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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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많이도 죽었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니다 싶은 책들을 신랄하게 까댔는데요, 이제는 그럴 기력도 없고 시간도 아까워서 그냥 읽다가 중단해버려요. 그렇게 비평은 점점 줄어들고 만족스러운 책들만 리뷰하다 보니까 제 성격이 느긋하고 유해졌다지 뭡니까. 하지만 이런 변화도 제법 마음에 들거든요. 해서 앞으로는 궁합이 괜찮은 책만 읽고 리뷰할까 봐요. 그래도 나름 지성인이라고 교양 있게 늙고는 싶은가 봅니다.


‘모중석 스릴러클럽‘이라고, 비채 출판사에서 기획한 시리즈가 있는데요. 제가 장르소설을 좋아해 출판사별로 만든 기획물들을 쭉 살펴봤지만 비채만큼 타율이 높은 곳을 못 봤어요. RHK가 양대 산맥이었는데 그것도 옛말이고요, 근래 작품들은 영 신통치가 않습디다. 아무튼 모중석 스릴러클럽은 유독 제 취향이어서 몇 년째 시리즈 도장 깨기를 하고 있는데 어우, 쉽지 않네요. 이제 절반 좀 넘게 읽었나. 솔직히 이번 작품은 분량도 많고 제목도 별로여서 패스하려다 그냥 읽었듭니다.


별점은 짜게 줬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아요. 벽돌책인데도 하루 이틀 만에 다 읽었고요. 다만 불필요한 장면이 꽤 많았어서 종이 낭비라는 생각도 좀 들어요. 나쁘진 않으나 뭔가 밍밍했으므로 리뷰 또한 밍밍하게 갑니다. 남편과 별거 중인 애나는 변태스런 악취미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이빠이 확대해서 공원 너머에 있는 집들을 훔쳐보곤 해요. 평소대로 염탐질을 하던 애나는, 맞은편 건물의 창가에서 칼에 찔려 쓰러지는 여성을 목격합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기절했다 깨어난 애나에게 상황을 말해줍니다.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요. 말도 안 돼, 반발해 보지만 그럴수록 애나만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나는 술과 약에 의존하는 광장공포증 환자였기 때문이죠. 뭐 이 정도면 무난한 스토리인데, 서론이 꽤 기니까 스킵 해 가면서 읽으세요.


애나는 약 1년 동안을 집 밖에 못 나가고 있었습니다. 위 사건이 있기 전, 그 집의 아들이 애나를 방문하고 돌아갔고요, 얼마 뒤 애 엄마도 찾아와서 애나랑 놀다 갔어요. 그 애 엄마가 다쳐가지고 놀라 기절까지 했던 거에요. 경찰은 물고 늘어지는 애나의 집으로 그 가족들을 다 불러옵니다. 말도 안 돼, 생판 모르는 여자가 애 엄마라네요. 아들과 아빠도 그렇다고 합니다. 근데 잠깐, 소년의 쫄은 듯한 표정이 괜시리 수상쩍군요. 그럼 뭐 합니까. 모두가 정신이상자의 해프닝으로 취급하는데요. 쩝.


저였으면 그냥 다 잊고 넘어갔을 거에요. 애초에 염탐질도 안 했겠지만요. 하지만 애나는 이번 사건에 답답하리만큼 집착해댑니다. 본인한테 이득이 없는데 왜 그리 매달리는 건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하도 그러니까 애 아빠도 몇 번을 찾아와서 버럭 하거든요?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 사회에서 이런 오지랖도 다 있나 싶네요. 좀 적당히 하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애나가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렇게 병들고 욕먹는 자신을 친구해 준 유일한 사람이 그 집 소년이었으니까요. 역시 소설은 이렇게 번뜩이는 맛으로 읽어주는 겝니다.


