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볼테르가 최상급 스토리텔러라는 말에 급 궁금해져서 냅다 읽었다. 스타일 면에서 살짝씩 아쉬움은 남았어도 최상급이란 타이틀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볼테르가 있다고나 할까. 인간계를 내다본 이들의 철학과 사상은 극문학으로 탄생하고 생산되었다. 볼테르가 쓴 <캉디드>는 순진한 주인공이 비극적인 상황을 연달아 맞으면서 깨달아가는 삶의 모순을 풍자한다. 어쩐지 <돈키호테>를 매콤한 맛으로 확 압축시켜놓은 듯한 이 작품을 어떻게 리뷰해야 할지 막막한데 일단 해보겠다.


독일에 어느 영주의 성에서 길러진 고아 출신 캉디드. 그는 철학자이자 가정교사인 팡글로스에게 받은 낙관주의 신봉 사상에 푹 빠져버린다. 철학자 말에 따르면, 이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라고 한다. 즉 어떤 사태가 일어난다 한들 그것이 최선의 결과였다는 의미이다. 뭐, 거기까진 좋은데 주인공이 영주의 딸과 스파크가 튀더니 결국 성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후로 캉디드는 유럽 곳곳을 배회하며 전쟁에 휘말리고, 정치에 얽히고, 도적들을 만나고, 감옥에 갇히고, 누군가에게 속거나 이용당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길을 걷게 된다. 마치 하늘이 그의 낙관주의를 무너뜨릴 작정이라도 한 듯이.


성을 나온 캉디드는 불가리아 군대에 끌려가 미친 듯이 매 타작을 당한다. 그곳을 달아나 도착한 마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문전 박대를 받는다. 그러다 거지꼴로 다니는 철학자 팡글로스를 만나 듣게 된 소식은, 불가리아 군대가 영주의 성을 함락하고 사람들과 영주의 딸까지도 죽였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불과 작품의 극 초반 내용인데, 이쯤 해도 철학자의 낙관주의는 틀려먹었다 느낄 법 하건만, 제대로 세뇌당한 캉디드는 계속해서 팡글로스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 한다.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소동마다 캉디드는 신념을 지키는 반면, 볼테르는 그 속에서 갖가지 모순을 집어내고 풍자하기에 바쁘다. 독자인 당신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면서.


캉디드는 영주의 딸을 탐한 죄목 때문이라지만, 이유 없이 고통받은 철학자의 신세를 이해할 수 없어 세상을 탓해본다. 그러나 철학자는 그 모든 과정들이 최선의 세계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반박했다. 심지어 선인이 악인으로 변하여 서로를 죽이는 것마저도, 개인의 불행은 공공의 이익이 된다는 결론으로 이 또한 최선임을 강조했다. 내게는 그 주장들이, 도망치기에 급급한 궤변론자의 헛소리로 느껴졌다. 볼테르 또한 그렇게 느끼도록 이런 패턴을 반복한 듯하다. 두 사람이 도착한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대 지진이 일어나 국토의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고, 여기서도 최선이 어쩌구 필연이 어쩌구 하는 말을 내뱉자, 그걸 들은 종교 재판소의 비밀 요원이 두 사람을 끌고 가 감옥에 집어넣는다. 교수형에 처하겠단다.


