보다 우리의 죽음만 먼저 보고 가겠지만...)<br><br><br><br>+불편한 문장/문단과 오탈자들 (골라내다 지쳐서 일부만...)<br> <br>읽다가 포기해 버린 닉 레인 아저씨의 ‘트랜스포머’ 마지막 참고할 책 소개목록에 이 책이 있었다. 마침 내가 사 두기도 했으니 잘 됐네, 하고 얼마 뒤 읽기 시작했다. <br> 처음엔 30여쪽 읽었는데 엉망진창 비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번 읽게 만들지만 뜻을 알아듣는데 큰 지장은 없었는데, 이게 반복되니까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참을 수 있을까? 싶었다. 좋은 번역과 편집을 만나는 건 그러니 축복일세… 그러니까 굉장히 미묘한 데서 불쾌함의 골짜기를 만나는 일을 페이지마다 당하니까 내가 독해력이 망가졌나 싶었다. 그래서 AI돌리니 적당히 문장을 끊어서  다시 써 줬다. 가독성은 훨 낫지만 책 전체를 이렇게 옮겨가며 읽을 순 없다. <br> <br> 그래도 100쪽쯤 되면 적응되서 (사실 더 어려운 반응, 물질들이 등장해서 문법에 신경쓸 새가 없어진다…) 읽을만 했다. 틈틈이 읽다보니 한 달도 넘게 걸렸다.<br><br><br>-비록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두 명의 선구자 그리고 마땅히 받아야 할 영예를 거의 부정할 뻔했던 당대 최고의 화학자 멜빈 캘빈과 함께, 이 늙은 현자는 지구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한 가지를 발견했다. (33, 맥락상 부정당할 뻔했던 게 맞을 듯)<br>-&gt;비록 끝까지 완수하지는 못했지만, 두 명의 선구자와 함께 지구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하나를 밝혀내는 데 기여했던 이 늙은 학자는, 당대 최고의 화학자 멜빈 캘빈과 더불어 마땅히 받아야 할 영예를 거의 부정당할 뻔했다.(강조점이 발견에서 영예로 옮겨져 버리긴 함)<br><br>-물리학의 파도와 파동 방정식의 포효에 화학의 바다 절벽이 끊임 없이 침식되고 있다는 말이 당시 새로운 화학의 풍광을 가장 잘 묘사했을 것이다. (34, 어색한 과거형 묘사했을 + 성가신 -것이다.)<br>-&gt;물리학의 거대한 물결과 파동 방정식의 거친 진동 속에서, 화학이라는 세계는 바다의 절벽처럼 조금씩 깎여 나가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장면을 새로운 화학의 풍경으로 그렇게 묘사하곤 했다.(이건 마지막 문장을 너무 새로 지어내 버린 느낌이다.)<br><br>-이런 말도 있었다. 모든 사람이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 폴링만 남아있다고 해도 칼텍의 화학과는 여전히 미국 최고일 것이라고 말이다.(35, 이런 말도 있었다. 한 다음 -일 것이라고 말이다. 이거 호응이 맞는 걸까)<br>-&gt;이런 말이 돌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떠나고 폴링만 남아 있어도, 칼텍 화학과는 여전히 미국 최고일 것이라는 농담 같은 평가였다.(기계 놈이 뉘앙스를 따지는 시대에 난 살고 있어…)<br><br>-그는 모든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매력을 느꼈으며,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에 걸친 분야였다. (37, 두번째 절 주어 어디감…)<br>-&gt;그는 모든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매력을 느꼈으며, 그 연구 분야는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에 있었다.(기계 놈이 주어 찾아줌)<br><br>-물이 아래도 흐를 때-&gt;물이 아래로 흐를 때(116)<br><br>-과학자들을 결론을 내렸다.-&gt;과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248)]]></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520/73/cover150/896262492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520733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 [보건교사 안은영]</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66150</link><pubDate>Sat, 09 May 2026 11: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661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3097&TPaperId=172661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164/35/coveroff/89374730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73097&TPaperId=172661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보건교사 안은영</a><br/>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br/></td></tr></table><br/>-20260509(저자:정세랑)<br><br><br> 5~6년 전 직장에서 책을 사 준대서 이걸 골랐다. 앞 몇 페이지를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아 이런 걸 어떻게 읽어...하고 덮었던 게 또 수 년 전이다. <br> 장르나 난이도 상관 없이 어떤 책들은 최소한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받아들여진다. 