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그 그림을 보면서 그 특질이 조금씩 벗겨져서 우리에게로 오기를 바란다. 우리가 그 그림에서 반기는 것은 제재라기보다는 분위기다. 색과 형태를 통하여 전달되는 감정적 태도다. 우리는 물론 그런 감정으로부터 곧 멀리 쓸려 내려갈 것임을 안다. 그림이 전하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여러 사람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대담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확신을 품기도 하고, 가벼운 재치를 보이기도 하고, 부모로서 권위를 세우기도 한다). 그럼에는 우리는 비망록으로서, 닻으로서 그 그림을 환영하는 것이다.-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