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다 읽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페셜 컬렉션 시리즈>를 총 정리하고 싶어서 페이퍼를 쓴다. 영국의 추리소설 여왕인 크리스티 여사는 '메리 웨스트매콧'의 필명으로 여섯 권의 작품을 출간하였다. 추리소설 외에 다른 글도 써보고 싶었다던 저자는 필명을 써서 일반소설(대중문학)을 시도했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었나 보더라. 여성심리와 자기성찰을 중심으로 한 이 작품들은, 당시 영국의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전부 품절이던데, 보실 분들은 도서관 대여나 중고 책을 찾아보셔야 할 듯.
1. 봄에 나는 없었다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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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은 별로였다. 주인공이 사막의 한 모텔에 장시간 발목을 잡히는 데, 딱히 할 게 없어 이런저런 회상 속에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한 집안의 아내이자 엄마로써 썩 훌륭하다 믿었는데 돌아봤더니 엉망진창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울그락붉그락 안절부절 요동치는 게 당최 말이 안될 정도였달까. 아 모르겠네. 이렇다 할만한 서사도 없는 데다 주인공의 독백들도 영 와닿지 않았었던.
2. 딸은 딸이다 (1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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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심리소설의 정석이라 불러본다. 남편과 사별한 엄마가 재혼상대를 데려오자 딸이 극구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엄마와 딸의 대립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딸을 위해 지금껏 희생해 주었듯 이번에는 딸이 희생해줄 차례가 아니냔 거지. 두 모녀는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에 빠져서 본인 주장을 절대 꺾지 않는다. 사랑이냐 핏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 장미와 주목 (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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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킹 받는 표지다. 선거운동에 나가는 남자의 이중인격 내용인데, 리뷰를 간단히 적어놔서 자세히는 기억이 안난다. 출세하기 위해 기꺼이 속물이 되려는 남자의 속사정은 사실 그게 아니었다. 더러운 계급주의 사회를 뒤집으려고 기회주의자를 자청했던 것. 그러나 대중들은 남자의 겉면 만을 보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다. 하여간 재미는 보장하는데 왜 별점이 낮냐면, 빙빙 도는 전개라서 내용 파악이 막 쉽지가 않음.
4. 두번째 봄 (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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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자전 소설. 내성적인 딸은 엄마를 너무나 좋아했다. 남자가 생겨도 엄마랑 더 붙어지낼 정도. 문제는 엄마였다. 딸을 사랑한답시고 한 행동들이, 엄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자식으로 만들어놨다. 결혼하고도 여전히 분리불안증에 시달리는 딸. 이혼이 눈 앞에 닥치자 겨우 자신의 감정에 진심이 된다. 물렁했던 과거의 자신을 책망하는 주인공과 저자를 보노라면 눈물이 다 난다.
5. 인생의 양식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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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중 제일 두껍고 제일 재미있었다. 음악 자체를 혐오하던 소년이 어찌어찌하다 작곡가가 된다. 제 관심사가 전부인 소년은 이기적으로 굴 때가 꽤 있는데, 나쁜 뜻은 없고 순수함에서 비롯된 거라 딱히 태클 걸기도 애매했다. 훗날 군에 입대한 주인공이 기억상실에 걸린 채로 돌아온다. 음악성은 사라졌고, 아내는 재혼했다. 이제 그는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무엇으로 삶의 톱니바퀴가 굴러가는 지를 생각하게 해준 그레이트한 작품.
6. 사랑을 배운다 (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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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꽤나 신선했다. 언니는 나이차 많은 동생을 딸처럼 키운다. 잘자란 동생이 나사 빠진 남자를 사랑하여 말려보지만, 나를 그만 좀 아껴달라는 동생의 팩트폭력만 돌아온다. 과연 그 말대로, 동생의 삶에 올인했던 언니는 자기인생이랄 게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태어나 이렇게 살아온 거, 무슨 상관이랴. 언니의 예상대로 동생부부는 파국을 맞았고, 그럼에도 동생은 언니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개인의 삶은 개인의 몫이며,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해한 두 사람. 사람 간에 일방통행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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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페이퍼를 쓰는 것도 괜찮네.
앞으로는 총정리 페이퍼를 종종 써야겠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