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참을 수 없는  (반유행열반인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I chose not to choose life. I chose somethin’ else.</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18 Sep 2026 18:43:59 +0900</lastBuildDate><image><title>반유행열반인</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21671142540374.jpeg</url><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반유행열반인</description></image><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고구마 다음은 사이다(살짝 고구마맛 사이다). - [제인 에어 2]</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516413</link><pubDate>Mon, 14 Sep 2026 21: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51641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06329&TPaperId=1751641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38/31/coveroff/89011063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06329&TPaperId=1751641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인 에어 2</a><br/>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 / 2010년 03월<br/></td></tr></table><br/>-20260914 샬럿 브론테.<br><br> 1권의 두께와 변죽만 울리는 비밀에 질렸다면 독자들이시어, 2권은 온갖 사건이 빵빵 터져 읽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길.<br><br> 말한 대로 2권 읽기가 조금 더 재미있었다. 우연히 헤매다 친척들로부터 구원받고, 갑자기 혈연이 거액의 유산을 남겨주는 건 밤나무 쪼개버린 벼락보다 낮은 확률이겠지만, 결혼식 날 사실 신랑감에겐 미친 부인이 있었다, 맨몸 알거지로 손필드 장을 나와 굶어 지쳐 죽어버릴 뻔했다, 광신 사제가 강제로 부인 만들어 인도 끌고 가려고 했다, 그리고 유년기의 고생까지 더하면 그 정도 행운은 줘도 좋았다. 소설 속에서나마 그렇게 망할 뻔한 인생 행복하게 해주면 좋지. 역시나 망한 인생이던 로체스터가 이제 부와 힘이 역전된 제인 에어의 선택으로 구원 받는 것도 자기가 좋다는데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됐다. <br><br> 풍경과 심리 묘사가 치밀했고 그래서 분량이 많아서 읽긴 힘들었지만, 거의 이백 년 전 이런 서사로 독자들이 도파민 터졌을 것 생각하면, 심지어 거의 이백 년 후의 독자인 나도 다른 재미 거리 마다하고 주말 내 읽었으니 그래서 고전이구나, 끄덕이게 되었다. <br><br> 다치고 몸이 불편해진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서로의 행복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복된 인생일 것이다. 슬프게도 현실에서는 둘 중 하나 혹은 둘다 마음이 지치고 사랑은 휘발되어 끊어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지옥을 견디는 관계가 많다. 정말 행복한 사람들은 어디 둘만 꼭꼭 숨어서 잘 지내느라 소설 속 이야기처럼 소문 나지 않을 것이다. <br><br> 자립 자조를 외치는 제인의 이야기는 당시의 여성들에게는 환상의 환타지였을 텐데, 지금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어쩜 제인처럼 구원자가 되는 숭고한 영혼들도 어딘가는 있겠지. 건투를 빈다. 나는 그냥 제인에게 이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한 파란만장과 불행의 롤러코스터를 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뭔가를 최대한 선택하지 않는 삶이었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내 영혼은 그렇게 맑지가 않다. <br><br>+밑줄 긋기<br>-“저는 새가 아닙니다. 어떤 그물망으로도 저를 잡을 수 없습니다. 저는 독자적인 의지를 가진 자유인입니다. 그 의지를 지금 발휘해서 떠나려고 하는 겁니다.”<br>다시 한번 애를 써야 자유로워질 터였다. 나는 그의 앞에 똑바로 몸을 세우고 꼿꼿이 섰다.<br>“그렇다면 당신의 그 의지가 당신의 운명도 결정할 거요.” 그가 말했다. “당신에게 내 손과 내 가슴과 내 재산의 일정 몫을 주겠소.” (제인은 새장에 갇힌 새이길 거부한다.)<br><br>-“나의 제인을 공단 천과 레이스로 차려입히고 머리엔 장미꽃을 꽂게 하겠소.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머리는 더없이 귀한 베일로 덮어주겠소.”<br>“그러면 저를 못 알아보실 거예요, 주인님.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주인님의 제인 에어가 아니라 어릿광대 옷을 입은 원숭이에 불과할 거고요. 빌려온 깃털을 뒤집어쓴 어치 새일 거예요. (어치가 성질이 더럽다고 한다. 제인은 계속 새 취급 받길 거부한다.)<br><br>-그가 내게 더 많은 물건들을 사줄수록 성가시기도 하고 타락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 뺨은 점점 더 달아올랐다.(자본주의에 굴하지 않는 저런 영혼이면 좋겠다.)<br><br>-“저는 노예가 될 바로 그 사람들과 주인님의 그 후궁 거주자들에게 자유를 가르치는 선교사가 되어 나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마 저는 그 후궁에 입장이 허락되겠지요. 그러면 반란을 선동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말 꼬리가 세 개 그려진 군기를 휘날리는 부대의 군사령관 격인 주인님께서는 순식간에 우리 손에 의해 족쇄가 채워져 구금될 것입니다.(반란의 제인2)<br><br>-미래의 아내가 자신과 남편이 함께 죽을 거라는 말을 하다니요. 그런 이교도적 발상이 의미하는 바가 뭐였을까요? 저 같으면 남편과 함께 죽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제인 에어 명언집 같은 거에 들어갈 만한 말)<br><br>-그의 손은 이미 로체스터 씨를 향해 내민 상태였고, 그의 입술은 이미 “그대는 이 여자를 그대의 아내로 맞겠습니까?”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까운 곳에 있던 누군가가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br>“이 결혼은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혼인 장애 사유가 있음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이 결혼 무효야!의 원조)<br><br>-“안 돼, 네 혼자 힘으로 떨어져 나가야 해. 누구도 널 도와주지 않아. 네 스스로 네 오른쪽 눈을 뽑아야 해. 네 스스로 네 오른손을 잘라내야 해. 네 심장이 희생물이 되어야 해. 네가 사제가 되어 네 심장에 못을 박아야 해.”(눈이 빠지고 손이 잘리는 건 로체스터의 복선인 것 같기도. 제인은 그렇게나 힘든 이별을 스스로 선택한다.)<br><br>-나는 나를 그토록 사랑해 준 사람을 절대적으로 숭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사랑과 숭배의 대상인 우상을 버려야만 했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한 단어에 견딜 수 없는 내 의무가 담겨 있었다. ‘떠나!’라는 단어였다.(단호한 헤어질 결심.)<br><br>-내가 나 스스로를 보살필 거야. 더 외로울수록, 홀로 남겨질수록, 의지할 이가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길 거야.(갖추고 싶은 미덕)<br><br>-나는 다시 한번 보통의 소화 기능을 지닌 사람이 백여 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진 잔칫상을 혼자 받았을 때 느꼈을 감정을 느꼈다.(로또 당첨되도 거북한 이 맑은 영혼)<br><br>-나 역시 여동생은 필요하지 않아요. 아내를 원합니다. 평생 동안 내가 유효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절대적인 내 소유물로 보유할 수 있는 유일한 협력자를 원합니다.”<br>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골수까지 그의 영향력이 느껴졌고, 내 사지마저 그가 꽉 움켜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로체스터나 리버스나 제인을 소유하고 지배할 생각만 했다. 제인은 그걸 알고 다 떨궈냈다.)<br><br>-그러나 그의 아내로서 가게 된다면 나는 늘 그의 옆을 지키면서 늘 억눌리고 늘 억압당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내 타고난 열정의 불꽃을 끊임없이, 억지로 낮게 타오르게 만들어야 하고, 안에서만 타오르도록 강요해야 하고, 비명 소리 한마디 내지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감옥에 갇힌 거나 매한가지인 그 불꽃이 내 안의 핵심 장기들을 하나둘씩 다 소진해 버린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일은 정말로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이었다. (사랑 없이 결혼과 선교행을 요구하는 리버스 오만 정이 뚝 떨어졌다. 결국 제인은 로체스터의 곁에서 늘 그의 옆을 지키게 되지만 그건 제인의 의지 대로 사랑이라서 선택한 것이고 누구 말릴 일가도 없었지만 하여간에 행복하면 됐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38/31/cover150/890110632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317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선생인지 하녀인지. - [제인 에어 1]</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512037</link><pubDate>Sat, 12 Sep 2026 20: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5120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06310&TPaperId=175120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38/31/coveroff/89011063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06310&TPaperId=175120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인 에어 1</a><br/>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 / 2010년 03월<br/></td></tr></table><br/>-20260912 저자: 샬럿 브론테.<br><br> 과외 선생이 된다는 건 모르는 가정 안에 풍덩 들어간다는 뜻이다. 공부 공간이 좁고 답답한 발코니인데 그 안에 책상을 놓고 이혼한 제 아빠(이름으로 칭해짐)를 쏙 빼닮았다는 아이 얼굴에 관한 품평을 들은 뒤 문이 닫히고. 엄마가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가서 아직 안 들어왔다고 걱정하는 두 남매를 보고(엄마는 내가 과외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장 본 걸 들고 들어오셨다). 일본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다가 건너온 아이는 한국이 아직도 낯설고, 거실에 앉은 남자 어른을 보고 아빠니? 했더니 아빠 아니에요! 꽥 소리지르기도 하고. 열이 펄펄 끓는 아이에게 수업 대신 타이레놀을 먹이고 자리에 눕혀 재우고 돌아오기도 하고. 엄마와 말이 안 통해 말티즈 강아지를 동생처럼 끌어안고 하늘아, 하는 걸 떼어놓고 책상 앞에 앉혀야 하고. 엄마가 맛있는 배달 점심 식사와 체리나 골드키위 같은 당시엔 비싼 과일을 간식으로 주면서 시험 공부를 하라고 선생과 아이를 방안에 다섯 시간 가두기(?)도 하고. 면접만 갔던 집에 애아빠가 이상한 질문과 반응만 해대서(아마도 정신질환자였다) 아이가 울상으로 아빠, 하고 말리던 기억…<br> 나는 그다지 길게 맡은 학생이 없었기 때문에 만난 학생 수가 많았고, 특이한 부모와 온갖 가정사를 마주한 날이 많았다. <br><br> 고아로 외삼촌이 돌아가신 외숙모 집에서 학대 당하며 머물던 어린 제인 에어도 로우드 학교를 거쳐 로체스터의 손필드 장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더구나 18세의 입주 가정교사란, 이 집을 나가면 거처할 곳 없는 신세란,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두 배보다 더 많은 권위주의적인 학생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 말을 걸어온다면, 나는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제인 에어의 타고난 기질과 유소년기에 지독한 더부살이를 한 탓에 형성된 체념과 고집이 그나마 어떤 사람을 겪든 잘 참고 지나가게 하는 듯보였다. 나는 그게 안 되서 힘들다. 학생이 힘들고 학부모가 힘들고 동료들이 힘들다.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소수의 무례하고 추궁해대기 바쁜 사람들 때문에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지만 가정교사 제인 에어를 생각해 봐, 퇴근이라는 게 사실상 없다! <br><br> 점점 가정교사는 아이만 가르치고 돌보는 것이 아니라, 손님 맞이 음식 준비도 거들고, 응접실에서 노다거리는 귀하신 분들의 병풍도 되어주고, 방화의 불길도 잡고, 뭔가의 공격으로 피투성이가 된 로체스터의 친구 간호도 밤새 해주고, 결정적으로 변덕스럽고 혼란스러운 주인의 말벗이 되어 본인까지 혼란스러워지고 만다. 그렇지만 두들겨 패는 외사촌 외의 남자 사람이랑 이렇게 오래 같이 지내본 것도 처음이고, 그 남자가 자꾸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네가 필요해, 하면서 애절하게 굴고, 그러면 그런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사랑의 감정이 솟아나기도 한다. <br><br> 생각보다 이 소설의 장르는 미스터리/공포/스릴러에 가까웠다. 고딕 어쩌구… 그러니까 애기 때 축약판으로 보고 기억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나오는 책인 것도 틀리진 않은데 이미 알고 보려니까 막 두근거리는 느낌이 없는 건 좀 아쉽다.<br><br> 로체스터의 -하오체는 많이 어색하고 짜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인이 주인님 거리는 것도 거슬리지만 그게 둘의 고용-피고용 권력 관계를 잘 보여주는 호칭이기도 하니까, 집주인 맞으니까 뭐 여기서는 내가 체념하기로 했다. <br><br> 갑자기 제인 에어를 읽게 된 건 에이드리언 리치의 서평을 읽어서이다. 폭풍의 언덕보다 제인 에어가 나아, 하는 그 말을 확인하려면 남은 제인 에어2권과 폭풍의 언덕도 봐야 한다. 고전이란...두께 참… 그래도 이렇게 두껍게 이야기를 계속 토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건 알겠으니, 이미 리치 선생한테 엄청 스포일러 당했지만 묵묵히 읽긴 읽어야겠다.<br><br>+밑줄 긋기<br>-왜 나는 늘 고통을 겪고, 늘 험상궂은 표정으로 위협받고, 늘 욕을 먹고, 영원히 비난받아야만 했던가? 왜 나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지 못했던가? 왜 내가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기 위해 애쓰면 아무 소용이 없었던가?(열 살에 이런 의문으로 고통 받는 건 좀 가혹하다. 그런데 내 열 살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기분이다.)<br><br>-나는 내 신분을 희생해 자유를 사고 싶을 정도로 담대한 용기를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리드 집안에서 쫓겨나면 갈데 없고 먹고 살 길 없어...그런 시대도 있고 여전히 그런 사람도 있긴 하니까…)<br><br>-인간이란 본래 반드시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는 존재다. 그런 사랑을 베풀 만한 보다 가치 있는 대상이 없던 나로서는 작은 허수아비처럼 색 바래고 남루해진 조각 인형을 그저 사랑하고 아끼는 데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애를 쓸 뿐이었다.(그래서인가 너 커서 내 보기엔 망가진 허수아비 같은 남자한테 막 사랑에 빠지고 그래…)<br><br>-‘모두들 리드 부인이 내 은인이라고 말하고 있어. 그렇다면 은인이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존재일 거야.’<br><br>-나는 난생처음으로 복수 비슷한 감정을 맛보았다. 그 맛은 삼키면 따뜻하고 풍미 넘치는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맛이었다. 그러나 쇠붙이 냄새나 뭔가 부식하는 듯한 냄새가 나는 그 뒷맛은, 독극물을 먹은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복수 시리즈만 보았지, 저런 비슷한 감정은 느낀 적이 있던가...생각보다 아예 나쁜 놈으로 살진 않았나 봄)<br><br>-“하지만 피할 길이 없다면 참는 게 네 의무일 거야. 어쩔 수 없이 참는 게 네 운명인 일을 ‘난 못 참아.’라고 말한다면 그건 나약하고 어리석은 짓이야.”(병에 걸려 얼마 후 세상을 떠날 아직 어린 아이 헬렌이 이런 달관을 한 게 씁쓸했다. 나도 잘 못 참는 ‘못 참아…’)<br><br>-내 본성 안에는 한곳에 안착하지 못하는 들뜬 심정이 내재해 있었다. 어떤 때는 그런 심정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음을 교란했다.(동아시아인들은 그걸 역마살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영국엔 그런 이름이 없었나 보다.)<br><br>-인간이란 평온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헛된 일이다. 인간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활동을 찾을 수 없으면 만들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운명보다도 더 정적인 운명에 처해지고 있지만,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무언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반란의 제인)<br><br>-나는 서서히 그런 삶이 지닌 안정되고 편안한 특권적 가치를 고마워하지 않는 심리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차라리 불확실할지언정 전력을 다해 발버둥 치며 분투하는 폭풍우 속에 내던져진 삶을 살았더라면, 그리고 거칠고 험하고 고통스러운 체험을 통해 지금 내가 그 한가운데서 불평을 늘어놓고 있는 평온한 삶을 갈망하는 법을 깨닫게 되었더라면,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겠는가!(폭풍우 그거 굳이 왜...좋지 않아…)<br><br>-“주인님, 방금 제게 ‘카도’를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르치는 학생의 향상에 대한 칭찬이야말로 선생님들이 가장 탐내는 보상이지요.”(난 일찍부터 싼타 할아버지 따위 믿지 않았어)<br><br>-그런 변덕스러운 기분 상태가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런 변화무쌍한 기분이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그런 감정의 기복이 나와 전혀 무관한 원인에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득도한 스님 같은 마음 가짐. 그러나 말만 그러고 결국 남의 감정 기복에 휩쓸리고 마는 제인...)<br><br>-“저는요, 주인님. 주인님께서 저보다 나이가 많다거나 세상 구경을 더 많이 하셨다는 이유로 제게 명령할 권리를 가지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권리는 선생님께서 그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달려 있지요.”(꼬박꼬박 말대꾸 잘해서 마음에 드는 제인. 대개는 벌받고 짤리고 할 건데 로체스터 ‘나한테 이런 사람 너가 처음이야’를 시전하는 듯)<br><br>-당신이 설령 다른 대다수 사람들과 비교하여 다른 틀에 넣어져 만들어진 것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더라도 그건 당신 자신의 공이 아니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요.(집주인 아저씨는 가끔 짜치는 말투로 바른 말도 하긴 함)<br><br>-당신에게서 언뜻언뜻 조밀한 새장 창살 사이로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을 던지고 있는 새 모습을 보게 되오. 활기차고, 들떠 있고, 결연한 포로처럼 갇혀 있는 새 말이오. 자유롭게 풀려나기만 하면 그 새는 구름처럼 훨훨 높이 날아오를 거요. 여전히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소?(나도 새야.)<br><br>-그러니 앞으로는 계속해서 우리 두 사람이 영원히 단절되어 있다는 말을 반복해야만 해.─하지만 살아 숨 쉬고 생각할 수 있는 한 나는 분명히 그 사람을 사랑할 거야.(이루지 못할 사랑을 놓지 못하는 마음. 그거 이 중년한테는 너무 희미한 기분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38/31/cover150/89011063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3128</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나를 미워하세요 나를 싫어하세요 나를 좋아하세요. - [혐오에서 인류애로 - 성적 지향과 헌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507999</link><pubDate>Thu, 10 Sep 2026 20: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5079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620658&TPaperId=175079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536/99/coveroff/89646206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620658&TPaperId=175079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혐오에서 인류애로 - 성적 지향과 헌법</a><br/>마사 C. 누스바움 지음, 강동혁 옮김, 게이법조회 해제 / 뿌리와이파리 / 2016년 01월<br/></td></tr></table><br/>-20260910 저자: 마사 누스바움.<br> <br> 미선이-Sam<br>https://youtu.be/CLXroGPSNds<br><br> 원서는 2010년, 번역서는 2016년에 나온 책을 2026년에 읽었다. 2000년대 초반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던 게이 친구들은 2020년대 앤저스트라이크댓에도 여전히 등장하고, 심지어 앙숙이던 앤서니와 스탠포드는 결혼식을 올린다. 거기에 LGBT+,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의 인물들이 추가되었다. 미국은 확실히 변하고 있고, 그게 문화 컨텐츠에도 반영이 된듯하다. <br>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워낙 안 보다보니 어떤지 모르겠다. 박상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트랜스젠더 유튜버가 텔레비전 예능에 출현하는 것도 알았다. 그렇지만 커밍아웃하고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문화 예술계만 그럴까, 온 일상 자체가 아직 비주류라고 스스로를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모질고, 냉랭한 편견과 혐오가 깔려 있다. <br><br> 연방 헌법과 주 헌법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판례를 통해 이 책은 자유와 평등을 누릴 대상에서 성소수자가 제외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징그러움, 혐오의 형태를 근원적 혐오-주로 죽음이나 더러움에서 느끼는-를 다른 대상에게 덮어 씌워 버리는 투사적 혐오라는 말로 표현한다. 혐오에 관한 이야기는 사회학이나 심리학, 철학에서 더 파고들만한 주제 같다. 이 책은 법철학, 법윤리에 더 초점을 맞춰서 혐오에 관한 부분은 논의에 필요한 최소한만 다룬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도 자신과 다른 존재들에게 선을 긋고 그들보다 더 우월하고 안전하고 깨끗하고 안심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태도는 충분히 설명된 것 같다. <br><br> 특정 사람들이 비범죄화 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인종 문제에서 많이 유비하고 있었다. 형식적인 법률 면에서 미국은 인종주의를 많이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흑인을 범죄자 취급하거나, 아시안을 멸시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우리 나라도 이주 노동자나 결혼 이주민과 그 자녀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고 공론화도 많이 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들’에게 가혹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이지 남들과 다른 존재에게 무자비하다. 하물며 성소수자라면 대놓고 혐오하고 타도할 대상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주로 일부 종교계가 그렇다. <br> 이미 아이들 때부터 패거리 문화가 인종이나 성적 지향이 아니더라도 조금 다르다 싶은 아이들을 얼마나 소외시키고 괴롭히는지 모른다. 끝없이 차별 금지, 평등, 인권, 존중 같은 걸 입에 올리지만, 자괴감이 든다. 이게 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인간 자체가 갈라치기에 너무 특화된 종족 같다. 부모가 그렇게 키우고, 또래집단에서, 미디어에서 남을 혐오하는 태도를 점점 강화한다. 학교가 말뿐인 인권교육을 하고 있을 뿐, 이게 교육으로 되는 문제인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br><br> 인류애라는 말은 참 아름답다. 그렇지만 주로 ‘인류애가 사라진다’하는 표현에서나 접할 만큼 아득하다. 나도 점점 인간 혐오로 가는 기분이다. 이토록 비슷한데, 또 이토록 다른 인간들이 같이 평화롭게 사는 일은 아직도 어렵다. 지상 평등 낙원이라 할 나라가 어디 있기는 있는 걸까? 없다는 데 더 치우치는 마음이지만 우리가 향해야 할 방향인 건 알겠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약 같은 걸 수돗물에 타고 싶다. 미워하면 저절로 이유를 만드는 뇌들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게 슬프고 이상하다.<br><br>+밑줄 긋기<br>-적의에 대한 사법적 존중은 또한 이성에 따른 정치라는 근본적 패러다임마저 깨뜨린다. 적의에 대한 반응으로 만들어진 법에는 이성적 기초가 없기 때문이다. (23)<br><br>-이와 같은 헌법의 정치적 태도는 반집단주의적이다. 이에 따르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국가 전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 분명한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다수의 이익이 개인의 기본권에 우선할 수 없다. 이 정치적 입장은 좌파와 우파 사이의 대치와는 다른 것으로, 좌파의 집단주의나 우파의 집단주의 모두와 대비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입장이다.(26)<br><br>-사람들이 자신의 냄새나고 부패해가며 너무나도 인간적인 신체에 대해 느끼는 불편감은 도처에서 일관적으로 외부에 투사되어 왔다. 공동체의 오물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 불편감을 투사함으로써 지배적인 집단은 자신을 깨끗하고 천상적인 존재라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4)<br><br>-혐오스러운 동물성의 세계와 ‘나’사이에 준-인간이 존재한다면, ‘나’는 필멸하는/부패하는/냄새나는/진액이 흘러나오는 것들로부터 그만큼 떨어져 있게 되는 셈이다. 진짜 위험과 신뢰할 만한 연관관계가 거의 없는 이 투사적 혐오는 망상을 먹고 자라며 예속을 만들어낸다. 혐오가 자신을 순수한 것으로, 타자를 더러운 것으로 표상하려는 뿌리 깊은 인간적 필요에 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필요가 사회를 공정하게 만드는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이러한 전략은 사회의 공정성을 해친다. (55)<br><br>-평등한 자연권은 덕이 있는 사람이나 특정한 사회 규범에 따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73)<br><br>-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탐색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79, 종교와 양심의 자유)<br><br>-표면적인 대칭성을 넘어, 다양한 집단에 속하는 시민들이 살면서 무언가를 추구하려 할 때 실제로 어떤 기회를 누릴 수 있느냐를 엄격히 검토할 때에만 우리는 법이 시민들을 진정으로 평등하게 존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4, 실질적 평등)<br><br>-혐오에 차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그들을 존중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90)<br><br>-‘혐오의 정치’로부터 ‘인류에의 정치’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보다 일반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이는 집단을 앞세우는 사람과 개인적 자유의 영역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늘 있어온 해묵은 논쟁이다. 이를 좌우의 이념대립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05)<br><br>-그러므로 “당신은 결혼할 수 없소”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미국식 인생 주기를 결정짓는 의례 중 하나에서 완전히 배제됨을 의미한다. (185)<br><br>-사람들은 국가가 기혼자들에게 법적으로 제공하는 갖은 특권을 누리기 위해, 다시 말하면 결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 유죄판결을 받은 중죄인들, 양육비를 지불하는 데에 실패한 이혼 부모들, 가정폭력 전과가 있거나 감정적 학대의 전과가 있는 사람들, 불량납세자들, 마약중독자들, 강간범, 살인범, 인종차별주의자나 반유대주의자들처럼 편견에 찌든 사람들도 결혼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모두 결혼할 수 있다. 실제로 헌법은 이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만 먹으면 결혼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한다. 어쨌거나 이성과 결혼하는 경우에는 말이다. (188-189)<br><br>-(그러나 중혼에 반대하는 법적 주장들은 극도로 취약하다. 일부다처제 혼인권을 제약할 만큼 강력한 국가의 법익은 성 평등에 따르는 이익이라지만, 만일 그렇다면 다부다처제에 따른 결혼은 허용되어야 한다.)(221)<br><br>-성행위에 따르는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결정은 과식이나 흡연, 등산처럼 자신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다른 모든 결정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결정은 개인이 스스로 내리는 것으로서, 그 결과로 인해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에만 범죄가 된다. (277, 이 책 내내 소중히 다뤄지는 자유와 평등. 어떤 행위나 관계들은 거기에서 예외 취급을 받아 행복 추구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br><br>-이 책 전체에서 다룬 것처럼 혐오란 이면에 여러 형태의 낙인과 위계질서를 감추고 있는, 신뢰할 수 없는 힘이다. 혐오는 마치 피해처럼 작용하는 경우에 한해, 전통적인 생활방해법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입법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278)<br><br>-혐오의 정치는 우리가 무엇을 통제하고 싶어하는지, 또 무엇을 통제하지 않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통제의 이유에 대해서조차도 명료히 생각하지 못하돌록 방해해왔다. 이 분야에서의 사유가 그토록 엉성했던 또 한 가지 이유는 엉망진창인 “사생활” 개념과 그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280)<br><br>-헌법은 사회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감각을 표현한다. 