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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레인 -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게리 린치.리처드 그래인저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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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가?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는가 라는 질문에 던졌고, 많은 학자들이 그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그만큼 인간의 모습은 알다가도 모를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질문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는 과학이 발달하여 인간의 뇌 모습을, 그것도 죽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해부하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RI와 같은 기계를 활용하면 인간의 특정행동이 뇌의 어떤 부분을 활성화시키는지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고, 이때 우리는 어떤 자극이 뇌의 어떤 부위와 연결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마케팅에서도 과거처럼 고객들이 직접 답하는 설문조사보다 인간의 의식에 바탕으로 둔 무의식 마케팅, 뇌과학(뉴로)마케팅과 같은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이를 통해 개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다양한 욕구를 탐지해 내기에 이르렀다. 이런 분야의 결과들을 보면 인간이 내리진 많은 결정들 중 많은 부분, 어떤 저자는 전체 결정의 5%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이 이성이나 사고에 의한 합리적인 판단물이 아니고 무의식적인, 즉 인간이 가진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결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미래세상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지 않고는 고객이 어떤 결정을 왜 내리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시장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뇌에 대한 단순한 개념설명과는 조금 궤를 다르게 구성한 책이다. 책 서문을 보면 독자들에게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있는데,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크로마뇽인과 거의 동시대에 그들보다, 아니 현존인간보다 두뇌가 훨씬 더 큰 존재가 지구상에 살았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보스콥이란 지역에서 우연히 농부들이 찾아낸 유골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 인류의 뇌보다 최소 30% 이상의 큰 뇌를 갖고 있는, 하지만 얼굴은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런 인류다. 다만 1900년대 초반의 과학자들이 이들의 존재를 설명할 길이 없어 학계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따라서 사람들 역시 잊어버린 사실일 뿐이다.

당시 사람들은 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뇌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뛰어나고, 결과적으로 동 시대 크로마뇽인보다 더욱 찬란한 문명을 발전시켰을 텐데 그들보다 덜 개화된 현 인류의 조상들에게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원숭이에 의해 인간이 정복당한 것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발굴결과를 두고 원초적인 질문 한 가지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생물의 뇌가 크면 그만큼 영리하고 현명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결과는 ‘그렇다’이다. 뇌가 크면 그만큼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서 이해할 수 있고, 한 가지 사실에서 다양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또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조합하여 미래를 예상할 수없는 하등생물들과는 다른 결론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인류 역시 이와 같은 뇌의 과정과 기능 덕분에 현재 지구를 점령하지 않았는가.

저자의 논리를 간단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물에서 시작했다. 따라서 어류에서 파충류가 나왔고, 파충류에서 원포유류라는 생물이 생겼으면, 이들이 진화하여 조류와 포유류가 생겼다. 그런데 파충류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냄새를 맡기 위한 후각기능의 뇌였는데 이 부분이 점차 발달하여 청각과 촉각기능으로 발달하고, 나중에 시각기능으로 새롭게 발전시켰다. 현재 진화된 생물, 그중에서도 포유류만 두고 봤을 때 이들 간의 큰 차이는 바로 앞에서 말한 몇 가지의 기능과 함께 발달한 피질,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뇌라는 것인데 이곳의 크기가 사고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피질의 크기를 계산해 보면 인간의 피질이 신체와 뇌 간의 비율로 따져봤을 때 타 포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그것도 무척 많이. 그리고 이곳의 크기가 현재 인간의 두뇌부분을 ‘이마’라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원인이다.

근데 앞에서 발견한 보스콥인의 두뇌가 바로 이 부분이 더 컸다는 것은 결국 인류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사고능력이 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생물의 뇌는 뇌 전체의 구조비율이 유사한데, 유전자 덕분에, 뇌가 상대적으로 비대하다는 것은 바로 포유류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감각기능 이외 이들의 정보를 취합, 분석하는 연합조직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들보다 미개한 종족, 현 인류,에게 멸망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스콥인이라는 독특한 인류를 소개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이들의 뇌가 현 인류보다 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양한 뇌과학 지식을 동원해 양파껍질 벗기듯이 하나씩 설명해 나간다. 결론은? 보스콥인들은 우리보다 더 높은 사고능력을 보유한 종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자는 책에서 몇 가지를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데, 첫째는 두뇌가 어떤 식으로 진화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진화의 순서와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뇌구조와 크기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주고, 사고기능이 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 부분이 결론부분인데 인간의 뇌가 더 진화하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연구논문과 실험결과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 언뜻 보기에는 딱딱할 것 같은 논리를 추리소설처럼 풀어냈다. 뇌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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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 혼자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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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이 고독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외롭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 동안 이 두개의 문장이 하나의 뜻인 줄 알고 있었다. 고독한 것은 외로운 것이고, 외롭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표현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고독함과 외로움은 나쁘다고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겪는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의사들도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움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과 외롭게 혼자 늙어가는 사람의 건강상태를 비교하며 안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그러다보니 나도 혼자 집에 있을 때면(일 때문에 밖에 나가야만 할 때를 빼고는 내 방에 혼자 앉아 일하고 있을 때가 많다), 며칠이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 한 명도 없을 때는 갑자기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혹시 내가 세상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살다 혼자 도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하루가 멀게(아니 하루에도 매 시간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주로 나를 밖으로 끌어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나는 폐쇄적인 인간인가 아니면 세상이 두려움을 갖고 있던지’ 걱정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책 뒷표지에 나온 문장을 보면서 평소 갖고 있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무척 마음에 와 닿은 말로, 이 내용을 보며 “그래, 맞아, 나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독을 즐기고 있을 뿐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나는 사람을 기피하는 게 아니라, 그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 쓰잘 데 없는 소리 하고 싶지 않았고, 꼭 만나야 할 일도 아닌 것을 갖고 구지 만나 이야기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으며, 문자나 이메일로도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한 현 시대에서 꼭 세수하고 옷 차려 입고 차를 타고 싸지도 않은 커피 한잔 마시며 얼굴 맞대고 떠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저 내가 편한 방식대로 살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곧 그것이 고독이든, 외로움이든, 단절이든지 간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중속의 고독. 오래전부터 들어온 이야기지만, 이 말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따라서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반동분자라고 몰아 부친 것도 있는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고독성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남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책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사람과 만나 서로를 알고 지내야 한다는 시각에서, 또 인간은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볼 때는 완전히 반동 아니겠는가.

