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정도 검증된 책을 골라 읽긴 하지만 누구나 읽는 필독서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읽고 리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한 작품을 리뷰 쓴다는 건 매우 기운 빠지는 일이다. 앞서 수많은 리뷰와 해석이 존재해, 내가 어떤 평을 쓰던지 중복과 뒷북이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유명한 맛집 탐방보다, 나만의 맛집 발견을 더 선호한다. tmi는 이쯤 해두자. 오래 묵혀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드디어 완독해 뿌듯한 반면, 대체 어떤 리뷰를 써야 할지 몰라 막막한 상태다. 그러므로 이번 글은 적당히 의식의 흐름대로 쓰련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햄릿 왕자의 숙부는 덴마크 선왕을 독살한 후 왕이 된다. 그리고 숙부와 간통해온 왕비는 그와 재혼한다. 내막을 알아낸 햄릿은 선왕의 복수를 결심하는데, 다짜고짜 달려들어 숙부를 죽일 순 없는 노릇이다. 하여 그는 광증에 걸린 척하면서 숙부의 범죄 증거를 수집한다. 자신의 메소드 연기에 모두가 껌뻑 속자, 적성을 찾은 햄릿은 전공을 연극 영화과로 정했다는... 점점 미쳐가는구나. 이래서 유명작은 리뷰하기가 싫다니까.


햄릿에게는 아군이 없었다. 선왕이 죽고 나자 온 국민의 태도가 변했다. 손가락질 받던 숙부는 모든 이의 아첨을 받는다. 왕궁과 백성들은 이 추악한 왕과 왕비를 따르고, 친한 벗들마저 가면을 쓰고 햄릿을 대한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복수했다 한들 변함없는 현실에 무엇을 바라리오. 하여 햄릿은 자살을 소망하게 되고, 여기에서 바로 사느냐 마느냐 하는 내적 갈등이 나온다. 혼자만 정신줄 잡고 있기보다 차라리 광인의 감투를 쓰고 타이밍을 재는 게 낫다고 판단.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마다 광인의 언어유희로 쏙쏙 빠져나가는 지혜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의 편이 아무도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햄릿은 복수의 결단이 점점 약해지고, 독자조차도 햄릿의 복수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괜히 4대 비극이라 불리는 게 아니올시다.


<햄릿>은 모든 인물이 정반대의 겉과 속을 지녔다. 이 같은 설정은 저마다의 비극을 불러와, 작품 속 비극이 햄릿만을 위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으로 또한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을, 셰익스피어는 여러 번 강조한다. 그 모든 운명과 비극의 중심에는 햄릿이 있었다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주변인들은 각자의 운명대로 차례차례 죽는다. 작품 해설에는 이 죽음들이 햄릿의 복수가 지연되면서 생긴 문제로 보고 있다. 햄릿이 질질 끌지만 않았어도 몇몇의 죽음은 면했을 거라나. 글쎄,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있었다면 죽음 자체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닐 테지. 햄릿을 사랑한 이들은 분별력이 없어서 죽게 되고, 햄릿을 시기한 이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죽고 만다. 이로 보건대 죽음의 원인은 자신들의 우둔함에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던.


막말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진흙탕 싸움의 내용인데, 대체 무엇이 <햄릿>의 명성을 높이고 있는가. 정답은 정의(선)의 고결함에 있다. 사회적으로도 그렇지만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하나같이 범죄 한 영혼뿐이다. 왕비의 간통도, 숙부의 독살도, 대신의 이간질과 벗들의 거짓말도, 그리고 대신을 찔러 죽이고 벗들을 죽게 놔둔 햄릿도. 아무리 질서를 바로잡고 무너진 성벽을 세우는 일이라도 타인의 목숨을 뺏는 행위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 햄릿도 그걸 알지만 선왕의 복수는 곧 피치 못할 운명인지라, 결국 목숨을 맞바꿔서 정의를 실현키로 한다. 이 운명의 대가가 없었다면 세상은 여전히 부패하고 거짓이 판을 치겠지. 이렇듯 정의가 고결하려면 그만한 희생이 요구된다. 이 부름에 응하는 누군가에 의해 세상은 바뀌는 법이다.


간혹 이렇게 나랑 1도 겹치지 않는 허구의 인물한테 푹 빠져들기도 한다. 주로 인물의 고뇌와 갈등이 남 일 같지 않을 때나 그러는데, 햄릿은 좀 다르다. 그가 극심한 우울과 염세와 배신감 속에서도 선왕의 명예 회복을 선택했다는 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햄릿은 생각이 너무 많아 지나치게 신중한 편이다. 그래서 모든 돌다리를 두드리느라 복수할 타이밍을 내내 놓치고 있다. 그런 회피형 인간이 침묵을 어기고 진실의 횃불을 들기까지 얼마나 고생 많았던가. 아 역시 나는 성장통 빡씨게 겪는 인물들이 좋다. ‘사느냐, 죽느냐‘라는 이 대사만으로도 셰익스피어는 천재가 맞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종 2022-06-28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명한 맛집 탐방도 나름 괜찮은 면이 있습니다. 대중의 평과 나의 의견을 비교하는 맛이 있죠. 차이를 발견하는 묘미가 있거든요. 이런 맛이? 왜에? 당당하게 외칠 수 있습니다. 먹어봤으니까~ㅎㅎ
<햄릿>은 ‘나도 가 봤다‘에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그저 그랬거든요.^^; 시적인 색채가 짙은 작품은 번역으로 작품의 냄새까지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나 보다 했습니다. 영혼을 끌어모아 번역한 건 보이는데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문체라 꾸역꾸역 읽는 데 영혼을 끌어모았습니다.ㅠㅠ

연극영화과ㅋㅋㅋ 왕자가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까지 한 걸 보면, 뭐ㅋㅋ 역시 물감님은 매번 저에게 유쾌한 리뷰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군요~ㅎㅎ 엄.지.척!!!

