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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장요세파 지음, 김호석 그림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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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요세파수녀는 현재 창원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이며, 지은책중에 [[그림이 기도가 될 때]]를 감명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김호석화백은 한국 불교의 큰 스님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작업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장요세파수녀와 김호석화백의 콜라보는 [[수녀님, 화백의 안경을 빌려쓰다]]도 있다. 화백수묵화가 이리도 여운이 많이 남는 줄은 몰랐다.
묵직하고도 여운이 남는 작품도 있는 반면에, 그리다만듯한 느낌의 얼굴만 동동보이는 작품, 몸통은 없고 안경만 그려있는 작품 등. 인물화만 있는 그림이 아니라 곤충, 벌레, 동물 각양각색으로 표현하는 그의 그림에 마음을 뺐겼다. 은유도 있지만 해악이 짙으며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그림작품들로 글을 쓰는 수녀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며 속세를 벗어난 그녀가 바라 본 작품들의 감상은 사회의 어그러진 단면과 믿음이 없는 이 세상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화백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머리위에 검은봉지를 쓰고 있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가 세계를 점령하기전에는 미세먼지와 산성비에 곤두서기도 했었지만 코로나이후로는 가끔 다가오는 미세먼지와 산성비보다 코로나가 생활이 되어 마스크쓰고 어디를 가는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누비는 것은 불가능해져버린것인가.
곤충과 벌레는 사실상 그렇게 좋아하진 않은데 실은 엄청 징그러워하고 만지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웃음이 빵하고 터져나왔다. 책읽는 사람도 아니고 바퀴벌레? 바퀴벌레의 책은 어찌나 많이 읽었는지 너덜너덜해졌고, 바퀴벌레의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했다. 어떠한 고민도 없는 바퀴벌레. 화폭이 가늠이 되지 않지만 큰 화폭에 조금 거짓말보태서 크게 그렸다고 한다. 사람만한 바퀴벌레라니 으악. 바퀴벌레야 무슨 내용의 책을 읽고있니. 세상을 더 오래토록 길게 사는 법? 살충제에도 살아남는 법을 읽고있니? 우리도 여러 전염병에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단다.
그리고 앞에 있는 작가의 어머니를 그린 작품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는데 마지막 작품은 오른쪽에 앉아있는 그녀가 왼쪽편에 아주 흐릿흐릿한 노인에게 죽을 떠먹이는 그림인데 보일듯말듯 음영으로 그려졌다. 어릴때에 어머니가 외할머니께 음식을 떠먹여주는 장면과 오버랩되기도 했고, 시아버지가 누워계신 시할머니를 일으켜 앉히게하셔서 좋아하시는 홍시를 쪼개어 드리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운분들이 생각이 난다.
작품을 그린 김호석화백의 그림은 여백의 미가 있지만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고, 그 작품을 바라보며 쓴 장요세파 수녀의 글은 작품들을 헤아리며 작품의 세계로 인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