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코에 감은 코끼리, 행복을 찾아나서다 - 고대의 지혜와 긍정심리학이 검증한 행복의 가설
조너선 헤이트 지음, 권오열 옮김, 문용린 감수 / 물푸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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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머리말을 읽어보면 기가 죽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행복과 인간 삶에 대해 언급된 내용들을, 그것도 동.서양을 막론한 다양한 논리들을 종합했다는 말을 던짐으로써 책장을 넘기는데 부담을 준다. 평소 지식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이 발동하겠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이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책에서 소개한 내용의 대부분이 우리들에게 익숙한 내용들이라 책에 담긴 여러 분야의 사례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진 지식이 대단해서라 아니라 동양 문화권에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에 나온 다채로운 내용들을 보며 ‘와~ 대단하네“라고 소리친 사람들은 동양인이 아닌 서양 사람들일 것 같다. 그들에게는 조금 낮설은 얘기들이 아니니까 말이다.

저자는 행복에 대해 느낌이 아닌, 관계라고 말한다. 나를 중심으로 나와 또 다른 나와의 관계, 나와 너와의 관계, 나와 우리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나보다 더 큰 절대적인 존재와의 원만한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즉 행복이란 내면의 문제만도, 외부환경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닌 내부와 외부 모두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과 ‘일’과 절대적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규정짓는다.

저자의 시각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기수와 코끼리’로 구성된 ‘나’라는 개인의 모습이다. 코끼리는 우리가 평소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사고와 가치, 행동을 이끌어가는 감성(또는 감정적인 부분)이고, 기수는 인류의 진화과정 속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최근이라고 해도 거의 만년 단위의 시간이지만, 전두엽의 주 기능인 ‘이성’을 의미한다. 즉 코끼리는 동물적인 요소를 그대로 지닌 본능에 가까운 내 모습이고, 기수는 주변 상황과 환경을 조사, 분석하고 더하고 빼고, 앞뒤좌우를 계산하는 이성의 모습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감정의 중요성이다. 그는 우리가 평소 판단하는 모든 것을 이성의 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이성은 내 앞에 놓인 사물, 사실, 상황의 득실을 계산할 수 있을 뿐이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감정이다. 즉 이성은 단순한 계산기일 뿐이라는 말이다.

한 예로 간질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두뇌의 한 부분(사고, 판단하는 기능부분)을 제거한 경우, 간질병 증상은 눈에 띄게 완화되었지만 반대로 그 사람은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실험 자료를 제시하며, 실제 우리가 뭔가를 선택하려면 원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원하는 것이 없는 경우에는 어떤 행동도 결정도 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행동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감정이란 ‘원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선호한다‘는 느낌의 모든 것이다.

결국 감정이 없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 일어날 이유가 없고, 행동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계산 자체가, 설사 정밀하게 득실을 계산했다손 치더라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항상 뭔가를 결정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할 때 감정적인 부분,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시한 채고 이성만을 중시하며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잘하고 싶고,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로는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편하고, 좋은 쪽으로 움직이겠다는 감정적인 면, 저자의 말로는 코끼리를 통제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체 줄거리는 우선 인간의 불합리적이고 비대칭적인 면을 전제로, 이 둘을 어떻게 균형 잡히게 할 것인가를 정리했다. 즉 인간은 거대한 몸집인 코끼리와 작지만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를 합친 모습이다. 그러나 이때 기수는 코끼리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아니 가끔 통제하기도 하지만, 코끼리가 움직이는 방향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고, 이를 자신과 외부에 전달하는 대변인의 모습이다. 따라서 코끼리를 움직이려면 코끼리가 어떤 존재이며, 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행복론, 인간론은 이성을 강조함으로써 코끼리의 존재를 불합리하고 나약한 동물적인 요소로 규정지었고, 이와 같은 구조가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행복을 찾기 위한 가장 급선무는 그 동안 알고 있었던, 잘못된 인간모습과 행복에 대한 논리부터 규명해야 하며, 그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인간행복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책을 보다보면 그 동안 여러 책에서 봐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순간순간 생각난다. 긍정심리학에 대한 내용, 뇌 과학에 대한 내용, 자기계발에서 나오는 ‘하면 된다’식의 내용, 시크릿류의 ‘믿는대로 이뤄진다’는 내용, 게다가 행복한 나라는 따로 있다는 묘한 주제의 책 내용도 함께 떠 오른다. 

