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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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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다 평점을 매기는 기준이 다 다를 것인데, 나는 A-B-C 중에 두 가지 이상 충족되면 점수를 높게 주려는 편이다. 가령 스토리는 별로지만 가독성과 전달 메시지가 좋다거나, 가독성은 꽝이지만 소재가 신선하고 작가의 철학이 돋보인다거나 이런 거. 장점이 최소 두 가지 이상은 돼야 좋게 봐준다. 그런데 애매한 작품들도 은근히 많다. 이 작품도 그러한데, 컨셉은 괜찮았지만 스토리를 잘 살렸다고 하긴 애매하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메인 사건보단 캐릭터의 과거 내용이 더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그 개인사들이 캐릭터 설정에만 의미가 있고, 현재 사건과는 하나도 관련 없다고 느껴진다. 내용들이 따로 놀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럭저럭 봐줄만했는데, 점수를 높게 주자니 뭔가 내키지 않고, 낮게 주자니 수고 많이 한 작가에게 미안함이 든다. 나는 선택 장애가 없는데도 이럴 땐 장애가 오곤 한다.


한 변호사가 실종되었다. 실종사건 후로 익명의 발신자가 이상한 이메일을 변호사에게 주기적으로 발신해온다. 그러다가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동영상이 메일로 왔고, 수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변호사는 사체로 발견된다. 이후 한 시사평론가도 실종되었는데 이 사람도 익명의 유저가 이상한 글을 그의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앞의 똑같은 동영상이 블로그에 올라왔고 그도 죽음을 맞이한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두 피해자가 과거 ‘샛별회 사건‘과 연관된 인물임을 알아낸다. 그 당시 공안기관은 샛별회를 반정부 세력으로 정의했고, 그중 핵심 인물들을 구속하고 폭행했다. 실종 변호사는 그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평론가는 담당 기자였다. 기자가 검사를 꼬드겨 샛별회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무고한 사람들이 붙잡혀 고문당하고 생을 마감했다. 경찰들은 샛별회 사건으로 죽은 자들의 2세들이 복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추가 살인을 막아야 하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보이질 않는 범인들. 그들의 복수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살해 방법을 소설로 만들어 출판도 하고,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까지 만들었다? 신선한 돌 아이 발상인데 그걸 그대로 경찰에게 알리다니, 대체 얼마나 자신 있는 범인인가 싶었다. 대작의 느낌이 올랑말랑 하고 있는데 점점 옆길로 빠진다. 검사와 경찰과 범죄학자가 수사하다 말고 자꾸 과거 회상으로 빠진다.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사건이 아니라 검사의 가정사 내용이 훨씬 재미있다는 거다. 부모가 죽은 뒤로 작은집 사람들 손에 길러지면서 온갖 멸시를 받고 자란 검사와, 죽기 전에 비밀을 털어놓는 작은아버지. 가뜩이나 사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는데, 가족들까지 본인을 흔들고 찔러대니 미칠 지경이다. 그토록 모질게 굴어놓고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는 작은집 사람들을 보다 보니 이거 이거 전형적인 한국의 막장드라마 냄새가 난다. 이 내용이 더 흥미진진해서 메인 스토리는 갈수록 텐션이 떨어지고, 범인들은 코빼기도 비추질 않으니 긴박함에 비해 속도감은 퍽퍽 줄어든다. 이런 마이너스 요소들이 작품성을 무너뜨리는 느낌이 들었다. 쩝.


