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맨처음 다른 곳에서 디카페인 드립백을 주문해 먹었을 땐, 아 커피는 카페인을 빼면 맛도 같이 빠져 이따위구나...하고 디카페인에 대한 기대를 버렸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시킨 디카페인 원두가 생각보다 맛과 향이 좋아서 가끔씩 커피는 필요한데 잠도 필요한 날에 한 잔 씩 아껴 내려먹는 용으로 상비한다. 두 달 전에 두 번째 산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원두도 그렇게 잘 먹다가 이제 딱 한 숟가락 남았다. 그래서 이달의 커피는 디카페인을 사자 했다. (일반 원두는 이*트에서 저렴이를 하나 사놔서 그거 다 먹으면 사기로...)
 과테말라는 (역시 이*트에서 저렴이였던) 안티구아 원두를 먹어봤는데, 그게 너무 괜찮았다. 알라딘의 엘 소코로도 과테말라의 동네라고 했는데 그 커피도 상큼하니 좋았다. 다음에 또 사야지 했는데 신제품이 자꾸 나와서 뒤로 밀리네... 검색해 보니 안티구아랑 우에우에테낭고는 많이 다른 동네라고 한다. 해발고도 높고(한라산 만큼 높은 동네) 인구는 8만 명인가 사는 작은 도시라고 한다. 예전에 알던 친구가 몇 년 동안 과테말라로 파견갔었다. 그래서 그 동네는 차 세워놓고 어디 갔다 오면 유리창 다 뿌수고 안에 있는 거 다 가져가는 동네로 각인되어 있다....  
...그래도 커피는 맛있는 동네. 우에우에테낭고 디카페인을 사 봤다. 찾고 있던 (그러나 사더라도 향후 몇 년 간 읽지 않고 처박아 둘 가능성이 높은) 조지프 캠벨의 책 중고알리미가 떠서, 이 참에 이달의 커피도 사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걸 같이 주문했다. 

 어제밤에 택배로 받았는데 너무 늦어서 오늘 아침에 드립 내려 마셨다. 우에우에테낭고 원두는 디카페인이래도 향이 풍부하고 맛은 달달 고소하니 복잡해서 매력있었다. 그렇지만 왠일인지 절판되어 버린 시다모 디카페인의 깔끔한 맛이 자꾸 그리워졌다. (청포도: 시지 않다. 이 커피는 청포도의 산미라 하니: 신맛 거의 없다.) 알라딘 커피 담당자님들 시다모 디카페인 재입고 고려해보시지요...
 아, 핸드드립용으로 분쇄타입 골라 샀는데 이번에는 너무 곱게 갈려왔다. 물 부으면 갯벌 진흙처럼 녹인 초콜릿처럼 너무 뭉쳐서 물이 안 내려간다...조금만 굵게 갈아주세요...대신 갈아주셔서 감사합니다만...그라인더나 커피메이커나 캡슐머신 사려고 몇 달 고민했는데 그냥 머신 살 돈으로 비싼 원두를 흥청망청 사 먹기로 했다. 