어찌어찌해서 캉디드는 도망쳤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영주의 딸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는다. 그녀는 불가리아 군인에게 끌려갔다가 유대인에게 팔린 상태였다. 그 유대인을 살해한 캉디드는 재판소장까지 죽이고서 그녀와 멀리 달아난다. 놀랍게도 아직 초반 내용인데, 이 같은 미친 전개가 한참 남아있어 일일이 썼다간 시간이 부족할 테니 몇 가지만 더 쓰고 마치겠다. 여행 중에 혼자가 돼버린 캉디드는 다시 영주의 딸과 만나기 위해 유럽과 남미를 돌고 돌게 된다. 파라과이에서 만난 신부가 알고 보니 그녀의 오빠였는데, 자신의 결혼 계획에 반발하자 홧김에 오빠를 죽여버린 주인공. 이렇게 우발적인 사고조차도 어떻게 필연이라 부를 수가 있을까. 이런 일들이 계속되자 캉디드의 강한 사상도 조금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엘도라도에서 막대한 돈과 보석을 얻은 캉디드는, 그것으로 여행 중의 위기에서 벗어나곤 했다. 그의 선한 마음과 달리 사람들은 캉디드의 등골까지도 빼먹을 심산이었다. 이 시기에 같이 동행하던 철학자 마르틴은, 팡글로스와 반대되는 비관주의로 캉디드의 어수룩함을 지적해댔다. 캉디드의 재물을 훔친 사람의 배가 침몰하자 인과응보라며 기뻐하는 주인공과, 배에 타고 있던 무고한 승객들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는 마르틴. 두 사람은 끝까지 동행하며 갑론을박을 멈추지 않는데, 확실히 마르틴이 등장하고부터가 읽는 맛이 난다. 여튼 너무 길어져 이만 쓰기로 하겠다. 분량이 많지도 않는데 전개 속도가 너무 빨라서 좀 산만했던 작품이다. 차라리 길게 늘려서 템포 조절만 해줬으면 아주 완벽했을 터. 결말이 어떻게 나는가가 너무 궁금했는데, 이렇게 깔끔하고 간단명료한 마무리라니, 진짜 볼테르는 넘사벽이다. 헌데 그에 비해 또 읽고 싶지는 않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9-04 1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진짜 볼테르는 넘사벽이다. 헌데 그에 비해 또 읽고 싶지는 않다.
참 귀여운 마무리군요. ㅋㅋ
이래서 고전을 쉽게 읽겠다고 덤비지 못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당대에서는 재밌게 읽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읽으면 재미없거든요.
문법도 다르고 수사도 다르고.
암튼 고생하셨습니다.
근데 물감님 여름엔 끝내주게 재밌는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하면서 큰 소리치시더니
어째 막상 읽는 책은 좀...ㅋㅋ

물감 2024-09-04 22:59   좋아요 2 | URL
지금 나오는 현대 문학들도 후손들한테는 고전이 될 테죠. 그리고 되게 촌스럽다고 한 소리 들을 거고요. 적당히 배울 점만 뽑아먹는 게 똑똑한 독서 아니겠어요?ㅋㅋㅋㅋ
그러게요, 재밌는 거 읽어야 하는데 요즘 독서 운세가 영 별로입니다 ㅋㅋㅋㅋ 에효

coolcat329 2024-09-05 0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고전을 읽으셨네요. 18세기 책 중 읽은 게 있나 생각해봤는데 떠오르는 게 없네요. 이 책 내용이 산만할 거 같았는데 역시 그렇군요. ㅎㅎ 마지막 문장 알 거 같아요. 😅

물감 2024-09-05 10:36   좋아요 2 | URL
한 번으로 족한 작품, 느낌 아시죠? ㅋㅋㅋ
지금보다 허영, 허례허식이 가득했던 옛 시절에 대놓고 풍자한 깡다구가 대단했습니다. 볼테르는 멋진 사람이네요. 이렇게 유행이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가는 거겠지요 ^^
 
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문학보다 고전문학을 더 높게 쳐주듯 장르소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2010년대 이후로 나온 스릴러소설들은 영 재미가 없거나 그냥저냥이다.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들을 살짝 비틀고 살점을 붙여서 재탕에 재탕을 한다는 인상만 받는다. 그럼에도 읽는 재미나 있다면 다행인데 그 정도로 칭찬할 만한 작품은 정말 구경하기도 어렵다. 2015년작인 <복수해 기억해>는 변호사 출신의 저자답게 퍽퍽한 감성으로 쓴 이과형 소설이었다. 쉽게 말하면 가전제품 매뉴얼을 읽는 기분이랄까. 노력이 가상해서 별 셋 주려다가 영 성의 없는 전개와 결말에 그만 별 하나 깎아드렸다. 어째 모중석의 작품 고르는 클라스가 갈수록 떨어지는듯해?