저자는 이혼 후 자기만의 성(오두막) 안에서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 청소하고, 밥해먹고, 설거지하고, 가끔 집밖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물론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전화도 당연히 안 받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때면 완전히 ‘혼자’인게 좋다는 저자인데 구지 전화까지 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저자도 태어날 때부터 혼자라는 것을 즐긴 사람은 아니다. 그녀도 남들처럼 결혼도 했고, 직장도 다녔으며, 세상 한 가운데에서 살던 사람이다. 그러나 우연히 혼자 있게 되었을 때 고독이란 것이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울하고 힘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리어 고독을 통해 자기내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자신만의 멋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고독찬양자가 되었다. 나 혼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나만의 성 안에서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 이것이 바로 그녀의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정의다.

이 책에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나온다. 당연히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보다 월등히 낫다고 주장하는 삶의 모습들이다. 예를 들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으며, 어떤 한 사람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기에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원한다면 애정과 관심을 줄 수 있고, 구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상대방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으며, 또 혼자서 떠들어댄다고 흥 볼 사람도 없다고 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고독에 대한 예찬을 담은 이 책은 평소 내 자신을 바라보며 가진 생각, 즉 좀 더 자주, 많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을 많이 없애준 책이다. 결국엔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또 무엇을 하든지 간에 ‘행복’과 ‘만족’은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 구지 남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관계를 통해 기쁨을 얻고자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고독.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자체가 기쁨이 될 수도 있고,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행복일 수도 있다.

물론 이 책 내용에 대해 오해하지 말 것은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을 등지거나 혐오하는 사람이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며 즐기기도 한다. 다만 진정한 기쁨은 남이 아닌 내가 만드는 것이란 것, 고독이란 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쁜 것만은 아니며 고독한 삶에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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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격 찾기 - 자기 발견을 위한 성격심리학
엘리자베스 푸틱 지음, 이미정 옮김 / 동행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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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격 찾기-자기 발견을 위한 성격심리학
엘리자베스 푸틱 지음, 이미정 옮김, 동행, 2009. 12. 10



‘나는 누구일까?’

쉬운 것 같지만 막상 대답하려면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 눈이 앞에 있어 상대방은 잘 보면서도 자신은 못 보는 경우가 많고,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게 바로 ‘내 자신’이다.

1990년에서 2000년 초반.

필자가 직장인으로 열심히 일할 때만 해도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은 해 본 적이 없다. 당시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요?’라고 물으면 명함 한 장 내밀면서 “저는 00회사 사업팀장이고요, 마케팅과 신규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기는 조사, 기획과 전략수립이죠.”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한 치도 머뭇거림도 없이. 내가 누구인지는 회사가 말해줄 것이고, 능력은 실적이 얘기할 것이며,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연봉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필자뿐만 아니라 386, 475세대의 많은 분에게도 적용되는 말 아닌가. 

하지만 세상이 급변하면서 평가기준도 1년에 몇 번씩 바뀌는 상황이 되자,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것, 학력, 학교, 회사, 직위, 인맥, 연봉 등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기업도 ‘나도 힘드니 네 문제는 네가 알아서 해’라는 입장이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줄여들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내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만 한다. ‘내가 누구인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이런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에서 ‘젊은이의 현 주소를 밝힌다.’는 특집프로를 본 적이 있다.

내용 중에서 한 젊은이의 말이 잊혀 지지 않는다. “취업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힘들고, 취업해도 뭐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또 무엇을 하던 힘들 거라면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힘든 게 더 낳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 젊은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고, 나눔과 봉사를 통해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몸은 힘들지만 일 속에서 삶의 의미와 소명의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누구이며,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은 사람의 태도다.

 

이 책 [나의 성격 찾기]는 피보탈 리소스의 창립자이자, 심리학자인 호세 스티븐스 박사가 ‘마이클의 가르침’이란 고대 철학을 현대화한 ‘성격유형 프로그램’ 책이다. 마치 애니어그램이 과거 철학을 현대화시킨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이 필자의 관심을 끈 이유는

책에 나온 7가지 성격 유형이 중세사회의 조직유형을 그대로 본 따왔기에 자신의 성격유형을 알면 세상에 기여할 ‘소명’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즉 7가지 성격 유형은 한 나라와 조직이 구성,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할들이기에 성격유형을 알면 ‘내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면 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세시대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왕’과 왕을 지지하며 사회질서를 지켰던 ‘전사’, 왕의 보호를 조건으로 그의 통치권을 인정하되 인간의 정신문제를 관리했던 ‘성직자’,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가는 ‘농민(농노)’, 영적 세계의 이론적 틀과 발전, 변화의 기반을 만든 ‘학자’, 긴긴 밤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사했던 ‘광대’와 서사적인 무용담과 신비로운 연극으로 대중을 즐겁게 했던 ‘음유시인(유량극단)’, 웅장한 대성당을 건축하고, 화려한 보석과 가운을 디자인한 ‘장인’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을 다시 살펴보면,

 

* ‘왕’‘전사’는 국가체계를 보호하고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지켰으며,

* ‘성직자’는 종교와 이념을 발전시켜 사람들을 고무시켰고,

* ‘학자’는 끊임없이 지식을 축적하고 체계화하여 사람들을 가르쳤으며,

* ‘현자’(광대, 유랑극단)는 언어를 재창조하여 즐거움을 안겨주고,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줬고,

* ‘장인’은 새로운 발명품, 매체와 물건을 개발해서 세상에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더했으며,

* ‘봉사자’(농민 등)들은 다른 역할을 지원하면서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헌신했다.