 주중 아침에 출근 전까지 삼십 분쯤 남았고 아기들은 아직 자길래 드립커피나 한 잔 내려 먹고 갈까...하고 물 끓이고 이제 막 원두를 불리는 물 한 주르륵 흘리는데...등교날인 큰 아이가 일어나 배고파!해서 밥을 푸고 소음에 깬 작은 아이가 뒤이어 우엑 하고 물을 줄줄 토하고 쓰러져서 내 처지에 드립 커피는 무슨...하고 또 캡슐머신을 고민하다가 그냥 콜드브루 원액 한 병을 사놨다. 급할 때 응급용 포션으로....오늘도 아침 디카페인 드립으로는 기운 딸려서 방금 콜드브루 라떼 만들어서 원샷 ㅋㅋㅋㅋ카페인 충전 ㅋㅋㅋ역시 아무말잔치에는 카페인이 필수요소다...그러니 주간용으로 카페인 잔뜩 든 원두들 사시고 이 커피는 야간용으로 상비해두시지요... 커피가 무슨 맛인지 적기란 참 어렵다. 그냥 먹고 나면 이런 주절주절을 풀어 놓는 효과만 가시적으로 보여드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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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0-25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 조셉 캠벨 처돌이 시절이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신화의 힘>에서 재능 없는 사람이 글 쓰는 법 흘리듯이 말해줬는데 그 말만 철썩같이 믿고 따라하기도 했고요. ㅋㅋㅋ 한 작가만 딱 정해가지고 그 사람이 쓴 모든 책을 읽고, 그 사람이 읽은 모든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길래.. (귀가 얇은 편) 커피 원산지를 따라서 풀어주시는 과테말라 얘기도 재밌네요. (세살 아기 분은 이제 괜찮아지신 걸까요??) 저도 아무말 대찬치하다가 포션 하나 따러 가야겠네요.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요 :)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09   좋아요 1 | URL
저는 신화와 인생 샀는데 이거 표지가 왜 흐물흐물 약해...애기는 아침에만 물 토하고 힘이 없더니 다음날부터는 쌩쌩해서 지금은 퍼즐을 열심히 맞춰요 ㅋㅋ우리 동네 없는 열매 나는 신기한 동네들은 파도파도 끝이 없네요. 왠지 커피 원산지들 파고드는 책 있을 듯 갑자기 그런 책 있으면 보고 싶어지네요 ㅋㅋ

하나 2020-10-25 16:36   좋아요 1 | URL
아기분 쌩쌩해졌다니 다행이네요! 갑자기 추워져서 아기들도 건강 잘 챙겨야겠어요. 신화와 인생도 괜찮게 봤는데 사실 캠벨형 책 내용 다 똑같은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저도 커피 원산지들 파고드는 책을 따라서 열반인님이 이야기 풀어놓으시는 거 보고 싶네요 ㅋㅋㅋ 진짜 그런 책 없나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57   좋아요 1 | URL
커피 산지 여행 에세이는 있는데 의외로 없는 듯 ㅋㅋㅋ커핑로드 책 아님? 했는데 음료수 이름이고 ㅋㅋㅋ 오지고 지리는 커피 지리학 이런 책 써주세요 ㅋㅋㅋㅋ

하나 2020-10-25 17:03   좋아요 1 | URL
그런 제목의 책이라면 열반인님께서 쓰셔야죠 ㅋㅋㅋㅋㅋ 아 진짜 글쓰기의 판을 뒤집어 놓는 글쓰기인데.. (정민님 글 맛깔난다고 하실 때 누가 누구더러.. 라고 생각한 1인)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09   좋아요 1 | URL
하나님의 취향이 지나치게 마이너하신 거에요,,,마치 흙 퍼먹는 이식가 같은...죄송합니다 ㅋㅋㅋ엄마 쟤 흙먹어!

하나 2020-10-25 17:12   좋아요 1 | URL
아 좋아요 안 누르고 싶은데 이것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자주 고백해서 자제 중이니까 조심해주시고요. 저 흙 먹는 애 맞는데 진짜 세상이 바뀌고 있다니까요! 21세기가 원하는 열반인형. 그래도 아무 흙이나 안 먹어욧!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18   좋아요 1 | URL
본인이 스스로 21세기를 대표하고 있어...흙도 진짜로 먹어...솔직하기까지...제 취향이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우리지금만나 당장만나 ㅋㅋㅋㅋ

하나 2020-10-25 17:2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논리왕이네요. 저도 모르게 21세기 대표한 거 찾아내시다니 ㅋㅋㅋㅋㅋ 그르니까여. 진짜 저는 열반인님이 지치시지 않게 계속 물 주면서 내 흙 맛집이 잘 되는 꼴 보고 말 거예여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24   좋아요 1 | URL
아아...진짜 과분한 사랑(너무 훅 들어가지만 이 말 밖에는 적절한 어휘가 딱히 ㅋㅋㅋ) 감사드리며 무럭무럭 자라 맛있는 흙(?)이 되겠습니다. 장래희망은 먼지(a.k.a흙)인데 어찌 아시고...

