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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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솔직히 말하자면 로마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알지는 못했다. 다른 이들도 많이 읽은 '먼 나라 이웃나라'에 나온 지금의 이탈리아에 있었던 대제국이었다는 사실 밖에는...... 그러면서도 내가 머물고 있는 반대편의 기나긴 역사에 대한 호기심은 식지 않았고, 그러던 중에 물론 이 책의 발간 소식도 접했지만 드넓은 로마의 바다에 빠질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마침 내 주위에 머물던 책들이 싫증나던 그 때, 비로소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 책이 내 마음 속에 더욱 크게 자리잡은 이유는 동 서양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쇠락(衰落)과 멸망의 대목에서는 어김없이 나오는 그 나라의 정신적 종교적 문제를 배제하는 저자만의 독특한 역사관이었다. 다른 문제와는 달리 이러한 요인은, 그 시대를 겪지 않은 후세인들의 지나치게 주관적 추상적인 기준으로써 역사의 일관성을 해치기 쉽다는 것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자주 느꼈던 나는 이 책이 더욱 끌렸다. 또한 이 사관(史觀)은 아직은 먼 나중의 이야기지만 로마 말기의 거대한 정신적 사건이요,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의 성립과 그 융성과도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직 한 신(神)만을 섬기는 기독교와 유대교와는 달리 초 중기의 로마인들은 여러신을 섬기는 다신교였다.

 하지만 이 다신교라는 점이 로마 발전의 밑바탕인 개방성과의 연관성이 지대함을 알았을 때, 일신교는 단순히 밑는 신의 수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잊을 수 없으리만치 절실하게 다가왔다. 카톨릭의 본산이요 부흥지인 이탈리아에서 수십년을 살고 있는 저자가 아직껏 카톨릭에 귀의(歸依)하지 않은 것도 그녀에게는 이미 그 머나먼 그 때의 로마인의 정신이 깃들여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로마인들은 신에게 인간 세계의 관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에 자유로웠고, 신의 역할은 그런 인간의 감시자가 아니라 동반자였다. 그 안에 로마의 강점인 개방성이 있었다. 심지어는 신마저도 다른 민족의 신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을 정도니 말이다. 그 개방성과 유연성은 왕정(王政)에서 공화정(共和政)으로의 이행이라는 시의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였다. 이야말로 로마의 뛰어난 정치 감각의 증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로마가 지중해(地中海) 문명의 선구자라는 아테네보다도 오랫동안 공화정체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그 타고난 감각이 도운 바 컸으리라. (1997. 9. 17∼22, 1997. 9. 22 기록)

ps. 원래 이 리뷰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은 모두 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읽었던 책들의 리뷰다. 이 곳에 올릴까 말까 한참 고민했지만, 꽤나 오랫동안 손으로 써오던 독후감들을 이제는 컴퓨터로 쳐서 이곳에 올리는 지라, 예나 지금이나 유치하기 그지 없는 글들이지만, 결국은 이 책들 덕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감사의 표시로, 종종 옛적의 글들을 타이핑해서 올릴까한다.(뻔뻔하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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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3-23 03:06   좋아요 0 | URL
하하. 이번에 13권인가 나왔던데....몇권까지 올리실건가요. ^^

로렌초의시종 2005-03-23 09:48   좋아요 0 | URL
일단 제가 예전에 읽은 것은 6권까지네요. 마냐님~~
 

 이벤트에 당첨되신 다섯분이 모두 책을 정해주셨는데, 이벤트 상품은 이번주 금요일에 결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다음주 수요일까지는 대부분 배송이 될 듯 싶습니다. 그럼 이번 이벤트에 참가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열게 될 제 이벤트는 아마 이번 이벤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참고하시길.......(왜???!!!) 그런 뜻에서 이 카테고리는 상설적으로 열어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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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16 14:12   좋아요 0 | URL
안돼요!! 다음 이벤트는 좀 쉽게 하자구요...ㅜ.ㅠ