햄릿이 자살을 소망했을까요? 삶의 의지를 잃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저돌적이라... 저는 우유부단의 원인을 복수 여부로 보았거든요. 냅두느냐, 뒤집어엎느냐, 그것이 문제로세~ 이렇게요.
햄릿 편이 한 명은 있었다고 봅니다. 마지막에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미션을 받은 절친 호레이쇼요~무릇 비밀을 나누면 절친으로 등극되는 법ㅋㅋ

복수 지연은 어찌 보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건데 이로 인해 도미노 죽음이 발생하니,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데 그걸 맞추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니, 하여튼 어렵습니다.^^
착하게 살아도, 기회주의자도 죽고, 현왕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극악무도의 극치는 아닌 것 같고, 유형을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죽는 걸 보면서 ‘운명‘ 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분별력과 욕심이라... 물감님 생각처럼 우둔함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결한 정의를 지키는 이는 양날의 검을 쥐어야 하나 봅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단죄가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할 만큼 동등한 가치를 지녔던 걸까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햄릿이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식한 것 같지도 않거든요.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고결한 정의를 향한 고결한 용기겠죠?

햄릿이 물감님 마음에는 드셨군요. 폭풍 좀 몰아치고 쓰나미 몇 번 방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무 포스 뿜뿜 시전하는 캐릭터를 좋아하시는군요~ㅎㅎ
투비오어낫투비 멋진 건 인정! 인물의 갈등을 이보다 더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저도 공감합니다~^^

장마가 올락말락하는 저녁입니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빵빵한 하늘은 보이는데 쏟아붓지않고 꾸물거리네요. 습한 나날에 마음만은 뽀송해지소서~^^

물감 2022-06-29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도 맛집 탐방 좋아합니다 ㅎㅎㅎ 먹는 건 다 찬성이에요 ^^
저역시 ‘나도 가봤다‘에 의미둘 때가 많지만 성격상 내색을 하진 않는데요, 책 또한 마찬가지더라고요. 나도 읽어봤다~를 속으로만 ㅎㅎ

저는 문체는 별 거슬림 없이 무난하게 읽었는데, 타 번역본과 비교해보니 아쉬운 구간이 꽤 있네요. 근데 이건 타 번역본들도 같았어요. 딱 이거다 싶은 문체를 가진 데가 없더라구요. 늘 그렇듯 감안하고 읽고 있어요 ㅠㅠ

이 작품은 리뷰에 드립칠 만한 곳이 안보이더라고요 ㅋㅋㅋㅋ다른 의미로 리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진짜 한 세네문단 정도만 쓸라고 했는데 좀 더 길어졌군요 ㅎ호호홓

번역에서 자살 어쩌구를 언급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이해했어요. 그런 눈으로 읽으니까 자살의 낌새나 소망이 느껴지긴 하더라는... 일단 제가 햄릿의 입장으로 받아들여보니 자살충동도, 복수심도, 염세도 너무 와닿아서 별 거리낌은 없었어요 ㅋㅋㅋㅋ 이게 참 번역가마다 보고 느낀 바가 다 달라서 뭐가 맞다 틀리다를 논하기가 어렵지만, 저는 딱히 정답없이 여러 해석을 품는 자체로도 좋았어요.

문제의 ‘사느냐, 죽느냐‘ 멘트는 정말 해석의 여지가 많잖아요? 저는 그걸 일일이 따지기보다, 햄릿의 입장과 상황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의 심정을 몽땅 압축했다고 받아들였어요. 어쩌면 셰익스피어도 독자들이 여러의미를 느껴보라고 의도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단순한 햄릿의 생사를 가리키는 것도 되고, 살아는 있으나 이걸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도 되고 기타 여러가지로요. 어떻게 접근하든 그 자체로도 너무 매력있지 않나요^^ 그 외에도 여러 대사와 상황들이 다 비슷할 듯 하고요 ㅎㅎ

호레이쇼는... 친구라면 친구지만 뭔가 비중이 낮아보여서 그냥 뺐어요 ㅋㅋㅋ그리고 내막을 호레이쇼가 까발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호레이쇼까지 죽였다면 완.벽.한. 비극이었을텐데 ㅋㅋㅋㅋ그랬으면 정말 모든 죽음들이 운명은 무슨, 다 햄릿 탓이라고 해도 되겠거든요ㅋㅋㅋ

자고로 주인공들은 굴려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죠. 실컷 깨져봐야 됩니다. 그다음 어떤 식으로 각성하고 성장하느냐가 중요하긴 한데, 본인의 고질병이나 세계관의 시스템을 지혜롭게 맞대항 하는 걸 특히 좋아해요! 저는 햄릿의 미친 척과 언어유희도, 저돌적인 태도도, 주변인들을 통찰하는 것도 아주 현명하다고 느껴졌어요. 겉보기야 어떻든 햄릿의 중심은, 희생을 마다 않고 선을 쫓고 있어 충분히 고결해 보였고요! 자살충동이 있든없든간에 숙부와의 승부는 곧 죽음이라는 걸 알곤 있었을테니...

6월도 아슬아슬하게 성공했습니다. 아아 안그래도 독서가 잘 안되는데 바쁘기까지 하니 정말 정신이 없네요. 나비종님의 마음을 잘 알겠어요ㅎㅎㅎㅎ 장맛바람이 엄청난데 날라가지 않게 조심하세요 ^^

나비종 2022-06-29 20:05   좋아요 1 | URL
호레이쇼까지! 역쉬~ 물감님 클라쓰~ㅋㅋㅋㅋㅋㅋ
엄청난 장맛바람에도 날라가지 않을 정도로 중력이 저를 좋아해서요. 절대 끄덕없습니다~ㅎㅎ
대댓글을 달지 않을 수가 없어서 간단하게 답니다.^^

페크pek0501 2022-07-06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4대 비극을 다 읽었지만 워낙 명언 같은 대사가 많은지라 셰익스피어 명언집도 샀더랬죠.
읽을 땐 몰랐는데 명언집을 보니 정말 명언 같은 대사가 많더라고요.
저는 4대 비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리어왕‘이었어요.^^

물감 2023-01-10 09:27   좋아요 1 | URL
페크님의 이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셰익스피어는 본투비 중 본투비 작가에요... 그저 대단함ㅋㅋ 리어왕 아직 못봤는데 꼭 봐야겠어요😎
 