syo 2020-10-25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에우에테낭고‘ 무슨 뜻일까요? 장난 같은 이름인데.
알고보니 과테말라에서 되게 신성하고 모독하면 그 즉시 모가지 날라가는 이름인 거 아냐....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10   좋아요 0 | URL
우에우에 ㅋㅋㅋㅋ 과테말라 안 가고 여기서 까불기로 합니다 ㅋㅋㅋ 내 모가지는 소중하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6:41   좋아요 2 | URL
‘Huehuetenango‘ means place of the ancients
진짜 모가지 날라갈 뻔...우리나라 종묘 같은 덴가 봐요...조상의 터전 같은 곳인데...

파이버 2020-10-25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다모 디카페인 저도 그리워요 제발 재판매 해줬으면ㅜㅜ
커피는 왜 항상 밤에 마시고 싶은걸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04   좋아요 1 | URL
밤은 짧고 할 일은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커피 마시고 짧은 밤을 늘이려는 마음...할 일은 책읽기라든가 책읽기나 책읽기... ㅋㅋㅋ 시다모 디카페인 방금 마지막 숟갈이랑 우에우에테낭고랑 블렌딩해서 마셨어요. 끝잔이라 더 좋았어요! 시우다우모에 디카페인 블렌드를 출시해라 알라딘!!!

파이버 2020-10-25 17:16   좋아요 1 | URL
˝짧은 밤을 늘이려는 마음˝ 정확해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 마음....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25 17:20   좋아요 1 | URL
오늘밤은 조금 더 길어서 할 일 다 하시고도 더 편안하게 쉬시길 빕니다 ㅋㅋ

scott 2020-10-25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맛 말로 글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으로 순간 읽었어요. 열반인님ㅎㅎ 디카페인 넘 자주 마시면 몸에 좋지 않은데 절친이 이쪽에 있는데 일반 원두를 염화메틸, 아세트산 에틸 등의 화학약품으로 처리해서 카페인을 녹여내면 디카페인 커피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가급적 드시지 마시고 카페인 함량이 걱정 대신면 차라리 두유나 우유로 희석해서 드세요 아가들 나중에 크면 열반인님 커피 타주는 효자들로 ^.~

반유행열반인 2020-10-25 20:58   좋아요 1 | URL
알라딘이가 자기들 디카페는 빙하수! 추출한다는데 구라였던 것인가요!!! scott님 마음과 눈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제게는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ㅎㅎㅎㅎ

jas0 2021-01-12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카페인 원두 살까 하고 리뷰를 읽다가 글에 빠져들어, 막판에 ˝작은 아이가 뒤이어 우엑 하고 물을 줄줄 토하고 쓰러져서 내 처지에 드립 커피는 무슨..˝에서 공감 백배 빵터졌습니다ㅋㅋㅋ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 정말 소중하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12 11:35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알라딘이 이 글을 읽었는지 그 사이 디카페인 콜드브루도 팔기 시작했더라구요...날카로운 마케팅 감각...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함께 하는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그새 꼬맹이가 좀 자라서 오늘 아침은 무사히 드립 한 잔 잘 내려 마셨숩니다 ㅎㅎㅎ)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 커피를 주문하고서 연휴가 끼어서 열흘 만에 받아 마셨다. 지난 달 적립금 이벤트 덕에 마시지도 않고 백자평을 써서 천원 받았다 ㅋㅋㅋ적림금이란 무엇인가...백만 년 만에 당선작 되어서 적립금 지갑이 통통. 이게 뭐라고. ㅋㅋㅋ
커피 봉투만 열어도 구수하고 단 내가 나는 커피였다. 이름이 자꾸 헷갈려서 뭐?크리스마스 커피? 토마스 커피? 했다. 
생각난 김에 코스타리카를 검색했다. 남아메리카가 아니고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나라였다. 파나마 위에! 니카라과 아래! (니카라과가 저기 있는 것도 처음 앎...) 아메리카의 그 잘록한 병목 같은 부분! 나라 이름은 풍요로운 해안. 실제로 해변이 아름다운 곳. 무성한 원시림. 군대 없는 나라!!!
알라딘 커피야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된다. 세계에 모르는 나라가 아직도 너무너무 많다. 
해변이 아름다운 잘록한 밀림의 나라에서 온 커피는, 내릴 때도 향이 좋고 달달 고소하고 신맛은 거의 없었다. 
시다모 디카페인 아껴먹는 중인데 품절이라 아쉬웠다. 빙하수로 카페인 뺀 정말 맛있는 커피였는데!!! 새 디카페인 커피도 나왔다 하니 다음에는 그걸 먹어 봐야지. 
커피도 한 잔 마셨으니 연휴에도 열심히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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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0-09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추카추카추!! 체실비치에서는 줘야죠!! 알라딘 일 좀 제대로 하네~~~ (근데 아쉽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왜 안 주지? 이달에 두개 줬어야 마땅한데,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듯 알라딘..)