행복이 무엇인지 단순하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을 한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내용은 그 만큼 초점을 흐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독자들에게는 두세 번 읽기를 권한다. 참고자료가 많다보니 가끔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 손에 잡힐 수 있도록 정의하고 싶거나 기존에 나온 결과들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독자, 또 평소 행복이란 주제를 강의하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동안 알고 있었던 행복론에 대한 내용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전체 여정 중에서 어느 부분에 속하는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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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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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책을 보게 된 동기는 인권보다는 영화라는 대상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소개글 때문이었다. 평소 영화나 드라마를 무척 좋아하고(방학 때는 하루에 한 편씩 보기도 하니까),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모습과 세상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어 누군가 영화,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같은 말이라도 필자가 아는 영화를 예를 들어 설명해주면 이해하기도 쉽고, 당시 영화에서 본 장면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젠가 드라마 내용을 갖고 뭔가 풀어보고 싶다보니 기존에 나온 영화를 어떻게 버물려 인권이야기를 정리했는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평소 인권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아서인지, 이 책에 나온 영화중에서 직접 본 것은 별로 없었다. 필자가 본 것은 드라마 한두 개와 영화 두 세편 정도였고, 그나마도 평소 이것들을 보며 저자처럼 이야기 속에서 인권이란 것을 크게 느껴보지 못했다.

다행이도 저자의 설명을 통해 ‘아! 당시 그 장면이 바로 인권과 관련 있는 것이었구나’ 느낄 수는 있었지만 당시 영화를 볼 때는 인권보다는 그저 가슴 아프고, 답답한 심정, 그리고 뭔가 구체적으로는 설명하긴 어렵지만 가슴 어딘가에 찡하고 남는 게 있었다는 기억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런 게 영화, 드라마의 힘이 아닌가 싶다. 까놓고 말하지 않지만 은연중에 사람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힘 말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딱 부러지게, “저건 잘못된 것이고 이건 문제가 되는 거야. 따라서 너도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되고, 누군가의 잘못된 행동이 이토록 많은 사람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돼.”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영화에 빠져 들어 주인공과 동일시되는 순간, 이야기 속의 악은 영화 보는 사람의 악이 되고, 주인공의 고통과 선한 행동,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은 그대로 선명한 가치가 되어 시청자 가슴 속에 살며시 내려않는다.

책 내용은 어렵지 않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평소 인권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최소한 도덕적인 면에서, 또 사회규범상 선과 악이 무엇이며, 잘못된 시각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의 주장은(필자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이것이 인권이란 것을 대표하지는 않더라도, ‘나에게 문제되는 것은 남에게도 문제될 수 있다’는 시각, ‘나와 다른 것이기에 틀렸다는 가치는 잘못되었다’는 것, ‘가진 자는 못 가진 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책 내용 중에 가장 기억 남는 부분은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 본 인권 문제보다는 개인적인 생활과 관련이 깊은 3장 부분이었다. 여성과 폭력이란 주제를 갖고 있는 3장은 여성성과 패미니즘, 포스트패미니즘에 대한 이야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야기,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폭력성에 대한 내용, 현 사회조직 내에서 뿌리 깊은 성희롱에 대한 이야기 등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다른 챕터보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예로 활용하고 있는데 아마도 여성성과 사랑, 연애, 성, 폭력 등을 소재로 삼은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서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저자의 입장은 우리가 평소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시각이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영화나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상 그저 별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을 앞뒤 이야기를 가상적으로 붙어 문제점을 발생가능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면 드라마에서는 남자의 극한 사랑표현을 통해 진실한 사랑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을 성폭력의 한 장면으로, 남자의 구애방법을 직장 내 성희롱의 사례로, 한 남자의 가슴 아픈 분노표현을 폭력의 극한 모습으로 규정짓고 이런 행동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즉 떠나려는 여자를 차에 태우고 절벽 끝까지 몰고 가는 남자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극적인 사랑표현 같지만 이와 같은 사례가 바로 여성을 공포로 몰아넣는 픅력범, 치한, 스토커와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와 같은 시나리오 작가의 몰이해(자신이 의도한 스토리 전개 상 들어간 장면들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영향을 주게 되는 부분)에 대해 주의를 준다.