로렌초의시종 2005-02-16 15:39   좋아요 0 | URL
언제 하게 될 지 장담할 수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어요. 날개님. ㅋ
 

 언젠가 만화로 된 모차르트의 위인전을 잠깐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는 모차르트가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아니, 심지어는 집의 개에게까지!- 자기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책을 읽었던 것이 아마도 중학교 3학년 무렵. 그리고 지금까지 그 장면은 항상 기억에 남아있다. 그만큼 동감이 되는 점이 있는 까닭일 것이다. 물론 내가 모차르트와 어떤 비슷한 점이 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난 그를 진정 좋아하는 만큼 그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믿고 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일방적인 호감이 아니다. 난 모차르트만큼 내 재능에 대한 뚜렷한 확신 같은 것이 없으니까. 그저 어떤 근거 있는 관심을 원할 뿐이다. 긍정이던, 혹은 비판이던 혹은 그냥 설명이던. 이번 이벤트는 그런 내 바람의 총합이라고 할 만하다. 내 개인 생활과, 이 서재 자체, 그리고 내 생각의 표현인 리뷰에 이르기까지 나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이 서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분에게는 상당히 까다로운 이벤트였고.

 사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관심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자란 타입이다. 물론 그건 그만큼 내가 변변치 못한 인간이라는 뜻도 되지만, 아울러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일종의 애정 결핍증 환자로 정의될 가능성은 그닥 크지 않다는 뜻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부모님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느낌을 주고받는 내밀한 관계를 가져본 적은 없다. 다만 항상 공식적인 페이스를 가지고서 주고받는 관심. 그 한계는 내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시리라. 결국 난 항상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궁금하다. 당연히 그 궁금함은 비싼 새 옷을 차려입고, 남들이 나를 멋있게 봐주기를 바라는 그런 종류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건 사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이미 그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그 스스로를 의식하는 자기 과시일 뿐이다. 결국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본다는 것, 그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만큼 역시 궁금한 것인지라, 결국은 장학금과 방문객 5555분 돌파를 빙자해서 여러분들에게 이렇게도 부담스런 짐을 안겨드리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 새삼 생각해보니 참 귀찮은 일을 벌였다는 생각도 든다. 하필 연휴를 사이에 두고 벌여서 신경을 잘 못쓴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런 까닭에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좀더 여력이 생긴 후에-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이 사람아......- 이벤트를 열어서 좀 더 큰 상품을 드렸어야 했으리란 생각도 든다. 이 이벤트는 내가 상품을 걸고 여러분들이 참여해주셨다기 보다는 여러분들이 써주신 글에 대한 감사로 내가 작은 보답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의 글이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담긴 글들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거야 결국은 내 부족한 소치지요. 다만, 중요한 깨달음은 여러분들이 생각해주시는 만큼 쓸만한 인간이 못되는 나로써는 항상 긴장하고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럼 후기는 이쯤에서 접고 어렵고 힘들게 정한-정말 어제는 잠을 제대로 못 잤아요.- 당첨자를 알립니다. 그리고 애초에 두번째 마당의 당첨자 중의 한분은 추천을 많이 받으신 분으로 정하려 했으나, 추천수의 차이에 큰 의미가 없어서 모두 직접 선정했습니다.

첫 번째 마당 당첨자(10000원 상당의 책) : 가을산님.
두 번째 마당 당첨자(각 13000원 상당의 책) : 작은위로님. 날개님.
세 번째 마당 당첨자(각 15000원 상당의 책) : 멍든사과님. 마태우스님.