나님은 걸작보다 망작의 리뷰를 쓸 때에 전투력이 차오르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그럴 의욕조차 들지가 않는다. 아마도 비평할 가치마저 느끼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일단은 써보겠다. 10대 임산부가 납치된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부모의 똑똑함을 물려받은 대신 감정의 스위치를 맘대로 껐다 켰다 할 줄 아는 희귀한 병 같은 게 있었다. 하여간 현대 작가들은 진짜 별별 설정을 다 갖다 붙이느라 고생 깨나 하는 듯. 여태껏 읽었던 장르소설의 인물 설정 중, 이건 좀 과했다 싶으면 하나같이 똥망이었다. 그도 그럴게, 신박한 캐릭터를 짜내느라 스토리 구상은 뒷전이 돼버리니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얼레, 점점 전투력이 솟아나는듯해?


폐쇄 건물 감옥에 갇힌 주인공 리사. 그곳의 담당 간수는 음식을 대령하고 험한 말 뱉는 게 다였다. 리사는 쫄지도 울지도 않고 차분히 슬기로운 감옥생활을 보낸다. 방안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탈출 도구로 지정하면서 도망칠 계획을 구상 중인데, 적절한 타이밍은 안 보이고 남는 건 시간이다 보니 가전제품 매뉴얼 같은 TMI를 연달아 읊어댄다. 리사가 워낙 감정이 없는 데다, 별다른 사건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스릴감이 제로에 가까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이건 뭐 소문조차 난 적도 없었네?


한편 바깥에서는 FBI 이 인조가 납치된 10대 임산부들을 찾고 있었다. 남자 요원은 시력이랑 기억력이 좋고, 여자 요원은 후각과 청각이 좋다는 설정인데, 그런 얘기만 늘어놓느라 정작 수사 다운 장면은 거의 나오질 않는다. 뭔가 꼬리를 밟은 듯도 한데 딱히 FBI가 뭘 하는 게 없어서 그냥 엑스트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무튼 가만히 있으면 리사가 알아서 탈출하고 경찰에 연락하고 범인과 대치하고 끝난다. 놀랍게도 이게 전부다. 이것은 독자기만이나 조롱 수준만도 못하다. 그나마 주인공이 뱃속의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또 다른 임산부 소녀를 만나면서 스위치가 켜지고 잠깐 동안 감정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대로 돌아오는 리사를 보며, 감정 선의 빌드 업은 뭐하러 한 건가 싶더라. 이 작가는 기초 플롯부터 좀 배우셔야겠던데?


좀 더 찰지게 욕하고 싶은데 이제는 예전만큼 쓴소리가 안 나온다. 성격이 죽은 건지, 필력이 죽었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번 독서로 옛것이 좋은 것이라는 꼰대스러운 생각이 자리 잡아버렸다. 출판사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후진 작품을 기획물에 끼워 넣는 건 쪼까 거시기합니다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목련 2024-08-29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하나라, 물감 님의 전투력 때문에 궁금한(?) 소설이네요 ㅎㅎ

물감 2024-08-29 10:31   좋아요 1 | URL
읽는 동안 화조차 나지 않던 책이었어요. 이게 뭐지... 어쩌자는 거지... 그래서 뭐한 거지... 등등 이런 생각으로만 읽혀졌던 소설 ㅎㅎㅎㅎ 제 눈에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사람이 쓴 것 같았습니다 하하하핳

구단씨 2024-09-02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작의 리뷰에 전투력이 차오르지도 않는다니, 진짜 망작인가 봅니다...
책 제목 보고 뭔가 갸우뚱 하다가 찾아보니,
제가 예전에 읽었.......
그런데 말입니다.
물감님 리뷰가 아니었다면 책 제목도 생각이 안 났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
책 내용이 생각도 안 나는 건 너무 당연하고요.