과거와 현재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를 찾고 수사에 팁을 주는 플롯은 시리즈 소설에서나 볼 법한 구성과 기교인데, 그걸 한 작품으로 압축하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리고 딱히 연결고리도 없어서 붕 뜬 구간도 많았다. 무엇보다 용의자들의 시점이 없는 게 가장 답답했고 끝내는 사건을 미결로 종료했을 때 작가님이 지쳤나 싶을 정도로 허탄했다. 이렇게 불편한 진실은 또 한번 침묵당했다. 어쩌면 작가는 이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왕 사회 고발을 하겠다면 이보다 더 강력하게 다뤘어도 좋았겠다. 살인은 잘못된 것이지만 어쩐지 정당한 복수 같아서 범인들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경찰들은 지난날의 과오를 숨기려 무던히도 애를 쓰고, 범인들은 역사의 진실을 늦게라도 밝히고 형벌하고자 한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법이 곧 정의‘라는 말이 싫어진다. 그러면서도 내가 불리할 때는 법대로 하자는 말부터 나온다. 인간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다. 그 기분을 이 책에서는 여러 번 느끼게 한다.


나는 스토리의 힘은 캐릭터에게 있다고 늘상 말하는데 이 작품은 좋은 캐릭터들을 가지고도 스토리가 부실했다. 잘 만든 인물들을 사건에 적절히 버무려주어야 했는데 각자의 에피소드가 되어버려 무의미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나저나 범인들이 말하는 ‘코뿔소‘는 대체 무엇인가. 뿔이 부러져도 다시 자라나는 코뿔소는 뿔의 방향대로만 나아간다고 설명이 나오는데, 그걸 2세들의 성격 및 가치관과 일치하게 본다는 건 어딘가 좀 억지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잠자코 있으련다. 최근 휴일 동안 먹고 놀기 바빠서 책에 집중을 못했더니 리뷰가 엉망이네. 나름 꾸준히 독서생활을 하는데도 잠깐 해이해졌다고 이 모양이니 원. 유튜브로 코뿔소나 구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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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토어 밀리언셀러 클럽 138
벤틀리 리틀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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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스라엘 역사 중에 다윗과 골리앗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름 날린 장군들도 벌벌 긴다는 골리앗을 곱상한 소년 하나가 쓰러뜨린 기적 같은 일화. 실제로 다윗은 골리앗에게 나아갈 때 얼마나 떨렸을까. 연약한 홀몸으로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윗은 승리하였고 전장의 흐름을 뒤집는데 성공한다. 이 작품도 한 개인이 괴물 같은 대기업과 맞서싸우는 이야기이다. 가족도 친구도 동네와 마을도 다 잃고 끝내 자신도 잃어가면서 괴물과 싸워 승리한 역사의 이야기이다. 물론 허구이지만 손발가락 다 합쳐도 부족할 만큼 굵직한 메시지와 교훈이 가득하며, 공포소설인데도 감동 실화처럼 굉장한 여운을 준다. 말로 표현 안되는 이 기분, 참 묘하다.


작은 읍내 도시에 있는 산을 싹 밀고 더 스토어의 건물이 세워졌다. 자연까지 파괴해가며 들어온 이 대형 마트를 혐오하는 주인공과 달리 남들은 다 호의적이다. 많은 이들이 우르르 직원으로 들어갔고 두 딸도 그곳에 지원했다. 그러나 이 상점은 부도덕적인 악마의 계약으로 직원들을 통제했고, 고객들을 오직 더 스토어에만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후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문 닫았고 모든 상권이 전부 망해버렸다. 읍의 예산이 바닥나면서 기관들은 급여를 삭감하거나 직원을 해고했고, 점차 민영화되기 시작했다. 운영이 안되는 곳마다 더 스토어가 운영비용을 대주면서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고 통제했다.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 해도 전국에 더 스토어가 장악한 상태였으며, 그들의 감시는 끝이 없었다. 이런 시스템에 욕지기를 느낀 주인공은 갖은 노력 끝에 더 스토어의 대표를 만나러 간다.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그에게 극단의 조건을 제안하는 대기업 회장. 싸워 죽을 각오로 회장을 찾아왔지만 권력을 그의 손에 쥐여주자 주인공은 돌변한다. 아이고, 이 악몽은 대체 어떻게 끝나는 걸까.


