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메커니즘 - 경제학의 '오래된 미래' 케인스주의를 다시 읽는다
오노 요시야스 지음, 김경원 옮김, 박종현 감수 / 지형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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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황. 10년 전 IMF를 겪으면서 불황이란 것을 경험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모든 것이 다운그레이드 된 상황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당시에는 그래도 한국은 문제가 있었지만 수출하는 나라들은 별 문제가 없었기에 해법이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외화를 늘리고 우리나라의 안전성을 세계에 알리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달리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가 함께 겪어야 하는 상황으로 확산되어 한 나라 안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상황을 보면 가끔 두려워지기도 하는데, 아마 영화에서 거의 백 년 전 미국대공황 시절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길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상점에는 물건이 쌓여있지만 살 돈이 없던 시절. 일거리를 찾아 하루 종일 헤매다 결국 술로 세월을 보내고 마는, 먹고 살 돈이 없으니 범죄가 판을 치던 그런 모습 말이다.

물론 이제 사람들의 의식이 깨어 그런 상황이 다시 재현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 힘을 합쳐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를 위한 해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런 고민은 나같이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이 고민할 문제이기보다는 나라를 이끌어 갈 정책담당자가 고민해야 할 사항인 것 같지만 말이다.

불황은 왜 생길까? 가끔 신문에 나오는 불황기사를 보면 그때마다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잘 나가던 경제가 왜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모두 열심히 살겠다고 이를 악물고 뛰고 있는데 왜 경제는 우리 뜻과는 달리 곤두박질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그 해답이 궁금해 이 책을 보기 시작했고, 무엇인가 속 시원한 해법이 있을까 열심히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저자는 내 기대대로 신고전파와 케인즈학파의 이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불황의 원인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내가 자료 분석을 좋아해서인지 이런 저자의 자세가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책을 보면서 머리에 남는 게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화폐문제다. 화폐란 실물경제를 편리하게 운영하기 위해 만든 것에 불구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화폐 자체가 독립적인 힘을 갖고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노동과 실물도 없는 종이 조각 하나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화폐. 물론 이때 화폐는 우리가 생각하는 돈은 물론이고 수익증권 같은 것을 포함한 말이다. 돈이 돈을 벌고, 그 돈이 또 돈을 벌면서 어느 새 실물 없는 이상한 풍선 괴물이 하나 탄생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풍선이 펑하고 터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통장을 깡통으로 만들어버린다. 뭔가 물건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걸 팔아서 본전이라고 뽑을 텐데 가진 것이라고는 휴지로도 쓰기 어려운 종이 한 장. 어디 가서 변제도 받을 수 없는 허상을 우리는 실제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한 실물과 거리가 있는 화폐경제 이야기다.