근데 저도 종종 느끼는 게, 고전문학처럼 장르소설도 예전 작품이 재밌는 게 많은 듯해요.
그 흔한 말, 구관이 명관이라는 게 문학에서도 통하는 걸까요?

물감 2024-09-03 11:28   좋아요 1 | URL
ㅋㅋㅋ 보통은 나만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은 누가 읽어도 별로다 싶은 평을 내려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기존 작품들을 흉내내려다 이도저도 안된 설정/장면들이 꽤 있고요. 근데 다 떠나서 재미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런 생각도 합니다. 지금의 현대문학들이 언젠가는 또다른 고전문학으로 등극될텐데, 그때의 후손들은 이 작품들을 과연 좋다고 평가할까 싶은... 입장은 다 다를테지만요 ㅋㅋㅋㅋ 구관이 명관이란 말도 맞으면서 틀리지 않을까도 싶고 ㅋㅋㅋ
 
노생거 사원 을유세계문학전집 73
제인 오스틴 지음, 조선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단 나님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좋아한다. 주로 남녀의 썸씽을 다루는 작가라, 감수성 부족한 수컷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남성 독자가 오스틴을 읽는다면 뭐랄까, 여성 회원들과 함께 플라잉 요가를 배우는 남정네의 부끄러움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은 나이 좀 들고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 다음에 읽어보기를 권하겠다. 아 글쎄, 소멸 직전의 연애 세포가 다시 살아난다니까요?


몰란드 가문의 차녀인 낭랑 17세 캐서린 양은 이웃집 부부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캐서린은 사교 활동으로 다양한 인연을 맺어가며 알지 못했던 세상을 배운다. 작중에서는 그녀가 다가간 T가문과, 그녀에게 다가온 S가문이 등장한다. 플러팅 폭격으로 캐서린 오빠와의 약혼이 확정된 S녀와, 이에 질세라 캐서린에게 냅다 들이대는 S남의 눈꼴 시린 콤비 플레이를 볼 수 있다. 그러다 T가문의 초청으로 노생거 사원을 가게 된 캐서린은 T남과 진도 나갈 생각에 막 좋아 죽는다. 헌데 그녀의 뾰로롱 샤랄라 한 망상을 가만히 보고있을 친절한 작가가 아니란 말씀이야.


딱 중반부터 노생거 사원의 배경으로 넘어간다. 책에서만 보던 사원의 매력에 푹 빠진 캐서린. 우쭐해진 T남의 부친께서 몸소 가이드를 해주는데, 그 친절함 속에서 느껴지는 쎄함은 대체 무엇일까. 결국 제멋대로 해석하여 부친의 명예를 먹칠한 캐서린과, 그 사실을 알게 된 T남의 애정 그래프가 급 하강해버린다. 그리고 얼마 뒤, 급히 어딘가로 떠나게 된 T가문은 캐서린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거의 뭐 내쫓기듯 사원을 나온 그녀는 T가문의 매몰찬 대우와, 돌변한 T부친의 태도에 눈물 수도꼭지가 고장 나버린다. 거기다 S녀의 바람으로 약혼이 깨진 오빠의 소식까지 더해져 집안 분위기는 아주 그냥 초상집이었다. 이런 말 해서 좀 그렇지만 진짜 볼만하더라.