되는 게 없는 애나는 집에서 술 먹고 영화보다 뻗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휴대폰의 비밀번호가 바뀌어있고, 애나의 자는 사진이 메일로 오는 등 기묘한 일들이 발생해요. 오, 제법 분위기가 훅 달아올라 좋습니다. 이쯤부터 이야기의 템포가 오르고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중계는 여기까지만 하겠고요, 속 터지는 주인공에 관한 주의사항이나 좀 적겠습니다. 일단 집 밖이 무섭다는 설정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어서요, 광장공포증을 극복한다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음, 거짓말도 잘 하고 제멋대로라서 짜증이 폭발할 수가 있거든요? 읽다 보면 자꾸 잊어버리는데, 애나는 환자입니다. 그러니 잘 참으시길 바라요. 애나의 트라우마가 생긴 이유는 뒤에 가서 나오는데요, 혹시나 당분이 부족하면 욕 나올지도 몰라요. 쪼꼬렛이라도 드시면서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장르소설 좀 읽는다는 분들은 대강 눈치챌만한 반전과 결말입니다. 하여 실망했다는 말도 이해되지만, 좋다고 난리부르스인 것도 이해는 돼걸랑요. 이래서 모중석 스릴러클럽이 좋아요. 아무리 못해도 평타는 치니까요. 그나저나 왜 경어체를 썼을까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 쓰고 보니 밍밍하지도 않네요. 그래도 교양은 있었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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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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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N성향의 나님이 인정한 상상력 끝판왕은 역시 장용민 작가이다. 이분의 내공은 검증이 끝난 지가 오래지만 볼 때마다 감탄이 멈추질 않는다. 혹자는 미흡한 완성도와 개연성을 지적하는데,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장르소설에 뭐 그리 완벽하기를 따질 필요가 있나 싶다. 재미있는 썰을 얘기하다 보면 자잘한 내용은 흘려버리듯이 장용민의 소설도 그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시작부터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부치하난의 우물>이 유독 아쉬웠다던 평가가 많았기 때문인데, 오락거리는 충분했으니 뭐 그거면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의 실망 포인트가 뭐냐면, 사랑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테마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배경은 또 누아르 액션이라서 어울리는 궁합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여 설정에 신경 끄고 읽었더니 역시나 폭발적인 재미와 흡인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능 낮은 넝마주이 소년 하나가 웬 전설을 듣고부터였다. 아군에게 속은 부치하난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죽음을 맞게 된 얘기였다. 주인공 누리는 자신이 부치하난으로 살아갈 운명이라 믿고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한편 조직한테서 훔친 보석으로 쫓기던 태경은 누리를 만나 함께 도망치면서 연을 이어간다. 우리가 운명이니 어쩌니 하며 들러붙는 이 거지 소년을 진짜 어찌하면 좋으랴.


태경의 삶은 성폭행과 매춘부가 다였다. 인간을 불신하게 된 태경 앞에 나타난 누리는, 자신의 과거와 쫓기는 현재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심으로 도와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자꾸 흔들리는 마음은 어느새 누리가 얘기한 전설을 믿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감상에 젖을 새가 없었다. 조직은 부하들과 거지 연맹까지 동원해 두 사람을 잡으러 다녔다. 해외로 밀항하려던 태경의 계획은 틀어지고 조직에게 붙잡힌다. 그녀를 구하러 온 누리는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보스의 질문에 사랑해서라고 답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대사를 진부하지 않게 하려고 작가는 주인공의 지능을 확 낮추었다. 어린아이가 인지하는 사랑이란 그저 아름답고 순수할 뿐이며 여기에는 어떤 조건도 없다. 누리의 입을 빌려서 작가는 맹목적인 태초의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었나 보다. 아님 말고.


