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 - "상상조차 못한 것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라."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강지희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디자인. 예전에는 예쁜 상품을 만드는 기술로써 주로 사용한 방법이었다. 같은 값이면 예쁜 게 좋으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디자인하면 미적 감각이 필요한 작업, 그림을 잘 그리고 색감을 살릴 줄 아는 기술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디자인은 미적인 수준을 넘어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로, 더 나아가 상품과 사업의 비즈니스모델로써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저자는 공급이 수요를 앞 선 현대사회에서 비슷비슷한 상품끼리 고통스러운 가격경쟁을 하지 않으려면 남다른 무엇인가를 고객에게 줘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라고 한다. 즉 창의력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시각적인 면을 건드리면서 동시에 상품의 질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려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1997년 루프트한자 항공의 리모델링작업 이야기를 한다. 항공기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하는 항공사를 살리기 위한 비즈니스 리모델링은 그 동안 고객들이 받았던 불만과 부족함을 없애는 작업이었지만 단순히 가격, 기내식사, 서비스 정도를 좀더 낫게 만들어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루프트한자 항공기의 내부구조와 의자, 공항대합실를 포함하는 기존 루프트한자의 항공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변화시켰다. 그 중에서도 공항디자인을 개선하는 작업은 무척 큰 작업이었는데 이때 새로 디자인한 곳은 고객이 탑승수속을 하는 공간(고객과 서비스 요원의 눈이 마주치도록 높이를 조절), 탑승수속에 필요한 서류와 도구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동선을 효과적으로 재정비하는 작업, 공항시설 내부의 사각지대와 움푹 들어간 공간을 없애고, 테스크의 혼잡을 줄여 고개의 신체적 안전을 배려하는 작업, 문서관리 시스템을 정비하여 고객의 신상정보를 보호하는 작업 등이었다.

앞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제 디자인 작업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상품포장이나 표지 정도를 고치는 수준을 넘어섰다. 미적인 개념을 내포한 활동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사업의 비즈니스모델과 그 사업과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겪는 체험 자체를 바꾸는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외향과 함께 변화된 모습에 걸맞는 내면까지 함께 바꾸는 작업이 된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역할변화는, 앞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상품의 질이 유사해지고, 비슷비슷한 원자재와 부품을 사용하는 상품이 늘게 됨으로써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현상으로 이와 같은 디자인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더욱 확대될 것 같다.

예로 플라스틱을 보자. 변형이 쉽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소재이지만 이런 소재의 상품은 시장에서 가격경쟁밖에는 할 것이 없다. 소비자들은 이미 플라스틱 상품의 가치와 용도를 알고 있고, 기능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어디선가 아주 예쁜, 뭔가 독특한 모양과 색감과 재질의 느낌이 다른, 게다가 다른 상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독특한 기능을 다른 플라스틱 상품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그 상품을 기존 플라스틱 상품과는 다른 상품으로 인식할 것이다. 즉 단순한 소모품에서 장식품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요즘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소재 중 하나가 스테인리스스틸인데 이 역시 녹이 쓸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동안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모양이 투박하다는 이유로 적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소재다. 그러나 요즘은 녹이 안 쓴다는, 항상 반짝거린다는, 청소가 간편하다는 원래의 기능에 최고의 디자인을 입혀 캐릭터상품처럼 판매하고 있다. 투박한 금속이 침실로, 화장실로, 식탁, 책상 위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디자인과 경영전략을 두 개가 아닌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시각은 저자가 그 동안 디자인을 통한 상품차별성, 디자인에 의한 비즈니스모델의 변화, 디자인을 앞세운 신 시장개척과 같은 일을 주도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에게는 애플의 성공도, 소니 워크맨의 빅히트도 결국엔 상품디자인 덕분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을 보기 전 느낌과 실제 책 내용과의 괴리다. 책 표지를 보면 누구나 디자인과 창의성, 혁신 방법에 대해 논의한 책이라 이해하기 쉬운데 실제 내용은 저자, 즉 프로그의 대표가 오랜 시간동안 이뤄놓은 업적, 기업들과의 관계문제, 사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친 리더십, 혁신, 창의성, 경영능력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다보니 독자가 원한 내용,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이나 창의성에 대한 내용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책을 볼 때는, 또 돈을 주고 책을 살 때는 그 책에서 뭔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있는데, 이 책은, 물론 책 내용은 사업성장이나 경영, 리더십을 배우는 데 도움 될 내용이지만, 독자가 얻고자 했던 것은 별로 없는, 책을 덮을 때 저자가 무엇을 주장하고자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종류의 책이 되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책, 독자가 유심히 바라볼 수 있다면 뭔가 얻을 게 있는 책, 하지만 실제 얻고자 했던 것은 별로 담고 있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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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마케팅 - 기업전략에서 발견한 10가지 공익마케팅 법칙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총서 5
캐티야 안드레센 지음, 박세연 옮김 / 열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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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특이하다. 우리가 잘 아는 ‘로빈후드’라는 정의의 사도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여 책 표지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는 책이다. 그러나 섣불리 짐작하지 말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로빈후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로빈후드’하면 떠오르는 것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준 정의로운 사람으로 잘 생기고, 칼을 잘 쓰고, 머리 좋은, 그래서 덕분에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하게 된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허리우드 스타일의 영화 말이다.