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5월부터 6월 현재까지 평일 주말할 거 없이 매일매일 일정이 계속 생겨서 온전히 쉬지를 못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휴식하기 바쁘니 근 두 달간 여가 다운 여가를 보내지 못했고, 독서와도 자연스레 멀어지고 있다. 또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에 뭔가를 진득하게 할 마음이 안 생긴다. 되돌아보면 해마다 여름철에는 독서량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 대신 다른 취미활동의 시간이 늘어나는데, 요즘 나는 종이접기에 맛들려있다. 사무실에서 이면지로 동식물 같은 걸 접어서 직원들한테 줬는데 폭발적인 반응이지 뭔가. 소문이 퍼져서 타부서들도 찾아오고 난리이다. 성원에 힘입어 다이소 가서 양면 색종이를 사고 유튜브와 핀터레스트를 뒤져가며 밤늦게까지 종이접기를 연마하길 벌써 3주째. 그만큼 책은 멀어지지만 전두엽 풀가동해서 겨우 쓴 리뷰 하나보다, 잠깐 만든 종이접기가 훨씬 반응이 좋으니 상대적 박탈감이 자꾸 들지 뭔가. 그래서 여름이고 하니, 시간 잘 가는 스릴러나 읽어드렸제.


로버트 크레이스는 뭐랄까,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끔 쓰는 능력자이다. 일반 작가들이 사건과 범인의 추리를 뒤집는 데에 목메는 반면, 크레이스는 이야기의 구조를 비틀어 전개를 예상치 못하게 만든다. 그러니 재미를 떠나서 식상하지가 않다는 게 특징인데,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글쟁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고급 기술이란 말씀. 이런 재능을 지닌 작가가 잘 없으니 천복을 받았다고 하겠다. 그럼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해서 이야기가 식상해지지 않았는지 써보겠다.


10년 만에 출소한 전직 은행털이범 주인공. 이제 좀 착하게 살아보려는 와중에 아들의 소식이 신문에 실렸다. 순경이 된 아들을 포함해 경찰 4명이 누군가에게 총살을 당했단다. 이후 경찰 측은 용의자를 발표하였고, 아들의 복수를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던 주인공은 경찰에게 찍힌다. 최후의 수단으로 주인공은 10년 전 자기를 체포한 FBI 요원을 찾아간다. FBI를 은퇴하고 홀로 자녀들을 키우던 그녀는, 자신이 잡아넣은 범인이 나를 의지한다는 것과, 요원 시절이 떠올라 들뜬 마음으로 주인공을 돕게 된다. 그렇게 수사한 결과 경찰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전부다 거짓임을 알게 되고, 피해자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가담했었단 사실도 드러난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게 잘하는 짓인지 혼란스러운 주인공과, 경찰의 부패를 확 까발리고 싶은 파트너. 손 떼기에 너무 늦어버린 이들에게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끝까지 가는 거.


내 기준에 이 작품은 장르문학 랭킹 상위권이다. 여러 이유 중에 인물 설정이 가장 베스트였다. 출소한 범죄자와, 전 FBI 요원이라는 힘없는 루저들의 조합. 이들의 신분과 입장은 수사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독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이들을 지켜보는데, 여기서 작가는 이 기대 이하의 조합으로 방심한 독자의 빈틈을 찌른다. 마치 인기 없는 게임 캐릭터가 기본 무기만을 들고 끝판왕을 깨듯이 말이다. 이제 전개를 뒤집는 작가의 기막힌 발상을 말해보자. 제목의 <투 미닛 룰>은 은행털이에 주어진 최대 시간이다. 2분이 넘으면 경찰이 오기 때문인데, 이런 설정으로 범죄자가 은행 털다 잡히고 탈출하고 추격하는 이야기를 예상했다. 허나 처음부터 범죄자가 붙잡히질 않나, 출소한 은행털이가 주인공이질 않나, 아들 복수에 눈이 멀어 또 범죄자가 되려 하질 않나. 당혹감의 연속이라 식상할 틈이 전혀 없다.


총살당한 경찰들은 과거 은행털이범들이 숨겨둔 거액의 돈을 비밀리에 찾고 있었다. 그것도 문제지만 피해자들은 형사가 아니라 일반 순경들이었다. 그러니 누가 봐도 부패 경찰의 소행이고, 경찰 측은 이 사실을 덮으려 거짓 정보를 내놓기 바빴다. 주인공의 파트너는 FBI 인맥을 통해서 정보를 캐 보지만 돌아오는 건 출소자와 한패 된 그녀도 찍혔다는 사실뿐. 결국 FBI도 그녀가 뭘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었고, 경찰처럼 FBI도 이번 사건을 일부러 들쑤시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듯 작가는 계속해서 경찰 측을 더욱 수상하게끔 몰아가고, 반대로 주인공들은 더욱 무력한 존재로 만든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이 모든 사태가 진범을 잡기 위한 경찰 측의 쇼였음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멘붕에 빠졌다고 한다.


사건도 참 다이나믹 하지만, 두 명밖에 없는 인물의 입체감이 매우 뛰어나다. 두 사람 다 감정 변화의 폭이 넓은데, 주인공은 출소 후 선하게 살려다 죽은 아들의 소식에 슬픔과 분노가 일고, 힘없는 현실에 절망하고, 그럼에도 경찰들에 반항하고, 아들이 부패 경찰로 드러나자 극 상심하고, 범죄 습성을 아들에게 물려준 것 같아 스스로를 저주하고, 개고생한 파트너에게 미안하고... 정말 감정 하나하나에 몰입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파트너도 마찬가지이다. 남편과의 사별 후 홀로 육아에 지친 그녀는, FBI 은퇴 후 유일하게 자길 찾아준 주인공이 고마웠고, 얻을 거 하나 없는 수사지만 요원 시절의 감각을 느껴서 기뻤고, 주인공의 부성애를 보며 괜한 허전함에 괴로웠고, 사건을 수사하며 다 죽었던 자신감을 되찾아 세상에 재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지난번에 읽은 <데몰리션 엔젤>에서도 느낀 건데, 크레이스는 인물을 어떻게 다루면 잘 먹힐지를 여우같이 아는 사람이다. 보통 시리즈물을 쓰는 작가들은 스탠드얼론에 약한 편인데, 크레이스는 시리즈보다 스탠드얼론을 더 잘 만든다. 이런 사기캐...