 

그렇다면 현재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중세시대의 조직구조를 조금만 바꾸면 된다. 즉 ‘왕’이 왕관을 쓴 자가 아니고 모자를 쓴 야구선수의 모습을 하고 있고, ‘성직자’가 요즘은 상담심리학자일 경우가 많다는 것과 같은 약간의 차이뿐이다. 이들은 과거처럼 위계조직이라기보다 오케스트라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욱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듯 각각의 성격이 조화를 이뤄 세상을 꾸려나간다.

 

7가지 성격유형이 조금 특이한 것은 ‘제왕형’ ‘전사형’ ‘성직자형’ ‘학자형’ ‘현자형’ ‘장인형’ ‘봉사자형’들의 분포비율이, 다른 평가척도와는 달리,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봉사형’은 약 30%, ‘장인형’은 20%, ‘전사형’은 18%, ‘학자형’은 15%, ‘현자형’은 10%, ‘성직자형’은 5%, ‘제왕형’은 2%이다. 여기서 저자는 ‘봉사자형’의 비율이 높은 이유를 이 세계가 봉사를 가장 필요로 하기 때문이고, ‘전사자형’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사회에는 창의성과 생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각 성격의 비율은 다르다. 어떤 성격은 비율이 낮아야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고, 어떤 성격은 비율이 높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기능을 발휘한다...전반적으로 구체적 시야의 성격유형이 많고 보편적 시야의 성격유형이 적은 편이 적절하다.”

 

저자는 이들 7가지의 유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크게

‘2개의 시야’(구체적인 시야와 보편적인 시야)’와 ‘4개의 행동양식’(표현중심, 영감중심, 행동중심, 통합중심)’으로 분류했다.[참고1] 그리고 개인의 모습은 한 가지가 아닌, 핵심유형인 1차 유형과 지원역할을 하는 2차 유형을 혼합한 모습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조합으로 개인을 분류했을 때 대략 100여 가지의 성격유형이 나온다.)  

 

7가지 성격유형을 분류해보면,

 

* ‘표현’축에 속하면서 ‘구체적인 시야’를 가진 ‘장인형’과 ‘보편적인 시야’를 가진 ‘현자형’,

* ‘영감’축에 속하면서 ‘구체적인 시야’를 가진 ‘봉사자형’과 ‘보편적인 시야’를 가진 ‘성직자형’,

* ‘행동’축에 속하면서 ‘구체적인 시야’를 가진 ‘전사형’과 ‘보편적인 시야’를 가진 ‘제왕형’,

* ‘통합’축에 속하면서 ‘중립적인 시야’를 강조하는 ‘학자형’이다.

 

7가지 성격유형 중에 ‘중립적인 시야’를 갖고 있는 유형은 ‘학자형’, 단 하나뿐이다.




[참고1] <나의 성격 찾기>, 엘리자베스 푸틱 지음, 동행.



분류


행동


표현


통합


영감


보편적 시야


제왕형


현자형


-


성직자형


중립적 시야


-


-


[학자형(핵심)]


-


구체적 시야


전사형(2차)


장인형


-


봉사자형



* 본 표에서 굵고 크게 표시되어 있는 부분은 필자의 측정결과다.

* 필자의 1차 유형은 ‘학자형’이고, 2차 유형은 ‘전사형’이다.




그 동안 필자는 필자 자신을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들을 봐 왔다.

퇴사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만 할지 알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MBTI'부터 최을경씨가 구성한 ‘12지’분류법, 갤럽의 'Stength Finder', 그리고 요즘 인기를 끄는 '애니어그램'과 ‘DiSC’까지 사용했다. 그런데 이 과정 속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개별 척도마다 이론과 접근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결과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떤 사람은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척도 이외에는 모두 ‘사이비’라고 혹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사람의 성격과 재능, 특징이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면,(고정된 것으로 가정했기에 척도들이 생겼을 테니까) 또 인간의 본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어떤 척도를 사용하던 비슷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척도마다 알고자 하는 주안점만 다를 뿐이지 동일한 대상을 분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코끼리를 앞, 뒤, 위, 아래에서 본 사람들의 설명이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엔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이들, 다양한 평가척도들의 자료를 일정한 규칙에 맞춰 통합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모습을 위, 아래, 앞, 뒤에서 찍은 것 같은 입체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여러 척도들을 통합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자! 그럼 한 예로 필자의 성격을 살펴보자.

 

[참고1]의 표에 나온 대로 필자의 1차 유형은 ‘학자형’이고, 2차 유형은 ‘전사형’이다.

저자는 이 두개의 유형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고 하는데, 즉 세상,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다양한 이론과 논리를 얻으려 노력하고, 이 능력을 자신에게 대의명분을 제공하는 조직(사회, 집단, 가족 등)을 키우고, 지키고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타입이다. 상아탑에 앉아있는 학자가 아닌 ‘전투사’ 같이 말이다.

 

다만, ‘전사’에게는 필수요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싸워야 하는 대의명분과, 이를 제공해 줄 ‘왕’과 ‘왕국’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을 찾지 못한 전사는 자신을 위해 싸우는 골목대장밖에 더 되겠는가. 그리고 단점이 있다면 ‘실행 중심형’이다 보니 세상을 폭 넓게 보는 시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결과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이유는 필자의 주 업무인 대학과 대학원 교수라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이 직업이 내가 세상에 기여할  소명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두 학교의 목적과 교육체계내의 위치는 다르다.

하나는 전문기능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이고, 또 하나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자를 대상으로 창업을 교육, 지원하는 창업대학원(석사학위를 주는)으로, 교육의 목적, 학생의 연령, 기초학력, 교육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두 학교의 공통점은

바로 이곳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이론과 학문은 ‘실전’을 위한 것이지, 이론 그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말한 필자의 유형, 즉 ‘학자형 타입과 전사형 타입이 혼합된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교육환경이다. 승리하기 위해 연구하는, 연구의 결과가 전투에서 활용되길 원하는 그런 구조 말이다. 만약 필자가 이론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4년제 대학이나 일반대학원 교수였다면 지금처럼 내 모습에 만족했을까? 글쎄다.(물론 4년제, 일반대학원도 요즘은 많이 바꿨지만)

 

참고로 필자의 사주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병화는 방누수님을 사주적으로 대표하는...병화의 성향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과 유사한...의리가 강하고 한번 정하여 사람을 믿으면 끝까지 이를 믿고...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먼저 실천하고 행동하는 행동파’이지요. 일반적인 양일주와 달리 ‘생각을 많이 하는’ 사주입니다......” 재미있지 않은가? 사주에서 풀이한 필자의 성격과 이 책에 나온 성격유형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럼 다른 평가척도들의 내용도 살펴보자.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에 나오는 갤럽의 스트렝스 파인더의 결과[참고3]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말해준다.