누리는 부치하난의 죽음을 따라 함으로써 운명의 평행이론을 완성시킨다. 이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는지, 목적을 달성한 작가는 잽싸게 결말을 짓고 퇴장해버렸다. 결국 보석도 뺏기고 밀항도 실패하고. 운명은 정해져있었다지만 뭐가 이렇게 싱겁다냐.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이었다. 에필로그라도 써주시지, 거참. 장용민의 소설은 무대 사이즈에 비해 전개 속도가 빠르다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택시를 부르면 곧장 멈춰 서는 K-드라마 식의 연출이 종종 나온다. 시나리오 작가답게 잘 넘어가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진짜 좀 거시기했다. 영화보다는 만화로 만들면 딱이겠던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가지고 안되겠다. 아무튼 킬링 타임용으로는 훌륭한 작품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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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28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이 비문학을 별로 안좋아하시는건 극N이라서?!

물감 2023-07-28 15:08   좋아요 1 | URL
글쎄요, 저는 공부하려고 독서하는 게 아니걸랑요. 첫째는 순수 재미를 위해서고, 둘째는 글을 쓰기 위해서에요. 비문학은 재미도 없는데다 리뷰해서 뭐하나 싶고요~ 전에도 얘기한 거지만 저는 지식보다도 지혜와 통찰을 더 좋아한답니다🙂🙂🙂
 
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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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체로 동의하는 쪽이다. 그렇지만 나도 두 번이나 큰 변화를 겪은 사람이라 쉽게 단정 짓지는 못하겠다. 나를 포함해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진 사람들은 대개 어떤 사고로 인해 정신세계가 뒤집힌 경우였다. 설령 그 일을 계기로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었다 해도 본연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는 슬프기 그지없다. 인생의 베스트를 살고 있는 요즘에도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성숙해진 만큼 본래의 내 모습은 얼마나 많이 부정당했을지.


나이 듦과 환경에 따라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린다면 얘기가 다르다. 마침 몇 년째 연락 두절이던 동창의 소식을 들었는데, 이상한 무리와 어울리더니 되지도 않는 허세남 흉내를 내며 지낸다고 했다.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었었기에 너무 의외였고, 결국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지만 그에게도 어떤 계기가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애석하게도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기대는 물론이고 설명할 이유 또한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생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보나니.


서머싯 몸은 <면도날>을 통해서 개인의 변화와 이해관계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돌아온 래리에게는 이전의 쾌활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약혼녀 이사벨은 전혀 구직할 마음이 없는 래리와의 혼사를 무르고 다른 부잣집 아들과 가정을 이룬다. 이사벨의 물질만능주의는 사교계를 주름 잡는 엘리엇 삼촌의 영향이 컸다. 엘리엇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위해서라면 죽는 시늉도 마다않는 집념의 끝을 보여준다. 이토록 자기주장이 강한 인물들을 통해 저자는 삶의 의미가 어디에 달렸는지를 논하고 있다. 어쩐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냄새가 풍기는데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경제 대공황으로 이사벨 부부는 완전히 파산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삼촌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더 이상 예전의 호사는 무리였다. 이때 화자는 이사벨을 찔러본다. 래리와 결혼했어도 지금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후회는 없냐면서. 래리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호화로운 삶을 택하겠다는 이사벨. 세월이 갈수록 더해져 가는 성숙함과 비례하는 욕망의 민낯을 본 화자는, 래리가 그녀의 먼 훗날을 내다본 것은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정작 래리는 이사벨 가문의 속물근성을 문제 삼지도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인생의 진리를 찾는 일뿐이었다. 그래서 각국의 종교, 학문, 철학, 예술, 사상을 피곤한 줄도 모르고 탐구하러 다녔다. 여전히 주변인들은 래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딘가 여유로워진 그 모습에 존중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엘리엇과 이사벨 부부는 존중과 점점 멀어진다. 나이 든 엘리엇 삼촌은 상류사회에서 점점 밀려났고, 이사벨의 고상함은 효력이 다했고, 그녀의 남편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망가져만 갔다. 열심히들 살았지만 현실은 이들을 배반해버렸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욕구가 머문 곳으로 달려가 골인한다. 엘리엇 삼촌은 끝내 사교계에 죽음을 바쳤고, 이사벨 부부는 신사업을 계획하여 부를 계속 쫓았고, 재산마저 포기한 래리는 겨우 해방되기에 이른다. 저자는 이 책으로 답을 찾기 보다 질문을 남기고 싶어 했다. 본인이 만족한다면 어떤 식으로 살았든지 간에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사실 지금도 제목이 상징하는 바를 잘 모르겠다. 서문에 인용 글을 보아선 면도날의 날카로움을, 구원받기 힘든 인생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면 구원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함을 느꼈을 테다. 다만 그 종이를 뒤집을 줄 몰라서 다들 막연하게 살아갈 뿐이다.