<투 미닛 룰>의 백미는 사건이 터지고 수습하는 흔한 전개가 아니라, 사건 뒤에 일어날 사건을 다룬다는 설정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 있다. 이런 건 기승전결의 순서를 뒤집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게다가 제목의 ‘2분 법칙‘으로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더니 과연 어나더 레벨을 보여준다. 여튼 다 좋았는데 모든 게 쇼였다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가 너무 길어서 별 하나 뺐다. 그 분량 조절만 잘했다면 이 작품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무더운 여름에는 크레이스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 근데 이 책은 품절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6-19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품절인 책도 궁굼하지만 물감님 종이접기는 더 궁금합니다 ㅎㅎ

물감 2022-06-19 19:36   좋아요 2 | URL
ㅎㅎㅎ아직 접을 줄 아는 게 몇 개 없어요😁 많이 생기면 사진 올릴게요ㅎㅎ

다락방 2022-06-19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읽어야겠다 하는데 품절이라고요? ㅜㅜ

물감 2022-06-19 20:52   좋아요 1 | URL
중고책 한 번 뒤져보세요ㅎㅎ 어쩌면 다락방님은 별 다섯개 주실수도 있겠어요😀

공쟝쟝 2022-06-20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기캐...!!! 물감님아!!! 종이접기? 사진 찍어서 보여줘! (언제나 잿밥에만 관심있는 댓글 ㅋㅋㅋ)

물감 2022-06-21 11:27   좋아요 1 | URL
역시 쟝쟝님은 내 리뷰 따위에 관심이 없으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뷰글이 뜸할 즈음에 페이퍼 올려볼게요 ㅋㅋㅋ 근데 벌써 뜸해지는 중!

공쟝쟝 2022-06-21 20:23   좋아요 1 | URL
따위라니요...!! 장르소설을 읽은 것처럼 느끼기 위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답니다. 종이접기 하는 고운 손 페이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ㅋㅋㅋ

페크pek0501 2022-06-25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너무 잘 쓰신다, 하고 쭉 읽어내려 오다가 뒤에서 저를 빵터지게 했어요.
˝여튼 다 좋았는데 모든 게 쇼였다는 진실이 밝혀지기까지가 너무 길어서 별 하나 뺐다. 그 분량 조절만 잘했다면 이 작품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무더운 여름에는 크레이스 작품을 꼭 읽어보시길. 근데 이 책은 품절이다.˝
- 하하하~~~
통쾌한 리뷰입니당~~~좋아요.^^

물감 2022-06-26 13:33   좋아요 2 | URL
필력의 대가에게 칭찬받다니 기분좋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이웃님들의 텐션을 끌어올리는 글을 쓰겠사와요 ^^

페크pek0501 2022-06-26 13:59   좋아요 1 | URL
필력의 대가... 또 빵터집니다.
물감 님은 유머 감각이 있으세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 큰 장점이에요.
물감 님의 글이 지루하게 않게 읽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저도 재밌게 읽힐 글을 쓰고 싶은데 그건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늘 파이팅하세요.^^
 
로드 (예스 리커버)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올해의 독서는 유명작 또는 화제작 위주로 읽는 게 목표이다. 현재까진 그럭저럭 유지 중이긴 한데, 그저 그런 작품을 자주 만나다 보니 독서하기가 너무 싫어진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유명작이 얼마나 많은 지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독자마다 감동, 감탄하는 포인트가 다르단 걸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거품이다 싶은 유명작들이 너무 많은 거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읽은 <로드>도 크나큰 실망이다.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했다느니,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라느니, 아주 그냥 작가 소개 글부터 미국뽕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듯한 비장함으로 가득한데 그럼 뭐 하나.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 작품성 말고는 다 갖다 버린 건지, 건조한 문체와 단조로운 스토리를 어찌하면 즐길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심지어 글맛조차 없던데.


대재앙이 지나간 뒤의 시점을 기록한 작품이다. 붕괴한 인류와 문명 가운데서 겨우 생존한 아버지와 아들은 끝없이 길을 걷는다. 어떤 재앙이었는지,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등등 부연 설명이 하나도 없는 갑갑한 작품이다. 이들의 여행은 오로지 양식을 구하기 위함이다. 겉으로 보기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사실 이들도 언젠가 죽음이 곁으로 다가올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마지막을 그려보며 오늘을 버티는 부자에겐 매 순간이 공포였겠지만, 내게는 남극의 펭귄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어서 불쌍하지만 그게 자연의 이치 인양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시선만 갖게 할 뿐이었다.


어쨌든 이야기가 끝나기까지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과 갈등이 일어나야만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모든 사건과 갈등이 다 똑같다. 날씨의 위협을 받고, 숙식 문제에 부딪히고, 다른 생존자들을 경계한다는 사건의 반복. 아들만은 살리고 싶은 아빠는 모든 위험 요소를 계산하느라 바쁘고, 어린 아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못 본체하려는 아빠에게 실망한다는 갈등의 반복. 다 고만고만한 내용과 장면들 중 대체 어느 부분에서 열광할만한 포인트가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많은 독자들이 재미 보단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던데, 어디가 어떻게 매력적인지는 시원하게 설명들을 못하더라.


실제로 작가에게는 노년에 얻은 아들이 있었고, 아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없음을 고민했을 것이다. 후에 혼자 남겨질 아들에게 무엇을 남겨줘야 할지도 고민 많이 했겠지. 어쩌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과 결론을 위해 이 작품을 쓰지 않았나 한다. 작중에서는 부자를 가리켜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라 정의했다. 멸망해가는 세상 중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는 이들처럼, 매카시는 어린 아들이 간직한 불이 꺼지지 않기를 바란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로드>도 다양한 해석을 가지는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해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일단 재미가 없어. 그래서 그런지 리뷰도 영 재미가 없군. 잠이나 자자.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2-06-07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시간 버리셨근요! 안뇽히 주무세요!