면접 보는 자리에서 옷을 벗고 소변검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요즘 시대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작품이다. 지금은 기업에서 말실수만 해도 신고 당한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 당시는 스마트폰으로 촬영이나 녹음이 불가해서 고객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치와 모욕을 주는데도 순순히 굴복하게 된 건, 모두가 좋아하는 기업을 나 혼자 싫어해봐야 본인만 손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더 스토어는 가난한 소읍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대도시에서나 얻을 수 있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나 더 스토어는 지역민과 절대적인 상하관계를 나누고, 모집한 직원들에게도 무력으로 행사하는 일명 쓰레기 회사였다. 그들의 횡포와 권력은 가족과 이웃과 동네와 도시를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게 왜 공포소설인지 알 것 같다.


내놓는 가게마다 몽땅 사들인 더 스토어는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기업이 되어갔다. 카센터, 택배, 음식점, 미용실, 음반가게 등등 모든 곳에 손을 뻗쳤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더 스토어의 직원이 된 지역민들은 결국 그들의 노예가 된다. 나중엔 방송국까지 매입하는 무식하게 놀라운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더 스토어는 읍내 규칙도 예외였고, 과세도 면제되고, 심지어 읍내 토지도 기증받는 등 전례 없는 특별 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게 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읍회의 결정이었다. 도시 전체가 파산 직전인데도 읍의 발전을 위한 잠깐의 성장통일 뿐이라며 다독였다. 결사반대를 외치던 보수파는 진보파에게 억눌렸고, 사각지대에서 더 스토어에게 무력으로 당했다. 계란이 아무리 많아봤자 바위 앞에서는 다 깨져버린다. 약자의 무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불편함 가득한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지만 주인공의 두 딸이 유독 그러했다. 더 스토어가 잘못된 걸 인정하지만 겉으로는 회사를 지지하고, 일을 그만두라는 부모와 목청껏 싸운다. 그곳은 하나의 사이비 종교였다. 가족보다도 회사가 우선이라며 무조건 따르고 맹신하도록 교육했다. 딸들은 완전히 세뇌된 게 아님에도 진심이 아닌 말들을 내뱉었다. 직원들은 법적으로도 강제 해고가 불가능했으며 딸들을 구해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느껴져서 나까지 힘들었다. 아직 반도 안 읽었는데 여기서 더 심각해진단 말인가? 우려했던 대로 사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특히 후반부에서 주인공에게 닥친 일은 작가가 진짜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귀신 나오고 좀비 나오는 것만이 공포가 아니다. 이런 게 진정한 공포다. 넓게 보면 건물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이 정도의 스릴과 공포를 뽑아낼 수 있다니. 게다가 디스토피아의 조건도 갖추어서 마냥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었다. 저자가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의 대표 호러 작가라는데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런 식의 호러라면 얼마든지 사랑해줄 수 있을듯하다.


이 책이 주는 대표적인 메시지는 인간이 끝없이 나락에 빠지는 것은 탐욕 때문이며 그것이 우리를 몰아간다는 것이다. 더 좋은 것, 더 나은 생활, 더 훌륭한 삶을 바라면서 현재에 만족할 줄도 감사하는 법도 잊어버린 자들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장이었다. 아무리 도덕적인 사람이라도 권력을 쥐게 되면 그 권력을 부리는 일에 익숙해지게 된다. 호사를 누리고 명령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나보다 남들이 못 사는 모습을 봐야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이 추악한 본성을 가르치는 곳이 더 스토어였다. 이 권력에 굴복한 자는 사회의 패자가 되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자는 기존의 권력자들과 똑같은 행동을 한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그래도 된다는 보상심리도 작용할 것이고, 스스로가 최고라고 여길 테니까. 진정한 공포는 인간의 본성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자 그럼, 이 책이 다윗과 골리앗 내용과 어디가 닮았는지, 또 주인공이 어떻게 승리했는지는 직접 읽어서 공감해보시길 바란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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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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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책을 신간으로 처음 읽게 되었다. 내게 귀욤 뮈소는 ‘더글라스 케네디‘같은 작가였다. 남들은 다 칭찬하는데 어쩐지 끌리지 않는 그런 부류. 게다가 프랑스 소설은 읽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런 편견을 싹 날려버리는 놀라운 능력자 아닌가. 문체와 가독성도 훌륭하고 완급조절과 분위기 조성 등등 하나같이 수준급이었다. 이렇게나 괜찮은 작가를 내가 피해왔던 것은 오글거리는 책 제목도 그렇지만 책 표지 디자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솔직히 이제껏 나온 작품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촌스러웠다. 이 발언에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엔 손이 갈 만한 디자인은 절대 아니었다. 반대로 이 작품은 지금까지와 달리 표지만으로도 끌려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지만, 포장지를 무시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아무튼 밝은 세상 출판사가 이제서야 마케팅에 신경 좀 쓰는건가 싶다.