인권문제를 실제 피해사례를 통해 설명하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나 드라마를 활용해 설명하니 일단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가 보여준 이야기와 영상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필자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의 활용법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렇게 밖에는 활용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독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활용방법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여전히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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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바보 예찬 - 당신 안의 바보를 해방시켜라!
김영종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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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라는 단어가 무척 친근하다. 아마도 나이 40대에 이 단어를 봤으면 ‘바보 같으니’하며 책을 던져버렸을 것도 같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내가 변한 것인지 세상이 나를 변하게 한 것인지 요즘은 ‘바보’라는 단어만큼 정겹게 다가오는 것도 없다. 복잡하게 머리 굴리지 않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보는 그대로 믿는,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을 귀하다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얻고자 쫒는 명예와 부를 그저 눈만 껌벅거리며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물론 상대방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그들의 모습 속에서 생명수와 같은 신선함을 느낀다. 

사람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의 대부분은 아마도 소유와 비교에서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가져야 할 것을 갖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감, 자신의 계획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가진 것이 남보다 못하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 등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가. 결국 바보는 고통스러울 것도 불안할 것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가지고자 하는 것도, 내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별로 많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바보들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이들은 ‘바보’이기에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보’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바보’이기에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느낌 그대로 표현한다. 게다가 ‘바보’이기에 미래를 고민하지도 않고, ‘바보’이기에 자신만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바보’이기에 바보처럼 살고, ‘바보’처럼 살기에 남의 시선과 기준에서 자유롭다.

저자는 바보와 대비하는 종족을 현자라고 한다. 즉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 자신이 가진 지식과 사고가 진리이자 절대적인 가치이며, 그런 지식을 통해서만이 남보다 위에 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은 이유는 멍청한 현자의 모습 속에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지식이 나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것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자신을 현자라고 부르길 원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해맑은 미소를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저자는 현자가 세상을 위해 해 놓은 일은 세상을 문자 속에 가둬놓은 것 밖에 없다고 한다. 자연을 문자 속에서 알게 하고, 하늘의 이치를 책에서 보게 하며, 사랑과 우정을 문자로 이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 우리는 자연을 직접 만날 필요가 없어졌고, 하늘에 떠 있는 별조차 직접 바라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이치는 책 속에 들어있기에 그것만 이해하면 다 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하늘을 본 적이 있었다. 파란 하늘, 뭉게구름 한 점 없는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색깔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아. 하늘이 저렇게 파랗구나.”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당연히 나는 하늘이 왜 파랗게 보이는지 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그 하늘 역시 어두워지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식이 당시의 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하늘이 파란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하늘 그 자체를 바라봐야 하고, 지식이나 잣대 없이 그저 느껴봐야만 한다. “아. 하늘이 파랗구나.”