물감 2022-06-08 00:02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쟝쟝님한테 받은 댓글이 주무시라니ㅋㅋㅋㅋ거맙습니다...

공쟝쟝 2022-06-08 00:04   좋아요 1 | URL
앍 오랫만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 (그러네 ㅋㅋㅋㅋ) 저 셀럽인가봐요 친구가 너무 많아서 북플 타임라인에 물감님 페이퍼 묻혀요 ㅋㅋㅋ (그래도 보이면 꼬박꼬박 읽는다네…)

물감 2022-06-08 00:08   좋아요 1 | URL
셀럽은 바쁘니까 이해하겠어요ㅋㅋ잘지내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슴다ㅋㅋ

공쟝쟝 2022-06-08 00:10   좋아요 2 | URL
뭘 또 서운한 티가 난다.. 나 .. 옥구슬 방구석 감성러 인프제 김동률 물감님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08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너무 좋아서 코맥 매카시 막 찾아 읽었어요. 문체가 되게 클래식하다고 해야하나, 우아해서 저는 좋게 읽었습니다. 당시에 좋아했던 남자에게(응?) 이 책 추천했는데 그는 읽고 ‘올해 읽은 가장 우아한 소설‘이라고 했었어요. 물감님과 저는 취향이 진짜 너모 안맞네요. ㅎㅎㅎㅎㅎ 어긋나는 우리 취향....

그런데 매력이라는 건 원래 시원하게 설명 못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막 좋아.. 이런게 매력 아닌가요?

물감 2022-06-08 08:50   좋아요 0 | URL
만약에 단편이거나 중단편이었다면 저도 좋아했을 것 같아요ㅎㅎㅎ 저텐션으로 너무 길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부터 내내 답답하게 와닿더라고요 ㅠㅠ 저의 그릇이 많이 작은 탓인듯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좀 그런거 있자나요. 남들 다 좋다고만 하는 책에 태클 거는거요...ㅎㅎㅎ 다락방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자들하고 저는 취향이 안맞는 거 같아요. 제가 비정상입니다, 하하하핳

말씀하신대로 매력이란 게 설명 못할 경우도 있겠네요! 많은 장편의 리뷰들이 어떻게 좋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제가 저렇게 적었나봐요. 제가 비정상입니다...

다락방 2022-06-08 08:52   좋아요 3 | URL
물감 님, 책이 재미있고 재미없는 거에 정상 비정상이 어딨어요 ㅠㅠ

coolcat329 2022-06-0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책 읽다가 조금 울었는데요...😅
아내와 대화 부분에서요. 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참 답답, 슬퍼서 ...
전 코카콜라하면 바로 이 책이 떠오릅니당 ㅋ

물감 2022-06-08 08:54   좋아요 1 | URL
리뷰를 올리면서도 다른분들의 상반된 반응을 예상하긴 했습니다. 전에 하루키 작품을 비평했을때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위에 댓글에서처럼 단편이었으면 저도 너무 좋아했을거같거든요ㅜㅜ 감성 기르는 연습을 좀 해야겠어요!
코카콜라 장면이 정말 잠깐 나오던데, 그렇게 임팩트 있으셨나요? 해설에서도 콜라얘기가 나오더라고요 ㅎㅎ

새파랑 2022-06-08 0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국뽕이 좀 있는 작품이군요. 재미보단 매력적이라는 평가는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거 같아요. 코맥 매카시는 안읽어봤는데 요거 말고 딴거로 읽어봐야 겠네요~!!

다락방 2022-06-08 08:51   좋아요 5 | URL
새파랑 님, 음, 제가 읽어본 몇 권의 코맥 매카시를 생각해보면 이 책이 그나마 가장 읽기 쉬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으로 시작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새파랑 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후훗.

물감 2022-06-08 09:08   좋아요 2 | URL
다소 지나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뽕의 냄새가 나긴 했어요...ㅋㅋㅋ
저도 다락방님 의견처럼 새파랑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저보다는 감성이 깊으셔서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2-06-08 09:51   좋아요 2 | URL
셀럽 두분의 추천이시니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일단 중고책 검색을 해봐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청아 2022-06-08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으로는 코맥 매카시 두 작품정도 읽었는데 호불호가 갈릴거라는 느낌이 늘 있었어요. (저는 좋아함)
남들 다 좋다는데 별로인. 누구나 그런 작품들 있을거고요ㅎㅎ
그래도 물감님은 이렇게 글로
써주시니 작가 입장에서는
더 귀한 평가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답글도 받으셨었잖아요? ^^

물감 2022-06-08 21:07   좋아요 2 | URL
ㅎㅎ저는 호불호 있겠다 싶으면 항상 불호더라고요😅 그리고 비평은 대부분 안하니까 나라도 해야겠다는 이상한 의무감 같은게 있어요ㅋㅋㅋ

맞아요. 그래도 솔직하게 쓴 덕에 작가님들의 피드백도 받아보고 그랬네요🙂 전 그냥 이대로 살래요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6-08 1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몇 년 전, 이 책, 시누이네 조카에게 훔쳐 와서 읽었거든요.
앞 부분 좀 읽다가 책 덮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물감님의 단조롭다는 평...무척 공감되네요.
오랜만에 우리 좀 통했어요ㅋㅋㅋ

근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게 뭐냐면요?
읽다가 덮은 책들 무수히 많은데 그 중 계속 눈길이 가서~~ 다시 읽어볼까? 계속 책 제목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들이 종종 있거든요. 이상하게 이 책이 좀 그러했던 것 같아요. 아마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려나? 싶기도 하구요.
좋은 평을 남겨 주시는 분들을 뵈니 음...나중에 다시 읽어 보긴 해야 할까 봅니다.^^

저는 물감님의 짠 별 리뷰에도 계속 눈길은 갑니다. 왜 별이 그런 것일까?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고개 끄덕끄덕~
읽으면서 물감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까다롭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겠구나! 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물감님이 인정하는 소설은 믿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그러니까 실생활에선 힘들겠지만?...이곳에선 물감님처럼 섬세하면서 까다로운 시선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더 주의깊게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주눅들지 말고, 맘껏, 별 다섯 리뷰를 향하여, 짠 별 리뷰를!!!!ㅋㅋㅋ
전 짠 별 리뷰를 잘 못써서...부러워서 주절거렸네요^^