 끝으로 이벤트 두 번째 마당과 세 번째 마당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물만두님, 가을산님, 작은위로님, 날개님, 숨은아이님, 울보님, 마태우스님, 멍든사과님께 감사드리고-특히 상품을 드리지 못한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 이벤트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당첨되신 분들은 주소, 배송지 전화번호와, 핸드폰 전화번호, 성함, 받고 싶으신 책이나 음반 등을 '주인장만 보기'로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받고 싶으신 책은 공개하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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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2-15 20:16   좋아요 0 | URL
596429
우어, 고새 6000분을 넘겼군요! 축하해요 로렌초님.
우어어, 제 글이 뽑혔네요! 고마워요 로렌초님 흐흐.
이벤트 글 뽑느라 그리 고민하셨다니...님의 섬세한 마음이 글에 팍팍 묻어나오는구만요 :)

로렌초의시종 2005-02-15 20:27   좋아요 0 | URL
예~ 애초에 이벤트 시작할 때는 5555분 기념이었는데, 그새 1000분이 더 늘어나셨네요. 멍든사과님의 글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멍든사과님께 선물을 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쁩니다. 그런데 제가 고민한 건 섬세하기보다는 소심한 탓인 것 같아요. 흐흐.

마늘빵 2005-02-15 21:11   좋아요 0 | URL
^^; 당첨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전 다음번 이벤트에 참여할게요~

날개 2005-02-15 22:19   좋아요 0 | URL

오옷! 제가 뽑혔어요? 다른 분들이 넘 잘써서 기대도 안했다구요...^^*  넘 고마와요..
책은 내내 보관함에 넣어뒀던

 이걸로 하고 싶어요.. 근데, 13500원이라 500원 초과인데...^^;;;;; 

한번만 봐주세요~~ 에헤헤^^

주소는 서재주인장 보기로 남길께요..


2005-02-15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5 23:22   좋아요 0 | URL
날개님. 그 정도야 괜찮죠. 뭐. 발송은 다른 분들이 다 올리시면 같이 할께요. 저도 날개님께 책을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축하드려요~

미완성 2005-02-16 00:10   좋아요 0 | URL

 

먼저 조한욱님의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와

 

 

얼마전 안타깝게 병으로 돌아가신 오주석님의
[오주석의 한국의 美특강]을 신청할께요.

히히, 15000원 꽉꽉 채웠네요;;

굉장히 고민하다 결국 두 권 골랐는데 설마 장고 끝에 악수가 될리는 없겠지요.
로렌초님 고마워요~ :) 주소는 아래에 붙일께요.


2005-02-16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6 00:29   좋아요 0 | URL
사과님이나 날개님이나 역시 책을 고르시는 안목들이 있으십니다, 그려. 어째 사드려야 할 책들을 보고 나도 사고 싶어 질까나. 안돼지, 안돼. 절대루. 아무튼 저로써는 사과님께 선물을 드리는 것 못지않게 사과님께 저리 과분한 페이퍼를 받아서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미완성 2005-02-16 01:50   좋아요 0 | URL
지르셔요~~~~~

헉, 과분한 페이퍼라뇨 >_<
로렌초님도 참~ 야밤에 부끄럽게스리..*.*

마태우스 2005-02-16 10:22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제가 되다니, 정말정말 기쁩니다. 절 기쁘게 해준 시종님께 감사드립니다

2005-02-16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6 10:27   좋아요 0 | URL
멍든사과님/ 아니되어요. 아니되어요. 저 지금 파산 직전이라서 긴축해야한단 말여욧!! 정말 슬퍼요. 읽을 책은 한이 없는데, 제 지갑의 능력에는 한이 있다니. 그나저나 이제 부끄러운 야밤은 지나고, 아침이군요. 과분한건 과분한거죠. 뭐.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님께 드디어 뭔가를 드릴 수 있다니 제가 훨씬 더 기쁜걸요?

