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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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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장르소설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다 읽은 지금 내 심정은 도대체 이 책이 왜 화제였는지 납득이 안된다. 시작은 별 4개로 출발하다가 결국 2개로 끝나버렸다. 범죄소설은 역시 아무나 성공하는 게 아니야. 아까운 내 시간.

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고 발바닥에 웬 좌표가 문신으로 새겨져있다. 좌표를 찾아가면 신체의 일부와 함께 쪽지가 발견된다. 범인은 ‘지오캐싱‘이라는 GPS를 이용한 현대판 보물찾기 게임으로 형사들과 대결한다(검색해보니까 진짜 있는 게임이었다). 그가 남기는 쪽지는 다음 피해자의 정보와 복잡한 공식을 대입해서 다음 좌표를 설명한다. 좌표를 찾아 단서를 발견하면 또 다른 좌표와 피해자가 경찰들을 기다린다.

이런. 수포자인 나는 절대 못 찾겠네. 사건의 흐름도 파악이 안되어 내가 잘 따라가고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더라. 범인이 준 단서와 피해자들 간에 연결고리가 분명 있을 텐데 복선 다운 복선이 없었다. 알아내는 게 없으니 수사는 더디고 시간만 죽이느라 계속 루즈해진다. 이렇게 가성비 없는 스토리는 작가들이 후반에 가서야 부랴부랴 혼신을 쏟아부어 매듭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에너지도 없었고 결말은 허망함 그 자체였다.

더 실망했던 건 비중이 없는 범인과 매력 없는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을 보다 더 입체적이고 깊이감 있어 보이게 하려고 핸디캡 주는 건 좋다 이거야. 컨셉을 잡았으면 독자가 그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도록 해줘야지. 주인공이 왜 비호감 성격이 된 건지 다 끝나갈 때 설명하면 뭘 어쩌자는 겨. 이러면 독자가 주인공을 이해하기도 너무 늦고, 읽은 게 아까워 의리로 읽게 된단 말이다. 이 배려 없고 센스 없는 작가님아.

내가 유독 이 작품에서 캐릭터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보컬이 잘 차고 나가면 밴드 실력이 좀 부족해도 들어줄 수는 있어. 근데 보컬이 무너지면 그 무대는 게임 끝이야. 관중은 괴로울 뿐이고. 차라리 텔레토비 가슴팍에 박힌 TV가 더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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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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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은 레스토랑의 주인이지만 주인공은 과거에 질 나쁜 전과자였다. 갱생해서 열심히 사는 그에게 어느 날 두 범죄자가 출소했다는 편지가 온다. 발신인은 출소자들에게 살해당한 딸의 모친이었으나 그녀는 16년 전에 암으로 죽은 사람이다. 그들이 출소하면 복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은 주인공은 결전의 날이 다가왔는데도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 약속을 들어준다는 조건으로 지금의 행복을 얻었으니 복수를 해주지 않으면 딸의 목숨은 없다는 모친의 협박에 주인공은 결국 인정한다. 이 모든 행복이 역겨운 약속 위에 성립된 희망이었음을.

오랜 세월 동안 묵혀둔 비밀은 그만큼 고뇌의 무게도 다르다. 언제든 폭삭 무너질 수 있는 이 행복을 어떻게 해야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은 이런 양심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연출이 기가 막힌다. 이미 주인공의 입장과 처지가 신분세탁한 죄인이었기 때문에 독자의 열렬한 응원은 글렀고, 이런 상황에 해피엔딩은 불가하므로 작가는 무승부도 아닌 모두의 패배로 끝내버렸다. 다 좋았는데 중반부터 액션물로 턴을 하더니 전혀 다른 장르가 되었는데, 초반의 느낌을 계속 이어갔다면 별 다섯 개도 줄 수 있었건만. 아쉬움이 크다.