반유행열반인 2020-10-09 10:23   좋아요 1 | URL
저는 어 그저 그런 리뷰를 주네... 했어요. ㅋㅋㅋ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하나님만 꽂힌 거 같은데?? ㅋㅋㅋㅋ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하나님께 바칩니다. 댓글로 바람 잘 잡아주신 덕입니다.

하나 2020-10-09 10:28   좋아요 1 | URL
에이~~ 저는 둘 다 정말 좋았구요! 열반인님이 한발짝 떨어져서 근데 여자 행동에 대해서는 왜 자세히 설명 안하니? 이런 시각 보여주시는 거 넘 좋았어요 ㅋㅋ 날카로운 누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담에 나라도 이만원 적립금 줘야게따 내가 젤 꽂혀서 ㅋㅋㅋ 오늘도 즐거운 독서데이 보내십쇼~ ^^

반유행열반인 2020-10-09 10:32   좋아요 1 | URL
하나님의 성원에 힘입어 사만원 받은 기분으로다가 계속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좋은 가을날 푹 즐기시길.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달 커피는 조금 늦게 샀는데 추석 연휴 잡혀서 10월6일에 온다네...상상으로나 마시고 쓰는 백자평...이벤트 천원에 일희일비ㅋㅋ비싸서 그렇지 언제나 맛있는 알라딘 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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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09-30 2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원 중요합니다 맛은 상상해서 써도 상관없어요.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9-30 21: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얼른 새 커피 먹고 싶어요. ㅎㅎㅎ scott님도 편안한 연휴 보내시길 빕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두 번째 구매...지만 벌써 넉 달만. 이번에도 가족아이디 쿠폰 털어 월말에 사고 나니 다음날 신제품 코스타리카 원두가 나왔다 두둥...그렇지 디카페인이니까 카페인 있는 거도 사야지 그런 거지...빙하수에 원두를 담그어 카페인 뺐다는 광고 문구를 이번에 처음 봤다. 내일은 이 커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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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신제품 나왔길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를 샀다. 에예레- 줄이니 예쁘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더더욱 텅 비었다. 텅 빈 나는 아침에 일어났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있다. 저것들이 우는 이유를 아니까 징그럽다. 나처럼 맴맴맴맴 하고 있다. 여름 지나면 다 죽을 것들이니 이해하고 사랑하기로 한다. 사랑 많이 하렴 매미들아.
빈 곳을 채울 것은 책이지 뭐, 책. 그리고 아침에 내린 커피.
지난 번 엘 살바도르 엘 보르보욘을 마실 때는 복숭아의 산미? 뻥치시네 했었다.
오늘 새로 산 에예레-를 드립하는데, 어 이건 진짜 딸기향이네, 했다. 딸기맛 커피를 마셨다.
봄이 다갔는데 봄에 먹던 딸기가 먹고 싶다. 요즘 복숭아는 맛없다는 평 뿐이어서 제대로 사 먹지를 못하고 있다. 엄마가 저번에 천도복숭아를 샀더니 너무 맛이 없어서 망했다면서 병조림을 해줬다. 설탕에 졸이니 그나마 먹을 만했다.
올여름은 작년 재작년에 비하면 덥지 않았다. 대신 비가 많이 왔다. 비 덕분에 덜 더웠다.
비, 복숭아, 동그랑땡, 강탈당한 이미지들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했지.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 아침에 커피 마시기 전에 꼬마들이랑 동그랑땡 데워서 아침밥을 먹었다.
이제 강탈한 이미지 반납하세요. 수많은 상징과 배경과 장소와 시간을 다시 무로 돌리도록 합시다. 