결과를 보면 필자는 스트렝스 파인더의 4개 테마 중에서 행동을 대표하는 ‘노력테마’에 가장 많은 재능이 몰려있다. 즉 ‘초점’과 ‘성취자’재능으로, 한번 목표를 설정하면 그 결과가 최고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성격이란 의미다. 그리고 동시에 5개의 재능 중에서 ‘제 1순위’ 재능으로 호기심을 갖고 무엇인가를 모으고 분석하는 ‘탐구심’이란 재능을 갖고 있다. 앞의 ‘학자형’ 타입과 일맥상통하는 재능이다.

 

또 최을경의 [그대 영혼 위에 뜨는 별]에 나온 ‘12지’분석 결과[참고2] 역시

‘실행’에 강한, 하지만 앞에서 조직을 이끌기 보다는 전투에, 사업에 필요한 이론과 논리를 제공하는 기반구성의 임무를 띤 모습으로 필자를 정의한다. 이 역시 이 책에 나온 평가결과인 ‘학자형’과 ‘전사형’을 합쳐 설명한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의미다. 그리고 아래 [참고4]에서 보듯이 애니어그램에서 평가한 결과 역시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는 앞에서 설명한 척도들의 우열을 평가할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 또 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보고.

다만 평가척도들은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다양한 척도를 통해 자신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때 [나의 성격 찾기]에서 소개한 척도가 한 인간의 소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에서 자신의 성격유형을 확인해 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책 앞에 있는 설문지를 통해 자신의 유형을 확인한 후, 그 다음 장부터 각기 유형에 따라 그들이 가진 행동과 가치관, 태도에 대한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구지 앞에서부터 읽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해당되는 부분만 읽어보면 자신의 성격이 어떤 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간단하게 자신을 알 수 있으면서도 뭔가 깊이 생각할 것이 있는 성격 확인 척도다.







<P/S>

혹시 자신의 성격과 재능, 특질을 알고 싶으면 필자에게 아래 2개의 내용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주신 자료를 보고, 핵심적인 사항을 이메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1) 자신의 음력생일 (태어난 시는 필요 없습니다만, 생년월일은 정확해야 합니다.)

2) 본 칼럼에 소개된 평가척도들(스트렝스 파인더, 애니어그램, <나의 성격찾기> 설문지평가결과) 중에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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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아래 참고자료는 필자의 평가결과다. [참고1]은 <나의 성격 찾기>에서, [참고2]는 최을경의 ‘12지 분석’을 통해, [참고3]은 갤럽의 ‘스트렝스 파인더’ 결과이고, [참고4]는 ‘애니어그램’ 평가결과다.

 

 

[참고1] <나의 성격 찾기>, 엘리자베스 푸틱 지음, 동행.



분류


행동


표현


통합


영감


보편적 시야


제왕형


현자형


-


성직자형


중립적 시야


-


-


[학자형(핵심)]


-


구체적 시야


전사형(2차)


장인형


-


봉사자형









[참고2] <그대 영혼 위에 뜨는 별>, 최을경 지음, 한솜미디어.



분류


실행팀


교육/비전팀


문화서비스팀


섭외팀


기수


호랑이




원숭이(보조)


돼지


지주






(보조)


토끼


초석


[개(본체)]















[참고3]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마커스 버킹엄 외 지음, 청림출판.



분류


노력성테마


사고성테마


영향성테마


관계성테마


1


초점


탐구심


최상주의자


개인화


2


성취자


-


-


-


3


-


-


-


-









[참고4] <타고난 성격으로 승부하라>, 윤태익 지음, 더난출판.



제 3유형


성공해야 한다.

<경쟁자/

동기부여인>


인생의 가치는 일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실패는 용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성장한 사람이기에 자신의 인생을 성공한 척도로 평가한다. 성공을 위해 전력투구하며 자신의 생활도 희생할 정도이며,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희생을 요구하며 저돌적으로 맹진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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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0>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한해가 저물어 갈 때쯤이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두 바쁘다. 한해 계획했던 것을 마무리하며 동시에 새해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기업은 익년 사업계획을 정리하고, 이를 경영자에게 보고하고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동향이다. 내년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해야만 정확한 사업계획을 작성할 수 있고, 시장에서 환영받는 신상품개발의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장, 소비자의 의식변화와 행동변화, 즉 소비의 트렌드 분석이 이맘때면 인기최종가의 아이템이 된다.

트렌드분석. 예전에는 10년 단위의 흐름을 예상하는 ‘메가트렌드’가 인기였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10년 정도의 세월을 바라보며 거기에 기업방향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했다.(좋게 말하면 웅대한 비전을 가졌다는 의미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을렀다는 말이다) 또 소비자 의식이나 기술개발, 무역 환경 등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갖고도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물론 당시 기업에서는 10년 단위의 메가트렌드를 다시 5년, 3년 단위로 나눠 분석했지만) 그러나 날이 갈수록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요즘에는 5년 아니 3년 단위의 사업계획도 1년만 지나면 휴지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최소한 3년, 더 줄이면 1년 아니면 6개월 단위의 사업계획조차도 몇 번을 바꿔야 한다.

