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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법칙 - 함께 승리하는
존 맥스웰 지음, ㈜웨슬리퀘스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 초년 시절. 그 당시 직장상관은 무척 능력 있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호인형의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부서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 난다. “날 믿어. 내가 너를 뽑았는데 니가 잘 되야 나도 잘될 것 아니겠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해!” 그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관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고, 그런 상관을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부서 직원과 퇴근 후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그 직원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과장님, 부장님에게 찍힌 것 있어요?” 나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아니” 라고 대답했다. 나와 그 부장 사이에서 안 좋을 일이 생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또 내가 내가 그 사람에게 찍힐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동안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해 왔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일은 미리 가서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조정하면서 결정한 것으로 기억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보니 궁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 직원 왈 “아! 얼마 전에 부서장 회의가 있었는데 그 때 그 곳을 지나면서 부장님이 사람들 앞에서 과장님을 씹고 있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씹어?” “나를 씹어!”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그 날 아침만 해도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양반이!!!”
그 후, 몇 년이 지나 내가 부서장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부서원들에게, 특히 신입사원에게 반드시 해 주는 말이 하나 생겼다.
“내가 자네에게 약속할 것이 하나 있어. 그리고 자네도 나에게 약속해 줘야 할 것이 있고. 그건 바로 나는 자네 없는 데서 자네 욕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 절대로. 그리고 만약 자네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자네 앞에서 이야기를 해 주겠네. 그렇지 않다면 아무 일도 없는 거야. 자네도 그걸 약속해 줄 수 있겠나?. 상대가 없는 데서는 절대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욕은 하지 않기로.”
이와 같은 나의 의식은 내 앞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줄 것처럼 행동했던 한 상관이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비난했다는 말을 듣게 된 순간, 내가 받은 충격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직장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었다.
나는 어느 날 이중적일수밖에 없는 한 상관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변해버린 내 자신을 바라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일에서, 그리고 한 인간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상관, 능력 있는 상관, 말을 잘하는 상관, 정치를 잘하는 상관. 이러한 모든 모습은 상관으로서 갖춰야 할 바람직한 모습인 것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모습, 바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관이라면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쇼’로만 느껴 지는 것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일은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 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관계를 그저 떡에 묻히는 떡고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결국 우리의 삶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 기술과 우리가 함께 나아가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원칙을 단 한마디로 인간과 인간간의 '신뢰의 법칙'이라고 말하며, 저자 자신이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즉 문화와 인종이 다를지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항상 적용 가능한 원칙들이라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모아 이 책에 정리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내 머리 속에서 하나하나 떠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철없이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시절,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의견만을 주장했던 직장 다닐 때의 모습, 세상의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살아 왔던 수 많은 세월들.
이 책의 내용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저자의 표현을 빌려 말해 보면, ‘상황의 법칙’과 ‘101%의 법칙'이었다.
‘상황의 법칙’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종종 상황을 관계보다 더 우선으로 여길 때가 있는데, 그 이유는 오직 하나다. 관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관계에서의 실수했을 때도 그랬고, 리더로서 실수했을 때도 그랬다. (중략) 상황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재산, 지위, 권력, 관심 등은 순간적인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을 보면서 내 가족들의 모습이 하나씩 눈 앞에 떠 올랐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여 하나의 가정을 이룬 후, 나는 그 가정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 왔던가? 말로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내 자신이 만든 수 많은 상황 속에서 말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며 살아 온 나날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일을 위해 일을 하고, 그리고 일을 해야 했기에 가정의 문제는 그 다음으로 접어 버려야 했던 나의 모습들.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항상 그 당시의 상황을 가지고 나를 합리화했다. 바로 가정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된다는 것. 그러나 가족들이 나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상황은 순간적인 것이다. 내 앞에 놓여진 모든 일들은 흐르는 시냇물처럼 오늘은 내 발을 간지럽게 하지만, 내일이면 언제 내 앞에 있었는지 찾아 볼 수도 없을 만큼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것들이다. 이러한 상황을 위해 영원히 함께 해야 할 내 가정의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가장 얼마나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101%의 법칙’은 특히 내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무의식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이는 인간과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공감되는 1%를 찾아 100%의 노력을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차이점을 찾느라 바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경쟁의식 때문일수도 있다. (중략)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그와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중략) 그것(1%의 일치점)을 찾았다면 거기에 100% 노력을 기울여라. 차이점이 크면 클수록, 일치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만큼 더 중요해지고 쏟아야 할 노력도 그만큼 더 커진다.”
지나간 나날들을 되돌아 보면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서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찾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 차이점이 바로 그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주었다. 왜 그랬을까?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많은 공통점에는 눈을 가린 채 나와는 다른 차이점을 찾기에 만 몰두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질투심과 두려움, 그리고 경쟁의식이었다고.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하나, 사람과 사람간에 신뢰를 쌓고 말고를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이다. 내가 먼저 남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나를 신뢰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쌓기 위해서 내 것을 버리거나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주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실천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단순한 이치이다.
셋,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는 이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 갈 수 없기에 누군가와 함께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짐을 나눠 지고 살아가는 안정된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가장 근본적인 주춧돌은 바로 ‘신뢰’라는 것, 이것이었다.
이 책은,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그 동안 저술한 책들 중에서 가장 솔직하게 자기 스스로를 거울 앞에 세워 놓고 써 내려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론도, 학술적인 논리도 사용하지 않은 책. 거의 대부분을 자신의 경험과 지난 세월 동안 거쳐온 삶의 파편들을 모아 놓은 책. 그리고 사람들간의 수 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이 실수했던 일, 잘했던 일, 그리고 아쉬움과 아픔의 기억들을 통해 만든 참회록 같은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내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통해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그러한 관계를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들이 느껴 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 바람을 이 책이 내 아들에게 충분히 전달해 주리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