물감 2022-06-08 21:32   좋아요 2 | URL
제 글에 공감되신다니 뭔가 복잡미묘한데요ㅎㅎ여튼 통한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에요😀 어떤 책이든지 만나야 할 타이밍이 있는데 그게 어긋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수도 있고요ㅎㅎ 저는 저를 너무 잘 알아서 아니다 싶은 건 다시 좋아질 확률이 매우 낮더라는...ㅜㅜ

저는 절대 눈이 높지 않은데, 왜인지 책만 잡으면(특히 유명할수록) 엄격근엄진지 까칠모드가 되곤 해요ㅋㅋㅋ 이쯤되면 병인건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냥 앞으로도 주눅들지 않고 비평 담당 하겠습니다ㅋㅋㅋ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칠레에서 태어나 라틴/유럽 국가를 돌며 중남미 문학가가 된 루이스 세풀베다. 이처럼 출생지와 성장지가 다른 작가들이 가진 생각과 통찰은 확실히 남다르게 느껴진다. 라틴 문학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워낙 평이 좋길래 궁금해서 읽어봤다. 그럭저럭 괜찮긴 한데 왜들 그렇게 강추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여튼 사연이 있는 듯한 제목처럼 보이지만 딱히 뭐가 없었다. 그리고 어르신들도 연애소설 읽을 수 있지, 그게 뭐 특별하당가? 다 좋게 봐주겠다만 아무리 봐도 제목이 영 거슬린다. 솔직히 노인의 독서 장면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 제목이 어울리긴 하당가? 현대에 맞게 제목을 고쳐보자면, <생존 신고를 위한 넓고 얕은 정글 지식> 정도가 어떨까. 노인의 낯간지러운 연애 이야기를 기대했던 터라 많이 허탈했지만 그래도 볼만했습디다.


어쩌다 아마존 부족들과 자연인 생활을 하게 된 외간 남자. 그게 적성이었는지 잘 적응해 살다가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 부족 마을에 가끔씩 들르는 치과 의사에게 건네받은 연애 소설을 읽는 게 노인의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외지인들의 정글 방문이 점점 늘어나자 노인의 휴식 시간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사냥꾼과 노다지꾼의 침입은 동물과 부족의 터전을 옮겨 다니게 만들었다. 어느 날 맹수에게 습격 받은 외지인의 시체들이 등장하자 마을에서는 노인을 포함한 수색대를 편성하고 맹수 사냥에 나선다. 이후 노인은 홀로 남겨져 암살쾡이와 맞붙게 된다.


보다시피 주요 줄거리는 노인의 취미인 독서랑은 전혀 연관이 없다. 그저 일과를 마친 뒤 짬짬이 소설을 읽는 정도인데 어째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건지 모르겠네. 노인의 선호 장르에 따라 아름답고 가슴 아픈 남녀의 사랑을 꿈꾸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마음속에 로망 정도로 남겨둘 뿐 현실에서 로맨스를 찾는 일은 일절 없으시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연애소설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게 없으니 넘기겠다.


환경 소설로도 유명하던데 글쎄, 나는 여기에도 딱히 공감을 못하겠다. 물론 밀림을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휘젓는 무리에 저항하는 장면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짐승들에게 된통 당해서 퇴장하기 일쑤이고, 밀림을 우습게 아는 뚱보 읍장도 제 미련함에 혼쭐나기 바쁘다. 그러니까 노인 일행이 적들과 치열한 싸움까지 해가며 밀림을 지켜내는 장면이 없는데 무슨 환경 소설이람. 앞서 말했듯 내 눈에는 정글의 생존 에피소드 모음집에 가까웠다. 강에서는 어떤 물고기를 조심해야 하고, 모기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원숭이들의 집단 공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며, 진흙 언덕과 늪에서는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등등 자연인의 지혜를 알게 해주는 인상이 더 강했다. 오히려 제목이나 환경 어쩌구 하는 태그 때문에 괜한 프레임만 씌워진 듯한데.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강박이, 후에 밀림을 지키는 사명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 할 수도 있겠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버린 기분을 다신 겪고 싶지 않은 노인은, 사랑하는 밀림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었다는 설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으며 지난날의 아내를 그리워하고 결혼생활을 곱씹었다면 모를까, 그렇지는 않았기에 사명이나 수호자 같은 거창한 이유나 설정은 좀 아니라고 본다. 매 순간이 험난한 밀림에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기에 과거에 갇혀 지낼 여유 따윈 없을 테니까. 메인 테마인 암살쾡이에 대해서는 참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데 다른 건 넘어가고, 사실 싸울 이유가 없는 대상끼리 싸워야만 하는 이 거지 같은 운명에 나는 주목했다. 인간을 향한 살쾡이의 분노와 살기는 외지인들 때문에 생긴 거였고 노인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치만 공포에 떨고 있는 원주민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들어야 했다. 가해자가 따로 있는데 왜 피해자끼리 물고 뜯어야 하나.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노인과 바다>나 <모비딕>이 연상되지만, 이 책의 노인은 존재를 증명하려고 암살쾡이와 싸운 게 아니라서 더 좋았다. 혹여 뻔한 이유에서 싸운 거라면 그렇게까지 유명한 작품으로 남진 못했을 거다. 여튼 남들처럼 극찬은 못하겠다만 충분히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세풀베다의 작품이 꽤 되던데 찬찬히 도전해봐야겠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2-05-30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잉 이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제목에서 연상되는 거랑 많이 다른 내용이네요😓 혹시 원제가 아닌가 찾아봤는데 스페인어 모르지만 대충 원제도 같은 것 같네요.
이 작가 작품 하나도 못 읽어봤는데, <파타고니아 특급열차>가 좋다는 얘길 들어본 것 같아요. 하지만 품절^^;

물감 2022-05-30 17:18   좋아요 1 | URL
제목과 내용이 영 매치가 안되어서 어리둥절 했어요 ㅋㅋ 내가 뭘 놓치고 있는건가, 그렇다해도 좀 이건 아니지 싶은ㅋㅋㅋㅋ이게 대체 왜 인기있는거지?
저도 세풀베다에 그리 끌리지 않았는데 어쩌다 읽게 되었네요. 첫인상이 뭐 나쁘진 않아서 또 읽어볼까 합니다 ㅎㅎㅎ 품절도서는 중고로 뒤져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다락방 2022-05-30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 보고 이 책 골랐다가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주아주 오래전에요..