이 책은 로빈후드라는 멋진 남자의 긴장감 넘치는 활약상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가진 게 없는 사람이나 사회정의를 실현하길 원하는 NPO. Non Profit Organization (때로는 NGO도 마찬가지겠지만)에게 필요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은, 이제 마케팅이란 어떤 조직이든지간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인데 아직도 NPO들은 마케팅을 외면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그들이 가진 마케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자신들의 신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배척감, 이익을 중시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마케팅이란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고객(시민, 국민의 개념을 포함)이 원하는 것을 찾아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에 NPO도 마케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책 목차를 보면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기본적인 사고과정이 일반교과서 순서대로 나와 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시장조사), 그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을 결정하고(세분화 및 목표고객 설정, 이해), 이를 최적의 매체나 도구를 통해 그들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마케팅을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반복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물론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은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책 내용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내용은 책 앞 장에 나온 목표에 대한 접근방식이다. 목표의중요성에 대해서는 NPO만의 문제라기보다 마케팅을 실행하는 모든 조직의 문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핵심을 간단히 얘기하면, 조직은 모두 자체적인 행동목표를 갖고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처럼(목표 그 자체만을 바라보는 자세) 당의론적인 생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만 하지 말고 목표를 이행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런 일을 해서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라는 말이다.

한 예를 들어 ‘자연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면 단지 자연을 보호하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당의적인 말만 하거나, 이 문제에 대해 귀 닫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만 제공하고자 노력하지 말고, 자연을 보호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제시하라는 말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목표대상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 상대방에게 자연을 보호하자고 말했을 때 그가 어떤 행동을 보이길 원하는가? 휴지를 줍는 것?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을 것? 분리수거하는 것?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고개만 끄덕거리며 ‘맞아!’하고 지나가기를 원치 않는다면,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이 현실로 되길 원한하면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고, 이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그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 중에 ‘Foot in First'와 ’Head in First'라는 원칙이 있다. 전자는 어려운 것을 먼저 하게 만들면 나머지 쉬운 것은 그냥 따라가게 된다는 가정을 갖고 있는 논리이고, 뒤의 것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려운 길도 관성법칙에 따라 나아가게 된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인간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되기에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누가, 어디서, 어떤 일부터, 어떻게 시작해서, 결과적으로 어떤 일까지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양식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책의 첫 부분을 목적과 목표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한 걸음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어떤 조직이든지 간에 무엇인가를 시작하려면 우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NPO나 사회봉사단체들 중에서 마케팅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곳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로빈후드마케팅’을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이제 마케팅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돈 벌기에 급급한 수전노와 연관된 개념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함으로써 그들 스스로가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목표달성을 돕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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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21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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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이야기 - 시대를 뒤흔든 창조산업의 산실, 픽사의 끝없는 도전과 성공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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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아니 좋아하지 않더라도 요즘 인기 끄는 만화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픽사’를 모르면 간첩이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조그마한 스탠드(아이 역) 하나가 나와 뭔가 장난을 치는 장면을 시그널로 보여주는, 무척 인상적인 영화사다.