자유와 평등은 무엇이며, 기본권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유와 평등, 두 영역 모두에서 어느 정도 보호되는 구역을 갖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286)]]></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7536/99/cover150/89646206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5369960</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5분만 더 잘게... -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98106</link><pubDate>Sun, 06 Sep 2026 17: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981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630703&TPaperId=174981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341/14/coveroff/k47263070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630703&TPaperId=174981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a><br/>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이주혜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06월<br/></td></tr></table><br/>-20260906 저자: 에이드리언 리치.<br><br><br><br> 식구들과 망고와 초콜릿을 나누어 먹었다. 냉장고가 고장나 녹은 냉동망고와 피비상품인 다크초콜릿이었다. 여기보다 여름이 더 뜨거웠을, 아직 뜨거울 지역에서 주재료가 만들어졌다. 어쩌면 그곳까지 케이팝이나 한국산 반도체가 탑재된 전자기기는 닿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세계는 기우뚱하게 연결되어 있다. <br><br> 나쁜 놈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분법을 생각한다. 나쁜 놈이 힘을 잡았을 때는 타도할 권력, 되찾아야 할 민주주의, 항의와 선언이 이어진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토록 정의롭다. 문제는 나쁜 놈이 밀려나고 난 뒤이다. 사적 이익을 위한 권력 남용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자유란 앞에 ‘경제적’이 붙은, 자산가가 되는 꿈이다. 나쁜 놈의 반대편이 힘을 가진 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외치기는 겸연쩍은 모양이다. 이것도 금지된 침묵일까. 나쁜 놈에 반대하는 오롯이 착한 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못과 삭제와 억압과 차별에 대항하는 목소리는 어느 시대이건 계속되어야 한다. <br><br> 에이드리언 리치는 그렇게 계속 목소리 내길 주저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모성이나 이성애를 강제된 제도, 학습된 것으로 보는 관점은 참신했다. 인종 문제, 유대인 정체성 같은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보였고, 시인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 무엇이 이 미친 세상에 내놓아야 할 시인지도 계속 질문하고 있었다. 자신이 걸쳐져 있는 교차성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br> 동의하는 주장도 있었고, 특정 사람들을 삭제시키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삭제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레즈비언이 찐 사랑, 이성애는 너희들이 속고 있는 거야! 게이 때문에 레즈비언이 그 대칭처럼 오해받는 거야! 하는 건 사랑에 대한 관점이 너무 좁고, 그외의 사람들을 모두 망했다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br><br> 읽게 된 건 ‘자두’라는 소설 안에 이주혜 작가가 자신이 번역한 이 책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주워들었지만 에이드리언 리치는 세 아들을 낳았고, 순서는 모르겠지만 레즈비언 정체성을 찾았고 아마도 이혼했고 남편은 자살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산문집이라니까 그냥 막연히 페미니스트 작가로군, 사회운동가로군, 했는데 시작은 시인이었다. 시가 해야 할 일을 여러 글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하는데, 시를 가끔 읽지만 현대 시는 해방 세상에 대한 시는 프로파간다라고, 문학계에서 쳐주지 않는 건지, 그런 시가 별로 없는 건지 어찌되었든 나에게는 그런 목소리가 닿은 적은 드물었다. 어쩌면 담겨있는데 그걸 읽어내지 못했었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 비트는 시 정도는 읽었던 것 같다. 이런 걸 따지기에는 시를 별로 안 읽었다.<br><br> 초콜릿 조각을 똑같이 나눠먹는 기계적 평등이나 실천하는 나란 인간은 집안 내 권력 구조가 존재하는 것도 대충 알겠고(내가 최상위 포식자, 폭군이다) 그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가부장 노릇과 모성과 이성애가 비벼져 있어서 그런지(그런데 이성애 동성애로 나누는 자체가 성 정체성을 스펙트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막 읽을 때 사이다 같거나 내가 향해야 할 방향을 이끌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하고 여성주의 책을 오랜만에 펼쳤다가 아 안 되네 나란 놈 설득이 안 되네… 하는 게 반복이다. 동시에 마사 너스바움의 ‘혐오에서 인류애로’(헌법과 판례를 들어 동성애자-주로 게이- 차별 멈춰! 하는 책이다)를 읽다보니 둘다 평등 세상 꿈꾸는 건 같은데 왜 사이는 안 좋은가 싶었다. 사이좋게 지내자, 우적우적.<br><br>+밑줄 긋기<br>-제인이 못마땅하게 느끼는 점은 로체스터의 관능성이 아니라 제인을 자신의 대상이자 창조물로 삼으려고 하고, 아낌없이 보석을 줘가며 제인을 꾸미고 싶어하고, 다른 이미지로 재창조하려고 하는 그의 경향성이다. 제인은 미인이나 요염한 여자로 낭만화되는 것을 격렬하게 거부하며 그에게 하렘의 일원이 되지 않겠다고 말한다.(67)<br><br>-내가 가난하고, 미천하고, 못생기고, 몸집이 작다고 해서 영혼도 감정도 없는 줄 아세요? 틀렸어요! 나도 당신처럼 영혼이 있고 감정도 풍부해요!(…)나는 지금 관습이나 인습을 통해, 또는 육체를 통해 당신에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내 정신이 당신의 정신을 향해 말하는 거예요. 마치 우리 둘 다 무덤을 지나 하느님의 발치에 서 있을 때처럼 평등하게, 그리고 지금처럼 평등하게요! (68-69, 초2때 그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나오는 공포소설로 읽었던 제인에어를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안 읽은 폭풍의 언덕도 같이… 리치는 이런 인용된 구절들을 들어 앞의 소설을 더 높게 친다.)<br><br>-이 작가에게 인간관계란 ‘고통스러운 수치심이나 풀죽은 굴욕감을 느끼지 않는’사람들 사이의 거래, 그리고 누구도 타인에게 이용 가능한 대상이 되지 않는 거래를 말한다. (75, 그 반대의 것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예속, 종속, 억압...)<br><br>-붕괴는 한순간의 행위가 아니다<br> 근본적인 중단<br> 무너짐의 과정은<br> 조직적인 부패다<br><br> 영혼에 지은 최초의 거미집이고 <br> 먼지의 표피이고<br> 축을 뚫고 들어가는 벌레이고<br> 기본적인 녹이다-<br><br> 멸망은 형식적인-악마의 작품<br> 연속적이고 느릿한-<br> 한순간의 실패는-어떤 인간도 하지 않는다<br> 미끄러지기는-충돌의 법칙 (115, 에밀리 디킨슨을 리치 선생님이 소개시켜줬는데 나는 여전히 시를 잘 모른다. 뮤리엘 루카이저는 저자가 꼭 읽어보라 해서 검색해보니 번역 시가 없다.)<br><br>-마지막으로, 또 한 번의 결혼을 위해 아내와 딸의 곁을 떠나놓고 그들의 이름을 시집의 제목에 가져다 쓰고, 버림받은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써 내려간 전 부인의 편지를 이용해 새 아내에게 바친 시집을 묶어낸 시인에 대해 혹자는 뭐라고 말할까?(…)대체 무슨 목적으로? 시 속에 편지를 삽입한 것은 나로선 전례를 떠올릴 수도 없는, 시의 역사상 가장 앙심으로 무장한 비열한 행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이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한 그 부적절한 에고는 로웰의 시집 세 권 모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123-124, 로웰의 시집을 무자비하게 까기 위해 강한 어조로 비판을 했는데, 미발표 산문이다. 인용할 때 허락을 구하고 신중해야 하는 것)<br><br>-‘어머니’에게 아이는 최소한 9개월, 종종 몇 년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어머니 됨은 처음에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렬한 통과의례-임신과 출산-를 통해서, 그다음은 양육의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 본능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128, 겪지 않으면 잘 모를 배움.)<br><br>-가부장제에서 집단 아동 돌봄의 목적은 단 두 가지다. 첫째, 경제개발 중이거나 전쟁 중에 수많은 여성을 노동력으로 유입하려는 목적, 둘째, 미래 시민을 세뇌하려는 목적이다. (131, 공교육과 사교육도 두 가지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br><br>-‘이 문제가 다른 여성들에게도 유효한가?’(133)<br><br>-모성 제도 아래서 모든 어머니는 어느 정도는 아이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172)<br><br>-‘아이 없는 여자’와 ‘어머니’는 잘못된 양극화로, 모성과 이성애 제도에 복무한다. 이렇게 단순한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212)<br><br>-부모 노릇이라는 말이 사실은 한쪽 부모인 어머니의 역할을 뜻하는 것처럼 특별하고 중요한 현실을 은폐하듯, 게이라는 용어도 페미니즘과 여성 집단의 자유를 위해 중요하게 분별할 필요가 있는 윤곽을 흐리게 만드는 목적에 복무할 수 있다. (263, 이건 좀 너무 갔다 싶었다. 특정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너네 존재 자체가 우리까지 너네 유사품으로 만들어서 문제야, 하는 건 퀴어라는 말로 묶지 마, 니들도 남자니까 하여간에 나빠 하는 걸로 읽힌다.)<br><br>-1976년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브뤼셀 국제재판소는 ‘강제적 이성애’를 ‘여성 대상 범죄’ 중 하나로 지정했다. (267, 두 사례가 덧붙는다.)<br><br>-그보다 우리는 모든 성애의 삶이 하나의 연속체이며, 남성과의 관계도 포함하는 연속체라는 복잡한 사회적 모델을 가정합니다. (280, 이성애를 하나의 제도로 보고 가부장제 사회에서 거짓 의식을 강요 받은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리치 선생에게 샤론, 크리스, 앤이 반박하는 편지글을 위의 내용을 담아 보냈다. 리치 선생도 자신의 의도와 바람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br><br>-인생에 흥미와 의미가 가득하다고 믿었던 나 역시 어떤 것 때문에 죽은 자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즉, 그들은 운명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금기가 되어버린 이름,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정체성 때문에 죽었다. (296, 그런 금기의 존재는 다양하다.)<br><br>-아름다운 언어도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억압자의 언어가 때로는 아름답게 들릴 수 있음을 아는 시인. (317, 윤리적 예술, 윤리적 미학 이런 말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논란의 영역이었다.)<br><br>-그 세계는 뒤집혀<br> 왼족이 항상 오른쪽이고<br> 그림자가 사실은 육체이며<br> 우리는 밤새 깨어 있고,<br> 천국은 바다의 깊이 만큼<br> 얕고,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 (324, 엘리자베스 비숍의 시 인용. 마지막 줄 맴찢)<br><br>-이들(메리 울스톤크래프트, 시몬 드 보부아르, 제임스 볼드윈)은 ‘원래 그런 것’처럼 보였던 것들도 사실은 사회적 산물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이로워도 누구에게는 불리할 수도 있으며, 이와 같은 산물도 얼마든지 비판하고 변화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343)<br><br>-‘진정한 변화는 원래 알고 있던 세계의 붕괴를, 정체성을 부여했던 모든 것의 상실을, 그리고 안전의 종말을 의미한다.’(344, 제임스 볼드윈을 인용)<br><br>-시는 우리 존재의 고통을 풀어줄 수 없다. 그러나 점점 쌓여가는 삶의 다급한 일들, 우리 스스로 등을 떠밀어 우리 것인 양 받아들인 거짓 욕구와 필요 아래 묻힌 욕망과 취향을 드러내줄 수는 있다. (369, 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br><br>-나는 남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을, 즉 자신으로 사는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여성들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몰랐을 뿐.(408)<br><br>-성애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면서 얼마나 예리하고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442, 오드리 로드, ‘성애의 사용: 성애라는 힘’의 글이 각주로 인용되어 있다.)<br><br>-개인과 공동체의 관계, 개인과 사회 권력의 관계, 개인과 집단적인 인간 경험의 대변동과의 관계는 언제나 가장 풍성하고 복잡한 질문이 될 것이다. 이때 숨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인 역사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무엇을 알게 될까? 당신과 운명을 함께 한다고 믿는 사람은 누구인가? (475)<br><br>-그 작가의 사회적 정체성이 무엇이든, 작가는 글쓰기라는 행위의 본질상, 의사소통과 연결을 위해 애쓰는 사람, 언어를 통해 옥타비오 파즈가 ‘잃어버린 공동체’라고 부른 것과 살아 있는 대화를 유지하고자 탐색하는 사람이다. 때때로 자신의 글이 병 속에 넣어 바다에 던질 쪽지처럼 느껴지더라도 말이다.(481)<br><br>-우리는 왜 파시스트의 통치 방식이, 시민권과 인권의 파괴가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을까? 한 국가로서 우리가 독단적인 가짜 순수에 집착하면서 우리나라의 상황, 우리 정치의 내출혈은 모른 척 눈을 감아 왔기 때문이다. (508,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이란성 쌍생아 정당이라고 저자는 일컫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341/14/cover150/k472630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3411450</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좋아했던, 좋아하던, 좋아하는. - [나의 사랑, 매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81622</link><pubDate>Sun, 30 Aug 2026 22: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8162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9465&TPaperId=174816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48/97/coveroff/89727594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9465&TPaperId=1748162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사랑, 매기</a><br/>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br/></td></tr></table><br/>-20260830 재독. 저자:김금희.<br><br><br> 나의 책 9권 꼽아보기를 하며 몇 권을 쥐어짜던 나는 스스로 의심이 들었다. 내가 좋아한다던 책들이 사실 가물가물했다. 어떤 상징이거나 어렴풋한 느낌만 남았다. 그래서 김봉곤, 김금희의 소설을 꺼내 보았다. ‘생명의 도약’이나 ‘감각 환각 착각’ 같은 과학책은 확인하는데 조금 더 오래 걸릴 테니까. 아마 다시 안 볼 수도 있고.<br><br> 다 저녁 때 이거 오늘 다 읽겠네, 할 만큼 김금희의 중편 소설은 폭이 손가락 한 뼘 쯤 되고, 페이지는 다 떼고 소설만 보면 124쪽 안에서 끝났다. 다시 읽으며 아주 초반과 아주 후반의 장면은 기억이 났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긴 했었나 싶었다. 소설을 다시 읽을 때 그렇게 레드썬 하는 기분이 들면, 그게 또 약간 횡재한 것 같다. 재미있었다고, 잘 썼다고 생각만 남은 글이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잘 쓴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다. 변한 건 나였어!<br><br> 읽는 나는 첫 번과 이번이 달랐다. 뭐라고 콕 찝어 설명할 수 없지만 하여간에 그렇다.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강처럼, 그 발도 사실 같은 발이 아닌 것이다. 매기와 재훈의 만남도 그랬다. 2002년 월드컵 광장을 스치던 그들과, 아마도 2016년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가던 무렵 레이디치킨 2층에서 숨어서 만나는 그들은 같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흘러가는 건 비슷했다. 재훈은 찌질해보이지만 동시에 가여웠다. 이번에는 블룸 씨처럼 처용처럼 뭔가를 빼앗긴 양(그런데 그거 원래부터 네 거 아냐) 바쁜 남자가 아니라 이건 사랑, 연애, 하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상대방의 조심조심으로 그게 잘 안 되어 이건 외도, 불륜, 하고 애정이 수치심으로 자꾸 치환되는 남자 화자의 율리시스였다. (서울, 순천, 제주, 부지런히 다닌다.) 김금희는 그런 걸 쓸 수 있는 작가였고 그래서 내가 좋아했다. 좋아한다.<br><br>+밑줄 긋기<br>-사랑은 프라이빗한 것이지만 쇼잉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그 마포구 와우산로17길에서 깨달았다. (11, 심지어 도로명주소야.)<br><br>-우리는 뭐든 그렇게 ‘축적’이라는 것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사진도 찍지 않았다. 둘이서 다정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일, 그것이 아무리 기계의 눈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렇게 제삼의 눈을 바라보는 게 차마 못할 일이었다. (63,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많은 재훈. 매기가 좀 아깝다.)<br><br>-“그 순댓국집 아줌마에게서 왔지.”<br> “어떻게 알았어?”<br> “어떻게 알았을까?”<br> 매기는 한동안 말해주지 않다가 우리를 그나마 예쁘게 봐준 사람이잖아, 라고 했다. (120, 매기의 전설. 손이(네일아트가) 예쁘다고 칭찬하던 아줌마의 노래 속에서 생겨났다.)<br><br>9권 꼽아보기<br>https://www.mytop9books.com/share/IhpCrjbn<br><br>2021년 겨울의 매기. 2026년 여름의 매기와 온도차가 있는 듯 없는 듯.<br>https://m.blog.naver.com/natf/222203545650]]></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48/97/cover150/89727594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5489783</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읽은 건가.(나보코프 무새 주의) - [율리시스 1]</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80554</link><pubDate>Sun, 30 Aug 2026 14: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805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6856&TPaperId=174805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995/80/coveroff/895469685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96856&TPaperId=174805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율리시스 1</a><br/>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br/></td></tr></table><br/>-20260830 저자: 제임스 조이스.<br><br> 집에 표지가 시커먼 ‘율리시스’가 있다. 내 것이 아니라 엄마가 디지털대학 문창과에 다닐 때 산 것이고, 읽으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을 때 그 책을 발받침대로 썼다.<br> 두껍기만 한 걸 뭐. 남들이 우와 새로운 문학 어쩌고 이러면 괜히 피했었다. 그런데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읽다가 나보코프 선생에게 낚였다.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록을 쓰기 위해, 아니면 진정 재미있어서, 나보코프는 그 책을 몇 번이나 읽었을까? 친절하게 나보코프 선생은 줄거리와 책 속 문장과 자신의 해석을 비등비등 적어 주었다. 그렇게 나한테 ‘율리시스’ 영업을 했다. 나는 그의 수강생은 아니므로 읽기 숙제 따윈 없었다. 그런데 발받침 말고 또다른 번역본이 비교적 최근 나온 걸 알게 되었다. 그럼, 이건 긴 여정일테니 시시때때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전자책을 샀다.<br><br> 오디세이가 열풍인 시기에 율리시스1권을 일단 마쳤다. 1권이라니. 2권이 남아있다니. 해도 졌고 하루가 저물었는데(다 읽은 건 정오 무렵이긴 한데, 소설 후반부에서 해가 졌으니 저녁 8시께라고 블룸이 추측해서 시간을 알려줬는데.) 뭐 더 할 말이 남은 것인가. 아아.<br> 어느 땐 내가 이걸 휴대전화랑 태블릿 번갈아가며 병원 대기실 같은 데서 드문드문 읽으니까 파편처럼 보이는 걸지도 몰라, 했는데, 1권의 후반부를 진득하니 앉아서 이어서 읽어보니 어떻게 읽든 상관없었다. 그냥 적당히 뒤죽박죽이다. 귀찮아서 미주를 안 봤더니(일부만 보고 나중에 책 다 본 후에 끝에서 훑어봄) 더 그랬겠다. 운율, 말장난, 그런 걸 친절한 번역가 선생님이 각주로도 달아 설명해주셨는데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도 친절한 각주에도 불구하고 다 읽는데 8년 쯤 걸렸었나. 이번엔 이 정도면 신속했다. <br><br> 1권 끝, 나보코프 선생이 말하는 2부 10장(내 책에서는 13장)까지 읽었다. 나보코프 선생 말로는 내가 읽은 번역본처럼 장마다 오디세이와 관련된 제목이 붙은 판 때문에 사람들이 온갖 개소리 같은 해석을 내놓아서 조이스가 그 제목들을 다 지워버리고 다음 판을 냈다고 주장했다. 뭐 그랬다는데 이 책에서는 세이렌, 키클롭스 그런 게 살아 있다.<br> 읽다가 아 이게 맞나요, 내가 영업 당한 이 책이 맞나요, 하고 중간에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펼쳐 다시 읽기도 했다. 다는 아니고. 그런데 같은 책인지 모르겠더라. 1권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나보코프를 넘겨보니 이제 좀 짝패는 맞출 정도, 이 장면 기억나지, 그 정도까지 읽었다. 읽었냐. 넘겼다. 읽는 내내 남은 페이지 수를 얼마나 자주 흘깃댔는지.<br><br> 스티븐은 초반부에 나오고선 찾기 힘들었다. 아일랜드의 너저분한 아저씨들이 블룸이 쏘다니는 곳마다 널려 있다. 아주 잠시 누군지 모를 화자가 술집에서 대화에 참여하며 관찰하고 빈정거리기도 하고, 3인칭인 척 1인칭에 가까운 해변의 아가씨 시점을 가장한 아저씨 시점도 있었다. 어절마다 어쩌고, 섹스, 저쩌고, 섹스 이렇게 안 쓴 거 보면 내내 그 생각만 한다더라 하는 말이 늘 그렇진 않은가 했다. 그렇지만 블룸의 대가리 속은 저렇게 노골적이지는 않더라도 불쑥불쑥 성에 대한, 아내 몰리에 대한 회상들이 스쳐간다. 블룸은 몰리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다고 생각하며 이곳저곳 다니면서 하루를 보낸다.  <br><br> 오쟁이 진다는 말을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번역본에서 처음 봤다. 멀리 보면 처용가부터 이상의 ’날개‘도 그렇고 최근에는 박찬욱 영화까지 다 나열하기 구차할 만큼 많은 작품들이 같은 소재를 변주한다. 주제일 수도 있고 이야기 속에 곁다리로 나오기도 한다. 주로 남자 문학가들이 소재로 쓰는 영역인데, 그게 남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상황일까 싶었다. 이 소설 속 블룸의 분노도 두려움도 슬픔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바깥 상황과 뇌내 망상, 회상, 잔상, 거기에 감정은 거의 없다. AI처럼 줄줄 읊고 있다. 사람이 생각보다 조리있게 완성된 서사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아, 사람은 저렇게 쓴 것처럼 사고하지도 않는다, 싶었다. <br><br> 두꺼운 책을 약간 겁낸 적이 있었는데, 꾸역꾸역 어떻게든 끝장을 본 책이 늘수록 이제 두께는 책 고르기에 중요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점이 좋다. 그거 말고는 뭐 분량 상관없이 재미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런데 두꺼울수록 지루한 위기 구간을 좀 더 자주 만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율리시스2권은 다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내내 이럴 거냐, 더 재미없어질 거냐, 뭐 그런 복잡한 마음이라 천천히 틈틈이 봐야 겠다.<br><br>+밑줄 긋기<br>--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우리 어머니에 대한 모욕이 아니야.<br>-그럼 뭔데? 벅 멀리건이 물었다.<br>나에 대한 모욕이지, 스티븐이 대답했다. (나보코프 책에 인용된 부분에도 똑같이 밑줄을 그었다는 사실. 패륜 개그에 약한 나)<br><br>-못나고 모자라: 가냘픈 목에 숱 많은 머리에 달팽이 살 같은 잉크 자국. 그래도 누군가는 저 아이를 사랑했고 낳아서 품안에도 품고 마음속에도 품었겠지. 그런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온 세상 사람들이 저 아이를 발로 짓밟아 뼈도 없는 달팽이처럼 으깼으리라. (대놓고 뼈를 때리는데 너무 잔인할 정도로 인간 혐오다.) <br><br>--우린 관대한 민족이지만 동시에 정의도 지켜야 한다네.<br>-그런 거창한 말이 전 두렵습니다, 스티븐이 말했다, 우리를 아주 불행하게 만들거든요. (정의는 공정을, 그리고 불행을.)<br><br>-역사는, 스티븐이 말했다, 제가 깨어나려고 애쓰는 악몽입니다.<br>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삐익 호루라기 소리: 골. 그 악몽의 뒷발에 걷어차이면 어쩌지? (스티븐의 말이 계속 마음에 들었나 보다.)<br><br>-까마득한 옛날에 사라진 한 사람이 쓴 이런 신기한 책장들을 읽다보면 누군가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는데, 그 누군가는 한때 ...... (독자에게 그렇게 하나가 되자 하고 있다.)<br><br>-그래, 내 자리는 지금 여기야. 암, 지금 여기고말고. 아침의 입 탓에 나쁜 이미지만. 꿈자리가 사나웠는지. 그놈의 샌도 아령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어. (3월에 그은 밑줄인데, 고작 아령 나왔다고 그은 거냐?)<br><br>-우리의 수의. 우리의 죽은 몸을 누가 손댈지 우리는 결코 모른다. 몸 씻기고 머리 감기고. 분명히 손톱과 머리카락도 자를 것이다. 약간은 봉투에 보관하고. 그래도 나중에 또 자란다. 궂은일이다. (생전에 시신 기증 서약을 하면 결코 까지는 아닐 것 같다.)<br><br>-젊을 때 소망하는 것을 조심하라, 어차피 중년에 구하게 될지니. (오히려 젊을 때 소망이 없는 것을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중년에 구할텐데)<br><br>-놈들의 문명이란 문명은 죄다 우리한테서 훔쳐간 거야. 잡놈 귀신의 혀짤배기 자식들. (이 말하는 아일랜드인은 영국을 증오하면서 동시에 유대인도 증오한다. 뭐 그렇다고…)<br><br>-그런 부류의 사람, 그러니까 저 너머 도더 강변 홍등가에서 처녀의 명예를 존중할 줄 모르고 군인들이나 천박한 남자들과 어울리면서 여성의 품격을 깎아내리다 경찰서로 끌려간 타락한 여성들을 혐오했다. (이런 장면과 사고 어디서 봤는데, 하고 겨우 생각해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 ‘율리시스’는 1922년 2월 2일(조이스의 생일)에 출간되었다고 하니까 이런 생각은 최소 25년 이상 아 아니다 100년 이상 이어진다. 그들과 다른 우리라고 선 긋고 우아해지기)<br><br>-바로 그때 불꽃 하나가 귀가 멍멍하게 뻥 소리를 내며 솟구치는가 싶더니 오! 그때 원통 폭죽이 터지는데 마치 오! 하는 한숨소리 같고, 모두들 황홀감 속에 오! 오! 소리칠 때 폭죽이 한줄기 비 황금 머리칼 실들을 내뿜고 나서 그것들이 떨어지자 아! 그 모든 게 황금빛을 띠고 떨어지는 녹색 이슬 같은 별이 되니, 오 너무나 아름답고, 오, 부드럽고, 감미롭고, 부드러워라! (나보코프가 뭐라고 했나 봤더니 이 장 대부분을 통째로 클리셰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몹시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했다.)<br><br>-항상 어떤 친구의 약점은 그 마누라를 보면 안다. 그래도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건 운명적이다. 자기들끼리만 아는 나름의 비밀을 갖고 있다. 누군가 여자가 돌봐주지 않으면 개차반이 될 작자들. (블룸은 대놓고 커플 혐오. 그런데 자기 혐오로는 생각 안 하나 보다.)<br><br>-내게는 긴 하루였네. 마사, 목욕, 장례식, 열쇠의 집, 그 여신 조각상들이 있는 박물관, 데덜러스의 노래. 그다음엔 바니 키어넌에서 고함치던 그놈. (1권 줄거리 버전1.)<br><br>-오 내 사랑 그대의 아담하고 흰 처녀 살을 나는 죄다 올려다보았네 야한 가죽띠 거들 땜에 난 끈적끈적한 사랑을 했네 못된 우리 둘 그레이스 달링 몰리는 삼십분에 그놈과 침대에서 멧 힘 파이크 호시스 라울 아무개를 위한 주름 속옷 선생님 부인 향수 검은 머리 풍만한 살 아래서 끙끙아가씨 젊은 눈 멀비 통통한 젊은이들 나를 제과점차 윙클 빨간 슬리퍼를 아내가 설친 잠 방황 수년에 걸친 꿈이 돌아온다 꼬리 끝 아겐다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가 자기 걸 내게 보여줘 내년에 팬티 차림으로 돌아와 다음에 자신의 다음에 자신의 다음. (1권 줄거리 버전2.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2995/80/cover150/895469685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9958065</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북플 버전 업 이후 없어진 것(못 찾겠는 것)</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79983</link><pubDate>Sun, 30 Aug 2026 08: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7998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831533&TPaperId=174799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098/15/coveroff/k192831533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뭔가 안 예쁘면서 책 구매와 연동성 더 떨어지는 SNS로 변신한 것 같다.<br><br>1. 기존 서적 이미지 옆에 i를 누르면 상품 상세 페이지와 연결되어 책 정보도 보고 장바구니에 담고 모여 있는 100자평이나 리뷰도 모바일 버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어느 걸 눌러봐도 읽고 싶어요 말고는 구매를 위해 담을 곳을 못 찾겠다. (이게 북플만 이렇게 됐고 알라딘 앱에서는 i가 남아 있다.)<br><br>2. 마니아 제도는 날아간 것인가! 읽었어요 눌러보면 몇 번째 마니아 그렇게 책에 대한 글을 많이 쓰거나 구매를 많이 하면 올라가는 게(누군가 알고리즘을 약간 분석하기도 했다) 있었다. 그런데 이제 책을 눌러도, 내 프로필을 눌러도 마니아가 없다... 나름 누구누구 작가의 높은 순위의 마니아야...또 이 작가 읽은 유저 누구 있나 이렇게 둘러보기 좋았는데 못 찾겠다. (아 이것도 알라딘 앱에서 북플로 들어가면 남아 있어...)