50주년 기념행사를 참석하러 모교에 간 주인공은 기자가 된 친구에게 빅뉴스를 듣는다. 기숙사 지하에서 사물함을 폐기처분하던 중 거액의 돈이 담긴 가방이 발견되었단다. 그 가방에 묻은 지문은 학창 시절, 만인의 아이돌이자 주인공이 짝사랑하던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철학 과목 선생과 함께 갑자기 사라져서 엄청난 이슈가 되었었다. 그 사건의 진실은 주인공과 절친만이 알고 있다. 철학 선생이 여학생을 강간해 임신하게 만들었고, 주인공은 선생을 찾아가 몸싸움을 벌였다. 싸움에서 밀리고 있을 때 절친이 협력하여 선생을 죽였다. 교장은 학교 체육관 벽에 사체를 넣고 콘크리트로 매장해서 사태를 수습했다. 그 후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복수하겠다는 익명의 편지를 남겼다. 편지의 주인을 알아내기 위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과 현실이 온통 거짓투성이였음을 깨닫는 주인공. 진실을 알면 알수록 오히려 위험한 입장이 되는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범인의 실체를 알아가는 플롯도 재미있지만, 반대로 이 책처럼 범인의 시점에서 진실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는 플롯도 너무 재미있다. 심리 스릴러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잘 먹힌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사흘 그리고 한 인생‘도 주인공이 평생을 떨면서 지내는 게 얼마나 스릴 있던가. 근데 이런 걸 재밌다고 하면 왠지 변태 같기도 하고 참 거시기 허여. 일단 주인공이 범죄자이기 때문에 몸을 사려도 부족할 테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의 실종 사건이었기에 과거의 진실을 계속해서 파헤친다. 참으로 용기가 대단하다. 과거든 추억이든 미화된다고 했던가. 이제껏 알고 있던 기억들은 전혀 알지 못했던 어두운 면이 있었다. 과거로 돌아갈수록 착하고 친절했던 사람들은 더럽고 추악스러웠으며, 현실은 소설처럼 말랑말랑하거나 로맨틱하지 않다는 아버지의 말과 같았다. 인생 리셋 버튼이 절실하다.


실종된 짝사랑은 죽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주인공에겐 충격이겠으나 누가 죽인 건지, 또 죽인 동기가 무엇인지 알고 나서는 깊은 혼돈에 빠진다. 그리고 철학 선생이 죽었는데 두 남녀가 떠나는 모습이 포착되어서 논란은 계속되었었다. 그러나 이것도 진실은 따로 있었고 그것이 실로 역겹기까지 했으나, 주인공 자신 또한 범죄를 은폐한 입장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 아 이것도 스포인가. 보통 반전이 한두 개인 작품들은 그것만 피해서 리뷰를 쓰면 되는데, 이 책은 반전이 연속해서 나온다. 그래서 할 말은 많지만 전부 스포가 될까 봐 리뷰 쓰기가 어렵다. 내공을 좀 더 쌓아야겠다.