물론 다음 장부터는 신고전파와 케인즈학파간의 견해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저자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신고전파는 불황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으며, 케인즈학파는 신고전파와 경제의 운영 원리에서 반대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즉 불황의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르다는 것으로 한 쪽은 공급자의 문제로, 다른 한 쪽은 수요자의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기가 어렵고, 둘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 불황에 대한 해결책을 얻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나름대로 양 쪽 이론의 견해 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면서 두 이론 간의 징검다리를 만들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어떤 이론이든지 완벽한 것은 없으며 실상의 한 면을 강조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이론마저 없다면 우리는 복잡다단한 사회, 경제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불황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 이론이 서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싸우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저자가 만든 징검다리를 통해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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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 - 마음의 평화에서 진리의 깨침까지 동서양 영혼의 탐색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오강남 옮김 / 흐름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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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니 젊은 사람도 자기계발을 위해서 책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해본다. “제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훈계조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개인적인 수다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서점을 찾아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책들이 모두 자기를 사가라고 어우성치는 상황에서 어떤 책이 좋은 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책 소개나 서문을 읽어보면 이건 정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하고도 귀한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책을 사서 몇 장을 읽다보면......쩝. 그러다보니 책을 사기가 부담스럽고 서점을 간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요인이 된다. 내 돈 내고 책 사면서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 짜증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자기계발도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책은 실제 생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다시 말하면 내용은 그럴듯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며, 책을 팔기 위해 쓰잘 데 없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적어놓은 책이란 선입감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신문광고나 베스트셀러라고 하기에 책을 샀다가 재미 못한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실천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뭔가 하겠다고 했다가 실패한 경우에 그 책임을 어딘가에 넘겨야 하는데 많은 경우 자신의 의지보다 책 내용이 허망하다고 그 원인을 책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할 경우, 대부분 자기계발서를 추천한다. 이런 종류의 책에는 기존에 나온 내용을 저자가 한번 되씹어 현실에 적응 가능하도록 해석한 것들이 많고, 그렇기에 독자가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말 같지 않은 내용으로 범벅이 된 책도 있긴 하지만, 다른 종류의 책은 안 그런가. 어차피 어떤 종류의 책이든지 간에 모든 책이 다 자신에게 맞는 경우는 없다.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50> 이 책에는 기존에 나온 자기계발서 중에 독자가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 많다. 아니 많다는 것 조금 잘못된 표현인 것 같고, 책에 소개된 책 중에서 내가 읽어 본 책들은 모두 다 그렇다. 책 내용들이 자기계발분야에서 거의 고전처럼 대우받는 책들이고, 내용도 무척 알찬 것들이다. 이런 책들은 저자가 한두 가지의 요령을 정리한 게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연구하고, 조사한 방대한 자료와 경험들을 책 한권에 압축해 놓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사서 아까운 경우는 책 내용의 깊이가 없거나, 자신이 원하는 주제와는 다른 저자의 신변잡기 같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을 때다. 그러나 책 한권을 읽고 가슴 뿌듯한 경우는, 비록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내용일지라도, 책 내용에 깊이가 있고, 자신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많은 경우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대부분이 바로 그런 책들이다.




왜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냐고? 다행히도 한국말로 번역된 책들이 많아 대부분 다 읽어본 책들이고, 누군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반드시 자신 있게 추천하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뭔가 좋은 책을 찾고 싶으면 큰 서점에 가서 발 아프게 돌아다니지 말고(물론 그것도 운동에는 좋기에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선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아마 여기에 나와 있는 책 제목들과 요약내용만 알아도 어디 가서 책 안 읽는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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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샌드위치 주식회사를 차리다 - 스무 살 새내기들의 좌충우돌 주식회사 경영
가메카와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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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심이 높을 뿐이지 실제 하겠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이 침체된 데다가 환율문제 때문에 원료가격이 상당히 높아져 가격경쟁력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창업, 창업 부르짖어도 막상 하려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또 이 분야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정부에서 아무리 창업지원을 한다고 해도 “나 하겠소”하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 창업을 하겠다고 창업대학원에 들어온 사람 자체가 창업을 무서워하니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상황은 나이든, 직장생활하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에게 초점에 두었을 때의 상황이고, 눈을 돌려 젊은이들을 바라보면 반드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들이 가진 패기와 실험정신을 잘만 살려줄 수 있으면 나이든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사업을 구상해 낼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젊음 덕분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해 보겠다는 의지와 실패했을 때 가장 적은 손실을 보고 철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역시 본질적인 문제는 몇 가지 있다. 우선 세상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또 창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경영이 무엇인지, 마케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몰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창업과 기업경영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책의 구성 자체가 전문적인 이론과 실제 스토리가 혼재되어 있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느낄 수 있는 내용 흐름상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경영과 관련된 논리를 논리대로 따로 정리했으면 좋았을 것을 두 가지를 모두 이야기에 집어넣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다음에 이와 같은 책을 만들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이야기와 이론을 완전히 분리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지금 그렇게 되어 있지 않냐 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뜻 보면 그런 구조로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입장에서 내용을 읽다보면 학생답지 않은 전문적인 용어가 이야기 내에서 불쑥 나오는 것이 거북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SWOT분석에 대한 설명과 도표는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 나오는 것보다 이론적인 내용만을 별도로 모아 놓는 공간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는 그들만의 단어로 그들 이야기만을 다루고.