커피 포장지에는 얼굴에 뭔가를 발라 단장하고 꽃으로 둘러싸인 사람이 있다. 저번에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 때 왜 여인 혼자만 외로이 있나요. 했더니 뭔가 다른 사람이 똑같이 눈을 감고 등장했다. 처음에는 이번에는 남자인가 했는데 이제는 여자 남자 구분하고 단정하려는 시도부터 고치기로 했다. 마음 안에 굳어진 이분법을 고치는 일은 힘들지만 꼭 해내야 할 숙제이다. 여자 아님 남자, 사랑 아님 미움, 내 편 아님 적, 이런 거 말고, 규정되지 않은 성, 규정되지 않은 마음, 관계, 그냥 그대로 두는 여유와 체념이 내게는 꼭 필요하다. 그런 마음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십 년 전까지 나보다 좋은 머릿결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다니던 같이 사는 사람을 동아리 친구들은 언니라고 불렀다. 성남에 모란시장을 구경할 일이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뒤에서 ‘난 남자가 저따위로 머리 기르고 다니면 뒷통수를 딱 패버리고 싶어’ 하는 폭언을 날렸다. 졸업식 날 내 짐을 들어주던 그를 멀찍이서 처음 본 우리 아빠는 ‘니 친구 참 예쁘게도 생겼다’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남자친구인 줄 모르고 여자애가 되게 못생겼네 하는 평가였다. 세상에나, 나는 그런 인간들을 싫어하면서도 점점 닮고 있는 것 같아서 창피하다. 어쩌면 나는 그런 경계에 있는 모호하고 독특한 존재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하면서도 규정하고 구분짓고 명확하게 만들려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살면서 군대를 다녀와야 해서 긴 머리칼은 다 잘려나갔고 이후로는 길어져본 적이 없다. 미용실 가서 매직스트레이트에 매니큐어에 온갖 치장하던 머리는 이제 미용실 갈 돈 아낀다고 덥수룩하게 머털이마냥 어설픈 길이가 되곤한다. 나는 좀 짧게 바짝 깎고 오라고 잔소리를 또 하지. 회사갈 땐 못하고 주말에만 양쪽에 건 귀걸이를 보며 금속 알러지도 심한 걸 여태 안 막냐고 잔소리도 하지. 난 참 쓰레기구나. 아버지가 빈 자리에서 내가 나쁜 아버지를 하고 있구나. 
하여간에 커피 포장지의 예쁜 사람은 그냥 좀 두겠습니다. 마음껏 예쁘소서. 

