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과 여전사 1 - 21세기 남과 여
이명옥 지음 / 노마드북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터였을까. 강인한 남자의 근육질 몸매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이제 예쁘고 아름다운 남자에 매혹당하기 시작했다. 브라운관에서도 아름다운 여자 대신 씩씩한 여자들이 당당하게 주인공의 역할을 맡는다. 남자다운 외모, 여자다운 외모 가꾸기를 강조하던 매스 미디어들이 앞 다투어 아름다운 남자, 씩씩한 여자의 이미지를 경쟁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이제 양성적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주고 있는 걸까.

그렇지만 우리 인간이 양성적 아름다움에 매혹되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의 사실이라면? 이 책은 수많은 그림들 속에서 그 숨겨진 열쇠를 찾고 있다. 이 책은 그림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의 비밀들을 찾아가는 여행이고, 인간이 매혹되어 온 양성적 아름다움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저 미술관을 관람하듯,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되어 있는 그림들을 따라 양성적 아름다움의 매혹에 빠질 준비만 되어 있으면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테이레시아스, 이피스, 카이니스처럼 남성과 여성의 삶을 모두 경험한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혹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성을 바꾼 인물들을 통해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는 다른 성으로 변신하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음을 주목한다. 결국 그러한 변신에의 욕구는 결국 자웅동체라는 희한한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동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한 몸에 혼합된 형상인 자웅동체는 힌두 신화의 자웅동체 신 하리하라, 중국인의 시조인 복희와 여와, 그리스 신화의 헤르마프로디토스처럼 세계 신화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양성적 아름다움으로의 여행은 세계 종교로까지 이어진다. 기독교의 천사들을 화가들은 여성보다도 더 매혹적으로 그려놓았다. 양성적 아름다움은 서양뿐 아니라 동양의 미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상 같은 한국의 불교미술에서도 양성적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 인간이 오래전부터 양성적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것을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몸을 자웅동체라는 형상으로 합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양성적 아름다움의 기원을 잃어버린 반쪽을 찾기 위한 시도로 본 플라톤의 철학, 우주의 상반된 속성을 통합시키고자 했던 연금술의 철학,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반대 성을 벌충해서 영혼의 균형을 잡으려는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융의 아니마, 아니무스 이론에까지 결부시킨다. 결국 인간의 내면에는 반대의 성을 닮고 싶다는 욕망이 내재해 있고, 그것을 통합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온 것이다.

그러한 열망을 표현하고자 양성적 아름다움을 자신의 그림에 담은 화가들이 많이 있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만 해도 그렇다. <모나리자> 속에 숨겨진 양성적 이미지는 <모나-레오>라는 합성작품까지 만들어내게 했는데, 화가의 자화상과 모나리자의 얼굴을 반씩 합성한 <모나-레오>라는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묘하게 닮아 있는 이미지에 놀라게 된다. 아름다운 남자, 씩씩한 여자를 조각한 미켈란젤로, 아름다운 청년들을 그린 그림들 속에서 양성적 아름다움의 매혹에 빠진 화가 카라바조, 남녀의 이미지를 뒤바꾸어 놓은 듯한 그림들을 그린 비어즐리에 이르면, 양성적 아름다움은 화가에게 너무나 매혹적인 소재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양성적 아름다움의 근원을 따라, 그리고 화가들이 표현해낸 아름다운 양성적 이미지를 따라 남과 여라는 딱지를 떼버리고 양성적 아름다움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양성적 아름다움의 세계로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바로 앞에서 설명해주는 것처럼 친근한 말투로, 그림 속에 녹아든 아름다움의 실체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림들 속에 녹아 있는 양성적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꽃미남과 여전사의 이미지가 실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아름다움의 근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은 우리의 내면에도 존재하는 깊숙한 열망 같은 것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자는 그러한 양성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화가들의 의도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열망이 숨어있음을 지적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성별을 떠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남과 여의 구별을 떠나 인간 자체의 아름다움에 몰입한 화가들의 그림은 바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이명옥 관장과 함께 떠난 그림 여행의 주제는 이제 양성적 아름다움으로의 그림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으로 바꾸어야 적합할 듯 하다.

그렇다면, 수많은 그림들 속에서 남과 여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들을 결합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우리 인간의 내면에서 해석해내고, 그것이 결국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이 그림 여행의 목적은 훌륭하게 달성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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