물감 2022-05-30 17:23   좋아요 1 | URL
정말 낚이기 딱 좋은 제목 아닌가요?
내용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데 왜 죄다 별다섯...

새파랑 2022-05-30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은 제목 선정이 중요한가 보네요. 저도 이 책 중고로 사려고 했는데 최상급 도서가 없어서 아직 구매 못했는데 ㅋ 제목은 좋은데 표지가 좀 안땡깁니다 😅

물감 2022-05-30 17:49   좋아요 1 | URL
제목과 표지도 따로 놀죠ㅋㅋ 저자의 다른 작품도 많으니 이 책의 구매는 서두르지 않아도 될 듯해요ㅋㅋ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22-05-30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풀베다의 첫책으로 읽으면서 나머지 책 들도 빠져들었든데 나름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이책을 시작으로 나머지 작품들도 거의 읽었습니다. 현대 도시 문명과 싸우는 작가의 투쟁의식이랄까? 나름 진지하게 다가오는 문명의식이 좋아서 거의 다 읽었는데 읽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다르겠지요!

물감 2022-05-31 21:05   좋아요 1 | URL
도시문명과 싸우는 투쟁의식! 좋은데요? 역시 뭐가 좋은지를 알면 다르게 보이네요ㅎㅎ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6-08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 밑줄 긋는 남자 같은 달달한 책이 아니엇군요? ㅋㅋㅋㅋ 제목 너무 했네 ㅋㅋㅋ

물감 2022-06-08 00:10   좋아요 1 | URL
그르니까ㅋㅋㅋ 이 작가도 저승가면 멱살 잡을 거임ㅋㅋ

공쟝쟝 2022-06-08 00:11   좋아요 1 | URL
물감님 로맨스는 세벽 세시가 짱이예요 ㅋㅋㅋ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를 읽으세요 ㅋㅋㅋ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감 2022-06-08 00:13   좋아요 1 | URL
그거 다락방님이 강추했던거죠ㅋㅋ기억해두고는 있는데 아 너무 대놓고 로맨스물같아서 선뜻 손이 안간다는ㅋㅋㅋ나는 좀 은근하고 은은해야 해...ㅋㅋ

공쟝쟝 2022-06-08 00:18   좋아요 1 | URL
훗 ㅋㅋㅋㅋ 제목은 자니?지만 ㅋㅋㅋㅋ 은은하기로 따지자면 정말 은은한…. 소설인데…… 읽어봐 잡솨바 ㅋㅋ 제가 항마력 딸린다고 욕했다가 재독하고 2편 보려고 드릉드릉하는 책입니다 ㅋㅋㅋ

물감 2022-06-08 07:25   좋아요 1 | URL
알써요, 좀더 생각해보겠음ㅋㅋㅋ
 
나를 쳐다보지 마 스토리콜렉터 67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예를 들어 된장찌개 맛집이 장사 좀 된다 싶어 김치찌개도 만들고 부대찌개, 순두부찌개도 팔기 시작하잖아? 어느새 된장찌개 맛은 예전 같지가 않고, 맛의 변화를 감지한 손님들은 가게를 찾지 않는다. 혹여 다시 들렀을 때 여전히 맛없는 된장찌개를 팔고 있다면? 실망감에다 괘씸죄까지 얹어서 동네방네에 맛없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이래서 브랜딩은 중요하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브랜드 고유의 맛을 유지해야 한다. 책을 쓰는 작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곧 브랜드인 이들은 까딱 잘못하면 다이렉트로 욕을 먹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된다. 이들에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작품이 욕먹는 건 곧 작가가 욕을 먹는 거니까. 그래, 난 지금 옐로카드를 줬던 작가에게 레드카드를 주게 되어 기분이 몹시 상해 있다. 한때는 명품 작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호주의 범죄소설가인 마이클 로보텀의 책들이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줄줄이 출간되었다. 이 작가의 대표 작품은 <조 올로클린 시리즈>이고, 그중 3편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 반하면서 로보텀의 팬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 직업이 심리학자라서 액션이 없는 반면, 용의자들의 내면을 통해 상황을 추측하고 흐름을 역추적하면서 범인을 찾아낸다는 독특한 발상과 독보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기존의 범죄소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차별성을 갖춘 데다, 액션이 없어도 속도감과 넘치는 스릴을 보여준 작가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랬는데 어째 시리즈가 가면 갈수록 심리묘사도 줄어들고 사건보다 개인사의 비중이 늘면서 재미가 반 토막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6편까진 괜찮았는데 7편에서 휘청하더니, 8편은 완전히 회생 불가를 부르짖는다. 의리로 읽긴 했지만 더는 로보텀 작품을 찾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면 이번 작품에 어떻게 실망했는지 적어보겠다.


<나를 쳐다보지 마>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다. 둘이 살던 모녀가 살해되었는데 용의자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이때 주인공의 제자였다던 심리학자가 등장해 지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음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대기 시작한다. 아무튼 그 뒤로 연쇄살인이 발생하는데 피해자들은 간통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걸 단서로 피해자들을 역추적하여 범인을 좁혀보지만 역시 쉽지가 않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일단 듣보잡 삼류 심리학자의 수사방해로 흐름이 자꾸 끊어진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데 몰입을 망치는 요소는 뭐 하러 넣은 건지.. 그리고 첫 번째 모녀 사건과 두 번째 연쇄살인사건의 텀이 굉장히 길다. 솔직히 쓰다 막혀서 연쇄살인 설정으로 급히 바꾼 듯. 그만큼 부자연스러운 전개와 연출이 잦았고, 그래서인지 범인의 독백들도 스토리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뭔가 중요한 비중일 것 같았던 삼류 심리학자는 열심히 나대다가 범인에게 죽고 마는데, 한 것도 없이 허무하게 퇴장해 급실망했다. 또한 반복되는 허탕 수사로 진도가 나가질 않아, 작가가 자신 있어 하는 인물 심리묘사 장면이 나와도 시큰둥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목마른 사람한테 자꾸 빵만 맥여서 뭘 어쩌자는 건지.