아니 적어도 읽다가 중단하는 (나한테는 굴욕적인) 일이 벌어질 확률이 줄어든다. <br><br>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둘 중 하나는 써 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은 둘다 섞어서 한 권으로 냈다. 늘 유행과는 반대 흐름을 타는 삐딱이라서 다들 신나게 읽을 땐 흠, 하다가 거의 잊혀지면 뒤늦게 펴든다. <br><br> 처음 시도했던 때와 달리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능력의 설정, 확장, 한계, 조력자, 빌런, 이야기거리를 물고 오는 조연, 약간 병풍 같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살려주는 엑스트라까지, 이야기를 짜는 사람들이 어떤 걸 어떻게 배치해서 이야기의 끝까지 치고 나가는지 비교적 뚜렷이 읽히는 책이었다. 읽히려면 클리셰는 필요하다. 물론 가장 마지막 장의 모래 바람 혼돈의 카오스와 브랜드 로고 달린 용의 등장은 이게 최선이었니, 무슨 장면을 읽고 있는 건가, 싶긴 했지만 결말은 늘 어려운 거니까. 대부분 끝에선 누군가를 죽여버리는데, 여기선 다짜고짜 해피엔딩이다.<br><br>‘가로등 아래 김강선’은 나 대놓고 울라고 쳐패는 신파 싫어하는데, 크레인이 무너져 깔려 죽어버린 김강선 이야기에서부터 눈물을 억지로 꾹꾹 참았다. 옛 친구가 안은영에게 찾아와 이승의 미련을 풀듯 이런저런 말을 하다 사라지는 이야기인데, 내가 우는 걸 참은 대신 안은영이 마지막 줄에서 울어줬다. 가만보면 슬픔의 정서를 제대로 써 본 경험이 없었다. 맨날 지나치게 덤덤하거나 냉소하는 것만 쓴 것 같다.<br><br> 언제 펑펑 울어봤나, 떠올려보면 죄다 짝사랑이든 사랑이든 곁에 두고 싶은 걸 잃고 몇날 며칠 통곡했던 기억은 난다. 사랑의 부재 말고는 크게 울일이 없었으니 운이 좋은 인생 아니겠니. 우울증 때문에 운 건 잘 기억도 안 난다.<br><br> 정세랑 책을 적게 읽지는 않았다. (와 찾아보니 옴니버스 빼고 단일 작가로는 이책까지 7권이다) 딱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계속 나도 모르게 찾아보긴 했다. 항상 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좋았던 것 같다. 세계가 멸망하고 현실이 파괴되는 순간에도 그래도 사랑, 하는 작가가 또 흔하진 않은 것 같다. 갑자기 시공이 오그라들기 때문이다. 그런 유치해짐을 무릅쓰고 계속 쓰는 사람이 있고,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나는 좋아하게 될까? 모든 이야기의 끝은 죽음과 파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니 오히려 산뜻했다. 드라마나 천만영화 같은 걸 잘 안 보는 인간이라 뻔한 게 새롭다. <br><br>+밑줄 긋기<br>-죽은 것들은 의외로 잘 뭉치지 않는다. 산 것들이 문제다. 2차 성징의 발현이란 짓궂고 지겨웠다. (14)<br><br>-“딱밤에 적당한 기운을 실어 관자놀이를 때리면 기절하더라고요.” (83, 귀신 보는 눈, 플라스틱칼, 비비탄총에 이은 소소한 능력)<br><br>-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117, 이건 좀 인정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다. 능력으로 남을 괴롭히거나 세계 정복을 시도할 수도 있잖아…)<br><br>-사람을 쏴 본 적은 없었다. 산 사람을 쐈을 때 어떻게 되는지는 몰랐다. (122, 아...내가 설정한 세계관이랑 겹쳐서 벌써 빡쳤다. 늦게 쓰는 자의 슬픔…)<br><br>-아무도 교사가 매력을 활용하는 직업이라고 얘기해주지 않았으므로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애초에 매력 있는 학생이 자라 매력 있는 선생님이 된다는 걸 왜 몰랐을까. 학생 때도 학교가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교사가 된 스스로가 한심했다. 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분명히 간절하게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막상 되고 나니 2년 만에 그 간절함의 이유를 까먹고 말았다. 3년 전으로 돌아가 세살 어린 자신의 멱살을 잡고 왜냐고 묻고 싶은 기분이었다. (131, 토씨 하나 안 빼고 내 마음이었어…)<br><br>-대흥이 생각하기에 20세기는 오점 없이 살기 쉬운 세기가 아니었다. (227, 너그럽다 너그러워)<br><br>-저는 이 이야기를 오로지 쾌감을 위해 썼습니다. 한 번쯤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러니 여기까지 읽으며 쾌감을 느끼지 못하셨다면 그것은 저의 실패일 것입니다. (275, 작가의 말 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7164/35/cover150/89374730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164353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헬로 쌔드니스. - [슬픔이여 안녕]</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65426</link><pubDate>Fri, 08 May 2026 22: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2654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76706&TPaperId=172654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791/32/coveroff/89509767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76706&TPaperId=172654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슬픔이여 안녕</a><br/>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09월<br/></td></tr></table><br/>-20260508 (저자:프랑수와즈 사강)<br><br> 책을 다 읽고 한 일은, 엄마에게 계좌로 십만원을 부쳤다. 