<br><br>알라딘은 1)pc버전 블로그(카테고리까지 상세히), 2)모바일형 미니멀한 서재(글 목록만 보이고 심지어 대댓글도 못 달았던. 지금도 그런가?), 3)SNS형 피드로 보는 북플 이렇게 세 개 이상 운영하는게 오 엄청 비효율, 그러면서도 각자 연동되는 게 또 나름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동성이나 책 정보까지의 접근성이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전 그렇다구요... 다른 이웃분들은 어떠실지.... 아직 이것저것 고치는 중인 걸까요...<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098/15/cover150/k19283153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981550</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잘 지내. - [여름, 스피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79025</link><pubDate>Sat, 29 Aug 2026 17: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790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1844&TPaperId=174790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5143/15/coveroff/895465184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51844&TPaperId=174790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름, 스피드</a><br/>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06월<br/></td></tr></table><br/>-20260829 저자: 김봉곤. 재독.<br><br> 몇 번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이 여름 끄트머리에 이 소설을 다시 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저 여기 있어요!<br><br> 첫 읽기는 8년 전 전자책으로, 이번에는 친구가 읽던 걸 물려 받아 종이책으로 읽는다. 설렜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며 설렜던 것이 얼마만인가.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문장이지만 화자도 설레보였다. 재기발랄한 소설가를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독자들은 잃었다. 잊었다. 박현욱 소설책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는 편집자로서 아직 책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읽으면서, 여전히 소설가이면 좋겠다. 펴내건 아니건 일단 쓰고 있으면 운 좋으면 또 닿겠지.<br> 문장 하나하나 만날 때마다 놀랐다. 이 소설이 이번 달에 나온 것이라면 좋았겠다. 그렇더라도 그때만큼 화제가 될지는 몰라도, 나는 새로운 작가를 만났어, 하고 어디 이야기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멈추는데 사실 내가 뭐에 씌여서 이런 걸 수도, 남들은 안 그럴 수도 있다.   <br> 플래그 스티커가 군데군데 문장들을 가리키고 있어서 나랑 다른 밑줄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챙겼다.<br><br> 작가의 두 소설집은 청년기의 (어쩌면 마지막) 불꽃 같은게 펑펑 터지는 것처럼 읽혔다. 이 젊었던 이는 나이 먹음을 어떻게 문장에 섞었을지 궁금하다. 나만 그러냐.<br><br> 이 소설집의 첫 소설 ‘컬리지 포크’를 읽었을 때, 화자가 교환학생으로 간 곳이 교토의 예술학교라서 설렘을 넘어 반가웠다. 나도 갈 거야 교토… 오래된 것이 아직 남은 큰 도시가 넌 20세기 사람이었단다, 하고 알려줄런지. 앙증맞은 문장들이 넘쳐서 초반부터 밑줄을 벅벅 긋고 싶은 걸 참았다.<br><br> 이번 읽기는 망한 사랑보다 망하기 전의 사랑에 더 눈길이 갔다. 그게 왜 이렇게 생생할까 나는 왜 같이 두근거릴까 나는 왜 게이한테 공감하고 있을까 아무렴 어때 하고 장면과 문장을 즐겼다.<br><br> ‘여름, 스피드’. 소설에다 쓰고 나락갈래 안 쓰고 버틸래 하면 나는 안 쓸게, 하는 거 보니 소설에 대한 사랑이 많이 식었다. 그냥 인정 욕구나 인생 건 어그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몰라. 화이팅.<br><br> ‘디스코 멜랑콜리아’에서 남산과 힐튼 호텔이 잠시 등장하는데, 그 호텔 이제 없다. 있었다는 것만 알지, 그 둘레길만 지나가봤지, 가 본 적은 없는데도 책에만 남은 장소는 아쉽다. 책에나마 남았다.<br><br> ‘라스트 러브 송’을 읽을 땐 헤어진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지, 그러면서 어정쩡한 기분을 애도하는 상황을 상상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헤어진 사람과 다름 없지 않지, 아닌가 다른가 안 다른가, 어쨌거나 양쪽 다 최대한 나중에 느끼고 싶은 기분이다. <br><br>‘밝은 방’은 이전 읽기 땐 정신 없고 뭔말 하는 거야 싶었는데, 율리시스를 1/3쯤 읽고 왔더니(박상륭 전집도 2/3, 또 또 더 충분히 재미없는 것들 두꺼운 것들) 충분히 너그러워져서 후후 이 정도는 ㅈ밥이지, 어디 더 정신 없어져 봐라, 더 해 봐, 더 해 봐.<br><br> 마지막으로 읽은 중편은 음, 아니 에르노 게이 버전(이렇게 미리 쓰고 계속 읽었더니 아니 에르노가, 아니 그 사람 소설 이름-내가 안 읽은-이 등장한다). 이런 걸 써야 신춘문예에 당선되는구나. 되었었구나. 오토픽션의 윤리에 대해서 걱정하며 써야 하는 나라/시대/판이 되었으니 이젠 아닐 수도 있겠다. 나는 그냥 인간 관계를 잘 못 간수하면 사달이 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아니 문학을 하려면, 연애를 하려면 프랑스에서 태어났어야 해. 아무렴 더 해 봐.<br><br> 힘들게 쓴 글은 힘들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뭐 이제는 읽는 건 힘들지 말아야지, 그냥 후려갈긴 걸 수도 있어, 하고 여유를 부린다. 어쩜 그땐 이 걸쭉한 사랑 타령을 읽을 준비가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700권이 넘는 책이 스쳐갔고, 사람도 시간도 장면도 장소도 그랬다. 오토픽션 까는 듯한 소리하다가 내가 쓰는 독후감을 보니 아, 결국 나도 비슷한 짓을 하고 있네? 하면 어딜 감히,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겠다. 말은 이렇게 했는데 사실 휴일 하루를 할애해 이 소설집과 ‘Auto‘를 지금 나만큼 진지하게 읽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지도. (작가 본인 제외. 심지어 작가 본인마저 오래 안 읽었을 가능성이 높을까.)<br><br> 오늘 아침에는 몇 주 만에 드립 커피를 두 잔 분량 정도 마셨기 때문에 이 읽기가 충분히 올려치기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 책 읽을 때마다 그렇게 되냐고. 그냥 좋은 건 좋다고 말해요. 책을 회수하고 전자책에서 글자들을 지우고 분서갱유 난리를 부려도 나한테는 2018년, 2020년의 그 책들이 있어서 내키면 읽을 수 있다. 읽어도 된다. 생생한 기분과 감정까지 베껴온 건 아닐 거잖아.<br><br><br>+밑줄 긋기<br>-어쩌면 나는 젖떼기와 애도 그 모두에 실패한 것일지도 몰랐다. (17, ‘컬리지 포크’ 중. 연애의 끝은 평생 어려워서 막 60, 70대도 치정 살인하고 그러잖아…)<br><br>--책을 만든다.<br>-소설을 읽고 쓴다.<br> 딱 두 줄. 명료했다. (18, 정말, 간결한 다짐인데. 아직도 하고 있나요? ‘읽힌다’는 자신의 몫이 아니니까)<br><br>-“(…)하지면 현실과 글쓰기, 현실과 환상, 현실과 자신의 소설이 뒤섞여 직조되는 소설은 언제든 유효합니다.”라고 그는 말해주었다. (20, 나도 그 말을 받아 적었다. 그러고나서 끄트머리를 읽으며 작가는 유효하고 싶었네, 영리하지만 밥맛은 아니라고 생각했다.)<br><br>-‘기호의 제국’은 어렵게 구한 책이라고 형섭이 말했지만 감사 인사도 잊은 채 손때가 묻고 가장자리가 구겨진 그 책을 안고 나는 으흐흐흐 하다가 베란다로 뛰쳐나가 도시를 내려다보며 또 으흐흐흐 웃었다. 건물은 낮고 나무는 높아! 감탄하면서. (23, 화자의 연애 감정과 교토의 낮은 스카이라인에 대한 애정도 섞여 있겠지만, 뭔가 책변태들은 그럴만 하지 할 장면 아닌가)<br><br>-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도 너무나 손쉬웠다. 손쉬운 만큼 너무 위험했다. 그리고 그도 나도 터무니없이 나약했다. (30, 게이 혐오 테러를 발견하고 놀란 가슴, 나까지 덩달아 놀라 내 몸은 문장을 기억하지만 서사는 대체로 잊었구나 다행이다 재밌겠다 하는 마음과 장면의 불편함이 뒤섞였다.)<br><br>-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꼭 글을 쓰는 사람만을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뒤늦게 찾아왔다. 그러나 편집자든 작가든 좋은 독자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 말은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그는 편집은 꽃다발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말했다. (41,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무식하고 무례했던 나에게 에하라 선생님이랑 화자 둘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시네.)<br><br>-사실 나는 언젠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좋은 걸 가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건 내것이 아니라고.(61-62, ‘여름, 스피드’ 중. 지금보면 소름 돋지만 설마 본인이 일부러 지뢰를 묻어두진 않았겠지...설마?! 소설 쓰랬지 누가 소설 살래)<br><br> -아는 척과 모르는 척. 둘 중에 무엇이 날 망쳐왔는지 모르겠다. (100, ‘디스코 멜랑콜리아’ 중. 나는 압도적으로 앞의 쪽)<br><br>-췌사:쓸데 없이 덧붙인 군더더기 말(129, 2018년에도 찾아봤는데 독후감을 돌아보니 체사(오타냄), 란 말도 알게 된 사실만 적어 놓고 뜻은 안 적어놔서 다시 찾아봤다. 그외에 는개, 조크스트랩, 카멜토 같은 건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데 안 나도 좋을 것들…)<br><br>-한편, “불행한 삶을 사는 대신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길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하는 문학 선생님의 말에 망설임 없이 손을 번쩍 들었던 예전의 나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208, 뛰어남을 얻지 못하는 대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손, 이미 원하는 걸 가졌으니 뛰어남도 하나 주세요.)]]></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5143/15/cover150/89546518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1431519</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음식 사전 독서일기. - [음식과 요리 -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77991</link><pubDate>Fri, 28 Aug 2026 22: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779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536996&TPaperId=174779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392/17/coveroff/k86253699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536996&TPaperId=174779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음식과 요리 -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a><br/>해럴드 맥기 지음, 이희건 옮김 / 이데아 / 2017년 03월<br/></td></tr></table><br/>-20260828 저자: 해럴드 맥기.<br><br><br> 8월 3일 저녁. 11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호기롭게 펼쳤다. 이걸 완독하는 건 무식한 걸 수도 있고, 꽤 장기 과제가 되겠다. 추천사와 저자 서문을 본 뒤 15장으로 먼저 갔다. 거기에는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분자인 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 다음 주석 직전 책의 말미 부록에는 기초 화학에서 배울 법한, 그러면서 음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는 원자, 에너지, 물질의 상(액체, 고체, 기체)에 대해 짧게 정리해 놨다. 이렇게 책에서 제일 지겨울 것 같은 부분을 먼저 해치우고 1장으로 간다.<br><br> 8월 4일. 1장. 대다수 인간의 첫 식량인 젖(우유 등)과 버터, 크림, 요구르트, 치즈, 그외 다양한 유제품에 대해 온갖 이야기를 한다. 주로 음식의 상태가 왜 그렇게 되는지 분자의 상태와 변화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다 과학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고, 유제품 종류와 특성과 제조법, 역사 속 음식 이야기 같은 깨알 같은 내용도 있다. 1장의 말미를 치즈로 마무리하는 게 좋았다. 다른 음식은 별 감흥 없었는데, 치즈에 대해 읽으니 그동안 먹어본 이런저런 치즈맛과 모양이 생각났다. 큰 마음 먹고 비싼 퐁뒤를 먹으러 갔는데 맛도 없고 먹기도 곤란했던 20여년 전 일도 떠올랐다. 저녁으로 엄마가 참치김치볶음밥에 계란까지 부쳐 주셨는데, 그 위에 고단백 슬라이스 치즈를 곱게 얹어 먹었다. 젖과 유제품 만으로도 110쪽이 넘어서, 책 한 권을 본 기분이었다. 그래도 벌써 1/10이나 읽었어…<br> <br>8월6일. 2장. 초반 달걀 노른자와 흰자에 대한 부분을 읽고는 점심 거리로 달걀 프라이를 부쳐서 아이들과 함께 먹었다. 정말, 노른자 근처의 흰자는 덜 익고, 노른자 위 하얗고 작게 뭔가(생식세포가 있는 흰색 원시 노른자가 노란색 노른자보다 밀도가 낮아 떠오름)가 있는게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구나. 그렇지만 아직 덜 읽어서 프라이를 예쁘게 부치지는 못했다. 달걀 장은 의외로 달걀 거품에 페이지 할애를 많이 해서 베이킹을 잘 안 하는 나에게는 생소했지만, 온갖 거품의 종류와 특성과 제조법을 나열해 놓은 건 신기했다. ‘머랭이란 뭘까….그건 뭔가의 번데기가 아닐까’하는 만화 속 이상한 노래 가사 생각이 난다.   <br> 이 방대한 책의 아쉬운 점은 모든 요리를 텍스트로 소개해서 (분자 구조식은 예외) 잘 모르는 음식은 시각화하기 힘들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원래 책은 미각 후각도 못 전하는 것, 글자와 종이는 먹지도 못한다. 그래서 조리법이 길게 나오는 경우는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br><br> 3장. 고기를 다룰 때는 단순히 식품과 식재료의 의미부터 등장하지 않고, 인류학, 사회학, 건강 이슈 관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고나서 생명과학이나 해부학 관련에서 보던 근섬유 조직에 대해 나와서 와, 봤던 거다 했다. 고기를 굽는 다양한 방식은 나름 실용적일 것 같은데, 아직 에어프라이어가 보편화되기 이전 책이라 그런가 최후의 도구는 전자레인지만 제시되었다. 선생님, 겉바속촉에 온도 조절까지 자유로운 그런 도구가 추가되었답니다...<br><br>8월 7일. 고기를 익힐 때 굽든 찌든 끓이든 시간과 온도를 조절해 가며 육즙을 남기는 게 전문적인 영역으로 보였다. 내가 저렇게 고기에 진심이었던 적이 있던가… 고기를 사면 늘 양념불고기나 찜이나 국류는 엄마가 하고, 생고기를 오븐이나 에어후라이어나 팬에 굽는 건 내가 한다. 다 그냥 어림짐작과 중간에 가위로 잘라서 색 보고 속까지 익었나 눈대중으로 저렴한 고기들을 요리하는데 어떻게 해 주든 맛있게 먹어줘서 다들 고마워...오늘은 소시지까지만 읽자…(그런데 뒤에서 더 읽어보니 원래 고기익히기는 그렇게 짐작과 대중이래…)<br><br>8월8일. 푸아그라나 콩피, 발효 소시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게 생소해서 그냥 그렇구나...했다. 어제 읽다 만 고기 파트 마무리. 닭(오리, 칠면조 거위 정도 추가), 소, 돼지처럼 주로 먹는 고기 위주였고 양이나 말 같은 건 안 나와서 그야말로 실용서였다.<br> 어류를 물고기 대신 물살이로 표현한 다른 책이 기억나는데, 이 책에서는 육고기 외 해산물을 다루므로 얄짤없이 물고기이다. 생선, 조개, 갑각류를 식재료로 다루기 전에 남획, 양식의 문제점과 해산물 섭취로 인한 위험-병원균, 기생충, 축적된 오염물질, 생명체로서의 물고기 특성 등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인상 깊다.<br> 좋아한 적도 없지만 어느 순간 생선 냄새를 많이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 인간이 물고기의 신체 구조와 특성에 대해 읽고 있다. 작은어린이는 반대로 생선을 무척 좋아해서 손으로 마구 주무르면서 껍질도 벗겨 먹고, 눈알도 먹고 싶어 한다. 내 대신 생선 구워주시는 엄마에게 감사하기로… 게살을 흉내낸 명태살로 만든 크래미를 먹고는 생선살과 게살에 대한 부분을 읽는다. 진짜 게를 먹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내가 다루기 싫다고 어린이들에게 여러가지 먹을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닌가 싶다. 찬바람 불면 가을 꽃게라도…<br><br>8월9일. 점심에 훈제(햄)오리를 오븐에 채소랑 마늘이랑 구워서 먹었다. 기름이 적당히 빠졌는데 이전에 본 고기 익히는 온도를 생각했지만 직접 조정할 엄두는 못내고 그냥 닭다리구이 모드로 익히다 조금 먼저 꺼냈다. 패각류, 연체동물, 생선알 같은 부분을 마저 읽었다. 생선 장은 캐비어로 마무리되는데, 그걸 내가 언젠가 먹어볼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 다음은 드디어 식물 식재료로 간다. <br><br>8월10일. 식품이 되는 식물 일반에 대해 읽었다. 식물의 광합성, 구조와 기능, 질감, 색, 맛 이런 것들. 오늘 먹은 식물이 뭐가 있나 역순으로 떠올려본다. 복숭아, 자두, 콩(두유), 귤, 배추(김치볶음밥), 쌀, 바나나, 피칸. 온갖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다.<br><br>8월11일. 채소를 끓이고 튀기고 찌고 다양하게 익히고 갈고 하는 부분이 무척 재미없었다. 채소가 들어간 음식을 너무 안 만들어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집 앞에 무척 싸게 파는 채소가게가 생겨서 어르신들의 메카가 되었고, 우리집 어르신도 가끔 저렴한 채소와 과일을 득템해 오신다.<br><br>8월12일. 과일 저장을 위한 건조, 발효, 잼, 통조림 만들기 부분으로 이 장이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채소, 과일, 향료, 씨앗, 곡류 이렇게 식물 식재료가 각각 한 장씩 차지하고 있다. 개별 종에 대해 나오니 조금 더 재미있으면 좋겠다. <br><br>8월13일. 채소의 날. 아는 채소가 나오면 익숙하고, 처음 듣는 채소가 나오면 흥미로웠다. 정작 오늘 먹은 채소는 소량의 배추 김치와 콩나물국 말고 없다.<br><br>8월14일. 과일의 날. 정작 집에는 먹을만한 과일이 없다. 귤 몇 개와 냉동 망고. 책에는 흔히 먹는 온대, 열대 과일 종류와 특징이 담겼다. 브레드프루트와 두리안도 나온다. <br><br>8월16일. 하루 쉬고 허브/향신료 부분이다. 맛의 원리나 향의 언어 같은 책을 읽었지만 오래 전이어서 기억이 날리가 없으니 여러 풍미 성분 분자 이름들을 한 번 더 훑었다. 재료가 되는 식물 나열만으로도 눈이 아팠다. 한국에서는 만나지 못했을 식물이 정말 많았다. 차, 커피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훈연을 이 파트에 포함시켰다. 커피를 끊다시피해서 아, 난 왜 삶의 즐거움을 하나씩 덜어내고 있나, 싶다.<br>  다음 주제는 씨앗-곡물, 콩, 견과 등이다. 이건 먹고 사는 거랑 큰 관련이 있는 주제라 관심있게 읽게 된다. <br><br>8월17일. 곡물 중 옥수수를 읽는 참이었는데, 마침 라운드 나초를 하바네로 살사에 찍어먹었다. 재료명 중 마사라는 게 있는데 옥수수가루를 알칼리 처리한 후 반죽 같은 거라고 했다. 책 읽은 보람이 있네. 전날에는 타코를 시켜 먹었는데 그것도 옥수수 재질로 감싸져 있었다. <br> 견과류 부분은 다양성하지만 거의 다 아는 애들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피칸을 열 알 정도 먹었는 걸. 그렇게 1년 정도 먹으면 HDL이 정상범위 뚫고 올라가기도 한다.<br><br>8월18일. 오랜만에 출근해서 피곤한데다 빵 하나 안 먹은 날 빵과 반죽과 밀에 대해 읽으려니 잘 들어오지 않았다.<br> <br>8월19일. 빵과 케이크를 먹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그걸 만드는 원리-섞기, 반죽 치대기, 굽기, 식히기-에 대해 읽는 건 전혀 달콤하지 않다. <br><br>8월22일. 잇몸 치료 하고 서너시간은 있어야 마취가 풀리는 와중에 페이스트리와 쿠키에 대해 읽는다. 와퍼 주니어를 사왔지만 저걸 언제 먹게 될 지 모르겠다. 쿠키라는 말이 한입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케이크를 의미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과 제빵 부분은 대부분 유럽, 미국 음식 위주라 빵순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 싶었는데, 면에 대해 나올 때는 아시아도 할 말이 많아서 좀 더 흥미롭게 읽었다.<br> 소스 부분에는, 내 식사에서 소스는 사치품, 영양성분에 크게 기여 못하고 염분만 높이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스에 진심인 사람이 많았다. (특히 프랑스) 우리가 육수라고 부르는 맛 베이스를 여기서는 스톡 농축, 추출로 표현해 놓았다. 소스-육수-젤리를 한 부류로 다루는게 내가 보기에는 독특했다.<br><br>8월23일. 설탕과 초콜릿, 당과에 대해 다루는 장을 본다. 18세기에 영국인들이 갑자기 설탕을 많이 소비하게 되었다는데 그 당시에 당뇨병은 안 유행했는지 궁금해졌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늘긴 했지만 현대인 먹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거고 활동량은 훨씬 더 많았던데다 평균수명도 낮아서 당뇨 진단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설탕, 꿀, 단풍나무 시럽 등 온갖 단 식재료에 대해 읽었다. <br><br>8월25일. 사탕을 안 먹는 내가 다양한 종류의 사탕에 대해 읽었다. 문득 종류별로 사탕이 먹고 싶어지긴 했다. 그렇지만 그냥 물 마셨다.<br><br>8월26,27일. 집에 초콜릿이 하나도 없는데 초콜릿에 대해 읽었다. 이십대에 제과 사이트에 재료 주문해서 이것저것 초콜릿 만들었던 생각이 났다. 지금은 아휴 귀찮아. 있으면 먹는데 아니 있어도 몇 주를 냉장고에 묵히다가 가족 다같이 있을 때 한 조각씩 나눠 먹는 정도이다. 그래도 지금은 한 조각 먹고 싶은데 없다. <br> 다음 파트는 술인데 역시나 집에 술이 없고 지금의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술에 대한 부분이 생각보다 두툼하다. 이제 천페이지가 넘었고 그래도 끝이 보인다…<br><br>8월28일. 예전에 ‘술 취한 식물학자’란 책을 술알못이 어렵게 읽던 기억이 났다. 이 책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80쪽 넘게 알코올 음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나는 술을 먹지 않는 편이 덜 나쁜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삶이 살아진다. 두께 탓인가 이 책은 먼지다듬이(책벌레)의 서식처가 되었다. 오늘까지 벌써 세 마리가 기어다니는 걸 눌러 죽였다. 책등 두꺼운 부분에 공간이 벌어져 있어서 거기에다 에프킬라를 두 번이나 뿌렸는데도 소용이 없다. ‘음식과 요리’는 먼지다듬이의 맛있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br> 포도와 곡물에 진심이던 사람들이 온갖 재주를 부려서 다양한 와인과 맥주를 내놓았다. 그런 식문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의 독특함은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술을 담가 먹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수가 알코올 때문에 몸이 둔해지고 살짝 맛이 가는 걸 즐겁게 여긴다.<br> 알코올 발효 다음은 초산 발효라서 식초도 이 장에서 함께 다뤘다. <br> 마지막 장인 음식물의 기본 분자를 미리 봤기 때문에, 그 바로 앞장 조리 방법과 조리기구의 재질이 읽기의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이제 버거워서 좀 대충 넘겼다.<br> 갈변반응인 캐러멜화와 메일라드 반응 같은 게 분자 구조도와 함께 나왔다. 이건 화학인가...<br> 그러고나서 열의 전도, 대류, 복사 같은 물리학 같은 게 튀어나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요리가 열을 쓴다는 점에서 열의 전달 방식을 아는 게 도움이 되긴 할 것 같다.<br> 그릴링(열원이 음식 아래), 브로일링(위에), 베이킹(대류, 복사), 보일링, 시머링(보일링보다 온도 낮음), 포칭, 찜, 프라잉, 소테잉, 튀김, 마이크로파 복사, 열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었다. <br> 세라믹(질그릇, 사기그릇, 유리, 법랑), 알루미늄, 구리, 철, 강철, 스테인리스 스틸, 주석, 다양한 재질에 대해서까지 다룬다. 진짜 웅장한 책이었다...음식에 대해서 잘 알기 위해 기구 소재까지 다룬다.<br><br> 천페이지 넘는 이걸 읽은 나란 놈은 이제 요리는 거의 손을 놓고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있다. 기껏 해야 냉동피자, 냉동치킨, 가끔 고기 굽기, 떡볶이 정도 만들고 도시락 닭가슴살은 전자렌지 1분으로 끝나는 제품을 사 먹는다. 그런 나라도 요리에 대해 읽는 건 흥미롭고 아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았다. 음식과 맛 책을 읽은 역사가 길긴 하다. 먹는 낙을 놓은 지는 오래이지만 뭐 한 번 훑어봤으니 궁금하고 생각날 때마다 아, 그부분에 비슷한 설명이 있었지, 하(는 일은 흔치 않겠지만)고 찾아볼 수는 있겠다. 먼지다듬이만 더 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이 책을 비닐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 벌레를 죽이기엔 시멘트 벽돌만하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다. 전집류 빼고 한 권 짜리 책 중에는 제일 비싼 8만8천원(중고로 더 싸게 삼)인데다 내용도 꽉꽉 차 있단 말이다. 아 제일 비싼 건 ‘한반도의 새’ 도감 12만원(이것도 중고)이었다...이제 이렇게 무식하게 보지는 말아야 겠다. 통독 안 해도 돼...<br><br>+밑줄 긋기<br>-마지막으로, 수십 년 동안 치즈를 먹으면 충치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왔다. (…)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렙토코쿠스에 의한 산 생성이 증가하는 식사 끝 무렵에 치즈를 먹으면 치즈 속에 함유된 칼슘과 인산이 박테리아 서식지로 스며들어 산의 증가를 둔화시킨다고 한다. (113, 치즈가 충치에 좋다니, 말맛이 맞는다. 나만의 비법이라면, 된장국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으면 감칠맛이 터진다...다들 알려줘도 시도를 안 하더라…)<br><br>-하나의 달걀은 생명으로 굴절된 태양 빛이다. (116, 노른자는 해로 많이 비유가 된다. 이 부분은 아주 시인이구만…)<br><br>-도대체 우리는 영혼을 가진 이 야생 닭의 후예들을 햇볕 한 줌 볼 수 없고, 흙 한번 파보지 못하고, 움직거릴 틈이라고는 3~4센티미터에 불과한 좁은 공간에 갇힌 생물 기계로 전락시키지 않고, 좀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싸고 좋은 달걀을 먹을 수는 없는가.(123, 여기서 ‘인간적’은 좋은 쪽으로 쓰인 듯하다. 이미 산업화된 양계시스템은 충분히 인간답긴 하다.)<br><br>-물 위로 완전히 뜨는 달걀은 아주 오래된 달걀이며 버려야 한다. (136, 공기주머니가 커질수록 오래된 것이다.)<br><br>-지금까지는 고기가 인간의 진화를 도왔지만, 이제 고기는 인간의 퇴화를 도울 수도 있다. 우리는 고기를 절제하며 먹어야 한다. 그리고 고기가 가진 영양상의 힘과 한계를 보완하는 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어야 한다. (196, 자주 듣지만 또 자주 간과하는 일. 기후위기, 식량불균형, 동물권 등 고기는 생명체였던 것의 살점 이상으로 연결된 문제가 많다.)<br><br>-좋은 고기란 깨물면 이빨이 쑥 들어가고, 치밀하면서 실팍하고, 처음엔 잘 씹히지 않지만 이내 이빨에 백기를 들면서 풍미가 나는 그런 고기다. 질기다는 것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고집스레 씹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질김은 근섬유나 근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결합 조직 때문일 수도 있고, 마블링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205, 참 감각적이네 좋은 고기 먹고 싶게 만듦)<br><br>-닭다리의 단백질은 5~8센트가 콜라겐인 반면에 가슴살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206, 퍽퍽함의 이유)<br><br>-몇 년 후, 정부에서 비용을 댄 연구들에 의해 다량의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마블링이 풍부한 프라임 소고기의 지위는 끈질기게 유지되었으며, 미국은 지방 밀도를 고기 품질의 주된 기준으로 삼는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되었다. 다른 두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다. (212, 그러니 등급과 비싼 가격이 고기 맛의 다는 아니지만...다들 더 맛있다잖아.)<br><br>-계속해서 쉬익-쉬익-하는 소리가 강하게 나는 것은 뜨거운 팬에 의해 수분이 곧바로 수증기로 변한다는 표시이며, 이때는 효과적으로 표면이 갈변된다. 약하고 불규칙한 펑-펑-하는 소리는 수분이 물방울로 집적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팬이 덜 달궈져 그것을 날려 보낼 만큼 뜨겁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247, 와 요리사들은 고기 팬 프라잉할 때 소리로 온도를 판단한대.)<br><br>-잘 만들어진 통조림은 정말 효과적이다. 100년 된 통조림 고기를 아무 탈 없이 먹은 적도 있다. 아, 물론 별 맛은 없었다. (276, 아 선생님...ㅋㅋㅋ)<br><br>-다행히 지독한 생선 비린내는 두 가지 간단한 조처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생선껍질에 축적된 TMA는 수돗물로 씻어 낼 수 있다. 또 레몬주스, 식초, 토마토 같은 산성 재료도 도움이 된다. (298, 비린내 싫어하는 나에게 팁...인데 이미 식초 든 세정제로 식탁을 벅벅 닦곤 한다.)<br><br>-오늘날 참치는 대부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잡힌다.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가다랑어와 황다랑어로, 이들은 작거나 중간 크기의 기름기 적은 물고기이며, 번식이 빠르고 해수면 근처에서 떼로 그물에 걸린다. 흰색 살을 가진 고독한 날개다랑어와 더불어 전 세계 참치 통조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08-309, 참치의 원래 이름을 기억해줘야지.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더 크고 희귀하다고 한다.)<br><br>-통생선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껍질이 탱탱하고 윤기가 있어야 한다.(…) 자연적인 단백질성 점액이 껍질을 덮고 있는 생선이라면 그 점액이 투명하고 윤기가 있어야 한다. (…) 눈알이 맑고, 검고, 불룩 튀어나와 있어야 한다. (…) 온전한 생선인 경우에는 복부 부위가 부풀어 오르거나 물컹거리거나 손상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 토막 생선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스테이크와 필레가 겉보기에 포동포동하고 윤기 있어야 한다. (…) 토막 생선이든 통생선이든 상큼한 바닷가 공기 냄새나 으깬 초록 잎사귀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고, 비린내가 심하지 않아야 한다. (314-315, 생선 구입 시 참고하세요.)<br><br>-모든 식물 조직은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건조해져서 팽압을 잃고 내부 시스템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은 식물성 음식은 비닐 주머니, 냉장고 안의 서랍 같은 제한된 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411, 어려운 말 하고 나면 친절하게 바로 풀이해주심)<br><br>-알칼리성 조건은 실제로 쓴맛이 나는 올레우로페인을 분해하며, 광택이 나는 겉껍질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세포벽 물질을 용해한다. (437, 올리브는 수산화나트륨 용액으로 처리한다고...