두 번째 내용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빠처럼 심리학을 전공하겠다는 큰딸의 내용이다. 올로클린은 심리학자로 지내면서 온갖 못 볼 꼴을 봐야 했고, 매번 사건에 연루되어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었다. 이런 재수 옴 붙은 인생을 딸이 원한다는데 속이 뒤집히지 않겠나. 그러나 딸의 고집을 꺾지 못한 올로클린은 반강제로 딸을 수사 현장에 데리고 다녔고, 딸은 지 딴에 도움이 돼보겠다고 개인행동을 하다 범인에게 노출된다. 그렇게 된통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딸은, 또다시 단독 행동을 하다 범인에게 붙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범인과 실랑이하는 와중에 딸이 아빠에게 보낸 전화 한 통으로, 죽어라 헛발질하던 경찰과 올로클린은 한 걸음에 범인을 찾아가 검거한다. 그러니까 여태껏 애태워가며 추리해왔던 수사를 한순간에 개고생한 걸로 퉁쳐버린 것이다. 아니, 독자를 이렇게 농락해도 되는 건가? 재미없는 걸 떠나서 이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소설가의 자질도 의심해봐야 한다. 이외에도 실망 포인트가 가득한데 내 눈에는 작가의 슬럼프라기보다 브랜딩 실패로 보여진다. 둘러보니 로보텀과 작별한 독자들도 많던데, 혹여 대작을 들고 돌아온대도 예전 같은 인기는 없을 것이다. 그 많은 맛집을 두고 맛없기로 소문난 식당에 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5-26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조 올로클린의 개인사가 좋았거든요. 그래서 이 시리즈를 계속 읽었던건데, 지금 리뷰하신 <나를 쳐다보지 마>에서 제가 기대했던 바가 완전히 무너지는 스토리로 전개되어서 마음을 너무 다쳤어요. 저는 조 가 자꾸 위험한 일에 가담하게 되는게 싫은 아내의 마음도 너무 알겠고, 그런 아내와 재결합 하고 싶은 조의 마음도 알겠는데 왜때문에 아내를.. ㅠㅠ

물감 2022-05-26 12:03   좋아요 1 | URL
저는 신선한 수사방식과 조의 개인사 둘 다 좋았어요. 그런데 갈수록 조가 사건과 엮이지 않으려다보니 소극적으로 변해 활약은 줄어들고, 이번 편에서는 정말 하는 게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매력있는 파트너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분위기좀 바꿔보려 듣보잡 심리학자를 집어넣었나본데 효과는 전혀 없었고... 보통 시리즈물 작가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정비하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작품을 쓰곤 하던데, 로보텀은 그런것도 없어요. 매력없는 악역에게 억지로 베베꼬인 과거사 설정을 부여하는 것도 이젠 못봐주겠네요 ㅠㅠ

조의 개인사도 참 좋았어요. 보통 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이 연인과 겨우 맺어져 가정을 이루다 범인에게 걸림돌이 되는 흔한 패턴이었는데, 올로클린은 처음부터 가족이 있었고, 자기도 힘없으면서 가족들을 지켜내려는 고군분투가 매번 감동이랄까요. 그래서 그걸 아는 아내가 별거를 그만하고 싶어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어김없이 사건에 휘말려 또 멀어지고.. 매번 똑같은 패턴에 그만 질려버렸어요 ㅋㅋㅋ

그리고 딸을 심리학자의 길로 가게 만든다는 건, 앞으로 딸을 조의 파트너로 세우겠다는 그림이잖아요? 저는 이것도 영 별로였어요. 8편까지 와서야 뉴 파트너를 정하는 것도 이상한데, 얼마나 인물이 없으면 트라우마로 고생중인 딸을 갖다 세울까 싶고... 딸의 심리학 전공 선택한 걸 아내는 아직 모르고 있던데, 알게되면 조를 원망할거고 그렇게 사이는 더더욱 멀어졌을테죠. 이렇게 뻔히 예상되는 시리즈라니 참. 작품 세계관도 협소한데다 심리학자라는 직업 특성상 여러가지로 한계가 계속 보여서 작가도 고생 꽤나 하겠어요...ㅋㅋㅋ 저는 이제 다락방님의 후속편 리뷰나 보면서 올로클린의 소식을 듣겠사옵니다~~

2022-05-26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6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5-26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로보텀 이름은 들어봤지만 한 권도 안 읽어봤어요. 시리즈 다 읽고 대화 나누는 다락방님과 물감님 보기 좋네요. 😄

물감 2022-05-26 19:23   좋아요 1 | URL
한때는 파급력 대단했던 작가였는데 이렇게 몰락할 줄은...ㅋㅋㅋ그나저나 쿨캣님 요새 장르소설은 안읽으시나요?ㅋㅋ

coolcat329 2022-05-26 19:40   좋아요 1 | URL
아 장르소설! 물감님 글 읽고 아까 형사님 나오는 소설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형사물은 아니지만 렛미인과 토니와 수잔 사다 둔게 있긴 하네요.

공쟝쟝 2022-06-08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이 책은 제목대로 쳐다보지 않겠습니다! 제 시간을 알뜰히 사용 하겠어요 ㅋㅋㅋ (바쁘다 바빠 현대인의 삶)

물감 2022-06-08 07:22   좋아요 1 | URL
ㅋㅋㅋ쟝쟝님은 저의 추천리스트도 안읽으시던데...?
바쁘시니까 이해하겠어요ㅋㅋㅋ

공쟝쟝 2022-06-08 09:0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 올해 소설 딱 세권 봤는데 그 중 하나가 추천작이엇다구 ㅋㅋㅋ 노력햇음 ㅋㅋㅋㅋ 분발 할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