래리가 인생의 해답을 찾았느냐 못 찾았느냐는 중요치 않다. 그 길을 걷는 과정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보상받았을 테니까. 삶의 의미를 영적인 데에서 찾는 사람들은 <데미안>에서 말한,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와 같다. 그러니 일찍부터 바깥세상의 존재를 감지한 이들은 진정 복받은 사람이라 하겠다. 부와 명예가 전부이던 엘리엇도 죽을 때가 다가오니 종교부터 찾고 본다. 이렇게 현실 세계가 전부인 양 살던 사람도 공허해진 세월 앞에서 영적 세계를 그려보곤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방황들이 무엇을 시사하는가. 앞서 말했듯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지만, 속세의 삶이 가져다주는 안락과 행복은 일시적이라 말하고 싶다. 과연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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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26 1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면도날 리뷰 반가워서 달려왔습니다. 래리가 지금까지는 제 최애 남자 캐릭터거든요. 래리랑 결혼하고 싶진 않지만 래리 너무 섹시해.........
저는 서머싯 몸 소설 읽을 때마다 좋았고 면도날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게 서머셋 몸이 모든 인물들을 미워할 수 없게 그린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그래서 이사벨도 엘리엇도 마지막까지 연민과 애정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이사벨.. 래리 좋지만 결혼상대로는 아니긴 해. 난 널 이해한다.. ㅋㅋㅋㅋㅋ

물감 2023-07-26 13:07   좋아요 3 | URL
저도 나름 유니콘인데 래리는 어나더 레벨이군요 ㅋㅋㅋ
서머싯 몸 작품은 이게 처음인데 되게 재미있네요. 왜 어렵다고만 느꼈을까나...
인물마다 서사를 부여한 점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엘리엇이 너무 괜찮았거든요. 제가 애정하는 헤세랑 비슷한 결을 가진 양반같아보여서 좀 더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ㅋ

은오 2023-07-26 13:1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인물들마다 서사가 있고 굉장히 입체적!! 독자가 서머싯몸한테 “당신 덕에 처음으로 사전 없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고맙다”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을 만큼 쉽게 쓰고, 서머싯몸이 소설 쓰면서 재미를 가장 중시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어렵지 않음과 재미를 둘 다 보장하지만 결코 얕지는 않음. 저는 그래서 누가 소설에 재미 붙이고 싶은데 고전중에 추천해달라고 하면 달과6펜스 읽으라고 합니다 ㅋㅋㅋ 물감님도 달과6펜스 드셔보세요. 개인적으로 달과6펜스>면도날>>인생의베일이었습니다. 인간의 굴레에서는 사놓고 아직 안읽음ㅋㅋ

물감 2023-07-26 14:44   좋아요 1 | URL
은오님 서머싯 몸에 진심이시네요 ㅋㅋㅋ 다른 작품도 차차 읽어보겠어요 🙂🙂🙂

coolcat329 2023-07-26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서머셋 읽어야 하는데...면도날 저도 반갑네요. 안 읽었지만 제목이 넘 맘에 들거든요~~
인생의 굴레에서를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면도날로 바꿀까봐요 ㅎㅎ

물감 2023-07-26 17:39   좋아요 1 | URL
전 작품의 평이 좋던데요, 끌리는 거 먼저 읽으세요ㅋㅋ 저는 <케이크와 맥주>가 끌립니다😀

coolcat329 2023-07-26 17:40   좋아요 1 | URL
그 책도 있어요 ㅎㅎ 좋다는 책은 다 준비해놨네요 😅

물감 2023-07-26 17:42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랑 서머싯 몸 작품깨기 하시죠

coolcat329 2023-07-26 17:43   좋아요 1 | URL
ㅋㅋ 네 제가 물감님 쫓아갈게요!