예전에는 그 장면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봤는데 책을 읽어보니 무척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그리고 픽사가 애니메이션에 스토리를 입힌 초기의 작품이라고 한다. 관객들은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순간의 모습(1분도 안 되는)을 만들기 위해 그토록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의 세상이었다. 월트 디즈니가 인쇄된 만화캐릭터에 움직임을 줌으로써 만들어진 장편 만화영화. 어릴 때부터 미키마우스, 플루토, 도날드 덕 등을 보며 자란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회사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기보다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사랑의 메신저라고 느껴진다. 실상은 안 그렇겠지만.

하지만 이들의 만화영화 제작 일은 수많은 스틸그림을 그려놓고 이를 한 장씩 찍으면서 움직임을 만드는 무척 고된 작업이다. 가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인간으로서, 또 현실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장편영화를 만드는 면에서는 무척 고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디즈니의 만화영화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영화이며, 지금은 어엿한 부모가 된 중년들도 TV에서 재방송할 때 채널을 돌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즐겨보는 영화다.

하지만 컴퓨터의 세상으로 들어오면 만화영화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 동안 손으로 작업하기 어려웠던,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장면과 느낌을 무척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작업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발달에 의해 점점 더 현실과 같아진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만화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대용량의 컴퓨터들이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한 작업들을 가능하게 해 줬다. 우리는 그저 무감각하게 실제와 같은 만화영화를 보며 ‘괜찮네!’ 하는 정도로 끝날 장면들이지만 말이다.

<픽사 이야기>를 읽어보면 이제는 일상화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변천사를 알 수 있다. 물론 ‘픽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다. 하지만 일반 사서처럼 연도별로 언제, 누가, 어디서,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조그마한 프로그램 하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런 프로그램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변천되었는지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 회사를 해부하는 일반 경영관련 책과는 느낌이 다르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동이’를 보듯이 픽사의 발전과 함께 한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느껴지고, 제한된 자원과 여건 속에서도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장애물을 하나씩 건너간 픽사 경영진과 직원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예를 들어 <카>라는 애니메이션영화는 자동차가 주인공인 영화다. 무생물인 차에 감정을 넣고, 이들의 표정을 위해 눈과 입을 줬다. 그러나 차의 느낌을 좀 더 현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차 표면을 실제처럼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이때 사용된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바로 ‘광선추적법’이란 것이다. 

이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빛의 효과를 정확하게 재현했는데...놀라지 마라. 자동차의 표면에 빛이 부딪쳤을 때 이를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카>의 한 프레임, 즉 영화에서 24분의 1초에 해당하는 양을 처리하기 위해 평균 17시간이 걸린다. 어떤 프레임은 일주일이 걸리기도 하고.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 역사 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시각적 사실성이 돋보인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일한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만화영화는 만화영화로써 현실감을 느껴야 한다.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 때의 상황을 보면 이들은 도리어 현실과 조금 다르게, 즉 애니메이션이기에 현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소비자의 의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처럼 느끼고 싶다는 이중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부러 현실과 조금 다르게 만들기도 했다. 이들에게 있어 ‘가상현실’이란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처럼 만드는 게 아니라 현실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영상을 현실과 조금 다르게 만들어 소비자의 인식과 동일한 수준으로 다운 시키는 작업을 의미한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세상을 창조한 ‘픽사’. 한 시간 남짓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쏟아 붓은 열정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무엇을 하든지 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자세, 오늘과 다른 내일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지, 자신의 수준에 작품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목표한, 즉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겠다는 투지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든지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내용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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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선택 - 애플은 1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한다
하야시 노부유키 지음, 정선우 옮김 / 아이콘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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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서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모르면 촌놈이다. 워낙 많은 곳에서, 그것도 한꺼번에  떠들어대니 애플하면 창의력 대표기업, 스티브 잡스하면 21세기의 다빈치 같은 대우를 받는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회사가 무너지니, 다른 회사 인수하니, 자금이 한달 운영비밖에 없다니 하던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는 순간부터 연속 만루 홈런을 치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아주 멋지게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미래의 세상을 이끄는 동력은 모바일이라고 한다. 특히 휴대폰은 극히 개인적이고 사용자 곁에서 10미터 이상을 떠나지 않은 기기이기에 그곳 하나만 정복하면 개인의 일 거 수  일 투족을 확인할 수 있고, 또 언제든지 기업이 원하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애플의 아이폰은 세계를 이끄는 거대한 트렌드가 되었다. 기존 컴퓨터가 가진 기억용량을 첨부한, 단순히 하드디스크를 집어넣은 휴대전화기가 아니라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행동방식 자체와 커뮤니케이션을 신세대로 이끄는 거대한 해일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 동안 이와 같은 이야기를 책에서 자주 접하면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별종인 스티브 잡스가 별나게 살다보니 별 것 아닌 것을 어쩌다 별 것처럼 만든 상품, 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도 전문가란 사람들이 아이패드의 몰락을 예견하지 않았던가. 컴퓨터도 아니고, 휴대폰도 아닌 묘한 상품. 컴퓨터로 보기에는 자판도 없고 메모리도 부족한 상품이자 휴대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니 말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별종임에는 틀림없지만, 최근에 이룩한 성공은 소 뒷발질에 파리 잡은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절감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개발한 상품의 우수성을 나열한 것과는 다른, 그들의 속마음과 가치판단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스케치한 듯한 내용을 보면서 ‘역시 스티브 잡스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의 상품이, 즉 아이팟, 아이팟터치, 아이패드, 아이폰, 그리고 겉으로 잘 들어나지는 않지만 무섭게 질주하는 애플의 맥컴퓨터까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섭게 질주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사고와 그들이 바라는 지향점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이 책에서 기존에 나온 애플, 스티브 잡스 관련 책과는 달리 겉으로 보이는 내용보다 그들의 가치와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의 내면을 세밀하게 보여줬다. 단순함을 위해 고등방정식 풀이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컴퓨터 속의 기판 디자인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들이다. 책을 보면 애플은 그들의 상품개발가치가 변하지 않는 한 하늘을 나는 익룡처럼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곳에서 남보다 먼 곳을 내다보지만 먹이가 눈에 띄는 순간 어떤 기업보다 먼저 포착해서 가장 빨리 낚아채는 회사 말이다.

