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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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는 저녁 풍경이 흘렀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푸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12쪽

손가락으로 기억하는 여자와 눈에 등불이 켜진 여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쩐지 시마무라는 마음속 어딘가에 보이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저녁 풍경이 비치던 거울에서 덜 깨어난 탓일까. 그 저녁 풍경의 흐름은, 그렇다면 흐르는 시간의 상징이었던가 하고 그는 문득 중얼거렸다. -16쪽

손님은 대개 여행객들이죠. 전 아직 어리지만 여러 사람들 이야길 들어봐도, 마냥 좋아서 그땐 좋아한다는 말도 못한 사람이 늘 그리워져요. 못 잊는 거죠. 헤어진 후엔 그런가 봐요.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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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구판절판


진정으로 예술적인 천재와 대가적 노련함을 가진다는 것은 단지 아무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침내는 그 작품에 화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42쪽

"시라즈와 헤라트 화파의 옛 장인들은 신이 원하고 보았던 진짜 말을 그리려면 50년 동안 쉬지 않고 말을 그려야 한다고 했네. 진정한 장인이라면 50년 동안 말을 그리다 장님이 되고, 결국은 그의 손이 그가 그리던 말 그림을 외워 그리지." -45쪽

"눈이 먼다는 건 고요해 지는 것이라네. 내가 조금 전에 말한 첫 번째와 두 번째가 합쳐지면 눈멈이 오지. 그림이 가장 심오한 경지에 이르는 것은 신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것을 볼 때라네." -112쪽

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둠을 기억하는 것이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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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현대사상의 모험 5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 / 민음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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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추방된 형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의 반대 용어로 변신한다. 모든 권력과 제도들이 시뮬라크르된 죽음에 의해 그들의 실제적인 고통으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하여 자신에 대해 부정으로 말한다. 권력은 존재와 정당성의 미광을 재발견하기 위하여 자기자신의 살해를 연출할 수 있다. -53쪽

이제 더 이상 상품의 연출 장면은 없다. 단지 상품의 외설적이고 공허한 형태만 있다. 그래서 광고는 이러한 포화되고 공허한 형태의 삽화이다. -163쪽

더 이상 주체도 없다. 왜냐하면 동일한 것의 복사는 그의 분할에 종지부를 찍는다. 거울의 단계는 같은 것의 증식 속에서 폐지된다. 혹은 그보다는 거울 단계가 동일증식 속에서 아주 괴물같은 방식으로 뒤틀려 바뀌어져 있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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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의 몫 - 모더니티총서 10
조르주 바타유 지음, 조한경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절판


인간은 소유 자원을 에너지로 환원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 자원을 성장을 위해 쓸 수만은 없다. 성장은 무한할 수도, 지속적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잉여 자원들은 써버려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낭비하는 순간에조차 획득을 열망한다. 심지어 인간은 낭비 자체를 획득의 대상으로 삼는다.-116쪽

인식의 와해 없이는 인식의 최종 목적에 이를 수 없다. 지식의 최종적인 문제와 소모의 최종적인 문제는 같다. 파멸 없이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부를 도모하면서 소모시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17-118쪽

진정한 사치는 부의 완전한 멸시를 요구하며, 노동을 무시하는 사람, 즉 한편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영광의 폐허로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자들의 거짓 노동을 말없이 경멸하는 사람의 무심함을 요구한다. 누더기의 영광, 무심함의 음울한 도전이 없다면 군사적 착취, 종교적 신비화, 그리고 자본주의의 방향 전환 너머로 부가 갖는 폭발적 성격, 낭비적 특성, 넘침의 의미를 깨달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다.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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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북 - 서은영과 장윤주의 스타일리시한 이야기
서은영.장윤주 지음 / 시공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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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스타일을 알고 가꿀 줄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비싼 옷과 장식이 아니라도, 하얀 셔츠와 청바지만으로도 자신의 멋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겐 한 번 더 눈길이 가게 된다. 반대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화려한 스타일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멋스럽게 표현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자신만의 멋을 시간과 공간에 맞게 표현한다는 것은 타고난 감각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옷을 가장 많이 입혀 본 스타일리스트 서은영, 옷을 가장 많이 입어본 톱 모델 장윤주는 <스타일북>을 통해 스타일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장윤주가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마음과 생각들에 관한 것이다. 스타일을 표현해내기 위한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타일에 관한 생각들이 아닐까. 스타일에 관한 세세한 팁이야 패션 잡지에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알고 있었던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되고, 나의 스타일을 찾고 가꾸기 위한 생각들을 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옷장에 옷이 그리 없는 건 아닌데 무슨 옷을 입을지 망설인 적이 많다면, 이 책은 직접적인 해법은 아니더라도 꽤 유용한 충고는 들려준다. 무조건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라, 시간과 공간에 맞게 스타일을 연출하라,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택하라, 경험을 통해 스타일을 완성해나가라 등 스타일에 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법칙들을 읽으면서 나만의 스타일이란 어떤 색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작은 액세서리 하나에도 스타일은 달라질 수 있다. 그 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향수 한 방울은 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멋진 마침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은 액세서리 하나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도 스타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옷을 고르는 데 너무 신경 쓰느라 어울리지 않는 구두를 신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은 것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의 중간 중간 들어 있는 스타일에 관한 팁도 눈여겨볼만하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느냐일 것이다. 옷을 잘 입는 것은 타고난 감각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게으른 핑계일 수도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란 결국 자신의 체형을 알고 자신의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알려는 노력, 그리고 옷을 고르고 때론 실패도 하면서 옷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노력,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들을 배우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중요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분위기가 좋고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 화려하거나 비싼 옷들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가지고 있는 옷들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 내 가난한 감각에 부끄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스타일은 상상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옷들과 사야 할 옷들과 그리고 자신의 분위기를 조합하여 가장 멋지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상상력이 스타일에도 필요한 것 같다. 모델 장윤주의 글들은 특히나 스타일을 결정짓는 상상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스타일을 결정짓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는 장윤주는 자신만의 감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서 스타일의 출발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요일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줄 아는 그녀는 스타일에 있어서만큼은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옷을 고르기 전, 나에게 맞는 색깔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도 결국엔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 삶을 한 가지 색깔로 칠한다면 어떤 색일까, 라는 물음에서 자신의 스타일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자신의 색깔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에서 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스타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서은영의 말에 공감한다. 자신의 색깔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일은 즐겁다. 그런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스타일에 관한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조언들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옷을 입을 때 기본적인 아이템들이 중요한 것처럼 스타일을 표현해내는 데 있어서도 기본적인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한 첫 단추를 채우는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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