물감 2023-07-26 17:48   좋아요 1 | URL
👍👍👍

페넬로페 2023-07-26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래리라는 인물이 넘 궁금하네요.
저는 케이크와 맥주보다 달과 6펜스를 더 선호해요 ㅎㅎ

물감 2023-07-26 21:44   좋아요 2 | URL
<달과6펜스>가 메인 반찬이로군요. 참고해두겠습니다 ㅎㅎ
아직 이 책을 안보셨다면 요즘 같이 비 내릴 때에 읽어보세요. 분위기와 제법 잘 맞습니다. 윗쪽에 은오님 호들갑 보이시죠? ㅎㅎㅎㅎ

잠자냥 2023-08-0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독서 슬럼프에 빠지면 서머싯 몸을 읽습니다.
그만큼 재미 보장 몸!

물감 2023-08-08 17:00   좋아요 1 | URL
오호... 메모메모!
 
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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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비가 그렇게 쏟아지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화창한 날씨가 찾아왔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걸 보니 이제야 본격적인 여름인가 싶기도 하고. 독서가 힘든 계절이라 일부러 장르소설만 읽고 있는데 그마저도 집중이 떨어지고 있다. 책보다는 리모컨을 잡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 쓴 글들은 퀄리티가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안 돌아가는 두뇌를 억지로 쥐어짜본들 뭐 하겠냐는 판단에 도달한 바, 당분간은 설렁설렁 독서할 생각이다.


독서도 글쓰기도 잘 안되는 마당에 재미없는 책을 고르면 평소보다 더 하기 싫어진다. 그런 이유로 이번 리뷰는 퀄리티 생각하지 않고 막 쓰련다. 처음 보는 시리즈물인데 주인공 직업이 웬 수렵 감시관이다. 보통 경찰이나 군인, 변호사가 일반인데, 수렵 감시관이라니 이건 신선함보다 걱정부터 앞선다. 경찰처럼 전문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수사 단체나 대단한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범죄자를 상대하는 직업이 아니므로 매끈한 활약을 보여주긴 힘들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범하고 순진무구한 산골짜기 농부 같은 컨셉의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도 매가리가 없더라고.