작은위로 2005-02-16 11:08   좋아요 0 | URL
바쁜 아침에 보니, 즐거운 소식이 있었네요! ^^ 멍한 정신에 쓴, 부끄러운 글을 뽑아주셔서, 감사해요~^^

2005-02-16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6 12:18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작은위로님의 반론은 저도 글쓰면서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던 사실이긴한데, 조리있고 성의있게 잘 써주셔서, 저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답니다. 그런 글에 이정도 상품 밖에 못드리는 제가 죄송하죠. 선물받으신 책을 기분좋게 읽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2005-02-16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6 12:48   좋아요 0 | URL
가을산님~ 작은 문제가 생겨서 가을산님의 서재에 댓글을 달아두었습니다. 그러고보면 그 책은 호련님께서 제게도 추천해주신 책이라지요. 저도 완전히 절판되기전에 빨리 사야하는데...... 아무튼 탁월한 직감력의 가을산님께 선물을 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연우주 2005-02-16 12:58   좋아요 0 | URL
축하~ 축하~~~^^

2005-02-16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6 13:09   좋아요 0 | URL
연보라빛우주님/ 함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산님/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숨은아이 2005-02-16 13:20   좋아요 0 | URL
하하, 이벤트 잘 마치신 것 축하합니다. 가을산님, 위로님, 날개님, 멍든사과님, 마태님 축하합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6 13:23   좋아요 0 | URL
숨은아이님께 좋은 글에 걸맞는 이벤트 상품을 못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꼭!
 

 이벤트도 이젠 몇시간 남지 않았네요. 아직 제 서재에서 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까탈맞은 이벤트였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벤트 발표는 내일 오후 8시에 하겠습니다. 좀 늦기는 합니다만, 내일 제가 사운드 오브 뮤직 2시 30분 공연을 보러 가는 관계로 시간이 좀 미뤄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발표 페이퍼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끝나는 시간까지 한분이라도 더 참여해주시길 바라며.(뭘 믿고?) 내일을 기다려 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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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2-14 22:39   좋아요 0 | URL
이 카테고리 맨 처음 페이퍼에 보시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새벽별님.

부리 2005-02-15 13:07   좋아요 0 | URL
새벽별님 하하 무지 귀엽습다^^

로렌초의시종 2005-02-15 23: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부리님. 그래도 새벽별님이 이벤트에 참가 못하셔서 조금 서운한걸요?
 

로렌초의 시종님에 대해서는 첫만남부터 어떤 이상한 착각을 가지고 시작되었더랬습니다.

첫번째는,
"도대체 로렌초가 누구야?"
라는 얼토당토 않은 궁금증부터 였죠;;

도대체 로렌초란 사람이 얼마나 잘났기에 이렇게 박학다식한 분이 그 시종을 자처하실까 싶었어요.
거기다 님의 이미지는 그동안 제가 접해보지 못한 어떤 고상한 세계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아아, 과연 나의 무식이 이 분과 부딪혔을 때 도대체 어떤 스파크가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아, 이 무지렁이가 어찌 이 분과 친해질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좀 있었습니다. 물론, 그 걱정은 98% 노파심일 뿐이라서 지금 제 기억에는 도대체 이 사람과 어떻게 말을 텄었나 하는 구체적인 일조차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가 있었지요.

아, 또 삼천포로 나갔는데...아무튼 첫번째 궁금증은 로렌초님도 좋아하시는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책을 읽고 조금 풀렸더랬지요. 서재 생활 초기에 우연히 읽은 책이었는데, 그 책으로 인해 님과의 인연도 틀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리뷰함으로 저는 로렌초님이(아마도 저는 처음부터 님의 풀네임을 한 번도 불렀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흐흐) 이탈리아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그 여파로 저 역시도 한동안 도서관 서가에서 이탈리아사 근처를 서성거리기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아직은 배울 게 참 많지요.

두번째 착각은,
분명히 이 사람은 오빠나 언니일 거야. 하지만 언니일 가능성이 더 많아.
였어요.

처음에 저는 님의 현란하고 수준 높은 리뷰가 눈이 부셔서 두 눈을 뜨고 마주대할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도대체 알라딘 마을은 어떤 곳인거야?!라는 당혹스러움부터 해서, 이곳저곳 소설부터 시작해 각종 역사 사회분야까지 발을 넓힌 님의 리뷰, 글은 저를 매우 놀랍게 만들었습니다. 이 착각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어요.
꽃이 있는 곳에 향기가 나고 음식이 있는 곳에 냄새가 난다고,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를 보게 되면 으레 '내공 닦느라 저 사람 나이가 좀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리잖아요?

