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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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애나 렘키.

2년 전쯤 뇌과학 책들에 빠져 이것저것 읽었다.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도 흥미롭게 보았는데, 그 책은 그야말로 흥미 위주로 쓰여 있긴 했다. 또다시 도파민이 등장하는 제목의 이 책을 보고 궁금했다.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네이션이랑 제목도 왠지 비슷하고… 예상과 비슷하게 이전에 읽은 책들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 이 책은 사람의 중독 성향에 초점을 두고 도파민을 다루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골고루 먹을 때는 갑자기 약이 떨어져 심한 부작용을 겪거나 약이 잘 맞지 않아 단기기억 상실이 일어나거나 악몽을 꾸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약물 의존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투약 기간은 반 년 정도였고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약을 탁 끊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정신과 쪽은 오히려 약물 처방과 복약 지도에 조금 더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약물 문제는 다른 과 진료를 보면서 일어났다. 성대 질환이 재발을 반복하다 결국 수술을 받게 되고, 의사는 너무 빨리 말하는 게 문제라며 천천히 말하길 권하고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 주었다. 두경부외과에서는 근육 이완제인 것이 정신과에서는 항불안제였다. 나는 원체 불안도가 높고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근육 이완용으로는 아주 적은 양, 반알씩 처방받았지만, 문제는 그 약을 이따시만한 통에 소분하지 않고 몇 달 치를 한 번에 담아 주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면 그냥 멘토스 꺼내 먹듯 지맘대로 먹다가 안 먹다가 했다. 잠이 안 오고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면 그냥 한 알 통째로도 먹고 왠지 안심이 안 되면 두 알씩도 먹고… 그러다가 막 수능 감독관이 지각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뭐 이 문제는 그 뒤로 약뿐 아니라 과음 문제로 이어지고,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나서 곁의 사람에게 그런 약물 관련 수많은 남용 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약 먹지 않기 약속, 이러고 많이 해결되었다. 처방받은 약이 다 떨어지고서는 저절로 약 없어서 못 먹기도…직접 정신과에 가서 약을 탈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그냥 잘 버티고 넘어가며 몇 년이 지났다.
화이자 맞고 나서, 심박이 이상한 느낌과 호흡곤란을 느껴 내과 진료를 받았는데,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큰 문제는 없었고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천식약 외에도 공황장애약 자낙스를 냥냥하게 처방해 주었다. 이게 또 없으면 그냥 버티는데 집에 약이 있잖아… 나는 자주 불안하고 예민하고 그러다가 한 번 울음이 터지면 줄줄 우느라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잠도 들지 못하고… 그게 공부하면서는 더 심해져서 모의고사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잠도 못 들 정도로 울거나 시험 앞두고 진짜로 공황에 빠졌거나 다시 친해질 거라 믿었던 이웃이 언팔한 걸 알고 또 충격에 빠졌을 때… 한 알씩 빼먹고 말았다.
뭐 이 정도는 예전에 비하면 오용 남용 아니고 필요한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일회적으로 쓰긴 했지만… 어쨌거나 진단과 처방 없이 임의 복약했으니…
…아 쓰고 보니 나 약대 가면 안 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약물이 아니라도 공부 잠시 멈춘 뒤로 겨우 열흘 동안 책 열한 권 미친 듯이 봐서 다시 어깨랑 목을 작살내는 것도 중독일 것이고, 책 보기 싫으면 또 그동안 못했던 인터넷 서핑을 죽어라 해가지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매일매일 차츰차츰 스크린타임이 늘어나더니 어제는 기어코 10시간… 찍는 걸 보고 아니 이거 수학할 때 문제 가장 극단적으로 붙잡은 날의 공부 시간이잖아… 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하고 시험 전까지 걸어두었다 시험 끝나고 해제했던 다운타임과 앱 제한 시간을 다시 설정하였다… 자 사파리는 하루 두 시간 반… 북플은 한 시간…네이버 블로그는 삼십분.. 이거 다 합해도 네 시간이나 되지만 그래도 열 시간은 안 하겠지..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오늘 시간 끝! 하고 알림 알려주면 그래도 스스로 경계하는 부분이 있어서 IOS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그렇게 지나친 스크린타임을 걱정하면서도 이 책을 전자책으로 보면서, 맛이 간 목과 어깨와 팔을 미친 듯이 스트레칭하면서, 그간의 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공부를 효율적이지 못하게 지나치게 오래 붙잡거나 했던 것도 어쩌면 도파민 중독이었을 것 같다. 쾌락이 바로 주어지지 않아도 일단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나를 몰아갔다. 다만 이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따라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험에 닥치기 전까지 끝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이 괴로웠고, 그건 진짜 고통이었다. 고통. 이 책은 쾌락과 고통이 맞닿아 있다고, 뇌에서 둘을 관장하는 부분은 유사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고통과 슬픔과 나쁜 감정도 중독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 안 나지만 사랑중독이라는 책도 비슷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여러분 사랑도 중독이 되는 것이랍니다… 러브홀릭이 허투루 만든 노래가 아니었던 거지…

어쩌면 가장 결핍이 없고 풍요로운 시기를 살게 된 내가 굳이 나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계속 성취 지향적으로 나를 다그치는 건 이놈의 도파민 중독 탓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미친 듯 달리고, 또 휴식을 맞아 반동처럼 책에 탐닉하다, 요 며칠 엄청난 무기력과 피로와 우울과 슬픔에 빠진 걸 보면… 그러면서 아…12월 땡 치자마자 좀 일찍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구나…궁리하는 걸 보면… 나는 쉬는 법, 나를 돌보는 법부터 제대로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법…나는 심지어 낮잠도 몇 달에 한 번 잘까 말까 하고, 공부할 때도 강제로 쉬어라, 쉬어야 한다, 하면서 억지로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버리고, 시험이 끝나고도 오히려 늦잠 자는 버릇이 시험날 일찍 일어나면서 쌱 고쳐져 버려서 막 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버리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공부 다시 시작하면 청개구리니까 또 늦잠 자겠지…아닌가…

…책에서 말하는 대로 평형을 찾고 싶다…기울어진 시소 말고 평평한 시소이면 좋겠는데 그게 재미없는지 자꾸만 시소 끝의 그렘린들이(책 속 비유) 날뛰는구나…

(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심각한 사례 뒤로 사실 나도…하면서 솔직한 중독 경험이랍시고 자꾸 꺼내는 고백이 -저 사실 트와일라잇 같은 로맨스 소설 중독이었어요… 하는 게 가소로웠다… 뭐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이 정도는 나와줘야 시소 균형이 맞지 않나…본인이야 괴로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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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3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7   좋아요 1 | URL
모가지요? 멘탈이요? ㅋㅋㅋ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상모 돌리기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