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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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사랑이없다면그무엇이의미있으랴_에리히프롬 #이근오엮음 #세계철학전집

인간다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독일 태생의 사회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정신분석가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소유냐 존재냐>가 대표작이다. 사랑은 '기술이자 의지'로 보고 진정한 삶은 '소유'가 아닌 '존재'의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살면서 제일 어려운 건 사랑이다. 나이가 한둘씩 먹다보니 사랑의 종류, 크기, 유통기한도 달랐다. 어렵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워야하고 알아야 한다. 사랑은 소유나 집착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또한번 느낀다. 읽으며 사랑의 시선이 한뼘 더 성장하기를 바라며..

P.17
소유를 통해 삶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통해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사람은 크게 소유 방식으로 사는 사람과 존재 방식으로 사는 사람으로 나뉜다. 나는 어느 쪽에 속할까? 물론 돈과 명예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잃었을 때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쉬웠다. 왜냐하면 지금 내게는 가진것이 없기때문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가 아닌 존재 중심의 삶에 더 마음이 끌린다. 나는 이제 소유하려 애쓰기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사람 VS 사람 서로 수평적인 존중의 태도가 중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쌓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책을 손에 들어 올리며 묻는다. 이 책이 내 삶 속에서 숨 쉬고 있는가?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까, 그의 문장을 따라가며 그 의도와 고민을 함께 헤아린다. 간혹 내 삶을 대조하며 읽어서 저자의 고민을 헤아리기보다는 내 고민에 대입한다. 독서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파고드는 일이다. 때로는 한 구절이 나를 흔들어 놓고, 다른 시선의 내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책읽기는 다른 숨통이다. 나는 책을 통해 나를 다듬고, 성찰하며, 나를 끊임없이 재편집하려 한다. 객관화가 되기가 제일 어려운 게 나이지 않은가.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가 목적이 아니라 ‘존재’로 나아가는 독서. 그가 던진 물음처럼 나 역시 되묻는다. 내가 책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책이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있는가? 독서는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녹여내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책장에 꽂힌 권수가 아니라, 내 삶 속에서 책이 살아 있는 흔적이다. 유일무이 책을 존재로서 나아가려하지만 돌아보면 소유하고 있다. 끊임없이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P.45
설령 제자리에서만 맴도는 듯한 뜀걸음이었다 해도, 그 안에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면, 그 움직임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어쨌든 움직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중략)
존재는 경계심, 생동감, 반응성을 요구한다.

뭘 하긴하는데 결과가 없는 발걸음이어서 멘붕이 올때가 있다.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 같은데 에리히 프롬은 헛되지 않다고 해주니 그것만으로 의미갖
가 있다고 해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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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 - 소설가를 꿈꾸는 어느 작가의 고백
강주원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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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이지않은세상에서_강주원 #디페랑스 #소설가를꿈꾸는어느작가의고백

저자는 늘 글을 쓰며 살아온 사람이다. 한동안은 직업으로써 기사, 칼럼, 인터뷰, 보도자료, 공식 서한까지 다양한 글을 써야만 했던 삶이였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글로 그것들을 담아내는 데 익숙했다. 그렇게 쓰다 보니, 문단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을 쓰다 보면 결국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지고, 내면에서 창작의 욕구가 차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중에는 소설가를 꿈꾸는 것일까.
그는 한때 북카페를 운영하며 읽고 쓰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나누고 배우기도 했다. 나는 예전에는 에세이에 몰두해 에세이만 읽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산문집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에세이가 자신의 삶과 경험을 중심으로 관심을 반영한다면, 산문은 보다 다양한 형식 속에서 더 넓은 주제를 다루며 이야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P.81 편하게 쓰되 불편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간중간 의심해야 한다. 자신이 때로 틀렸음을 아는 이는 그만큼 더 나은 글을 쓸 가능성이 크다.