어느 날 님이 남자라는 충격적이고도 몹시 반가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님이 84년생이라는 것을 밝히셨을 때 저의 놀라움은...우어..마치 끓어오르는 라면물과도 같았답니다.
이 사람이 동생이라니, 나보다 어리다니, 아아 헛살았구나...하는 심정, 이해하실라나요 흙!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 저도 님의 박학다식함 때문에 님을 오해했던 것, 용서를 바라지는 않을래요 (웬 오버?) 그건 님의 책임이라구요 ㅜ_ㅜ

세번째는 착각이 아니라 생각이었는데,
글에서 느껴진 어떤 단단함과는 달리 로렌초님은 여린 사람이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님과 친해지기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은 가을에 어느 날 갑자기 님이 사라져버린 일은 서재 생활 초기에 접어들었던 저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전 님이 무슨 일로 왜 사라지셨는지를 알지 못했었거든요.

사람에게는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성격이 내재하고 있고, 또한 그 성격들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면모를 보여주게 되는 것인데 제가 그때까지 알고 있던 님은 상당히 똑똑하고 예의바르며 거기다 살짝살짝 치고 받는 재치가 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참 단단한 사람이었지요.
조금 넘치지 않나 싶은 농담을 던져도 님은 서글서글 웃으며 잘 받아주신데다가
글에서 보이는 분명한 생각과
수준 높은 단어선택은 저로 하여금 아, 로렌초님은 이런 사람일 거야..하는 막연한 그림을 그리게 했었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제 마음 속에는 '아, 이 사람에게도 블랙홀처럼 어쩔 수가 없는 아주 여린 구멍이 있는 것이었어..'라는 생각이 덧칠되어 그 전까지의 그림은 새롭게 변신하게 된 것이었어요.
갑작스런 님의 부재로 제 즐겨찾기 브리핑은 상당한 가뭄에 시달렸고 그렇게 가끔가끔 님의 서재를 찾아가며 방명록에 글을 남기면서 오히려 우리 사이의 우정은 더 돈독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100일만에 님은 돌아오셨지요. :)

네번째 생각은 님이 돌아오신 후에 떠오른 겁니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 님은 돌아오신 후에 그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솔직해지신 것 같아요.
그 전까지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카페트 속에 깔려있었다면 요즈음 공과 사의 경계의 이야기 폴더 속의 이야기들에서는 청년, 소년, 그리고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긴답니다. 상처받았던 일을 담담하게 기술하거나 가끔은 기분 나쁜 일을 토로하기도 하시는 모습은 리뷰에서 느껴지는 단단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지요.
그리하여 아주 가끔은 제가 누나처럼 다가가 님께 이런 저런 아는 척을 하며 괜히 인생이 어떻고 저떻고 개똥철학을 늘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겁니다 흐흐. 이건 아마도 님의 생활에 서재가 더더욱 소중한 공간이 된 건 아닌가, 조심스런 추측의 결정적인 근거가 되어주었습니다.