어제 아침에는 사육신공원에 다녀왔다. 큰꼬마가 방학숙제로 답사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집이랑 노량진 가깝다. 마을버스로 이십 분. 오랜만에 비가 안 오는 건 좋았는데 무척 습하고 더웠다.
열 살 세 살 꼬맹이 끌고 나무 아래를 걸었다. 보라색 길다란 꽃이 잔뜩 피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사당에서 위패 일곱 개를 보았다. 큰 아이는 향냄새가 너무 강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했다. 작은 아이는 주변에 조경 돌보는 아저씨 일꾼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낯설어했다. 가기 전에 아이에게 왕위찬탈과 복위 시도와 실패에 관한 이야기들을 대강 했다. 세종의 여러 아들 중에 문종이 다음 왕이 되었는데 아버지왕 시절에 너무 혹사 당해서인지 일찍 죽었어. 그래서 문종 아들 단종이 왕 될 준비도 충분히 못하고 어린 나이에 다음 왕이 됐어. 세종 아들 중에 왕위 욕심낸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쫓아내고 새 왕이 되었어. 이걸 의리 없다 옳지 않다 생각하고 다시 단종을 왕으로 돌려놓으려다 들킨 사람들이 역적이라고 처형당했어. 역모까진 참가 안 했어도 세조가 왕이 된 걸 반대해서 벼슬 안 하고 물러나 살았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몇을 골라 생육신이라 한대. 그 생육신 중 하나가 단종 복위하려다 죽은 사람 중 여섯을 골라 육신전이라는 위인전을 썼대. 겨우 여섯만 죽었겠어? 그냥 누군가 중요도를 정하고 마음가는대로 고른 게 어쩌다보니 사육신으로 굳어졌어. 한참 후대 왕들이 단종 복위하면서 당시 역적으로 죽은 신하들도 복권시켰는데, 사육신 말고도 여러 타이틀 붙여서 기렸대. 그 중 하나를 사육신 묘에 추가해서 이 공원에는 무덤도 위패도 일곱이야. 

계단을 여러 개 올라가면 한강 쪽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멀리 이름 모르는 한강 다리랑 한강물이랑 가까이 63빌딩이랑 존나 똑같이 생긴 건물(김애란 소설에 노량진 나오는 이야기 참고)을 구경했다. 

너무 더워서 오래 머무르기 힘들어서 무덤 가는 길은 제대로 못 찾고 멀찍이서 무덤 두 세 개 귀퉁이만 보고 더 찾지 않았다.
공원이라는 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잖아. 계속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잊지 말라고 그냥 묘역이 아니라 공원으로 만든 것 같아. 그런데 잘 모르겠어. 정말 그만큼 기리고 기억해야 할 만한 죽음인지는. 신의와 의리를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 누군가를 향한 마음과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죽음도 감수하는 건 대단한 일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마지막 도박처럼 주도권 투쟁을 하다가 실패한 것이라면 그렇게 아름답게 포장할 일도 아니지 싶어서.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그 마음은 더 알 길이 없고 이들을 강등시키거나 다시 복권하고 기리기로 결정한 사람들조차 다 죽어버려서 이제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알 길이 없어질 때까지, 더 궁금하지 않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좋겠다. 
커피를 마시면 이렇게 길고 긴 아무말잔치를 쏟아낼 수 있지. 그러니까 이 원두를 사고 한 잔 내리시지요. 
요즘은 하여간에 소설 빼고는 많이 주절댄다. 일기만 수천자 쓴다. 부치지 않는 편지도 썼다 지운다. 읽고 싶은 책은 많아졌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설은 주말에 과제 마감이라 써야 하는데 소설못써요 병에 걸렸다. 뭐 어쩌냐 안 되는 걸. 되는대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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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 2020-08-1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도 이거 마시고 있다요! 유열님 근데 맛있어 지난 것보다 더!

반유행열반인 2020-08-13 10:25   좋아요 1 | URL
달고 상큼한데 진하고 고소해요. 그런데 그런 건 있다. 제일 맛있는 커피는 오늘 처음 마시는 커피.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부에나비스타쏘셜클럽 짭퉁) 노래 중에 가사 개빻긴 했는데 처음 보는 여자-라는 노래 있거든요. 여자 남자에 대한 건 동의 못하는데 커피는 확실히 첨 마시는 커피가 최고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vita 2020-08-13 10:51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읽는 책도 항상은 아닌데 책껍데기 막 들출 때 설레여

공쟝쟝 2020-08-23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가체프는 셔서 좋아요. 제가 유일하게 외우는 원두. 그리고 또 커피리뷰인데 고퀄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20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공쟝쟝님
댓글 폭탄 받으니
넘 좋네요
마트에서 케냐AA샀는데 맛없어서 망했스요...그냥 알라딘 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