이런 면에서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트코리아 2010]은 1년마다 출간되는 트렌드 보고서로 무척 의미 있는 책이다. 책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 앞부분에는 2009년 트렌드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고, 다음 장에 2009년과 연관된 선상에서 2010년 시장트렌드를 정리했다. 이 책을 보면 금년(2009년)의 트렌드가 과거 예측한 대로 맞았는지, 그리고 그 트렌드가 내년(2010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그래서 새해에는 소비행동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과연 2010년의 대한민국 소비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거시경제를 전망하기는 어려워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소비트렌드란 소비가치의 흐름을 집합적으로 파악한 것인데, 이 흐름은 대부분 연속성과 추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2009년 트렌드를 살펴보면, 저자는 2009년을 한 마디로 ‘불안’이라고 정의한다. 이유는,

첫째, 2009년은 2008년부터 지속된 경제위기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기는 하지만 아직도 향후 더블딥(경기침체 후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빠지는 침체현상)에 대한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대한민국 경제는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둘째, 사회적으로 강호순 사건처럼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악성범죄가 횡행하고, 하반기부터는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국민적 불안이 지속되었다. 게다가 김수환 추기경,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들의 죽음은 상기된 불안 심리는 더욱 가중시켰다.

셋째, 사회경제적 불안 때문인지 방송가에서는 막장, 조작, 표절 등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고, 공중파와 케이블TV의 자극성이 날로 높아져갔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있는데 바로 팬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과거 ‘오빠부대’의 수준을 넘어 팬 자체적인 활동으로, 필요하다면 자신의 선호하는 스타를 위해 직접 법원에 소송까지 내는 직접적인 팬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매우 능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2009년의 소비행태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불안으로 인해 소비 형태는 일반적인 ‘불황기의 소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현재와 미래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로 인해  구매욕구가 위축된 모습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나, 손실 회피성향 때문에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보수적으로 변하며, 이로 인해 잘 설득되지도 않고, 검증되지 않은 신규브랜드는 구입을 꺼리게 된다. 즉 시험구매를 잘 하지 않는다.

둘, 구매욕구가 위축되었다고 해도 사람의 소비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소비수준을 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 기존의 소비수준을 맞추기 위해 소비대상의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즉 가계부 등 출납일지를 작성하면서 별 필요 없는 것은 줄이면서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품목에만 지출하는 신중하고 취사선택적인 구매를 하게 된다. 단 돈 몇 십 원 때문에 매장을 바꾸기도 하지만 반면에 건강관련상품, 어린이 전용 친환경 가구, 고 사양 노트북, 프리미엄 웰빙식품, 수제버거 등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군은 지속적으로 구입한다.

셋,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감, 지출제한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심각하고 어두운 것보다는 가볍고 밝은 것을 선호하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자존심을 달래줄고 막간의 즐거움을 찾게 된다. 복권, 경마 등의 사행성 오락과 작은 사치, 즉 네일숍, 저가 마사지숍 등이 과도하지 않은 비용으로 오감을 즐길 수 있는 업종으로 성장한다. 불황기에 나타나는 립스틱 효과(비싸지 않은 립스틱 하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달리 표현하고자 하는 심리)도 바로 이런 소비심리의 결과다.

넷, 불황기에 절실한 문제는 소득감소보다 고용불안 문제인 만큼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형 소비가 증가한다. 자격증 취득, 어학, 자기계발 등에 대한 비용지출, 취업이나 이직을 위한 미용, 요리, 컴퓨터, 웹디자인 학원의 성행 등, 또 피부미용, 성형, 몸매관리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특히 개인경쟁력 강화시장은 남들이 하면 따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또 남보다 더 나아져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소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섯, 이런 상태에서 2009년의 흐름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생활, 외부보다는 가정에 대한 관심, 불안과 허전함을 메우기 위한 취미생활 강화, 고급문화의 일상화, 가정에서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변화, 가꾸지 않은 듯 한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향 후 전망(2010년 이후)은 어떠한가? 소비긴축은 의류, 신발류, 가정용품, 잡화, 교통비 등 쉽게 절약할 수 있는, 불편하지만 참을만한 비개인적인 것에서 시작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만큼 가치소비가 지속되고, 더 성장하기도 한다. 최근에 전문가들이 자주 언급하는 나온 ‘Trading Up, Trading Down현상(가치 없는 것은 싼 맛에,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 가격이 얼마이든 구입하는 현상)’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소비자들은 자녀양육, 교육, 자기계발, 의료, 건강, 미용 등 개인적이고 투자성격이 강하며 지금 소비하지 않을 경우 미래에 예상되는 리스크가 큰 품목에는 지출을 아까지 않는다. 소비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개인의 자존심과 존재감을 고양시켜주는 특별한 상품 수요는 증발하지 않는다.

그럼 2010년의 소비트렌드는 어떠할까? 저자는 2010년은2009년과 달리 ‘희망’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9년 2분기 이후 다른 어떤 나라보다 경기회복세가 빠르며 수출 감소세가 완화되고, 내수도 성장하고 있는, 세계인이 볼 때 경제우등생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세계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하기에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확신이 커지고 있기에 2010년은 희망적인 면이 많다고 본다.

저자는 2010년 소비트렌드의 특징에 대해 “2010년 10대 키워드는 현재의 흐름으로부터 업그레이드하려는 활발한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키워드로 본 2010년의 분위기는 사회 각 분야의 에너지들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며 끊임없이 상승하려는 변혁의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면서 “2010년의 트렌드의 화두는 ”나날이 새로워짐을 뜻하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으로 나와 너, 우리 모두가 불황의 막바지 고개에서 나날이 쇄신하여 한층 업그레이드된 차원으로 성숙해가는 한해가 된다“고 한다.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한번 기대해 볼만한 한해라는 것이다.

2010년 소비자가 원하는 변혁과 향상의 욕구는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국가 및 지역적 쇄신’ ‘소비자 지향적인 시스템의 변혁’ ‘경계를 허무는 개성의 발현’ ‘내외면의 미적 향상’이다. 이를 세분화하면 다음 표와 같다.






Times for Korean chic

코리안 시크


한국적인 것이 시크(chic)하다. 한국의 기술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수준이 높아지고 세계화되면서 또 한국적, 전통적인 것에 대한 내국인의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제 3세대 한류가 시작된다,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블루오션이 열리기 시작한다.