<오만과 편견>처럼 이 작품도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원래는 활동 초기에 쓴 작품인데, 어쩌다 보니 한참 뒤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원제도 노생거 사원이 아니었다는데 어쩐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다 싶었다. 여튼 새내기 시절에 쓴 작품답게 풋풋한 맛이 가득해서 더 좋았다. 또한 <돈키호테> 2권처럼 작가가 화자로 개입해 이런저런 코멘트를 남기는데, 그게 그렇게나 통통 튀는 매력으로 작용할 줄이야. 서사의 재미 외에도 시대의 문화와 관습을 꿰뚫는 작가의 통찰과 비판, 풍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한 가지. 오스틴의 작품에는 어긋난 사랑의 작대기가 매번 나오는데, 한 번도 같은 패턴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잘 생각해 보면 여성 개인의 성장이나 홀로서기를 다루었지, 무턱대고 사랑이 밥 먹여준다는 식의 이야기를 쓴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고로 남성들이여,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망붕토끼 가득한 연애물이 아니올시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4-08-22 0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을유에 <노생거 사원>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저는 제인 오스틴 작품을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두 개만 읽어봤는데, 사랑, 연애 소설은 자꾸 피하게 되네요. 늘 새로운 사랑의 패턴을 보여주는 제인 오스틴이라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감님의 이번 리뷰도 통통 튑니다. 😆

물감 2024-08-22 10:48   좋아요 2 | URL
오스틴에 대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남자는 나이 들어서 읽어야 하고, 여자는 어릴 때 읽어야 한다고요 ㅋㅋㅋ 여자분들이야 어려서부터 각종 드라마를 보고 자라기 때문에 다 커서는 시큰둥 해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고요~
요즘 날이 더워서 머리가 잘 안도는 데 그럭저럭 글이 괜찮았나요? ㅎ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tella.K 2024-08-22 1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런 식으로 물감님이 어쨌든 예전보다 나이 들었다는 걸 드러내는 건가요? ㅋ 제인 오스틴은 저도 잘 안 끌리긴합니다. 전 요즘 광인이란 소설 읽고 있는데 진도 드럽게 안 나가는 소설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 볼 생각이긴 합니다만 작가가 남자이기 때문이죠. 남자와 여자가 연애에 대해 쓰는 게 다르지 않나해서. 근데 둘중 하나겠더군요. 작가가 여성호르몬이 많은 사람이거나 독자인 제가 남자의 연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거나. 근데 감히 추천은 못하겠더군요. 진짜 넘 디테일해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데 계속 생각만하고 있으니. 거의 7백쪽 되는 거 같던데 못해도 150쪽은 쳐내도 될텐데 미치고 환장하겠더군요 이 더운 여름에 뭐하나 싶은게. 광인이 되어가고 있는 중. ㅠ

coolcat329 2024-08-22 15:18   좋아요 3 | URL
아 광인...작가가 위스키에 대한 전문지식 엄청 풀어놓은 소설이죠? 두꺼운데 글씨도 엄청 빡빡하더라구요. 재미가 없나요? 저도 읽을까말까하다가 맘 접었거든요.

물감 2024-08-22 15:48   좋아요 2 | URL
여성분들은 20대 중반만 되어도 오스틴을 안 챙겨보지 않을까 해요. 이유는 윗 댓글에 적었고요 ㅋㅋㅋㅋ 그리고 현시점에서 보면 유치한 점도 없지 않죠 뭐 ㅋㅋㅋ
여름은 진짜..... 무조건 재미, 재미만을 위한 독서여야 합니다. 요즘 제가 절실히 느낍니다요 ㅋㅋ 바로 앞전에 제가 프랑스 문학을 읽으며 느낀 인상을 지금 느끼고 계시군요 ㅋㅋㅋㅋ

stella.K 2024-08-22 15:55   좋아요 3 | URL
아, 쿨캣님, 일단 놀랍긴 하더라구요. 요즘에 이렇게 쓰는 작가가 있구나 해서. 근데 이 책이 평점이 높아서 조심스럽긴 한데 전 굳이 권하고 싶진 않아더라구요. 편집도 아쉽고. 따옴표를 따로 쓰지않아 말인지 생각인지 누가 말했는지 구분이 잘 안돼 읽다보면 피곤하더라고요. 그래도 마음이 가신다면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고 나중에 구입을 하셔도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ㆍ^^

coolcat329 2024-08-22 16:56   좋아요 3 | URL
아 그렇군요. 다시한번 마음을 잡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감님 말씀대로 여름엔 정말 재미난 거 읽어야해요. 저도 벽돌책 읽다가 후회했답니다.