이 책은 할런 코벤이 자주 써먹는 플롯과 많이 닮아있다. 뒤틀린 과거의 사건을 현재에서 마주하는 콜드 케이스 방식. 할런 코벤의 반전은 샷건으로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느낌이라면, 귀욤 뮈소의 반전은 따발총으로 한 곳에 집중 사격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큼지막한 한방보다는 자잘한 반전의 연속이 더 읽기가 좋다. 전에도 한 말이지만 끝에 나오는 반전 장면 몇 페이지를 읽기 위해 책을 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플롯의 작품일수록 재독할 마음은 안 들게 된다. 너무 인상이 깊다 보니 어디쯤에서 반전이 나올지 다 예상되니깐. 아무튼 재미나게 잘 읽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운듯하여, 작가의 다른 책들도 역주행해봐야겠다. 재밌는 작품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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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2-24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처럼 범인의 시점에서 진실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는 플롯도 너무 재미있다.˝ - 이것,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시키네요. 죄와 벌도 마음 졸이며 읽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나중엔 범인으로 밝혀질 걸 알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은 밝혀지지 않길 바라게 되지요.
기욤 뮈소는 워낙 유명한 작가라 저의 집에도 책이 있어요. 종이여자, 그후에.
님의 리뷰를 보니 관심 갖고 집에 있는 책부터 읽어봐야겠군요.

저도 큰 반전 한 방보다 자잘한 반전의 연속이 좋아요. 큰 반전 한 방을 보기 위해 독자로 하여금 인내심을 갖게 하는 건 좀... ㅋ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물감 2019-02-24 14:02   좋아요 1 | URL
페크님의 방문은 오랜만이군요ㅋㅋ댓글 감사합니다. 죄와벌은 아직 못읽어봤는데 이책과 비슷한 구석이 있나보네요! 읽어봐야겠어요ㅋㅋ
그리고 저처럼 큰한방을 싫어하는 페크님께 이 책을 추천하옵니다😁😁😁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한차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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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웬 샤워장에 여섯 명의 남녀가 감금되어 있었다. 이들에게 한 남성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물어뜯으려는 공격을 한다. 그렇다. 좀비였다. 다행히 일행 중 하나가 총으로 놈을 제거하고 다 같이 샤워장을 빠져나간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지만 탈출구는 안 보이고 건물안에 숨어있던 좀비들이 몰려와 이들을 공격한다. 좀비를 피했더니 의문의 단체가 일행을 납치한다. 산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생체실험을 진행하려는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샤워장 사람들 말고도 챕터마다 다른 에피소드가 나와서 무슨 단편집인 줄 알았다. 국내 대기업의 윗사람 6명이 모여서 알지 못할 모임의 장면도 나오고, 어떤 삼인조가 신분을 위장하고 알몸 파티에 참여하기도 하고, 병치레하고 있는 딸을 둔 병원장의 내용도 있고. 뭐가 뭔지 하나도 파악이 안된다. 좀비에게 쫓기던 사람들의 샤워장 이전 내용이나 실험 단체의 소개도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더란 말이다. 무시하고 읽다 보니 뭔가 이어지긴 하다만 각각의 내용들이 전혀 연관 없어 보이고 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대체. 역시 한차현 작가는 ‘약 빤 작가‘답다.


120년 전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조선인의 딸이 죽을 병에 걸렸고, 사람의 뇌수액을 딸에게 먹여 생명을 연장하였다. 자신도 먹어서 늙지 않는 몸이 되었고, 수십 년이 지나 한국의 어느 병원장으로 살고 있다. 과거 딸에게 했던 그 요법으로 산 사람을 좀비처럼 만드는 생체실험을 이제껏 해왔다는 나름 괴기한 설정이다. 솔직히 좀비물은 거기서 거기인지라 스토리가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죽지도 않고 떼거지로 몰려드는 그 공포만큼은 제대로 보장하지만 전개가 대부분 뻔하지 않나? 미국의 ‘워킹데드‘든, 한국의 ‘부산행‘이든 좀비들에게 쫓겨 다니고 막다른 길에서 좌절도 하고 동료가 하나둘씩 희생되는 뻔한 전개는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 좀비물은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고,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았어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덜댈 거면서 왜 읽었냐 하시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순전히 작가 이름과 책 제목만 보고 골랐단 말이다. 