이성으로 똘똘 뭉친 우리는 오버하지 못한다. 이성은 항상 올바른 것만을 보여주길 원하고, 세상의 기준대로 살긴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원하는 삶 속에서 안정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이성에 따라 사는 사람은(과거 나처럼) 흥분하지도 않고, 틀린 말을 하지 않고, 남 흉도 보지 않고, 오로지 진리, 즉 책에 나온 것만을 이야기하며 누군가에게 존경받고자 한다. 술 먹고 휘청거리면 약한 놈이고,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에서 시시한 이야기를 떠들면 병신 같다고 느낀다. 아마도 오버한 날을 집으로 돌아오면서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했지?‘하며 자책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요약하거나 정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바보는 해석하고 분석하고 따지기보다 책 내용에 빠져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바보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보라. 문장 자체가 자유분방하여 이성을 잠시 끄고 저자의 손끝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 안에 살아 있는,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숨소리를 죽이고 살아온 우리 안의 바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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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선택 - 애플은 1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한다
하야시 노부유키 지음, 정선우 옮김 / 아이콘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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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서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모르면 촌놈이다. 워낙 많은 곳에서, 그것도 한꺼번에  떠들어대니 애플하면 창의력 대표기업, 스티브 잡스하면 21세기의 다빈치 같은 대우를 받는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회사가 무너지니, 다른 회사 인수하니, 자금이 한달 운영비밖에 없다니 하던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는 순간부터 연속 만루 홈런을 치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아주 멋지게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미래의 세상을 이끄는 동력은 모바일이라고 한다. 특히 휴대폰은 극히 개인적이고 사용자 곁에서 10미터 이상을 떠나지 않은 기기이기에 그곳 하나만 정복하면 개인의 일 거 수  일 투족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언제든지 기업이 원하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애플의 아이폰은 세계를 이끄는 거대한 트렌드가 되었다. 기존 컴퓨터가 가진 기억용량을 첨부한, 단순히 하드디스크를 집어넣은 휴대전화기가 아니라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행동방식 자체와 커뮤니케이션을 신세대로 이끄는 거대한 해일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 동안 이와 같은 이야기를 책에서 자주 접하면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별종인 스티브 잡스가 별나게 살다보니 별 것 아닌 것을 어쩌다 별 것처럼 만든 상품, 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도 전문가란 사람들이 아이패드의 몰락을 예견하지 않았던가. 컴퓨터도 아니고, 휴대폰도 아닌 묘한 상품. 컴퓨터로 보기에는 자판도 없고 메모리도 부족한 상품이자 휴대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니 말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별종임에는 틀림없지만, 최근에 이룩한 성공은 소 뒷발질에 파리 잡은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절감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개발한 상품의 우수성을 나열한 것과는 다른, 그들의 속마음과 가치판단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스케치한 듯한 내용을 보면서 ‘역시 스티브 잡스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의 상품이, 즉 아이팟, 아이팟터치, 아이패드, 아이폰, 그리고 겉으로 잘 들어나지는 않지만 무섭게 질주하는 애플의 맥컴퓨터까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섭게 질주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사고와 그들이 바라는 지향점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이 책에서 기존에 나온 애플, 스티브 잡스 관련 책과는 달리 겉으로 보이는 내용보다 그들의 가치와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의 내면을 세밀하게 보여줬다. 단순함을 위해 고등방정식 풀이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컴퓨터 속의 기판 디자인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들이다. 책을 보면 애플은 그들의 상품개발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하늘을 나는 익룡처럼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곳에서 남보다 먼 곳을 내다보지만 먹이가 눈에 띄는 순간 어떤 기업보다 먼저 포착해서 가장 빨리 낚아채는 회사 말이다.

책 내용 중에서 기억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마음에 가장 와 닿은 것은 애플의 기업운영과 상품개발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 부분이다. 즉 오늘 만들어 내일 히트 치면 그만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아니라 모바일, 디지털로 인한 세상 변화를 읽고 거기에 맞춰 기업의 모든 자원을 일관된 모습으로 이끌어가도록 도와주는 지침, 즉 맥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허브전략이다.

다른 기업은 MP3를 음악을 듣는 독립적인 기계로 만들었지만 애플의 아이팟은 맥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음악기기다. 아이폰은 전화통화를 목적으로 한 독립적인 휴대전화가 아니고, 맥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컴퓨터의 연장 장치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화기를 산 후 통신사에서 개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맥컴퓨터와 연결시켜 스스로 전화기를 개통한다. 오늘 사서 내일 개통하든, 아침에 사서 저녁에 개통하든지 간에 그 시기는 소비자 스스로 결정한다. 무엇을 통해서? 바로 컴퓨터를 통해서 말이다.)

또 하나는 아이팟, 아이폰의 사용디자인이다. 이미 알려진 터치패널 기술 같은 것을 통해 과거 소비자들이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과 쾌감을 주는 애플만의 놀라운 능력 말이다. 애플 이전에 누가 휴대폰 액정에 뜬 사진을 손가락으로 휙 밀어 화면을 넘기고, 손가락 두개로 사진을 늘리고 줄이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봤겠는가.

또 아이폰의 스크롤 기능은 일반적인 것과 기능면에서는 같지만 사용자의 마음에 와 닿는 정도는 다르다. 화면에 나온 내용을 보기 위해 스크롤하다 끝까지 가면 일반적인 기기들은  더 이상 안 내려간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에서 스크롤 해보라. 끝까지 가면 내용이 더 밑으로 내려가다 마치 스프링에서 튀는 것처럼 팅하고 튀어 올라온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은 기능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면 튕기는 느낌이 스프링 같다고 해서, 화면에 애니메이션효과를 첨부했다고 해서, 또 재미있는 아이콘이 있다고 해서 아이폰이란 휴대폰 기능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것 때문에 아이폰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소한 장치들이 소비자로 하여금 ‘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건 틀림없다.

