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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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서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서 내가 일본 소설들을 즐겨 읽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물론 뉴스에서 나왔다시피 쿨하다는 것. 그리고 문장들이 가벼우면서도 달콤하다고 해야 할까. 쉽게, 쉽게 읽혀지면서도 섬세한 일상을 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내가 일본 소설에 반한 이유 말이다.

이시다 이라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1파운드의 슬픔>이라는 제목이 주는 분위기도, 그리고 옴니버스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라는 소개도 내가 이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나는 이시다 이라의 다른 소설들도 찾아서 읽게 될 것만 같다. 일본 소설들에서 느꼈던 감각적인 문장에 섬세한 일상의 모습을 이시다 이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파운드의 슬픔>에는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사랑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사랑 이야기는 질리는 듯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것은 각기 다른 빛깔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는 사랑의 열정으로 삶을 가득 채울 것이고, 또 누군가는 언제 헤어질지 알 수 없는 사랑을 겨우 겨우 유지하고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금 막 한때의 사랑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랑의 모습들이 여기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어쩌면 결국 사랑이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삶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 무언가는 일치한다는 점에서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하며 끄덕거렸던 것처럼.

사랑이 끝난 후의 허탈함,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 그리고 언젠가는 끝날지 모를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의 한 자락까지 그 모든 사랑의 감각들에 대해 감각적인 문체로 감상할 수 있다는 건 <1파운드의 슬픔>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빛나지만 늘 안타까운 무언가가 있는, 화려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슬픔 같은 것. 사랑은 어쩌면 그런 1파운드의 슬픔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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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적인 삶 - 제100회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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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시절부터 인생의 중반까지 이어지는 삶의 흔적들을 숨가쁘게 좇아가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그 시간의 마디 마디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 펼쳐 놓고 있는 삶의 무늬가 참 생생했기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적인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프랑스의 대통령 이름이 각 장의 제목으로 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프랑스의 정치 사회적 상황 속에서 한 남자의 삶이 그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다. 그것은 다만 배경일 뿐, 중요한 무대는 한 남자의 삶이고 그 삶에 관계된 다양한 사람들이다.

폴 빌릭은 어릴 적 형의 죽음으로 첫 번째 삶의 장에서 큰 상처를 경험한다. 그는 몇 년 먼저 태어난 사람이 물려주는 어떤 인생 경험이랄지 삶에 있어서의 유용한 정보들을 물려받지 못한 채 그가 혼자서 다 알아내고 경험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그의 부모들 또한 형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늘 형의 죽음이라는 그림자 안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을 때 형의 이름을 아들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군대에서의 구타, 직업 전선에서의 갖가지 난관들, 첫 번째로 알게 된 여자와의 헤어짐, 치과의사의 무자비한 복수,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등이 그의 삶에 자잘한 상처의 무늬를 만들어나간다. 그렇지만 그의 삶에도 햇볕이 비추게 되는데 사랑하는 여자 안나와 결혼하는 것과 나무를 찍는 사진작가가 되면서 부와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행복해 보이는 일도 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있는 법이다. 결혼은 늘 배신을 낳고, 부와 명성은 한 번의 배신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니...

정말 많은 일들이 한 남자의 삶을 지나간다. 만남과 폭력과 질병, 그리고 결혼, 배신...... 지나고 간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시간이 남기고 간 것들은 늘 잔인하거나 쓸쓸하다. 그렇지만 그는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다. 아내가 남긴 상처가 클 법도 한데, 그는 남겨진 딸을 위해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삶을 받아들인다.