페크pek0501 2024-09-03 1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완독을 못했어요. 재미가 없어서요. 종이책으로 읽으면 다를 것 같아요. 정말 이야기가 재미없는 책은 오디오로 듣는 데 집중이 안 돼요. 만약 몽테뉴의 책을 오디오로 들으면 집중이 안 되어 못 들을 거예요. 그러나 종이책으로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요.^^

물감 2024-09-03 17:43   좋아요 2 | URL
쿨캣님 댓글의 답변대로 성인 여성들은 이 책 재미없다고 느낄 겁니다. 아마 오디오북이라서가 아닐 거에요 ㅋㅋㅋ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심드렁했다는 평이 대부분이라서 말이죠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구매했었는지 기억은 없는데 책장에 꽂혀있었다. 아마 제목만 보고 장르소설로 생각했나 본데 막상 읽어보니 장기 이식에 관한 의학 소설이었다. 프랑스 문학에 진심인 이웃님의 추천을 보고서, 마침 가지고 있는 책이라 냅다 도전했으나 결과는 대 실패였다. 몇 번 얘기했지만 나님은 이과 감성의 작품과 상성이 매우 나쁜 편이다. 그리고 서사보다 문장으로 승부하는 작품도 잘 못 견뎌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 두 가지가 전부 결합된 끝판왕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꼼수 부려가며 요령껏 독파했다. 역시 프랑스 문학은 쉽지 않다.


분량에 비해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남학생의 뇌는 멈췄고 심장만 겨우 뛰는 중이다. 병원 측 권유로 부모는 소년의 장기기증을 승낙하고, 각종 의료진이 붙어 장기를 적출한다. 그리고 심근염에 걸린 한 여인에게 심장이식을 한다. 약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이 과정을 다룬 작품인데, 이걸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부모의 절망, 난처한 의사들, 장기 이식 수술 등 당연하다 못해 뻔한 장면들로만 구성돼있어 마치 의학 월간지를 읽는듯했다. 아아, 정말 쉽지 않다.


일단 괄호 안의 글은 전부 스킵 했고, 그 밖에도 곁가지라 생각되는 구간들은 눈팅만 하고 점프했다. 꼼꼼히 읽지 않고 이런 말 해서 좀 그렇지만, 군더더기가 심하게도 많았던 작품이다. 분량을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였어도 아무 문제 없어 보였는데, 그만큼 불필요한 묘사들과, 없어도 그만인 인물들의 개인사 내용이 많았다. 차라리 소년의 부모나 수술 담당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깊게 다루면 더 좋았을 텐데. 그들의 고통과 절망들이 내 눈에는 겉핥기 정도로 느껴져,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성격의 작품이었다.


심장이 작동하는데 더는 살아날 수가 없다면 죽었다고 봐야 할까. 정말 그게 옳은 판단일까. 슬퍼할 새도 없이 장기 적출의 골든타임 때문에 압박을 받은 부모는 얼마나 괴로웠을지. 여튼 재미는 없었지만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있었다. 내가 만약 사고로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도 그냥 장기 기증하는 쪽을 택하련다. 슬프겠지만 그래도 한 생명 살리는 게 어디냐. 시간 되면 가족들과 상의해 봐야겠다. 이만 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8-21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덥긴 더운가 봅니다. 마실을 통 안 다니시니.
언제쯤 저 의자에서 일어나 마실을 다니실런지요. ㅋㅋ
귀가 얇아 그런지 표지가 맘에 안 들어서 그런지 별로 땡기진 않네요.
저는 프랑스 영화는 좀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 책 빌 게이츠가 읽었네요. 신문이야 칭찬일색인 거 웬지 빤해 보이긴 하지만.