책 내용 중에서 기억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마음에 가장 와 닿은 것은 애플의 기업운영과 상품개발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 부분이다. 즉 오늘 만들어 내일 히트 치면 그만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아니라 모바일, 디지털로 인한 세상 변화를 읽고 거기에 맞춰 기업의 모든 자원을 일관된 모습으로 이끌어가도록 도와주는 지침, 즉 맥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허브전략이다.

다른 기업은 MP3를 음악을 듣는 독립적인 기계로 만들었지만 애플의 아이팟은 맥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음악기기다. 아이폰은 전화통화를 목적으로 한 독립적인 휴대전화가 아니고, 맥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컴퓨터의 연장 장치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화기를 산 후 통신사에서 개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맥컴퓨터와 연결시켜 스스로 전화기를 개통한다. 오늘 사서 내일 개통하든, 아침에 사서 저녁에 개통하든지 간에 그 시기는 소비자 스스로 결정한다. 무엇을 통해서? 바로 컴퓨터를 통해서 말이다.)

또 하나는 아이팟, 아이폰의 사용디자인이다. 이미 알려진 터치패널 기술 같은 것을 통해 과거 소비자들이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과 쾌감을 주는 애플만의 놀라운 능력 말이다. 애플 이전에 누가 휴대폰 액정에 뜬 사진을 손가락으로 휙 밀어 화면을 넘기고, 손가락 두개로 사진을 늘리고 줄이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봤겠는가.

또 아이폰의 스크롤 기능은 일반적인 것과 기능면에서는 같지만 사용자의 마음에 와 닿는 정도는 다르다. 화면에 나온 내용을 보기 위해 스크롤하다 끝까지 가면 일반적인 기기들은  더 이상 안 내려간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에서 스크롤 해보라. 끝까지 가면 내용이 더 밑으로 내려가다 마치 스프링에서 튀는 것처럼 팅하고 튀어 올라온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은 기능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화면 튕기는 느낌이 스프링 같다고 해서, 화면에 애니메이션효과를 첨부했다고 해서, 또 재미있는 아이콘이 있다고 해서 아이폰이란 휴대폰 기능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것 때문에 아이폰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소한 장치들이 소비자로 하여금 ‘와~’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드는 건 틀림없다.