이후 알칼리성 중화 위해 세척, 산성 처리를 한다고 한다.)<br><br>-포테이토칩은 심하게 말하면 외피만 있고 속은 없는 프렌치프라이다. 감자를 1.5밀리미터 두께-감자 세포 10~12개에 해당한다-로 얇게 편 다음 수분이 없어지고 아삭아삭해질 때까지 튀긴다. (449, 집에 감자튀김과 감자칩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셋 있다. 난 사양하는데 몸에 안 좋다하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br><br>-타피오카는 말린 카사바 전분을 작은 공 모양으로 가공한 것으로, 디저트나 음료에 넣으면 물기를 빨아들여 젤리처럼 된다. (451, 필릭스 용복 때문에 자꾸 공차의 펄 알갱이가 어른거린다...광고의 효과)<br><br>-한국인과 일본인들이 특별히 즐기는 고사리는 DNA를 손상할 수 있는 잠정적 위험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피해야 한다. (469, 고사리를 피하자)<br><br>-비식용 꽃:은방울꽃, 수국, 수선화, 협죽도, 포인세티아, 로도덴드론, 스위트피, 등나무(481, 먹으면 안 돼)<br><br>-아보카도라는 이름은 나와틀 족의 단어 ahuacatl에서 왔다. ‘고환‘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배를 닮은 열매의 모양과 울퉁불퉁한 표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496, 선생님, 이제 전 평생 아보카도 먹을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br><br>-익지 않은 상태에서 더운 지역 과일을 냉장하면 세포 조직이 손상되어 영원히 익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익으면 냉장고에 여러 날 동안 넣어 둬도 질이 유지된다. (496, 검게 변한 바나나는 빼고)<br><br>-무화과는 딸기를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화과는 조그만 크기의 진짜 열매들, 즉 수과 밑에 있지 않고 그것들을 덮어싸고 있다.(545, 딸기를 뒤집으면 무화과. 재밌다.)<br><br>-동물들에게는 경험을 통한 학습, 말하자면 특정한 감각을 그에 수반되는 특정한 상황과 연결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냄새가 기억 및 그와 연관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568, 이쯤에서 마들렌을 안 꺼내 오셔서 감사하다.)<br><br>-감초는 소량씩 비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일상적인 섭취는 심각한 혈압 상승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611, 어려서 먹어보고 구경도 못했지만 혹시 몰라 적어둔다.)<br><br>-이미 입안에 불이 났을 때(캅사이신 섭취) 그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입안에 넣는 것, 다른 하나는 밥이나 크래커나 설탱 등 뭔가 단단하고 까칠까칠한 것을 입안에 넣는 것이다. (…)(탄산음료는 오히려 자극성을 높인다). 이 모든 방법이 실패했다면, 캅사이신의 고통은 15분 안에 사라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기 바란다. (615, 이외에도 심하게 매운 걸 먹었을 때 대처법을 공유합시다. 아니면 15분 기다리자...)<br><br>-생강 교역량 가운데 놀랍도록 많은 양이 예멘으로 향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커피에 생각을 타서 마신다. 커피 무게의 15퍼센트가 생강이라고 보면 된다. (621, 예멘 커피 마실 기회가 있을까? 어느 카페 메뉴에 있어서 와, 하고 시켰더니 이제 없다고 했다.)<br><br>-(쓰촨후추=화자오에 든 화합물인)산쇼올은 그냥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치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약한 전류에 감전되었으르 때(9볼트의 전지를 혀에 댔을 때)처럼 낯설고 따끔거리고 찌릿찌릿하고 얼얼한 감각을 만들어 낸다. (626, 때지난 마라탕 열풍의 주역, 난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고(먹어볼까?-&gt;에이 왜 먹었지-&gt;망각-&gt;또 먹어볼까?-&gt;에이..반복), 식구들은 확실히 싫어한다.)<br><br>-파비우스 가문은 누에콩(파바빈)에서, 렌툴루스 가문은 렌즈콩(렌틸)에서, 피소 가문은 완두콩(피)에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키케로 가문은 병아리콩(칙 피)에서 이름을 빌려 왔다. 그 어떤 음식물 집단이 이처럼 추앙받은 적이 있었던가?(699, 로마 명문가는 모두 콩)<br><br>-영국에서는 황산염이 풍부한 버튼온트렌트의 쓴 물맛 덕분에 맑은 에일에 홉을 조금만 첨가해도 되었고, 필젠의 순한 물은 체코의 맥주회사들로 하여금 쓴맛과 향을 위해 홉을 다량으로 첨가하게 만들었다. 뮌헨, 영국 남부, 더블린의 탄산염이 풍부한 알칼리성 수질은 보통이라면 보리 겉껍질에서 떫은 맛의 물질을 너무 많이 추출하게 되는 짙은 색 맥아의 산도를 조정해 주며, 독일의 흑맥주와 영국의 포터와 스타우트 같은 흑맥주의 발달을 이끌었다. (1061, 물맛이 술맛에 영향을 준다. 당연한 거 같은데 또 새롭다.)<br><br>-상식적으로 생각하면 1센티미터 두께의 고기가 속가지 익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센티미터 두께의 고기보다 2배가 걸릴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음식의 전체적인 생김새에 따라 2배에서 4배 사이의 어디쯤까지 걸린다. 깍둑썰기를 한 고기는 조금 덜 걸리고 넓은 스테이크나 필레는 조금 더 걸린다. 열이 음식 표면에서 중심부까지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방법은 없다. 따라서 최선의 규칙은 수시로 그 익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1110, 그니까 고기는 계속 살펴가며 구워야...그나마 삶은 달걀은 칸트 같이 시간 딱딱 맞추는 성실한 음식 같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392/17/cover150/k86253699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3921755</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미래까지는 아니고 바둑 잔혹사+나의 주장 발표 대회. -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67110</link><pubDate>Sun, 23 Aug 2026 16: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671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6608&TPaperId=174671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off/89626266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6608&TPaperId=174671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a><br/>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06월<br/></td></tr></table><br/>-20260823 저자:장강명.<br><br><br> 열 권이 넘게 소설, 산문집, 르포, 어느 시점까지는 다 읽어 오다 내가 ‘졸업’한 작가 중 하나가 장강명이다. 노동과 사회 문제에 관한 소설이었나, 그걸 읽는 순간 자아 성찰도 했지만 동시에 이제 더는 안 읽어도 되겠다 생각했다. 이 책의 제목과 저자를 알게 되고, 소재가 AI 관련이라는 것, 제목이 뭔가 나중을 끌어다가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가 들어서 펼쳐보았다. <br><br> 책의 초중반 대부분은 저자가 인터뷰한 바둑 기사들의 말이 많이 인용되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과 생계와 대응방식이 뒤집어진 것을 내가 잘 모르던 바둑이라는 분야에서 보여주었다. 저자는 바둑계의 변화를 소설 창작 생태계에 닥칠 상황으로 대입해보며 이런저런 예측을 한다. 애초에 지금하는 예측 대부분은 틀릴 거라 가정하면서, 그런 안전 가드를 올리고 내 생각에는, 하는 이야기와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글을 옮겨 놓았다. 대부분 단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반대의 경우가 아니라는 것 또한 증명되지 않았다, 그런 식의 서술이 자주 있었다.<br><br> 인공 지능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 반대인 사람, 인공 지능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내 분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우리가 잃게 될 것, 체념할 것, 그런 것을 바둑이라는 예술 또는 스포츠, 아니면 그냥 바둑 그 자체라는 분야를 통해 미리 보여준다 생각해서 제목을 저렇게 붙인 것 같다. <br><br> 내 직업에서도 계속해서 업무나 수업에 AI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선도자인 강사들이 와서 시범을 보이고 팁을 주는 교육을 한다. 그런데 새로운 도구가 들어온 듯 보일 뿐이다. 이 책 주장과 비슷하게 인공지능이 뭔지 파고들게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교육이 뭔지, 학교는 왜 존재하는지, 그런 걸 더 고민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냥 뒤쳐지지 않아야 하고, 니들도 이걸 알고 써야 하고, 애들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도 예측 밖이지만 하여간에 대응해야 하고, 혼란의 도가니인 것 같다. <br><br> 후반부는 기술 발전 일반과 윤리,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성찰의 부족 이런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반복해 놓았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인공지능이 뭐 어쩔 거래? 하는 사람들의 기대는 딱히 충족시키지 못했을 것 같다. 이대로는 안 된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름대로의 제안을 하긴 하지만 막연하고 본인도 그걸 실행하는 게 자기 일 아니고 국가 차원만으로도 할 수 없는 큰 과제라고 한다. 자세하게는 뭔진 모르겠지만 비슷한 걸 누군가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STS의 효용을 밝히면서 은근슬쩍 자기 작품 홍보(이전 작품, 차기작들)가 좀 많다.<br> <br> 작가는 창작자 입장에서 나보다 쟤(인공지능)가 더 잘 쓰고 감동을 주는 날이 오면 어쩌지? 난 붕괴될텐데, 그런 가정을 하며 글을 쓴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쟤들을 미리 읽는 독자처럼 대한다. 아직은 뭐 써 봐, 하고 읽어보면 조금 우습고 애는 썼네, 하는 수준이어서 그냥 읽기나 해, 고칠 생각하지 마, 읽고 감상평이나 말해 줘, 그렇게 자아성찰 및 자기 비평용 머신으로 쓴다. 뭐 그런 희망도 본다. 혼자 메아리조차 없이 떠드는 그런 막연함을 벗어나, 사람은 아니라도 단 하나의 읽어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계속 쓸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좋은 독자는 미래의 나 자신이다. <br>  <br><br>+밑줄 긋기<br>-나는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 2016년부터 몇 년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것. 그 인공지능이 싼 가격에 보급되는 것. 그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는 것.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 당신이 알던 개념을 인공지능이 재정의하고, 당신은 그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인공지능은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와는 다르다. (일단 겁부터 주고 시작)<br><br>-사람은 의미 있는 일을 자신이 잘해내고 있다고 믿을 때 긍지를 얻는다. 나는 다른 직업에서도 인공지능으로 인해 긍지를 잃을 사람이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어떤 일의 의미와 인간의 유능함을 납작하게 짓눌러 버릴 것이다. (인공지능 이전에도 일에 대한 긍지를 어떻게 가질지 고민하며 20년이 흘러버린 사람도 있다. 저요...)<br><br>-감성이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결정하고 나면 이성은 그런 결정의 근거가 될 적절한 논리를 찾는다. (사후합리화, 갖다 붙이기, 그렇게 서사를 완성하길 좋아하는 게 인간)<br><br>-인간은 여러 분야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그 아래 있는 듯한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개념어와 비유를 동원해 설명을 만들었다. 그 설명에 의존해 행동 규칙을 세웠고, 그에 따라 일한다. 예술 분야에서뿐만 아니다. 경영 이론, 경제 이론, 사회 이론, 정치 이론, 교육 이론 같은 것들이 다 거기에 해당한다. (언어의 한계, 암묵지의 존재 같은 걸 책에서 다룬다.)<br><br>-내게는 사람들이 자기 부족의 중요한 토템을 모욕당해 화를 내는 원주민처럼 보였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고유성이라는 개념은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자아정체성 가르치면서 고유성이란 말을 교과서에서 쓰고 있는데, 자라날수록 정체성이 명확해지기는 커녕, 차이보다 고만고만함이 훨씬 눈에 띄지 않나 싶다.)<br><br>-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나를 둘러싼 기술-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그 영향을 받는다. (열심히 쓰는 사람들을 보며 아 내가 뒤쳐지고 있나, 뭘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br><br>-그 암묵지는 많은 인간 전문가에게 단순히 그들이 보유한 지식 상품이 아니라, 자기효능감과 자부심, 자존감의 근원이기도 하다.<br>  그런 이들에게서는 현장 업무에 대한 애착, 매일의 작업을 일종의 수련으로 여기는 자세, 더 나아가 자기 직업을 삶과 동일시하는 경향 등이 나타난다.(이번 생에 이런 경향을 가질 수 없다면 넌 전문가가 아닌 루팡이라고 읽힌...이상한데서 긁힘)<br><br>-불쉿 직업은 힘들고 보수와 처우가 형편없어서 인기 없는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레이버에 따르면 그것은 ‘쉿 직업(shit jobs)’인데, 그런 쉿 직업들은 불쉿 직업과 반대로 사회적 가치와 의미가 있으며,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환경미화원이나 건설 현장의 잡부가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보수와 처우가 괜찮고 노동 강도가 높지 않은데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불쉿 직업이다. 그레이버는 인사관리 컨설턴트,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 홍보 조사원, 금융 전략가, “불필요한 위원회의 문제를 처리할 직원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을 일상 업무로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그 예로 들었다. (나도 그 쉿 직업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었다. 그리고 내가 마음이 힘든 이유도 스스로 불쉿이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인 것 같다.)<br><br>-인공지능은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가치를 없애버린다. (이건 좀 주어가 아닌 것 같다. 인공지능이 등장했으니 넌 죽어, 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br><br>-그레이버는 불쉿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비참함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모호함과 강요된 시늉” 때문에, “스스로가 원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감내할 만한 가치가 없는 고통”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해를 끼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비참하다.(그래서 소설가는 좋다고 주체성 자랑한다.)<br><br>-최근 20년간 우리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우상(idol)으로 섬기고, 그의 팬을 자처하는 명분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음을 알게 됐다. 인플루언서는 온갖 이유로 인플루언서가 된다. 얼굴이 잘생겨서, 노래를 잘 불러서, 운동을 잘해서, 연기를 잘해서, 그림을 잘 그려서, 글을 잘 써서, 말을 잘해서, 옷을 잘 입어서, 놀라운 주장을 해서, 인플루언서의 가족이라서, 돈이 많아서, 너무 많이 먹어서, 범죄 피해자라서, 아는 게 많아서, 아는 게 없어서, 행실이 훌륭해서, 행실이 막돼먹어서….(진짜 엄청난 다신교 세상이 되어 버렸어…)<br><br>-빅테크 기업들은 우리가 알던 개념을 바꾸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가 하나의 개념이 된다. 그들은 우리가 아는 세계를 이루고 유지하는 근본 개념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이다. (국가가 할 일도 아니긴 하다.)<br><br>-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지닌 사람은 보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모르는 사람은 좋은 삶을 살지 못한다. 사실 좋은 삶을 살려면 어느 정도의 외로움이 꼭 필요하다. 하루 24시간 내내 수백 명과 화상통화를 하는 사람은 좋은 삶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 있는 사람만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의존하는 태도를 버릴 수 있다. 우리는 그 힘을 배워야 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런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 (눈뜨고코베인이 부릅니다. 외로운 것이 외로운 거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150/8962626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598823</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플립북 보듯 휘뚜르르르르. -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2 :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65075</link><pubDate>Sat, 22 Aug 2026 09: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650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835178&TPaperId=174650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209/91/coveroff/k09283517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835178&TPaperId=174650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만화로 보는 3분 철학 2 :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a><br/>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10월<br/></td></tr></table><br/>-20260822 저자:김재훈.<br><br><br><br> 1권 고대철학을 읽고 거의 9개월만에 중세, 근대 철학편을 꺼내들었다. 이번에도 이렇게 빨리 읽어도 되는 거냐 싶게 만화책이라 훌훌 훑었다. 친절하게도 텍스트가 아주 적은 책이라 금방 넘어간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루소, 흄, 라이프니츠, 칸트, 헤겔 등등... 이름만 스치고 갔던, 원전은 두께도 문제지만  나의 사고력으로는 암호문처럼 눈만 스칠 그런 이름들이 나왔다. 고3 때 윤리를 배우고 대학 1, 3학년 때도 뭔 철학 과목이 있었던 것 같긴한데, 난 문돌이에도 급이 있는 것 같다. 철학 하는 분들은 수학, 과학 하라고 해도 잘할 듯한 두뇌의 소유자들…<br> 친구가 요즘 젊은이들의 진로를 이야기하다가, 이전에는 컴퓨터공학 쪽이 인기를 끌던 것이 이제는 철학과 출신들이 오히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에 관한 이해를 갖춘 인재가 되어 취업을 잘한다는 소리를 했다. 오래 전엔 철학, 사회학, 인류학, 이런 인간에 대한 거 공부할수록 취업 난이도가 극상이 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br> 세상은 변하고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다만 난 이제 하던 거나 하고 살아야겠구나, 칸트는 50살 넘어서 순수이성비판을 썼다지만 그 앞의 40년의 삶이 내 40년 같지는 않았겠다. 난 이제 뭘하지, 뭘 할 수 있지, 하는 질문을 너무 길게 오래 끌고 왔는데 요즘은 그 가능성의 폭이 매우 좁고 한정적인 걸 스스로 납득시키는 중이다. 물론 자아정체성 개념을 배우는 중학생들에게는 나의 앞날은 이렇게 좁지만 너희는 아직 선택하고 확장할 가능성이 많단다, 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라지만 그 자아정체성을 나도 아직 모르겠어. 하물며 어린이들이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란, 그런 물음을 자주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라고 하기엔 조금 가혹하고 가학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자기 성찰이 심할수록 자신에게 관대해지기는 어려운 법이다. <br> 그래서, 별 성찰 안 하도록 뇌를 비우고, 누웠다 앉았다 하면서 만화책이니까, 하고 별 고민없이 책장을 넘겼다. 이 정도로 후려쳐서 찍먹하게 만든 것도 뭐 능력이다. 그림이 귀엽다. 철학은 안 귀엽다. 자꾸 봐야 귀여울테지만 자꾸보기도 귀여워하기도 탐탁치 않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8209/91/cover150/k09283517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82099174</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떠나온 삶이란 꿈. - [어제]</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4291</link><pubDate>Sun, 16 Aug 2026 19: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42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3580&TPaperId=174542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6/72/coveroff/89546035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3580&TPaperId=174542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제</a><br/>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08월<br/></td></tr></table><br/>-20260816 저자:아고타 크리스토프.<br><br><br> 천 쪽이 넘는 ‘음식과 요리’를 667쪽 까지 읽은 참이다. 사전을 읽는 거나 다름 없는 미련한 독서를 하고 있다. 길을 잃은 것처럼, 책상 위 회전 책장을 빙글뱅글 돌렸다. 거기에 ‘어제’가 있었다. 약간 횡재한 기분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니. 진분홍색 표지로 혼자 튀면서 여기 좀 봐봐, 하는 걸 모르고 사 놓은 것도 잊은 채 회전 책장 뒷편에 내버려뒀다. 벽돌책에 지쳤는데 두께 얇은 소설이라 잘됐다. <br><br>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과 비슷하게, 국경을 넘은 사람이 다른 나라의 언어로 글을 쓰는 이야기가 여기에도 나온다. 토비아스/상도르의 꿈과 일상이 뒤섞여 있다. 포개진 두 남녀 위로 칼을 꽂은 것도, 린의 남편 콜로만을 칼로 찌른 것도 꿈처럼 그냥 없던 일이 되었다. 어려서 같은 반이고 어머니가 다른 남매였던 린을 다른 나라, 같은 직장에서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것도 꿈 같다. 그녀를 다시 고국으로 보내고, 아들 딸에게 각각 토비아스, 린, 하고 이름 지어주는 것도 꿈일지도 모른다. 소설은 눈뜨고 꾸는 남의 꿈이다.<br><br> 행복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쓰지 않으면 못 견딜 사람이 쓴다. 밤에 잘 때 꿈을 꾸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어쩌면 일어나면서 다 잊었을 수도. 써야 할 것을 쓰지 않는다. 그냥 아무말이나 쓰려고 책을 읽는다. 소설 속 ‘내‘가 공장 가기 싫어, 출근하기 싫어, 하는데, 이틀 뒤의 내 마음의 소리가 미리 등장했다. <br> 대부분의 여생을 이 국경 안에서 살다 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리말처럼 유창하게 다른 언어를 익힐 가망은 없다. 한 나라 한 언어로 살아가는 나는 소설 속 디아스포라나 프랑스어로 글을 쓰게 된 아고타 크리스토프, 밀란 쿤데라의 삶이, 마음이, 글쓰기가 어땠을지 그들의 글을 읽어도 짐작도 잘 못하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걸, 다른 언어를 익히려 애쓰지 않아도 살아지는 삶을 감사해야 할까.<br><br>+밑줄 긋기<br>-곤란한 것은 내가 써야 하는 것을 쓰지 못하고, 되는대로 아무거나 쓴다는 점이다. 아무도 이해 못 할, 심지어는 나 자신도 이해 못 할 글을 쓰는 게 문제다. 나는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 썼던 글들을 저녁마다 종이에 옮겨적으면서 내가 왜 이런 글들을 쓰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해서, 왜 쓰는가?(16, 나도 궁금해1)<br><br>-나는 가끔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자문한다. (47, 나도 궁금해2)<br><br>-나는 여전히 시계공장에서 일한다.<br> 첫번째 마을에서는 버스를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br> 나는 이제 더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140, 나도 여전해)]]></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96/72/cover150/89546035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67272</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밈과 드립의 향연.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2674</link><pubDate>Sat, 15 Aug 2026 21: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26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630260&TPaperId=174526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224/20/coveroff/k0326302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630260&TPaperId=174526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a><br/>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06월<br/></td></tr></table><br/>-20260815 재독. 저자: 압듈라.<br><br> 나 이 만화 봤어, <br>https://m.blog.naver.com/natf/222057226026<br><br> 그리고 6년이 지났다… 그때도 딱 이맘쯤, 여름이었다.<br> 해부학자의 세계 읽고 나서 다시 꽂다가, 그 옆에 만화책이 있어서, 오오, 이거 보면서 좀 쉬자, 하다가 펼친 채로 다 볼 때까지 못 일어났다.<br> 그동안 진격의 거인도 봤고, 밈과 드립도 아직 쓰는 것도 있고 한때였던 것도 있지만 대체로 알아듣겠고, 하루 종일 보던 책에 나온 갈레노스, 베살리우스 또 등장해서 나 저 사람들 들어봤어! 하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br> 해부학의 굽시니스트(?) 수준으로 밈과 드립을 빼곡하게 깔아놔서 정신 없긴 한데 젊은이들은 좀 재미있게 읽지 않을지…(어르신들 죄송합니다...개그가 아마 안 통할 거라 다른 책을 권해요. 아니 나는 젊은이인가?!)<br><br> 결국 이름과 위치, 기능 외우기 공부인 것 같다. 외우기 회로가 고장난 나는 듀오링고 아랍어 공부 1년을 해도 제대로 외운 단어가 거의 없지만(소리 듣고 대충 찍어서 함), 그래도 가끔 이런 만화도 보고, 사다 꽂아둔 ‘근골격 해부학’이나 ‘뉴 근육운동가이드’ 같은 걸 가끔 펼쳐 이름들을 살펴야겠다. 내 몸 어디가 잘 돌아가는지 운동 어떻게 할지 어느 정도 아프면 병원갈지 생각하며 내 몸을 잘 돌봐야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224/20/cover150/k0326302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224209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몸속이 궁금했던 사람들이 남긴 책들. - [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2409</link><pubDate>Sat, 15 Aug 2026 17: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24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933435&TPaperId=174524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815/84/coveroff/k2429334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42933435&TPaperId=174524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a><br/>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09월<br/></td></tr></table><br/>-20260815 저자: 콜린 솔터.<br><br> 이십 대에 초심자를 위한 해부학이라는 외국 영상물 시리즈를 다 본 적이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텔레비전 방영분인지 방청객이 해부대를 둘러싸고 앉아 있고, 선생님이 가공 처리 된 시신 일부를 소화계, 근골격계, 순환계, 생식계 이런 식으로 한 편씩 파헤쳤다. 그냥 그런 영상을 봤다는 기억만 남고 그때의 기분이나 정보들은 다 잊어버렸다. 직접 해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몸 속 세계에 대한 궁금함은 여전한건지 해부 들어간 책을 소설이나 만화책과 운동책, 논픽션을 포함해 여러 권 사 놓았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작은어린이는 몸 속을 보여주는 그림을 아주 싫어해서, 인체에 대한 어린이 책과 모형을 전부 안 보이는 곳에 치워두었다. 언젠가는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면 좋겠다.<br><br> 원제는 해부학자의 도서관, 해부학자의 서재 쯤 된다. 이 제목이 책 내용과 관련해서 조금 더 솔직하다. 저자는 다양한 시대의 해부학자들이 저술한 백여 권의 책들을 소개한다. 학자들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나, 의학에 기여한 발견, 한계까지 간략하게 짚어준다. 해부학 내용 그 자체를 다뤘다기 보다 해부학의 역사책이다. <br><br> 사람이 아픈 이유를 알고 낫게 하려면, 몸의 구조와 기능을 아는 것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그러려면 해체해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하고 부분 간의 연결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부학의 역사는 기원전 3천년 파피루스에 관련 기록이 남을 만큼 길고 오래 되었다고 한다. 