다섯 번째 생각은 첫번째 이벤트 마당과 관련이 많아요.
님의 전공을 물으셨었지요? 흐흐, 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답니다.
이탈리아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것도 그랬지만 대개 사학과 분들이 서로 다른 성격의 글들에 대해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폭넓게 독서를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님의 서재를 보면 그런 다양한 관심의 표현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요즘 제게 세상 소식을 알려주는 신문 스크랩의 영역도 님이 좋아하시는 공연예술문화에 국한되어있지만은 않지요. 거기다 님의 독서 역시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문학 역사 사회학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문학만 편식하는 저를 가끔 부끄럽게 만든답니다;;
오늘은 민음사 수상후보작들을 올리셨던데 제 생각일 뿐이지만 님이라면 충분히 몇 년후에 저 수상후보작에서 뵐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내공면에서도 그렇고, 그동안의 이야기만 해도 충분하지만 님은 미래가 더욱 창창한 분이잖아요.
세상 살다보면 전혀 의도한 적도 없는 상상초월의 풍파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때로 어떤 한 시기는 너무나 심심해서 견딜 수 없기도 한데 님이라면 그 풍파를 만나더라도 결국엔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그 풍파 자체를 소화시켜버릴 수 있는 분이라고 믿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는 모르지만 글을 쓰신다면 더더욱 님께나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나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섯 번째는...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제 더 만들어가고 싶네요.
온라인상의 관계라는 게 오프라인보다 더 열린 면이 있기도 하고, 실은 닫힌 면이 더 많기도 하지요. 그런 만큼 제가 말할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의 한계와 검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프라인이라면 누나인 척하면서(저 후배들한테 나이많은 척하는 거 엄청 좋아했거든요 흐흐) 별별 간섭다하고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겠지만 또 온라인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님이 좋아하시는 공연의 후기를 곁눈질하며, 영화감상을 읽고 드문드문 의견을 나누기도 하며, 아픈 일에는 괜스레 나서서 욕도 같이 하면서..그렇게 제가 온라인상에서 디딜 수 있는 만큼의 역할을 다지고, 또 만들어가고 싶네요.

간간히 보이는 님의 리플에 관한 투정이나 즐찾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전 너무 즐겁답니다. 가끔 느껴지는 님의 소년같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요 흐흐. 그러니 앞으로도 서재 안에서 말하고 싶은 만큼, 보이고 싶은 만큼의 자유를 만끽하며 우리 오래도록 만나자고요.

너무 길어 지루하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어요.
로렌초님, 이벤트와 함께 장학금 받으신 거 다시 한 번 축하해요 :) 다음 학기에도 부탁해요~ 흐흐. 아, 다음 기숙사에 뽑힌 것도요. 올해는 술도 많이 드시고, 실수도 많이 해보시고, 스펙타클한 한해 보내시길 바랄께요. 앗, 이럼 안되는 건가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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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2-14 20:40   좋아요 0 | URL
우잉? 웬 추천 2랍니까 허허;;;;;;;;
바로 이런 소리소문없는 추천을 두고 닌자같다고 해야하는 건가;;;;
히히, 아무튼 고맙습니다 :]

마늘빵 2005-02-14 21:15   좋아요 0 | URL
헉... 84년생이셨나요? 그럼 나도 헛살았네. ㅠ_ㅠ

날개 2005-02-14 21:23   좋아요 0 | URL
닌자 1번 저입니다..^^* 사과님 글에 감동먹어버려서..ㅎㅎ

미완성 2005-02-14 21:43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저도 회한의 눈물을..엉엉엉 ㅜ_ㅜ

날개님..앗, 날개님 역시 날렵한 님께서 닌자 1번을 해주셨었군요 키득키득. 아니 감동이라면 두 개의 마당에다 글을 올리신 님께 제가 받아야할 것이건만...>.<

가을산 2005-02-15 09:33   좋아요 0 | URL
크크크..... "끓어오르는 라면물"이라니! ^^
정말 멋진 리뷰였습니다. 공감합니다.

부리 2005-02-15 13:08   좋아요 0 | URL
닌자 3은 저예요 사과님, 멋진 글이옵니다. 오후 8시에 꼭 확인하세요.

미완성 2005-02-15 18:34   좋아요 0 | URL
가을산님..가을산님의 코멘트를 보니 점심때 라면을 먹었었는데 또 먹고 싶어져요;;
헤헤, 님도 공감하시는군요. 로렌초님 참 매력있는 청년이지요?

부리님..에이~ 이렇게 밝혀버리시면 닌자가 아니잖아요오~ 오늘따라 부리님의 댄스는 제 주위의 스산한 공기를 따뜻하게 변하게 하는 힘이 있구만요. 추천 고마워요 부리님 :)