꽤나 두꺼운 소설이었지만 소설에만 집중했을 만큼 흡입력 있는 소설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생의 속살을 벗겨냈을 때 나타나는 복잡다단한 무늬와 상처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단지 ‘프랑스’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바로 나와 당신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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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북클럽
커렌 조이 파울러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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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읽는 일이 때로는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향기로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질리도록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이 있다면 나는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우리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오스틴이 있다, 라고 소설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나의 오스틴은 소설을 읽는 것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소설은 삶을 부드럽게, 혹은 달콤하게 해준다. 자신의 일상을 부드럽게 매만져주는 작가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또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그런 책읽기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기쁨에 관한 책이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마치 오스틴에 바치는 멋진 팬레터 같다. 소설은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여섯 사람에 관한 이야기지만, 책 읽기에 바치는 근사한 러브레터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누구보다도 책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는 책 읽기를 너무 너무 사랑하고 책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그 삶을 자신의 일상에서 새롭게 이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짝을 찾아주는데 열성적이지만 정작 본인은 독신을 고수하고 있는 조슬린, 조슬린의 오래된 친구인 실비아(그녀는 지금 32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과 헤어지려고 하는 중이다), 그리고 실비아의 매력적인 딸 알레그라, 프랑스어로 말하기를 좋아해서 눈치를 받긴 하지만 매력적인 여성임이 분명한 프루디,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지만 열성적인 오스틴의 팬인 멋쟁이 버나데트, 클럽 멤버 중 유일한 남성이지만 오스틴보다 공상과학 소설에 더 빠진 듯해서 멤버들의 눈치를 톡톡히 받는 그리그. 이렇게 여섯 명의 멤버들이 제인 오스틴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다.

소설은 여섯 명의 집에서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각각 읽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단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관한 지루한 토론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다 읽어보지 않아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었다. 소설을 읽어갈수록 나는 그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았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섯 명의 삶과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씩, 한 명씩 그들 여섯 명의 각기 다른 빛깔의 삶이 공개될 때 느껴지던 비밀스런 달콤함이란! 작가인 커렌 조이 파울러는 제인 오스틴의 열성적인 팬답게 제인 오스틴적인 섬세한 감각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섯 멤버. 그들의 오스틴은 각기 달랐지만 책 읽기와 삶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오스틴은 같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읽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들 중 누군가는 사랑에 빠져들고, 또 누군가는 평생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지려 하고, 또 누군가는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기도 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꾸준히 새로운 결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비아는 오스틴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결말이 자신에게 닥친 것에 당혹스러워 하고 그녀의 딸 알레그라 역시 오스틴의 책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며 힘들어한다.

“결혼이 대부분 이혼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잊어버리고 있었지? 오스틴의 책에서는 그런 걸 배울 수 없으니까. 오스틴은 결말에 늘 결혼식을 한두 개 집어넣으니까.” 54쪽

“정말 위험한 책을 쓴 사람은 바로 오스틴이죠. 수백 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진심으로 믿는 책을 썼으니까요. 덕성이 얼마나 인정되고 보상을 받을까? 사랑이 어느 정도까지 승리할 수 있을까? 인생은 얼마나 로맨스일까?” 183쪽

누군가는 제인 오스틴을 불행한 관습에 갇혀 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인 오스틴처럼 평범한 일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오스틴에게서 찾아내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독서 습관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니까!