한번 생각해 보라. 지난 세월 동안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면서 너무 좋고, 재미있고, 신기해서 상품을 만지작거리며 ‘와~’하는 감탄사를 내던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아마도 무덤덤한 느낌, 기껏해야 ‘괜찮네’ 하는 정도 아니었던가. 사소한 기능 하나를 위해 6개월을 고민하는 애플, 기능과 버튼을 늘리기보다 줄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그들은 21세기를 이끌 핵심기업임을 이 책을 통해 실감했다.

다만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독자들이 이미 애플과 그들 상품에 대해 기본지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쓴 것 같기 때문이다.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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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마케팅,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일본 최고의 마케터들이 체계적으로 완성한 소셜미디어마케팅의 교과서
오가와 가즈히로 지음, 천채정 옮김, 정지훈 감수 / 더숲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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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단어들이고 필자도 이미 가입했다. 왜 가입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 트위터에서 메일이 오고, 신문에서 소설미디어에 대한 기사를 읽고(그것도 매우 자주. 신문사도 쓸 기사가 괘나 없나보다. 뒷북치는 것 보면), 주변사람들에게 자기도 가입했는데 당신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같이 메일함에 들어오는 댓글 내용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들어간다. 그것도 하루에 두 세 번씩이나. 누가 내 홈에 글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 글을 썼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고, 나도 답장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이 책의 감수자는 이들을 소셜 웹서비스라고 칭해야 맞다고도 하는 데,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 잘 몰랐다. 지금도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생각할 것도, 볼 것도 많은 세상에서, 회원가입 하나 했다는 죄 때문에 매일같이 날라 오는 홍보이메일(회원탈퇴하기가 귀찮아 그냥 두다보니), 전단지, 서적, 기타 등등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하루일과, 푸념, 지나가는 생각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제 소셜미디어를 모르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고도 한다. 급격한 세상 변화 속에서 낙오된다는 말 아니겠는가(그들이 말하는 ‘낙오’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소셜미디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누구에겐가 무슨 말이든 하고 싶고, 그 말에 박자 맞춰주면 기분 좋아지는 정도 갖고 그 비싼 스마트폰까지 사가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빠져들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이러다가 예전에 신문을 도배했던 것들, 휴대폰 문제메시지, 게임중독증처럼 소셜미디어 중독증이란 말도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누군가 나에게 글을 보내지 않고, 내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불안한 증상,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대폰을 꺼내봐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그런 증상 말이다. 물론 이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소셜미디어의 구조와 원리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고, 이와 같은 매체나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점차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공개된 광장 한 가운데에서 자사 상품을 알리고, 상품과 서비스구매를 유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대화내용 중 최소한 20% 이상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내용이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예전부터 짐작은 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더욱 강하게 와 닿는다. (참고로 저자는 마케팅을 전쟁이라 표현하고, 소셜미디어를 최신형 게릴라 무기라고 표현한다.)

필자가 생각해봐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공간, 대화의 자유로움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특정 상품에 대한 생각과 태도도 무척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 같고, 이런 의견이나 태도는 어떤 형태로든지 기업체에게는 무척 값진 자료들이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그 동안 자주 들어왔던 ‘소셜미디어마케팅’이란 단어의 의미와 모바일을 근간으로 하는 소셜 웹서비스의 가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이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소셜미디어마케팅업체를 운영하다보니 내용 자체가 마음에 와 닿은 것 같다. (물론 책 내용 중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책 내용 중에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이 세 개가 있는데, 하나는 기업 입장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소셜미디어를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 마지막으로 소비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기업체 스스로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인격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인격체란 소비자들과 대화를 시도할 때 ‘00회사’라는 이름보다는 소비자가 특정 개인과 이야기하듯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캐릭터나 가공의 인물을 하나 만들어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누라는 말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페르소나마케팅이란 용어가 있다. 물론 주체와 객체가 일반적인 페르소나마케팅과는 반대의 입장이 되지만.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때 항상 대중매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는 파괴력이 작고, 오랜 시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통합커뮤니케이션마케팅 방식을 좀더 전략적으로 구상해야 하며 이때 소셜미디어 운영을 위한 예산 배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점차 다양해지는 대화채널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의 운영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에 이에 대한 사례가 몇 가지 나와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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