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종일 비. 끈끈한 날씨.

*'물의 나라' 읽다.

*S선생이 나한테 와서 왜 결혼 안하냐고.

 중매한다고. 괜히 은근한 척.

*점심시간에 정은이가 와서 한참 이야기하다간다.

 아이들이 모여서 나한테 어울리는 차 색깔을 말했다며 빨강색이란다.

 빨강색 운전하면 굉장히 멋있을거라고.

 따라다니는 남자가 많을텐데 내 콧대가 워낙 높아서 애인이 없는거라고 아이들이 말한다고.

*퇴근할 무렵 수에게 전화해서 외로워서 전화했다고 했더니 큰일이라며

 기다리란다. 전화 끊고는 바로 달려왔다. 30분안에.

 대학로 제이 빔에 가서 니트 사준다(1만5천원) 전에 사려고 했던 것.

 옥스포드에 가서 커피 마시다. 자기 때문에 외롭냐며 그렇지않아도 내 편지 읽고

 반성 한다고. 자기가 정성이 부족해졌다는걸 시인한다고. 마음이 변한건 아니란다.

 김정문 알로에를 사야겠다고 했더니 따라와서 화장품을 사준다.

 스킨, 로션, 젤리, 팩. 모두 4만6천원. 미안하고 고맙다.

 여자 하나 데리고 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댔더니 그런말 하지 말라고.

 그런것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인데 큰일이란다. 더 예뻐지면 어떡하냐고.

 이여자가 내 여자가 생각하면 아무생각도 안든다고.

*일이 있는지 일찍 데려다준다. 7시 30분 도착.

 내일은 중석.영관씨가 온다고 했다며 모레 만나자고.

 표정이 어둡다며 그러지말란다. 자기가 일 못한다고.

 외롭다는 한마디에 일도 팽개치고 달려온다. 그것 달래준다고 옷 사주고 화장품사주고.

 아이들이 빨간색차가 어울린다고 했댔더니 프라이드 새로나오는 차 빨강색을

 생각해보겠단다. 이젠 차까지 사줄 셈인가. 무슨 덕을 보겠다고.

 

*택시비 800 하드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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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 장마비같다.

*수 전화. 지갑이 내 핸드백에 둔채 헤어져서 만나야겠다고.

*퇴근하고 루이14세가서 만나다.

 난 지하철타고 가겠다고 해도 바래다 주겠단다.

 롯데 백화점 '사라'에 가서 카레먹었다.

 처음엔 입맛에 맞지 않았는데 이젠 익숙해졌단다.

 딸 낳으면 '사라'라고 이름 지어야겠다나. 가슴이 찡 하다.

 정말 그렇게 지으라고 했더니 낳아달란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형편없이 삭은것 같아서

 속상하다고 했더니 그렇게 삭은여자를 좋아하는 자기는 또 뭐냐고.

 커피 마시고 나왔다.

*집 앞에 8시도 못되어 도착.

 피곤해 보인다며 쉬라고.

*집에오니 언니가 오지 않아서 라면을 먹으려고 물을 끓이고 있다.

 물 내려놓고 밥해줬다. 밥먹기 싫다는걸 억지로.

 

*택시비 700 저녁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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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06-18 23:55   좋아요 0 | URL
택시비 700원...;;;;;;
 

깨무는 듯한 리듬

 

*오전에 모두 교당에 가고 엄마와 나만 있었다.

 맨날 엄마 하소연. 언니가 말끝마다 핀잔한다고.

*점심은 돌솥 비빔밥을 내가 공양.

 피곤해서 오후에 잤다.

*4시에 집에서 나왔다.

 할머니가 섭섭해 하신다. 내가 가면 몇일은 섭섭하시단다.

*난다랑에 가서 기다리니 30분이 넘어서 왔다.

 상동 중석씨집에 들러서 인사하고 가야한다고.

 뜰 한쪽에 차를 세우가 난 앉아 있었는데 중석씨 부인이 와서 내리라고 한다.

 잔치집에 와서 왜 차에 있느냐고. 아는 사람들 만날까봐 사양했다.

 곧 서울로 출발.

*어젯밤 포카 하느라 잠을 못잤다고 졸려 죽겠단다. 돈은 다 잃고.

 두번이나 휴게소에서 쉬었다.

*집앞에 10시도착.

 오늘 집에 안 들어가면 안되느냐고. 가출하라고.