책의 말미에는 친절하게도 평론가들과 작가들의 오스틴에 관한 논평까지 담아 놓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오스틴을 볼 수 있다. 북클럽 멤버 여섯 명이 토론을 위해 던진 질문들까지 실려 있다. 그 질문들 속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각기 다른 빛깔의 오스틴이다. 이렇게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질문들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은 마치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선물 세트같다. 물론 제인 오스틴을 잘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보다는,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당신, 그리고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열정에 관한 책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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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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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현실에서 스르르 벗어나 과거의 어느 한 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좀 더 멋진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곤 했다. 물론 미래의 시간으로 가서 미래의 내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시간 여행이라는 말 속에는 그런 멋진 상상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는 그런 환상적이고 멋진 시간 여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전적인 질병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실의 시간에서 미끄러져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헨리에게 시간 여행은 끔찍한 악몽일 뿐이다. 옷도, 신발도 없이 맨몸으로 아무 시간대나 툭툭 내던져진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헨리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서 자물쇠를 따고 옷을 훔치고 지갑을 훔친다. 헨리는 시간 여행의 대부분을 그렇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허비한다.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지금은 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일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몇 번이고 다시 보아야만 하는 것은 끔찍한 형벌이다. 우리 마음 속의 시간이 자꾸만 고통스러운 시간의 어느 한 지점에 머무는 것처럼 헨리의 시간 일탈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헨리에게 시간은 형벌이고 운명적 장난 같은 것이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형벌은 더욱 끔찍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사라져야만 하는 헨리에게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끊임없는 헤어짐인 것이다. 그보다 끊임없이 남겨져야 하는 그의 아내 클레어에게 시간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연속적인 삶 속에서 휑하니 뚫린 구멍 같은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의 불연속적인 공백을 견뎌내야 하는 그녀에게 시간은 어쩌면 헨리보다 더한 잔혹한 운명을 부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시점은 헨리와 그의 아내 클레어 사이를 오고간다. 시간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 간다. 흩어진 시간 속에서 사랑, 만남, 헤어짐, 기다림, 그리움을 발견한다. 어떤 이에게 사랑은 시간의 장난으로 쉽게 무너져 내리지만 또 어떤 이에겐 시간이 장난을 칠수록 사랑은 더욱 굳어지기도 한다.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이 바로 그렇다. 시간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애틋해지는 그들의 사랑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시간적 장치를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의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하는 시간에 대해서...... 우리는 시간 안에서 사랑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소설은 시간을 넘어서는 어떤 사랑에 관해서, 그리고 그 사랑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흩어진 시간들을 오고 가면서 내가 만난 것도 조각난 사랑의 파편이 아니라 짙은 사랑의 여운이었다. 물리적인 시간을 넘어서서 존재하는 사랑의 짙은 여운. 그 짙은 여운이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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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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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엔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간결한 문장 속엔 알 수 없는 슬픔이 묻어 나온다. 부드러우면서도 차갑고, 잔잔하면서도 싸한 무엇이 있다. 그래서 자꾸만 그녀의 글을 읽게 되는 건지 모른다.

<불륜과 남미>에서도 바나나 특유의 슬픔과 감성은 여전했다. 바나나 특유의 감성에 덧붙여 강렬한 그림들과 사진들, 그리고 여행의 일정이 담겨 있어 마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사실, 낯선 여행자의 느낌은 바나나의 글에선 자주 느낄 수 있었던 느낌 같기도 하다. 떠날 때의 낯설음, 돌아올 때의 안락한 피곤함 같은 것들을 그녀 글에서 종종 보았던 것 같다.

<불륜과 남미>에서 바나나는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들을 소설의 형식으로 들려준다. 낯선 남미의 풍경들이 그녀의 글을 통해, 그리고 사진을 통해 담겨진다. 뜨거운 햇살과 강렬한 빛깔의 하늘, 열정적인 숨결이 스며 있는 거리, 그리고 열정적인 사람들. 스쳐 지나가듯 묘사되는 남미의 풍경은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그 강렬함과 대비되어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특유의 슬픔은 더 낮은 밀도를 구성하고 있다. 사실, 불륜은 그다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그렇지만 강렬한 남미의 풍경 속에서 바나나만의 간결하면서도 슬픈 문장들과 만났을 때, 그리고 그녀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삶의 문제들과 만났을 때 불륜은 의미 있는 소재가 된다.

늘 삶 속에 낮게 드리워져 있는 죽음, 어느 날 문득 불현듯 느끼게 되는 외로움,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슬픔의 색채...... 슬프고 싸하지만 바로 그것이 일상의 모습이기에 나는 바나나의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 나는 슬프지만 위로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강렬한 사진들과 그림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갑자기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가고 싶어졌다. 그 강렬한 열기 속에 잠시나마 내 밋밋한 생을 담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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