저는 오래 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주민등록증에도 장기기증을 한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구요. (맞나?ㅋ)

물감 2024-08-22 00:19   좋아요 2 | URL
오잉 지금 막 리뷰하나 올렸는데, 딱 댓글이 달렸군요 ㅋㅋㅋ
확실히 더워서 독서가 잘 안되긴 하네요.
게다가 글도 잘 써져요. 전두엽이 안 돌아가는 그런 느낌 아시죠?ㅋㅋㅋ
프랑스 작품은 스킵해도 될 장면에 너무 디테일을 쏟는다는 특징이 있죠.
제가 정말 못견디는 것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혀

장기기증은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제 주변에서 긴시간을 심근경색으로 힘들어한 지인이 있는데, 겨우 기증자 생겨서 지금은 잘 살고 계시거든요.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ㅎ
 
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립 로스‘라는 작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본다면 내 영혼과 공명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워낙 와꾸가 마초적이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한 섬세하는 양반이셨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차고 넘치는데, 나한테는 로스가 다방면에서 가장 미국적이라고 느껴진달까. 콕 집어 설명은 못하겠는데 로스를 읽어본 분들은 대강 이해되리라고 본다. 그나저나 이분도 나이 좀 잡수시고 등단한 줄 알았더니 26세에 작가가 되셨더만? 이이한테 이상한 색안경이 가득한 건 나만 그런가 봉가.


<울분>은 약 50년의 작가 활동 중 거의 끝자락에 써낸 작품이다. 막상 열어보니 원숙한 맛은 전혀 없었고, 20대의 젊은 청년이 써 내려간 글처럼 혈기왕성한 에너지가 넘쳤다. 70대 중반의 어르신한테 이만한 젊은 감각이라니. 마치 Rock will never die? 뭐 그런 삘이었다. 정육점을 하는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마커스의 이야기. 자식이 대학 갈 나이가 돼가자 부친의 알 수 없는 과잉보호가 시작된다. 견디다 못한 마커스는 멀리 떨어진 대학교로 도피한 뒤, 한국 전쟁에 보내지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학업에 전념한다. 아니, 그럴 계획이었는데 룸메이트를 잘못 만나고, 꺼림직한 과거가 있는 여자와 사귀고, 학과장에게 이상한 놈 취급을 받는 등등 잠잠한 날이 하루도 없는 다이나믹 대학 생활이었다.


자타 공인 바른 청년으로 살아온 마커스는 이 모든 상황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피해만 주는 룸메 때문에 방을 옮긴 것이 왜 자신의 부적응 탓이 되는가. 공부할 게 많아서 클럽에 들지 않겠다는데 어째서 별종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대체 아버지는 멀쩡히 커가는 자식을 왜 그리도 불안해하며 감싸고도는 건가. 나를 특별히 생각한다던 그녀가 왜 친구의 거시기를 탐내었는가. 또 학과장은 툭하면 불러다 놓고 프레임을 씌워대는가. 도대체들 왜왜왜?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나 마찰이었다면 차라리 이해가 될 게다. 헌데 마커스를 괴롭히는 일들은 그의 잘못은커녕 개입한 적도 없었기에 더 억울할 따름이었다.