와이오밍의 자연 국립공원에서 밀렵꾼들을 감시하는 조 피킷. 그는 한 밀렵꾼과 싸우다가 총을 뺏겼던 일로, 관리국에는 비난을 사고 주민들에겐 웃음을 샀었다. 자신을 조롱했던 그 밀렵꾼이 그의 집 주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몰래 산에 들어간 일행에게 당한 것으로 판단한 피킷은 팀을 만들고 산에 오른다. 얼마 뒤 나머지 일행들도 전부 죽어있자 수사는 그대로 종결된다. 산에서 내 집 앞까지 내려와 죽은 피해자를 아무도 이상해하지 않는다는 데에 의심이 생긴 피킷. 하필 이 타이밍에 관리국은 주인공을 예전 일로 정직 처분을 내린다. 갑자기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자신의 불행들도 뭔가 의심스럽다. 와이오밍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번 주인공의 매력은 도덕과 윤리밖에 내세울 게 없다. 심지어 총도 잘 못 쏜다는 설정이다. 아예 대놓고 평범함으로 승부하겠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서사에 힘을 빡 줬어야 할거 아닌가. 전체적으로 평범해서 텐션이 오르질 않는다. 주내용은 멸종된 동물이 발견되어 밀렵꾼들이 사냥하러 모였고, 한 X맨이 그들을 죽인 뒤 도망친 멸종동물을 포획하러 돌아다닌다는 것. 우연히 그 동물과 접촉한 주인공의 딸과 가족을 위협하는 X맨을 막는 것이 피킷의 임무이다. 여기까진 그냥 그랬는데, X맨의 정체도 허무하고, 수사를 대충 했던 이유들도 뻔해서 화나긴커녕 그럼 그렇지 해버리게 된다. 범죄와 썩 안 어울리는 설정에 거는 기대치가 뭐 얼마나 높겠어. 이 시리즈가 몇 편을 더 이어나간대도 설정의 한계 때문에 힘들 거라고 본다. 게다가 1편부터 너무 많은 패를 보여줬어. 그래서 후속편들이 전혀 궁금하지도 기대되지도 않아. 나한테는 전형적인 범죄소설이 더 잘 맞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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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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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거다. 어느 지역이나 그렇듯 학교마다 들려오는 괴담이 있었다. 밤 12시만 되면 학교에 있는 동상이 운동장을 돌아다닌대서 친구들과 밤중에 학교로 갔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초딩들은 할 일도 딱히 없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기로 했다. 학교들이 지금처럼 문단속을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손전등도 없이 반마다 구경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복도 끝을 휙 지나가는 게 아닌가. 불빛도 발소리도 없는 그림자 하나가 복도 곳곳을 스쳐 지나갔다. 무서워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간 우리는 기절할 뻔했다. 동상이 없었다. 친구 하나가 소리 지르며 정문으로 달렸고 나머지도 따라나갔다. 한 친구의 손목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겁도 없이 우리는 학교마다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 당시 다녔던 서울 중구의 흥인초부터 해서 장충초, 청구초 등 몇 군데를 돌았다. 하지만 다른 학교 동상들은 전부 멀쩡했고, 결국 우리 학교만 저주받았다고 믿게 돼, 한동안 학교 다니기가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의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때 받은 자극이 워낙 강렬해서 지금까지도 실화처럼 느껴지긴 한다. 이 얘기만 했다 하면 msg 그만 뿌리라고들 한다. 내가 분명히 겪었던 일인데도 어째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나만 바보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다. 억울한데도 증명할 길은 없는.


여름이니까 무서운 이야기나 해보자는 건 아니고, 이번에 읽은 책의 주인공이 딱 내 얘기 같아 생각나서 적어봤다. <헤더브레 저택의 유령>은 고딕소설인 <나사의 회전>의 현대판으로 소개되었다.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얼마 전에 <나사의 회전>을 읽은 거라능. 이 책에서도 주인공이 가정 돌보미로 한 저택을 방문한다. 그곳은 건축가 부부가 리모델링한 스마트하우스로, 최첨단 기능이 곳곳에 탑재되어 있는 미래지향적인 건물이었다. 부부는 주인공 로완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장기 출장을 가버린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로완의 자신감은, 협조할 마음이 1도 없는 아이들과, 저택의 복잡한 스마트 기능 때문에 급다운된다. 이보다 더 난처했던 건 저택이 무서워서 그만뒀다던 돌보미들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끝내주는 집의 어디가 대체?


집안에서 하나둘씩 미스테리한 일들이 발생한다. 전혀 모르는 곳에 가 있는 물건들, 자동으로 열리는 현관문, 모두 자고 있는데 들려오는 발소리, 바닥에 놓여진 알 수 없는 꽃, 멋대로 작동하고 먹통이 된 스마트 기능...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우습게 여겼던 유령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 주인공. 유령의 짓이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현상뿐이었다. A/S 받으러 가면 멀쩡히 작동하는 기계처럼, 다른 누가 있을 때는 물건도 제자리에 있고 기능들도 정상이라 로완은 돌아가시기 직전이다. 이상을 감지한 남직원도 있었으니 피해 망상은 분명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로완을 내내 쥐락펴락하는데 약간 지루해진다 싶어질 때에 저택의 과거를 빵 하고 터뜨려준다. 제법 밀당할 줄 아는 작가다.