어느 시절에는 해부가 허용되어 죽은 또는 산 채로 사람 몸을 갈라 학자가 궁금한 바를 발견할 수 있었고, 덕분에 후대 학자들은 더 나은 발견을 하거나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제법 긴 기간 동안 해부는 금지되어 학자들은 오래 전 책과 낡은 지식을 참고하고, 일부는 몰래 해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br><br> 내가 영상으로 봤던 방청객이 있는 해부학 실습은 꽤 오래 전부터(적어도 500년 전) 있던 일이었다. 해부 극장이라는 게 있어서 학자들이 해부 시범과 인체 부분들을 보이면 빙 둘러앉은 사람들이 보는 식이었다. 이 책에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에 둘러 싸인 해부 실습 장면을 그린 그림이 여러 가지 나왔다. 물론 상세하게 인체 세부를 시각화한 그림이 더 많이 수록되어 있다.<br><br> 르네상스 하면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대 그리스의 학문을 재발굴하고 예술 분야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는데, 인간을 탐구하는 분야 중에 해부학이 빠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유명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정교한 작품들이 해부학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이 책에도 소개되었다. 특히 이 책 중반부에서는 이탈리아 지역의 해부학책을 지은 학자들을 많이 소개했다. 너무 많아서 이름들을 다 못 따라갈 지경이었다.<br> 전에 달갑지 않게 읽은 소설 ‘해부학자’의 주인물인 콜롬보(음핵 발견자)가 여기서도 등장했다. 콜롬보와 그의 제자 발베르데와 대립하는 베살리우스가 낸 책은 엄청 성공해서 그의 책의 해부도를 대놓고 베끼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표절한 책이 넘칠 만큼 사람들의 인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해부학책이 돈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게 베살리우스에게는 열받는 일이지만 덕분에 그의 책 오류도 수정되고 조금 더 새로운 발견이 덧붙여지기도 했으니 미래 사람에겐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말하면 나중에 지옥에서 베살리우스가 나를 해부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이후로도 수많은 훌륭한 해부학 서적이 등장하고, 삽화 표절이나 번역서를 자기가 지은 척 하는 일이 계속 이어진다.<br> <br> 해부학이 발달하고 공식화되어 실습이 많이 실시될수록 시신 수요가 늘어나서 별일이 다 있었다. 영국 정부가 살인범은 공개 해부한다, 했더니 살인 범죄가 줄어들어 시신 공급이 모자랐고, ‘빈민, 정신질환자, 죄수의 시체까지’ 해부용으로 허락하는 유럽 국가들이 생겼다. 시신은 시장 거래 대상이 되어 묘지 도굴, 시신을 만들려는 살해까지 일어났다. <br><br> 주로 이탈리아,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의 해부학 서적을 소개하지만, 일본은 18세기에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비교적 이르게 유럽의 해부학을 도입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의 해부학 고서적 또한 많이 남아 있었고 이 책에 소개되었다. 수술 전 마취를 하는 시도가 일본에서 유럽보다 40년 가까이 먼저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br><br>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에서 알게 된 두 헨리-그레이와 카터-가 ‘그레이 해부학’의 공저자라는 것, 그걸 그레이가 다 숨기고 이익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언급했다. <br><br> 어려서 본 적 있는 ‘인체의 신비전’을 가능하게 한 플라스티네이션 기술을 개발한 군터 폰 하겐스도 빠지지 않았다. 그가 2002년 극장에서 공개 해부를 실시하는 것을 영국 채널4에서 방영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내가 본 영상의 모자 쓴 해부학자가 이 선생님이 맞는 것 같다. <br><br> 이 책의 장점은 책에서 소개하는 오래된 책의 삽화 일부를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이 실어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칼라 페이지가 많고, 주석 포함 400여쪽의 페이지에 겁먹었던 것에 비해 잘 읽혔다. 걸렸던 점도 있다. 독자의 주의를 끌려는 건지 해부학자와 관련된 일화나 해부 대상이 된 시신 중 신분이 밝혀진 극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렇게 흥밋거리처럼 넣어도 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내내 진지했으면 내가 읽는데 버거웠겠지, 하고 말았다.<br><br> 해부학의 역사나 해부학 도감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 해부학이 뭔지 왜 해부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본격적으로 해부학이나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경우엔 머리 식히기용)은 재미있게 볼 만한 책이었다. 나는 어쩌다보니 샀으니까 집에 있어서 읽었다...라고 하기엔 인체에 관한 책을 열심히 보고 있구만…나는 인간이 정말 궁금한가 보다.<br><br>+밑줄 긋기<br>-‘(…)화가, 조각가, 건축가, 금세공인, 자수업자, 목수를 비롯해 회화 및 조각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유용하고 필요한 책’이다. 요약하면 예술가를 위한 예술가의 책이라는 뜻이다. (201, 주앙 쿠쟁이 쓴 학습서 ‘초상화 기법’(1595)의 타겟 독자. 의학 외의 분야에도 해부학은 많은 영향을 주었다.)<br><br>-파리에서 해부학을 배우면서 그(윌리엄 헌터, 해부학자)는 젊은 외과의들이 죽은 자로 먼저 실습하면 산 자를 덜 죽일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270-271, 외과의 해부학 실습이 의무화 된 게 18세기에 와서야라니…)<br><br>-‘삶과 죽음에 관한 생리학적 연구’에서 그(그자비에 비샤)는 생명을 해부학적 측면에서 정의했다. 그는 생명이란 “죽음에 반항하는 기능의 완전체”라고 했다. 이어서 “사방에서 자기를 파괴하려 달려드는 상황에서 살아 있는 몸이 존재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는데, 아마도 비위생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프랑스 혁명을 겪으며 얻은 통찰일 것이다. (316-317, 생명에 대한 관점이 독특했다.)<br><br>-(영국) 해부학법의 예기치 않은 결과는 망자의 주검에 대한 굴욕스럽고 경멸적인 공개 해부를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만든 데 있었다. 해부는 더 이상 범죄에 대한 형벌이 아닌 가난한 죄에 대한 형벌이 되었다. (326, 시신 거래의 합법화는 장례를 치를 수도 없는 빈곤한 사람의 시신을 거래되게 만들었다.)<br><br>-(…)시신은 임신 막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엾은 젊은 여성이었다. 브라우네(냉동 사체 단면 전문가)는 1870년에 이 시신을 받아서 얼린 후 엄마와 아기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절반으로 자른 다음, 태아의 두 반쪽을 다시 합쳤다. (358, 있던 일을 서술한 건데도 왜일까 시시콜콜 늘어 놓는게 좀 거부감이 드는 지점들이 종종 있었다.)<br><br>-해부학의 역사에서 자주 간과되는 것은 해부학자의 실험실이 되었던 몸과 그 영혼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해부학의 발전은 한없이 더뎠을 것이다. 이들은 살아 숨 쉬던 진짜 사람이었다.(…)<br><br> 당신이 이름 모를 시신 위에 허리를 숙이고 딱딱한 메스의 칼날을 들이댈 때, 그 몸은 두 영혼의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임을 기억하라. 그는 그를 가슴으로부터 아끼고 보호한 사람의 믿음과 희망으로 키워졌다. 어린이였을 때, 젊은이였을 때, 그는 당신과 같은 꿈을 꾸며 미소 지었다. 그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행복한 내일을 희망하고 소중히 여겼고,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했다. 이제 그는 이 차가운 슬레이트 위에 그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이 하나 없고, 기도해줄 이 하나 없이 누워 있다. 그의 이름은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운명이 그에게 인류에게 봉사할 힘과 위대함을 주었음을 기억하라. (’병리해부학 편람‘ 저자 카를 폰 로키탄스키가 1876년에 쓴 글 인용)<br>(361, 직전의 내 기분을 의식한 건 아니겠지만 곧이어 해부학의 윤리적 측면을 다룬다. )<br><br>-그의 네 권짜리 걸작에 실린 훌륭한 이미지는 나치 체제에서 사형당한 사람들의 몸이었다. 당시 나치는 동성애자, 집시, 반체제 인사, 유대인을 학살하여 인종 순수성을 추구했다. <br>(371, 나치 지지자 에두아르트 페른코프의 ’인체의 국소 해부학‘은 1937년 출간, 가장 훌륭한 삽화가 수록되었지만 윤리적 문제로 사용이 꺼려지고 있다고 한다.)<br><br>+표지는 친근감(?)들라고 꽃도 끼워 놓고 애썼다. <br><br>+’잔혹함의 보상’(윌리엄 호가스, 1751년)의 마지막 도판은 ‘의학집성’(케탐, 1491년)의 구체적인 묘사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주변의 뼈솥이나 내장 노리는 개 무서워...<br><br>+‘인체 구성의 역사(발베르데, 1556년)‘의 근육남. 인체의 신비전에서도 이 모습을 비슷하게 재현해 놨었다. (172)]]></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815/84/cover150/k2429334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815842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이렇게까지 어려울 일인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1117</link><pubDate>Fri, 14 Aug 2026 20: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5111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617&TPaperId=174511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1/32/coveroff/8937461617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20260814 저자:테네시 윌리엄스.<br><br> 독후감을 세 번 썼다가 지웠다. 아우 다 마음에 안 들어. 또 지우면 안 되니까 그냥 냅두자…읽었다고 다 써야 하는 건 아닌데 이것도 강박인 것 같다.<br> 제목과 작품 안의 욕망, 이라는 말 때문에 욕망이라는 말에 집중하게 되지만, 잘 모르겠다. 욕망이 무얼까. 먹고 싶고 하고 싶고 잘 살고 싶고 원하는 걸 얻고 싶고 그런 건 거의 모든 인간의 일 아닌가. 나의, 너의 바람.<br><br> 블랑시가 사치와 허영이 심하고, 교사이면서 미성년자와 관계 맺는 일을 저지르고, 미치와 결혼해 보려고 점잖은 척 하긴 했다. 그렇지만 미치가 블랑시를 강간하려고 시도하거나, 스탠리가 자기 부인이 아기 낳으러 간 사이 블랑시를 강간하는 건 그놈들의 잘못이다. 열여섯에 결혼한 남자가 알고보니 남자를 사랑했고, 그 남자가 권총으로 자살한 것도 그녀가 생각하지 못한 불운이다. 운없고 허영기 좀 있고 남자로 팔자 고쳐보려다가 수틀린 여자. 그 여자의 허약함을 놓치지 않는 포식자 같은 남자들이 블랑시를 괴롭히고 비난하고 던져버렸다. <br> 의지가지 없고 돈도 없어 동생한테 기대러 왔는데 험한 꼴만 보고 어딜 가도 쫓겨나는 신세이다. 받아줄 곳이 정신병원 밖에 없다는 건 슬프다. <br><br> 인생은 기니까 오늘날 같으면 블랑시가 재활을 해서 사회로 돌아오는 일이 있을까? 언젠가 그녀를 품어줄 사람을 만날까? 작품이 나온 1940년대에는 그럴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희박했을 것이다. 그렇게 옛날 이야기 속 여자들은 미치거나 죽는다. 동생 스텔라나 2층집 유니스처럼 남편한테 맞으면서도, 그래도 이 삶을 떠날 생각 없어, 떠나도 방법이 없어, 하는 불운한 세계이다. <br><br> 이렇게 한 여자가 지독하게 사회관계망으로부터 배척당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고 하기도 그렇고 감동적이라기도 그렇고 그냥 찝찝하고 서글펐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런 걸 많은 이야기들이 되풀이하고 있다. <br><br>+밑줄 긋기<br>-죽는다는 거, 돈이 많이 들어요, 스텔라 아가씨! (24)<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1/32/cover150/893746161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1324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좀 놀았다고 너무 가혹한 거 아닙니까. - [8월은 악마의 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8304</link><pubDate>Thu, 13 Aug 2026 12: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83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519&TPaperId=174483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978/15/coveroff/89374645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519&TPaperId=174483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8월은 악마의 달</a><br/>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br/></td></tr></table><br/>-20260813 저자: 에드나 오브라이언.<br><br><br><br> 아이들이 집 바깥에 있으면 불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개는 아이들이 해를 입거나 사라지는 상황이다. 그러면 내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친다. 생각 꺼져. 근거 없고 확률 매우 낮은 불안일 뿐이다.<br><br> 아직 8월이다. 날짜를 잃어버리지도 않는데, 25년 전 이 날, 만16살 꼬맹이였을 때, 겁도 없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버스와 지하철을 거쳐 아주 먼 신도시에 갔다 왔다. 결국 아무 일 없었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모욕감이 들었고 많이 울었고 두려웠다. <br><br>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대다수가 안도하는 표현을 하지만, 아직 8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휴가는 끝났다. 나도 그 끄트머리이다. 여행도 모험도 없었고, 방과후학교에 가는 아이를 바래다 주고 데려오고, 3주 간 치과 치료를 받고(아직 한 번 남았다), 극소수의 친구들을 만나고, 책 11권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듀오링고로 아랍어를 따라했다. 알 하야 사으바 아다. اَلْحَياة صَعْبة عادةً 그렇지만 평온한 나날이었다. <br> <br> 꽂힌 책 중 가장 얇으니까 펼쳤다. 재미있게 읽었다. 단지 아이를 죽여버린 작가가 미웠다. 굳이 이런 감정을 끌어내려고 갑자기? 개연성 문제가 아닌 기분 문제였다. 22일 간 내내 머물던 나 대신 20일 넘게 떠난 엘런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br><br> 일곱 살 아이는 전남편과 함께 웨일즈로 여행을 떠났다. 아일랜드의 엘런은 당일 갑자기 휴 라는 남자와 즐거운 밤을 보낸다. 각성한 것처럼 비행기표를 끊어 프랑스(아마도 남부) 해변으로 간다. 마주치는 남자들마다 어떤 가능성으로 보인다. 멋진 배우 바비를 우연히 만나 그와 가까워지길 원하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그를 찾는다. 그전과 그 사이에 원하지 않는 접촉을 시도하는 남자 셋을 떨어낸다. 문득 생각난 전남편에게 연락했고, 아이가 여행 중 우유를 가지러 가다가 차에 치여 죽었고, 부서졌고, 이미 묻었다는 걸 알게 된다. 파티 피플들이 위로하고 호들갑을 떨고, 그렇게나 바라던 바비는 엘런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데려다니고, 뭔가를 사 주고, 엘런은 행복감을 느낀다, 바비에게 성병이 옮고 바비가 도망가기 전까지 아주 잠깐. 병과 무자비한 숙박비에 짓눌려 엘런은 집으로 돌아온다. 허무를 느낀다. 다시 휴란 남자가 접근해 오지만 밀어낸다. 다행히 병은 심각하지 않아 마음이 가볍다.<br><br>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홀로 멀리 갔는데, 아이는 죽고 자신은 병에 걸렸다. 휴가 여행 한 번 간 대가 치고는 가혹하다. <br> <br> 휴가지에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는 소설은 주로 프랑스 작가, 특히 뒤라스 걸 두 권 읽었다. 정말 재미없었고 괜한 계층 차이를 느꼈다. 이번 소설은 그보다는 청량했고, 너무 코미디로 가지도 않았고, 이상한 구석 없는 한 사람이 겪는 시련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이가 죽은 설정 말고는 뭐 다 괜찮았다.<br><br> 농구 수업을 마치고, 아이가 나온다. 물을 가져왔나요? 해서 바닥에 몇 모금 남은 탄산수병 가져온 것을 건넨다. 병을 돌려받고는 휴대용 선풍기를 들려준다. 양산을 펼치고 아이와 내 그림자가 양산 그림자에 가려지도록 신경 쓰면서 뙤약볕을 걷는다. 평온한 오전이다. 그러고나서 이 책을 마저 읽고 쓴다. <br> <br><br>+밑줄 긋기<br>-그리고 거리에 서서 엘런은 남자를 갈망하며, 그가 저지른 가장 사악한 짓이란 엘런이 죽은 듯 살자고 체념했을 때 그런 식으로 다가와서 거짓된 희망을 건네고 하룻밤 동안 새 삶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37, 줬다 뺏는게 제일 나빠…)<br><br>-노란색 꽃은 무거운 꽃가루 때문에 지친 듯 축 처진 채로 흔들리고 있었다. 땡볕 속에서 힘없이 늘어진 모습이었다. 바비가 부드럽게 꽃송이를 따더니 다른 꽃송이에 정면으로 가져다 대고 살포시 포갰다.<br> “깨끗한 짝짓기.” 바비가 말했다.<br> “정말 꼴사나운데.” 그 광경을 완전히 몰입해서 지켜보던 데니스가 말했다. “쟤네 느낄 줄 알아?” (155, 눈앞에 그려보면 진짜 웃긴 장면이다.)<br><br>-바비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난은 향수와 마찬가지로 엘런이 폐기한 감각이었다. 이런 낱말들은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비하면 미미할 뿐이었다. 해변에서 보낸 날들은 빛바랜 꿈이었고, 오직 질병만이, 엘런 주변의 대기와 도로의 돌, 지나가는 자동차만이 실재했다. (227, 아프면 다 소용없어.)<br><br>-과거에 자신이 광증에 사로잡혀 인생을 망쳐 버릴까 봐 걱정했다는 것, 외딴 호수에 몸을 던진 두 여자처럼 미쳐버릴까 봐 걱정했다는 것을 생각하자 우스웠다. 하지만 이 병은 광기보다 동정받기 힘들었다. 전염되는 병이었고, 용서받을 수 없었다. (229, 남자들도 이따금 자기가 미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할까. 내가 다니는 의원의 대기실에는 압도적으로 여성들이 많다. 그래서 아마도 바깥 세상에 치료 없이, 자기가 미친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는 미친놈이 미친년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성병에 걸리는 걸 더 염려할 것이다.)<br><br>-‘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어. 깊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필요하다면 사랑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232)]]></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978/15/cover150/89374645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978158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나의 몸과 기에는 연결되지 못한 책. - [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6721</link><pubDate>Wed, 12 Aug 2026 16: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67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99441X&TPaperId=174467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97/75/coveroff/k78273832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199441X&TPaperId=174467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a><br/>김태우 지음 / 돌베개 / 2021년 02월<br/></td></tr></table><br/>-20260812<br><br><br> 20여년 전, 최고 단계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그런 줄도 모르고 남용하다가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졌다. 연고는 듣지 않게 되었고, 염증이 온몸으로 퍼지고, 감염된 부위도 있었다. 가려움, 긁으면 안 되는데 잠든 채 벅벅 긁다 놀라 깨면 엉망이 되어 버린 상처, 삶을 놓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br> 부모는 어려서부터 그전까지도 나를 낫게 하겠다고 피부과, 나병 환자 의원, 1년 안에 치료하겠다고 정체 불명의 조제약을 지어주는 약사, 온갖 민간요법까지 안 해본 것, 안 가본 곳이 없었다. <br> 이제 막 만20살이 된 나는 상처와 진물에 달라붙는 바지통을 떼어가며 겨우 걸어다녔다. 한여름에도 긴팔 긴바지로 염증을 가리고, 축제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챙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br><br> 마지막 시도로 아토피성 피부염과 건선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의원에 갔다. 침대에 누워 침을 맞았던 거 같은데 별로 안 아팠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탕약값이 매우 비싸서 난감해하자, 저렴한 환약을 선택지로 줬고, 병변에 소독솜으로 찍어바르라는 약도 줬다. 알갱이들을 먹고 한약냄새 나는 묽은 액체를 염증 여기저기에 발랐다. 수돗물이 나쁘다 해서 내가 사는 원룸에 부모가 연수기까지 달아주었다.<br><br> 여전히 가려웠고 방법이 없다, 싶어서 몇 달 다니다가 결국 비싼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그만두었다. 다행히 피부염으로 죽지는 않고 아주아주 오랜 시간 거쳐 모든 염증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일부만 작게 고질로 남은 채 대부분의 손상된 염증 부위에 새살이 돋았다.<br><br> 10년 단위로 돌아오는지, 10년 전에는 몸과 얼굴까지 염증으로 뒤집어졌다. 어린이집에서 만난 할머니가 EM용액이 좋다고 써보라고 해서 비료나 할 것을 발랐다가 감염만 되었다. <br> 아주 오랜만에 피부과를 찾았다. 스테로이드제를 두려워하는 나에게 의사는 본인과 자신의 자녀도 비염이 있다며 심해지고 필요하면 약을 쓴다고,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먹는 약도 연고도 가장 순한 종류로 처방할 것이고, 그러고나면 스테로이드의 대안으로 프로토픽 같은 연고도 나중에 처방해주겠다고 달랬다. 00대병원에 가면 달맞이꽃 종자유를 처방하는 선생님도 계시다고 나중에 필요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br><br> 이번에도 더디긴 했지만 낫긴 나았다. 스테로이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배웠고 특정 성분에 대한 공포도 사그러들었다. 그러고나서 10년이 또 흘렀는데, 지금은 허우대 멀쩡하지만 방심할 순 없다…<br><br> 그렇게 마지막 한의원 치료를 20여년 전 경험한 이후, 나는 한의원에 가지 않는다. 발목을 다쳤을 때도 한의원에 가보라는 이웃이 많았는데 안 갔다. 나중에 여러 병원을 전전해 겨우 인대 파열과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으로 진단받은 이 병을 한의원에만 맡기고 병원에 안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알고 싶지 않다.<br><br> 서양 의학과 한의원을 대비시켜 설명하려는 시도는 처음에는 흥미로웠다. 그런데 의학은 진료 과목이 무엇인지에 따라 선생님들의 시선이든 환자와의 접촉이든 다 달라진다. 주로 내과 진료실 풍경이 예시가 되는데, 그걸 의학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일반화하며 한의학을 설명하는 건, 뭔가 한의학과 짝이 맞도록 짜맞추는 느낌이 들었다. <br><br> 사상의학이나 동양철학, 거기에 푸코와 현상학, 언어학, 존재론 같은게 튀어나와서 동양의학의 존재 가치를 열심히 풀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잘 알아듣지 못했고, 그래서일까 정말 그렇겠구나, 하는 부분이 없었다.<br><br> 이 책을 갖추고 읽은 건 내가 한의학을 너무 몰라서, 알면 이해하고 마음이 열릴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시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새끼 생각보다 철벽이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아진 사람들은 진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 선택을 존중한다. 아프면 뭐라도 하고 싶은 사람 마음이라 가장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이 그곳이라면 가는 게 맞겠다. 그냥 나만 안 가면 돼…<br><br>+밑줄 긋기<br>-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산다. 우리가 세계를 아는 방식은 곧잘 말 속에 체화되어 있다. 말 속에 이미 어떤 관점의 틀이 자리 잡고 있을 때, 그 말을 사용하면서 다른 틀로 사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언어의 변화는 사고의 변화를 수반한다. (73-74, 예전에 말/글을 바꾸면 내가 달라질까? 하고 ‘언어의 밝은 집’이란 사고실험 같은 걸 잠깐 했는데 금세 집어치웠다.)<br><br>-고흐는 그가 바라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구도, 색감, 붓터치 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구성해 그림 속에서 실현한다. 마찬가지로, 맥에 대한 동아시아의서의 표현은 기혈의 흐름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며, 묘사적 서술 역시 흐름이 있는 생명의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주의와 후기인상주의의 차이를 서양의학과 동아시아의학의 차이로도 읽을 수 있다.  (93, 여기서 어떻게 ‘마찬가지로’가 나올 수 있는지 전후를 살펴도 납득을 못했다. 시점은 참신하지만 거참…한의학은 후기인상주의 미술과 특성을 공유한다는 말.)<br><br>-마찬가지로, 동아시아의학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은 맥락을 다 잘라버린 선언일 뿐이다. 대상의 특정과 지시를 강조하지 않는 동아시아의학의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는 단정적인 언사다. 여기에는 또한 모든 의학이 대상을 강조하여 객체화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심하게 말하면, 그런 선언들은 폭력적이다. 후기인상주의 그림을 보고 사실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105-106, 발췌를 삼가야겠다 싶은게, 특정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면 책 전체의 흐름과 맥락을 보라고 혼날 거 같은 느낌이다. 누가 그랬어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 누가 언제 어디서 했어, 혼 좀 나자, 하는 기분)<br><br>-세계에 대한 앎의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객관 아닌 앎을 이해해보려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106,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브로콜리너마저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가 듣고 싶어져서 들었다.)<br><br> -아날로지즘은 존재들의 기저를 흐르는 이치에 주목한다. 그 이치가 근간을 이루면서, 또한 변주하면서 세계를 구성한다. 이때 아날로지는 그 근간의 이치를 이르는 말이다. 음양, 사시, 오행, 주역 괘가 동아시아 아날로지의 예시들이다. (127, 동양철학과 한의학의 연결성을 강조하는데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 연결하기 쉽지 않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97/75/cover150/k7827383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3977595</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나무는 계속 자라지만 사람은 어느 순간 쪼그라들잖아. - [바람의 독서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4354</link><pubDate>Tue, 11 Aug 2026 12: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43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48585&TPaperId=174443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57/9/coveroff/895444858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48585&TPaperId=174443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람의 독서법</a><br/>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br/></td></tr></table><br/>-20260811 저자:김선영.<br><br> 한국문학은 특이하게 출판사에서 학년이나 적정 연령을 제시하기도 하는 아동문학, 동화 시절을 거쳐, 성인(?) 문학으로 넘어가기 전 청소년문학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가끔 읽어보면 그 완성도가 천차만별이라 때론 오, 때론 아아… 한다. 어느 때건 아이들도 단순히 도파민 터지는 소재말고도 완성도 있는 문장과 서사를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았으면 싶었다. <br><br> 큰어린이 읽으라고, 비교적 얇아서 갖춰 놨는데 읽긴 했는지 모르겠다. 제목을 보며 얇으니까, 하고 꺼내서 금세 읽었다. 큰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좋았다. 글쓴이의 내공이 느껴진달까… 그렇다고 책날개에 적힌 다른 책들을 찾아보기엔 그러다가 실망한 적이 많아서 망설여진다. <br><br> 내가 읽어봤으니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권할만한 서사와 문장이었다. 청소년 화자로 진행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어떤 책을 읽을 때는 젊은이가 노인 흉내를 내거나, 어른이 아이 흉내를 내는 글을 읽다가 그게 너무 티가 난다 싶어 재미가 식을 때가 있는데, 소설집 속 소설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물론 그건 책을 읽게 될 청소년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성장의 서사가 어설피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내게도 소용이 있으면 좋겠다.<br><br>-바깥은 준비됐어<br> 나는 쥐. 엄마는 박쥐. 인서와 달리 나는 말 없이 학교를 안 간 적이 없다. 학생 때도 선생 때도 그렇다.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은 여럿 보았다. 학교가 문제인 적도 있고, 집이 문제인 적도 있다. 나는 내가 문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알약을 삼키고 꾸역꾸역 학교에 간다. 어떤 연결들 때문일 것이다. 내가 빠져나간 자리에 생길 혼란에 대한 두려움.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바깥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br><br>-바람의 독서법<br> 전생에 입시에 대한 큰 중압감 없이 나 자신이랑 집안 꼬라지와 싸우기만 하면 됐으니 돌이켜 보면 편하게 그 시기를 넘겼다. 그래서 진화한 입시 지옥을 직접 체험해 보려고 두 번 더 수능을 봤었나 보다… 화자에게 생긴 난독증과 반대인 이독증(?) 