결국 클럽 학생들의 추악한 소동에 엮이고 마는 주인공. 유대인이면서 종교를 찾지 않은 벌을 받은 것일까. 이렇게 지지리도 재수 없는 인생에 당첨된 경우가 간혹 있다. 마커스가 그렇고, 나 또한 그러했다. 일탈 한번 없이 스탠더드하게 살아온 내게 하늘이 시험이라도 하듯 온갖 시련이 날아들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뭔 죄를 지었느냐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다.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냥 세상이 착실한 사람을 시기하는 거라고 치부해버렸다. 나도 그렇고, 마커스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는 여친의 과거사를 감싸주려 했고, 어머니의 이혼 결심을 막아내었고, 괴짜 같은 학과장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이제 막 올라온 새내기인데 이만하면 백 점짜리 갓생이 아니고 뭐란 말이더냐.


작중에서는,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의 낭떠러지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까딱하면 나락 간다는 말인데, 그 경고장이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날라온다는 게 그야말로 난센스다. <울분>도 작가의 자전소설이라던데 어째서 로스는 펜 잡을 힘도 없는 나이가 돼서야 이런 케케묵은 이야기를 썼을까. 그만한 세월을 보내고서 겨우 깨달은 인생의 순리를 기록하고 싶었던 걸까. 가혹한 인생, 물이나 먹어라.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oolcat329 2024-08-15 08: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갖고 있는데 내용이 정말 울분이 치미네요. 필립 로스 책은 두 권밖에 안 읽어봤지만 글이 참 치밀하더라구요.
필립 로스가 노벨문학상 받기를 바란 팬들도 많았던 거 같은데 벌써 가신지 6년이 지났네요.
물감님 시원한 하루되세요!

물감 2024-08-15 08:26   좋아요 2 | URL
저도 딱 두 권 읽었는데요, 뒤늦게 로스의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ㅎㅎㅎ
타계한지 벌써 6년이에요? 알라딘에서 그 소식 들은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요.
시원한 하루가 되기 위해 오늘은 방콕 모드로 가겠습니다 하하하. 쿨캣님도 나이스한 하루 되시길요^^

stella.K 2024-08-15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울분! 저도 오래 전 읽었는데 참 우울했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이 작품 한 번 더 읽어보고 싶기도한데 지금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방안을 뒤짚어 엎을 수도 없고. ㅠ 암튼 미쿡문학은 제겐 모 아니면 도인데 간만에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감 2024-08-15 16:40   좋아요 2 | URL
로스의 글은 명쾌하고 시원시원해서 좋더라고요. 되게 와일드한데 뭔가 깊은 감칠맛이 난달까요? 언제건 재독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로스도 도장깨기 해볼려고요 ㅋㅋㅋ

구단씨 2024-08-15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럴 때 말이죠. 괜히 더 억울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내가 뭔 죄를 지었느냐고!!!!
원망의 대상이라고 뚜렷하게 있으면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볼 텐데.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도 걸려요. 화병이 나서요. ㅠㅠ

물감님 리뷰 마지막 줄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진짜 이 분은, 그만한 세월을 보내고서 깨달은 인생의 순리를 기록하고 싶었던 걸까요...
가혹한 인생. 더운데 물이나 더 마셔봅니다.

물감 2024-08-15 21:39   좋아요 1 | URL
대상이 없다 보니 난센스여라...... 선하게 살아본들 공평치 못한 세상입죠ㅠㅠ
정답이 없는데 이해하려 하는 게 잘못된 걸지도 모르겠어요.
작가가 삶의 최종장에 들어서고 나니 인생이 무엇인지 감이 왔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얼마나 억울했으면 제목이 울분일까 싶고요. 암튼 가혹한 인생살이는 다 똑같나 봅니다....

자목련 2024-08-16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울분> 좋아요!

물감 2024-08-16 11:11   좋아요 1 | URL
자목련 님의 댓글이 더 좋아요!!

젤소민아 2024-08-21 0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의 울분-->전락-->에브리맨을 추천합니다~~젊고, 늙고, 죽는 순서로 정해봤어요 ㅎㅎ

물감 2024-08-21 10:29   좋아요 1 | URL
에브리맨은 구비해놨는데, 전락을 먼저 읽어야겠군요! 좋은 팁 감사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