예전에 고등학생끼리 랩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한 학생이 알고 보니 학교에서 유명한 일진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있었다. 그런 학교의 일진들이나 사회의 범죄자가 버젓이 잘 사는 걸 보면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기가 찰 것인가. 한번 지은 죄는 시간이 지나도 죄다. 지금 핫이슈인 미투 운동이 그 증거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의 갱생은 한낱 연극처럼 보일 뿐이지. 한번 구겨진 종이는 절대 새 종이처럼 복구될 수 없거든. 그래서 인과응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번역에 ‘멘붕‘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건가? 이런 속어나 줄임말도 편집부에서 통과를 시키다니. 세상 말세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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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주목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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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19금스러워 집에서만 읽었다. 내용은 전혀 19금이 아니지만 이런 표지는 공공장소에서 보여줄 자신이 없다. 출판사는 반성하라.

이번에도 작가는 인간의 심리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법을 배우는 한 여자를 통해 독자들도 ‘나‘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주인공은 초반부터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가 된다. 그리고 갑자기 정치물로 바뀌면서 강력 후보자인 존 게이브리얼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평민 출신이던 이 남자는 계급주의 사회와, 오만한 왕실인들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여 곧 있을 선거운동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출세하기로 한다. 모두가 껌뻑 넘어가는 매력의 소유자 존은 오직 한사람 주인공에게만 자신의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기회주의자가 위선자인 척 하는 존의 행동이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역시는 역시나였다. 개인적으로 정치 내용 싫어하는데 진짜 재미있다. 기본 프레임은 국회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의 이중인격이지만 주내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인간의 진면목에 대한 이모저모라 하겠다.


끝없는 탐욕과 질투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믿는 존. 계산된 행동에는 위대한 영웅으로 떠받들고, 순수한 마음에 하는 행동은 꿍꿍이가 있다고 보는 대중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기에 원치 않는 건 강하게 거부하고, 설령 그것이 진실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정말 이 짧은 작품에도 던지는 화두가 너무 많아서 체하겠다.

작가는 묻는다.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면 더 나은 선택 할 것인가. 이삼일 이면 시드는 장미의 순간과, 천년을 산다는 주목의 순간은 동일하다. 지난 일에 대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다면 얼마나 좋으랴. 시간을 다시 되돌려도 인간은 똑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이다. 과거에 묶여사는 나 역시 그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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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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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어쩐지 이 작품은 내 생각들이 글로 정리가 잘 안된다. 아마 읽어보면 내 말이 이해되실 것이다. 아무튼 저자가 엄청난 설계자인 건 틀림없다.

음악도시 에단에 있는 얼음나무 숲에는 기묘한 전설이 깃들어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은 어느 날 그 숲에 잠들어있던 악마를 깨우고, 그의 연주로 주변인들이 하나씩 죽는 저주가 시작된다. 이 도시에 종말이 임한다는 예언가의 말처럼 에단은 ‘음악‘으로 서서히 몰락한다. 악마가 선사하는 죽음의 선율은 마침내 이들을 얼음나무 숲의 주인에게 인도한다. 

라이트 노벨과 팬픽을 섞어놓은 듯한 기분이 들어 나이 드신 분들은 좀 오글거릴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영화 보단 애니메이션으로 이미지화되어 입체감은 다소 떨어진다. 나는 <노다메 칸타빌레> 같은 생기발랄함을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판타지물이었네.

전반전은 주연들의 일상 물에 가깝고, 후반전은 음악도시의 전설과 얼음나무 숲의 저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중간에 살인사건이 등장해서 갑자기 장르가 바뀌어 서론이 너무 길지 않았나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일반 추리물처럼 사건 해결이 주내용은 아니었다. 

아무튼 읽다 보면 이거 보통이 아닌데 하게 된다. 이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고귀한 음악을 글로 표현이 불가한 것처럼 이 책도 그런 게 있다. 캐릭터들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각자의 비극을 표현하는 방식이 고전 작품들의 형태도 닮아있다. 일단 작품성은 인정하지만 너무 캐릭터만 신경 쓰느라 스토리는 갈수록 아쉬웠으며, 주인공들의 오글거리는 말투는 끝내 적응하지 못했다.