 요즘 날마다 같이 있자고 한다.

 

*점심 9.000 간식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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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건축가 - Talking Architec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정기용, 그 이름을 언제 처음 들었더라.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짓는단 얘기할 때나, 한창 전국에 기적의 도서관 지을 때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평소 어린이 책에 관심도 없지 않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었기에 그 건축 프로젝트 역시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방송에서 나서는 떠들썩한 일은 별로여서 애써 모른 척 했다. 그러니 그 무렵에 건축가 이름 정도는 들었을 수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사업이 다소 잠잠해지고 정기용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그가 어린이들만을 위한 도서관을 여러 채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가 직접 쓴 ‘기적의 도서관’을 샀을 때였다.

 

 그런 그가 죽었다. 지난해 꽃피던 봄 3월 11일이었다. 아깝다는 말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가 지은 도서관 때문이다. 책과 아이들을 아울러, 인문학과 인간을 함께 품을 수 있는 건축가라면 앞으로 할 일도, 말도 더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가 ‘기적의 도서관’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건축물의 진행과정이 아닌, 그곳을 이용할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릴 책에 대한 한 인간의 깊은 애정과 통찰이었기에. 건축가라는 엄연한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아니 오히려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바깥의 요소들을 그토록 성실하게 살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줬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이나 궁금했다. 물론 그 한편을 보기 위해 부산영화제까지 가진 못했지만 말이다. 교차상영도 아닌 서울에서 각각 한 곳의 상영관에서 19일 한번, 21일 한번 상영하는 기회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부랴부랴 도착한 아담한 상영관에는 역시나 관객들이 가득했다. 상영 상황을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건축가를 생각하는 이들이 이만큼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던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으리라.

 

 100분 정도의 시간에 정기용이란 건축가의 말과 생각, 작품뿐 아니라 당연히 현재 한국의 건축현실을 아우르려다보니 영화의 전개는 다소 급한 인상을 줬다. 반면 그런 만큼 이 영화는 정기용의 한 순간 한 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마치 기꺼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잘 짜인 강연처럼 정기용 본인의 생각은 물론 그에 대해 들려주는 동료들 역시 자신만이 갖고 있는 정기용에 대한 인상을 유창하면서도 예리하게 짚어냈다. 김봉렬 한예종 교수는 그를 일컬어 “사용하는 인간을 위한 건축에 천착했다”면서도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힘이 필요하지만 다소 낭만성에 치우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승효상 역시 “표현하는 언어에 비해 실제 구현된 도면이 아쉬워 ‘형은 그냥 말만 하라’고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그의 건축은 단순한 완결성을 추구하기보다 이용자가 책을 읽듯이 접근하는 건축”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순한 상찬을 넘어서 오직 정기용이라는 건축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평을 보여준 셈이다.

 

 이 영화의 큰 축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한국 공공건축의 ‘공공성’ 문제일 것이고, 나머지는 정기용이 죽음을 얼마 앞두고 열었던 그의 건축전 준비 과정이다.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자면 전자가 영화의 전반부를, 나날이 수척해지는 그가 마지막으로 정성을 기울인 전시회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의 관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전반부에 좀 더 마음이 쏠렸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무주 산골의 면사무소에 노인용 목욕탕을 놓고 10여년 만에 그가 직접 이용하는 장면은 담담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온 성의를 기울여 이용자를 위한 건축을 하고 그 결과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긍지를 보여줬다. 욕탕에 몸을 담그는 그의 앞에 놓인 통유리의 빛으로 말이다.

 