같은 능력, 난 정말 부럽기도 했다.<br><br>-흔들리는 난타<br> 근육질에 애들 장악력 있는 선생이 어디선가 뿅 나타나 문제아들을 다 잡고 좀 나은 길로 인도하는 이야기가 자주 있는 건 모두의 바람이 대충 비슷하다는 뜻이겠다. 심지어 그 문제아들조차 누군가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는 걸지도. 이런 판타지를 읽으면 내 역할은 대체 뭘까 무거워진다. <br><br>-나는 잘 지내<br> 대부분 청소년 화자이지만, 이 글에서는 모녀의 이탈리아 여행 중 엄마가 중심이 된다. 보호와 집착 사이, 그 균형은 쉽지가 않다.<br><br>-중독<br> 공예품 수집가 엄마, 남의 손 사진 몰래 찍는 아들, 멈출 수 없는 무언가. 게임, 약물, 알코올, 스마트폰 중독 이런 건 흔하고 사랑중독마저 있는데 사실 사람은 푹 빠져 있을 만한 뭔가가 하나라도 있어야 살 기운이 나는게 아닐까.<br><br>+밑줄 긋기<br>-그런 건가? 나는 넓어지고 있는 건가? 나도 넓어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자라고 있는 게 맞긴 한가? (18, ‘바깥은 준비 됐어’ 중. 나도 내 성장보다는 닳아짐을 더 많이 의식했던 것 같다.)<br><br>-물빤드기:물맴이 따위의 물에 사는 곤충을 가리키는 말의 사투리로, 반들거리는 사람을 이름.(74, ‘흔들리는 난타’ 중.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고 윤흥길의 소설 ‘기억 속의 들꽃’에 나오는 단어라고 함.)<br><br>-직수굿하다:저항하거나 거역하지 아니하고 하라는 대로 복종하는 데가 있다.(83)<br><br>-가붓하다:조금 가벼운 듯하다.(84, 125, 이 소설은 유독 평소 잘 안 쓰는 어휘들이 많이 나왔다. 새로운 단어들을 알게 되는 건 좋은데 문제아 여고생 화자랑은 조금 어긋나는 말들이었다.)<br><br>-그 순간, 마지막 남은 물마저 빠져 버린 바닷가가 된 기분이었다. 차디찬 갯바람만 휘휘 대고, 물이 들어오지 않아 팍팍하게 갈라지는 갯벌 같았다. (102, ‘나는 잘 지내’ 중. 물 없는 바다를 본 적이 있다.)<br><br>-“사치?”<br>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낭만 같은 거.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없으면 건조해서 견딜 수 없는데,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151, ‘중독’중. 내게 그게 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57/9/cover150/895444858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5570969</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묻었다. -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2974</link><pubDate>Mon, 10 Aug 2026 16: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29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812&TPaperId=174429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40/coveroff/k03213081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812&TPaperId=174429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a><br/>박상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07월<br/></td></tr></table><br/>-20260810 저자:박상영.<br><br><br> 표지 날개 안쪽에 작가의 책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 하나도 읽지 않은 것이 없어서 새삼 놀랐다. 결국 이 책까지 샀으니 꼬박꼬박 따라가며 읽고 있구나 산문집 두 권마저 봤구나. 이번 책도 재미있으면 좋겠다.<br><br> 술술 읽혔다. 걸리는 페이지가 없었다. 다만 장면을 눈에 보이듯 그리는 문장들, 서사의 구성 방식은 내가 알았고 좋아하던 그게 아니었다. 나는 드라마를 읽는 중이었다. 그걸 염두에 두고 쓴 건지 아닌지 몰라도 나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보지 않는다. 책에 드라마가 묻었어...영화일 수도 있고… <br><br> 좋은 글이 뭔지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쉽고 재미있게 금세 읽을 수 있는 글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보편적인 서사와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는 거니까. 클리셰라고도 하는 그것을 내가 진저리치게 싫어하자, 한 친구는 ’그건 클리셰를 싫어하는 클리셰’라고 했다. <br><br> 띠지는 왜 저 문장을 뽑았나 모르겠다. ‘망해도 너무 망했다’ 사람들은 남이 망한 걸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대다수는 컨텐츠에서라도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을 더 좋아한다. 웹소설과 웹툰이 그런 식으로 전개된다. <br><br> 이 책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제 박상영을 ‘졸업’한다. 내가 좋아하던 누군가들이 나 아니어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을 형태로 변해간다면, 그래, 행복하길,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하고 ‘좋아하는’에서 ‘는’을 ‘던’으로 바꾸는 짓을 많이 했다. 그걸 졸업이라 부르기로 했다. <br><br> 재벌가를 둘러싼 출생과 죽음의 비밀, 권력 싸움의 이야기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걸 어떻게 그리는지가 글의 갈 길을 가른다. 샤갈이 이제부터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가기로 했어, 하면서 그려놓은 그림을 보고 입이 벌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길을 잘못 들었네, 길이 잘 못 들었네, 하면서 뒤돌아서 무수한 갈래길로 향한다.<br><br>+밑줄 긋기<br>-완벽히 모르는 세상을 쓴다는 건 결국, 절대 이해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세상을 끝내 이해하고 말겠다는 욕망과 다르지 않다. (352-353, 작가의 말 중. 나도 노력은 했어.)<br><br>-“당신을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백골이 바스러져도, 온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당신의 만행을 결코 잊지 않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필코 당신을, 당신을 파멸시킬 거야.” (131, 이 독후감은 이 문장까지 읽고 작성되었다. 그렇다고 읽기 중단한 건 아냐… 부디 내가 성급했다 생각하며 독후감을 처음부터 다시 쓰길 바라…)<br><br>-살아 있는 동안 끝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사람들, 말하지 못한 사연들은 결국 어디에 쌓이는 걸까. 기억에서 잊힌 이름들과 이야기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166, 그곳이 없다면 사람은 살아가지 못할 거야. 망각의 축복)<br><br>-나는 그런 그녀에게 요코하마의 ‘졸업생’이라고 불러주었다. 그 말에는 축하와 함께,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작별 인사가 섞여 있었다. (267, 이 부분 읽기 전에 박상영 졸업 선언해버렸는데...소오름 ㅋㅋㅋㅋ까지는 아니고 사람 생각이 뭐 다 거기서 거기여...)<br><br>-당신이 피로한 얼굴로 마른세수를 했다. (289, 적어도 네 번 마른세수하는 사람이 나온다. 나는 안경을 써서 못하는 그것….)]]></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4/40/cover150/k03213081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34405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가기 전에. - [금각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0883</link><pubDate>Sun, 09 Aug 2026 15: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408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39877&TPaperId=174408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coveroff/89010398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039877&TPaperId=174408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금각사</a><br/>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br/></td></tr></table><br/>-20260809 저자: 미시마 유키오.<br><br><br> 국외 여행은 귀찮아졌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 본 게 2018년 초 베트남에 다녀올 때였다. 전에 걸린 혈전증은 이코노믹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장거리 비행 승객이 노출되는 위험이라고 알게 되어서 더 비행기가 꺼려진다. <br> 큰어린이와 곁의 사람은 듀오링고로 일본어를 열심히 배운다. 둘다 일본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2016년 작은어린이 없던 시절 우리 셋은 오키나와에 다녀왔다. 그랬으니 일본 체험은 끝 아닌가, 싶은데 두 사람은 일본에 한 번 더 다녀왔으면 했다. 작은어린이는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 봐서 다른 나라를 가보고 싶어한다.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한 주 전에 내년 2월 말에 맞춰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숙소를 예약한 것도 결국 나였다. <br><br> 오사카에 머물며 교토와 나라를 방문하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도 가는 게 대략 짜인 여정이다. 귀찮다던 내가 리얼 교토, 리얼 오사카, 이런 여행 가이드북을 전자책으로 빌려 제법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여행은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을 움직이고 이것저것 하게 만든다.<br><br> 교토에 킨카쿠지와 긴카쿠지가 있다고 했다. 그게 그거 아냐? 했는데 금각사, 은각사, 서로 다르고 위치도 각기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금각사에 가게 되겠지? 그러다가 펼친 소설이 금각사였다. <br><br> 취재와 상상을 바탕으로 했겠지, 했는데 바탕이 되는 사건을 상세히 적어둔 책이 이미 있었다고 해서 조금 배신감이 들었다. 영리하게 머리 굴려 쓴 책이로구나… 예전에 엄마를 살해한 9수생 이야기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소개말에 실화라고 해서 뭐야, 했던 기억이 난다. 씨앗 없는 이야기가 어디있겠어. 현실은 현실이고 이야기는 이야기이다. <br><br> 소설은 때로는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마음과 행동과 동기를 상상해 보고 결국 어떤 결과 내지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을 읽는 이가 좇게 만든다. 스님 연습생(?)이던 미조구치가 금각에 사로잡혔다가 금각에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작가는 화자의 마음 속에도 들어갔다가,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것도 쫓아갔다가, 주변 사람들의 영향과 그에 대한 화자의 반응도 살피다가, 미리 밑밥을 깔고 어떤 일의 우연성에 대해, 그렇지만 실제 저질러지는 큰일들은 우발적이지는 않다는 것(그니까 사전 준비도 치밀하고 이미 굳은 마음을 먹은 경우가 많다)을 주의깊게 그려놓았다. <br><br> 덕분에 일본에 불교 문화의 흔적(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걸 알았고, 교토에 가서 오래된 느낌의 건축물을 볼 때 저게 무슨 의미야 오래됐을 뿐… 하는 마음은 덜게 되었다.<br><br> 미조구치 나이 언저리에 읽었다면 그때마다 (십대든 이십대든) 다른 감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 나이의 나는 채팅방에서 수다 떨고 온라인 대항해시대 하는 걸 책 대신 선택했기 때문에 그 감상은 다른 세계에만 남아 있다. 이제 왠만한 등장인물을 보면 다 나보다 어려… 그래서 더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는 건 좋은 점일 수도 있고, 어린 마음의 불안을 많이 잊어버려서 몰입과 공감을 하기엔 너무 무미한 인간이 된 건 좀 안타깝기도 하다.<br><br> 영화를 봐도 책을 봐도 자꾸 분석하려고만 든다. 그냥 하하호호 웃기다 훅을 날릴 땐 엉엉 슬프다 클리셰를 보면 익숙함에 편안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정도의 감식안이라면 조금 더 행복했을까? 그렇다고 이 소설을 막 따지고 분석하고 본 건 아니었다. 그냥 읽는 도중 나오는 인물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평가 같은 게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다음이 어떻게 되나 보자, 할 뿐.<br><br> 호오의 마음이 없는 문학 읽기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 덤덤함에 대해 여러 원인-수험 공부로 과부하가 왔다, 노화가 왔다, 향정신성 약물 탓일지도 모른다, 그냥 원래 이런 놈이다-을 떠올려 본다. 원래 그런 건 없을 것이고, 지금의 난 하여간에 그렇구나, 학교에 불 질러 버려! 하고 장난삼아 어디선가 말하거나 생각했던 것 같은데, 판사님 방금 앞 구절은 제 토끼 인형이 쓴 것입니다, 확실히 돌아버린, 잃을 게 없는 사람의 마음을 난 아직까지는 다행하게도 겪지 못했구나, 불행히도 누군가는 그런 걸 겪었구나, 한다. 아니,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이렇게 쓰는게 맞냐? <br><br>+밑줄 긋기<br>-나는 자신도 모르는 곳에 이미 미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만과 초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가 명백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면, 나라는 존재는 미로부터 소외된 것이 된다. (25, 아름다움은 자기 머리 속에 있는 걸 화자는 몰랐다.)<br><br>-나는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어, 혹은 고개를 기울여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것은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꼭대기의 봉황도, 까마귀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기는커녕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라는 것은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29, 사람은 상상력이 있어서 실망하는 거지.)<br><br>-교토 시 전체가 불에 휩싸이는 것이, 나의 은근한 꿈이 되었다. 이 도시는 너무도 낡은 것들을 원래의 모습대로 지키고 있었고, 수많은 신사나 불당들은 그 속에서 생겨났던 작렬하는 재의 기억을 잊고 있었다. (51, 오래된 것들 보러 가 봐야지)<br><br>-나는 다만 재화를, 큰 파국을, 인간적인 규모를 초월한 비극을, 인간도 물질도,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도, 깡그리 동일한 조건하에서 말살시켜 버릴 거대한 하늘의 압착기와도 같은 것을 꿈꾸고 있었다. 때로는 초봄 하늘의 심상치 않은 광채가, 지상을 덮어 버릴 정도로 커다란 도끼날의 시퍼런 빛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단지 그 낙하를 기다렸다.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신속한 낙하를. (52, 히로시마 다음으로 고려된 폭격 지역이 교토였다는 걸 안다면 이런 소리 못하지...에반게리온의 나라)<br><br>-미라는 것만을 골똘히 생각하면,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암흑적인 사상에 자기도 모르게 직면하게 된다. 인간은 아마도 그렇게 만들어진 모양이다. (52, 인간 말고 예술가로 한정하죠. 대부분이 남들이 아름답다는 대로 따라하며 살다 죽어요.)<br><br>-흙투성이가 되어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신발을, 무한한 관용에 의하여 머리 위에 올려놓음으로 해서 보살도를 실천한 것이다. (71, 칠조어론에서 칠조도 같은 모습으로 열반했다.)<br><br>-인간처럼 필멸하는 것들은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반면에 금각처럼 불멸의 것은 소멸시킬 수 있다. 어째서 사람들은 그러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까? 내 독창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메이지 30년대에 국보로 지정된 금각을 내가 불태운다면, 그것은 순수한 파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며, 인간이 만든 미의 전체 무게를 확실히 줄이는 일이 된다. (205, 비대한 자아는 이리저리 튄다. 숭례문 불태운 사람이 저렇게 난 천재야, 미의 감축, 이랬을까? 술김에 불지르는 것보다, 명료한 정신이 저런 방향이면 참 곤란하다. 사랑이 없어서 그래.) <br><br>-금각이 언젠가는 불타리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견디기 쉽게 되었다. 죽음을 예감한 사람처럼, 절간 사람들에 대한 내 감정은 좋아지고, 대응하는 태도도 밝아지고, 무슨 일이건 화해하려고 들었다. (211, 그렇다면...아, 아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cover150/89010398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51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최애 멍뭉이들. - [사랑스러운 강아지 - 몰티즈 앤 리트리버의 행복한 일상]</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39115</link><pubDate>Sat, 08 Aug 2026 14: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391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805&TPaperId=174391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6/39/coveroff/k7421308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805&TPaperId=174391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랑스러운 강아지 - 몰티즈 앤 리트리버의 행복한 일상</a><br/>몰티즈 지음, 서미영 옮김 / 대원앤북 / 2026년 07월<br/></td></tr></table><br/>20260808 저자:몰티즈.<br><br><br>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으로 적립금이 생겼다. 장바구니에는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박상영)’와 ‘사랑스러운강아지’가 담겨 있었다. 몰티즈와 리트리버가 귀염떠는 짧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서 가끔 보곤 했다. 최근 넋놓고 보는 아이돌은 광고에 잔뜩 등장하는 필릭스 용복이 있고, 뇌 빼고 귀엽다 하게 되는 캐릭터는 이 두 강아지들인 것 같다. 그래서 상 탄 김에 질렀다.<br> 진짜 개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개를 키운다는 건 너무 사람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기고만장해서 나를 보고 짖거나 물려들거나 앞발을 들어 아랫다리를 팡 찍는 것도 싫고, 반대로 눈치가 너무 빨라서 아 저 사람 개 싫어해...하면서 흘끔 보다 눈 피하고 다시 흘끔 보는 것도 싫다. 싫어해서 미안해 개야. 어려서 키운 개들이 늘 사람보다 먼저 사라져서 그게 슬퍼서 일부러 싫어하는 지도 모르겠어.<br> 캐릭터로 아예 사람인 듯 아니면 개인 척 사람인 귀여운 것들은 그래서 그냥 가볍게 소비해도 크게 죄책감은 안 든다. (아니 귀여운 걸 보고 왜 죄책감 걱정까지) 이 책의 얘들은 대부분 둘이서 서로 도닥도닥해 주니까 사람이 개를, 이 아니고 개끼리 개를, 이라는 비현실적이지만 내 세계관 안에서는 허용되는 장면 같다. 이마의 언잖은 11자 주름도, 꼬질꼬질해지거나 비 맞아 푹 젖어도, 울어도 웃어도 귀여운 강아지들이다.<br> 그냥 귀엽다! 헤헤 하면 될 걸 이렇게 굳이 T하고 분석하는 인간인 나마저 홀린 멍멍이들, 한 번에 쭉 보고 끝 아니고 그냥 기분 꿀꿀할 때 필릭스 찾아 피드를 훑듯 책 페이지 몇 장 넘기면 좀 잡생각이 줄어들 것 같다. 귀여운 이미지로 기분 나아짐을 만든다는 건 그거대로(지은이나 소비하는 이나) 대단한 일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6/39/cover150/k7421308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363973</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사랑한 남자들. - [도둑 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30508</link><pubDate>Mon, 03 Aug 2026 19: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305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846&TPaperId=174305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1/6/coveroff/893746184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846&TPaperId=174305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둑 일기</a><br/>장 주네 지음, 박형섭 옮김 / 민음사 / 2008년 08월<br/></td></tr></table><br/>-20260803 저자: 장 주네.<br><br><br> 제목만 보고 기대를 너무 했나 보다.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에 도둑을 집어 넣은 이 남자는 무작위로 과거를 회상하며 두서없이 거쳐온 장소들과 남자들에 대한 썰을 풀었다. 그 모든 걸 아름다움으로 치장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딱히 재미있지도 않았고, 추한데 자꾸 보게 되는 그런 종류도 아니었고, 미감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전에 읽은 ‘길 위에서’와 ‘폭력적인 삶’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넓은 지역을 떠돌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쓰는 남자는 앞의 책을, 사랑을 갈망하는 가난한 남자는 뒤의 책을 닮아 있었다. 세 가지 책의 공통점은 아저씨들이 썼고 민음사 세계명작 시리즈이며 두꺼운데다 매우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br><br> 화자는 남자에 미친 새끼이다. (그가 생각하는) 강력한 남성성을 지닌 사람에게-그가 범죄자이든 경찰이든- 금세 사랑에 빠진다. 다만 그 넓은 사랑은 남성에 한정이라서, 그의 이야기에 여성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자기가 사랑한 남자가 착취하며 사는 성매매 여성 정도가 가끔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인류애 같으면서도 반쪽 짜리이다. <br><br> 도둑질, 강도짓, 성매수자 쫓아가 협박해서 돈 털기, 살인, 사회에서 말하는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런 삶의 형태를 성스러운 것으로 표현하고, 심지어 신성모독으로 보일 만한 생각도 하는 인물들과 화자를 보며 어떤 감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덤덤했다. 이거 이미 이백 몇 년 전에 사드가 하던 짓이잖아. 걔는 귀족이었다만 감옥 가고, 성적 스캔들 일으키고, 나중에 사회운동(혁명)도 하고, 뭐 그런 비슷한 점들이 보였다. 나는 너무 매운 걸 많이 먹어서 이제 웬만한 건 암시롱 안 혀. <br><br> 어려서 이십 년 가까이 살던 셋집에는 도둑이 여러 번 들었다. 부모가 금은방 하다보니 왠만한 건 가게 금고에 있었지만, 외국에서 노동하던 삼촌들이 사다 준 향수병들, 코니카 카메라, 수집한 외국 잔돈, 나와 동생이 모으던 저금통 같은 게 사라졌다. 뭔가 없어진 것도 안타깝지만 집이 그야말로 이것저것 빼내던져 난장판이 된 모습이 어린 마음에 충격이었다. 신발을 신고 들어와서 밥상에 쭈그리고 앉아 발자국과 청바지의 엉덩이 자국을 고스란히 남긴 도둑, 현관 유리를 부수고 문을 따고 들어온 도둑, 지하실과 연결된 뒷문을 열고 들어온 도둑... 누군가의 침범은 내가 사는 곳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집안에도 이미 위험요소(=아빠)가 있긴 했지만… <br> 부모의 가게에도 여럿이 와서 손님인 척 정신을 빼놓고 그 사이 진열장을 열어 물건을 빼가거나, 앉아서 잠시 밥 먹는 중에 소리없이 들어와 귀걸이 진열대를 통째로 들고 달아난 도둑들이 있었다. 나와 내 동생의 동갑내기이던 옆집 자매도 자잘한 물건이나 돈을 우리집에서 꺼내가고, 자매 중 동생은 내 동생의 열쇠를 훔쳐 빈집을 열고 들어오다 다행히 엄마가 집안에 있었어서 잡았던 적도 있다. 도둑 이야기하면 다들 이렇게 뭔가 털려 본 경험이 있을까… 아니면 내가 열악한 동네 살아서, 아니면 운이 없어서 그렇게 도둑을 많이 겪은 건가 잘 모르겠다. <br> <br> 이 책 제목은 ‘도둑 일기’이지만 사실 ‘도둑의 사랑(들)’에 더 가까웠다. 물건 훔치고 교도소에서 지내는게 일상인 화자는 정작 좋아하는 상대로부터 마음은 제대로 못 훔쳤다. 오히려 홀따닥 사랑에 빠져 상대도 정말 날 좋아할까, 얘를 배신할까 말까, 애태우며 내내 주체성이나 주의력을 도둑맞은 모습이었다. 뭐 하고 싶은 대로 하다 그 이야기들을 도둑이 싸 놓은 똥처럼 글로 남겨놓고 갔으니, 그리고 변태 문인들이 칭송도 해 이름도 남겨줬으니 스스로는 살만한 삶이었을 것 같다. 다만 고통이나 절망의 정서는 의도적으로 숨긴 것인지, 정말 그런 감정을 강렬하게 느끼지 않은 것인지 글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이미 문인이 되고서 회고하듯 과거 이야기와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 쓰다보니 그렇게 설탕가루 뿌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성애 사랑들을 이렇게 나열해 놓았다면 정신 사납고 진부하고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고 할 것 같아서 갑자기 소수자성에 샘이 나기도 하는 이상한 정신이 되는 독서였다.<br><br>+밑줄 긋기<br>-나는 너무나 무거운 슬픔을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일생을 계속 그렇게 떠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방랑은 단순히 나의 생애를 장식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104, 책 내내 장은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곳곳을 떠돈다.)<br><br>-독자들은 분명 이 책에 실망할 것이다. (145, 진작 알았으면 됐어.)<br><br>-그의 부드러움은 저절로 얽히고 수축되며, 또 여러 겹으로 포개져 하나의 무서운 용수철로 변할 것이다.<br> “형이 나를 버리면 난 미칠 거야.”그는 나에게 말했다. “그야말로 깡패 중에 가장 난폭한 깡패가 될 거야.” (209, 누구나 사랑을 잃으면 가장 난폭한 깡패가 되지.)<br><br>-그래서 나는 그가 나의 남창 경험을 알고, 그것을 인정해 주기를 요구했다. 그가 가장 비열한 나의 절도 행위들을 상세하게 알고, 그 때문에 그 자신이 심적 고통을 겪고, 또 그런 행위들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의 출신, 나의 비역질, 나의 비겁한 행동, 허옇고 엉큼한 얼굴의 늙은 도둑년을 어머니로 갖기 원하는 나의 괴상한 상상력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구걸하러 다닐 때의 태도, 거지들이나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말하자면 거지들에게 일상적으로 통하는 , 거짓으로 변조한 탁한 음성, 남색가를 유혹하기 위해 꾸며 낸 교묘한 수단들, 히스테릭한 남창으로서의 거동, 미모의 젊은이들을 상대할 때의 부끄러움, 그들 중 한 젊은이가 대담하게 나의 사랑을 거역하던 장면, 어떤 깡패가 내게 은총을 베풀던 장면, 프랑스 영사관 직원이 내 모습을 보고 코를 막던 장면, 유럽 각지를 떠돌면서 누더기를 걸치고 허기와 모욕과 피로와 추악한 사랑 놀이로 계속 되던 끝없는 여행….... 이 모든 것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239-240, 뤼시엥이 알길 바라는 것이 동시에 독자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 같다. 여태 읽은 이 책 내용은 이 문단 하나로 요약 가능하다. 누더기와 비참함에 미사여구를 더덕더덕 붙였다 정도)<br><br>-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이 책의 근본 주제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관련이 있다. 그 관련성이 언제나 명백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에 대한 취향 사이에는 어떤 밀접하고 상호적인 교류가 있음을 인정한다. (245, 본인 한정 아닐까...혐오 멈춰)<br><br>-나 역시 모든 종류의 방탕한 삶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절망한 자의 자유로움과 단순한 멋을 가지고 있다. 나의 용기는 모든 인습적인 삶의 존재 이유를 저버리고 새로운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 발견은 서서히 이루어졌다. (250-251, 따르고 싶진 않은 방향이지만 자기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멋져…)<br><br>-그는 도덕에 관한 이야기를 건넸다. 모든 행위를 미적 관점으로만 보고 있던 나로서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덕주의자들은 나의 행동을 악의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들의 선의는 나의 악의와 충돌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어떤 행동들은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보여 줘도, 나는 단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노래를 통해 그 행동들이 아름다운 것인지 혹은 우아한 것인지 판단할 것이다. 오직 나만이 그것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나를 정해진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없다. (277-278, 삶을 극단의 예술로 살면 이렇게 될 수도…)<br><br>-나는 이 세계와 대립하고 있다. 이 세계는 나를 구속하고 재단하면서 상처를 주고 날카로운 각을 내세운다. 그것은 내가 오려 낸 형태보다 더 날카롭고 더 잔혹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더 아름답고 더 찬란한 존재가 된다.<br>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위가 완성될 때까지 그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그것의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그 끝은 아름다워야 한다. 어떤 행동이 추잡하게 보이는 것은 그것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310-311, 완성의 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1/6/cover150/893746184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1067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소립자가 궁금해? - [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27432</link><pubDate>Sat, 01 Aug 2026 22: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274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8199&TPaperId=174274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273/40/coveroff/8972918199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18199&TPaperId=174274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a><br/>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01월<br/></td></tr></table><br/>-20260801 저자: 수지 시히.