음악인들의 내용이라서 음악을 모르는 분들은 좀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마니아적 장르는 대중소설이 되기가 어렵다. 덧붙이자면 이 책처럼 음악으로 행복해하는 도시는 전혀 공감이 안된다. 전공은 아니지만 나는 8년 정도 트롬본을 연주했었고 클래식, 재즈, 빅밴드, 마칭까지 해볼 건 다 해봤다. 말해서 입 아프지만 예술계는 지독하게 치열한데 이 책은 현실성이 제로여서 내 눈엔 일반 판타지 소설이나 다름이 없었으나 비추할 정도는 아니므로 시간 되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가독성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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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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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작가님. 제 수준이 낮아서 당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전조사 없이 읽는 성격이라 단편집인 줄도 모르고 연결점을 찾아보려다 낭패했습니다. 번역이 뭐 이래 했을 만큼 국내 소설 같지가 않았어요. 아니면 소위 ‘배운 사람‘만이 작가님의 글을 알아듣고 흡수할 수 있는 건지요.

아홉 가지 내용들이 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목같이 쏘 스윗한 사랑 소설은 아니더군요. 딱히 공통된 주제도 없었구요. 좋든 싫든 어떤 형태로라도 기억하기 위해 글을 남기긴 하지만 이 책은 글을 쓰고도 기억에 남지 않을 듯하네요. 인상적인 장면은 없었습니다.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아니면 삼삼한 맛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그냥 맹물이었어요. 맛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런 거요. 물은 시원하기라도 한대 말이죠.

재미없는 작품이라 그런지 평론가의 해설마저도 재미없네요.

차라리 초등학생 부루마블 구경하는 게 더 재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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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8-04-24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김연수 작가를 두고 ‘한국문학의 블루칩‘이라고 평가 하더군요^^. 그의 문학에 대한 성실성은 인정해야죠.외국 소설도 많이 읽고 음악에 대한 조예도 있어 뭔가 현학취를 풍기죠. 하루키 냄새가 많이 나지만 도저히 따라가지는 못하는 한계...김연수,김영하 등 과대포장되어 출판사 돈벌이용 작가들이 많습니다.^^. 요즘 말장난이나 일삼는 시인들도 마찬가지구요.^^.

물감 2018-04-24 19:45   좋아요 0 | URL
겨우 한권읽고 작가를 저평가하면 안되지만 첫인상은 오래가더라고요. 그래서 김연수 작가의 책을 더 찾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잔가지들이 많아 횡설수설하는 느낌도 들고 몽환적인 느낌도 들어서 집중이 안되는데 다른책도 그런가요? ㅜㅜ

sprenown 2018-04-24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그이의 소설은 원더보이, 꾿바이 이상 등 몇권과 청춘의 글쓰기와 왜 출판되었는지 모를 청춘의 글쓰기플러스 라는 산문집을 읽어본거 같군요.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소설은 차라리 원더보이, 산문집은 청춘의 글쓰기가 좀 낫더군요.^^ 사람마다 취향이 있겠지요..
오늘도 또 막걸리 마시면서 잘난척 합니다.^^.ㅋㅋ

물감 2018-04-24 21:01   좋아요 0 | URL
원더보이라... 일단 킵해둘게요. 언제 읽을진 모르겠지만요ㅋㅋ감사합니당^^

sprenown 2018-04-24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아요.걔중에 좀낫다 싶은거죠. 차라리 김애란,권여선 소설을 추천합니다!

물감 2018-04-24 21:07   좋아요 0 | URL
오호 작가추천 감사합니다ㅋㅋ

sprenown 2018-04-25 0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문집제목이 청춘의 글쓰기가 아니라 청춘의 문장들 이네요

오거서 2018-04-29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공손한 서평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이지만, 저자의 다른 책을 골랐다면 첫인상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평이군요. ^^

물감 2018-04-29 20: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래서 처음 만나는 작가는 대표작을 읽어야 하나봐요ㅎㅎ 여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타르시스 2018-05-02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사랑의 경험이 있어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 단편 나름 인상 깊게 읽었어요.

물감 2018-05-02 15:42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제 수준을 탓해야겠군요... 내공을 더 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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