저택 주변 어딘가에 금지된 화원이 있었다. 위험한 식물로 가득한 그곳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았다. 왜 이런 곳을 그냥 두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 저택의 전 주인의 딸이 화원의 식물 때문에 죽었다는 걸 알게 돼, 어쩌면 그 아이가 지박령이 된 걸지도 모른다는 가설로 유령의 존재를 더욱더 의식하게 된다. 한편 공포가 극에 달하던 어느 날, 로완은 남직원의 숙소를 방문한다. 그런데 잠깐. 어째서 화원의 꽃이 여기에 있는 걸까. 그 꽃은 저택 거실에 갑자기 떨어져 있던 것과 같은 종이었다. 왜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을까. 의심해 볼 여지는 충분했는데.


고딕소설은 주제 파악이나 작품 해석이 중요치 않은 장르다. 미스테리 요소가 있다곤 해도 그냥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나사의 회전>과 달리 이 책은 구멍 난 문장도 없어 깔끔하고 좋았다. 두 작품은 설정이나 구조 면에서 닮아있지만 크게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나사의 회전>은 유령이 등장하나 별일은 없었고, <헤더브레>는 유령은 없지만 별일이 다 있다는 것. 전자는 비움으로 겁을 주고, 후자는 채움으로 겁을 주는 방식의 차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말마따나, 현대에는 <헤더브레>식의 연출이 훨씬 그럴듯하게 먹혀든다. <나사의 회전>이 연상되지도 않는 걸 보면 제대로 성공했다. 이제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이 연달아 나온다. 막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만 고딕소설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이지 싶다. 이렇게 고전을 현대풍으로 재해석한 이야기는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아시겠죠, 소재 고갈된 작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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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7-14 0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윙크하는 공유 좀 뷰담스러웟는데 바뀐 공유 좋네요 ㅋㅋㅋㅋ

물감 2023-07-14 09:48   좋아요 1 | URL
이런 댓글 예상하고 있었어요 ㅋㅋㅋ

잠자냥 2023-07-19 15:00   좋아요 1 | URL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뷰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7-14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유가 손에 든 건 책은 아니고 작은 수첩일까요 ㅋㅋ

물감 2023-07-14 09:50   좋아요 1 | URL
그래도 화보인데 수첩보다는 책 들고 찍지 않았을까요?ㅋㅋㅋㅋ

자목련 2023-07-14 10:36   좋아요 2 | URL
그래서 확대를 해봤는데 책 느낌은 아니어서 ㅋ
댓글이 책 이야기가 아닌 공유로~~
요즘 악귀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매일 지내는공간과 마주하는 사람이, 가장 강력한 공포가 되는구나 생각해요.
비 피해 없는 하루 이어가세요^^

미미 2023-07-14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5때 어느 날 화장실에서 홍콩할매 나온다고. 마주치면 숨쉬지말라고 해서 대부분 그냥 화장실을 안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리만 날렸을 그 시기의 화장실ㅋ

물감 2023-07-14 15:1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제 외가집도 화장실만 마당 구석에 따로 있었는데요, 초딩일 때는 자다가 화장실 가는 게 그렇게나 무서웠습니다. 거기만 가면 빨간휴지 파란휴지가 생각나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3-07-15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상이 없었다‘ ㅋㅋㅋㅋㅋ
어릴 때는 이런 괴담이 무서우면서도 이상하게 끌려요. 초4가 밤 12시에 학교라니 정말 무서웠겠어요. 너무 무서워서 순간 동상이 안 보인 건 아닌지요...ㅋㅋㅋ

물감 2023-07-15 18:59   좋아요 1 | URL
보통은 무서워져서 동상이 사라져보이는 거라 생각하는게 맞는데요, 네명 다 그랬다고 하니 뭐가 뭔지 참ㅋㅋㅋ 우리 어릴땐 이런 괴담들이 많았죠. 요샌 초딩들도 조숙해서 괴담 안믿다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