편하게 쓰되, 불편하게 고민하라.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성찰 없는 글은 결국 공허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글은 피곤하고, 늘 같은 주제를 붙잡고 주구장창 반복하는 글 역시 읽는 독자에게 피로감만 주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글을 보면서 오히려 묻게 된다. 쓰고있는 쓰니는 도대체 왜 글을 쓰고있는지? 발설하기 위한 글은 일기로, 함께 사유하고 나누기 위한 글이 독자에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데 왠만한 글에는 글밥이라는 표현은 정말 신중히 한다.

P.102 우리는 쓰기를 통해 진실을 구하지만, 쓰다 보면 앎이 우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처음 한두 문장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쓰다 보면, 계속해서 써 내려가다 보면 어디선가 빼꼼 고개 내미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그때 우리의 펜은 낚싯대가 되었다가 뜨개바늘로 변했다가 다시 긴 여정을 돕는 지팡이가 되곤 한다. 지혜의 구원을 향한.

저자의 사유가 좋았다. 결국, 우리는 왜 쓰고 읽어야 할까. 가까운 사람과의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득 답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밑줄 친 것처럼 빼꼼 고개 내미는 순간이 나타난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가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책읽기가 이제는 삶이 되어버린 지금, 나는 점점 더 깊이있는 작가를 찾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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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양 책고래마을 62
아우야요 지음 / 책고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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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양_아우야요 #책고래

'박치기 양'에서 우리 아이의 향기나 조금 나네요. 박치기 양은 자기 마음대로만 살고 싶어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먼저 들이받습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가리지 않아요. 순간 욱하는 마음에 그때만 감정소모를 해서 통쾌할 순 있으나 끝에는 늘 눈이 빙글빙글, 머리는 어질어질 아픕니다. 읽다보면 이건 단순한 양의 습관이 아니고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있는 고집과 분노입니다. 왜 배경을 보라색으로 색칠했을까 생각해보니 세상을 보랏빛 새벽 또는 어스륵한 밤을 그린걸까 생각해봅니다. 그 배경은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양의 복잡하고 어두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왜 박치기 양은 지나가다가 바위를 피하지 않고 우뚝선 바위를 박치기 했을까요? 바위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박치기양은 아이들에게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지혜있게 일러줍니다. 박치기 양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분노를 다스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지혜를 가르쳐 줍니다. 어른 독자인 저도 읽으면서 좋았어요. 내 마음속에서도 늘 '박치기하고 싶은 양'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나의 짜증을 분출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관계속에서나 일상속에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도 해요. 그럴때마다 우리는 쉽게 화를 내고 억지로 밀어붙여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결국은 표지의 박치기 양처럼 빙글빙글 헤롱헤롱 공허합니다.

박치기 양이 바위를 받음으로써 씨앗이 나오면서 박치기 양 주변은 열매나무로 풍성해져요. 그러면서 박치기 양도 달라지고 그 주변도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박치기 양의 주변에도 달라짐을 느껴요. 어쩌면 박치기 양에게 신비의 나무는 소통의 연결고리였겠죠? 박치기 양처럼 조금 더 기다려보면 마법같이 좋은일이 생길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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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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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손수건그리고작은모자가있는숲_로베르트발저 #열림원

전나무와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어우러진 숲의 풍경은 마치 한 편의 마법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나는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고, 그렇게 책은 펼쳤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오로지 숲 그 자체가 말을 거는 듯한 기운이 전해졌다. 한 그루의 나무, 한 장의 나뭇잎, 한 조각의 천, 그리고 귀여운 작은 모자가 다정히 손짓하며 나를 맞이하는 장면이 희미하게 그려졌다. 얼마 전 숲의 압도됨에 무서움이 느껴져 내려온 적도 있었다.

