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적인 삶 - 제100회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유년의 시절부터 인생의 중반까지 이어지는 삶의 흔적들을 숨가쁘게 좇아가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그 시간의 마디 마디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 펼쳐 놓고 있는 삶의 무늬가 참 생생했기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적인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프랑스의 대통령 이름이 각 장의 제목으로 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프랑스의 정치 사회적 상황 속에서 한 남자의 삶이 그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다. 그것은 다만 배경일 뿐, 중요한 무대는 한 남자의 삶이고 그 삶에 관계된 다양한 사람들이다.

폴 빌릭은 어릴 적 형의 죽음으로 첫 번째 삶의 장에서 큰 상처를 경험한다. 그는 몇 년 먼저 태어난 사람이 물려주는 어떤 인생 경험이랄지 삶에 있어서의 유용한 정보들을 물려받지 못한 채 그가 혼자서 다 알아내고 경험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그의 부모들 또한 형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늘 형의 죽음이라는 그림자 안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을 때 형의 이름을 아들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군대에서의 구타, 직업 전선에서의 갖가지 난관들, 첫 번째로 알게 된 여자와의 헤어짐, 치과의사의 무자비한 복수,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등이 그의 삶에 자잘한 상처의 무늬를 만들어나간다. 그렇지만 그의 삶에도 햇볕이 비추게 되는데 사랑하는 여자 안나와 결혼하는 것과 나무를 찍는 사진작가가 되면서 부와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행복해 보이는 일도 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있는 법이다. 결혼은 늘 배신을 낳고, 부와 명성은 한 번의 배신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니...

정말 많은 일들이 한 남자의 삶을 지나간다. 만남과 폭력과 질병, 그리고 결혼, 배신...... 지나고 간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시간이 남기고 간 것들은 늘 잔인하거나 쓸쓸하다. 그렇지만 그는 완전히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다. 아내가 남긴 상처가 클 법도 한데, 그는 남겨진 딸을 위해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삶을 받아들인다.

꽤나 두꺼운 소설이었지만 소설에만 집중했을 만큼 흡입력 있는 소설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생의 속살을 벗겨냈을 때 나타나는 복잡다단한 무늬와 상처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단지 ‘프랑스’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바로 나와 당신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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