두 번째는 책의 내용 자체다. 창업을 할 때 가장 크게 부딪치는 문제는 어떤 아이템을 갖고 창업할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경영과 조직의 문제는 창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생기는 문제이지 창업아이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 말은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여러 가지 아이템 중에서 어떤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하지만 그 내용도 주인공들이 직접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현재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전문가적인 논리가 내용 속에 함께 섞여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현실감이 조금....




하지만 책의 기획은 무척 좋고, 어쩌면 앞으로 이와 같은 책이 많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창업이라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가고 있고, 과거 퇴직자들의 전용물이었던 창업이라는 것이 대학생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을 위한 알찬 내용의 책이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말한 알찬 것이란 의미는 경영, 마케팅에 대한 전문서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그들이 저지를 수 있는 범위의 실수들을 그들의 입을 통해 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체로 구성된 책을 말한다.




아무리 논리가 정연한 책이 책꽂이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면 뭐 하겠는가. 그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대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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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북스 2009-03-2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책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방누수 2009-03-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 고맙습니다 좋은 책 많이 만들어주세요 ^^
 
성의 자연사 - 동물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섹스와 구애에 관한 에세이
애드리언 포사이스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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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바라볼 때마다 조물주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것조차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에 따라 살아가고 자손을 번식시키니 말이다. 우리는 알 수없는 교묘한 방법을 통해 암수가 만나고, 서로가 가진 자원(정자와 난자)를 교환하면서 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치열한 전쟁이 있다. 인간이 서로의 영토를 차지하고 남이 가진 물자를 빼앗기 위해 싸우는 것 이상으로 종족번식을 위한 경쟁이 있다는 말이다. 단지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에 모르는 것뿐이다. “아! 자연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이 말을 하는 순간 어떤 생명체는 주위의 경쟁자에 의해 죽어가고, 어떤 생명체는 자신의 아이를 먹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TV에서 물고기를 잡고 신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있다. 당연히 그런 장면을 방영하는 TV제작자도 함께. 아마도 내가 사냥이나 낚시를 즐기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장면이다.




한 사람이 그물로 큼지막한 물고기를 방금 잡아 올렸다. 그 사람은 물고기의 몸을 잡고 카메라 앞에서 신나게 웃고 있다. 물고기는 당연히 펄떡거리고. 그 사람 말 “얼마나 싱싱합니까? 하하”. 하지만 웃고 있는 사람과 달리 물고기는 지금 숨을 못 쉬고 있다. 물속이 아닌 대기 중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인간을 물속에 집어넣으면 발악을 하는 이유가 숨을 못 쉬어서 그런 것 아닌가? 숨이 막혀 펄쩍거리는 물고기를 잡고 싱싱하다면서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 이것이 자연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면 자연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장면 속에서 얼굴에 비닐을 씌었기 때문에 숨을 못 쉬어 발악하는 사람의 모습이 연상된다면 자연은 정말 잔인한 곳이다.