오늘이 어버이날인 것을 오후 열시 쯤 깨달았기 때문이다. <br> 저녁은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읽은 책은 엄마 없는 아이가 엄마가 될 뻔한 여자를 잃는 이야기였다. <br><br> 이야기들을 찾아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장르를 나누고, 우열을 가리고, 호불호를 따진다. 그런데 이제와서 드는 생각은 뭐 재미있으면 됐다.<br><br> 사강의 책은 ‘패배의 신호’를 먼저 읽었다. 그 책도 성공했다지만,(페라리 뽑음) ‘슬픔이여 안녕‘은(재규어 뽑음) 여기저기서 빠지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도 많이 봤다. 그래서 엄청 미뤄뒀던 것 같다.<br><br> 일단 짧아서 좋았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감정과 관계와 인간의 욕망 같은 게 밀도 있게 압축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잘 썼다고 좋아하는 것이다. 잘 썼다. 그러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시기하고 험담을 했겠지. 남의 성공에 배아픈 사람은 참 많다.<br><br> 유독 프랑스 소설들 보면 휴가를 가고, 거기서 해변에 늘어져라 쉬다가, 수영하다가, 권태를 느끼다가, 갑자기 사랑하다가, 갑자기 누가 떠나거나 죽어버리고, 막판에 폼잡고 끝난다. 유한 계급의 이야기이다. 아, 나도 해변에서 빈둥대면서 몇 주 몇 달씩 휴가를 보내고 싶구나...<br><br> 아버지와 딸이 등장하지만, 사실 둘다 백치 같이 덜 자란 애새끼들이고, 그런 애들도 좋다고 달려드는 주변 인물 덕에 그 인물들이 매력있게 그려진다. <br> 인물의 주인공됨이나 아름다움도 결국 상대적이고, 주변 인물들의 개성과 다양함이 양각 판화의 배경처럼 깔려서 주인물들을 두드러지게 한다. <br><br> 제목의 안녕이 봉쥬르, 인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더 나은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마무리는 그냥 닭살 돋았다. <br><br> 세실이 안에 대해 갖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한참 그려놨는데도, 안을 선망하고 좋아하고 그냥 따르고 싶고 그러면서도 밀어내는 감정이 잘 와닿지를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안의 떠남과 죽음에 절절한 감정을 보태는 게 저게 뭐야 싶었다. 와 싸이코패스인가 별 장난은 다 쳐놓고선. <br><br> 누구도 필요 없는, 나는 겪어본 적 없는 친밀함과 공범 의식 같은 걸 가진 아버지와 딸의 모습은, 이게 부러운 것도 아니고, 한심해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렇게 지들 마음대로 살아도 살아는 지는게 고깝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어느 정도 내 마음대로 살고 있으니 나라는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는 고까울지도 모르겠다. <br><br>+밑줄 긋기<br>-난생처음으로 나는 그런 특별한 기쁨을 경험했다. 어떤 존재를 간파하고 찾아내고 백일하에 드러낸 다음 명중시키는 즐거움. 과녁으로 삼을 누군가를 찾아헤맸고, 발견하자마자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즉각 방아쇠를 당겼다. 명중! 내가 모르던 경험이었다.(지배와 조정, 가스라이팅, 음모와 계략, 통제력과 권력욕, 사람들은 이런데서 대리만족을 느낄까.)<br><br>-그녀는 많은 여자들이 간 길을 따랐고 알다시피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죠. 젊은 시절 중산층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었고 그 상황에 안주해 거기서 벗어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 그 부인은 이것도 하지 않고 저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뭔가를 성취하지 않았다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요.(이런 뒤틀린 말 같은 데 밑줄 긋고 있었네 나야…)<br><br>-모래 폭포가 시간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그건 한가로운 생각이라고, 한가로운 생각을 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느꼈다. 여름이었다.(밈으로 쓰이는 ‘여름이었다’의 기원일지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0791/32/cover150/89509767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7913217</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