좀비물로 대한민국을 거느리는 수많은 인간 좀비들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넣은듯한데 그저 ‘언급‘ 정도에 불과할 뿐, 전혀 임팩트도 없고 뭐 어쩌란 거냐 싶은 마음만 든다. 내용 생략도 많고, 시점 교차도 많고, 흐름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심지어 사람들이 납치되던 장면은 거의 끝자락에서야 나온다. 이건 대체 무슨 구성 방식일까? 결국 작가는 길을 잃고 막장으로 끝내버렸다. 게다가 좀비 사태도 해결되지 않고 종료되었다. 이번에도 똥 싸다 만 결말이야? 아이고, 아까운 내 시간아. 한차현 작가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절대 추천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제 좀비물은 다시는 안 읽어. 핵짜증남. 아, 그런데 표지에 찍힌 저 하관은 아무리 봐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같은데 말이지. 공감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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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2-18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컴버배치,공감합니다 . ㅎㅎ 오늘 친구가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킹덤 얘기하면서 한국사람 성격급해서 조선 좀비들도 ‘열라‘빠르다고 해서 빵터졌네요.

물감 2019-02-18 21:20   좋아요 1 | URL
ㅋㅋㅋ아 그러고보니 한국 좀비는 뛰어다니네요ㅋㅋ꼭 그런것만 한국인 티를 내는듯ㅋㅋㅋ
 
집행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5 미치 랩 시리즈 4
빈스 플린 지음, 이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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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재미있는 책 좀 추천해달라는 말을 듣곤 한다. 참 난해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엄연히 내가 즐겨읽는 장르가 따로 있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장르를 모르는데 괜히 추천했다가 반응이 별로이면 서로가 민망해지는 것이다. 또한 나는 좋았다고 느낀 작품이 남들은 시큰둥 할 때 배신감 비슷한 것도 들고, 내 수준이 낮은 건가 싶은 자괴감도 든다. 그래서 스릴러 마니아인 나는 같은 스릴러 광이 아니라면 책 추천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스릴러 광이라면 이 미치 랩 시리즈의 전권을 추천하는 바이다. 유명한 해리 보슈나 링컨 라임 시리즈도 중박 친 경우가 있었지만 미치 랩 시리즈는 그런 거 없다. 전부 대박이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단체가 휴가 온 미국인 가족을 납치했다. 즉각 적진에 파고든 미국 특수요원들은 숨어있던 적들에게 공격을 받고 후퇴하게 된다. 은밀하게 진행된 이 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은 정보가 샜다는 뜻이었다. 사태를 파악하던 중 동맹국인 필리핀의 한 장군이 그 테러 집단에게 뇌물을 받고 있음을 알아냈다. 무력으로 처리하면 동맹국과 국가 지원자들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미치 랩 일행은 비밀리에 적진을 침투하여 테러리스트들을 처단하고 인질들을 구해내기로 한다. 한편 팔레스타인의 한 암살자가 사우디 왕자와 손을 잡고 이스라엘을 치려한다. 암살자는 모사드(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로 찾아가 그들의 요구대로 팔레스타인 테러집단을 폭탄 테러한다. 이로 인해 주변에 수많은 시민들까지 희생되고, UN과 주변국에서는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후 암살자는 뉴욕에서 팔레스타인 대사를 암살하고 미국정부는 공황상태가 된다. 남모르게 미국을 위협하는 이 암살자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CIA는 어떻게 이 자를 막을 것인가.


