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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탄생
토머스 M. 쿨로풀로스 지음, 정윤미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이 조금 두껍지만(367페이지) 무척 재미있게 본 책이다. 오래간만에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다시 처음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한다고 이 책이 재미있는 소설책이란 말은 아니다. 기업혁신에 관한 책으로 전문 서적답게 어느 정도 딱딱하고, 전문 용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경영분야 책이다. 하지만 요즘 내 관심사, 변화, 혁신, 창조 등과 관련된 책이라 그런지 보는 동안 메모도 많이 했고,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도 많이 끄덕였다. 평소 분명치 않게 알고 있었던 것을 저자는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을 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혁신에 대한 정의이고, 또 하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한 기업의 환경과 조건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평소 어림짐작으로만 알고 있었던 내용들로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재인식할 수 있었다. 특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혁신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다.
우선 혁신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혁신이란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기존의 모든 상품과 사고를 뒤집을 만한 거대한 뭔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에 대해서만 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 동안 우리가 혁신이라고 인정한 것들 중에서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 온 것들로는 자동차의 탄생, 냉동. 냉장기술, 전기, 통조림, 원자력, 인터넷, 라디오, TV, 컴퓨터 등이다. 이런 것들은 당시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이며, 이와 같은 혁신적인 상품으로 인해 인간들의 생활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꿨다. 예를 들어 냉동기술이, 냉장기술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발달역사를 보면 모든 것들은 하루아침에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개발된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 나타난 것들이며, 그 이전의 기술개발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필요상이 싹텄을 때 우리 앞에 나타난 것들이다.
하지만 한 커플 더 벗겨보면 이런 것들이 이미 예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컴퓨터를 대중화시킨 윈도우즈의 화면은 이미 이전부터 사용되었던 것이며, 워크맨 역시 기존의 라디오와 카세트녹음기를 변형시킨 것뿐이다. 그렇다면 냉장기술은? 자동차는? 하지만 이런 것들이 혁신이라 인정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잠시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제 아무리 놀라운 기술과 남다른 발명품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가치, 즉 사람들이 사용할만한 이유가 있고, 필요성이 있을 때만이 혁신 품으로 자리 잡게 되다. 발명품 그 자체를 갖고 혁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혁신이란 발명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과 개발품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부분, 어떤 것은 평소 느끼지 못하는 숨은 내면의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켜 주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평소 발명과 혁신을 하나로 봐왔던 것에 대한 저자의 지적이다.
두 번째는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한두 명의 천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혁신품은 실험실에서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연구실에서 만들어 진 것은 하나의 소재일 뿐이다. 도리어 생활 속에서 얻어지는 소소한 아이템일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아이템은 여러 사람의 생각 속에서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환영받는 혁신 품을 만들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해당 기업의 직원들 생각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구조 속에서, 즉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생각을 현실화시키려면 층층의 보고와 결재를 통과해야만 하는 과정 속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숨은 아이템이 얼마나 많이, 자주 기업의 혁신 품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보니 저자는 기업이 창의성, 혁신 등을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 내에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창의성 있는 의견을 종합하고, 이를 정리하고, 분석한 후 직접적으로 그들의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이노베이션 존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이곳의 기능은 혁신 품, 즉 최신의 발명품을 만드는 기능이 아니라, 조직원들이 내 놓은 생각들을 격려하고, 정리하고, 조정하여 이를 현실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이노베이션 존의 주 업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문제, 조직문제, 제도적인, 법적인 문제를 도와주고, 필요하다면 자금문제까지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능을 한다.
혁신. 이제 이 단어를 외면하고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많은 기술과 여건이 일반화되어 누군가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만 하면 바로 유사한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혁신도 과거처럼 대단한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보다 많은 것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상황 속에서는 혁신이란 개념 자체를 발명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그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라 정의한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