동물들을 보면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 아마도 암컷보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수백만 마리의 정자를 갖고 대량생산하는 수컷과 달리, 또 자손이 생기면 키우면 책임에서 면제되는 대부분의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몇 개 안되는 난자를 갖고 있고, 또 자손을 키워야 하는 책임이 있다. 따라서 암컷은 우수한 정자를 받아 자손의 생존율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수컷을 골라야만 한다. 암컷이 수컷보다 덜 적극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수컷의 모습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수컷 자신의 생존율을 점점 더 줄여든다는 것이다. 다른 포식자들의 눈에 더욱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앞뒤가 안 맞는 말 아닌가? 그러나 수컷은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더욱 자신의 모습을 화려하게 만든다. 어떤 동물은 꼬리를 더욱 크게 길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최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몸의 유연성과 신속하게 날아갈 수 있는 힘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왜 이들은 이렇게 할까?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종족번식이라는 기본적인 등식을 제시한다. 즉 수컷 자신이 남의 눈에 띄어 죽을 확률보다는 암컷에서 선택되어 자손을 번식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죽는 것은 자기 혼자지만 암컷에게 선택되어 자신의 정자를  암컷 안에 있는 난자와 결합시키면 수십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손을 죽이고, 심지어는 먹어버리는 동물들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는 이런 현상도 무척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것 역시 자손의 생존율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두 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자라날 때 어떤 동물은 새끼 하나가 다른 새끼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당연히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끼가 태어났지만 먹을 것이 부족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어미는 가장 약한 놈에게 먹이를 주지 않아 자연스럽게 도태시켜 버린다고 한다. 결국 힘이 좋아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난리를 치는 놈에게만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절대 아니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도 아기를 낳기 전에 비정상적인 경우라면 아기로 태어나기 전에 자궁에서 그 생명체를 흡수해버린다고 한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유산이란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어 임신하면 이 기능이 약화되고 결국 비정상적인 아이를 낳게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무리 아는 척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의식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종족번식을 위한 내제된 공식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른 채 하고 마는 행동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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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미로 여행 - 자기 자신을 발견한 사람은 행복하다
알렉스 로비라 셀마 지음, 송병선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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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는 일이 귀찮고 희망 자체가 없다고 느낄 때다. 이런 때는 아무리 마음을 다시 잡으려 해도 잘 되지 않.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어떤 일을 해도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사람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이럴 때 먼 곳으로 기차여행을 가거나 사방이 확 트인 곳으로 가 소리라고 지르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아무도 없는 것에서 주변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보면 불만이나 걱정, 울분, 답답함 들이 몸 밖으로 나오면서 시원해 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움직일 때도 많다. 마음이 많이 지치면 움직이는 것 자체도 귀찮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런 상황의 대부분은 나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다.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당시에는 순간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들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마트에서 해고당한 후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물론 여행가겠다고 마음먹고 발길을 옮긴 것은 아니고, 죽고 싶은 마음에 남들이 가지 말하는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녀는 음침한 숲 속에서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백프로 당첨된다고 하는 복권을 받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숲으로 들어간다. 물론 아프라카 밀림 속을 헤매는 탐험대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동화 속에 나올듯한 아기자기한 마을과 요상한 여관, 은행이 나오고 조그마한 난장이도 나온다.




이들의 역할은 주인공에게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힌트를 줌과 동시에 주인공 자신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때는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어떤 때는 사랑에 넘치는 표정으로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면서.




주인공은 장애물 하나를 지날 때마다 의미 있는 질문을 받는다. ‘지금 무엇을 하는가?’ ‘어디서 오는가?’ ‘어디로 가는가?’등. 처음에 주인공은 자신이 미로에 빠졌고, 그래서 길을 찾는다는 식으로 대답했지만 그런 답은 항상 틀린 답이었다. 그들이 원했던 답은 주인공의 상황을 물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봐주길 원했던 것이다. 결국 주인공이 알아낸 정답 유형은 “나는 내 자신...”으로 시작하는 답이다. ‘나는 내면의 나를 찾고 있어요’ 등이다.




결국 그녀는 미로를 벗어나는 길을 하수아비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길을 따라가 보니 빨간 담 벽이 있었다. 그 너머가 바로 그녀가 미로를 벗어나는 길이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길을 찾는 순간,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 동안 그녀는 미로를 헤맨 게 아니라 나무 그늘 밑에서 잠을 자며 자신의 내면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미로의 꿈을 통해 깨닫은 것은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 바로 자기 안에 있는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기하기만 했던 그 시절,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겁고 놀던 그 때의 마음이다.




결론은 참 아름답다. 그리고 미로를 찾아다니던 주인공의 모습이나, 그녀 거쳐 가는 여러 상황 역시 동화 같은 분위기면서도 일반 사람들이 쉽게 구상할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뭔가 와 닿는 것이 별로 없었다. 밍밍하다고 할까. 뭔가 저자가 우리에게 주고자 한 것은 분명히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되 찾아라? 그것 하나만을 위해서는 너무 돌아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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