이 시리즈는 정치 스릴러이기 때문에 인물 하나하나마다 과거가 화려하거나 복잡하다. 이게 처음에는 부담이었는데 적응하고 나니 미친 듯이 재미있는 거라. CIA가 늘 떠안고 있는 문제와, 주인공의 임무와 감정 간에 고뇌와, 적들의 이유 있는 침략이나 대립과, CIA를 시기하는 상하의원 등등. 정치 스릴러가 왜 스릴러 장르의 꽃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이전 편에서 미치 랩은 나라의 멍청이들 덕분에 신분이 만천하에 노출돼버렸다. 더 이상 첩보 활동이 불가해진 미치 랩은 현장직에서 대테러센터의 내근직으로 바뀌었다. 암살자 생활이 지긋지긋하다며 현장직은 손 떼겠다고 아내와 약속했지만 또다시 작전에 직접 참여하여 아내에게 상처를 준다. 에고고, 보기 안쓰럽다.


이번 편의 메인 사건이 단지 인질 구출만이 전부라면 진짜 재미없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테러단체를 돕는 타국의 반역자를 다룸으로써 국가 간에 동맹이 깨질지 말지에 대한 문제로 확대시켰다. 반역자를 잘못 건드려서 여러 게릴라 부대가 움직이게 되면 미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도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이 될 것이었다. 미국은 얼마든지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지만 외교 문제 때문에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집행권이 있음에도 뜻대로 결정 내리지 못하는 대통령의 고뇌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또한 예측불허한 상황에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훈련을 받은 특수요원들은 적과의 협상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협상 직전에 계획이 어긋나버렸지만 미치 랩은 당황하지 않고 적에게 제안을 하면서 동시에 플랜 Z까지 생각한다. 어찌 보면 사기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암만 그래도 잭 리처보다는 현실적인 데다 인간미까지 있단 말이지.


암살자가 죽인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이 한 짓으로 와전되었다. 이스라엘을 국제적으로 난처하게 만든 이유는 이스라엘이 망하고 팔레스타인이 자유 국가로 독립되길 원해서였다. 그런데 암살자도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 평화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인정하며 팔레스타인 대사를 제거하는 암살자의 마음도 안타까웠다. 마침 프랑스에서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표결을 진행 중이었고 이미 많은 국가가 승인을 한 상태였으며, 미국에게도 표결을 요청 중이었다. 팔레스타인이 독립하면 지금보다도 더한 폭력적인 모습을 갖출 것이기에 그 많은 범죄자들이 더 날뛰지 못하게 결사반대해왔던 미국인데, 하필 이때 사우디 대사마저 죽어서 미국은 표결을 미룰 수 없게 됐다. 진짜 대륙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의 내공이 장난 아니다. 리스펙트.


이렇게 늘 국가 간의 대립과 외교적인 내용이 있어서 매번 스케일이 큰 편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매번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읽는다. 군사용어나 지역명이나 각 행정기관이나 국가 간에 대치 상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지역의 사정은 그다지 관심 없는 편인데,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리즈 소설이 대부분 주인공의 개인전 내용이지만, 미치 랩 시리즈는 개인보다는 팀전, 국가전 내용이기 때문에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남자들한테는 확실한 재미가 보장되는데 여성분들은 글쎄,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 정치 장르는 잘못 다루면 망하기 쉬운데, 매 작품마다 성공시키는 걸 볼 때마다 빈스 플린이 엄청난 천재였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슬프다. 더욱 슬픈 건 시리즈가 중단되어 완결을 볼 수 없다는 것. RHK가 나머지 책들도 어서 번역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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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02-14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의 죽음이라니 너무 안타까우시겠어요. 전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정말 너무너무 속상했어요 ㅠㅠ

물감 2019-02-14 20:59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작가를 알게 되었을때는 이미 떠나신 뒤였어요... 그런데 살아있던 작가가 떠나면 더 슬프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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