국가, 지역적 쇄신


into our neighborhood

떳다. 우리 동네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로서의 동네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다. 도시는 아이텐티티를 가지고 주거문화에서는 생활가치가 중심요인으로 부상한다. 지역사회, 지역주민과 활발히 공조하는 기업과 자치단체들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it's aqua

물의 르네상스


물의 시대가 온다. 물을 중심으로 도시와 문화, 산업이 재편된다. 서울의 한강 르네상스, 4대강 사업은 물을 중심으로 도시문화의 중흥을 가속화할 것이며, 특히 수변도시의 발전이 주목된다. 또한 2010년에는 해양 레저스포츠와 워터 테라피 등 물을 이용한 각종 서비스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전망이다.


Good to be Geeks

딴 짓의 즐거움


본업 이외 제2, 제3의 딴 짓에 몰입하는 괴짜들이 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부심과 열정으로 실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돈이 벌리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딴 짓에는 일과 놀이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딴 짓이 늘어갈수록 한 개인 안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이 성숙해간다.


소비자 지향적인

시스템 변혁


End of Taboos

금기의 종언


금기의 벽이 허물어진다, 과거에는 말하지 못했던 약점도 스스로 공개하고, 각 영역간의 크로스 오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성의 표현도 한계를 모르고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솔직하고 융화적인 경영을 통해 금기가 무너지는 시대에 대응하는 작업이 절실한 한 해가 될 것이다.


Challenge your age

나이야 가라!


나이의 장벽이 허물어진다. 의학기술 발달과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나이의 개념과 기준이 변하고 있다. 젊게 살기 위한 소비자의 열망은 미중년, 미노년, 영아돌 등 각종 신드롬을 낳고 있고, 대중문화계에서도 중장년층 연예인들이 활약이 두드러진다. 고령화 추세속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자기 나이보다 젊게 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소비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경계를 허무는

개성의 발현


Ready-made to order

made

당신의, 당신을 위한,

당신에 의한


소비자가 주도하는 제품생산 트렌드가 가속화된다. 소비자는 수동적인 단순구매를 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제품생산과 마케팅 전반에 강력하게 반영시킨다.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대량맞춤 생산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소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다. 당연히 크리슈머, DIY족도 늘어나게 된다.


Omni-U solution

전지전능 솔루션


소비자를 전지전능하게 만들 수 있는, 소비자의 욕구를 종합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소비자편의성이 극대화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인간중심적인 인터페이스의 구현, 소비자지향적인 제품기능의 재정의, 사용의 편리성과 단순성의 극대화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이는 기술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산업의 필수과제다.


Manner matters

매너남녀


매너와 인성이 다른 어떤 스펙보다 중요해진다. 개인, 조직을 불문하고 세련되고 인간적인 매너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개될 것이다. 2010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매너는 단순한 예의범절의 문제를 넘어 성공의 조건으로 떠오를 것이다.


내외면의 미적 향상


Style Republic

스타일에 물들다


그 동안 디자인이 핵심요소가 아니었던 생수, 신용카드 같은 상품도 스타일이 있을 때에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스타일은 이제 상품을 넘어 건물과 거리, 도시 전체로 확신될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스타일로 통한다. 진정한 디자인 시대가 온 것이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봤던 트렌드 책과 다른 점을 느끼는데, 특히 저자의 트렌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참신성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적시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트렌드 분석서를 내 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즉 시장의 다수를 점하는 대중의 눈높이에서 낮선 단계를 지나 정점을 향하고 있는 트렌드를 추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트렌드 예측의 범위를 익년의 대한민국으로 특정하고...<트렌드 코리아>시리즈의 몇몇 키워드는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트렌드가 얼마나 새롭거나 진기한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부터 향후 1년 정동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훨씬 더 의미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익년의 트렌드 확인과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저자 말대로, 이런 트렌드가 나에게,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트렌드를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며 이를 개인, 또 기업에게 적용시키려면 또 다른 재해석과 응용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막걸리가 시장에서 호평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치자. 이를 어떻게 내 사업에 활용할 것인가? 막걸리를 제조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막걸리가 인기 있다’는 내용만 갖고서는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막걸리 제조업자도 막걸리가 잘 팔린다고 해서 내 것도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는 판에 타 업종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하나의 트렌드에는 여러 가지 의미와 소비자의 의식구조가 함축되어 있다. ‘막걸리의 인기’ 속에는 저도주, 여성주, 곡주라는 점,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 고유의 맛이 있다는 점,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점, 게다가 산지마다 맛이 달라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증후가 담겨있다. 자! 이런 다양한 소비요인 중에서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 패션기획자가 이런 내용 중에서 웰빙 측면에 주목한다면 이는 아웃도어 기능성 의류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될 것이고, 반면에 전통적인 면에 주목한다면 복고적인 컨셉이나 전통의 현대적인 재현에 중점을 둔 기획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만 봐도 나이든 사람들은 걸쭉한 전통기법의 막걸리에 부침개를 산호할 것이고, 젊은이들은 분위기와 저도주, 웰빙주라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트렌드를 통해 미래시장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은 알 수 있지만 이를 자신의 역량개발에, 기업 발전에 활용하는 것은 당사자 몫이다.

저자는 트렌드의 활용에 대해 에코와 같은 추상적인 트렌드를 예로 들면서 멋진 말을 한다. “에코처럼 추상적인 트렌드는 하나의 프리미엄제품의 표식으로 적용할 때 비로소 소비자의 지갑에까지 힘을 미칠 수 있다....트렌드에 부응하는 히트상품을 창조하기 위한 ‘플러스알파’를 찾고 있는가? 이 글에서 필자는 중요한 ‘P'를 세 번 언급했다. 트렌드의 편익을 ’개인화(Personalize)시켜, ‘프리미엄(Premium)'제품으로 기획하고, 마케팅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소비자라는 자부심(Pride)'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3P를 기억하라.”

