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아데나 할펀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평점이 채 8점이 안된다. 희한한 일이다.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너무 재미있어서 아껴 읽기까지 했다. 스토리 핵심은 얼마전 개봉한 영화인 <수상한 그녀>와 비슷한데, 같은 듯 다른 것이 많다.
  스물 아홉. 많은 여자들이 젊음이 꺾이는 시기라고 우울해하는 나이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들은 누려봤기에 그 사그라듬이 아깝기라도 하겠지만, 내 경우는 아예 피어보지도 못한 채 다 잃는 느낌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 아까움을 채 느낄 수도 없이 버거운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서, 항상 내 그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어쩔 수 없이' 살며 낭비하기만 했다. 그게 이제 후회가 된다.
  오늘이 내가 살고 있는 순간 중 가장 젊은 때라고 했나, 그와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지금도 후회를 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있지만, 내년엔 또 오늘을 그리워하겠지. 항상 되새기곤 있지만 잘 되지 않는, Carpe Diem- 그 말을 다시 한번 더 새기게 되었다.
  나보다 열 살은 더 많으시면서도 나보다 더 예쁘신 언니들이, 내게 '정말 좋을 때다'라고 말하는 것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한번도 그렇게 느낀 적 없었다. 하지만 곧 나도 내 나이의 여자애를 볼 때마다 그런 말을 반복하게 되겠지. 젊음의 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아직 방법도 잘 모르겠고, 내가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어 지금의 모습을 예쁘다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함을, 분명하게 깨달은 것 같다. :-)

 

 

 

"그땐 몰랐다. 내가 그토록 예뻤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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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김동영 지음 / 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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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굉장히 독특한 느낌의 책이라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평가를 박하게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서점에서 살짝 들춰보고 바로 구매를 결심한 만큼 이런 분위기를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삶과 사랑'이 핵심인 줄 알고 보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 책의 내용은 '삶과 죽음'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린 독자가 읽는다면 불편할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필력이 있어서 꽤 괜찮은 작품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다른 책에 적힌 글들이 조금씩 생각나면서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나저나 나는 달 출판사 책을 보고 읽고, 그 책을 사랑했으면서도 '퍼낸이 이병률'을 이제서야 봤다. 아아, 다 비슷한 느낌이고 그래서 그토록 마음이 갔던 거였는데 말이다. 이병률, 이소라, 달, 달 출판사만의 깊은 분위기가 있는 책들... 아오, ;-D 바보 멍충이 ㅋ

 

 

 

`청춘이 아름다운 건, 무엇도 바꿔놓을 수 없는 채로, 그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흘러가고 지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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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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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히 읽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이렇게 다시 읽은 책이 한두 권도 아니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테니 더이상 괘념치 않으련다. ;-)
   '사랑이라니, 선영아' 왠지 예쁜 말인 것 같았고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집어드는 게 대부분인데... 다 읽고 다시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어보니 느낌이 다르다.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혼자서 빠져나올 때마다 뭔가를 빼놓고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사랑이 되풀이될수록 그 관계 속으로 밀어 넣을 만한 게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쯤이면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게 되는데, 그건 이제 불타는 사랑이란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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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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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내 얘기잖아' 싶은 마음에 집어든 책.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는 소설은 아니고, 파산 청춘의 이야기지만 무겁지 않게 쓰여진 소설이다. 제 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이라고 한다.
  자신의 의지나 잘못이 아닌 운명적 상황으로 인해 빚더미에 오른 주인공. 도망 다니며 숨어 살고, 여러 알바를 전전하며 사랑까지도 포기해야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저항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인물로 그려졌다.
  소설은 잘 읽었지만 나는 '청춘 파산'이라는 이 말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대학 교육까지 받아놓고 전단지 알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내 상황이라 그런 걸까. 나도 곧 빚더미에 올라 앉겠구나 싶어서 그런 걸까. 열아홉에 하는 일(알바)을 서른 넘어까지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정말 남 얘기가 아니다. 아아-

 

 

 

`못난 얼굴은 아닌데도 소심한 편이었던 나는 `용모 단정`이라는 조건이 붙은 곳엔 가지 않았다. 자기들은 단정한 용모로 내게 시급을 줄 건가? "성실하고 시간 약속 잘 지키는 분만 오세요." 이런 전단이야말로 열아홉 살의 내 마음을 사로 잡는 구인 광고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내건 최소한의 요구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불량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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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김혜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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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제 5회 중앙 장편 문학상 수상작. 읽다가 작가의 이력을 들춰본 적도 오랜만인 것 같다. 2012년 당선작 <치킨런> 이후 두 번째 작품인 듯 한데 정말 놀랍기만 하다. 처음 책을 읽기 전, 책 겉표지를 감싼 띠지에 인쇄된 '1억원 고료'를 보며 나도 글이나 써볼까 하는 장난스런 맘이 들었었는데, 글을 조금 읽자마자 1억 받을만 하네, 라고 생각이 뒤바뀌기도 했다. ㅋ
   분명 단어와 단어를 연결시킨 문장을 읽고 있는데 그 모습이 그려지고 분위기가 느껴지는 감동이란. 솔직히 소설 읽기를 시간 아깝다고 생각했을 정도의 사람이라 그동안은 책을 읽으면서도 매순간 얼마쯤 읽었나 확인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런데 이 작가의 글을 한 문장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며 읽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네이버의 도서 정보에 줄거리 대신 호평의 글들이 올라와있다. (당선작에만 줄거리 대신 심사평들을 올리는 건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수식 어구가 가득한 칭찬들이 이 책을 과하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느낌의 글이다. 짙은 회색 같은, 어둡고 절망스런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를 통째로 뒤흔드는 아주 작고 연약한 빛, 사랑. 그리고 그것을 조심스레 품고자 하는 이야기.

 

 

 

`자존심이나 자존감. 그런 것들이 정말 있다면 그건 스스로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떨어뜨리고 마는 거다. 다시는 찾지 못하게 되는 거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멀리서 오는 최악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다른 누군가를 꿈꿀 수 없는 가난한 처지가 서로를 유일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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