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북클럽
커렌 조이 파울러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소설을 읽는 일이 때로는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더 향기로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질리도록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이 있다면 나는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우리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오스틴이 있다, 라고 소설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나의 오스틴은 소설을 읽는 것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소설은 삶을 부드럽게, 혹은 달콤하게 해준다. 자신의 일상을 부드럽게 매만져주는 작가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또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그런 책읽기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기쁨에 관한 책이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마치 오스틴에 바치는 멋진 팬레터 같다. 소설은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여섯 사람에 관한 이야기지만, 책 읽기에 바치는 근사한 러브레터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누구보다도 책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는 책 읽기를 너무 너무 사랑하고 책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그 삶을 자신의 일상에서 새롭게 이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짝을 찾아주는데 열성적이지만 정작 본인은 독신을 고수하고 있는 조슬린, 조슬린의 오래된 친구인 실비아(그녀는 지금 32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과 헤어지려고 하는 중이다), 그리고 실비아의 매력적인 딸 알레그라, 프랑스어로 말하기를 좋아해서 눈치를 받긴 하지만 매력적인 여성임이 분명한 프루디,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지만 열성적인 오스틴의 팬인 멋쟁이 버나데트, 클럽 멤버 중 유일한 남성이지만 오스틴보다 공상과학 소설에 더 빠진 듯해서 멤버들의 눈치를 톡톡히 받는 그리그. 이렇게 여섯 명의 멤버들이 제인 오스틴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다.

소설은 여섯 명의 집에서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각각 읽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단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 관한 지루한 토론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다 읽어보지 않아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었다. 소설을 읽어갈수록 나는 그 걱정이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았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섯 명의 삶과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씩, 한 명씩 그들 여섯 명의 각기 다른 빛깔의 삶이 공개될 때 느껴지던 비밀스런 달콤함이란! 작가인 커렌 조이 파울러는 제인 오스틴의 열성적인 팬답게 제인 오스틴적인 섬세한 감각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여섯 멤버. 그들의 오스틴은 각기 달랐지만 책 읽기와 삶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오스틴은 같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읽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들 중 누군가는 사랑에 빠져들고, 또 누군가는 평생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지려 하고, 또 누군가는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기도 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꾸준히 새로운 결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비아는 오스틴의 책에서 볼 수 없었던 결말이 자신에게 닥친 것에 당혹스러워 하고 그녀의 딸 알레그라 역시 오스틴의 책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며 힘들어한다.

“결혼이 대부분 이혼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잊어버리고 있었지? 오스틴의 책에서는 그런 걸 배울 수 없으니까. 오스틴은 결말에 늘 결혼식을 한두 개 집어넣으니까.” 54쪽

“정말 위험한 책을 쓴 사람은 바로 오스틴이죠. 수백 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진심으로 믿는 책을 썼으니까요. 덕성이 얼마나 인정되고 보상을 받을까? 사랑이 어느 정도까지 승리할 수 있을까? 인생은 얼마나 로맨스일까?” 183쪽

누군가는 제인 오스틴을 불행한 관습에 갇혀 있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제인 오스틴처럼 평범한 일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오스틴에게서 찾아내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독서 습관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니까!

책의 말미에는 친절하게도 평론가들과 작가들의 오스틴에 관한 논평까지 담아 놓았다. 우리는 그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오스틴을 볼 수 있다. 북클럽 멤버 여섯 명이 토론을 위해 던진 질문들까지 실려 있다. 그 질문들 속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각기 다른 빛깔의 오스틴이다. 이렇게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질문들까지 읽고 나면 이 책은 마치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선물 세트같다. 물론 제인 오스틴을 잘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보다는,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당신, 그리고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열정에 관한 책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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