끝으로 다양한 트렌드 속에서 자신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자면,

첫째, 현재 트렌드 결정자들에게서 많이 발견된 징후일수록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트렌드 포착 자체가 바로 트렌드 결정자를 연구함으로써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둘째, 징후 속에서 문제제기 혹은 문제 해결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앞으로 떠오를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정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잠재욕구가 대중 속에서 성숙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귀농’을 생각해 보자. ‘귀농’이 현대인들이 직면한 상황 중에서 어떤 것을 갖고 문제를 제기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으로 ‘귀농’이란 해답을 찾은 것인지 나타나는 상황과 문제, 그리고 해결방식 간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다면, 또 다른 대안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방식이라면 우리는 이를 트렌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문제해결방식으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또 특정계층, 상황에 속한 사람들만의 모습이라면 이는 대중적인 트렌드라기보다 사회변화에 대한 대의명분(그래야 한다는 식)이거나 특정집단의 욕구라고 설명해야 옳다고 본다.

트렌드는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시간적 지속성의 맥락에서 파악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도 매년 트렌드가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2009년)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를 살펴보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09년 트렌드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며, 동시에 미래의 모습을 구성하는 기반으로써 가치가 있다. 아래 [참고]를 앞에서 제시한 2010년의 트렌드와 연관시켜 보면 내년의 소비흐름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 2009년의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Better Me

스펙을 높여라


배움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부터

대기업CEO까지 동분서주한다.


I'm So Hot

난 너무 멋져


제멋으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솔직하게 표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자기표현중심의 나르시스트는

자기표현, 자기연출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고, 위안추

구형 나르시스트는 감성을 자극하는 대중문화상품을

통해 인정, 위로받고 싶어한다.


Gotta Be Cocooned

다시 집으로


안전, 안정, 재충전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집에서 시간

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진다. 기존의 코쿠닝이 내향적인

성향인 반면, 이들은 집에서도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기

려는 활동성향이 강조된다. 홈쿠킹, 가내여가활동 등.


Cross-Internetization

생각대로 인터넷


인터넷, 온라인사용이 가능한 상품들이 서로 연계됨에

따라 온라인을 통해 여가생활을 즐기고 정보취득, 상품

을 구입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디지털 사용이 가능한 중년층이 증가함으로써 모

바일 사용인구가 급증한다.


Alpha-Mom, Beta-Dad

터프한 엄마,

자상한 아빠


자녀교육, 재테크 등 가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해결

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엄마와 부드럽고 자상하게

자녀를 돌보고 항시 가사 일을 도울 수 있는 아빠가

등장한다.


Somply, Humply,

Happily 

소박한 행복찾기


불확실성에 지친 소비자들은 거창한 출세, 성취보다 정

서적, 심리적, 신체적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과 안정에

초점을 두는 소박하고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 느림으로

대표되는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고 불안한 심신을 치유,

위로하기 위한 치유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Hobby-Holic

취미 대한민국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제도적 기반이 탄탄해지

면서 능동적, 참여적인 취미생활의 열기가 높아지고,

전문가수준의 취미생활자도 증가한다. 체험형 취미는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동호회 활동으로 이어진다.


Casual Classics

고급문화, 일상 속으로


소수 엘리트 집단의 전유물로 치부되었던 고전음악, 오

페라. 순수미술, 고전문학, 와인 등의 고급문화가 소비

자의 일상생활을 수놓은 아이템 중 하나로 대중화된다.


Off-Air Attitude

무심한 듯, 시크하게


‘Off-Air’이란 상당히 신경써서 연출한 것임에도 불구

하고 얼핏 보기에는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노력한 티

가 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Off-Air 분위기에서 여전히

쿨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게 자신을 연출하는 트렌드가

급속히 일반화된다.


Wanna Be Star,

Wanna Be Mass

스타와 대중, 자리 바꾸기


스타와 대중의 경계가 허물어져 일반인은 스타가 되고

싶어 하고, 스타는 일반인처럼 보이길 원한다. 스타는

화려한 모습보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중

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대중은 스타처럼 치장하고 자기

연출에 매달리며 매체에도 대거 등장하여 스타처럼 행

세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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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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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느낌이 묘하다. 뭐라고 할까? 회색빛이 감도는 도시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안개가 자욱한 런던을 생각할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유쾌하거나 발랄하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의 과거모습이나 우연히 스쳐지나갔던 장면들을 생각하며 적어가는 문장들은 무척 자연스러워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이 쉽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생각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문장력이 이 책을 좋은 에세이라고 평가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의 공통주제는 ‘기다림’이다. 구체적인 뭔가를 기다린다기보다 뭘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저자는 기다림 속에서 평안함을 찾는 예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창밖을 내다보며 누군가 올까 하는 설레임(기다림), 커피 한잔 마시며 앞좌석에 앉을 누군가에 대한 기다림. 한적한 언덕에 앉아 누군가 자신과 말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 등,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그저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기다리는 게 오리라 기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너무 빡빡하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기다림을 거부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게다가 마음은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항상 무엇엔가 쫒기는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객에 대한 내용인데 사람들은 기차를 탈 때 어디론가 가겠다는 목적을 갖고 탄다. 그게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기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모두가 딴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기차는 승객이 무엇을 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은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난 다음이다. 아직도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려면면 오 분 이상의 시간이 남았건만 승객들은 벌써 짐을 싸서 통로에 줄지어 서있다. 마치 조금이라도 어물쩍거리면 내리지 못할 것처럼 말이다. 우습지 않은가.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어차피 내가 서 있으나 앉아있으니 처음에 내리는 사람과 나와의 시간 차이는 기껏해야 5분정도도 차이가 안 나고, 내가 내릴 때까지는 기차는 절대 떠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리에 앉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서서 도착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것 같았고, 왠지 모르게 할 일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시간이 남아도는 그런 사람.

저자는 이를 ‘기다림에 지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평생 뭔가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태어나서부터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사는 인생. 오늘은 잊고 내일을 기다리며(기대하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상 속에서 새해가 되면 설날을 기다리고, 설날이 되면 봄을 기다리고, 봄이 되면 여름휴가를 기다리고, 여름휴가를 보내면 다시 추석,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가 되면 서둘러 다음 목적지를 찾는다. 오랜 시간 동안의 기다림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또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기다림 속에서 살아간다. 그곳에 도착하면 조금 여유로워질까? 글쎄다. 아마도 그 목적지가 끝이 아니기에 또 다시 다음 목적지를 기다리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어디에 도착하든지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갈 것을 무엇 때문에 그리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 애타게 기다렸는지...