<br><br> 겨울 경주 여행 때, KTX 신경주역에서 경주 시내로 들어서는 버스 바깥 풍경에 ‘양성자 가속기’란 글자가 새겨진 건물이 보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방폐장 설치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양성자 가속기 연구소를 그곳에 설치했다고 했다. 원자의 구성 물질 중에 양성자가 있다 정도만 알았지, 그걸 가속해서 뭐 어디다 쓰는지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크지 않았다. <br><br> 같은 번역가의 수학에 관한 책을 읽다 포기하고, 새로 펼친 과학책,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이란 제목만 봤을 때는 화학 관련 책일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물리학, 그것도 입자물리학이라고… 차례에서 뭔 트론트론 하는 가속기들과, 광양자니 힉스 보손이니 하는 이름들이 등장했고, 난 연속으로 이과빔 맞은 문과멍충이가 되나 싶어 조금 심란했다. <br><br> 걱정한 것에 비해 이 책은 읽기가 아주 까다롭진 않았고, 그동안 봐 온 과학사 책들처럼 더 작고 더 파악하기 힘든 입자를 찾아 분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제법 재미있었다. 읽고 나니 화학, 물리학 이런 것 배우는 학생들이나 거기 관심있는 아무나 볼 만한 좋은 내용의 책이었다. 다만 도무지 유혹적이지 않은 표지 디자인과 서체는 조금 아쉬웠는데, 친구들과 ‘까치가 까치한다’표현할 정도로 책의 매력도를 올려주지 못하는 겉모양새였다.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를 보고 소설 아니고 과학책이라고 착각하고 펼쳐 본 사람이 (만약) 있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br><br> 엑스선에서 시작해서, 빛은 입자야, 원자는 더 쪼갤 수 있어, 쪼갠 걸 더 쪼갤 수 있어, 전압 왕창 올려서 가속기를 만들게 돈 줘, 그럼 뭐가 있나 계속 깨볼게, 이런 걸 찾아내기 위해 긴 시간, 때로는 일생을 바친 과학자들이 참 많이 등장했다. 위인전 같은 데서는 유명 과학자 이름만 툭, 한 명 던져주니 그 위업을 마치 한 사람이 달성한 것 같지만, 이 책은 입자에 관한 많은 발견이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시간과 고생과 삽질과 돈과 지능이 합쳐져 이룬 일인 걸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도 모두가 협력하면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낙관을 담은 저자의 연설을 요약해 담아 놓았다. <br><br> 그렇지. 혼자 되는 일은 없다. 저 높은 건물들도, 내가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는 모바일기기와 인공지능들도, 여러가지 과학사적 발견을 알려준 이 책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이뤄서 내게 닿은 것들이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뭐든 혼자 해결하고 싶고 최소한으로만 사람을 만나고 싶다. 우린 이걸 우울증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알고 싶고 찾고 싶은 집념에 의기투합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들은 이 책에 적혀 있지만, 거기 가는 과정에서 실패하고 그렇지만 그 실패로도 발견의 밑바탕에 도움을 줬을 책에 안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자꾸 실패만 해도, 그게 다 무용하다고 징징대지는 말아야겠다. 물방울 모여 바다를 이루고, 모래 흙 돌 모여 큰 산을 이루듯 나도 인간이란 바다와 산을 이루는 습기이고 먼지이니까. <br><br>+밑줄 긋기<br>-리모컨에는 이진수 신호를 비가시광선(적외선)형태로 보내는 LED(발광 다이오드)가 들어 있다. 우리가 단추를 누르면 광자가 리모컨에서 튀어나와 에어컨에 장착된 검출용 광 다이오드를 때리며-밀리컨의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이 광자는 운동 에너지를 부여하여 전자를 풀어준다. 광 다이오드는 반도체라는 물질이 두 개의 층으로 접합된 것이다. 이 접합부는 전기가 한쪽 방향으로 더 수월하게 흐르도록 함으로써 광 다이오드에 빛이 쬐이면 전기가 흐르도록 한다. 에어컨은 이진수 패턴을 해석하여 우리의 명령을 따름으로써 받아들인 전기신호에 반응한다.(78-79, 며칠 전 작은 어린이가 어떻게 리모콘이 작동되는지 물었는데 이걸로 설명 될까…)<br><br>-1932년 입자 가속기가 원자를 쪼개는 데에 성공한 그해에 자연에서 발견되는 기본 입자의 목록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전자와 그 반물질인 양전자,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발견되었다. 이 입자들은 모두 나눌 수 없다고 생각되었으나,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양성자와 중성자에도 내부 구조가 있음이 밝혀진다. 빛의 입자인 광자가 도입되었고, 불과 4년 뒤에는 전자와 양전자의 무거운 사촌인 양성 뮤온과 음성 뮤온이 발견되었다. (153, 지난 이야기를 간단히 한 번 정리해 주심)<br><br>-중성미자는 호기심에 이끌린 연구가 현실에 응용된 사례를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고전적 사례이다. 전자기력을 통해서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날쌘돌이 전자나 강력을 통해서 원자핵과 상호작용하는 중성자와 달리 전하가 없고 질량도 거의 없는. 중성미자는 감지될락 말락 하는 연기같은 입자로, 거의 아무것과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실험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발견이 어떤 쓰임새를 가지게 될 지가 늘 명백한 것은 아니다. (251, 거대한 규모의 검출기 실험으로 겨우 찾은 중성미자가 아직은 쓸모를 못 찾았음을 당당히 인정… 나중에 새로운 닉네임 쓰게 되면 중성미자라고 해야지.)<br><br>-입자물리학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는 했지만 입실론은 밑바닥에서 단순성이 드러나고 있음을 확증했다. 그것은 자연에 유쾌한 대칭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이론이었다. 존재하는 것은 6개의 렙톤(전자, 뮤온, 타우, 그리고 이들의 중성미자)과 6개의 쿼크(위, 아래, 기묘, 맵시, 바닥, 꼭대기)였다. (290, 이 부분을 그림 하나로 그려둔 게 생각나 어린이 책 ‘처음 읽는 양자물리학’을 찾아보니 입자들에 대한 표기는 조금 다르지만 하여간에 있었다. 생긴 건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제목부터 어린이 책이 아닌 걸로…나중에 이것도 읽어보기로 했다.)<br><br>-하지만 물리학자들은 도박보다는 공짜 음료를 들고 테이블 주위에 모여 종이와 펜으로 스케치나 계산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쪽을 좋아했다. 그들은 승리가 보장된 유일한 도박 수를 (사전 모의 없이) 집단적으로 선택했다. 그것은 도박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호텔은 그 주에 최악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학술대회가 호텔에 얼마나 큰 재앙이었던지 대회가 끝날 무렵 라스베이거스 시는 물리학회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은 내가 보증할 수 있다. (304, 잭팟 도파민을 이기는 물리학 도파민…)<br><br>-표준모형이 믿기 힘든 성공을 거두기는 했어도 우리의 방정식은 중력을 나머지 모든 힘과 조화시키지 못한다. 우리는 우주가 하나인지, 우리가 이른바 “다중우주”에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고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왜 반물질이 아니라 물질에 둘러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우주에 스며 있는 암흑물질의 성질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338, 뭘 아는지도 아직 잘 모르지만,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br><br>-하지만 X선 촬영은 말할 것도 없고 방사성 연대 측정, 무선 리모컨, 전자 현미경, 뮤오그래피, 가속질량 분석법, 반도체 제조, PET촬영, 물질 구조 분석, 백신 개발, 입자 요법, 핵개발 감시, 방사선 요법, MRI촬영, 그리고 뜻밖에도 월드와이드웹까지 수많은 분야가 입자물리학과 가속기물리학으로부터 탄생하거나 막대한 도움을 받았다. (384, 역자 후기에서 이 책 속 발견이 기여한 사례들을 정리해주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273/40/cover150/897291819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2734068</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꿈꾸기 싫은 내가 남이 꾼 꿈 휘젓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3319</link><pubDate>Sun, 26 Jul 2026 21: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331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2811818&TPaperId=174133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80/coveroff/898281181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733473&TPaperId=174133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55/91/coveroff/k52273347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20260726 저자:박상륭.<br><br><br> ‘산해기’를 읽다 말고 전집의 앞부분을 펼쳤다. 마침 내가 좋아하고 또 슬퍼하는 ‘죽음의 한 연구‘의 큰 사건, 곡진한 여성 수도부 한 명이 몹쓸 촛불중 때문에 죽고, 그 죽음을 오래도록 애도하는 육조의 모습을 한동안 좇아 읽었다. 그러고나서 다시 산해기를 읽으니 그동안 읽은 장편 소설들의 씨앗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박상륭의 세계관은 제법 일관성 있고 또 끝없이 변주되고 있었다. <br> 그래서 읽던 중간에 같이 펴놓고 보라고 일부러 따로 떼어 놓은 주석책을 아주 오랜만에 폈다. 편집자의 말과 연보를 보았다. 아마 박상륭 전집 사고 금세 봤을 건데 또 처음 읽는 것 같았다. 산해기가 언제쯤 나온 책인가, 궁금했는데 정작 그건 안 들여다봤다. <br> 한 책을 보는 중이면 거기에 충실하자, 주의라서 책 아닌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아니면 아예 치워버리고 다른 책을 보지, 하던 나였다. 전집 덕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는지도 모른 채 찾는, 아마도 ‘박상륭 읽기’를 하고 있다. <br><br> 산문집이라고 해서 펼쳤는데, 이 글 속 목소리도 직접 저자가 나선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장편소설과 차이점을 크게 못 느꼈다. 공주를 납치하는 에켄드리아 독룡, 산해경의 이상한 동물처럼 이상한 인간들이 사는 이상한 세상을 떠도는 자라투스트라 등의 입을 빌려 세계에 대해 나름대로의 설명을 하려고 한다. 이원론은 그렇게나 싫은지, 늘 3개의 우주, 색, 삼각관계, 그렇게 셋을 위한 왈츠는 아니고 넋두리 같은 걸 독자 들으라고 잔뜩 적어놨다. 그리고 어딜 가든 열여섯 아름답고 무서운 소녀의 이미지가 따라온다. 주석도 안 보고 신화도 성경도 힌두교도 불교도 잘 모르는 나는 그냥 저자가 풀어놓은대로 말장난을 즐기며 따라가기는 따라갔다. 오랜만에 박상륭체를 읽으니 반가운 친구 내지 은사님을 만난 기분이었다. <br><br> 읽었다고는 해도 뭐 하나 설명해 봐, 하면 아는 게 없고, 이거 읽었지, 하고 말 나눌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책들이 있다. 고독한 읽기이지만, 나무 위 상자에 갇히고, 지하 굴속에 산 채로 묻히고, 발이 붓도록 계속 떠돌아야 하는 이야기 속 인물들만큼은 조금도 못 미치니, 엄살을 떨 수도 없다. 그저 박상륭 전집에서 ‘륭’(칠조어론)에 이어 ‘상‘(장편소설과 산문집)을 다 봤다, 이제 ’박‘(단편소설집)만 남았다, 자랑 아닌 자랑, 미련맞음의 전시, 연꽃 아닌 개망초 위의 보석(돼지 목에 진주, 소 귀에 경 읽기) 말고 내놓을 게 별로 없다. 단편까지 전집 다 읽고 나면, ’죽음의 한 연구‘를 한 번 더 볼까, 아주 나아아아아아중에, 생각을 하는데 ’칠조어론‘은 다시 보라 하면 살려주세요, 할 것 같다. 이렇게 저자가 꾼 악몽인지 길몽인지 계시몽인지 모를 꿈을 더듬더듬 짚어가는 중이다. <br><br><br>+밑줄 긋기<br>-한 삶(지바)이, 육신에 억류되기. 육신은, 헤쳐나가기에 그중 어려운(고) 바다(해)-그 한 바닷물은 죽음, 그 간단 없는 흐름은 노쇠, 풍랑은 병, 삶(지바)은 한 조각의 조그만 조각배, 를 뒤집어엎으려 덤비는 상어며 고래 떼는, 만족을 모르는 욕망, 마라, 이 궂디궂은 밤, 방위도, 그 거리의 멀고 가까움도 모르는, 피안을 향해 유정은 항해에 나섰으되, 차안 객줏집에 내걸린 흐린 등불 몇 개밖에, 세상은 왼통 어두움뿐이며, 쉼 없는 흐름뿐이며, 풍랑뿐이며, 배고픈 상어 떼며, 아으, 차안 객줏집에 내걸린 홍등 몇 개, (2620, 삶은 고해. 매번 반복되는 괴로움의 바다, 나에게는 한 번 뿐인.)<br><br>-하으 그러고 보니, ‘물질주의’가 일어난 날, 동시적으로, 공자가 이해하고 있는 그 ‘그림자’가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말이군입지. 조직이라든, 말입지, 제도라든, 말입지, 율법이라든, 말입지, 모든 자유스러운 정신을 억압하는, 끊어낼 수 없는 줄, 심지어는 운명보다도 더 강인한 줄-그런즉슨 아으 무정부주의 만세?(2644, ‘그림자를 판 사나이’도 있는데 이야기 속 웅공자는 그림자를 없애려고 온갖 애를 써도 실패한다.)<br><br>-어쩌면, 귀의 독후감 같은 것이라고나 일렀으면 싶은, 그런 비슷한 얘기를 하려는 것인데, 그럼에도, 귀를 말하려 하며, 대략이라도, (귀에 관해) 밝힌 건 밝혀두고 넘어가야, 귀의 독후감이, 귀의 문맹자가 엮어내는, 같잖은 소리만은 아니라는, 그런 변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후감’이란, 알다시피, ‘독서’를 전문 업으로 삼지 않은, 일반적 독자들의 어떤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이르는 것이기도 하여서, 열의 독자가 있다면, 열의 독후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수긍할 만하다 할 것인데, 독후감이란 그러니, 독자의 사견, 편견, 심지어는 맹안에 의존해 있음도, 쉽게 부정할 수도 있는 얘기는 아니다 할 것이다. 이 얘기는 그런 의미에서, ‘귀의 독후감’이라 이른 것이다. (2650, 귀를 읽기 전 미리, 독후감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지, 그러니 내가 오독해도 뭐라하지 마러, 이렇게 밑밥부터 깔고 시작한다.)<br><br>-자아란, 자기를 흘겨보는 눈을, 둘씩이나, 셋씩이나, 다섯씩이나 되게, 너무 많이, 그리고 크게 해 갖고 있는 것이 탈이다. 아니면, 저렇게나 광활한 우주를 내어다보려하며, 눈을 너무 적게, 그리고 작게 해 갖고 있게 된 것이 탈이다. (2674,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br><br>-나나니(말벌)(2692, 둘은 완전 다른 벌 종류인데 나나니 나올 때마다 계속 말벌이 괄호로 따라다니는 게 저자의 주석인지 편집자의 주석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르다.)<br><br>-그리고도 어쩌면, 모든 영혼들의 무게를 달아보러 오시는 이는, 따로 어디 밖에서 오는 자이기보다는, 유정들 각자가, 자기들의 영혼의 값을 매기는 자들이나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유정들 각자가, 자신들에 대하여 최후의 대심판관이 아니겠는가 하는데 말씀입지요,…...(2728, 구원은 셀프)<br clear="all">]]></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55/91/cover150/k5227334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4559186</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이 책에서 재인용했다.) - [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1155</link><pubDate>Sat, 25 Jul 2026 16: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111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2495X&TPaperId=174111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4801/22/coveroff/s52253396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2495X&TPaperId=174111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a><br/>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5월<br/></td></tr></table><br/>-20260725 저자:대니얼 리버먼<br><br><br> 진화에 관한 책을 꽤 읽었다. 그런 뒤로 일상 속 많은 일들의 이유를 진화의 관점으로 추측해 보기도 한다. 나는 이유를 찾고 완결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므로 진화에 대한 연구는 그런 내게 재미있고 훌륭한 도구가 된다. 최근에는 진화심리학 책을 몇 권 보다가 이번에 진화생물학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여태 읽은 진화 책들 대부분 생물학적 접근이긴 했다. <br> ‘인류의 진화‘(재미있게 읽었음)나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힘겹게 읽어왔으나 전 세계 온갖 곳의 유적지에 대한 벽돌책을 읽는 효용을 점점 잃고 놓고 있음)에서는 주로 고인류학, 고대사학(위의 책 저자중 하나는 선사시대라는 말을 싫어했다)의 관점에서 인간이 지금 모습까지 오는 여정을 일부 설명하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을 추정해보려는 노력은 이렇게나 여러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br><br> 이번에 읽은 ‘우리 몸 연대기’는 초반부에는 유인원이나 고인류와 현생 인류의 비교를 한다. 중반부에서는 수렵채집인과 현대의 우리를 극명하게 가른 사건인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우리 몸에 준 영향을 (발전과 문명화에 대한 찬사는 너무 많으므로) 주로 안 좋은 쪽에서 분석한다. 책의 후반부는 ‘불일치 질환’, ‘역진화’의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 인류가 많이 앓는 질환의 대표 사례들(비만, 당뇨, 골다공증, 근시 등)이 발생한 원인을 나름대로 추정해보고, 저자나 다른 연구자들이 제시한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br><br> 저자의 설명은 친절하고 자세했기 때문에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분량이 주석 제외 500여쪽 정도로 많아서 오래 읽었다.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독서 같은) 것이 신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설명하는 글을 한참 앉아서 보았다. 그러다가 일어서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나는 그동안 골똘하고 가만하게 앉아 있는 걸 너무 많이 했구나, 그래서 혈전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br><br> 한 번 아픈 덕에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책에서 낮은 수치를 우려하는 HDL같은 건 정상 수치를 뛰어 넘어 치솟고, 내장비만레벨2단계로 체지방은 대부분 걷어내 버렸고, 스스로 인간 마운자로라고 할 정도로 식욕은 낮아졌고, 연료 공급의 의무감에서 수렵채집인과 유사하게 과일, 고기, 견과류로 이뤄진 끼니를 하루 한 번 이상 챙겨 먹고, 많이 걷고 계단을 선호하고,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뒤라서 그냥 잘 하고 있네, 정도를 확인하는 정도의 효용이 있었다.<br><br> 내가 하고 있다고 남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달고 기름진 것이 맛있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편안한 게 좋다.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진화와 유전자는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환경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는 예방과 환경 변화보다는 이미 일어나버린 불행의 보완책 정도로 뭔가를 소비하게 하거나,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데 조금 더 기울이고 있는 것을 저자는 우려한다. 교육의 효과도 생각보다 크지는 않지만 어린이들을 보호하듯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부드러운 개입 같은 것도 주장한다. 흠, 저자도 사람들이 자유를 잃고 건강을 강요하는 순간 폭동이 발생해서 그 건강수용소 체제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하긴 했다. 나에게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건강보다 현재의 즐거움이 중요할 수도 있다. 수렵채집인이 건강했던 건 그런 맛있고 재미있는 걸 누리지도 알지도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면서 적응했던 것이니까. 지금 인류는 그렇게 걱정하던 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약물을 개발해서 엄청나게 맞아대고 있다. 다른 질환들도 어떻게 해결해 갈지는 더 지켜봐야 알겠다. 2013년에 나온 책이라 스마트폰의 위력 같은 건 진화적 관점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화면에서 눈을 못 뗀 채 걸어가는 사람들 보면 저러다 사고 나지 않나 싶은데, 또 알아서 주위를 살피고는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안 하고 걷는 인류가 선택될지, 끝없이 사용하면서도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게 적응으로 기본값이 될지, 또 어떤 질환이 등장할지, 이건 내가 죽고도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br><br>+밑줄 긋기<br>-앞서 말했듯이 잘 익은 과일을 구할 수 없을 때 유인원은 잎, 줄기, 풀, 심지어 나무껍질까지 먹는다. 예비 식량을 먹느냐 못 먹느냐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서, 이것들을 먹도록 돕는 적응은 강력한 자연선택을 받는다. (88, 사람이 별 걸 다 먹는 걸 설명하는데 참고가 될 사실)<br><br>-만약 침팬지가 먹는 과일에 영양성분표가 붙어 있다면, 섬유소 함량은 매우 높고 녹말과 단백질 양은 중간이며 지방 함량은 낮다고 적혀 있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다시피, 침팬지의 예비 식량(잎, 속줄기, 씨, 풀)들은 이보다 섬유소 함량이 훨씬 더 높고 녹말과 열량이 더 적다. 하지만 땅 밑 저장 기관들은 많은 야생 과일들보다 녹말이 더 많고 칼로리가 더 높으며, 대신 섬유소 함량은 약 절반이다. (91, 우리가 먹는 것들의 종류와 특성을 돌아보게 했다.)<br><br>-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어느 시점에 우리 조상들은 다른 영장류보다 많은 양의 지방을 비축하기 위한 여러 중요한 적응들을 진화시켰다.(177, 지금은 과거의 선택된 적응-지방 축적-을 벗어나기 위한 온갖 식품과 약품이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br><br>-또한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보다 어깨가 덜 근육질이고, 허리가 약간 더 굽었으며, 몸통이 덜 술통 모양이고, 발꿈치뼈가 더 짧다. (200-201, 깨알 같은 비교. 쓸데 없어 보이는 동시에 유용해보이는 정보)<br><br>-열은 몸이 감염과 싸우는 것을 돕고, 관절통과 근육통은 나쁜 달리기 자세 같은 해로운 습관을 그만 두게 하며, 메스꺼움과 설사는 해충이나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한다. (241, 증상은 괴롭지만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원인을 해결해야 해.)<br><br>-그 자체로는 병이 아니라 할지라도 비만은 예전에는 드물던 자극, 바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얻는 것에서 비롯된다. (351, too much love will kill you, in the end.)<br><br>-빠르게 소화되는 포도당이 많이 든 음식은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고 더 빨리 허기지게 만든다. 단백질과 지방에서 열량을 주로 섭취하는 사람은 당과 녹말 식품에서 주로 열량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더 오랜 시간 배가 고프지 않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다.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덜 가공된 식품이 허기를 덜 느끼게 하는 것은 그러한 음식이 위에 더 오래 머물면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70, 여러 번 인슐린과 혈당 지수에 대해 들어왔는데 여기서 한 번 더 자세하게 정리해 준다.)<br><br>-익숙해지는 것이 우리의 습성이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의문을 품으면 매우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으레 자신의 행동이나 환경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445, 두 번째 문장 비이성적인 내 얘기...책에 마지막 문장 끝은 ‘않다.’로 탈자되어 있다.)<br><br>-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이 아니듯이, 우리 몸도 가능한 모든 몸 중에서 최선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몸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몸을 즐기고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 몸의 과거는 더 적합한 자의 생존이라는 과정이 만들었지만, 그 몸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511, 이 부분이 내 눈에는 꽤나 낙관적으로 보였는데, 바로 뒷부분에서 저자는 안이한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볼테르의 선언을 오마주해서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 책을 끝맺는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4801/22/cover150/s52253396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8012222</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그 영화를 안 봤다면 안 읽었을 소설2. - [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00253</link><pubDate>Sun, 19 Jul 2026 17: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4002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155&TPaperId=174002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96/66/coveroff/89546091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9155&TPaperId=174002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피아노 치는 여자 (무선)</a><br/>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br/></td></tr></table><br/>-20260719  저자: 엘프리데 옐리네크.<br><br> 내 사람은 아픈 걸 싫어한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것도 질색한다. 그게 인간의 디폴트 값인가? 폭력이 대물림된 가정에서 자라나면 그런 것마저 헷갈린다. <br> 나는 일부러 아프고 싶지는 않다. 다만 다른 감각에서는 극도로 예민한데, 고통에는 둔감한 편이다. 몸의 이상은 감지했는데 덤덤한 태도를 보여서 진단이 늦어진 적도 있다. 배가 아픈데 참을만 하다고 했더니 의원에서 장염약을 지어주었다. 그날 저녁 응급실에서 CT를 찍어보니 충수돌기염이었다. 발목 인대가 파열된 걸 모르고 참고 걸어간 의원에서는 몇 번 눌러보고는 발목 염좌로 가볍게 진단했다. 두 달 후에 조금 더 큰 병원에서 MRI찍어보고나서야 인대가 끊어진 것을 알았다. <br> <br> 폭력과 학대를 겪은 사람 중 많은 수는 사랑, 지배, 굴종이 뒤섞여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랑의 범위를 넓히고 넓히다보면, 모두가 사랑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소설 속 두 인물은 각자 사랑이라 이름 붙인 게 너무도 어긋나서 마음이든 몸이든 좀 많이 망가진다. <br><br> 심한 압력, 구속, 집착, 폭력으로 자신을 양육(사육)한 어머니에 대해, 에리카는 분리되고 싶은 욕구와 얼른 다시 함께 하고픈 마음이 혼란스럽게 교차한다. 그런 성향은 겨우 상호작용을 하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도 상대가 고통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은 욕망과,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에리카의 이중적 심정으로 이어진다. <br><br> 에리카가 긴 편지에 목록처럼 열거한 행위들에 충격을 받은 클레머의 전환은 조금 과장되었다 싶었다. 너무 자신만만한 나르시시스트였던 클레머는 에리카를 가벼운 연애 상대로 삼고자 했다. 원체 여성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긴 했지만,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자신에게 요구한 것들이 터무니없어서 분노로 반쯤 미쳐 공격적이 되고 결국 에리카에게 해를 입힌다. 여자를 패고 강간하고 그 이전에도 자신이 지은 틀 속에 여자를 우겨넣으려 했던 클래머가 엄청 나쁜 놈은 맞는데, 후반부의 폭력성을 드러내려고 너무 순식간에 인물 하나를 망쳐 놓았다 싶었다. 원래 좀 그런 놈인데 백지 같은 놈이 그런 거에도 영향을 받았다, 하기엔 인간이 그렇게 얄팍하진 않은 것 같다. <br> 1983년도에 이 책이 나올 무렵 사회가 지금보다는 더 보수적이었다면 그런 특수한(?) 성애표현에 대해 논란이 있었을 법하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온갖 괴상한 성벽을 맞춰주는 음란물들이 검색어나 해쉬태그로 간단하게 접속된다. 그래서 현대의 독자들은 그 부분에서 저 정도로 왜? 하고 무감해질 것 같다. 그게 아니라 하면 나란 인간이 사드를 너무 읽었나 보다. 사드는 타격도 주고 단련도 주었음이 입증되었다. <br><br> 아주 어릴 때, 유대인이 나오는 ‘피아니스트’와 헷갈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를 봤다. 그때는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액이 묻은 휴지를 집어 올려 냄새를 맡고, 자기 몸을 면도날로 상처 내거나 칼로 찌르는 장면 정도만 기억에 남았다. 소설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다시 확인해보고 싶긴 하지만, 또 확인하기 싫기도 하다. 더럽게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기억이 슬쩍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마저 이중적이 되게 하는 이 서사...<br><br> 장황하고 반복적인 서술, 심리와 장면에 대한 비유, 그런게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장식인가 싶다. 한 상황에 대한 표현의 밀도가 제법 높고 집요해서 그렇게 생각했다. 제목에 피아노 들어가고 레슨 받거나 연주회 연습하는 장면도 제법 등장하는데 쓰다보니 피아노 얘기는 하나도 안했다. 피아노는 두 사람이 이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가르침과 배움, 위계관계, 이런 것들이 연애 감정과 뒤얽히게 되니 비극이 되었다. 