한번 생각해 보라. 지난 세월 동안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면서 너무 좋고, 재미있고, 신기해서 상품을 만지작거리며 ‘와~’하는 감탄사를 내던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아마도 무덤덤한 느낌, 기껏해야 ‘괜찮네’ 하는 정도 아니었던가. 사소한 기능 하나를 위해 6개월을 고민하는 애플, 기능과 버튼을 늘리기보다 줄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그들은 21세기를 이끌 핵심기업임을 이 책을 통해 실감했다.

다만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독자들이 이미 애플과 그들 상품에 대해 기본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쓴 것 같기 때문이다.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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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마케팅,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일본 최고의 마케터들이 체계적으로 완성한 소셜미디어마케팅의 교과서
오가와 가즈히로 지음, 천채정 옮김, 정지훈 감수 / 더숲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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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단어들이고 필자도 이미 가입했다. 왜 가입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 트위터에서 메일이 오고, 신문에서 소설미디어에 대한 기사를 읽고(그것도 매우 자주. 신문사도 쓸 기사가 괘나 없나보다. 뒷북치는 것 보면), 주변사람들에게 자기도 가입했는데 당신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같이 메일함에 들어오는 댓글 내용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들어간다. 그것도 하루에 두 세 번씩이나. 누가 내 홈에 글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 글을 썼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고, 나도 답장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이 책의 감수자는 이들을 소셜 웹서비스라고 칭해야 맞다고도 하는 데,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 잘 몰랐다. 지금도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것도, 볼 것도 많은 세상에서, 회원가입 하나 했다는 죄 때문에 매일같이 날라 오는 홍보이메일(회원탈퇴하기가 귀찮아 그냥 두다보니), 전단지, 서적, 기타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하루일과, 푸념, 지나가는 생각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제 소셜미디어를 모르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고도 한다. 급격한 세상 변화 속에서 낙오된다는 말 아니겠는가(그들이 말하는 ‘낙오’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소셜미디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누구에겐가 무슨 말이든 하고 싶고, 그 말에 박자 맞춰주면 기분 좋아지는 정도 갖고 그 비싼 스마트폰까지 사가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빠져들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이러다가 예전에 신문을 도배했던 것들, 휴대폰 문제메시지, 게임중독증처럼 소셜미디어 중독증이란 말도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누군가 나에게 글을 보내지 않고, 내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불안한 증상,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대폰을 꺼내봐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그런 증상 말이다. 물론 이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소셜미디어의 구조와 원리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고, 이와 같은 매체나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점차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공개된 광장 한 가운데에서 자사 상품을 알리고, 상품과 서비스구매를 유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대화내용 중 최소한 20% 이상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내용이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예전부터 짐작은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더욱 강하게 와 닿는다. (참고로 저자는 마케팅을 전쟁이라 표현하고, 소셜미디어를 최신형 게릴라 무기라고 표현한다.)

필자가 생각해봐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공간, 대화의 자유로움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특정 상품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무척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 같고, 이런 의견이나 태도는 어떤 형태로든지 기업체에게는 무척 값진 자료들이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그 동안 자주 들어왔던 ‘소셜미디어마케팅’이란 단어의 의미와 모바일을 근간으로 하는 소셜 웹서비스의 가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이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소셜미디어마케팅업체를 운영하다보니 내용 자체가 마음에 와 닿은 것 같다. (물론 책 내용 중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책 내용 중에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이 세 개가 있는데, 하나는 기업 입장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소셜미디어를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 마지막으로 소비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기업체 스스로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인격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인격체란 소비자들과 대화를 시도할 때 ‘00회사’라는 이름보다는 소비자가 특정 개인과 이야기하듯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캐릭터나 가공의 인물을 하나 만들어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누라는 말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페르소나마케팅이란 용어가 있다. 물론 주체와 객체가 일반적인 페르소나마케팅과는 반대의 입장이 되지만.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때 항상 대중매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는 파괴력이 작고, 오랜 시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통합커뮤니케이션마케팅 방식을 좀더 전략적으로 구상해야 하며 이때 소셜미디어 운영을 위한 예산 배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점차 다양해지는 대화채널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의 운영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에 이에 대한 사례가 몇 가지 나와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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