 바로 이런 자부심이 있는 까닭에 그는 이 공공건축에 대한 사회의 몰상식에 누구보다도 강하게 반발한다. 운동장 둘레의 관중석 위로 등나무꽃이 기적처럼 흐드러진 운동장에 들이댄 우악스런 으리으리한 태양광 집열판에 분노하는 목소리는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거친(?) 장면일 것이다. 그것을 단순히 자신의 작업에 대한 고집이나 애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는 그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그 땅에서 사는 이들에게 온전히 ‘바쳤다.’ 그는 자신의 건물을 함부로 다루어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건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주인들을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아껴준다면 그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공간, 오직 그곳에 사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우아함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공간을 너무도 무신경하게 망가뜨리는 공무원과 사람들이 그를 슬프게 했다. 그네들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중요한 세부였고, 더없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분이며 명성이 얼마나 하찮은 장식인지 그는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 무신경한 건축 담당 공무원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 지마저 알지 못해 건축가에게 묻지도 않는다며 거푸 한숨을 토했다. 이 장면은 정기용이 죽는 날까지 계속 그렇게 상처받았으리란 일종의 대유이기도 하다. 이는 그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향한 건축에 집중한 이상 공무원과 대중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상처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허황된 세계적 랜드마크를 꿈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다룬 짧지 않은 부분은 표현 방식이 무척 절제됐다. 정기용 주변의 프로젝트 응모자들의 육성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건축 장소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무시한 건축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집요하게 의문을 던졌다. 국제적 명성에 대한 집착, 평당 건축비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의 낭비를 다시금 비판하는 대신 과연 무엇을 위해 그래야만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정기용은 이렇게 말한다. “서울시장도, 서울시민도 아닌 건축가 한 명의 만족을 위한 건축이다. 이를 위해 그 큰 돈을 써야하는가”라고. 공공건축은 공공이 우러를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공공 대중이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항상 자신의 작품으로 인간과 소통하려 했던 사람이기에 그 작품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용자인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정기용의 시선은 더욱 곡진하다. 단순한 자의식이 아닌, 자신의 작품이 떠나고 돌아오는 원점이기 때문이다. “일민미술관 건축전이 끝날 때까지는 살아있을 것”이라면서도 “항상 맑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다가오는 죽음을 직시하고 싶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위엄을 가지고 그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작품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그 건물과 함께 늙어가며 그들 자신만이 도달할 수 있는 위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정기용은 노인들을 위해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설계했듯, 지방의 아이들을 위해 그들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을 구상했다. 아이도 어른도 그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두 건물 모두 그들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홀수, 짝수 날에 번갈아가며 목욕탕을 찾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하루하루 개운함을 느끼며 남은 삶의 거추장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신들에게만 허락된 독서의 공간에서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으스대지 않고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새해에 내려간 정읍 본가 근처의 기적의 도서관에서, 폐관일 알림을 보고 서운한 표정으로 돌아서던 소녀의 뒷모습을 봤다. 나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공간보다 더 소중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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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부부 최인호 연작 소설 가족 2
최인호 지음 / 샘터사 / 1984년 5월
평점 :
절판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은 '가족' 시리즈의 둘째 권인 이 책은 제목 때문에 난감했던 일도 많이 있었지만, 지난 날의 추억을 돌아보는 감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동안 가족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된 듯한 환상에 빠질 수도 있었다. 그 환상 속에서 두 사람의 출발로 하여 잉태된 작가 부부의 딸은 어느덧 사회의 일부로써, 그 최초의 무대인 학교에 들어섰다.  

 워낙 여린 딸인지라 걱정도 많았지만 머지 않아 잘 적응하는 모습에 안심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돌아보면 엊그제인듯한 내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마음을 얕으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워낙에 미덥잖은 아이인 탓에, 6년의 초등학교 생활 동안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학교에 무던히도 자주 오셨다. 그런 열성으로 작가 역시 딸의 운동회를 찾았다. 작가는 이 운동회에서 정작 운동회에 참가하는 딸보다도 이 잔치에 더욱 몰입해서 잊고 있던 자신의 지난날을 더듬으며 울고 또 웃었다. 언젠가는 작가의 어린 딸에게도 그와 같은 날이 찾아올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과거도 되고 미래되는 타임머신 같은 관계 역시 가족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서로를 바라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여유'였다. 나에게 역시 가장 절실한 것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자인하는 작가는 이 여유를 돌아가신 장리욱 박사님에게서 배웠다. 심지어, '살기 위해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끔씩은 마지 못해 먹을 때도 있었던 식사 시간은 박사님께는 살아있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런 박사님의 일생은 여유 있는 순간순간의 연속이었다. 여기서의 여유가 단순히 넉넉한 시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야만 나날이 스치는 순간이 추억으로 남을 테니 말이다. 

 나는 그러한 추억 중에서도 여행을 제일로 여긴다. 특히 가족 사이의 추억으로는 서로의 협력과 애정이 필요한 여행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지 않을까.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가족은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기도 한다. 나는 이 순간의 여유로움을 즐기게 해주는 내 가족을 사랑한다. 작가 역시 그 때문에 주말마다 산천을 주유했으리라. 나도 떠나고 싶다.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을 채워 줄 여유를 찾아서......(1997. 12. 4.~9, 1997. 12. 9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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