저자의 말 중에서 ‘사람들은 현재 이 순간을 항상 최악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무척 인상 깊다.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래는 보다 나은 삶이 오리라 기대하면서도 현재는 항상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날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척 후한 점수를 주는데 과거에 힘들었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괴로웠던 일이나 힘들었던 기억은 잊어버리고 멋진 순간들만을 연결하여 새로운 시나리오 하나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는 “예전에 말이야. 그때...”하면서 행복에 빠진다. 하지만 아름다웠던 그때에도(당시에는 그때가 현재였을 것이다) 그 이전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빛이 바랬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그리운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지난날을 생각할 때 그리운 게 하나 있다. 하루를 마치고, 일 하나를 끝내고, 한 주를 열심히 보낸 후 맞이하는 일요일의 의례다. 

오래 전 일요일. 당시 일주일은 육일동안 열심히 일하고 하루 쉰다는 기분에 늦장 부리던 날이었고, 동시에 가족들과 싸우기에 바쁜 날이기도 했다. 아내는 오래간만에 가족들이 모였으니 놀러가야 한다고 아침부터 짐 싸기 시작하고, 아이는 지겨운 학교에서 해방된 날을 어떻게든지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투정부렸다. 나는? 이런 투정 속에서 내가 일주일을 얼마나 힘들게 보냈는지, 그래서 오늘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지 설득하기에 바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뒹굴 거리려고 말이다.

세월이 지나 지금 나에게는 평일과 일요일에 구분이 없다. 학교 수업이 있을 때는 강의 일정이라도 있으니 강의 없는 일요일은 당연히 휴일기분이 나고, 또 토요일에 수업하는 창업대학원덕분에 일요일은 더욱 값진 휴일이 되었지만 방학 때는 월요일이나 일요일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날자 구분은 미팅이나 강의 있는 날과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의 구분뿐이다. 게다가 일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수선떨던 아내도 조용하고, 아이는 잠자기 바쁘다보니 일요일이 일요일 같지 않다. 그저 나 혼자 새벽에 일어나 커피 한잔 마시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평일과 마찬가지로. 

가끔 누군가 나에게 주말, 휴일 잘 보내라고 말하면 조금 얼떨떨하다. 평일이나 일요일이나 별반 차이 없는, 하루 8시간 근무와 퇴근 개념이 없는 나에게 평일과 주말 구분은 더욱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순간 허전함을 느낀다.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린 그런 심정이랄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삶,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내 멋대로 살아가는 삶을 그토록 원했건만 왜 이런 느깜을 받는 걸까? 예전에 기차나 고속버스를 볼 때마다 어디론가 가 버리고 싶었던 충동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었을 텐데 말이다.

사람에게는 뭔가 시작과 끝맺음이 필요한 것 같고, 그때마다 이를 기념할 의례가 필요한 것 같다. 거기서 과거와 미래가 나눠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일요일만 되면 놀러가야 되니 쉬어야 하니 하며 옥신각신했던, 그 싸움 속에서 누가 이기던지 간에 진 사람에게 위로한답시고 별식을 만들어 먹었던, 갈 곳이 없으면 집밖에라도 나가 쇼핑이라도 했던 그것들이 따지고 보면 한 주를 보냈다는 끝맺음의 의례들이었고, 나는 그것을 통해 새로운 한주를 맞이했던 것 같다.

세상이 개인화되다보니 이제는 과거에 존재하던 수많은 의례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퇴근시간에 동료들과 한잔하던 것도 하루 일이 끝났다는 의례였고, 휴일에 가족과 함께 놀러가거나 교회에 가는 것도, 하다못해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일주일을 마감하거나 시작하는 것을 알리는 하나의 의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나는 오늘(일요일) 혼자만의 조촐한 의례를 진행하고 싶다. 옥신각신할 가족도 곁에 없고(아내는 바쁘고, 아들은 군대에 갔으니까), 어디론가 가야 할 곳도 없는 휴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아내의 빈방과 아들의 방을 청소하고, 어제 사 온 고구마를 직화냄비에 구워 맥주 한잔 하면서 오늘이 일요일임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평일과 별 차이 없는 일요일이지만 오늘이 지나면 다시 다음 일요일을 기다릴 것이다. 

기다림. 뭔가를 기다릴게 있다는 것은 무척 좋다. 이는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이 있다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일깨워주는 삶의 지표다. 그리고 길고 긴 세월을 항상 새로움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매순간을 기념할 의례가 필요하다. 누군가 결혼생활이란 먼 기차여행 속에서 행하는 중간 역의 이벤트라고 하지 않았던가.

특별히 뭔가를 기다릴 게 없는 일요일. 그러나 나는 다음 일요일을 기다리며 또 다른, 나 혼자만의 의례를 만들 것이다. 일요일이라 해서 평일과 별반 다를 건 없지만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기다림 자체를 기다리는 모습 속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운 나를 발견한다. 저자처럼 말이다.

기다림과 연관 지어 저자가 꼬집은 현대 사회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가는 세상, “급해. 급해”를 외치며 모든 일을 간단하게 처리해 주길 원하는 현대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말없는 대화와 일상의 대화가 사라지는 모습이다. 

“요즘 외국인들과의 융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외국인들도 이제 좀 우리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언어를 배워서 누구와 이야기할 지 궁금하다. 누가 시간을 내서 그들과 친근하게 이야기한단 말인가? 현금인출기와 차표 자동발매기가? 어쨌든 융화는 이런 것과는 다르다. 우리 언어를 잘하면서도 융화를 동경하는 외국인들도 많고, 융화를 원하는 내국인들도 점점 많아진다. 융화는 외국인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만을 목표로 삼는 사회의 문제다. 효율은 결국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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