나는 비극과 고통 받는 인물이 나오는 서사를 선호하긴 하는데 남들은 충격받는다는, 뒤표지와 띠지의 호들갑에 비해 소설을 너무 덤덤하게 읽어버려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br><br>+밑줄 긋기<br>-국가와 가정에서 만장일치로 공인된 이 어머니라는 지위는 종교재판장의 심문권과 총살집행자의 명령권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6, 처음부터 세다. 패드립의 기미가 느껴진다. 기대대로 에리카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뭉텅이로 머리카락을 뽑아 놓는다.)<br><br>-에리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한 번도 무엇인가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비에 젖은 마분지 조각처럼 무감각하다. (96, 슬픈 세 문장이었다.)<br><br>-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늙어가는 육체의 감옥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녀는 이 쇠창살들을 줄칼로 잘라내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99, 휘어지는 창살이면 좋을 텐데.)<br><br>-그녀의 취미는 자신의 몸을 자르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스스로를 자신에게 완전히 내맡기고 있는 셈인데, 다른 사람에게 내맡겨진 것보다는 어쨌든 이편이 훨씬 나은 법이다. 자신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자기 손의 감각에 따르면 되니까 말이다. (110, 자르지 마…)<br><br>-죽는 건 돈은 안 들지만, 삶을 지불해야 되고, 모든 것은 하나의 끝이 있지만 소시지만은 양쪽 끝이 있다고 말하면서 남을 잘 돕는 이 도축업자는 요란하게 웃는다. (122, 아버지이자 남편을 요양원에 데려다 놓고 온 모녀에게조차 유쾌한 푸줏간 주인)<br><br>-세련하다: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다. (124, ‘세련시키고’란 표현이 있어 찾아보니 동사도 있긴 했다.)<br><br>-그러나 더이상 매를 들기를 꺼리기는 하지만 에리카의 어머니는 거머리처럼 균을 감염시키면서 우엉뿌리처럼 에리카에게 달라붙어 있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골수를 빨아들인다. (125, 악!)<br><br>-그렇지만 그가 남자라는 점은 에리카가 그보다 십 년 연상이라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다. 게다가 여성의 가치는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지적 능력이 뛰어날수록 떨어진다. (203,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데서 초점 화자가 장면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듯도 하고, 전지적시점인 것도 같은데 이게 발터 클레머의 생각(아마도 이게 맞음)인지 작가의 생각인지 구분 안 되게 쓴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596/66/cover150/89546091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66687</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그 영화를 안 봤다면 안 읽었을 소설. - [폭력적인 삶]</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97106</link><pubDate>Fri, 17 Jul 2026 17: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971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532&TPaperId=173971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47/12/coveroff/893746253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532&TPaperId=173971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폭력적인 삶</a><br/>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07월<br/></td></tr></table><br/>-20260717 저자: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br><br><br> 이제 영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똥 먹은 입술로 이마에 키스를 하자 입술 자국이 남았던 것만 자국처럼 남았다. ‘소돔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를 두 번 읽고, 악명 높은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까지 보고, 이제 파솔리니의 ’폭력적인 삶‘까지 읽었으니 이런 완전체가 어디 있나, 있으면 나랑 친구하자. <br><br> 거의 500쪽 가까이 되는 소설에는 빈민가 사람들의 지긋지긋한 생활과 비행과 죽음이 반복된다. 중심 화자인 톰마소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친구들이 노는 데에 잘 끼지도 못하고, 돈 벌려고 동성애자들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친구들과 차량 강도짓을 하고, 싸우던 사람 배에 칼침을 놓고 감옥에서 2년 살고 나오고, 창녀를 깨물고 핸드백을 빼앗아 돈을 챙기고, 여자친구 이레네를 교제 강간 시도하다 잘 안 되니까 여자 탓을 하며 뺨을 때리기도 한다. 일말의 연민을 품기에도 글러먹은 놈이었다. <br><br> 결핵에 걸려 요양병원에 수용되었다가 간호사와 환자들의 파업, 단체 행동에 휘말려 병원을 나온 뒤 공산당에 가입하고, 수재로 판자집이 모두 물과 진창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소방 대원들을 대신해 고립된 여자를 구한 정도가 그나마 톰마소가 공동체에 공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여마저 자신의 어떤 신념에서 나온 게 아니라 누가 부탁하는 데에 떠밀려서, 어쩌다보니, 가오잡다가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남의 생명을 구한 대가로 톰마소는 폐결핵이 악화되어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잘 가, 톰마소.‘(494) 하는 마무리는 작가가 톰마소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건지, 인사하는 게 본인인지 주변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br><br> 우중충한 책을 꾸역꾸역 읽었다. 진흙 구정물 같은 로마 인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1959년에 발표한 이 소설이 별 감흥도 없고, 소재만큼 지겹고, 공감하거나 애착이 가는 인간이 하나도 안 나온다고 하면 나는 인민의 적인가. 젊을 때까지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정말 밑바닥 가난함과 희망 없음을 겪거나 직접 마주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살로, 소돔의 120일’ 감독이 소설도 썼대, 하는 이야기를 안 들었다면 이 책을 안 봤을 것이다.<br><br> 감독의 죽음도 톰마소처럼 어처구니 없고 급작스러웠다. 책에서는 그 이유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영화를 찍고 얼마 되지 않아 그와 관계 깊던 소년들 중 하나가 작가를 죽였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다.(이 구절에 대해 AI는 사실 관계가 정확하지 않으므로 논란이 있다, 정도로 고치라고 한다. 어쩌냐 이미 죽어서 상황을 말해 줄 수 없는 걸.) 어떻게 살았냐가 더 중하겠지만 어떻게 죽었냐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억하고 판단하는데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모든 이야기의 끝은 누구든 하나 이상 죽음, 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의 마지막이 어떨지 조금 궁금하지만 내가 내 끝을 알고 적어둘 방법은 없다. <br><br>+밑줄 긋기<br>-그들은 모두 형편없는 족속들이었다. 누가 그에게 좌파가 돼라 우파가 돼라, 이쪽이다 저쪽이다 강요할 수 있겠는가. 그는 자유 시민이고 무정부주의자다. 그것으로 됐다. (222, 톰마소가 그런 사람이라는데. 나도 저렇게 찌질해보이면 안 되는데,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기웃대는 저 인간을 보면서 문득 걱정이 되는 것이다. 저런 톰마소도 이레네랑 성당에서 결혼하려고 자유기독당에 가입하려다가 병원 투쟁에 얽힌 뒤 공산당에 가입한다.)<br><br>-톰마소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그는 쓰레기와 진창과 배설물 들이 주변에 널려 있고 양철과 방수포로 지붕을 덮은 판잣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드디어 지금 벽이 아름답게 칠해져 있고 계단에는 완벽하게 마무리된 난간이 쳐져 있는 호화롭기까지 한 건물에 살게 된 것이다. (272, 나는 벽지에 곰팡이 안 피는 집 살게 된 때가 좋았다.)<br><br>-그들은 담배 연기에 찌든 더러운 옷가지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모두 총 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410, 알고 싶지 않은 냄새)<br><br>-전에도 별거 없었다. 오막살이 몇 채, 녹슨 지붕 몇 개, 누더기 조금이 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부서지고 흙탕물에 휩쓸려 강으로 떠내려갔다. (481, 돌아가신 할머니댁도 내가 어릴 때 수해로 침수된 적이 있었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747/12/cover150/893746253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47127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이벤트, 당선작</category><title>우리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 [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86336</link><pubDate>Sat, 11 Jul 2026 21: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863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632647&TPaperId=173863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790/60/coveroff/k8426326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42632647&TPaperId=173863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별빛이 떠난 거리 - 코로나 시대의 뉴욕 풍경</a><br/>빌 헤이스 지음, 고영범 옮김 / 알마 / 2020년 09월<br/></td></tr></table><br/>-20260711 저자: 빌 헤이스.<br><br><br> 스스럼없이 모여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걸 한다. 치킨과 함께 술을 마시든, 음악을 틀어놓고 땀에 푹 절어 운동을 하든,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든. <br> 아픈 사람의 동선이 낱낱이 밝혀지는 일은 없다. 집에서 나왔다고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다. 감히 코인노래방이나 헬스장에 갔다고, 정말 미쳤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br> 미어터지는 지하철,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각자의 세상에 빠져 있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다.<br>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양이 집안 곳곳에 처박혀 있다. 초기에 나온 줄서서 사던 마스크들은 이걸 결국 쓰게 될까 싶게 모양도 안 예쁘고 숨도 더 답답하고 너무 커서 효과가 있을까 싶은데도 못 버리고 가지고 있다.<br> 다들 손을 덜 씻는 것 같다. 손세정제를 일부러 쓰는 사람도 잘 없다. 문고리나 난간을 매일 소독제 묻은 직물로 문지르는 사람도 아마도 없다. <br>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아이들은 하루 이틀 정도 쉬고 열이 떨어지면 다음 날 조금 안 좋은 컨디션으로 등교를 한다. 마스크를 쓰는 아이도 있고 안 쓰고서 신나게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축구와 농구를 하고, 서로 들러붙어 장난을 친다. <br><br> 대부분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없었던 날들을 잊은 것 같다. 그런 일이 없던 것처럼 일상을 누리고 살아간다. 불안과 공포는 모두 휘발되었다. 어떤 것들은 잊어야 살아진다. 바이러스는 도처에 가지가지가 있다. 무뎌지고 무던해진다. 코로나19 감염으로 가까운 사람을 잃었거나 일자리를 잃었거나 건강을 해친 사람들은 남들보다는 더 그때를 떠올릴 수는 있겠다.<br><br> 그때의 나는. 불안과 무력감, 때론 공포. 그렇지만 인구밀도가 순식간에 낮아진 도시를 거니는 편안함이 공존했다. 가족 중 한 명이 확진이라는 연락을 받는 순간, 부랴부랴 짐을 싸서 독서실을 나오던 생각이 난다. 나중에 걸린 독감이 더 아팠던 것 같긴 하지만, 코로나19도 지독하게 아팠다. 왜인지 골반과 엉치뼈가 제일 아팠다. 냄새를 덜 맡게 된 건 예민한 나에게는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걸렸구나, 마침내. 이미 대유행 3년차에 접어들던 때라 백신도 마스크도 큰 소용 없이 한 번쯤은 걸리고야 마는 병이려니 했다. <br><br> 십수년 전 이야기 떠올리듯 꺼낸 기억들이지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읽는 빌 헤이스의 책은 6년 전 코로나19 시대의 뉴욕을 기록한 책이다. 빌은 사람과 차로 붐비던 뉴욕의 거리가 몇 달 만에 텅 빈 모습을 전후 사진으로 대조하듯 찍어 놓았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글로 쓰던 빌은 처음에는 답답했을 것 같다. 그러나 텅 빈 도시를 돌며 아직 있던 자리에 남아 나름대로 고안한 방식으로 책과 음식을 파는 사람들, 운동하는 군인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사람과 멀찍이나마 만나고, 문 닫은 곳곳을 사진과 글로 남겨 놓았다. <br><br> 비슷한 일이 생기면 다들 조금은 더 침착할 수 있을까.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도 혐오와 탓하기는 남아 있겠다. 걸린 그들과 걸리지 않은 우리, 말 안 듣는 그들과 규칙을 준수하는 우리로 사람 사이를 긋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모두에게 같은 펜데믹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폭락했던 주식을 주워 담아 늘어난 유동성과 함께 부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굴뚝의 연기로 사라졌다. 빌은 최대한 다정한 도시 사람들을 추려 담아 놓았지만, 나는 겁에 질려 아무나 미워하던 사람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br><br>+밑줄 긋기<br>-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쓰는 거야-지적으로, 창조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도록-지금 이 시대에 사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서. (31, 빌에게 올리버가 건넨 말.)<br><br>-우울증에 대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항은 우울증을 ‘하나의 우울함’으로, 마치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인 것으로 다루지 말라는 것이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어쩌면 평생-에 걸쳐 형성된 많은 부분들-비탄, 트라우마, 학대, 고립, 거부, 억울함, 돈 걱정, 경력 후퇴 등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두드러지는 단 한 부분에라도 초점을 맞출 수 있고 그걸 분리해낼 수 있다면-그래서 그 안에 들어 있던 진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그동안 지고 있던 짐은 현저히 가벼워진다. (54, 이 년 반 째 한 주에 한 번 상담을 받다가 코로나로 인해 줌 상담을 받게 된 빌의 말.)<br><br>-그리고 이 강요된 고독과 고요 속에서, 너는 때때로 네 생애의 어떤 순간들을 돌이켜보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말해진 것들과 말하지 않은 것들, 행해진 것들과 행하지 않은 것들, 표현된 사랑과 표현되지 않은 사랑, 네가 받은 그 모든 감사한 일들, 네가 느낀 그 모든 감사함. (88, 외로움과 고요가 공존하던 시절. 불안과 두려움도.)<br><br>-“안녕.”<br>“안녕.”<br>“당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중인 것 같아.”<br>“아냐, 안 잃어버렸어. 난 여기 있어.” 내가 말한다. (118)<br><br>-이 도시는 너무나 밀도가 높고, 너무나 긴장되어 있고, 너무나 촘촘하고, 너무나 스트레스가 심하고, 너무나 더럽고, 너무나 다양하고, 외부와의 접촉면이 너무나 거칠고, 다들 자신의 감정을 너무나 투명하게 드러내서, 이따금씩 낯선 사람의 도움을 얻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154, 내가 사는 곳이 뉴욕인 줄 몰랐다.)<br><br> -“해봐. 내 나이가 되면 내가 한 일 때문에 후회하진 않아. 안 한 것들 때문에 하게 되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범죄자야.”<br> 나는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br> “그 말 기억할게요. 늙은 범죄자.” (200-201, 나이 차 많은 게이 커플의 다정한 대화.)<br><br>-이 망할 놈의 산 너머에는 과연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204, 이 독후감의 전반부를 참조하세요 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4790/60/cover150/k8426326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011</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살던 흔적 묻히기. -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7518</link><pubDate>Mon, 06 Jul 2026 21: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75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1952&TPaperId=173775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25/coveroff/895460195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1952&TPaperId=173775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a><br/>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06월<br/></td></tr></table><br/>-20260706 저자:박완서.<br><br><br> 박완서 단편소설집 3권은 1979년부터 1983년까지의 발표작을 모아 놓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의 작가가 그린 소묘에는 그보다 젊은 30대 언저리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가 읽기에 퍽 재미있었다. 경제 성장기의 부유층들의 속물성이 자주 나오고, 일하는 여성은 자립에 대한 자부심을, 대부분 가정에 종속된 여성들은 공허와 지겨움과 알 수 없는 불안과 바깥 세상에 대한 끌림을 보여준다. 중년의 글이다 보니 늙음도 화두가 되었는지, 불쌍하거나 지독스러운 할머니들도 많이 나온다. 남자 화자가 나오는 소설도 제법 있었는데, 과거에 스쳐간 인물의 죽음 근처를 지켜보는 이야기가 여럿이었다.  <br><br> 에스엔에스에는 그 사람의 가장 즐거운 순간, 이색적인 먹거리, 차려입고 한껏 꾸민 모습이 양지에 드러난다. 반대로 온갖 시궁창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음지 방송이라고 망가진 자신의 삶과 밑바닥까지 떨어진 존엄성을 보여주며 관심과 돈을 받는다. 지금 삶들을 바라볼 구멍은 그렇게 극단적인 것들이 많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처럼 그 중간 어딘가에서 행복을 의심하고 번민하는 이야기는 역시 문학뿐일까, 그런데 최근 한국 문학을 잘 안 보게 되어서 나는 이 시대도 잘 못 알아보겠다. 그냥 어딜가도 들리고 보이는 건 에이아이요. 이야이야오.<br><br> 에이아이 역량 강화 연수라는 걸 필수 참여라고 해서 참석했다. 젊고 부지런한 강사 선생님은 게으르고, 새로운게 벌써부터 두렵고, 귀찮은 나같은 인간한테 세상에는 당신이 모르는 이런 도구들로 성능 좋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고 알려주었다. 신기한 것도 있고, 벌써 써먹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잘 모르던 게 대부분이었다. 도구는 알았으니 써 먹기는 내 몫일텐데, 누구 말대로 나이 들면 머리가 굳고 유연성이 떨어지고 그야말로 꼰대가 되어서 새로운 게 어렵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제 더는 어리지가 않다.<br><br> 뜬금없는 여러 어린 아이들이 사탕, 볼펜, 키링과 위로 편지 겸 반성문 같은 걸 줄줄이 들고 와서 당황했다. 아이들은 고맙고 착한 말을 꾹꾹 눌러 담아 주었지만, 선생님이 최근에 당한 일을 알아요, 하고 언뜻 비치는 편지글을 읽고는 섬뜩했다. 소문이야 날 수 있는 거지만 상황과 순서가 다르게, 또 사안을 다룬 이들 외에는 자세히 알 수 없을 일들을 아이들이 꺼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수업을 들어간 반 아이들이 뭔가 나를 측은하게 보고 원래는 까불던 애들도 행동을 삼가고 시험이 막 끝났는데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누구냐. 누가 동네 사람들-하고 다니냐...<br> 당혹감과 불편함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바깥의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지 짐작만 할 뿐, 그들의 프레임도 음모도 나는 알 수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일이 일어나고 그래도 그 공간에서 적당히 버티며 살아야 한다. <br><br> 이렇게 소설은 아니지만 적당히 나 사는 꼴을 독후감에도 묻혀 놓고, 책 안 본 날은 잡잡글도 쓰고, 그렇게 남기는 것 말고는 더 할 바를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그게 그런게 아니었다, 할 수도 있고, 그런 일이 있었지 할 수도 있겠다. 저런 걸 썼구나, 하고 흐뭇할 때도 있는데 저게 뭐야 왜 저랬대 이러고 으으으 하면서 덮어버리는 글도 있다. 나의 나중 독자인 나에게 오늘은 이 정도만 남긴다. 기분이 좋은 하루는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갔단다.<br><br>+밑줄 긋기<br> 감기 기운만 있어 봬도, 노인네가 옷을 얇게 입으시니까 그렇죠. 화장실만 자주 들락거려도, 노인네가 과식을 하시니까 그렇죠. 질긴 거나 단단한 걸 먹으려 해도, 노인네가 그걸 어떻게 잡수시려고 그래요. 이런 식으로 그 여자는 모든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나하나 간섭받으면서 늙은 여자로 만들어졌다.<br> 그러다가 젊은 여자는 아이를 낳았다. 늙은 여자에게 손자가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32, ‘황혼’ 중. 아 이거 불효새끼 나인데, 거울 치료인가…)<br><br>-먹는 것이라면 쓴맛이라도 맛이 있어야 하고 썩는 내라도 냄새가 나야 한다. 그러니까 무미무취한 것은 먹는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맛은 먹는 게 아닌 걸 먹는 맛이다. (40)<br><br>-고려장 이야기는 곧 그 시대의 늙은이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같은 거였다. (49)<br><br>-그러나 늙은 여자는 지금 정말 불쌍한 건 혼자 사는 여자가 아니라 자기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임을 깨닫는다.(51)<br><br>-혼자 살 수 있는데도 같이 살고 싶은 남자를 만남으로써 결혼은 비로소 아름다운 선택이 되는 것이지 혼자 살 수가 없어 먹여살려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결혼이란 여자에게 있어서 막다른 골목밖에 더 되겠느냐는 게 후남이의 생각이었다. (96,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3’ 중. 3대에 걸친 연작소설의 마지막이었다.)<br><br>-후남이는 거듭한 고배로 의식은 더욱 명료해져 눈 아래 거대한 도시, 그 갈피갈피에 여자 길들이기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가 공룡처럼 징그럽게 도사리고 있음까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99, 직장 내 커플의 혼인 후 여성의 퇴사를 종용하며 부부를 진주, 속초로 찢어 발령낸 나쁜 회사가 있었다. 저렇게 지켜내려는 일자리를 나는 왜 온마음으로 밀어내고 있나…어쩌다 이렇게 됐을까.)<br><br>-그는 예측할 수 없는 변덕으로 개인을 씹었다 삼켰다 뱉었다 하는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무력에 대해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br>(…) 어떤 좋은 한때가 전 생애를 덮을 만큼 부풀어오르고, 재차 그것들끼리 결합해서 더 큰 간판이 되고 싶어하는 그 끈덕진 힘은 무엇일까. 배우성씨는 사람들마다의 좋은 한때에 대한 더러운 집착과 집단이란 것의 터무니없는 허구에 대해 이를 갈아붙이고 싶은 건 시늉뿐 어쩔 수 없다는 엄살쪽으로 편안히 기울고 있었다.<br>(157-158, ‘천변풍경’ 중. 왕년에 잘나갔다는 노인들이 모인 백수회란 단체에 뜬금 없이 가입된 배교수의 생각이다. 나이듦은 못마땅하던 것들에 하나씩 체념하는 건가 싶다.)<br><br>-남을 감쪽같이 속이려다가 탄로가 나면 무안하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려다가 탄로가 났을 때처럼 구원의 여지가 전혀 없이 무안하진 않을 것 같았다. (178, ‘천변풍경’ 중. ‘천’의 한자가 내(개울)가 아닌 샘(약수터)이었다는 걸 다 읽고서 알았다.)<br><br>-그러나 그 여자는 이 새로운 발견에 철저하게 무관심하려 들었다. 관심이 미구에 사랑이나 미움, 동정, 실망, 분노 등 불필요한 정서를 유발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387, ‘무서운 아이들’ 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25/cover150/895460195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2554</link></image></item><item><author>반유행열반인</author><category>도서</category><title>소설은 디테일이지. - [어둠 속의 웃음소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3612</link><pubDate>Sat, 04 Jul 2026 17: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lunanuna/1737361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1164&TPaperId=173736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10/18/coveroff/89546411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41164&TPaperId=1737361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둠 속의 웃음소리</a><br/>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05월<br/></td></tr></table><br/>-20260704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br><br><br> 서사는 뻔하다. 한 부유한 남자가 어린 여자에 미쳐 부인과 딸을 버려두고 떠났다가 시각을 잃고 목숨까지 잃는다. 한 문장으로 스포일러 끝. <br><br> 주요 인물<br> 여자에 미친 남자: 알비누스<br> 어린 여자: 마르고트<br> 어린 여자의 전/현 애인 겸 알비누스 친구인 화가: 렉스<br> 여자에 미친 남자의 가족들: 부인 엘리자베스, 가엾은 딸  이르마, 처남 파울<br><br> 그렇지만 나보코프 선생에게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문장을 차곡차곡 쌓고, 나중에 쓸 복선 거리도 던져 놓고, 잠시 등장하는 인물이라도 캐릭터를 갖춰 준다. 끝은 대부분 비극이지만, 그 순간조차 읽는 사람을 웃게 만들려고(해학이든 조소든 냉소든) 밑밥을 열심히 깔아놓는다. <br><br> 나보코프의 소설 속 인물은 대부분 어리석어서 죽거나 망한다. 그리고 렉스나 마르고트처럼 더 사악한 인간들은 유유히 장면을 빠져나간다. 그래도 이 소설에서 모두 나쁜 인간만 나오는 건 아니다. 눈먼 매형을 구렁텅이에서 끄집어 내는 파울과 패가망신에 눈까지 잃은 전남편을 집에 들여주는 엘리자베스가 있다. 그렇게 다시 살아갈 수도 있었던 알비누스는 너무도 어리석었다. 눈이 안 보이는데도 마르고트를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 알비누스는 자기 죽을 곳으로, 원래 집으로 제 발로 찾아간다. <br><br> 어떻게 줄여도 이야기가 후져진다. 나보코프 소설들은 소재만 들으면 그게 뭐야, 하지만 읽어봐야 작가가 열심히 가꾼 구조물을, 길을, 미로를 겪을 수 있다. 최초 발표 당시 제목은 카메라 옵스쿠라, 바늘구멍 사진기였다. 조그만 구멍을 뚫어주고 어둠 상자를 거쳐 거꾸로 된 장면을 보여준다. 뜻을 알고 보면(안 찾아보면 몰라서 탈이지) 이전 제목이 어둠 속의 웃음소리 보다는 나은 것 같다. <br><br> 아주 오랜만에 네 사람 분의 이불을 빨고 말렸다. 먼지망에 걸린 이부자리 먼지는 평소(회색)와 달리 하얬다. 이불 위로 침구 노즐로 청소기를 돌리면 다른 떄보다 훨씬 곱고 입자가 미세한 먼지가 먼지통에 쌓인다. 아마도 사람과 이불의 구성 물질이던 애들이 서로 비비대다 떨어져 나왔을 것이다. 나는 그걸 그냥 쓰레기봉투에 쏟아 버린다. 어디엔가 그런 먼지들을 모아서 소조를 빚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소설쓰기도 비슷한 것 같다. 먼지야, 하고 망각으로 떨어버리든가, 미친놈처럼 조물딱대다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 모양을 갖춰놓든가. 오늘의 나는 쓰레기봉투 쪽이다. <br><br>+밑줄 긋기<br>-마지막으로 결혼 직전에 베를린에서 못생긴 얼굴에 여위고 따분한 여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는 토요일 밤이면 찾아와 자신의 과거를 자세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늘 염병할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 뒤 그의 품에서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자신이 아는 유일한 프랑스어 구절, “그게 인생이죠C‘est la vie˝로 마무리를 하곤 했다. (15, 여기서 긁혀서 알비누스-안 좋은 연애운 열거 중- 개새끼네 하면 내가 진 거야?)<br><br>-그녀는 손이 빠른 편이라 두 달이 지나자 열두 개의 방에서 그의 과거의 삶은 완전히 죽었다. (115, 화장실3개라 치고, 주방, 식사실, 거실, 응접실, 이렇게 쳐도 방이 다섯 개는 되는 구나...알비누스 엄청 부자였군.)<br><br>-어쩌면 그에게서 유일하게 진짜인 것은 예술, 과학, 정서의 영역에서 창조된 모든 것은 대체로 영리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타고난 믿음이었는지도 모른다. (174, 그 영역만일까요. 나는 사회 자체가 속임수 같다.)<br><br>-그녀를 죽일 수는 있지만, 그녀와 헤어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21, 아이고…알비누스야 넌 엘리자베스한테 총 맞아도 할 말 없다.)<br><br>-어둠 속에는 빛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꾸불꾸불한 길은 기어다니는 더러운 생물이 사람 피부에 남기는 자취처럼 그의 안에 타올랐다.(272)]]></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8610/18/cover150/89546411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101864</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