헤르만 헤세와 프란츠 카프카 역시 로베르트 발저의 열렬한 애독자였다. 그의 글은 신비롭고 고요했지만, 그가 걸어온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독일 문학가들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발저는 점점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리듬을 잃지 않고, 《산책》, 《작문들》 같은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작가들처럼 자신의 삶을 기록하거나 자서전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산발적으로 발표한 짧은 산문은 은유와 묘사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흔적을 새겨 넣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발저 자신이 숲 속에 숨어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연속에서 작고 우연적인 순간들을보며 고요하고 고독한 존재와 마음의 움직임을 탐색한다. 마치 거대한 숲의 세계에 동화를 보는것과 같은 느낌으로 때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한껏 느끼면서. 나는 그저 경이로움의 대상이라고만 느꼈었다. 발저의 글은 일상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스위스 작가라 하니 자연의 방대함을 더욱 느꼈지 싶었다. 거대한 풍경을 보며 숨막힘을 느끼고
세상과의 거리를 두고, 나무와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 속에서만 속삭이는 사람. 그래서일까, 그의 문장은 읽는 이를 어쩐지 현실 너머의 세계로 부드럽게 데려가고, 나 또한 그 숲에서 한동안 머물고 싶게 만든다.

P.22 주변은 아직 모든 것이 밤이고, 하늘 가장자리에 실낱같이 희미하고 창백한 빛만, 실제로는 빛이 아니라 지치고 죽은 어둠의 잔해만 살짝 비칠 때의 숲 말이다. 이 시각의 숲은 소리도 숨도 의미도 없는 언어로 말을 한다. 모든 것이 이해 저편의 세계다. 달콤하면서도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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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넷 열하나의 꿈을 Green 여행
바람칼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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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넷열하나의꿈을Green여행_바람칼 #부크크

2019년, 저자는 국토 종주 자전거 여행을 꿈꾸었다. 그 옆에서 초등 3학년 아들은 국내 놀이동산 종주를 상상했다. 전국을 돌며 자신이 좋아하는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꿈.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문득 내가 꿈꾸는 ‘전국 도서관·박물관 투어’를 떠올렸다.

작가는 2020년,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아들과 인천에서 춘천까지의 첫 자전거 여행을 나섰다. 그러나 자전거길이 물에 잠겨 여행은 1박 2일로 짧게 끝이 났다. 솔직히 나는 ‘자전거 여행이라니, 날씨가 언제 변해 비가 올지 모르고, 도로 사정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구간도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패(?)에서 오히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처음은 어렵지만, 한 번 해보면 두 번째부터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두려움 대신 설렘이, 망설임 대신 발걸음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초등 4학년이 된 아들과 저자는 인천에서 부산까지 국토 종주를 완주했다. 와… 정말 자전거로? 상상만 해도 숨이 찰 것 같은 여정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직선 거리는 400km가 넘고,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간다면 690km 이상이다. 그런 길을 아이와 함께 달려 완주했다니, 그 자체로 놀랍고 감동스럽다. 그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으며, 경이로운 풍경을 마주했을까. 자전거는 그들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용기와 모험심을 북돋워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을 것이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늘어났고, 먹고 싶은 음식도 다양해졌다. 그리고 서로의 성장과 변화는 매년, 눈 위에서 구르는 눈사람처럼 커져갔다. 나역시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것은 더욱 여행에 대한 갈급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여행을 꼭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 작은 시작이 무한한 가능성을 연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깊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유도 그럴것이 자전거도, 자동차도 운전하지 못하는 나다. 아이들과 함께 기차나 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추억을 쌓았다. 서울 구석구석의 박물관, 미술관, 역사 유적지를 다니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갈 곳이 한정적이었지만, 몇 번 다니다 보니 더 멀리, 더 낯선 곳으로 향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이들도 장거리 여행을 다니다보니 적응하고 그것에 따른 예의도 갖추게 되었다. 아이들이 언제까지 나와함께 다녀줄지 모르지만,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더 값지고 특별하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가리는 음식이 많고, 입도 짧다. 그래서 이게 제일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 속에서 새로운 음식을 마주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작가의 모자가 자전거 여행을 통해 맛의 폭을 넓혀갔듯이, 우리 가족도 시간과 경험 속에서 변해갈 거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의 묘미는 여유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 주는 설렘도 좋지만, 3박 4일의 시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이와 차분함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도 언젠가 아이들과 또 다른 방식의 ‘우리만의 종주’를 떠나고 싶어졌다. 그게 국내든 해외든 말이다. 도전과 성장이 함께하는 그 길 위에서, 우리도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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